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을 최우선 업무지침으로 실행해야 할 대사라는 외교관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협상과 노근리 사건 등 한·미간의 민감한 현안에 대하여 우리 정부의 입지를 약화시킨 몰상식한 발언을 했다. 지난 21일 서울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한 양성철 주미대사가 영문일간지 코리아타임스와 가진 회견에서 SOFA협상에서 환경·노동문제 등을 제외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은 실언도 보통 실언이 아니다. “한국정부는 환경·노동·검역문제 등 이른바 트랙Ⅱ이슈를 SOFA조항에 넣으려고 하고 있으나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 부속문서로 넣는 문제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한 것이다. 양성철씨가 한국의 대사, 그것도 과연 주미대사인가를 의심케 하는 망발이다. SOFA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거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SOFA협상이 잘 안된다고 어떻게 이 조항을 더 상위개념인 한·미방위조약 부속문서에 삽입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않아도 미국측이 환경·노동·검역조항 신설에 대해 꺼리고 있는 상황임을 뻔히 알면서 주미대사라는 사람이 2차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공공연히 했으니 그냥 묵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노근리 사건 발언도 수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군지휘관이 피란민에 대해 사살을 명령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며 사건을 직접 목격한 사람도 찾기 어렵다”면서 “희생자의 실상을 포함한 법적인 접근법을 하면 상황이 복잡해지니 상호동의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마치 백악관 대변인처럼 말했다. 그러니까 양성철대사의 주장은 SOFA개정협상시 환경조항 등은 포기하고 노근리 사건은 미군범죄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논의치 말자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미대사가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다니, 외교관으로서의 자질을의심치 않을 수 없다. 국민과 국익에 반할뿐 아니라 비자주적이고 반민족적인 발언을 한 양성철 대사는 구차한 변명은 하지 말고 당장 사죄하고 거취표명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 또한 양대사의 발언이 정부의 방침인지 아닌지를 공식적으로 해명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불행이 아니고 국민의 불행이다. 총체적 사회위기 수준의 근원이 이에 연유하고 있다. 정부가 뭐라고 해도 국민이 불신하는 보편적 현상은 그 책임이 정부에 있음에도 당국자들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매우 우려스런 현상이다. 개혁정책을 포함한 제반 정책의 결정과정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니지 못한데다 집행과정에서도 일관성을 잃어 국민의 불신만 증폭하였다. 경제분야는 단기적 처방에 급급,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사회 분야는 양극화 조정의 기능 미흡에다 복지제도마저 차질을 빚는가하면 공공행정분야는 여전히 방만한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저기, 이것 저것에 손만대어 소리만 요란했을뿐 무엇하나 제대로 되어 딱부러지게 내놓을 만한것은 하나도 볼 수가 없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비전의 상실이다. 국민들은 과거가 그랬던 것처럼 현실도 그렇고 미래 역시 기대할 것이 없을 것으로 보는 무력감에 빠져있다.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고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먼저 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구렁이 제몸 추듯이 잘못된 결과도 마치 잘돼가는 과정의 일시적 혼란인 것처럼 호도하는 술수를 일삼아서는 불신만 더욱 깊어진다. 도대체가 정부는 권한만 행사할뿐 책임소재가 없다는 것은 세간에 각인된 오랜 정서다. 정부는 전정권의 강경식 부총리를 환란의 형사책임을 물어 법정에 세웠다. 자신들도 잘못된 정책집행은 물러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형사책임까지 질 각오를 하고 책임있는 집행을 해야한다. 직업공무원의 잘못된 행정처사나 범인들의 범사에도 과실로 피해를 입히면 민·형사 책임을 면치 못한다. 하물며 현저한 정책집행의 실책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를 정책사무라는 이유로 면책을 당연시 하기엔 심히 부당하다. 현정부는 출범이래 109조6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썼다. 이로도 모자라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40조원의 추가조성을 기정 사실화 하고있다. 원칙없는 즉흥적 구조조정이 밑빠진 독에 물붓는 꼴을 만들었다. 이러고도 진념재정경제는 과거의 공적자금은 쓸데다 썼고 지금 추가조성이 안되면 더 악화돼 국민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되레 큰소리 친다. 공적자금을 쓸때마다 이번이 마지막 이라는 말도 전에 수차 들었다. 