[사설] 휴진 병의원 불매운동은 소비자 시민의 권리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체 생명의 위협을 직접 받고 있는 환자단체연합회다. “(전체 휴진 강행 등을) 규탄하고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는 (일련의 현안에 대해) 아무 잘못도 없다”고 밝혔다. 일부 의사 단체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만 더 크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일반 시민들의 행동이 있다. 휴진 병의원 불매운동 목소리다. 남양주지역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은 이렇다. ‘울 동네에서 의사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병원은 앞으로 이용하지 말자.’ 작성자는 작금의 의료계 대응에 대해 ‘밥그릇만 챙기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화성 동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어느 개원의가 참여하는지 지켜보려 한다’, ‘이런 병원은 공유해서 동탄에서 장사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틀린 말 하나 없다. 시민의 불안이 크다. 참았던 시민 분노가 이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병의원은 의료 서비스 공급자다. 이들에겐 공급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 숭고한 희생을 강요만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이어진 간헐적 태업이 그것이다. 반대로 시민은 의료 소비자다. 불매운동 또한 이들의 권리다. 흔하지 않지만 가까운 과거의 예는 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때 있었던 병의원 불매운동이다. 당시에도 태업은 의료계가 먼저 했다. 참다 못한 시민이 막판에 행동했다. 상당히 진행됐었다. 진료 거부 병의원 명단이 실제로 공개됐었다. 국민 분노가 높다. 최근 한 조사 기관이 전국 1천32명에게 설문했다. 의료계 파업에 대해 응답자의 77.3%가 ‘국민 건강권 침해’라고 했다. 의사들의 파업 목적을 묻은 질문도 있었다. 63.7%가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답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국민 1천명에게 물어 본 조사도 있다. 응답자의 85.6%가 “(의사들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방향을 달리하는 조사는 없다. 이게 불매운동을 있게 한 근거다. 사태 초기 유명 의료계 인사가 호언했다. “정부는 의사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정부를 상대로 봤을 테니 그 말이 맞았다. 불매운동에는 그 자리에 국민이 앉아 있다. 여기서도 의사가 국민을 이길 수 있다고 보나. 의협 회장은 ‘특정 정당의 숨통을 끊겠다’고도 했다. 정치적 협박인데 총선과 함께 효력은 끝났다. 지금 의료 파업에 맞선 것은 시민 소비자들이다. 신체 생명을 위협 받는 시민들이다. 이 분노에 대해서도 앞서의 협박을 입에 담을 수 있다고 보는가.

[사설] 뒤죽박죽 행정체제 개편, 사회적 공론화 필요하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의 명칭은 제각각이다. 특별시와 광역시, 특별자치시(세종),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 일반 도(道) 등으로 나뉘어 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은 건지 애매하고, 어떤 광역지자체가 ‘특별’인지도 헷갈린다.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 100만 이상에 부여된 특례시(고양시·수원시·용인시·창원시)도 있다. 이들 특례시는 기존 광역시와의 구분이 모호하다. 이름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구·경북 통합을 추진 중인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기존 광역시를 뛰어넘는 수도(서울) 직할시 개념까지 꺼내 들었다. 부산·경남도 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 광역지자체는 연방정부 정도의 실질적인 권한과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7개 시·도의 개념이 뒤죽박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행정체제가 엉터리로 개편되면서 이름도 기준도 모호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누더기로 전락할 판이다.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행정체제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인구 규모와 절차, 주민동의 등은 빠진 채 지자체 중심으로 제각각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행정체제 개편 관련 법안은 10개에 이른다. 경기도가 5건으로 가장 많다. 정성호 의원(동두천·양주·연천갑)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법’을 대표 발의했다. 박정 의원(파주을)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법’을 제출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선 김정호 의원(김해을)이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법’, 김윤덕 의원(전주갑)이 ‘전북특별자치도법 개정안’, 문금주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이 ‘전남특별자치도 설치법’을 제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통합특별법’을 통해 2026년 7월1일 인구 500만 직할시 출범을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안전부는 대구·경북 통합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국에서 쏟아지는 행정체제 개편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행정체제 개편이 제각각, 제멋대로 이뤄져선 안 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도시화 등으로 행정 수요와 여건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감안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정치적인 계산하에 졸속으로 개편하면 절대 안 된다. 엉터리 행정체제 개편은 주민 갈등과 행정 혼란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하는 행정체제로 전환하되 다양한 의견수렴과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지자체장이나 정치인 입맛대로 추진하는 건 문제가 많다. 주민과 정치권, 정부가 함께 행정체제 개편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

