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족’ 누구인가

러브호텔이 사회문제화 하면서 부천시에서는 건축허가를 취소하는 반면에 옹진군에서는 섬지역까지 허가하는등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양 일산주민들은 러브호텔 출입차량번호의 인터넷공개를 들고 나서 주목을 끈다. 러브호텔이 사회문제화한 것은 그 연유가 환경파괴에 있다. 자연환경파괴로는 남한강등 산자수명한 자연을 형질변경, 막심한 폐수공해등을 유발한다. 육지의 강변으로도 모자라 이젠 해상의 섬까지 러브호텔이 상륙하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주거 및 교육환경 파괴 또한 그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륜현장의 온상으로 각인된 러브호텔은 인격형성과정의 자녀, 학생들에게 적절치 못한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들로선 마땅히 경계의 대상이 아닐수 없다. 도대체가 독버섯처럼 번진 그 하고많은 러브호텔이 왜 생겼는가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사회의 책임이 크다. 러브호텔이란것 자체가 문제이긴 하지만 수요가 없으면 공급이 있을 턱이 없는 점에서 일부 기성사회의 윤리의식에 문제가 없다할 수 없다. 대저, 러브호텔을 그토록 애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란 말인가. 호텔 종업원의 눈까지 마주치는 것을 꺼린 고객성향을 틈새삼아 무인봉사 시스템을 둔 러브호텔이용은 두가지를 생각해볼수 있다. 그 하나는 불륜의 사안이다. 불륜에 경중을 가리는 것은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후미지거나 무인시스템의 러브호텔을 굳이 이용해야 할 정도의 불륜이라면 사회의 지탄을 받아도 엄히 받아야할 대상으로 볼수 있다. 또 하나는 서민대중과는 거리가 먼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이 고객임을 생각할 수가 있다. 권세깨나 있고 재력깨나 지닌 이들이 가치관 전도의 이면생활을 탐닉하는 장소가 바로 러브호텔인 것이다. 결국 러브호텔족은 상류층 또는 지도층이란 판단이 가능하다. 충격적인 현상은 도대체 러브호텔 소비계층의 성문화가 얼마나 심히 타락했으면 그토록 많고 많은 업소가 성업을 누리겠는가 하는 점이다. 외국 어느나라에서도 러브호텔은 고사하고 숙박업소가 우리만큼 범람한 나라는 없다. 사회의 성도덕 문란도 문란이지만 행세계층의 우심한 성문화 타락상을 보여주는 것이 러브호텔의 호황인 것이다. 지도층부터 자각하는 기성사회의 각성이 크게 요구된다. 일산주민들의 러브호텔족 차량번호의 인터넷 공개는 이런 각성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의 하나로 볼수가 있다.

지방자치권 확대 시민운동

경기 인천지역 등 전국 20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지방분권 확대와 자치정착을 위한 시민운동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운동은 최근 정부가 지자체 부단체장의 국가직 전환과 단체장에 대한 서면경고 및 대리집행제 등 단체장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지방자치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단체장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때에 전개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민단체가 설정한 핵심과제는 ▲주민투표법 제정 ▲주민감사청구 요건 중 필요 청구인수 하향조정을 위한 법규개정 ▲주민의 조례개정 및 개폐청구에 필요한 인원수 축소조정을 위한 법규개정 ▲자치입법권 확대 등 4개항이다. 시민단체의 이같은 목표들은 그동안 지자제를 실시하면서 드러난 자치단체장의 독선과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조직경영 등 문제점을 주민들의 감시·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지방자치의 자율성과 독창성의 확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진취적인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지방자치란 중앙집권적 통제로부터 벗어나 그 지역의 일은 그 주민 스스로 결정, 집행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방자치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자주입법권 자주조직권 자주행정권 자주재정권 등 소위 자치4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 주민들로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 있어야 완전한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위의 자치4권중 어느 것 하나 자치단체들이 온전히 누리고 있는 것은 없다. 또 현행 지자법은 주민이 직접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없어 반쪽자치란 비판을 들어 왔다. 주민감사청구도 ‘20세 이상 주민총수의 50분의1 범위내’로 되어 있고, 조례개정 청구는 20세 이상 주민총수의 ‘20분의1’로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청구권 행사가 어렵다. 그런만큼 시민단체가 주민감사청구권등 요건을 완화하고 지역의 주요현안을 주민이 직접나서 결정하는 주민투표제의 시행을 주장하는 것은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행자부와 국회는 시민단체의 이같은 요구를 검토, 법제화 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으로 주민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행정의 독창성과 자율성이 강화되고 자치권이 확대되어야 지방자치의 본질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권 문화유적 훼손 안돼야