나라 형편이 왜 이지경이 됐는지 국회는 철저히 따져 경위와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밝혀 문책할 것은 문책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지역의보노조가 불법파업 84일만인 지난 20일 복귀, 노사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막후협상이나 제3자중재없이 파업을 철회, 조건없는 업무복귀를 결정한 것은 노사양면으로 다같이 높이 평가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출범한지 3개월이 되도록 파행운영을 면치못해 민원이 제기되고 있던 터여서 노사정상화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돌아보면 공권력투입, 이사장폭행, 노조원 무더기징계등 불행한 사태가 있어 이에대한 앙금이 아주 없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사 모두 이를 배제하는 이성적 대처가 요구된다. 오직 법과 원칙에 의한 노사협상으로 상호 신의와 관용을 보이는 면모를 보고자 한다. 노사분규의 악성화는 법과 원칙을 떠난 분쟁이 마지못해 타협되곤 했던 그릇된 일부의 관행이 빚은 고질이라 할수 있다. 모처럼 새 국면에 접어든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사는 신노사문화를 이룩해보이길 바란다. 이 점에서 노조측이 당·숙직명령 등을 거부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재파업하겠다’고 하는 것은 깊은 재고를 바라고 싶다. 물론 실행의지보다는 사측에 대한 압박카드로 보고는 있으나 지난 3개월간의 공백에 타격을 겪은 국민들로써는 그리 듣기좋은 것은 아니다. 또 원만한 노사협의에 도움이 될 것으로도 생각되지 않는다. “국민들 불편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복귀한다”고 밝힌 초심 그대로 국민을 위해 배전의 노력으로 근무에 임하는 것이 도리라고 믿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끝없는 의약분업분규에 지칠대로 지쳐 있으면서 보험료 인상을 떠안고 있다. 이런 판에 의료체계의 중추를 이루는 국민건강보험공단마저 또다시 파행이 시작된다면 국민적 분노를 면키 어렵다. 통합공단은 노사가 힘모아 해야 할 일이 태산같다. 책임경영, 능률의 극대화, 보험서비스의 수준향상 등은 초미의 당면과제다. 노사관계를 대결구도로만 치달아서 잘될수는 없다. 협력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서로가 상대의 권능을 인정하는 가운데 주장할 것을 주장해야 좋은 결실을 맺는다. 지역의보노조의 복귀를 거듭 환영하면서 노사화합차원의 원만한 협상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단이 되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병·의원 등 의료기관들의 부당 의료보험 급여 청구 사례가 매년 늘고 있는 것은 공분을 금치 못할 일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98년 1천216억원의 의료보험 급여가 부당·과잉 청구된데 이어 지난 해에는 34% 증가한 1천633억원이 부당청구됐고, 올들어 6월말까지는 732억원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인천지역 상당수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들의 부당 청구율도 각 병원별 총 청구건수 대비 6∼60%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의 이같은 의료보험 급여 부당 청구는 결과적으로 의료보험조합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불러오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켜왔다는 점에서 예삿일이 아니다. 더구나 의약분업 갈등으로 야기된 의료계의 장기폐업으로 국민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밝혀진 이같은 병·의원들의 한심한 행태는 개탄의 정도를 넘어 분노를 끓어 오르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약값의 부정·과다청구가 문제된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는 고가장비 이용진료비나 종합건강진단료 등을 멋대로 책정, 환자에게 부담시킨다든지, 의료보험 진료수가가 일정액으로 정해져 통제를 받자 진료와 의료 서비스품목을 확대, 마음대로 요금을 올려받아 비난의 대상이 됐었다. 이밖에 출산때의 제왕절개 분만율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것은 제왕절개를 통해 입원기간과 약물투여를 늘려 진료수익을 보전하려는 의사들의 의도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물론 의료계로서는 나름대로의 이유들을 제시하나 설득력이 없다. 이번 의료보험 급여 부당 청구 사례만 해도 그렇다. 의료계는 ‘부당’청구가 아니라 의료보험 급여의 산정방법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달라 일어난 ‘착오’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의료기관엔 분명히 평가원으로부터 의료보험 급여 산정방식이 통지됐을 터인데도 평가원의 산정방식과 달라 생긴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의료행위 및 보험 급여를 둘러싼 부조리나 폭리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돼서는 안된다. 의료계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함께 크게 훼손된 신뢰회복을 위해 분발해야 한다. 더욱이 장기파업을 하고 있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원망과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이제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룬다는 직업적 긍지와 사명감을 다시 다잡고 배전(倍前)의 노력으로 국민에 봉사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수준인 35명으로 줄인다는 목표아래 2004년까지 1천99개교를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도내에 2004년까지 289개교의 초등학교를 새로 지을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가운데 109개교는 주택가 등 인구밀집 지역에 학교를 지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즉 학교를 지을 땅이 없다는 것이다. 