[사설] 예산·신뢰 잃은 이상한 오산 버드파크 사업

오산시가 민간 업체와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3억5천만원의 혈세를 허비하게 됐다. 시 발주 계약을 취소해 생긴 쟁송이었다. 2017년 체결했던 미니 식물원 조성 공사다. 오산시 청사 옥상을 꾸미는 특색 사업이었다. 당시 계약 업체가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업체 측에 1억5천4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조정으로 끝난 항소심에서도 시는 사실상 패소했다. 도대체 업무를 어떻게 처리했길래 이런 패소 판결이 이어지는가. 얽혀 있는 곡절이 어이없다. 시가 2017년 청사 옥상에 미니 식물원을 만들기로 했다. 공개 입찰을 했고 A사와 9억5천만원에 계약했다. 2억여원의 선금도 지급해 공사를 진행시켰다. 그런데 이후 오산시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 시작된다. A사의 공사를 중지시키거나 준공일을 연기시켰다. 그러다가 ‘버드파크’라는 다른 사업으로 돌연 변경했다. 투자 방식도 민간투자로 바꾸고 A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합법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누가 봐도 시의 계약 파기에 위법이 있다. 그럼에도 시는 A사 측에 이미 지급한 선금을 토해내라고 압박했다. 결국 A사가 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선급지급 반환 불가와 계약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관급 공사의 계약은 신뢰가 생명이다. 그런데 오산시는 합법적인 계약을 뭉갰다. 그리고 사업을 바꿔 다른 민간 업자에게 넘겼다. 민간 투자 방식이 이유였나. 공사에 들어갈 시 예산을 절약하려고 그랬나. 이 이유를 댄다면 시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다. 당초 계획대로 조성했다면 그 식물원은 시민의 것이다. 시민이 자유롭게, 혹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민간 투자로 바꾸다 보니 이용료 부담이 왕창 커졌다. 버드파크 입장료는 성인 2만3천원, 소인 1만9천원이다. 시민이 주인인 시청 청사에서 값비싼 영업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오산시는 그걸 방조하고 지원해 오고 있다. 2017년 있었던 일이고 민선 7기의 특색 사업이었다. 7년 지났고 현 집행부와 무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파는 현 오산 행정에 미친다. 수억원의 소송 비용을 처리해야 한다. 원인을 분석하고 기록해 놔야 한다. 수많은 시민들이 턱없는 입장료를 부담하고 있다. 따져보고 부당하다 싶으면 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사업이 갑자기 비집고 들어온 속사정이 궁금하다. 누구 때문에, 어떤 절차로 들어왔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권재 현 오산시장이 감사하겠다고 했다. 철저히 밝히고 그 결과를 공개하기 바란다.

