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홍수 사태속에 일부 중소기업체의 구인난이 여전하다.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여파로 실직자와 노숙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터에 이른바 3D업종 중소기업에서는 일손이 모자라 애를 태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힘들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소위 3D업종 중소기업이 사람을 못구해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경제불황과 산업구조 조정으로 대량 실직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더욱이 올 1·4분기엔 계절적 요인도 겹쳐 실업자가 100만명을 육박하고 실업률도 4%를 넘어서고 있는데도 이와는 달리 도내 상당수 3D업종 기업들이 일손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를 다시 살려야 할 긴박한 상황에 실직자로 남아 있을 망정 3D업종엔 취업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퍼지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상태에서 이같은 기현상이 나타난 데 대해 우선 정부의 실업자 대책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정부의 실업대책중 공공근로사업은 고용창출이라기보다 노임살포에 그치고 있다. 막대한 국가재정이 이들 사업에 쓰이는 동안 3D업종 기업들은 구인난을 걱정하고 있다. 실업대책 자금중 일부를 3D업종 취업지원에 할애했더라면 인력난과 실업해소를 부분적이나마 함께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3D업종을 기피하는 일부 사회분위기를 바로잡는 일이다. 경기중기청의 경우 지난해 267개 3D업종 기업에서 근무하는 1만7천667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교체했지만, 이중 1천220명이 1∼2개월도 안돼 중도 포기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4만8천8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주로 3D업종에 취업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16만6천여명을 합치면 20만명이 넘는다. 이자리를 외국인 대신 내국인이 모두 채우면 실업률은 크게 낮아질 것이다. 물론 놀더라도 실업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궂은 일이라도 3D업종에 취업할 것인가는 구직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개인별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강요할 일도 못된다. 그러나 노동력을 갖고 있는 한 노숙보다는 건전한 산업현장을 찾겠다는 정신과 노력은 가치있는 것이다. 3D업종 중소기업에서 창의와 성취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이 꽉 짜여진 대기업집단에서 어줍잖게 지내는 것보다 더 발전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오는 3월 29일 개항된다고 한다. 동북아의 허브공항으로 역할이 명실상부할 인천공항이 개항되면 인천시는 국제도시로서 비약적으로 발전할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인천공항이 완전하게 개항하려면 아직도 문제점이 많다. 우선 공항 주변의 개발이 늦어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 살벌하다. 당장 환승탑승객들이 쉴만한 호텔이 하나도 없다. 관광객들이 찾아가 볼만한 관광지도 개발이 안됐다. 인천공항주변에 도시기반이 아직 조성안된 것도 문제점이다. 이러한 것은 외형적인 것이지만 특히 1천300억원을 들여 설치한 수하물처리시설이 미비한 것은 개항예정일이 차질이 생길만큼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지난 연말 여객터미널 3층에서 실시한 출발수하물처리 시험 결과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모듈당 컨베이어 처리능력이 1시간에 600개로 설계돼 있으나 이보다 훨씬 떨어진 평균 429개가 처리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비상버튼이 불필요하게 작동돼 컨베이어벨트가 정지되고 일부 컨베이어는 장애발생으로 처리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등의 결함이 발견됐다. 더욱 우려되는 사태는 인천공항에 입주할 예정인 항공사측에서 인천공항의 수하물처리시설이 100%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시간당 600개 처리용량으로는 여행객 짐을 원활히 처리할 수 없다고 지적한 점이다. 적정수하물 처리용량이 최소 900개 이상돼야 적체현상이 해소된다는데 600개로는 엄청난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연간 2천700만여명의 탑승객을 수용할 인천공항이 여행객 짐처리가 늦어지면 탑승수속과 항공기 출발지연으로 이어져 공항의 전반적인 기능이 저하될 게 아닌가. 공항운영의 중요한 부분인 수하물처리시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개항을 늦추는 문제가 그래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측은 수하물처리시설은 약 20㎞에 이르는 컨베이어와 4천개 이상의 센서 및 각종 제어시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성능 발휘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장담할 일이 아니다. 인천공항은 개항에 따른 본란의 지적을 유념, 모든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 분석하여 대책 마련과 함께 개선작업에 주력하기 바란다.