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의 문제점

텔레비전 드라마천국의 방송3사가 국내 외국 음악출판사들로부터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외국음악의 사용주장과 함께 저작권료 지불을 청구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이같은 청구소송이 제기된 사실이 보도됐다. 과연 외국음악의 저작권을 침해했는가 여부의 관점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므로 여기서 말할 성질은 못된다. 다만 드라마 배경음악은 소정의 저작료를 주는 방송사 외의 음악담당전문가가 따로 있으나 방영의 책임상 소송당사자 입장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배경음악은 원래가 창작품이다. 그러나 과거엔 작곡가 가운데 국내음악을 더러 표절하는 사례가 없지 않아 이런 드라마 작곡가를 가리켜 ‘빈대떡장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떻든 외국음악의 무단사용시비는 드라마 배경음악 작곡의 한계를 넘는 드라마 홍수에 기인한 것으로 볼수 있어 적잖은 문제점을 시사한다. 방송3사가 방영하는 드라마는 주간 20여편으로 1일 약 4시간이나 돼 기본편성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방송사마다 가을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공영방송임을 강조하였으나 드라마 홍수사태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채 아침드라마부터 울고 불고 짜기가 예사다. 소재 또한 뻔한 삼각관계의 사랑타령이거나 황당한 폭력물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질이 심히 의심되는 드라마전파를 다투어 펑펑 쏘아대는 것은 시청률 경쟁을 의식한 상업방송의 속성 때문이다. 공영방송을 말하면서 상업성 위주에 찌든 방송3사의 고질은 좀처럼 달라질줄 모른다. 내친김에 더 말하면 쇼등 오락물 거의가 발전을 멈춘채 10년∼20년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보도, 교양과 함께 방송의 3대기능의 하나인 오락프로그램의 주요성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며 드라마과잉 역시 이런 점에서 재고돼야 하는데도 방송3사는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어차피 텔레비전에 의해 길들여진 시청자는 보여주는대로 보게 마련이라는 오만에 사로잡힌 인상이 다분하다. 드라마의 외국음악 사용시비가 앞으로 법정에서 어떻게 판가름나든 이번 계기에 드라마방송의 전반적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공영방송은 말보다도 실증적 내용으로 보여주어야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인명 위협하는 ‘농약채소’

시민들이 지금도 농약으로 범벅이 된 채소를 먹고 있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시민들이 먹는 채소에서 검출된 농약성분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대경실색할 노릇이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시균의원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수원·안양·안산·구리 등 도내 4개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유통되는 농산물 1천697t 가운데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농산물이 1일 420t으로 이중 상당량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도매시장에는 아욱에서 살충제가 허용치(0.01ppm)의 170배에 달하는 1.78ppm이 나왔고 쑥갓에서 살충제인 EPN이 8.14ppm 검출돼 기준치를 무려 81배나 초과했다. 깻잎, 취나물, 비름나물, 시금치, 아욱, 적상추 등 28개 농산물에서도 각각 0.7배부터 49배나 기준치를 초과했다. 감자, 고구마, 배추, 고추에는 기형아를 출산하고 정자를 감소시키는 ‘클로르피리포스’가 검출됐다는데 이 농약은 물과 세제로 아무리 잘 씻어도 30%가량 성분이 그대로 남는 맹독성이어서 위험이 매우 크다. 주식인 채소를 마음놓고 먹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비감스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박재욱의원도 “유통공사가 평택과 이천, 노량진 등 전국 12곳의 창고에 3만여t의 농산물을 보관하면서 안전성이 의심되는 맹독성 농약 ‘에피흄’을 대량 살포하고 있다”고 27일 주장, 충격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피흄’은 공기중의 수분을 흡수, 가스분해하면서 발생하는 인화수소의 호흡작용에 의해 방제를 하는 훈증제로 물이나 기름에도 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농약채소가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근본원인은 물론 농약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사람들 탓이지만,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잔류 농약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 시장에서 채소들이 팔려나가 문제의 농산물 수거나 폐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당국은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 관련예산과 인력을 대폭 증원, 신속한 검사체제를 강화하고 농약농산물 과다사용에 대한 중벌법규를 마련, 즉시 시행토록 해야 한다. 독초와 다름없는 농산물이 더 이상 식단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특별대책을 하루 빨리 수립할 것을 재삼 촉구해 마지 않는다.