[사설] 외래 병충 토마토뿔나방 피해, 인재 아닌가

토마토뿔나방 피해로 우리 농가가 초토화되고 있다. 남미에서 시작돼 전 세계 100여개국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한 번식력과 광범위한 이동성이 이 해충의 특징이다. 올해 3월 부산과 전남에서 발견됐다고 전해졌다. 불과 3개월만에 그 피해가 경기도 전역에서 확인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예방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병해충 예찰활동, 예방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심 증상 신고도 받는 중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마땅한 방제법이나 치료법이 없다. 농진청이 ‘명확한 방제법은 연구 중’이라고 했다. 일반 농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의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다소간의 피해를 줄이는 정도라도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농가는 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사)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4월 자체 조사를 했다. 친환경토마토 농가 66곳을 조사했는데 26곳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확인 지역은 광주, 김포, 용인, 파주, 평택, 화성 등이다. 참담한 작파 현장을 본보 취재진이 찾았다. 평택시 진위면의 한 친환경토마토 농가다. 피해를 입어 떨어진 토마토가 한 켠에 쌓여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버려진 토마토만 3톤에 달한다고 했다. 주인(67)이 친환경 약재 400여만원어치를 사용했지만 다 허사였다. 더 걱정인 것은 피해가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다. 토마토뿔나방 해충은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방제법이 개발되지 않는 한 내년에는 농사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업 당국을 향하는 농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연합회 사무처장 홍안나씨는 “정부는 토마토뿔나방이 올해 초 처음 발견됐다고 발표했지만 지난해에도 이미 발견 사례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할 중요한 대목이다. 홍씨의 주장이 사실이면 당국의 늑장 대처 책임이 불거질 수 있다. 가장 올바른 해충 예방은 파종시기부터 이뤄져야 한다. 일찍 주의를 내렸다면 사전 예방을 통해 전체 피해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었다. 농진청 등 농업 당국이 존재하는 이유가 뭔가. 농민의 이익 보호다. 외래 병충해의 유입으로 인한 농업 초토화는 요사이 가장 큰 위험 요소다. 바람직한 것은 병충해 유입을 애초 막는 것이다. 그것이 뚫렸다면 빠른 경고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막지도 못했는데 경고까지 늦었다면 이때부터는 인재의 단계로 간다. 이번 토마토뿔나방 피해가 확산되는 과정에 이 부분에 대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엄격히 조사해 책임을 따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설] 허점 많은 성범죄자 전자발찌, 보완책 필요하다

성범죄자들에게 재범 방지용으로 부착하고 있는 전자발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 강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08년 도입된 전자감독제도인 위치추적 전자장치인 전자발찌는 성폭력, 유괴, 살인 등 특정 범죄를 일으킨 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법원으로부터 부착 명령을 선고받은 사람은 특정 지역 방문금지. 특정 시간 외출금지 등 특별 준수사항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범죄자가 외출금지 시간에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세세한 이동 경로가 파악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범죄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 밖으로 나가 건물 내에서만 움직이고 있을 경우 이를 알 수 없는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때문에 거주지 내에서 범죄자가 다시 범행을 일으켜도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연쇄 성폭행범인 박병화가 지난달 14일 수원으로 이사를 해 지역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박병화는 현재 주거복합 건물인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 안에서 박병화가 외출금지 시간인 오후 9시 이후에 집 밖으로 나가 다른 층에 들어가도 보호관찰관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박병화가 과거 혼자 사는 20대 여성들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을 저지른 것을 고려했을 때 현재 오피스텔 건물 안에서 다시 성범죄를 저질러도 알 수 없다. 지난 1월 서울에서 성범죄자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여성을 따라가 도어록이 잠기기 직전 문을 열고 침입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여성은 성범죄자와 대화를 시도하면서 3시간 남짓 끌었으나 결국 성범죄자는 범행을 저질렀다. 성범죄자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지만 보호관찰 당국은 성범죄자의 이탈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성범죄자들을 비롯한 전국의 범죄자들이 이런 특별준수사항을 어긴 건수는 지난 5년간 무려 3만6천253건에 달한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감독 대상자가 출입금지 등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위치추적 관제센터에 경보가 발령되고 보호관찰관이 즉시 현장에 출동해 조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성범죄자들은 전자발찌의 허점을 이용해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자발찌의 훼손과 탈출을 사전에 막는 재질의 보강과 경보시스템의 보완, 관리인력의 충원 등과 같은 엄격한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 성범죄자들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다시 논의, 도입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사설] 안양시의 노루페인트 건축 행위 불허 방침, 옳다