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행정제도 개선 및 규제개혁이 아직도 미진한 상태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자치단체를 비롯 교육청과 지방국세청 및 지방경찰청 등 29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면조사 결과를 보면 이같은 현상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과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규정상 제한 연령이 서로 다르거나 방화시설 시정 보완명령이 행정기관과 소방기관으로 이원화 돼 있는 등 664건의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제도 및 국민편의 저해 행정제도가 드러났다. 정부가 아무리 위민(爲民)행정을 구현한다며 제도개선과 규제혁파를 부르짖어도 일선 행정기관에선 이 외침이 겉돌고 있는 것이다. 행정제도 개선과 규제완화는 변화된 환경에 따라 불필요하고 잘못된 법규·규정 등을 고쳐감으로써 민원인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며 동시에 이를 통해 국제경쟁력 제고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95년부터 행정쇄신위원회를, 98년부터는 규제개혁위원회를 가동해 수만건의 비능률적 제도를 폐지하고 규제를 완화조치 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선 민원창구에서 공무원으로부터 받는 국민들의 느낌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전히 공무원이 복잡한 모순투성이의 규정을 내세워 ‘처리불가’를 주장하고, 규제철폐 사실조차 모르면서 고자세로 우기는 일도 없지 않다. 또 불필요한 구비서류를 과다하게 요구하거나 반복적으로 보완을 요구하다가 ‘처리불가’를 통보함으로써 민원인들로부터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행정제도 개선과 규제개혁 정책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이유 중에는 재량권 거머쥐기 같은 욕심이나 공직자들의 권위주의적 규제 위주 사고방식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제도 개선과 규제개혁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를 저해하는 법령개폐와 함께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규제개혁 불이행 사례를 찾아내 중대한 잘못이 드러나면 문책하는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이 공복으로서 스스로 봉사하려는 정신자세를 갖는 것이다. 이제 모든 공무원들은 그동안 민원인들의 편의를 저해하고 불편을 주던 폐습을 버리고 인허가 업무에서 자주 나타나는 재량권 남용과 구태의연한 권위주의 잔재도 말끔히 털어버려야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1·29보각은 두가지를 생각케 한다. 첫째, 정부조직의 비대화는 개혁에 역행한다는 사실이다. 17부2처에서 18부4처로 확대됐다. 국무위원도 19명으로 늘면서 부총리가 또다시 2명이나 된다. 국무위원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부처 감축인력은 2만1천350여명이라지만 정년 또는 명예퇴직등 자연감소가 태반이다. 퇴출인력도 타 부처 또는 산하기관으로 옮기거나 국가직을 지방직으로 전환하는 겉치레 구조조정을 일삼았다. 청와대 비서실 인력도 늘렸다. 김대중대통령이 취임초 강조한 ‘작은 정부’의 구호가 그야말로 공허한 구호로 그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기업 구조조정 역시 지지부진하다. 방만한 예산운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기업 구조조정을 제일 먼저 해야할 터인데도 어떻게 된판인지 거의 무풍지대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한다 하여도 공기업 자리를 정권쟁취의 전리품삼아 낙하산인사로 임명한 비전문가 일색의 정치꾼 임원들을 퇴출시킬지는 막상 의문이다. 정부부터가 이러면서 지방공무원의 구조조정을 다그치는 것은 난센스다. 또 금융, 기업, 노동분야의 구조조정에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개혁에 가장 앞서야 할 정부가 개혁성을 위배하는 것은 개혁의 구심이 되는 신뢰성 상실을 의미한다. 둘째, 두 부총리의 기용이다. 진념 재경부장관겸 부총리가 신임포부로 ‘미래지향의 개혁’을 강조하였지만 그는 이미 능력의 한계가 검증된 사람이다. 대통령의 말엔 ‘아니다’란 말을 못해 신임을 받고 있을지 몰라도 공적자금 과다투입에 책임을 모면키 어렵다. 암울한 민생경제를 무작정 낙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점이다. 무엇보다 오늘의 경제난국에 언제나 조금도 미안한 표정을 지을줄 모르는 그의 논리는 책임의식의 실종이다.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겸 부총리를 개혁성 인물로 보는 것은 진보적 관점이다. 교육분야의 개혁에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명칭을 바꾼 것도 이상하지만 현정권들어 벌써 다섯번째 장관이 되는 한장관겸 부총리가 난마처럼 얽힌 교육문제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는 역시 의문이다. 신설된 여성부에 한명숙장관이 임명됐지만 나라안팎으로 전례없는 여성부부처가 여성복지를 위해 과연 무엇을 얼마나 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경기도청 이전 문제를 거듭 언급하는 것은 이에대한 항설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인근 시·군에서는 땅을 무상제공하겠다며 도청 유치에 나서는 판에 수원시는 팔짱만 끼고 있다’ ‘수원시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 경기도가 요구한 이의동부지를 거부한다’ ‘경기도가 수원시에서 이미 사업을 추진한 이의동 컨벤션센터 부지를 도청부지로 요구해 마찰을 빚는다’는 등 갖가지 말이 많다. 