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부담 국민전가는 부당

요즈음 공무원 사회가 연금문제 때문에 시끄럽다. 그 동안 연금부담률 인상, 연금 축소 등 설왕설래하던 연금법의 개정 내용이 발표되어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개정 내용에서 공무원 연금부담이 현행 월급여액의 7.5%에서 9%로 인상될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반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9일 공무원의 연금 부담률을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부터 실시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향후 5년간 1조∼1조3천억원을 추가로 지원하여 연금 기금을 운용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연금법 개정안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공무원 연금법은 현재 고갈된 연금 기금의 확보를 위해서 개정되어야 하는 당위성은 인정한다. 97년에 6조2천억원이나 되던 연금 기금이 현재 1조8천억원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아 이대로 가면 연금 기금은 적자는 고사하고 파산될 지경에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개선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연금 기금이 이 지경이 될 상황까지 정부는 무엇을 한 것인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무엇보다도 연금 운용을 방만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방만하게 운용한 책임은 지지않고 단순히 공무원 부담률이나 인상하여 적자를 보전하겠다는 안이한 시각은 너무도 무책임한 발상이다.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려는 계획도 문제가 있다. 공무원 연금 지급 책임은 국가에 있고 따라서 문제가 있을 때 결국 세금에 의하여 문제를 해결치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부실기업의 처리를 공적자금으로 해결하려는 것과 같이 공무원 연금이 부족하다고 하여 정부예산으로 무조건 지원하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연금 고갈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나 대책없이 임시방편으로 국민의 혈세나 사용하려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대책이다. 공무원 연금을 비롯 각종 연금 운용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대단하다. 대부분의 연금 운용이 퇴직 관리들에 의하여 부실하게 운용되고 있으며, 또한 투명성도 문제가 있다. 이번 기회에 각종 연금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하여 부실 운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연금 운용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 잘못 운영해 놓고 손쉽게 국민의 혈세나 사용하고 또한 부담률이나 인상하는 안이한 태도는 버려야 한다.

신도시 건설 신중해야 한다

수도권 신도시 건설에 대한 논쟁이 또다시 일고 있다. 건교부 용역의뢰로 개발계획을 마련한 국토연구원은 수도권의 늘어나는 주택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이는 정부의 일관된 수도권 과밀화 억제시책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를 거친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엊그제 개최한 공청회에서 성남 판교와 화성 중부 그리고 아산만권 배후지역등 3곳에 수백만평 규모의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토연구원은 또 중장기적으로 파주 고양 의정부 등 경기북부와 김포 남부, 화성 남·서부지역에도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물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난을 감안하면 새로운 택지개발과 주택의 지속적인 공급은 불가피하다. IMF이후 주택건설이 큰 폭으로 줄어 최근 수도권의 전세가가 크게 오르고 공급부족의 영향으로 월세전환까지 늘고 있는 추세여서 주택공급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도권 신도시 건설은 단순히 주택공급 확대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수도권 집중 비대화를 막기 위한 개발억제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였음에도 주택공급 확대 등을 이유로 신도시 개발이 무계획적으로 추진돼 왔고, 그로 인한 도시기능 기형화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80년대말 건설된 신도시가 그렇듯 새로 들어설 신도시가 자족도시가 되지 못하고 단순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게 되면 수도권 전체의 환경과 교통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신도시 자체의 교육 복지 문화 치안 공공서비스 등의 생활여건도 문제가 된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의 부작용과 역기능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심각한 상황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신도시 건설 방안은 기존의 고밀도 개발방식에서 탈피해 용적률을 낮추고 녹지율을 높여 환경친화적인 주거공간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도시건설계획은 주택정책 차원만이 아닌 수도권 균형개발과 정비계획까지를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니라 도시기반 및 생활편익시설은 물론 산업과 상업기능을 함께 갖춘 자족도시여야 한다. 당장 주택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작정 신도시를 건설하다 보면 과밀 혼잡의 수도권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러브호텔 규제책 火急하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러브호텔 대책을 위해 경기도가 위락지구 지정 및 특정용도 제한지구 신설을 골자로 한 조례개정에 착수했다고 한다. 주거지까지 파고드는 러브호텔의 병폐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도가 중앙정부에 대해서는 상위법 개정을 촉구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러브호텔의 입지를 제한할 수 있는 조례개정안을 마련중인 것은 비록 늦기는 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시행돼야 할 중대현안이다. 경기도가 도시계획조례를 고쳐 특정용도 제한지구를 신설하면 시·군에서도 위락지구 지정 및 도시계획조례를 제정, 러브호텔을 단일지구화하고 건축위원회 사전심의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신규숙박시설의 건축을 제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요즘 러브호텔이 사회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자못 심각하다. 본보가 심층취재하여 보도중인 ‘우후죽순 러브촌’ 기사내용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대로 남한강변인 양평군 강상면·강하면 일대의 호텔, 시흥시 월곶동 러브촌, 화성군을 비롯한 경관이 수려한 농촌지역의 모텔들, 양주군 장흥면 장흥관광지 계곡의 호텔, 심지어 학교주변과 주택가까지 들어선 모텔은 이제 ‘러브호텔 결사반대’를 주장하는 시민운동의 대상까지 되었다. 경기도내 시장·군수협의회도 10일부터 12일까지 경주 조선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7차 회의 및 세미나에서 시장·군수, 구청장이 숙박시설 등 건축허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관련 건축법 조항을 신설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학교주변과 주택가에 러브호텔이 난립한 이유는 일선 지자체와 정부 관련 부처들이 제각각 땜질식 처방만을 제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할수 있다. 이번에 경기도가 건교부 및 교육부 등 중앙정부에 개정을 촉구한 상업지역내 숙박시설 이격거리 확보와 용도제한 그리고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확대 및 동구역내 숙박시설 금지 등이 관철되어 러브호텔대책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바란다. 특히 러브호텔 문제는 도시계획법 및 관련 인허가규정, 행정편의주의,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생긴 사회문제이므로 반드시 일관된 법령강화와 인허가 실명제 등이 시행돼야 한다.