마사회 난맥 바로 잡아야

국감자료에서 드러나고 있는 마사회의 방만한 경영실태를 보노라면 갈수록 가관이다. 부정 불법 경마를 단속하는 검찰수사관과 경찰관들에게 8천여만원의 뇌물성 포상금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져 사회적 지탄을 받아온 마사회가 안으로는 임직원들에게 흥청망청 상식밖의 각종 특혜를 주는 ‘나눠먹기식’ 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감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95년부터 올해까지 직원 옷값 명목 등으로 50억3천만원을 지급했고, 95∼99년 문화체육활동비로 35억3천만원, 지난 4월엔 체불임금 청산 명목으로 37억8천만원을 편법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직원들에게 상환기간 25년의 주택자금으로 2천만원까지는 무이자, 3천만원까지는 연 1.66%의 싼 이자로 모두 174억7천만원을 빌려줬다. 이렇게 파격조건으로 대출받은 직원은 전체 직원 724명중 89%인 654명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갖가지 특혜속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천596만원으로 공기업 평균 연봉 2천446만원보다 배나 높은 수준이다. 하긴 지난 9월 감사원 감사결과 운전기사 연봉이 무려 6천100만원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마사회가 이처럼 이런 저런 명목을 붙여 경마수익금을 물 쓰듯 하는 것은 공기업 공통의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마사회의 그같은 난맥상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고, 현 정부들어 2년 반 넘게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나름대로의 강도높은 처방으로 대응해 왔는데도 결국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상태를 방치할 수도 없다. 마사회가 경마 수익금을 안팎으로 쌈지돈 쓰듯 하면 국민의 호주머니를 축내는 것이고, 공기업의 부실경영이 결국 국가경제를 좀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마사회의 방만한 운영은 최고 경영자의 책임의식과 주인의식 결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예산과 국민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기업이 민간부문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고 집단 이기주의적 잇속챙기기에만 몰두한 결과다. 따라서 정부는 이에 초점을 맞춰 특단의 처방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경영상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고 부당한 조치로 공금을 축낸 경우는 별도로 추징하는 등 책임자를 강력히 문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없는 회사 공금 빼먹듯’하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질서를 바로 세울 수 없을 것이다.

김문수의원의 망언

국회환경노동위의 경기도 국정감사를 끝내 파행으로 몰고간 김문수의원(한나라당·부천소사)의 실언·폭언은 유감이다. 국정감사는 특정사안에 시행하는 국정조사와는 달리 행정감사 및 행정감찰의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안다. 또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감사를 소관상임위의 업무별로 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임창열 경기도지사에 대한 재판관련의 김의원 질문은 이같은 감사의 대상이라 볼수 없으며, 환경노동위 소관업무는 더더욱 아니다. 이미 주지된 1심판결 내용을 본인이 답변토록 굳이 요구한 질문은 객관적으로 인신공격에 가까워 실언으로 간주된다. 우리는 평소 지방의회의 국정감사 배제요구 주장에도 불구하고 고유업무가 아닌 국가 위임사무에 대해선 필요하다고 보아왔지만 국감에서 인신공격 같은 것이 가능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법 또한 사생활 침해 혹은 계속중인 재판에 대해선 감사의 한계에서 제척한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김의원이 지사의 답변거부에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을 들먹인 것은 원용이 불가한 논리의 비약이다. 우리는 과연 뇌물이냐, 아니면 정치자금이냐 하는 사안의 다툼은 전적으로 확정판결에 의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국회의원 선거사범 역시 같다. 법리와 사리가 이러함에도 김의원이 자신을 말리는 동료의원을 향해 “도둑×을 비호하러 왔느냐”고 고함친 것은 폭언으로 보아져 실망이다. 평소 누구보다 사리 분별력이 있을 것으로 믿어 품위를 손상할 분으로 여겨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지사를 두둔할 의사도 그럴 이유 또한 추호도 없다. 다만 그 역시 900만 도민의 민선에 의해 선출된 직분이므로 경우를 따져 당치않은 침해에 대해서는 마땅히 시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보는 것 뿐이다. 경기도는 국내 산업의 핵으로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많고 팔당상수원문제, 그리고 교통체증 심화로 인한 대기오염과 산업폐기물 등이 범람하여 환경노동위의 국감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었다. 국가 위임의 정책하자, 경기도의 위임사무 집행결함에 개선이 있기를 바랬던 것이다. 이같은 기대가 김의원의 엉뚱한 질문공세와 아집으로 무산된 것은 발단이 된 그의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 국정감사는 대상기관의 기능활동이 현저히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할 법상의 주의의무가 있다. 환경노동위의 국감파행은 결국 아무 성과없이 끝날 국감준비에 매달린 도의 기능활동만 한동안 저해한 결과를 가져와 법이 요구하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무위 무모한 정치공세가 국민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인천지하철 2호선을 착공?