수원시교육청의 경우 매탄동, 권선동, 우만동 등지에 12개 초등학교를 설립할 계획이지만 학교신축부지가 없으며 과천시와 안양시는 학교신설부지가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인데다 그린벨트나 자연녹지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렇게 수원, 안산, 성남, 안양, 과천, 부천, 의정부를 비롯한 대도시가 초등학교를 지을 땅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것은 도시계획법상의 각종 규제가 주원인이다. 수원은 학교부지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기 때문이며 주택가에 있는 공원을 학교용지로 활용하려 했으나 수원시도시계획위원회에서 부결됐다고 한다. 안산교육청도 공원부지를 활용키 위해 안산시에 공원부지 해제를 요청했으나 주거환경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도시·농촌지역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신축공사는 계속되고 다른 공공기관 건물들은 잘도 들어서고 있는데 미래의 주인공들이 공부할 초등학교 신축부지가 태부족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공원이나 공원부지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가 주거환경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사실 그대로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계 풍토가 이렇게 심각할 때 교육당국에 당부한다. 개발제한구역이나 공원부지 등을 학교용지로 변경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와 적극적으로 협의하라는 것이다. 용도만 지정됐을 뿐이지 알고 보면 빈 땅도 많을 수 있다. 또 인구과밀지역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외곽지역으로 이전하고 그 학교를 초등학교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할만 하다. 그리고 정부의 과밀학급해소 정책은 물론 환영한다. 하지만 만일 현실이 전혀 따라주지 않는 이상적인 계획이라면 학교신설 숫자를 신축적으로 재고할 것도 아울러 제의한다.
경기도가 대기오염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인천·서울시와 함께 차고지·터미널 등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자동차 공회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제정을 추진키로 한데 이어 특히 광역자치단체 단위로는 처음으로 지역대기환경기준을 설정키로 했다. 규제기준 대상은 대기오염의 주요 물질인 아황산가스와 이산화질소·일산화탄소·미세먼지·오존 등 5개 항목으로 국가환경기준치보다 한층 강화된 기준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도 당국의 이같은 대책 제시는 날로 심화되는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조례·법규와 ‘규제기준’은 대기질(大氣質)개선을 위해 갖춰야할 기본토대로 맑은공기 대책의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도 당국이 대기질 악화를 막기 위한 ‘기준’과 ‘대책’들을 형식적으로 수립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저공해 연료와 저공해 차량을 공급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대기오염상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당국이 대책만 그럴듯 하게 마련했지 제대로 시행되도록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기오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비의 산성도가 매년 강해지고, 오존경보제가 도입된 97년 이후 오존주의보 발령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당국의 대책들이 구체적으로 실행되지 않고 헛구호에 그친 결과다. 무엇보다도 대기오염의 주범은 미세먼지와 자동차 배기가스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이 햇빛과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생겨나는 오존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가는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가 없다. 스모그현상 또한 마찬가지다. 대기오염이 폐질환 및 각종 암을 유발한다는 의학보고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그런데도 대형버스 트럭 등 각종 차량이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며 질주하고 있어도 규제 단속하는 것을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제 대기오염대책은 국민건강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 시행해야 한다. 당국은 그저 공회전 규제 조례를 만들고 대기환경기준을 마련하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대기환경기준 및 배출허용기준에 따라 매연자동차 등 오염배출원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단속을 실시해야 한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대책은 그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국제시장에서 지난 18일 걸프전 이후 최고가인 37달러를 기록하는 등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유가가 35달러이면 한국은 내년도에 50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한국 수출의 효자였던 반도체 가격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대우차는 인수의사를 밝혔던 포드가 포기함으로써 대외 이미지에 손상을 가져왔다. 