은행 社外理事가 돈창구?

경제개혁 차원에서 도입된 사외이사(社外理事)제도의 난맥상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및 종금사 등 18개 금융기관이 사외이사와 사외이사 관계기업에 빌려준 대출잔고가 지난 6월말 현재 7천7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는 독립적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하고 자문을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외이사의 본질적 기능은 견제와 감시인데도 금융권의 사외이사와 사외이사 관계기업이 은행과 자금 대차관계에 있는 것은 결코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금융기관의 사외이사가 자신과 관계있는 기업을 위한 대출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만도 한 것이다. 더욱이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돼 개혁과정에 있는 조흥은행과 서울은행 등이 사외이사 관계기업에 대출해준 규모가 153억7천900만원에 이르는 것은 놀랍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러고서는 금융도 그렇고 기업 모두 개혁과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융기관의 사외이사직을 이용 자신과 관계있는 기업에 자금을 대출토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마땅히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일이다. 설사 재벌그룹회장이나 주주가 이미 돈을 빌려 쓴 여신은행의 사외이사로 선임됐을 경우에도 비록 선임자체가 적법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제도의 도입정신이나 국민정서에 비추어 볼때 온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기업에 대한 시장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는 대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 위치에 있어야 함과 마찬가지로 은행이 돈을 빌려준 대차관계기업의 대주주 등에 사외이사직을 제공하는 것은 마땅치 않는 것이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쓴 기업의 경영자나 주주가 은행의 사외이사로서 핵심적 기능인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은 이제라도 금융기관의 사외이사가 옳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자유로운 활동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사람으로 사외이사를 대체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금융기관은 경영정상화를 조속히 실현하기 위해서도 사외이사와 사외이사의 관계기업에 대출해준 자금을 조속히 회수해야 할 것이다.

