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부총리의 국회발언

경제난과 관련, 정치권을 비판한 진념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의 국회발언은 주목할만하다. 국회재경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경제고위관료의 고충을 묻는 한나라당 손학규의원의 질문에 정치권에 직간접으로 시달리는 애로를 솔직히 말했다. 진부총리는 또 “IMF사태 이후 무너졌던 경제가 지난해 상반기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회복되자 정부부처가 자만하고 긴장감이 풀어졌다”며 자책도 서슴지 않아 정치권에 대한 그의 비판이 설득력있게 다가선다. “특히 선거등 정치일정이 있다보면 경제를 경제논리로 풀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도 하고 “지난해 12월 정부 예산안의 경우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는 바람에 거의 전부처가 한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며 그간의 고충을 밝혔다. 정치권이 더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을 짐작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경제총수가 국회에서 이를 공식으로 밝히기는 처음이다. 국회가 공전돼 시급한 경제현안의 처리가 지연되기 다반사였던 것은 등원여부를 정쟁의 도구로 당리당략화한 여야의 책임이다. 이바람에 지난해 정기국회는 의정사상 새해 예산안처리에 최장 늑장기록의 오명을 남겼던 것이다. 특히 각종 선거에 임한 집권당의 무리한 요구는 정부의 경제시책을 왜곡시키곤 하였다. 지난해 4·13 총선때 정부로 하여금 ‘더이상의 공적자금투입은 없다’는 발표를 하도록 해 결국 투입적기를 놓침으로써 더 많은 공적자금이 들어간 것은 그러한 사례다. 이러고도 당정협의회에서 여당측은 정부관계자에게 실패의 책임을 전가시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가 일쑤였다. 여야는 경제문제만은 상호협력을 거듭 다짐한지 오래다. 그런데도 이는 말뿐,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경제논리를 정치논리로 해결하려는 폐습이 상존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다. 경제를 정치논리로 풀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치권의 깊은 각성이 촉구된다. 아울러 정부도 정치권, 특히 집권당의 눈치를 더이상 보지말고 소신을 갖고 일해주기 바란다. (경제)각료는 국정집행의 최고실무책임자이지 여당의 하수인이 아니다. 당에 할말은 해야 한다. 진부총리의 국회발언이 경제팀의 국정수행에 새로운 활력소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公團이 명퇴자 구제용인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구조조정 작업이 겉돌고 있다. 공공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조개혁에 솔선해야 할 인천시 관내 기초단체(자치구)들이 시설관리공단 등 불필요한 조직을 만들어 명예퇴직대상 공무원을 책임자 자리에 앉히거나 단체장 주변인물을 직원으로 임명하는 등 편법대응으로 지자체의 구조조정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초 이미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해 명퇴공직자를 이사장에 임명, 운영중인 부평구와 남구·서구청의 경우 이들 산하기관들은 그동안 지적돼온 정부 산하기관들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위인설관(爲人設官)과 낙하산 인사가 고쳐지지 않고 있으며, 멋대로 책정한 급여지출로 막대한 세금을 축내면서도 하는 일은 시 본청에서 운영중인 사업과 중복되는 사안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나머지 남동구와 동구·연수구도 뒤따라 이같은 낭비와 비효율적인 산하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니 지방행정의 부실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 구조조정의 당위성은 그동안 수없이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도 기초단체들이 이처럼 명예퇴직자 구제를 위해 새 기구를 만드는 편법은 겉으로는 구조조정 모양새를 갖추면서 실제적으로는 구조개혁에 역행하는 것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은 지역살림을 맡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불필요한 조직과 인원으로 인해 예산을 낭비할 때는 지자체의 효율적 운영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세금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등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공무원들을 구제하기 위해 산하 기관을 설립, 이들을 채용한다면 이는 구조개혁을 기피하는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금 정부는 산하기관 등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주요과제로 삼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설립 취지가 비슷한 기관과 기능의 통폐합과 폐지를 단행해야 할 중요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IMF 사태로 사회 각 분야에서 거품 제거작업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고 공조직 역시 예외가 아닌데 유독 지자체만이 빗나간다면 우선 지역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자체장들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 주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올바른 구조조정으로 낭비요소를 제거해야 할 것이다. 시행착오는 과감히 시정하고, 이런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여타 지자체장들은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체장 조기공천설