지난 6일로 개통 1주년을 맞은 인천지하철은 단절돼 있던 부평∼연수지역을 연결하여 인천의 발전축을 바꾸어 놓았다. 개통초기에는 하루 평균 13만3천명이던 이용객이 지금은 15%가량 늘어난 15만6천명에 이르고 있고 월 평균 수입도 지난해 10월 6천300만원에서 지난 9월에는 7천900만원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개통이후 단 한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인천지하철은 24.6㎞의 ‘땅속 길’이 인천 생활문화를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인천지하철은 눈덩이처럼 부풀어지는 부채를 갚아야 하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공사기간만 6년 3개월이 걸린 인천지하철의 부채는 올 연말 기준으로 총 5천939억원 규모로 이 금액은 인천시 전체채무액의 93.2%에 해당된다고 한다. 지하철공사의 연도별 상환계획은 2001년도 780억원, 2002년 1천108억원, 2003년 689억원, 2004년 이후 3천361억원 등으로 잡혀 있는데 이는 국고보조가 내년과 후년 각 600억원, 2003년 500억원, 2004년 이후 265억원씩 지원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기획예산처가 확정한 내년도 국고보조금 지원액에 따르면 인천지하철은 당초 요구액(1천161억원)의 38%에 불과한 450억원만 결정됐다고 한다. 현재 인천시가 내년도에 갚아야 할 지하철 부채는 원금 782억원과 이자 152억원 등 총 934억원인데 그렇다면 국고보조금 차액(484억원)은 지방채 발행을 통해 메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시민부담이 그만큼 가중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에도 부채원금 상환액 중 228억원을 아직 지원해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하철은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대구 등도 부채상환을 국고보조금에 의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운송이나 부대수입 등 자체수입만으로는 운영비를 마련하는 것 마저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게 어려운데 인천지하철 2·3호선과 수인선 조기착공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닐 수 없다. 만일 2조5천억원이 추산되는 지하철 2호선 사업을 착공한다면 논의자체가 참으로 무모한 계획이다. 인천시와 관련 기관에서는 인천지하철이 부담하고 있는 현재의 부채를 갚는 길부터 적극 모색하기 바란다.