음주 문화 이대로는 안된다

최근 가을단풍 놀이 등과 같은 행락철을 맞이하여 한국인의 음주문화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주말만 되면 전국의 유원지는 행락철을 맞이하여 인파들로 넘치고 있으며, 이곳에는 반드시 술이 있어 술타령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안에서 술취한 취객들의 고성방가가 난무하여 모처럼 즐기는 휴일 나들이를 망치는 때가 비일비재하다. 담배와 더불어 인간의 기호품인 술은 인간사에 있어 스트레스 해소나 타인과의 의사 소통 등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친 과음으로 인한 피해는 개인의 파괴는 물론 사회질서 자체를 훼손시키는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음주로 인한 대표적인 피해 사례가 교통사고와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사고이다. 한국은 아직도 교통사고 최다국의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바, 이들 사고의 대부분이 음주와 관련된 예가 많다. 지난 해 우리 나라에서는 무려 38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이는 전년보다 6.1%가 증가된 것이며, 거의 충남 천안시 인구와 비슷하다. 음주운전은 죄없는 타인에게 희생시키는 범죄행위이며, 음주자 스스로도 파멸의 길을 가는 것이다. 경찰이 음주단속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운전자 스스로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가지지 않는 한 소용이 없다. 음주로 인한 산업현장에서의 피해도 적지 않다.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공사장과 같은 산업현장에서 추락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70%가 음주 때문에 야기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놀라운 사고율이다. 작업장에서의 음주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심지어 물놀이 사고나 화재 사고의 경우도 무려 70∼80% 정도가 음주로 인한 사고라고 하니 결코 간과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외에도 음주로 인한 사고는 너무도 많아 염려된다. 음주로 이러한 사고율이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고 하니,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발전에 있어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건전한 음주문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교육은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사회 등에서 동시에 실시되어야 한다. 과음으로 인해 더 많은 피해를 입기 전에 건전한 음주문화 확립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된다.

정부가 못난 ‘의·정’파행

끝간데 없는 의약분쟁속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은 정부에 그 책임을 묻는다. 1년동안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대해선 더 물을 생각이 없다. 도대체 석달동안에 의료파업이 서너차례나 자행되는 나라가 우리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치료를 못받는 암환자들이 일본과 미국에서 치료받기 위해 줄을 잇대는 지경이다. 돈 있는 환자들이야 그럴수 있지만 돈 없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주검만 기다려야 할 판이다. 의료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가고 있다. 의사들은 이를 모르지 않으면서 파업을 일삼고 정부는 이를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끌려만 간다. 의·정 대화가 겉돌고 있는 것은 결국 정부의 무능이다. 의약분업을 위해 국민은 내년까지 1조5천억원을 추가부담한다. 정부가 의료계 주장대로 약사법개정을 다짐하는데도 의료계는 이를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도대체 진료권의 한계는 무엇이고 조제권의 한계는 어디란 말인가. 오죽하면 의사들이 정부의 의약분업시책에 기를 쓰고 반대하겠는가 싶어 이해하려 했던 국민들도 이젠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보편화 됐다. 지금 이 마당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약분업의 전반적 추진에 잘못이 있으면 과감하게 인정, 고쳐야 할 것은 고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의료계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데도 굳이 인색할 필요가 없다. 그대신 국민을 위한 의약분업에 객관적 확신이 서면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파업의사들에 대한 행정대응으로 면허취소도 불사한다고 하지만 그 말이 곧이 들리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하물며 의사들은 더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정부의 공권력이 이토록 실추된 것은 사회공익을 위해 유감이다. 의료계 또한 이번 파업이 정말 불가피한 선택이었는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인명을 다루는 의사는 직업상 그에 상응한 예우를 물론 받아야 하지만 의료계 내부문제를 의약분업과 연계시키는 비약이 없지 않았나 돌아보기 바란다. 당초 파업률이 전보단 낮고 파업 참여율 역시 당초보단 점점 낮아지는 것은 불행중 다행이나 하루라도 빨리 전 의료계가 정상화되는 자체노력이 요구된다. 파업은 어떤 이유로든 더이상 안된다. 정부와 의료계는 납득되는 대타협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자치단체장 예산집행 정당해야