본란은 내년 6월 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의 조기실시론을 반대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한술 더떠 조기공천설까지 나오는 것은 유감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직 시장군수가 후보가 되는 기초단체장선거는 조기혼탁의 조짐을 보여 우려되는 판이다. 행자부의 단체장 사전선거운동 금지지시 공문은 선심성 예산집행에 대한 감독을 다짐하고 각종 축하카드보내기, 지역축제음식접대, 치적홍보 등 사전선거운동 유형을 예시까지 해놓고 있다. 정치권이 단체장 조기공천설의 이유로 내건 충분한 조직기반 강화란 당치 않다. 일상적이 아닌 특정인 중심의 특정목적을 지닌 조직강화는 항용의 정당활동이 아닌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이는 또 모든 후보자나 예정자들에게 선거운동의 기회를 평등하게 균점되도록 규정하고 있는 관련 선거법에 위배된다. 현직 단체장의 선심성예산집행을 사전선거운동으로 해석하고 이를 금지하는 연유가 바로 이런 불균점의 위법성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사전선거운동으로 볼수도 있는 특정행사가 일상적 시·군정을 구실삼아 자행되고 있어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여기에다 조기공천까지 겹쳐 놓으면 그 혼탁은 불을 보듯이 훤하다. 현직 단체장의 조기공천자와 그렇지 못한 후보예정자들간의 현저한 불평등 경쟁을 결코 공명선거라 할수는 없는 것이다. 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단체장 공천에 상당비율의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조기선거에 조기공천까지 있게 되면 현직 공천자와 현직(공천) 탈락자간의 갈등은 지역사회가 감당하기 벅찬 후유증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처럼 여러가지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이 조기공천설이다. 아니 벌써 그같은 말이 나돈 것만으로도 이미 좋지 않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과 원칙은 편의논리가 아니다. 정치권이 진실로 편의논리가 아닌 법과 원칙을 존중한다면 부질없는 조기선거론, 조기공천설은 마땅히 철회, 지방선거의 타락조짐을 싹부터 잘라내야 한다. 이를 새삼 논의해야 하는 것 자체가 중앙정치의 횡포에 기인한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와 병립의 관계이지 예속이 아니다. 참다운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를 보는 중앙정치의 인식부터 먼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린벨트 훼손 왜 묵인하나

도내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그린벨트내 각종 불법행위를 단속하고서도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음은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후속조치는 고사하고 아예 단속조차 안하는 지자체도 있다고 하니 지방행정의 앞날이 심히 우려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내년에 실시될 지방동시선거를 앞둔 지자체 단체장들이 ‘표’를 의식, 인심을 잃지 않으려는 데서 나온 게 분명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어서 더욱 예사롭지 않다. 현재 경기도는 전국 시·도 가운데 그린벨트 점유율이 가장 높다. 작년말 현재 도내 21개 시·군에 모두 1천293㎢가 지정돼 개발제한이 엄격히 이뤄지고 있으며 시·군 등 지자체들이 그린벨트 훼손 행위 등에 대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개발제한 구역내에서 지역주민들이 축사로 개발허가를 받은 뒤 공장용지로 불법 용도변경하는 등 각종 위법행위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그린벨트 훼손 행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지자체들이 단속을 소홀히 하는 것은 자치단체장들이 차기선거에서 표를 의식, 강력한 행정집행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경기도 그린벨트내 위법행위 단속건수는 지난 99년 2천842건에 비해 618건이 줄어 들었다. 작년에는 그린벨트 해제 및 조정과 관련해 99년보다 단속횟수가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적발건수가 줄어든 것은 지자체가 위법행위 단속을 소홀히 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단속 후 조치사항도 작년 2천224건 중 1천380건만 조치하고 나머지 844건은 미조치해 99년 2천224건 중 1천380건만 조치하고 나머지 844건을 미조치했다. 이는 99년 2천842건 중 2천314건 조치에 528건 미조치와는 대조를 보여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이다. 문제는 단속건수, 조치건수의 수치의 가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잖아도 지방선거 조기열풍과 함께 지자체단체장의 자파 위주의 인사, 선심성 예산 편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터에 이처럼 그린벨트 위법행위가 묵인되고 있다면 기타 다른 위법행위도 단속을 하나마나 한 실태가 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린벨트 훼손행위에 대해 시·군으로부터 매월 단속결과 등을 보고받아 실태를 파악, 상응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경기도가 지시를 하고 있으나 단속 및 집행권한이 있는 해당 지자체가 묵묵부답이라면 무법천지가 따로 없는 것이다. 차기 선거의 재선을 위해 불법·위법행위를 묵인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소탐대실이 주민은 물론 당사자에게도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나타나는가를 명심해야 한다.