현대아산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대로라면 ‘개성공단’은 개성의 동남쪽인 판문군 평화리 일대에서 오는 11월 착공된다. 2008년까지 800만평의 공단과 1천200만평의 배후도시를 건설한 뒤 공단운영이 성공적일 경우 4천만평, 나아가 최대 1억평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시범공단 100만평은 내년 9월에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원활히 조성되면 남북통일과 경제발전의 획기적인 기반이 될 것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500년간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이 갖고 있는 역사적인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심각하게 도출되는 문화재 보호 대책이다. 당초 남북 합의안에 개성공단 부지의 유적에 대한 조사가 언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일정표대로라면 사전 학술조사가 수월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공단 부지의 지표상에 나타나는 뚜렷한 유적은 없지만 왕도(王都) 유적으로서의 중요성과 함께 고려시대 지배층의 주거지와 무덤 등이 집중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국내학계의 주장은 간과할 수 없는 중대사안이다. 현재 건설중인 함경남도 신포시 경수로 발전소 부지의 경우 선사시대 및 발해시대 유적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사없이 공사가 착공된 사실이 그 실례의 하나이다. 따라서 자금을 대는 정부와 특히 현대아산은 국내의 역사학회·한국사연구회·한국고고학회 등 15개 학회가 주장하고 있는대로 개성공단 조성에 앞서 문화유적에 대한 지표조사와 발굴 등 사전 학술조사를 남북공동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각종 개발에 만신창이가 된 천년고도 경주나 서울 풍납토성지를 비롯한 남한 각지의 문화유적 훼손상태를 상기하면 개성에 대한 우려 역시 여간 깊은 게 아니다. 앞으로 남북경협에 따라 활성화할 북한지역의 경제개발에서 문화재 보호 문제는 계속 주요 이슈가 되겠지만 특히 개성이 지난 날 경기도 땅이었음을 상고할 때 우리가 갖는 문화유적 보호의식은 더욱 절실한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아무쪼록 개성공단조성에 앞서 반드시 학술조사가 선행되기를 기대하여마지 않는다.

학교정화위 신중해야 한다

경기도내 시·군 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내용에 대한 타당성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도 교육청과 전교조 도지부에 따르면 지난 98년부터 2년간 도내 학교환경정화위원회가 심의한 학교정화구역내 유해업소 건수는 5천873건으로 이중 4천37건(68.7%)을 무더기로 승인해줬다. 이중엔 819개소의 유흥업소가 포함돼 있으며, 특히 정화구역내에는 들어설 수 없는 숙박업소가 179개소나 됐다. 학교주변의 유해환경을 정비·정화해야 할 학교정화위원회가 어떻게 이 많은 유해업소들이 영업할 수 있게 승인해주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는 호텔 여관 여인숙 등 숙박업소를 원칙적으로 세우지 못하게 돼 있다. 다만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가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면 예외적으로 허가를 해줄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정화위원회는 이같은 유해업소들이 청소년 교육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어떻게 내릴 수 있었는지 그 경위가 궁금하다. 항간에는 학교정화위원회가 정화구역내 유해업소를 승인한 데는 건건마다 그럴만한 사연들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팽배하다. 최종 허가권자인 지자체장이 허가신청자인 민원인의 입장을 동조적으로 강변한다든지, 교육청이 학교정화위원회의 심의록 공개를 거부하는 것 등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만일 심의내용과 승인근거가 떳떳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배움의 길에 있는 청소년들은 나라의 희망이요 미래다. 그들이 건전하고 올바르게 자라야 나라의 장래도 보장된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에 물들지 않게 보호하고 배려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할 당연한 책무이며 국가경영의 주요부분의 하나다. 그런데도 학교환경정화위원회가 학교정화구역내에 유해업소를 무더기로 승인한 것은 이들의 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시·군 교육청은 이제라도 심의록을 공개, 유해업소의 승인경위를 밝히고 잘못된 부분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정화위원회에 학부모 시민단체도 참여시키는 한편 심의기준도 강화해 학교환경을 정비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러브호텔 더이상 안된다