노루페인트의 박달동 연구단지 조성이 무산될 것 같다. 안양시 박달동 공장 부지에 추진하는 민간 사업이다. 연구단지를 설립하고 데이터센터도 짓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이미 시에 신청한 상태다. 안양도시공사가 이 신청에 이의를 걸고 나섰다. 개발행위허가 제한을 시에 요청하기로 했다. 안양시의 입장이 공사 측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민을 위한 정책 방향 이외 어떤 개발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모든 지자체의 숙원이다.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지방 행정의 임무다. 노루페인트는 안양의 중요한 투자일 수 있다. 그 경영을 지원해야 할 책임이 안양시에 있다. 노루페인트에 연구단지 조성은 중요한 기업 활동이다. 그런데 안양시가 이 계획을 무산시키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기업 활동을 방해하겠다는 것일까. 기업을 내쫓겠다는 것일까. 아니다. 여기에는 시와 시민의 신뢰를 저버린 노루페인트의 선행된 잘못이 있었다. 2014년 9월 안전사고는 끔찍했다. 유해물질인 에폭시가 유출됐다. 안양, 광명, 부천까지 악취가 진동했다. 주민 15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주민이 공포에 떨었다. 공장 가동에 대한 반발도 시작됐다. 그때 회사 측이 안양시와 사후 안전 대책을 협의했다. 그 협의에서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약속이 나왔다. 안양시도 이전을 위해 행정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시민의 분노는 그렇게 잦아들었다. 이게 바뀌었다는 얘기는 없다. 시도 믿고 있었다. 공장 이전을 전제로 이 일대 개발계획을 세웠다. 31만㎡에 달하는 박달지식첨단산단이다. 1조3천800억원이 드는 대규모 사업이다. 현재 타당성 용역이 진행 중이다. 9월에는 투자심의위원회 이사회 의결이 예정돼 있다. 오는 2026년이면 본격적으로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때 갑자기 노루페인트가 연구단지를 추가로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언론에 밝힌 회사 입장이 황당하다. ‘10년 전 일은 모르고, 이전은 없다.’ 이게 취재진에게 할 소린가. 시민이 전해 듣는다. 시간이 흐르니 배 째라며 버티는 꼴이다. 이런 기업의 건축 허가를 그대로 허가해 주는 것이 옳은가. 약속 위반에 대한 시민 분노는 무시해도 되는가. 불허가 맞다. 개발을 제한해야 할 근거도 명확하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63조다. 필요할 경우 시장이 특정 지역의 개발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공공을 위한 31만㎡ 산업단지를 그 땅에 만들고 있다. 이 사업이 우선이다. 안양에 기업이 필요한 이유는 시민이다. 시민이 넉넉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루페인트는 어떤가. 초대형 안전 사고로 피해를 끼쳤다. 공장 옮긴다더니 입 닦고 건물 짓겠다고 한다. 이런 기업을 안양시가 지원하고 보호할 책임은 없다. 안양시 견해를 지지한다.

[사설] 경기도 ‘케이파츠’ 사업, 이렇게 팽개치는 건 아니다

케이파츠(K-PARTS)는 경기도의 ‘자동차 인증 대체 부품’ 브랜드다. 국토교통부 지정 기관인 한국부품산업협회로부터 인증받은 중소기업 부품들로 종류가 130여개에 이른다. 기존 OEM(순정품이라 불리는 완성차 기업의 주문 생산품) 부품과 품질 및 안정성은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35~40% 저렴하다. 케이파츠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추진한 사업이다. 도민들의 자동차부품 비용 절감과 선택권 확대, 부품시장 내 공정한 경쟁, 중소 제조업체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도입했다. 도는 경기도주식회사와 케이파츠의 소비·유통 확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본격 판매는 2022년 8월부터 시작했다. 반응이 좋았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해 10월 도내 성인 1천명과 전문정비업체 7천522개소를 대상으로 케이파츠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소비자 인지도는 35.9%, 정비업체 인지도는 94.0%였다. 소비자 만족도는 신뢰성 78.3%, 가격 합리성 73.8%, 품질 68.2% 등이었다. 정비업체의 케이파츠 사용 의향은 56.0%로 조사됐다. 그런데 케이파츠 사업이 지난해 말 종료됐다. 판매를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중단된 것이다. 예산 부족이 이유다. 경기도는 경기도주식회사에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5억원가량의 예산을 지원했으나 올해는 중단했다. 예산을 이유로 도와 경기도주식회사가 사업 종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피해는 소비자와 중소 부품업체에 돌아갔다. 대기업 독점 구조가 굳어져 있던 자동차부품업계에 나름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소비자와 부품업체에 도움을 줬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다니 황당하다. 케이파츠 사업은 실패로 끝나고, 또다시 완성차 부품 제조 대기업들이 이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불과 1년 반 만에 사업이 종료되자 중소 부품업계들의 희망이 사라졌다. 부품업계는 경기도의 케이파츠 사업을 통해 새로운 판로를 기대했는데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경기도의 시도는 좋았지만 사업이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경기도와 경기도주식회사가 네 탓만 하고 사업을 종료한 것은 적절치 않다. 소비자와 중소 부품 제조업체를 위해 연속성을 갖고 활성화 시키는 게 맞다. 행정의 신뢰성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고착화된 부품 시장을 공정 경쟁 시장으로 바꾸기 위해 대체부품 활성화 사업은 필요하다. 완성차 부품 제조업체 등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도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설] 기록적 폭우 예상, 침수 대비 허술해 걱정 크다