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예산집행 행태에 제동을 걸게된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마련됐다. 감사원이 만들어 재정경제부가 정기국회에 제출한 이 법안은 국회통과 즉시 시행된다는데 ‘상급자의 위법한 자금 지출 지시에 대해 회계관계직원이 이유를 명시해 거부했음에도 다시 지시한 경우 상급자가 단독 책임을 진다’는 조항(제8조)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단체장이 규정을 어기거나 변칙적으로 집행한 돈은 변상해야 한다. 즉 불필요한 보상, 시가보다 과다한 지출, 다른 항목의 예산을 특정 항목에 끌어 쓴 경우 단체장이 변상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의 모든 長으로도 변상책임을 확대시켰지만 사실상 초점은 자치단체장이다. 1995년부터 민선으로 뽑힌 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인기위주의 선심성 예산을 집행하고 중앙정부의 재정업무지침을 묵살해온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혈세를 잘못 쓴 책임에 대해선 자기 돈으로 물게 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법을 고쳤다는 것이다. 현행법엔 ‘규정위반으로 인정되는 회계행위를 명령했을 때는 상급자가 연대책임을 진다’(제7조)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단체장이 책임을 진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감사원으로부터 변상 판정을 받은 사례는 모두 50건으로 79억원의 변상액을 모두 회계직원에게 부과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회계직원들은 기관장 등 상급자의 부당한 자금지출 지시를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어 ‘억울한 변상’ 사례는 없어질 전망이어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착돼 가는 자치단체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또 정당한 시책을 위해 예산을 집행토록 지시하는데도 만일 잘못될 경우를 생각한 회계직원들이 지출을 지연하거나 거부한다면 지자체장들이 소신껏 일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민선임을 내세워 국민의 혈세를 주머니돈 쓰듯 한 일부 지자체에 국고의 소중함을 자각시켜준다는 점에서 환영을 한다. 아울러 하급자가 거부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수 있도록 ‘거부의견 표시로 인사 등의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반드시 추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총재회담을 보는 시각

오늘 김대중민주당총재와 이회창한나라당총재가 청와대에서 여야총재회담을 갖는다. 아울러 국회가 정상화된다. 정기국회 회기 100일중 40일을 허비한 국회가 남은 회기나마 충실하기 위해서는 총재회담이 잘 돼야 한다. 지난 6월 24일 의약분업때문에 만났다가 선거부정공방으로 국회가 파행에 들어간 이래 약 3개월반만에 만나는 것이다. 현 정권 들어서는 여섯번째 갖는 총재회담이다. 오늘의 총재회담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불행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관계법개정 및 경제청문회개최, 인위적 정계개편중단 및 여야경제협의회구성, 상생의 정치구현, 남북문제의 초당적 협력 등은 과거 수차 가진 총재회담의 합의사항이었으나 결과는 거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의약분업분쟁은 최악의 고통을 국민들이 겪고 있다. 물론 이번 회담은 의제나 합의문등에 철저한 사전조율이 있었던 과거회담과는 달리 현안전반에 터놓고 논의하는 허심탄회한 자리가 될 것을 서로 다짐하고 있어 다른 점은 있다. 김총재는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4대부문 개혁, 남북관계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정치권의 협력등을 당부할 것이고 이에 이총재는 구조조정의 투명성, 시장원리존중의 촉구와 함께 유연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제기할 것으로 보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국경색의 발단이 된 한빛은행사건 등 3대 쟁점의 구체적 해법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자민련의 교섭단체문제에 대한 서로간의 입장 또한 분명하게 해두는 것이 떳떳하다. 여야총재가 가진 두·세시간의 회담으로 국정 전반에 걸친 상호 조율이 가능하고 정기국회가 꼭 순탄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서로간에 얽힌 감정의 앙금이 말끔히 씻길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 그러나 내치의 안정없이는 남북관계도 대외신인도도 어려운 것이 집권여당의 입장임을 알아야 한다. 야당도 국민이 용인하는 장외투쟁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성찰할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이런점에서 형식적회담이 아닌 실질적회담이 돼야 한다. 회담결과를 공동발표문 형식으로 밝혀 쌍방의 책임을 국민에게 담보해둘 필요가 또한 있다. 이에대한 능동적 노력이 김대중총재에게 요구된다고 보는 것은 평소 강조한대로 정국주도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집권여당에게 있기 때문이다. 큰 정치는 생산적인 정치이며, 이는 상생의 정치에 있는 사실을 총재회담, 그리고 정기국회에 일러둔다.