최근 경기·인천지역은 소위 러브호텔문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고양시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러브호텔과의 일전을 불사하면서 대대적인 러브호텔 저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미 관할 교육장이 사직하고 해당지역 국회의원들까지 가담하여 러브호텔 저지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부천시는 이미 허가된 러브호텔 건축허가 2건을 취소하였는가 하면, 앞으로도 러브호텔 건축 허가는 일절 불허키로 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다. 남양주시 별내면의 작은 마을에서도 러브호텔 신축반대투쟁위원회가 결성되어 저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러브호텔 문제는 이미 단순한 지역문제가 아니고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해결치 않으면 안될 문제가 되었다.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 고교생의 41%가 러브호텔의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중 4.4%는 한차례 이상 러브호텔에 출입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더구나 13%는 러브호텔에 출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하니, 러브호텔 문제를 단순히 지역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 근처나 주택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러브호텔에 왜 관심이 없겠는가. 선정적인 네온사인, 요란망측한 불빛 등은 충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건전한 청소년 여가 활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러브호텔 문제를 이제 우리는 교육청이나 또는 시청, 건축주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우리 모두 향락업소가 번창하지 못하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였다면 왜 러브호텔이 붐을 이루겠는가. 그럼에도 청소년 교육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적법한 절차라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준 관청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비록 늦은 감은 있으나 정치권은 물론 관련 기관은 도시계획법, 학교보건법, 건축법을 개정해서라도 더 이상 러브호텔이 주택가나 학교 근처에 들어설 수 없도록 해야 된다. 정부도 이미 건축 허가를 받은 러브호텔에 대하여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개인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된다. 이미 영업중인 숙박업소는 숙박업소밀집단지를 조성하여 이주토록 한다거나 또는 러브호텔을 매입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된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더 이상 러브호텔 천국의 부끄러운 오명을 가진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국민연금 관리 이래선 안돼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잘못된 주식투자 등 연금기금을 부실하게 운용해서 거액을 날렸으면서도 가입자들의 비난을 면하기 위해 이를 축소작성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 더욱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그런 부실과 오류들이 과거부터 여러차례 지적돼 온 적폐들인데도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올 8월까지 공단이 주식투자로 손실본 액수는 모두 503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손실액수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한국통신주식을 ‘투자’에 포함시켜 계산한 액수일 뿐 이를 제외하면 실제 주식투자 손실액은 2천9백20억원이라는 주장이 옳다. 여기에 부실채권 투자손실 62억원과 외부 위탁투자 손실 560억원, 투신사의 간접투자 손실 477억원 등을 합하면 총 투자손실 규모는 4천22억원에 이른다. 이는 공단측이 밝힌 손실액 503억원의 8배에 달하는 것으로 그만큼 축소했다는 의혹을 받을만 하다. 문제는 이같은 손실외에도 공단보유 채권과 은행 및 투신사의 신탁 투자 공사채등 펀드들의 시가평가손실액을 포함하면 손실규모는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공적연금 내실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30년부터 운영 적자로 돌아서고, 2040년엔 그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연금체계가 기금을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돼 있는 탓도 있지만 이미 지적한대로 부실관리 책임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공단측은 1998∼99년에도 3천억여원의 손실을 낸뒤 17명의 펀드매니저를 고용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으나 역시 기금운용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공단구조를 부풀려 인건비 등이 지나치게 지출되는 데다 기금관리도 공공목적이란 명분아래 이자율이 낮은 분야에 대거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에는 책임경영을 요구하고 윽박지르기 일쑤인 정부가 스스로의 판단 잘못과 방만한 운용에 따른 기금손실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손실액을 축소발표나 하는 것은 개탄할 일이다. 당국은 연금기금을 방만하게 관리해온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한편 운영체계를 바로 잡고 기금관리방식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기금운용팀의 전문화는 물론 운용의 투명성도 도모해야 한다.