6월 중순인데 벌써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를 웃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이 여러 군데다. 올여름도 많은 비와 무더위가 예상된다. 기록적인 폭염, 폭우는 이상 기후로 인한 것이다. 극심한 기상 이변으로 갈수록 예상치 못한 피해가 늘고 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 사상자가 잇따랐고, 하천 범람으로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있었다. 아파트 주차장과 반지하주택의 피해도 컸다. 최근 10년간 풍수해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총 170명에 이른다. 이 중 75%인 128명이 산사태, 하천재해, 지하공간 침수로 인한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산사태와 하천재해, 침수 등에 주안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미흡하다. ‘반지하 퇴출’을 선언했지만, 일부 지역은 침수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반지하에 사는 서민들은 벌써부터 걱정과 불안이 크다. 문제는 올해는 예년보다 더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장마철이 다가오는데 침수 대책은 허술하다. 경기도 등 지자체들은 침수 피해가 극심했던 반지하 주택에 대해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장 실태조사만 하고 조치는 지지부진하다. 경기도는 지난 2022년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반지하 주택의 물막이판 실태 조사를 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그해, 서울의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4명이 숨졌다. 포항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선 8명이 사망했다. 이에 도는 아파트 4천610개 단지를 대상으로 지하주차장 물막이판 설치 실태를 조사했다. 현재 물막이판 설치가 이뤄진 곳은 183개 단지로, 조사 대상 단지의 4% 정도다. 도는 반지하 주택 8천861곳에 대해서도 물막이판 설치 여부를 조사했는데 지난해 기준 설치 가구는 5천233곳(59%)에 그쳤다. 황당한 것은, 일부 집주인이 집값이 떨어질까 봐 침수방지 시설 설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해 발생 또는 우려 주택이라고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는 재난관리기금 수십억원을 사업비로 책정하고도 제때 집행하지 못했다. 침수 방지를 위해선 ‘물막이판’과 ‘역류 방지시설’ 을 설치해야 한다. 집중호우로 인해 빗물이 저지대 주택가로 차오르는 것을 일시 차단하고, 주택 내 하수구나 화장실에서의 역류를 막아야 한다. 침수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폭우가 내리면 피해가 엄청날 것이다. 저지대와 취약가구가 거주하는 반지하부터 시설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야 한다.