본란은 도청이전에 대해 부정적 고정관념을 배제하면서 지금은 이전 시기가 아님을 강조하였고 이같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으로 시내 이전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고 기왕이면 여러기관이 함께 있는 행정타운 조성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도청 이전 부지를 결정해도 약 10년은 지나야 신축이 가능하고 다른 기관 역시 당장은 이전계획이 없어도 장차 시세변화에 따라 외곽지 이전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도와 수원시의 협력관계에 있다. 이전 후보지로 말하면 컨벤션센터 부지가 제격이다. 또 대규모 국제회의장 등을 갖추는 컨벤션센터가 수원시 재정에 과연 도움이 될것이냐 하는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도청이전과 연계 지을수 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아파트건립 또한 이미 시내 도처에 임립한 아파트숲으로 인해 재정수입보단 행정수요가 늘어난 상태에서 청정의 이의동 땅마저 아파트로 훼손하는 것은 불가하다. 확인된바에 의하면 항설은 대부분 낭설인듯 싶다. 수원시가 아직은 아파트를 세울 계획을 갖지도 않았고 도청 이전문제에 팔짱만 끼고 있는 것도 아니며, 도가 굳이 컨벤션센터부지를 요청했거나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도청부지와 행정타운 유보지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1안과 제2안의 복안을 수원시는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1·2안이 사실이라면 조정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를 경기도가 인지 못했거나 인지했어도 내용이 미비하다고 여긴지 어쩐지는 알수 없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협의는 능히 가능하다. 지역정서와 지방문화에 위배되는 도청 시외이전은 일대혼란을 일으키는 역리로 예상조차 불허한다. 따라서 도시계획시설로 도청의 신부지를 확보해두는 것은 수부도시인 수원시의 책임에 속한다. 경직성보다는 매끄러운 대처가 요구된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순리에 따라 좀더 긴밀한 협의를 가져야 하는 것은 다같은 지역사회의 일이기 때문이다. 더는 잡음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집권여당이 국회등원을 거부하기도 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식 정치구조에서는 대통령의 말이 무척 중요하다. 때에 따라선 대통령의 말이 법에 우선하기도 한다. 지난해 4·13 총선시 있었던 이른바 낙선운동에 대한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은 대통령의 공연한 선거법 불복종발언이 빚은 결과다. 목적보다 방법을 중요시하는 것이 민주주의 덕목이다. 목적을 빙자한 실정법 위반을 예사로 여기는 정치운동은 민주주의의 미숙이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 하여도 실정법 위반행위가 처벌대상에서 제척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내용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민정서를 무시한다는 총선연대측 이의는 어떤 국민정서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비록 낙선운동에 참여한 국민이 적잖았다해도 말없이 거부한 국민은 훨씬 더 많았다. 참정권 제한이라는 말도 의문이다.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행사되는 참정권이 법률을 위반하면서 주장될 수는 없다. 낙선운동이라는 것을 과연 참정권으로 볼수 있느냐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또 낙선운동 당시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냐는 의혹이 있었는가 하면 일반 시민운동으로 보는 두 시각이 병존한 것도 사실이었다. 설사, 낙선운동금지가 참정권을 제한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하여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맡길 일이지 현행법 무시가 능사일수는 없다. 모든 법률은 기속력을 갖는다. 복종할 법과 불복종할 법이 따로 구분될 수 없다. 선거법 불복종은 법치주의에 위배된다. 이같은 일이 다른 누구도 아닌 김대중대통령에 의해 비롯된 것은 나라를 위해 심히 유감이다. 법의 불복종을 한번 말하고나면 법의 준수를 아무리 강조해도 권위가 서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노동운동에서 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늘어난게, 또 사회일각의 법경시풍조 만연이 선거법 불복종파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판단이 있다. 어떻든 울산에서 있었던 낙선운동관계자 2명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확정판결은 앞으로 지대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불복종 실언은 벌써 10개월전의 일이다. 이미 오래됐지만 그 파장은 그침이 없어 앞으로의 후유증이 우려된다. 대통령의 말은 이래서 신중이 요한다.