醫·政 협상 상호 양보를

김대중 대통령의 의약분업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는 언급과 지난달 24일 최선정 복지부 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한 의료사태에 대한 사과 표명으로 그 다음 날인 25일부터 의(醫)·정(政) 협상이 재개되어 국민들은 지루하게 끌던 의료사태가 곧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양측간의 협상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과 환자들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지난달 30일 다시 양측간의 협상이 계속되었으나 아직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상에서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6일 예정된 의료기관 총파업과 폐업을 단행할 것이라고 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더구나 협상의 주축인 전공의들이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고, 또한 서로 다른 의료계 대표들의 합의가 쉽지 않아 협상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민들은 의료사태에 지쳐 있다. 특히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의료사태를 야기시킨 정부와 의료계에 대한 원망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들의 원성을 귀담아 들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여야 될 것이다. 우선 정부의 협상 태도가 중요하다. 정부는 최 장관을 통하여 의약분업 제도 시행에 따른 준비부족, 의료사태에 따른 국민불편, 의료계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의료계에 사과를 했다. 그러나 사과 이외에 지역의보 재정의 국고지원, 대체·임의조제 금지 등 약사법 재개정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천명하여야 될 것이다. 의약분업의 큰 틀을 깨지않는 범위내에서 의료계의 요구를 과감하게 수용해야 된다. 의료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선 의료계의 요구를 분명하게 밝혀 협상에 임해야 될 것이다. 지난 3개월동안 끌어 온 의료사태는 현재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이득을 주지 못하고 손해만 입히고 있다. 특히 죄없는 환자들은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여 고통을 받고 있음을 우선 의사들이 직시해야 될 것이다. 더 이상 환자로부터 불신받는 의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의사들은 의료계 요구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대화를 통하여 이를 해결할 자세를 가지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상을 통해 의료사태를 종결해야 된다.

총재와 대표의 차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서영훈 민주당 대표간에 새삼 격(格)을 둔 다툼이 있었다. 이총재가 김대중 민주당 총재를 정국대화의 파트너로 꼽아 서대표의 대화제의를 거부한데 대해 서대표가 섭섭한 감정을 노출한데서 비롯됐다. 어떻게 보면 치기(稚氣)같기도 하지만, 따져 말하면 여야간 경색이 이와 무관하지 않은 점도 있어 언급할 필요성을 갖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총재와 대표는 격이 같을수 없다. 이모, 서모라는 자연인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조직의 위계가 그러하다. 서대표는 ‘총재가 당이 책임을 지고 처리하라고 위임했기 때문에 야당총재와 대좌할 자격을 갖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내 사정이다. 위임이라는 것도 전권행사에 사실상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당수(黨首)의 상대당 대화상대는 당수이지 그 밑의 당간부일수 없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기도하다. 현실적으로 어느 당이고 할것 없이 당의 기구가 독자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총재가 거의 당론을 주도하다시피 하는 국내 정당체질에서는 더욱 그렇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총재 또한 과거 야당 총재시절에 여당의 총재가 아닌 대표와 애써 격을 같이 해보이는 수모 아닌 수모를 겪은 것으로 기억한다. 예컨대 청와대서 가진 여야총재회담에서 배석할 자격이 없는 여당대표를 야당총재와 나란히 한자리에 함께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결례였던 것이다. 이제 집권여당이 된 마당에 과거에 당했던 그같은 불공정게임을 지금의 야당에게 강요할 생각이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있다. 대통령의 자리와 집권 여당총재직을 행여 혼동한다면 정치발전을 위해 무익하다. 국민이 보기엔 여야총재가 만날수록이 좋고 대화는 있을수록이 좋다. 어느쪽에서든 만나자는데 한쪽이 거부하는 것은 대화정치, 상생정치의 거부로 해석할 수 있다. 여당총재가 갖는 대통령의 위치는 국민이 선택해준 별도의 국가직이다. 야당총재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여당총재이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상궤다. 많은 국민들도 실제로 이총재와 서대표간의 만남으로 꼬인 정국이 풀릴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 총재끼리의 만남이 중요한 사실을 애써 부인하려 들어서는 안된다. 여야총재는 서로간에 권능을 존중해야 한다. 정치인은 있어도 정치는 없는 이유가 그렇지 못한 대화빈곤에 있다.