敎·政갈등 대화로 풀어야

전교조의 장외집회로 야기된 교·정(敎·政)-노사갈등이 심화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지난 24일 전교조 교사들이 집단연가 및 집단조퇴와 함께 서울역 장외집회에 참여한 데 대해 교육부가 이들을 징계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경기·인천을 비롯한 전국 시·도 교육청이 장외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의 인적사항과 참여경위에 대해 조사에 나서 일선 교육계의 분위기가 어두워지고 있다. 교육부가 이같이 강경방침을 정한 것은 교원노조법 위반으로 보고 있는 집단연가 및 장외집회에 참여한 교사가 경기 1천200여명 인천 300여명 등 전국적으로 7천여명에 이른데다 ‘교총’에서도 28일 3만여명이 참여하는 서울집회를 추진하고 있어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우리는 정부와 일선 교육계가 지난 89년 이후 전교조 결성과정에서 겪은 사태와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교육당국과 교사들에게 고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교사들이 ‘7차 교육과정’실시 등 정부의 교육정책과 사립학교법 개정 및 공무원연금법 개정 등에 대해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하면서도 평일에 집단연가와 집단조퇴를 하고 장외집회를 가짐으로써 학교수업에 지장을 주는 것은 교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임을 유념하고 자중했으면 한다. 교사들의 평일 장외집회가 교원노조법이 불허하고 있는 단체행동(쟁의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앞으로 사법기관에서 판단하겠지만 집단연가 등으로 수업시간에 학교를 떠나는 것은 학생의 학습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사들은 교육의 최일선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근로자와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명념해야 한다. 교원노조는 생산성에 따른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일반 산업현장과는 달리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할 의무도 있는 만큼 수업결손을 초래할 집단행위는 자제되어야 한다. 교육자들은 또 자신들의 행동이 학생들에 미칠 영향이 어떠할까를 교육적인 관점에서 깊이 생각하고 과격한 언사를 삼가며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교육당국 또한 교사들의 집단연가와 집단조퇴 및 장외집회가 실정법 위반이라는 사실만을 내세워 강경일변도로 대응한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마찰과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려깊은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당국은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 단체협약불이행 등에 있음을 직시하고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사태를 조속히 매듭짓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올브라이트방북과 그 이후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어제 서울에 와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예방,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또한 한·미·일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3국간의 협조체제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은 전후 평양을 방문한 미국 최고위 각료일 뿐만 아니라 오는 11월 중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파격적인 대접을 받았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김 위원장과 두차례에 걸친 6시간의 회담, 만찬과 집단체조 관람 등을 통하여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이 중엔 한반도 긴장완화, 북·미대표부 개설, 미사일 문제 등 양국의 현안에 대한 진지한 의견 교환과 건설적인 제안이 있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우리는 올브라이트 미 국방장관의 방북이 양국과의 관계 개선은 물론 한반도 긴장완화에 있어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북·미관계 개선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휴전협정 당사자가 미국인 사실 이외에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으며,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련붕괴 이후 세계질서 유지에 있어 막강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협력 없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과 미국이 조속한 관계 개선이 이루어져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긍정적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와 같이 급속히 진전되는 북·미관계 개선에 대하여 예의 관찰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최근 이산가족의 상봉 연기 등 남·북관계가 예상했던 상황대로 진전되고 있지 않음에 유의하여 북·미관계 진전에 대한 분석이 요구된다. 북한이 지금까지 견지했던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변경했다는 징후가 없다면,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지렛대로만 이용하고 남한은 주체가 아니고 객체로서 격하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정부는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결코 객체가 아니고 주체임을 북한에게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된다.

土公직원 투기의혹 밝혀야

공기업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또 도마위에 올랐다. 얼마전 한국토지공사 고위간부가 말썽많은 일산 신도시 러브호텔의 토지와 건물에 대해 10%의 지분을 비롯 성남 분당구 정자동 2곳에 지분 2%씩의 상업용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더니 요즘 국감장에서는 역시 토지공사 직원들이 자사 소유땅을 매입,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투기의혹을 받고 있다. 토지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8월말까지 토지공사 직원들이 조합을 결성하거나 친인척을 끌어들여 자사소유 땅 2만600여평(203억9천만원)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도로공사측은 매각안된 토지의 수요진작을 위해 1인 1필지 매각운동을 전개해 직원들이 매입하게 됐다고 설명하지만 이들이 매입한 땅 중에는 수도권 최대의 알짜배기인 분당 일산의 상업용지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볼때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특히 이들은 전 국민이 IMF관리 체제에서 고통받고 있는 때에 누진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 받은 돈으로 투자가치가 높은 상업용지를 구입했다. 이렇게 매입한 땅을 중도에 전매한 것만도 3천여평에 이른다. 누가 보더라도 투기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공기업의 임직원이라고 자산증식에 초연해서 눈감고 살아야 할 의무는 없다. 또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기업 직원들은 맡은 업무에 충실할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전망에 대한 독점적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토지공사 직원들이 조합을 결성하고 중간퇴직금까지 동원, 자사 소유 땅을 매입하고 전매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전매행위는 투기꾼들의 전형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된지 이미 오래다. 이같은 투기꾼들의 수법을 토지공사 직원들이 답습한 것은 지탄받을 일이다. 토지공사 직원들은 작년에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돼 시세차익이 큰 땅들을 일부는 내부정보까지 이용해 무더기로 매입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공기업 직원들이 이처럼 본분을 저버리고 사익을 챙기는 행위는 정부가 이제까지 부르짖은 공공부문 개혁이 겉돌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공기업 직원들의 비리와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철저한 조사로 책임자 및 관계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도내 전문건설업체 살려야