금연정책과 지방재정

정부의 금연정책 전환으로 그동안 ‘내고장 담배 팔아주기’운동을 벌여온 지방자치단체들이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일선 시·군이 내고장 담배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게 된 것은 지난 1988년까지 정률세였던 담배판매세가 89년부터 정액세인 담배소비세로 바뀌면서 담배공사가 지역별 판매실적에 따라 갑당 일정 세액을 시·군의 살림재원으로 납부케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담배 한갑에 최고 510원씩 붙어 있는 담배소비세를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원으로 제공하고 있으니 원활한 재정확보로 살림을 원만하게 꾸려나가야 할 지자체가 내고장 담배 팔아주기 구호를 내건 것은 일응 이해할 만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금연분위기 확산으로 시·군 세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담배소비세 징수율이 크게 떨어져 재정이 궁색해진 도내 시·군들이 설상가상 정부의 담배정책 전환으로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에게 흡연 및 과다한 음주가 국민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교육·홍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의 담배정책은 그동안 국민의 건강과는 모순된 방향으로 시행돼 왔다. 국가가 담배사업권을 독점하고 있고, 시·군세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담배소비세가 없다면 지방공무원들의 월급조차 제대로 줄 수 없는 자치단체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가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끊으라고 권장하기는 커녕 내고장 담배 팔아주기 운동으로 담배소비 촉진을 부추긴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늦게나마 담배정책을 바꾸기로 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고교생과 성인남자의 흡연율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당국의 자료가 말해주듯이 우리 국민들은 어느 나라보다 담배의 해악에 많이 노출돼 있다. 폐암·심장병·만성 기관지염 등 담배와 관련된 질병으로 연간 3만5천명이 사망하고 흡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 담배를 유해물질로 규정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물론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정부의 담배정책 전환으로 재정압박이 가중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지방재정 때문에 국민건강을 외면할 수는 없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흡연피해를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지자체들은 내고장 담배를 많이 피우게 해 세수를 올리려고 하기 보다는 음성·탈루 세원의 적극적인 발굴과 차적옮기기, 그리고 공영개발사업 등 경영수익사업 확대에 행정력을 집중, 세입증대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통행료 싫으면 시내로 가라?

‘고속도로 통행료가 부담스러우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말고 시내구간을 이용하면 된다.’ 이 말이 고속도로 통행료가 터무니없이 비싸 불평을 하는 운전자에게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한 말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도로공사 직원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대답일 수도 있으나, 과연 이렇게 쉽게 대답해야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오는 4월부터 한국도로공사는 신갈-안산간 고속도로의 동수원-북수원간 6.4㎞ 구간을 이용하는 차량에 대하여 900원의 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아래 톨게이트 공사가 진행중이다. 물론 이는 예정사항이고 현재 도로공사가 관계기관과 요금체계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요금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으나, 통행료 징수 방침은 분명하며, 더구나 관계자에 의하면 900원 내외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수원-북수원간 거리는 고속도로 통행료 최저 요금 거리인 20㎞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이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 900원이라는 통행료를 부과한다면 이는 도로공사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고속도로를 만든 것은 원활한 교통체계를 위하여 만든 것이지 여러 곳에 톨게이트를 만들어 통행료를 징수, 도로공사의 수입이나 올리라고 만든 것은 아니다. 불과 6.4㎞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에 톨게이트를 만든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 지금 현재 곳곳에서 짧은 거리에 통행료를 부과하여 운전자들로부터 불만이 대단한데, 이를 해소할 생각은 하지않고 또 짧은 거리에 톨게이트를 만든다면 이는 도로공사의 횡포이고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위이다. 더구나 일산, 구리 등등을 가려면 수차례의 통행료를 지불하여 짜증도 나고 또한 통행료 부담도 적지 않다. 통행료가 부담스러우면 시내구간을 이용하라는 안일한 도로공사 직원들의 태도는 문제이다. 통행료가 비싸 시내로 차가 몰리면 시내 교통 체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내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만든 고속도로 아닌가. 6.4㎞정도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에게 서비스 구간이다. 서비스 구간에까지 통행료를 받아야 고속도로공사의 수지가 개선된다면 운영상의 문제이고 또한 도로공사의 서비스 정신은 최하위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새삼 공기업으로서 도로공사의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고 싶다.

