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점퍼 우상혁이 눈물을 흘렸다. 감독에 대한 미안함을 말하며 오열했다. “미쳐 날뛰는 모습 감독님께 각인시켜 드리고 싶었다. 저는 청춘이지만 감독님은 가정이 있으신데 저 때문에 매년 10개월 이상 해외에서 훈련하고 진짜 힘들었을 텐데….” 늘 웃음기 가득했던 그였다. 그가 얼굴이 붉게 상기되며 크게 울었다. 가린 팔뚝 사이로 눈물이 떨어졌다. 동고동락해온 김도균 용인시청 감독(국가대표 코치)에 대한 마음이었다.
11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뛰었다.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이었다. 2m17과 2m22를 1차 시기에 넘었다. 2m27 1차 시기에서는 바를 살짝 건드렸다. 2차 시기에서 가뿐히 넘었다. 운명의 높이는 2m31이었다. 세 번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잠시 고개를 떨궜지만 이내 웃음을 되찾았다. 가슴에 태극기를 치는 세리머니로 마무리했다. 도쿄 올림픽 4위였던 그는 7위의 성적으로 이번 파리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우상혁은 육상 불모지 한국의 보배다.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로 뛰어올랐다. 고난 극복의 역사가 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왼발과 오른발의 길이가 약 10㎜ 차이난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높이뛰기로 전환해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썼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초의 한국인 우승을 일궈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개인신기록 2m36이다. 대회 전부터 금메달 후보로 당당히 꼽혔다.
그는 소속팀인 용인시청에도 감사를 표했다. 2022년 10월 입단해 훈련해 왔다. 해외 원정 등에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다. 이번에도 이상일 시장 등이 현지로 날아가 응원전을 폈다. 이번 대회 금메달은 해미시 커(뉴질랜드)가 차지했다. 기록이 2m36으로 우상혁의 개인기록과 같다. 기록에 대해서는 의외로 담담했다.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족함을 느끼면서 계속 두드려볼 생각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날이 오지 않겠는가.”
파리 올림픽은 끝났다. 당당하고 활기찬 MZ세대 올림픽이었다. 당찬 소신 발언에 모두를 반성케도 했다. 함께한 감독을 대놓고 비판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 역시 ‘당찬 MZ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그 형식에 대한 이견은 일부에 있었다. 그래서 우상혁의 눈물이 특별했다. 지도해준 감독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스승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다. 그게 폭발한 뜨거운 눈물이다. 소중하고 가슴 저린 의미다. 어떤 금메달로도 대신 못한다.
우상혁의 눈물이 환희로 바뀔 날을 고대한다. 그가 꾼 ‘감독님과 미쳐 날뛰는 꿈’을 응원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