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실패의 교훈

정부가 담수호포기를 선언한 시화호는 1987년 4월 첫 삽을 떴다.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를 거쳐 화성군으로 연결되는 12.7㎞의 방조제 축조는 대역사였다. 그러나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준비없이 7년만에 완공된 시화호는 민물을 가두면서부터 썩기 시작해 중금속 오염투성이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전두환, 노태우정부에서 김영삼정부를 거쳤다. 지금에 이르러 결국 담수호를 포기한 결단은 예상됐던 일이어서 이해는 한다. 그렇긴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어 영 개운치 않다. 담수호 가운데 유람선이 떠돌고 시화호 물은 농·공업용수로 쓰겠다던 당초의 청사진이 얼마나 허황했던가를 실감한다. 방조제건설비만도 6천220억원이 투입되고 수질개선에 2천79억원이 들어갔다. 무려 8천299억원의 국민들 혈세를 쏟아 붓고도 결과가 이 모양이다. 해수호가 돼도 방조제건설에 따른 경제적효과가 살아 있다는 정부관계자의 말은 듣기 좋은 말일뿐 아직 실효가 없다. 앞으로 시화호 주변 개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다. 해양자연사박물관, 물류기지 등 건설이 검토되고 있다. 좋은 대안이 나오길 기대하긴 하지만 투자비용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생태계 관리에도 문제점이 없지 않다. 시화호개펄은 1994년의 COD 5.2ppm에서 한동안 26ppm으로까지 악화됐다가 얼마전부터는 6ppm으로 회복돼 철새들이 찾아들고 있긴 하다. 그러나 여름철이면 수위를 낮춰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개펄이 장기간 노출돼 개펄의 생태계가 위협당하는 위험은 계속 상존한다. 방조제 축조로 전래의 자연생태계는 이미 파괴됐지만 새로운 생태계 생성마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장차 후대의 환경재앙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시화호사업의 실패는 이처럼 환경문제에 중차대한 교훈을 일깨워주면서 국책사업에 대한 진지한 고려를 시사해준다. 사전사후 검증이 없는 주먹구구식 대단위 국책사업의 시행착오는 이제 시화호로 끝내야 한다. 한푼의 달러라도 벌어들여야 할 실정에서 무책임한 국책사업으로 국가 재정에 막심한 내부 손실을 입히면서 국토이용에 훼손을 가져오는 것은 반국가사범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생각하면 세간의 현저한 과실에도 상대의 손해에 책임을 지고 공무원의 현저한 과실에도 국민에게 손배책임을 지는 마당에 정책입안의 현저한 과실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은 국정의 문란이다. 더는 국책사업에 국정의 문란이 없는 책임의식이 발현되기를 이 정부에 기대하고자 한다.

체전 성화 채화는 마니산에서

최근 대북화해분위기에 편승, 전국체육대회 성화를 강화 마니산(摩泥山)이 아닌 금강산, 묘향산 등에서 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한마디로 타당치 않다. 이는 올림픽대회 성화 채화지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하려는 것처럼 무모한 발상이다. 마니산이 인천·경기지역에 있는 성산(聖山)이라서가 아니다.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마니산 참성단에서 매년 실시했던 성화 채화를 지난 해 제81회 전국체전 개최지 부산시가 금강산과 포항 호미곶, 마니산 등 3곳에서 한 것도 잘못된 처사였다. 마니산 한곳에서 채화하도록 노력하지 못한 당국의 실책도 크다. 더구나 올해 전국체전 개최지인 충청남도가 국태민안과 통일기원을 이유로 묘향산과 백두산에서의 성화 채화 계획을 수립, 검토중이라는 것도 부산시의 전례가 있어서다.이는 마니산의 역사성을 격하하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 마니산이 어떤 산인가. 한반도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정상에서 남쪽 한라산까지와 북쪽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다. 특히 산정에는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참성단(塹城壇·사적136호)이 있는 신성한 산이다. 고려시대에도 왕과 제관이 찾아가 하늘에 제사를 올렸고, 조선시대에도 제사를 지냈다. 물론 오늘날에도 개천절에 제전이 올려 지는 곳이다. 산 이름도 역사성과 그 뜻이 매우 깊다. 마니산은 마리산·머리산으로도 불리는데 ‘마리’란 고어로 머리를 뜻한다. 가장 높은 땅의 머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정상에 홍익인간과 국태민안을 기원한 참성단 성역이 있다. 우리나라 전민족, 전국토의 머리라는 뜻과 얼이 서려 있는 곳이다. 강화군이 ‘전국체전 성화 채화는 강화 마니산으로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인천시와 국회, 청와대, 문화관광부 등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강화군만의 일이 아니다. 인천시와 경기도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전국체전 성화는 반드시 마니산 참성단에서 계속 채화돼야 한다.