교원 성과급제의 전제

교육공무원에 대한 성과 상여금제를 놓고 교원단체들이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범 정부차원의 공무원 성과 상여금제 시행계획에 따라 이달말 초·중·고 교사와 교감·교장 및 교육전문직에 대해 평가제와 성과급제를 실시키로 한데 대해 교원단체들이 ‘단기평가가 불가능한 교육의 성과를 경쟁논리로 재단해 교단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분야를 가릴 것 없이 각 부문에서 앞다툼을 벌이는 경쟁시대에서 교직사회라고 해서 경쟁체제 도입이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교사의 자질과 능력은 우수 인재 양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국가나 조직의 경쟁력은 교육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교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성과급제는 매우 긍정적인 시도라고 본다. 그동안 많은 교사들이 정년을 보장받는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연구·교수활동을 소홀히 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단활동에 헌신적인 교사와 아무런 차별없이 그런 나태한 교사들에게 동등한 보수를 지급하고 승진·승급도 시키는 철저한 연공서열식 제도 탓에 교직사회전체를 경쟁개념이 없는 무기력한 조직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들을 간과해선 안된다. 따라서 이같은 교직사회의 무경쟁 체제로 인해 붕괴위기에 처한 교육현장을 재건하고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공 누가(累加)방식의 보수체계를 개선해 개인능력을 반영하는 성과급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하다. 각 분야의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칠 때 상대적으로 나태했던 분야가 공직·교직사회였다는 지적을 고려하면 교사평가제와 우수교사 성과급제도는 오히려 때늦은 감조차 없지 않다. 그러나 교사 성과급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교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교사평가가 교장의 자의적 판단에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방식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 교과활동은 물론 인성교육과 학습평가, 그리고 주당 수업시간과 담임 보직여부, 특수공적이나 근무성적 평정 결과 등 피평가 교사들이 동감하는 요소들을 체크하는 평가방식이어야 한다. 아울러 학교별로 교사가 참여한 ‘성과금 심사위원회’로 하여금 공정하고 자율적인 평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교원단체들도 교직사회의 무경쟁 시스템이 결국은 우리 교육의 장래를 망칠뿐 아니라 교사 자신들의 입지도 좁히게 된다는 점을 자각하고 경쟁체제 제도화에 정부와 숙의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경의선 일산구간 지하화해야

지난해 11월 착공한 경의선 복선 전철화 공사(용산∼ 문산 47Km) 가운데 고양시 일산구간 18Km는 고양시의 반대가 없더라도 당초부터 지하화로 설계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철도청이 화물열차의 이동이 어렵고 7천억원의 예산 추가소요를 이유로 공사를 강행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열차가 지상으로 지나갈 경우 철로가 고양시 일산 신도시와 구시가지를 갈라 놓아 고양시가 양분돼 지역발전에 큰 장애가 될뿐 아니라 철도 건널목 주위는 현재보다 더욱 심각한 차량정체 현상이 빚어질 게 분명하다. 또 철로와 인접한 대단위 아파트 주민들은 물론 능곡·행신·대화동 일대 주거지역은 열차 소음으로 창문조차 열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철도청은 계속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 지자체와 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고양시와 원만한 합의가 안될 경우 경의선 복선 전철화 사업을 국가 계획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국가사업으로 밀어 붙이겠으니 알아서 처리하라는 태도가 아닌가. 대한민국의 각종 사업이 국가사업 아닌 것이 어디에 있는가. 현행 도시계획법상 고양시가 도시계획시설 변경입안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구간에 대한 사업시행이 불가능함을 철도청은 아마 무시하려는 모양이지만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경의선 지하화가 당연한 이유는 많다. 철도청이 지하철도는 화물운송이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자유로, 통일로, 경의선이 만나는 임진각 근처에 물류기지를 만들어 화물의 출발 및 종착지로 사용하고 용산∼문산 구간은 여객 전용으로 이용하면 문제가 하나도 없다. 추가예산 소요를 이유로 내세우는 것도 타당치 않다. 경부선 고속철도나 인천국제공항에 투입된 막대한 경비를 감안하면 철도청의 예산타령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구간 공사를 위해 백년대계를 그르치려는 졸속행정이 심히 우려스럽다. 고양시와 주민, 시민단체들이 거시적인 안목과 국가적으로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은 명분을 갖고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지상 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은 사회분위기를 불안케하는 요인을 자초하는 일이다. 철도청은 2006년 12월까지의 공사기간이 다소 늦어지고 추가예산이 들더라도 지하화 방향으로 공사를 변경하기 바란다.