경의선 복원공사가 진행중인 민통선 군사보호구역 내 비무장지대(DMZ)는 문화유적들이 산재한 역사의 보고(寶庫)이다. 반세기동안 남북왕래를 가로 막은 국토분단의 현장이지만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문화재가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학술조사 등을 통해 파악된 파주시·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인천시 강화군 일대 등의 문화재는 모두 70여 곳이며 이 가운데 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유적은 3곳이라고 한다. 임진강과 한탄강 수계에 위치한 연천군과 파주시의 경우 구석기 유적 외에도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전이 치열했던 지역이어서 강안(江岸)을 중심으로 삼국시대의 유적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전형적인 고려시대 귀족무덤으로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연대가 알려진 파주 장단지역의 ‘서곡리 벽화고분’과 고구려시대의 무덤으로 남한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돌무지 무덤인 연천군 중면의 ‘삼곶리 적석총’ 등이 있다. 또 민통선지역인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에서는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와 연대가 비슷한 구석기 유물들이 발굴돼 조사중이며 임진강 주변에는 삼국시대 산성들이 널려 있고 강화도 북방지역에는 ‘돈대’와 ‘연미정’이 있다. 비무장지대의 문화재 가운데 최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은 후삼국시대 마진국의 궁예가 도읍을 철원으로 옮길 때 세운 궁예도성으로 실제로 일부 성곽과 궁전터가 현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아니라 고려 태조 왕건이 고려 건국 후 개경으로 천도하면서 자신이 살던 집터에 지었다는 ‘철원향교’와 ‘포충사’ ‘심원사’등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적들이 골고루 분포돼 있는 민통선지역에 있는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파주시, 연천군, 강화군과 철원군 등이 보호대책 수립 및 조사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문화재청과 학계는 민통선내 문화유적 남북공동발굴조사단을 하루 빨리 구성, 동참하여 경의선 복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화유산 훼손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정일위원장의 1월 중국방문,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2월중 방한, 김대중대통령의 3월 방미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발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의 조기개최 합의를 본 두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본 것은 총론적 평가다. 보수적 공화당행정부라 하여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공조의 재확인, 동북아 평화의 한반도 중요성을 부시대통령이 강조한 것 또한 원론적 얘기다. 김대통령의 지혜와 경험을 경청하고 싶다는 말, 그리고 이 전화를 부시가 먼저 걸어온 것 등은 의례적 표명이다. 청와대측이 이같은 의례적 부시전화에 상당히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은 앞으로 행여 일을 꼬이게 만들지 않을까 하여 좀 걱정된다. 부시의 그같은 전화가 평소 피력해온 대북정책의 기조에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 철저한 등가성 상호주의든 유연한 비등가성 상호주의든 상호주의를 배제할 근거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주도의 평화(팍스 아메리카나)를 위해 ‘힘의 재무장’을 강조하는 부시가 강력히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국가미사일 방어(NMD)체제 구축이다. 북측 미사일에 위협을 느끼는 부시행정부가 경계를 늦춘 징후는 없다. 이를 둘러싸고 북·미 및 미·중간에 긴장이 조성되면 4자회담에 악영향이 우려되는등 대북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가져온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개발않는 대신 30억달러와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요구하는 북측에 부시행정부가 호락호락할리는 없다. 남북관계에 낙관도 비관도 예상할 수 없는 각론적 가변요인의 잠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음달도 얼마 남지 않았다. 2월중으로 예정된 이정빈외교와 파월 미국무의 접촉이 중요하다. 총론이 아닌 각론의 사전 조율을 위한 두 외무장관 접촉이 잘 되어야 정상회담이 성공적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 감각의 사전발표는 서로 삼가야 한다. 김위원장 방중에 따른 개방 개혁의 정도 여하는 부시행정부의 대북태세에 함수관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예단은 삼가야 한다. 청와대측이나 정부 당국자가 방중효과를 체제 변화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 말을 아끼는 것 역시 외교임을 알아야 한다. 여권인 김종필씨가 부시대통령 취임축하만찬회에서 아무말 없이 악수만 하는 것으로 만난 전 부시대통령을 마치 귀빈실서 따로 만나 두나라 정상회담을 부시대통령에게 주선한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은 외교에 무익하다. 이제는 김대중대통령의 1인외교 또한 지양돼야 한다.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본 회담도 그렇고 양국의 외무예비회담에서부터 다각적인 제도외교를 펴야 한다는 사실이다.