경기도내 전문건설업체들이 지역에서 외면당하는 현실이 심히 안타깝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전문건설공사인데도 일반건설업체에 발주하거나 지역의무공동도급제도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건설공사의 주된 공종이 전문공사이고 전문공사를 시공하기 위해 부대되는 공사가 있는 경우 복합공사로 보지 않고 전문건설업체가 도급받을 수 있다. 또 일반건설업자는 전문건설업체가 시공할 수 있는 전문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해서는 안되며 일반업자가 전문공사를 도급받았을 때는 영업정지 내지 과징금을 부과토록 되어 있다. 특히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시행령 제72조는 공동도급을 시행토록 하고 있으며 경기도도 중소기업체의 보호·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의무공동도급 비율을 기존 30∼40%에서 45%로 상향조정해 공동도급을 시행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이 거의 지켜지지 않아 전문건설업체들이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평택시의 경우 전문건설업 중 상하수도 설비공사업에 해당하는 세교동 일원 하수도정비공사를 토목 또는 토목건축 등록업체로 자격을 제한, 일반업체에게 발주했다. 시흥시는 시화신도시 보도육교 설치공사를 발주하면서 지역제한을 두지 않고 전국의 강구조물 공사업체를 대상으로 입찰, 지역의 공동도급을 외면했다. 지자체뿐만이 아니다. 농업기반공사 한강지부는 최근 전문건설업 중 철근, 콘크리트공사업에 해당하는 김포 후평지구 기계화 경작로 확·포장공사를 일반업체를 대상으로 발주했다. 반면 서울지역 업체들의 하도급률은 경기지역 발주 공사의 80%를 점유하고 있어 지역건설 경기 불황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지자체가 발주하는 관급공사 도급시 소화해야하는 지방채의 소화율이 높은데다 거치기간이 길어 수년간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문업계의 목을 조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도내 전문업체들이 계속 외면당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가 더욱 극심한 타격을 받게 될게 뻔하다. 당국은 더 이상 방치하지말고 전문성 공사를 일반업체에게 편법 발주하거나 지역의무공동도급을 외면하는 것을 하루 빨리 시정해야 한다. 또 지방채 소화조건을 공사대금 청구액의 1.5%로 인하하고 거치기간도 3년으로 단축시켜야 할 것이다.

道公, 개발독주 왜 이러나

공기업들이 아직도 개발연대의 낙후된 사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국토의 산하 곳곳이 ‘개발’이란 명분아래 무분별하게 파헤쳐져 자연보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터에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환경보호에 앞장서기는 커녕 오히려 파헤치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개발지상주의’에 함몰된 공기업이 환경보전을 위한 관계당국의 개발억지정책을 무시한 채 개발을 강행하는 처사는 개탄스럽다. 한국도로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로공사측은 아산만 서해대교 중간지점의 행담도 주변 갯벌 및 공유수면을 매립, 대규모 관광지 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등의 개발불가(不可)의견을 무시한 것으로 지적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97년 도로공사에 보낸 공유수면매립 수리현장조사서를 통해 해양생태계와 수산자원에 미치는 피해를 해소할 보완책이 없는 한 매립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도 갯벌을 매립해 호텔 골프장 실내수영장 등 관광시설을 조성하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오염유발의 주된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도로공사측은 이같은 정책당국의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 마치 공유수면 매립사업이 승인된 것처럼 매립을 반대해온 시민단체 등에 발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정잡배들이나 쓸 사술(詐術)을 공기업이 무리한 사업추진을 위해 썼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도로공사측은 민자유치로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99년 싱가포르 기업과 관광개발 계약을 채결했다니 개탄의 정도로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뒤늦은 용역의뢰로 현재 진행중인 환경영향평가 초안에도 갯벌을 매립했을 경우 해류속도가 빨라지고 수위도 1㎝ 상승하며, 수질오염으로 해양생태계의 파괴가 우려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도로공사측이 왜 갯벌매립사업을 강행하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매립지역에 호텔 골프장 등을 건설하는 것은 도로공사측이 주장하듯 고속도로 이용자들을 위한 복합휴게시설이라고도 할수 없다. 이처럼 당초 목적과 어긋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어장을 황폐화시킬 게 뻔하기 때문에 갯벌매립 추진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관계당국은 아울러 정책당국의 반대입장을 무시하고 어떻게 매립사업이 그동안 강행돼 왔는지 그 과정과 배경을 소상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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