신문의 불공정거래행위

오늘 일부 중앙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행위조사가 시작된다. 언론사가 다른 것도 아닌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를 결국 자초하게 된 것은 유감이다. 조사대상이 된 거대자본에 의한 무가지배포, 경품제공 등은 불행히도 신문업계 내부의 오랜 병폐였음은 독자들이 주지하는 사실이다. 이를 금지하는 업계 내부의 자율적 협약과 규제조항을 마련한 적도 있었으나 휴지화돼 마침내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경위가 어떻든 신문사가 공정거래위의 조사를 받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기왕 조사가 불가피하다면 근절돼야 한다고 보아 고언이 없을 수 없다. 자본을 무기화한 경쟁은 인정한다. 처우개선이나 재교육 및 취재비투입, 제작시설의 첨단화 등 신문의 품질을 제고하는 거대자본의 경쟁은 평가한다. 그러나 신문판매에 무가지를 무려 6개월 넘게 무차별 배포하고 이도 모자라 경품제공까지 일삼는 거대자본의 횡포는 모든 신문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이같은 무가지배포끝에 신문을 구독않거나 구독하다 끊으려면 차마 듣지 못할 막말까지 듣기 일쑤라는 독자들의 오래된 개탄이 높다. 강제투입된 신문을 거두지 않아 문전에 나뒹군채 홑날린 것을 볼때면 그것이 누구의 신문이든 똑같이 신문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마치 천대받는 자신의 시신을 보는 것처럼 참담할 지경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단지마다 이사오는 사람들 이사짐을 다투어 거들며 경품제공과 무가지배포 경쟁에 혈안인 것은 정말 목불인견의 추태다. 신문은 고급상품이라는 것이 본란이 생각이다. 고급인력과 첨단시설에 의해 제작되는 높은 긍지가 담겨진 것이 신문이다. 하물며 일반 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비판하는 언론이, 그것도 거대자본의 신문사가 추태를 불사한 비지성적 불공정거래를 일삼다가 정부의 조사를 불러들인 것은 언론의 명예를 위해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받는 신문사는 지국이나 보급소에서 한 불공정거래는 본사와 무관하다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지국에서 서로 불공정거래 경쟁끝에 폭력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그렇게 변명하였다. 그러나 고용관계가 아닌 계약관계의 지국이나 보급소가 저지른 행위일지라도 책임을 모면키 어려운 잘못된 생각이지만 본사 지원없는 불공정거래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독자들은 먼저 알고 있다.

국회 3당대표 연설을 듣고

여야 3당대표는 국회연설에서 한결같이 정쟁중단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제도화된 정치개혁(한나라당), 법과 원칙이 통한 신뢰회복(민주당), 정치개혁위구성(자민련) 등을 제의했다. 정치개혁의 방법은 앞으로 정치권의 협의과제이나 우선 보아 민생정치, 상생정치의 인식을 같이 한 점은 평가할만 하다. 아울러 정쟁중단은 양보와 호혜가 전제된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로 가는 극한대립은 실로 무위무모한 것임을 너무나 지겹게 체험하였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국가보안법개정 시기상조론에 민주당이 여야협의와 국민적 동의를 거쳐 추진하기로 한 것은 적절하다. 대북정책이 북에 끌려다닌다(한나라당), 끌려다니지 않았다(민주당), 일방적 지원은 자제해야 한다(자민련)는 3당의 판단은 관점의 차이일 수 있다. 개방유도의 방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 이렇긴 하나 본란은 지금까진 끌려다닌 경향이 없지 않았다고 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또 유연한 상호주의의 적절한 촉구는 정부의 대북협상 테이블에 도움이 된다 할수 있다. 3당은 첨예한 안기부자금에도 각각 언급했다. 정치보복(한나라당), 국고횡령사건(민주당), 대표적 정치부패사례(자민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의 본질은 국고냐 아니냐에 있다. (아니더라도 문제가 없는건 아니지만) 그러나 명심해야 하는 것은 이는 이제 사건을 소추한 검찰측 책임과 장차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점이다. 미리 예단하여 더이상 정쟁화할 이유는 못된다. 정치권의 소모적 논쟁은 끝내야 한다. 경제구조조정을 두고 한나라당은 신관치, 민주당은 부실기업 은닉재산의 추적, 자민련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탕빙구어수랄까, 끓는 물이나 얼음이나 결국은 다같은 물이다. 3당의 주장은 똑같이 경제를 걱정하는 말이다. 다만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여당 입장에서는 신정경유착의 의심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는 있다. 생각하면 다같은 보수정당이다. 차기 정권을 위한 공방은 이해하지만 유연성과 포용력을 가질줄 아는 정치활동의 신축성이 요구된다. 어느 당을 불문하고 투쟁일변도나 무작정 고집만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민생정치, 상생의 정치에 노력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국회대표연설에서의 말 뿐만이 아니고 실제의 정치활동이 이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죽전지구 개발 왜 서두나