‘러브호텔족’ 누구인가

러브호텔이 사회문제화 하면서 부천시에서는 건축허가를 취소하는 반면에 옹진군에서는 섬지역까지 허가하는등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양 일산주민들은 러브호텔 출입차량번호의 인터넷공개를 들고 나서 주목을 끈다. 러브호텔이 사회문제화한 것은 그 연유가 환경파괴에 있다. 자연환경파괴로는 남한강등 산자수명한 자연을 형질변경, 막심한 폐수공해등을 유발한다. 육지의 강변으로도 모자라 이젠 해상의 섬까지 러브호텔이 상륙하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주거 및 교육환경 파괴 또한 그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륜현장의 온상으로 각인된 러브호텔은 인격형성과정의 자녀, 학생들에게 적절치 못한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들로선 마땅히 경계의 대상이 아닐수 없다. 도대체가 독버섯처럼 번진 그 하고많은 러브호텔이 왜 생겼는가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사회의 책임이 크다. 러브호텔이란것 자체가 문제이긴 하지만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있을 턱이 없는 점에서 일부 기성사회의 윤리의식에 문제가 없다할 수 없다. 대저, 러브호텔을 그토록 애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호텔 종업원의 눈까지 마주치는 것을 꺼린 고객성향을 틈새삼아 무인봉사 시스템을 둔 러브호텔이용은 두가지를 생각해볼수 있다. 그 하나는 불륜의 사안이다. 불륜에 경중을 가리는 것은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후미지거나 무인시스템의 러브호텔을 굳이 이용해야 할 정도의 불륜이라면 사회의 지탄을 받아도 엄히 받아야할 대상으로 볼수 있다. 또 하나는 서민대중과는 거리가 먼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이 고객임을 생각할 수가 있다. 권세깨나 있고 재력깨나 지닌 이들이 가치관 전도의 이면생활을 탐닉하는 장소가 바로 러브호텔인 것이다. 결국 러브호텔족은 상류층 또는 지도층이란 판단이 가능하다. 충격적인 현상은 도대체 러브호텔 소비계층의 성문화가 얼마나 심히 타락했으면 그토록 많고 많은 업소가 성업을 누리겠는가 하는 점이다. 외국 어느나라에서도 러브호텔은 고사하고 숙박업소가 우리만큼 범람한 나라는 없다. 사회의 성도덕 문란도 문란이지만 행세계층의 우심한 성문화 타락상을 보여주는 것이 러브호텔의 호황인 것이다. 지도층부터 자각하는 기성사회의 각성이 크게 요구된다. 일산주민들의 러브호텔족 차량번호의 인터넷 공개는 이런 각성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의 하나로 볼수가 있다.

지방자치권 확대 시민운동

경기 인천지역 등 전국 20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지방분권 확대와 자치정착을 위한 시민운동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운동은 최근 정부가 지자체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과 단체장에 대한 서면경고 및 대리집행제 등 단체장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단체장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때에 전개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민단체가 설정한 핵심과제는 ▲주민투표법 제정 ▲주민감사청구 요건 중 필요 청구인수 하향조정을 위한 법규개정 ▲주민의 조례개정 및 개폐청구에 필요한 인원수 축소조정을 위한 법규개정 ▲자치입법권 확대 등 4개항이다. 시민단체의 이같은 목표들은 그동안 지자제를 실시하면서 드러난 자치단체장의 독선과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경영 등 문제점을 주민들의 감시·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지방자치의 자율성과 독창성의 확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진취적인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방자치란 중앙집권적 통제로부터 벗어나 그 지역의 일은 그 주민 스스로 결정, 집행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방자치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자주입법권 자주조직권 자주행정권 자주재정권 등 소위 자치4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주민들로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 있어야 완전한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위의 자치4권중 어느 것 하나 자치단체들이 온전히 누리고 있는 것은 없다. 또 현행 지자법은 주민이 직접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없어 반쪽자치란 비판을 들어 왔다. 주민감사청구도 ‘20세 이상 주민총수의 50분의1 범위내’로 되어 있고, 조례개정 청구는 20세 이상 주민총수의 ‘20분의1’로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청구권 행사가 어렵다. 그런만큼 시민단체가 주민감사청구권등 요건을 완화하고 지역의 주요현안을 주민이 직접나서 결정하는 주민투표제의 시행을 주장하는 것은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행자부와 국회는 시민단체의 이같은 요구를 검토, 법제화 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으로 주민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행정의 독창성과 자율성이 강화되고 자치권이 확대되어야 지방자치의 본질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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