화옹지구 간척사업으로 초래될 경기연안 갯벌의 소실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실로 충격적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경기연안 습지 생태계 기초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옹지구 간척사업이 끝나서 화옹호와 시화호가 담수화되는 2008년쯤이면 경기연안 갯벌이 전체면적의 51.3%나 되는 1억6천192만7천㎡가 소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연안 갯벌이 이렇게 많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환경을 외면한 개발, 특히 대규모 간척사업때문인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라는 서해안 갯벌이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갯벌은 그동안 생태계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쓸모없는 황무지로 잘못 인식되었었다. 하지만 이제 갯벌은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이고,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나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음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분석한 갯벌과 농지의 가치비교를 보면 1에이커당 갯벌은 수산물 생산 365만3천원, 정화기능 155만2천원 등 819만9천원인데 비해 농지는 미곡생산 247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개발논리의 우세로 갯벌을 흙으로 메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근년들어 갯벌의 가치를 재인식하게됨에 따라 간척개발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사화호연안과 인천연안을 환경관리해역으로 지정키로 한 것도 이같은 추세에 따른 것이다. 간척사업을 지양하고 연안보전종합대책을 세우기로 한 것은 ‘개발’보다 ‘환경보전’에 더 큰 비중을 둔 때문이다. 그럼에도 건교부가 갯벌의 대규모 소실이 뻔한 화옹지구 간척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다. 그동안 대규모 간척사업이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생태계 파괴만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오염된 호수만 남긴 시화지구개발이 그렇고 현재 공사중인 화옹지구 간척사업도 시화호 못지 않은 심각한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본란은 이미 제기한 바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도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경기연안 갯벌보존을 위해서는 습지보호지역의 지정 관리 등 제도화가 시급하지만, 가장 효과적 대책은 ‘간척사업중단’이라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주장을 관계당국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연천군의회를 비롯한 연천·포천·철원군 등의 시민·환경단체와 많은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해온 한탄강댐 건설이 그동안 추진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여론을 전적으로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올 상반기안에 댐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안을 수립, 오는 2003년까지 설계를 마친 후 2004년에 착공, 2009년 댐을 완공할 계획임이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국회 건교위 이재창의원(파주)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진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일대 계곡인 한탄강 상류에 이 댐을 완공하면 총저수량 3억1천103만㎥, 홍수조절량이 250만㎥에 달해 생활용수 공급은 물론 댐 고갈시에는 군사훈련장으로 이용하는 등 다목적 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댐 건설이 강행될 경우 삶의 터전인 20㎢의 농경지와 400여가구의 집이 수몰되는 것은 물론 전기 구석기 선사유적지, 희귀동·식물 서식지인 비무장지대의 자연생태계 등이 철저히 파괴된다. 더구나 깊이가 40m나 되는 계곡으로 급류가 굽이쳐 흐르는 상황에서 얼마만큼이나 물을 가둬 홍수조절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되며 비홍수기 때 물을 빼서 군사훈련장으로 사용하려는 계획도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댐 건설 예정지역의 양안(兩岸)기슭이 풍화·침식되기 쉬운 현무암층인데다 지하동굴 등의 지층구조로 돼 있어 댐 붕괴위험이 있을뿐 아니라 과거 일제시대에 건설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한 바 있는데도 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니 이해를 할 수 없다. 이렇게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는 지질문제는 ‘그라우팅 공법’으로 건설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댐 건설에 따른 주민보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사 강행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발생될 극심한 마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댐 건설계획이 발표됐을 때 본란도 이미 지적한 바가 있거니와 한탄강 댐이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포기한 ‘제2의 동강댐 사태’가 될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현재 추진되는 한탄강 댐보다는 남북협력사업인 민통선 지역의 임진강댐 건설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한탄강 댐 건설 강행에만 집착하지 말고 실질적인 공청회를 개최한 후 대다수가 긍정하는 공사여부를 확정, 추진할 것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