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볼 일이다.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일하고 싶은데 일하지 못하는 청년이 있다. 이들에 대한 국가 책임은 당연하다. 일자리 창출과 실업 구제를 해야 한다. 일하지 않는 청년이 있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들이다. 이들의 실업은 국가의 책임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과 실업 구제의 대상도 아니다. 이런 선택적 실업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구분조차 어려워 실업 정책을 혼란스럽게 한다.
통계청이 ‘그냥 쉬었음’의 수치를 발표했다. 만 15~29세 청년의 지난 7월 통계다. ‘쉬었음’ 청년이 44만3천명이다. 1년 전 동월보다 4만2천명 늘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이 통계에서 내리는 ‘쉬었음’의 정의가 있다. ‘비경제활동 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실업자’다. 아프지도 않은데 취업하지도 않는 인구다. ‘일하지 않겠다’는 주관적 판단에 의한 자발적 선택이다.
매년 7월을 기준으로 추이를 살펴보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0만명대를 유지했다. 2018년에 들어서 30만명을 넘겼다. 2020년에는 44만1천명까지 늘었다.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2022년에 36만1천명으로 일시적으로 줄었다. 2023년 다시 40만2천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올해 사상 최대인 44만3천명을 기록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하더라도 단연 높다. 30대 29만여명, 40대 28만여명, 50대 39만여명이 ‘쉬었음’ 인구다.
전체 청년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쉬었음’ 청년은 늘고 있다. 더 노골적인 수치도 있다. 일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쉬었음’ 청년 44만3천명 중에 ‘직장을 구할 의사가 없다’가 33만5천명이었다. 무려 75.6%다.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 통계다. 청년 고용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달 청년층 고용률은 46.5%였다. 1년 전보다 0.5%포인트 감소했다. 5, 6, 7월 석달째 계속 감소세다.
이런 저런 청년·취업 지원 정책은 이 순간에도 혈세를 쏟아 붓고 있다. 청년 국가기술자격 응시료 지원 사업, 응시료의 50%·1인당 연 3회 지원한다. 내일배움카드 지원 사업, 1인당 훈련비 300~500만원을 지원한다. 국민취업지원제도, 6개월 동안 월 50만원의 생계지원 등을 지급한다. ‘취업 안 하겠다’는 청년과 동떨어진 ‘취업 지원 혈세’다. 청년 기본소득이나 청년 지원금도 있다. ‘그냥 쉬겠다’는 청년에게 ‘그냥 주는 혈세’다.
산업 현장은 구인난이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며 혈세 준다. 청년 44만명은 ‘그냥 쉬겠다’고 한다. 청년 취업 지원이라며 여기도 혈세 준다. 정책 미스매치에 도덕적 해이까지 엉켜 뒤죽박죽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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