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날의 선심행사

지방자치단체들의 선심쓰기가 여전하다. 대보름을 맞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축제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때를 만난듯 예산을 펑펑 써가며 열을 올리면서 내년 선거를 의식한 각종 행사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선심행정’에 대해 높아지고 있는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같은 행태는 이제 위험수위를 넘어선 느낌이다. 도내 각 시군이 하나같이 대보름 축제에 주민들을 모아놓고 푸짐하게 잔치판을 벌이고 연날리기대회를 갖는 등 단체장이 자리지킬 틈이 없을 정도로 행사도 많고 씀씀이도 전보다 커지고 있다. 동별로 개최되고 있는 윷놀이 대회에 1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자치단체가 있는가 하면 고위공직자들이 세미나를 한다며 스키강습을 다녀와 말썽을 빚은 어떤 기초단체는 700만원을 들여 공직자 결속을 다지는 대규모 윷놀이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민속잔치인 대보름 축제에 주민과 공직자들을 위로하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행사가 민속축제를 기화로 한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의 성격이 짙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더욱이 지방선거 조기 실시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무더기 선심행사는 단체장들이 ‘기득권’을 통해 선거운동을 한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선거운동을 겨냥한 선심행정의 폐해에 대해선 낱낱이 밝힐 필요도 없을 정도로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이미 본란이 최근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자치단체의 선심행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도 단체장들의 사전선거운동심리가 행정공백은 물론 주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등 폐단이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행정자치부가 교부세를 빌미로 민선단체장과 지자체의 목을 쥐려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재정운영을 막기 위해 교부금을 삭감 또는 증액해주는 ‘재정 페널티제’와 ‘재정 인센티브제’ 도입을 추진하겠는가. 이제 민선단체장들은 차기 선거를 겨냥해 인기에 집착한 나머지 지방정부 예산을 마치 쌈짓돈처럼 여기고 제멋대로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군다나 지방경제가 신음하고 있는 터에 일선 행정을 맡은 단체장들이 1년 5개월이상 남은 선거를 위해 선심쓰기나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민생챙기기가 무엇보다도 더 화급한 일이다. 자치단체장들의 각성을 거듭 촉구해둔다.

신용카드 외면하는 우체국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인 우체국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아 일반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는 세금포탈방지, 투명한 사회를 위하여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고 있으며, 심지어 추첨까지해서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당첨금까지 주고 있는데, 정부기관인 우체국이 정부의 신용카드 장려 정책에 역행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이는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우체국은 현재 우편서비스만을 하고 있지 않다. 은행과 같이 각종 금융서비스를 함은 물론 각종 지역 특산물을 주문 판매함으로써 많은 이윤을 실현하고 있으며, 일반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개발로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연말이나 설과 같은 명절 때 일반서민들은 선물 주문을 위하여 우체국을 많이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수십만원까지 선물을 주문하고 있는데, 우체국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아 불편이 대단하다. 우체국 당국은 금년내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일반 기업 같으면 벌써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설치하였을 것이 아닌가. 그동안 각종 금융상품개발, 주문상품 개발에는 신속성을 보인 우체국이 신용카드 사용에는 왜 그렇게 늑장을 부리는지 알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백화점도 마찬가지이다. 금년 설 때 일반 재래시장은 경기도 없어 울상인데, 백화점은 오히려 매출액이 신장되었다고 한다. 특히 상품권 구매가 증가하였다고 하는데, 막상 상품권 구매에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 역시 소비자들이 많은 불편을 겪게 되었다. 백화점측은 상품권이 현금유통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신용카드구매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잘못된 처사이다. 정부는 말로만 신용카드 사용을 촉구하지 말고 우체국, 백화점 등과 같은 대형 기관이나 매장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토록 적극 노력해야 된다. 정부기관인 우체국조차 신용카드 사용을 거부하고 있는데, 어떻게 국세청이 신용카드 불사용 업체에 대하여 세무조사 등을 통한 신용카드 사용을 강요할 수 있겠는가. 정부기관이 신용카드 사용에 있어 모범을 보일 때 일반 시민들도 정부의 신용카드 사용 촉진책을 신뢰할 것이다. 우선 우체국부터 조속히 신용카드를 사용토록 해야 한다.

‘韓不信’ 피해대책 뭔가?