경기도가 말썽많은 용인 죽전지구의 대규모 택지개발 실시계획을 서둘러 승인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당초 죽전지구는 지난 98년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된 이후 마구잡이 개발로 피해를 본 용인지역 주민과 환경단체가 택지개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역이다. 더욱이 죽전지구내 대지산 일대는 지난해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로 훼손된 산림의 원상복구명령이 내려졌던 신봉지구처럼 한국토지공사의 영향평가가 왜곡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환경단체로부터 재조사 요구를 받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경기도가 무엇에 쫓기듯 죽전지구의 택지개발계획을 승인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108만3천평의 죽전지구가 계획대로 개발된다면 공동주택 1만4천여가구와 단독주택 1천200여 가구가 입주, 5만7천여명을 수용하는 미니 신도시가 형성하게 된다. 물론 토공측은 일산이나 분당과는 달리 저밀도의 환경친화적 도시로 개발한다고 하나 죽전지구가 이미 교통체증을 빚고 있는 분당과 인접해 있어 교통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군다나 수도권 최대의 난개발지역으로 만성적 교통체증에 빠져 있는 용인서부지역에 아무 대책없이 미니 신도시를 또 건설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죽전지구가 개발될 경우 임야의 61%가 훼손되고 전체 면적의 32%(36만평)에 달하는 농지가 사라지는 등 환경훼손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는 죽전지구내 대지산 인근 3만여평이 작년 토지공사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산림훼손 개발이 가능한 ‘6등급’으로 평가됐지만 환경정의시민연대가 건국대 산림자원학과 교수팀에 의뢰한 결과 상당지역이 보존가치가 높은 ‘8등급’으로 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환경연대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공측이 이에대해 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신봉지구 환경영향평가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한 기관이 바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기에 환경단체의 이의제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당국은 죽전개발이 불가피하다면 이에 앞서 광역도시계획과 용인도시계획을 먼저 세운후 추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로 녹지보존 대책을 세우는 한편 광역교통망 등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광우병 문제점, 사실대로 밝혀야

광우병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동물사료를 국내에서 사용하고 동물사료를 수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등 광우병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 더구나 동물성 성분이 섞인 음식물 사료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축산농가는 물론 사료업체·소비자들이 모두 골탕을 먹고 있어 사태가 심각하기 짝이 없다. 지난 1998년 쇠고기·뼈 등이 포함된 음식물 찌꺼기를 사료로 사용하도록 적극 권장했던 농림부가 최근 광우병 문제가 불거지자 동물성 사료로 인한 광우병 발병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음식물 찌꺼기로 만든 사료를 소 등 반추동물에 일절 먹이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공문을 전국 시·도에 보냈었다. 그런 농림부가 지난 6일 다시 “음식물 사료는 광우병과는 무관하다”고 정정 발표했으니 누가 신뢰하겠는가. ‘병주고 약주는’ 정부의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축산농가와 사료업체는 도산 직전에 처했고 소비자들은 불안한 나머지 쇠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한갑수 농림부 장관이 “정부가 국민보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철저한 광우병 대책을 시행중이므로 믿고 쇠고기를 먹어 달라”고 한 말도 안심이 안된다. 한 장관 스스로 “광우병은 발병원인이나 전염경로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음식물 찌꺼기를 사료로 먹인 소가 광우병에 걸리는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토로했기 때문이다. 말꼬리를 붙잡으려는 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광우병의 원인이 ‘재활용된 사료’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동물성 사료를 초식동물인 소에 먹이는 것을 광우병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광우병 문제는 단순히 농정이나 경제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보건에 대한 장기적 안전보장의 측면에서 신중하고 완벽하게 대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한다. 눈앞의 난관이나 책임회피 때문에 임기응변으로 이 문제를 처리한다면 그 후환은 자손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광우병 사태의 정면대응을 위해서는 모든 관련자료와 사실들을 추호도 가감없이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지금이라도 광우병의 유입, 발생위험이 있는 모든 분야를 빈틈없이 점검, 확인하고 실상을 투명하게 국민들 앞에 알리는 동시에 국가가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대우차 自滅하자는 건가