여전한 공직비리

공직사회가 여전히 혼탁하다. 정부가 지난 11월 하순부터 올 1월말까지 벌인 특별감찰결과 공직자 8천209명이 각종 비위사실로 적발됐다. 불과 두달간의 감찰활동에 걸려든 결과치고는 놀라운 규모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지 3년이 지났는데도 공직사회에 아직도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쳐온 ‘공직비리 척결’이 김대중 정부에서도 헛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복무규정위배와 무사안일 등 공직기강 해이로 적발된 사람이 2천219명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하는 것은 개혁에 앞장서서 솔선해야 할 공직사회의 기강이 어떠한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공직사회 바로 잡기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은 작업임을 깨닫게 한다. 공직부패의 전형적 유형인 금품수수 향응받기 사례가 449명에 달했고 업무부당처리도 2천583명에 달했다. 그 가운데 비교적 무거운 사안은 형사처벌과 함께 공직에서 추방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이번 특별감찰에서 적발된 비위공직자의 직급분포를 볼 때 공직사회에 대한 감찰이 고위직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행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3급이상 고위직이 4.3%이고 6급 이하 하위직이 6천명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은 우선 표면상으로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그러나 자체감찰 등이 혹시 송사리만 잡았다는 인식이 공직사회에 만연하다면 사기저하나 냉소주의같은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국무조정실이 행정자치부와 교육직 등 각 기관별 비위공직자 적발 건수를 발표하면서 정작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자체 감찰결과의 구체적 내역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핵심 권력 및 사정기관에 대한 감찰결과를 밝히지 않고서는 공직사회 내부에서부터 정부의 감찰활동에 대해 공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직사회의 비리척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 단속이 중요하다. 과거 역대 정권처럼 일과성으로 끝낸다면 사정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사정기관의 지속적 감시 단속과 함께 부패방지법의 입법도 조속히 마무리 해야 한다. 내부고발자 보호를 비롯 자금세탁규제 강화와 재산등록대상 확대 및 심사 강화, 그리고 수뢰공무원의 취업제한 등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 하다.

대학 등록금 인상 재고해야

요즈음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때문에 걱정이 태산같다. 어려운 입시과정을 거쳐 대학에 합격 하였으나, 턱 없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기쁨도 잠시, 오히려 등록금 마련에 근심만 늘고 있다. 신입생들의 경우 공과대학은 무려 400만원이나 되며, 재학생들도 지난 해에 비하여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7∼10%가 인상되어 새학기를 앞둔 대학가에 학내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에 따른 마찰은 매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새로운 양상은 아니다.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분쟁은 수년전부터 야기된 문제이며, 특히 한국 대학에서는 학생운동의 일환으로 제기되어 매년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특히 학교 운영비의 대부분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립학교는 등록금이 주요 재원이기 때문에 인상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학생들과의 등록금 분쟁은 연례적 행사가 되었다. 등록금 인상문제는 사립대학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국립대의 경우, 등록금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에 의거 5%를 인상하였으나, 기성회비 등은 서울대가 신입생의 경우 11.3%나 인상하여 등록금을 편법으로 인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다른 국립대학도 비슷한 실정이기 때문에 사립대와 비슷한 등록금 분쟁이 예고되고 있다. 열악한 대학 재정을 타개하기 위하여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여건을 감안,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모든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대학 등록금 인상은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대학 당국도 등록금 인상 이전에 재정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지혜가 요구되며, 특히 사립대의 재단은 대학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확대하여야 된다. 재단의 권리만 주장하지 말고 지원을 확대, 의무를 다해야 된다. 등록금 책정 이전에 대학 당국은 학부모나 학생들이 학교 재정 운영에 대한 의혹을 갖지 않도록 학교 재정에 대한 구체적 내용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요망된다. 형식적인 자료 공개가 아니라 실질적인 공개를 통하여 학교 운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등록금 분쟁이 확산되어 새학기 면학 분위기를 해치기 전에 대학 당국이 등록 결정에 대한 합리적 선택을 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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