한국부동산신탁(주)의 부도로 인한 피해대책은 도대체 뭔가. 피해를 극소화한다는 정부당국의 대책반. 지방정부의 대책반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없는 사업투자, 낙하산인사에 의한 방만한 경영, 정부당국의 감독불충분을 이제와서 지탄하는 것이 피해대책일수는 없다. 대책을 말하면서 이렇다할 대책을 딱 집어 말할 수 없기는 본란도 마찬가지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한부신은 청산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회생을 전제로 하는 공적자금 투입이나 워크아웃 지속으로 가서는 더 큰 국민경제의 피해를 낳는다. 망할 기업은 망해야 하는 것은 정부 투자의 공기업이라고 하여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해서 도내를 으뜸으로 하는 전국 66개 현장의 1조700억원에 이르는 직접피해 또한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에대한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한다. 한부신은 정부보증을 상표로 하는 공기업이다. 피해자들은 민간기업이 아닌 정부보증을 믿고 계약이행에 충실한 선의의 피해자들인 것이다. 상법상의 표견대리의무를 지니는 것으로 볼수도 있는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보상하느냐는 것은 논의가 더 요하긴 하나 선의의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은 원칙이어야 한다. 물론 여기엔 막대한 국민세부담이 소비된다. 한부신으로 인해 혈세가 축나는 것은 어차피 불가피하다. 설령, 백보를 양보하여 공적자금을 투입해도 그렇고, 재산을 매각처분해도 그렇고, 정부나 채권단에서 제3의 해법을 모색해도 그러하다. 차선책은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무엇이냐 하는데 있을 뿐이다. 그러나 국민부담을 아무리 극소화한다 하여도 이 역시 억울한 국민부담을 절대로 간과할 수는 없다. 한부신의 전·현직 관련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 정부가 구상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구상권 행사로 인한 국민부담 손실보전이 예컨대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래도 해야 하는 것은 이 길이 사회정의 확립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부투자기업을 방만하게 경영, 국민에게 엉뚱한 피해를 입히고도 경영책임자는 여전히 호사를 누리는 것은 결코 정의라 할수 없다. 마땅히 책임을 지워 기업과 함께 경영인도 망해야 하는 모델을 공기업부터 보여줄 의무가 정부에 있다. 정부 역시 공기업 구조조정을 늦춘데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부신의 부실은 물론 이 정부만의 책임만은 아니지만 공기업 구조조정을 일찍 서둘렀으면 피해를 줄일수는 충분히 있었던 일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을 늑장부리다가 결국 부도에 이른 부실기업을 낳은 정부는 응분의 자체문책이 있어야 한다.

김우중씨 강제 소환해야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이 영국에 브리티시 파이낸셜 센터(BFC)라는 비밀 금융계좌를 개설하고 불법 해외차입금 등 200억달러(한화 25조원)의 자금을 조성, 해외로 빼돌렸다니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다. 도대체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믿고 이런 무도한 짓을 자행하였는지 울분을 금할 수 없다. 김우중씨는 그동안 세계경영을 핑계삼아 외환관리법과 외부감사법을 명백히 위반한 ‘치외법권 영역’을 만들어 놓고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검찰은 분식회계 및 사기, 외환관리법 등 위반혐의로 구속, 조사중인 대우그룹 전 사장단들의 수사도 중요하지만 정작 사건의 몸통인 김우중씨에 대한 조사에 주력해야 한다. 김우중씨는 분식회계의 최종지시자이자 외화 밀반출 혐의의 열쇠를 쥔 장본인이다. 해외에서 호화판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김우중씨는 즉시 강제 소환해야 마땅하다. 금융감독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검찰이 조사에 착수한 대우그룹 스캔들은 외형적으로는 대우 관련사의 분식회계에 모아지고 있으나, 사상 최대의 기업 부실을 일으킨 사건의 진상은 수많은 의혹을 품게 한다. 또 외화 밀반출에 따른 재산 은닉과 비자금 조성, 그리고 그 비자금을 이용한 정·관계 로비 가능성은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으므로 모두 조사대상이 돼야 하는 것이다. 김우중씨는 1992년 대선 당시 출마의사까지 밝히며 정치에 뜻을 보였고 특히 특정 대선후보를 지원했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평소 정치계 인사들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한 것으로 알려진 김우중씨가 굵직굵직한 정치인들이 포함된 소위 ‘김우중 리스트’를 작성,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도 수상하다. 검찰과 정부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수사진행에 따라 그 규모는 더 드러나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우는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 체포결사대를 조직, 김우중씨가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모로코등에 이달 중순쯤 파견할 것이라는 사실도 검찰은 유념해야 할 일이다. 특히 김우중씨의 여권을 무효화시키고 소재지가 확인되면 신병인도나 귀국종용이 아니라 즉시 강제 소환하는 것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길임을 거듭 말해 둔다.