[사설] 안양시, 노루페인트 건축 심의 중단해라

안양시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만안구 박달동 일대 공업부지 개발 사업 계획이다. 2021년부터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박달지식·첨단산업단지 입지조사 및 기업유치 전략용역도 진행 중이다. 이 지역에서 지난달 27일 또 다른 건축 절차가 시작됐다. 노루페인트가 부지에 연구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회사 측은 건축심의위에 서류를 제출했고 부서 협의가 진행중이다. 시의 개발 방향과 충돌이 생긴 것이다. 충돌의 발단은 2014년 9월이다. 박달2동에 있던 노루페인트 공장에서 사고가 났다. 유해물질인 에폭시가 대량 유출됐다. 이 사고로 안양, 광명, 부천 등 수도권 서부지역이 악취로 뒤덮였다. 주민 150명이 두통과 설사, 구토,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도심에서 발생한 당시 사건이 주민에게 준 충격이 컸다. 피해자와 주민들이 대책을 호소했다. 안양시가 회사 측과 협의를 벌였다. 시는 노루페인트와 공장이전 등에 합의했다고 주민에 밝혔다. 당시 발표는 주민들에게 ‘노루페인트 공장 이전’으로 각인됐다. 바로 그 부지에서 개발 계획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노루페인트 측 관계자가 전하는 입장이 의외다. “10년 전 내용은 알 수 없다”며 “현재 공장 이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알고 있는 협의 내용과 공장 측 주장이 상반된다. 더욱이 이를 설명하는 회사 측 입장이 단호하다. 10년 전 협의 내용 또는 합의 사항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내용이 있다. 노루페인트는 사고재발 방지대책으로 발열반응을 일으키는 수지제품은 다른 공장에서 생산키로 했다. 안양공장 이전에 대해서는 기본안을 마련해 협의한다고 돼 있다. 안양시가 공장 이전을 위해 제반 행정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관련 제품 이전 생산, 공장 이전 기본안, 행정 지원 등이 골자다. 다만 이런 협의가 어떤 구속력을 갖고 있는지 등은 알 길이 없다. 노루페인트 측의 입장 번복이나 안양시의 모호한 협의 가능성이 다 있다. 어느 경우든 우롱 당한 것은 안양시민이다. 특히 사고 이후 불안을 안고 사는 박달동 주민의 배신감이 크다. 이번 판단의 출발은 주민이어야 한다. 노루페인트는 이전 거부 이유를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시는 협의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연구단지 건축은 당연히 중단하는 것이 맞다. 건축 심의, 부서 협의도 진행하면 안 된다. 시 또는 회사 측 책임이 분명히 있다. 그 책임 소재를 밝히고 조치를 해야 한다. 시의회의 조사도 필요하다.

[사설] 환경미화원 안전 위해 ‘저상형 청소차’ 보급 확대해야

최근 5년간 부상 당한 환경미화원이 3만명을 넘는다. 사망한 환경미화원은 280명에 달한다. 근로복지공단이 201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집계한 통계다. 대표적인 위험 직종인 소방 공무원이 지난 10년간 부상 4천219명, 사망 55명인 것과 비교해 훨씬 높은 수치다. 경기도에서도 사고가 적지 않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환경미화원 안전사고가 499건이나 된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비롯해 넘어짐, 떨어짐, 부딪힘, 끼임, 절단·베임·찔림 등 유형도 다양하다. 환경미화원은 도로 주변을 청소하거나 쓰레기 종량제 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청소차량 뒤편의 발판에 의지해 이동하며 작업하는 환경미화원들을 보면 아찔하다. 차량은 거리와 골목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여기에 맞춰 미화원들은 발판을 오르내리며 쓰레기를 수거한다. 실내가 아닌 외부에서 일을 하는 데다, 차량에 매달려 이동하기 때문에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 폐기물을 수거하던 30대 환경미화원이 음주차량에 치여 한쪽 발을 절단하는 사고가 있었다.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에는 청소차량 운전자는 작업 인원이 매달리거나 적재함에 타고 있을 경우 운행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해 2018년부터 저상형의 ‘한국형 청소차’ 보급을 추진해 왔다. 운전석과 수거함 사이에 낮은 높이의 별도 탑승공간을 마련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수거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든 차량이다. 그러나 저상형 청소차 보급률이 상당히 낮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81대에 불과하다. 1월 기준 도내 생활폐기물 차량이 3천386대인 것을 감안하면 보급률은 2.39%에 그친다. 저상형 보급률이 저조한 주된 이유는 작업자들이 차량 승하차 시 작업 속도가 느려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만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청소차량 뒤 발판에 매달려 이동하는 게 위험하고 불법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방관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이 우선이다. 정부가 내놓은 작업안전 개선대책이 무용지물이라니 황당하다. 환경미화원 안전사고 발생 건수를 2022년까지 90% 이상 줄인다고 했지만, 사고 통계를 보면 개선대책 발표 이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저상형 청소차 보급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 작업의 실효성은 안전 다음이다. 더 이상 차량 뒤편에 목숨 걸고 매달려 다니는 환경미화원이 없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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