인천공항 특별대책 마련하자

내년 3월말 개항예정인 인천국제공항이 빚더미에 눌려 압사상태라고 한다. 동북아시아 중추공항을 지향한다면서 어쩌자고 이렇게 주먹구구식 아니면 임시변통식으로 공사를 추진해왔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연간 이자만 4천410억원을 물게 됐다니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를 지경이다. 얼마전 감사원이 밝힌 감사결과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은 잦은 설계비용으로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자 1995년 11월 2차 설계변경을 통해 여객터미널 등 공항 핵심시설(부대시설 제외) 건설에 드는 건설비 5조8천229억원 가운데 40%만을 국고로 하고 나머지 60%는 차입금으로 충당했다는 것이다. 또 1992년 6월 이후 기본계획은 3회, 총사업비는 5회 변경해 사업비가 7조9천984억원에 달해 당초보다 2·3배 가량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개항 첫해 연간 공항운영사업이 5천351억원으로 예상되지만, 수입의 82.4% 가량을 차입금 이자로 지출케 돼 정상운영이 어려울 정도의 재정압박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성급한 착공과 마구잡이식 설계변경, 사업비 미확보뿐만이 아니라 운영준비부족, 종합시스템 시험운영 미실시 등 주먹구구식 행정에서 야기됐음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결국 정부의 과감한 예산지원이 없는 한 그동안 7조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된 인천국제공항은 천덕꾸러기로 푸대접을 받을 게 분명해 참으로 걱정스럽다. 일본 간사이의 경우 정부지원금이 58%, 중국 푸동공항 67%, 홍콩 쳅락콕 공항 77%에 반해 인천국제공항은 40%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천국제공항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금을 50∼60%로 상향,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된다고 한다. 추가 출자전환이나 2단계 사업비가 내년 정부예산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공항 정상운영은 물론, 인천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건설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등 인천국제공항건설 관련 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결과 예산과다책정이나 수익구조 허위조작 등 73건의 위법부당사항은 책임을 엄중히 묻되 인천국제공항이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는 특별지원책이 마련되기 바란다. 국제적인 신뢰상실은 우선 예방해야 되기 때문이다.

화성 ‘원삼국시대 집터’ 발견

서울대박물관팀이 화성군 태안읍 기안리 고금산 정상부근에서 원삼국시대의 집터를 발견(본지 9월 30일자 18면보도)한 것은 서해안에선 처음인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원삼국시대는 선사 무문토기시대에서 신라초기에 이르는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간 500년을 말한다. 이 시기의 선사와 역사시대를 잇는 유구가 복합적으로 발견된 것은 사료적 가치가 크다. 선사 무문토기는 지난 1979년부터 1984년 사이 수원시 서둔동 여기산 정상에서 주거지와 함께 발굴된 적이 있긴 하나 보도된 것처럼 400여평에 달하는 대규모 유구가 다양한 시대적 유적유물과 함께 발굴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를 잇는 청동기시대의 서남부권(한강유역∼평택) 당시 사회상을 다른 청동기시대 유물과 연계, 구명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이같은 유구의 발견지점이 해발 99m의 고금산 정상인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마한의 전신인 진국(辰國)시대는 한강이남의 여러 부족국가가 연맹을 이루었던 시기여서 그 당시 한 부족이나 호족이 맹주를 형성했던 유구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무렵엔 또 고조선지방에서 문화가 비교적 발달한 유민이 남으로 이주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조사구역에서 수습된 유적 및 유물의 문화수준으로 미루어 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만 하다. 해상교통이 편리한 남양만을 앞마당 삼아 고금산 봉우리를 요새화한 부족 또는 호족은 원삼국시대 대대로 이어 살면서 인근 일원을 지배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이 소중한 문화유적지를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문제다. ‘문화재는 발굴되는 날부터 훼손하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긴하나 그래도 두 천년세월의 신비를 드러낸 유구와 유물을 잘 보존해야 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책임이다. 다른곳의 기관에서 문화재를 발굴하거나 발견하면 마치 남의 일인듯 무관심하고 심지어는 기존의 문화유적지도 개발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기가 일쑤다. 우리 지방에 살던 선인(先人)들의 유적지를 외면하고는 향토애를 말할 수가 없다. 지방문화유적은 곧 나라의 문화유적이다. 화성군과 경기도는 서울대박물관과 유대, 문화재관리국에 고금산의 원삼국시대 유구에 대한 응분의 보존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지정이 아니면 지방문화유적지로 지정, 탐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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