지방선거, 예정대로

내년 6월 13일로 예정돼 있는 지방4대선거를 2∼3개월 앞당기자는 조기실시론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월드컵축구대회 때문이라는 이유는 당치 않다. 국내에선 내년 5월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10개도시에서 열린다. 10개도시가 갖는 대회준비가 선거와 겹쳐 소홀할 것으로 보는 조기선거론은 이유가 될수 없다. 월드컵축구대회가 아무리 국제적 이벤트라 하여도 10개도시 행사때문에 전국의 도시가 정해진 국가행사일정을 바꾸는 것은 형평에 위배된다. 또 지방선거무렵이면 이미 대회준비를 다 마친 상태다. 월드컵때문에 유권자들의 선거관심도가 낮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기우다. 선거는 선거고 월드컵은 월드컵이다. 선거에 관심도가 낮으면 그 이유는 딴데 있을 것이다. 정치권, 특히 여권이 굳이 지방선거를 조기실시하려는 진짜 이유엔 정치적 이유가 발견된다. 민주당 당헌이 규정하고 있는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지방선거 이후로 늦추려는 속셈인 것이다. 대통령후보 선출을 늦추어 김대중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막고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에 혼란이 밀어닥칠 대통령후보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 지방선거 조기론의 배경이다. 그러나 정치편의에 의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임기만료 3∼4개월전에 차기단체장 및 지방의원을 선출하면 그로써 오는 혼선과 후유증은 실로 막심하다. 이같은 폐단을 예상치 못할 터가 아닌데도 지방선거일자 변경을 강행하려는 것은 지방자치를 얼마나 가볍게 보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조기론을 제기하다 못해 이젠 특별법을 만들어 내년 12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 실시하자고 하는 지방선거 지연론이 민주당내 일각에서 고개를 드는 것은 가소롭다. 법과 원칙은 주관이 아니고 객관적 판단이다. 집권의 주관에 의해 법과 원칙을 좌지우지하려는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 내년 지방선거는 더 말할 것 없이 예정대로 제 날자에 실시돼야 한다. 지방선거가 월드컵축구대회와 겹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지됐던 사실이다. 이제와서 새삼 이를 빌미삼아 법정 선거일을 기피하려는 것은 국가행사를 당리당략화한다는 비난을 사기 십상이다. 한나라당도 내년 5월 전당대회를 의식, 아직은 조기실시에 꼭 반대하진 않은 분위기인 것 같으나 행여 동의하는 것으로 당론이 결론나면 여당과 함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만약 월드컵축구대회를 빙자해 법정선거일을 어거지로 변경하면 국제사회에까지 회자꺼리가 되는 조소 또한 자초한다 할 것이다.

한완상을 말한다

본란은 1·29 보각때 한완상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을 개혁성 인물로 보는 정치권 일각의 평가는 진보성향을 잘못 본 시각임을 지적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개혁이란 보수적 변화가 아닌 진보적 좌파개념에 가깝다. 연이나 MBC TV특강에서 밝힌 북한 퍼주기론 공격은 앞으로의 교육을 더욱 우려케 하였다. ‘북한 퍼주기로 경제가 어려운 것처럼 말하는 것은 평화를 원치 않은 사람들이 꾸며댄 말’이라고 했다. 양식을 의심케 한다. 도대체 평화를 원치 않은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평화의 소망은 진보주의자들만의 독점물이 아니다. 또 오늘의 경제위기를 북한 퍼주기에 원인이 있다고 누가 꾸며댔다는 말인지, 공허한 가정과 논리의 비약이다. 현대의 금강산사업등 제반 민간 대북사업출혈, 공식 논의중인 대북전력지원 등에 경제가 심히 어려워 깊은 신중히 요한다는 말과 북한 퍼주기로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말은 완전히 다르다. 완전히 다른 말을 멋대로 뒤섞어 입맛대로 표출한 편협과 궤변은 실로 놀랍다. ‘교육부’와 ‘교육인적자원부’에 대한 그의 해석 역시 짜맞추기식이다. 산·학·연연계, 전문인력육성은 전에도 역점사항이었다. 굳이 교육부 간판으로는 비효율적이고 교육인적자원부여야 효율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 창발력있는 학생을 그가 높이 평가하는 교육체제도 중요하지만 영재교육만이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평범한 민주시민의 소양을 만들어주는 범재교육 또한 무게있게 병행돼야 한다. 능력있는 학생만 높이사려는 편향적 교육총수의 시각은 마땅히 시정돼야 하는 것이다. 부처 직원들에게 ‘과감하게 접시를 깨라’고 말한 취임식석상의 훈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교육의 기본틀을 그나마 깨지 않을까 하여 매우 두렵다. 개혁과 혁명은 구별된다. 그 어떤 개혁도 기존의 틀을 깨는 혁명은 용납될 수 없다. 한 부총리가 비록 대학교육에 오래 몸담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총책으로 적임자인지는 매우 의심된다. 대학출신의 장관이 교육총수로 성공해보인 적도 거의 없지만 부정적 사고의 소유인물인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대중대통령의 한완상기용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 사람이 김영삼대통령 밑에서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으로 기용됐던 것은 김대중대통령이 정권 출범초 보수세력의 강인덕을 통일원장관으로 기용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보수의 김영삼대통령이 진보의 한완상을 기용했던것처럼 진보의 김대중대통령이 보수의 강인덕을 기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 후반들어 기용한 한완상과 대통령은 완전한 의기투합으로 해석된다. 각료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므로 누구든 침해할 수는 없다. 하나, 하필이면 지난해 노동당창건기념일에 평양가서 ‘형제(남북)의 경사’라고까지 말한 그를 후세 교육의 총수로 왜 임명했는지 알수 없다. 한완상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 대한 본란의 우려가 제발 기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대출금리 인하 왜 인색한가