그런데다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실패하여 오히려 국민의 혈세만 축내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북한문제에만 얽매여 경제문제는 뒷전으로 가 있고 정치권은 당리당략 때문에 정쟁만 일삼아 정기국회는 개점 휴업 상태이다. 주가는 지난 월요일에 무려 50%나 폭락하여 투자자는 망연자실하고, 물가는 치솟아 주부들은 시장에 가기가 겁난다고 한다. 제대로 준비안된 의약분업으로 환자들만 고통을 받고 있으며, 내주에는 의대생들이 자퇴서를 제출하고 내달 6일에는 의사들의 총파업이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의 경제상황은 1997년 하반기와 너무도 흡사하다. 그때와 다른 것은 집권당이 바뀌었다는 것일뿐 한국을 에워싼 경제환경은 대동소이하다. 여야 정당은 바뀌었으나, 정치권력층의 구조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경제위기극복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경제각료들은 아직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면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대책 역시 그때와 비슷하니 국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유가급등·반도체 하락 등은 국제경제환경의 변화이기에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를 예견하고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포드의 대우차 포기 등은 정부가 신뢰성을 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파생된 것이다. 포드의 포기의사를 감지했다면 사전에 대책을 강구, 지금과 같은 주가 폭락은 막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경제위기를 인정하고 비상대책을 세워야 된다. 선심성 경제정책은 과감하게 연기해야 하며, 긴축재정을 실시해야 된다. 금융구조 조정을 더욱 강도있게 실시하여야 되며, 공공부문의 개혁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된다.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강요하지 말고 정부가 스스로 모범을 보여 개혁을 추진해야 된다. 시간은 결코 우리편에 있지 않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된다.
올 11월 착공예정인 경인운하 건설계획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물론 인천시 서구의회도 반대입장을 보이고 운하건설계획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도권의 물류를 해상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인프라로서 운하건설이 불가피하다며 밀어 붙이고 있어 반대론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인운하 건설사업의 공공부문에 참여한 한국수자원공사의 일부 이사들도 이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과 파문이 일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경인운하사업 민자법인에 대한 출자안을 의결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개최한 이사회에서 2명의 이사가 사업타당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밝혔졌다. 인천항이 서울의 관문으로서 그 역할이 중대함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특히 수출입 의존도가 큰 우리 입장에서 인천항만시설과 항만배후 교통망의 수송능력은 국가경제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더군다나 인천항만 배후도로가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경인운하 건설구상은 기본계획이 기술적 기능적으로 잘 조화되어 환경친화적으로 차질없이 완성된다면 수출입화물 수송능력제고의 경제적 중요성은 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대형사업은 학계와 환경단체의 지적처럼 생태계 파괴의 우려와 함께 한강하류의 남북 도시문화권의 단절 문제가 있으므로 기본계획을 조정 보완하는 데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검토해야 할 중요요소는 경인운하가 가동될 경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다각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일이다. 한강하류의 3급수 물과 굴포천의 오염된 물이 유입될 경우 운하의 물이 썩고 이 물의 서해바다 유입은 해양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환경단체가 가장 우려하는 한강하류지역의 폭 100m 운하로 인한 남북의 인위적인 단절과 검단지역의 고립문제 등을 해결 완화할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 관계당국은 이제 환경단체나 주민들이 제기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전문적 검토가 끝났다며 일방적으로 강행할 것이 아니라 환경단체의 주장 내용들을 충분히 고려, 환경친화적 보완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경인운하같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다. 