예금금리를 내린 은행들이 당연히 취해야 할 대출금리 인하조치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우선 적용대상이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일부 대출금에 국한 한데다 인하폭도 0.5% 포인트에 그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여전히 8.75%의 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하 대상이 신규고객이며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를 내리지 않아 대기업 및 중소기업대출과 200만명에 달하는 가계대출자 중 대부분이 금리인하 효과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예금금리를 내렸으면 의당히 대출금리도 내려야 할 은행들이 고객의 반발과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시늉만 낸 느낌이다. 따라서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연 8%대에서 6%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지만 은행 여신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반대출 금리는 아직도 9%대를, 농협의 신용대출 금리는 12%대를 고수하고 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가 6%대로 떨어지는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인하는 데 인색한 것은 일종의 불공정 거래에 해당되므로 금융감독 기관은 적절한 시정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은행들이 예금금리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경영난을 이유로 대출금리만 높게 유지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해당되므로 공정거래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추진하고 있는 금융산업개혁이 금융산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경영혁신을 지향하고 있는 점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래서 과거와는 달리 수익성을 훨씬 더 중시하게 된 점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저금리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대출금리만 고금리체제를 고수한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금융기관의 수익성은 중요한 경영목표의 하나지만 그 목표는 자체 생산성 혁신과 자금조달 코스트를 낮추는 비용절감 노력으로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노력없이 경영수지를 빙자하여 고리대금업자처럼 높은 대출금리로 편한 장사를 하려는 것은 온당치 않다. 기본적으로 예금금리가 내리면 대출금리도 내려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금융비용이 절감돼 실물경제가 활성화 한다. 당국은 금융권 예대마진의 정당성에 대한 실사를 통해 마진의 적정선을 제시해 이를 바로 잡도록 해야 한다.

119 신고체계가 이래서야

119전화는 가장 긴박하고 위급한 사건 사고 발생시 절대 필요한 신고체계이다. 신속한 접수 및 처리는 119의 생명이다. 이러한 119 신고체계에 허점이나 이상이 있다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경기도내 수원·성남·안양·송탄·안산·고양·과천·오산·시흥·군포·하남·안성 등 상당수 지역에서 119 신고가 타지역 소방서로 접수된 후 다시 해당 소방서로 통보되는 이중체계로 운영되고 있다니 매우 걱정스럽다. 전화국 관할구역과 소방서 관내지역이 일치하지 않거나 전화 국번호가 혼재된 시·군·구 접경지역에서 119 신고시 전화국 선로에 따라 인근지역의 소방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본보의 보도에 따르면 수원 중부소방서의 경우 관내인 권선구 매교·세류·교동에서 화재나 재난이 발생, 119로 신고하면 회선이 남수원전화국으로 연결돼 있어 수원 남부소방서로 접수된 후 다시 수원 중부소방서로 무선 통보되고 있다고 한다. 서울전화 수용지역인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등 13개 동과 성남시 금곡동 일원은 회선이 서울 은평, 양재전화국으로 각각 연결돼 있어 서초·서울소방서로 119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오산소방서 관할인 화성군 봉담읍 매송면, 태안읍 기안리, 오산시 청호동 등은 전화국 수용구역과 행정구역이 일치되지 않아 119 신고가 엉뚱하게 수원 중부, 남부, 송탄소방서로 접수된 후 다시 오산소방서로 연결되는 실정이다. 119 신고체계가 이러한데도 즉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기소방본부가 한국전기통신공사측에 기술적인 문제 해결과 대책을 요구한 사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달 “119 특수번호 접속체계는 전화국단위 수용구역의 선로 및 교환기 시스템 중심으로 접속되므로 행정구역 또는 소방관서 관할구역과 일치되게 만드는 것은 엄청난 예산이 소요돼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성남시 금곡동에서 발생한 화재신고를 서울 서초소방서에서 접수하는 체계는 얼마나 큰 모순인가. 한국전기통신공사측은 예산을 이유로 중대한 문제점이 도출됐는데도 이를 묵과해서는 안된다. 예산이 부족하면 특별예산을 들여서라도 각종 화재와 재난을 방지, 구호하는 119 신고전화 선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

연초부터 물가 너무 뛰었다

연초부터 물가가 심상치 않다. 1월중 소비자 물가가 1.1%(경기·인천 각 1%)나 올라 그동안 안정세를 보여왔던 물가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상승률은 작년 9월(1.5%) 이후 최고 기록으로 작년 1월보다 4.2%나 오른 것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직사태속에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물가불안’이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물가가 급등한 것은 농축수산물 가격상승과 각종 공공요금인상 때문이다.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잦은 폭설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설 수요 때문에 한달 동안 평균 2.8%(경기 3.6%, 인천 3.1%) 올랐고, 의료보험 수가가 9.9% 올랐으며 담뱃값 도시가스요금 상·하수도료 등 공공요금이 2.0%(경기 2.5%, 인천 2.6%) 오른 것도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 올리는 데 크게 작용했다. 물론 1월 한달간의 물가급등을 두고 섣부르게 경제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기는 이른감이 없지 않기는 하다. 그러나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국내외 변수가 잠복해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및 각종 원자재가격이 들먹거릴 가능성이 적지 않고 정부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봄철 신학기 및 이사철을 맞아 각종 사교육비와 전·월세가격도 낙관만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물가급등은 국민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경기침체 못지 않게 심각하다. 물가상승의 피해는 결국 근로소득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가안정이 실업대책 못지 않게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는 정부의 인식이다. 물론 정부는 엊그제 서둘러 긴급 물가안정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우선 상반기 중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학교 납입금과 학원비의 인상폭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앙공공요금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상·하수도요금 등 지방공공요금의 안정화를 위해 지방교부세 산정시 이를 반영키로 했다. 보험약가도 실거래가격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하할 계획이며, 전·월세 가격안정화를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말이나 선언만으로 그치면 결코 물가를 잡을 수 없다. 구체적인 실천이 중요하다. 올해 우리 경제가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 4개부문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절대 필요 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정부는 이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 초기에 물가 오름세를 진정시키는 시책을 실행에 옮기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안기부 자금 특검서 밝혀야

연초부터 불거진 안기부 예산 선거자금 전용이 정치권을 계속 강타하고 있다. 검찰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있는 강삼재(姜三載) 전 신한국당 사무총장의 조사가 여의치 않아 불구속 기소하고 또한 법무부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국고환수를 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여야간의 끊임없는 소모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 29일 있은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진상을 밝혀야 된다는 야당의원의 주장이 제기되어 정국이 더욱 어수선하다. 검찰의 주장대로 안기부 예산이 96년 제15대 총선시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후보자들에게 1천여억원의 거액이 지원되었다면 이는 국기(國基)를 흔드는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특정 정당 후보자의 선거자금으로 둔갑되었다면 이를 지시한 당사자를 비롯한 관련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되며 또한 사용된 자금은 전액 국고로 환수하여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된다. 그러나 현재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물론 강삼재 의원도 안기부 자금 사용을 부인하고 있다. 통치자금의 일부이니, 또는 제15대 대선시 사용된 선거자금의 잔여분이니 등등 여러 가지 설이 많으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심지어 강의원은 정치자금 문제는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다고 공언하면서 검찰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하니 결국 실체 파악 없이 정치적 공방의 지속 속에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많다. 여하한 경우에도 안기부 예산 선거자금 전용문제는 밝혀져야 된다. 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으면, 정치권은 이로 인하여 큰 수렁에 빠짐은 물론 여야관계가 정상화되기 힘들다. 더구나 이 사건에 대하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혹은 대단하다.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는 여야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또한 검찰에 대한 시선 역시 결코 곱지 않다. 안기부 자금 전용의혹 문제는 과거에 있었던 정치자금 사건과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정치자금이란 이유로 흐지부지된다면 검찰은 물론 여야는 국민들로부터 더 이상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현재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면 특별검사제라도 도입하여 실체를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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