착공날짜에 얽매어 졸속과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마치 고유가를 최대한 교묘히 이용하는 것 같은 불쾌한 인상을 준다. 산업자원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밝힌 전기요금 인상방침도 염치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외국, 특히 비산유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만큼 에너지 소비절감 차원에서 유가정책과 마찬가지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자부의 이러한 방침의 이면에는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3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의 경영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산자부는 일단 산업용 전기요금은 그냥 두고 월간 사용량이 300㎾ 이상인 가정에 대해서만 요금 할증폭을 50%가량 높이는 등 산업 및 일반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면피에 지나지 않는 속셈이다. 장기적으로 현행 7단계인 가정용 요금 누진체계를 4∼5단계로 축소하고 전체 전력소비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도 단계적으로 현실화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당장 산자부가 추진하겠다는 대로 전기 과다사용 가정에 대한 요금인상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월 전기사용량이 300㎾ 이상인 가구는 전체 가구수(1천600만가구)의 7.6%, 가정용 소비량의 13%에 불과해 에너지 절약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전력소비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과 일반가정의 요금 인상은 불가피해질테고 산자부는 이를 추진할 것이다. 국민을 얕잡아보는 상투적인 인상수순이 손금처럼 드러나 있을 뿐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의료보험료수가 대폭 인상에다 태풍 피해 등 물가인상 요인이 그야말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난국에 매년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을 고유가에 슬며시 끼워 인상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불씨를 꺼보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산업자원부는 가계에 부담을 주고 국민의 불신과 불만만 가중시키는 전기요금 인상계획을 당장 백지화하기 바란다. ‘에너지 소비절감 차원’에서 유가정책과 같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산업자원부의 인상계획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고리대금 업자들의 횡포가 심각하다. 최근 돈 가뭄에 허덕이는 중소업체나 서민들에게 월 10∼30%의 고리(高利)로 급전(急錢)을 빌려주고 기한내 돈을 갚지 못하면 폭력배를 동원 채무자를 감금 폭행하고 원금보다 몇배나 많은 돈을 얹어 받아내거나 허위차용증을 받아내는 등 사채업자에 의한 청부폭력사건이 도내에서 월 평균 10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경기일보가 엊그제부터 보도한 기획기사 ‘서민 울리는 고리대금업’ 시리즈에서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추석 보너스와 봉급자금으로 1천만원의 급전을 빌렸던 어느 영세업자는 10일치 150만원의 선이자를 떼였으나 10일후의 이자를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가 고용한 해결사들에게 납치 폭행당하고 결국 원금에 갖가지 명목을 덧붙인 1천400만원을 갚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또 단돈 100만원을 빌린 어떤 서민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갚지못해 해결사들에게 폭행당한 끝에 500만원의 허위차용증서를 써줘야 했다. 이처럼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렵고 급전이 필요한 영세업자와 서민들에게 신용카드를 담보로 삼는 소위 ‘카드깡’ 및 가계수표 할인과 일수·신용대출을 해준다며 유혹, 이들로부터 고리를 챙기는 악덕 사채업자는 도내에 수백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에 따라선 고금리의 지하자금이 급박한 상황에 빠진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이 요긴하게 이용하는 ‘필요약’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고리횡포가 영세업자나 서민을 재기불능상태에 빠지게 하고 금융시장을 왜곡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경제를 좀먹게 하는 독버섯이므로 이 사회에서 마땅히 제거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사채업자들이 채권회수를 위해 조직폭력배를 고용, 납치 협박 폭행을 일삼는 등 그들과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범죄조직과 다를바 없다. 사채업자가 사업자 등록없이 신용카드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대금업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저촉되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이제라도 돈줄이 막힌 서민층 및 중소기업을 울리는 고리 대금업자의 불법·변칙영업과 그에 기생하는 폭력조직을 철저히 추척 발본색원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감독 당국도 영세상인이나 중소기업을 외면한 제도권 금융기관의 서비스 부족이 불법 고리대금업의 번성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