대우자동차의 앞날이 갈수록 암담하다. 대우자동차가 정리해고 통보에 앞서 부평공장의 가동을 3주동안 중단키로 한데 대해 노조측이 반발, 창원 군산 등 5개 지부와 함께 총파업에 돌입키로 결의하는 등 노사가 벼랑끝 극한 대치로 내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회사측이 휴업하는 동안에도 조합원들을 출근시켜 농성장을 확보하고 파업투쟁을 벌이기로 함으로써 휴무가 끝난다 해도 정상가동의 지장은 물론 노사간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등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대우자동차 노사의 이같은 극한적 대립은 인력감축 등 현안에 대한 이성적 해결보다는 상호 불신속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우차가 협력업체의 부품공급 중단이나 노조원의 파업아닌 자체결정으로 장기간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지난해 11월 부도 이후 처음으로 재고물량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회사측 주장이다. 그동안 매각협상 지연과 내수시장 위축으로 지난달 내수 및 수출실적이 지난해 1월보다 52%나 줄어 1개월 이상의 재고물량이 쌓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이달 중순께 희망퇴직자 등을 제외한 1천918명의 정리해고를 앞두고 집단 반발을 우려한 의도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사의 이같은 엇갈린 시각으로는 순조로운 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우차는 지금 노사가 상호 이해와 양보로 협력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파국을 면치 못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회사측이 휴업 이유로 든 매출급감도 따지고 보면 노사 모두의 책임이 크다. 내수시장 위축도 한 원인이겠지만 노사갈등에 대한 수요자의 외면도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관성이 요구되는 생산 라인에서 파업과 조업중단이 반복되고 있으니 그런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의 품질을 수요자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대우차가 회생하려면 노사합의의 신속한 구조조정과 정상가동에 의한 신뢰회복, 그리고 품질제고가 최우선 과제다. 본란이 누차 지적한 바 있지만 사측의 정리해고안에 대해 노조가 선뜻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노조측이 한치의 양보없이 고집만 부릴 상황은 아니다. 구조조정에는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사측도 일방적 가동중단조치로 노조를 자극할 것이 아니라 대화분위기 조성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노사 모두 극단적 사고와 행동이 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제하고 구조조정에 합의함으로써 회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임을 각성해야 한다.

부끄러운 음란사이트 1위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음란사이트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계가 발표되어 부끄럽다. 그 동안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일본보다도 컴퓨터, 무선전화의 보급률 등이 앞서 정보화 수준이 높아 21세기를 선도하는 정보사회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어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러나 최근 외국 언론사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1월 한달 동안 인터넷에 접속한 한국 네티즌들의 56%가 성인물사이트를 방문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보다도 높은 수치를 나타냈으니 인터넷 강국이라는 자부심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현재 한국은 약 300만명의 네티즌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어 명실공히 인터넷 강국을 나타내고 있다. 인구 대비로 보면 미국 18%, 홍콩 17%, 일본 14%에 비하여 34%라는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같이 각종 유해 음란사이트를 접속하는 것 때문에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해 음란사이트의 각종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도박 사이트로 가산을 탕진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자살 사이트까지 등장하여 동반 자살은 물론 청부살인까지 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청소년들의 유해 음란사이트 접속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의 무관심 속에 청소년들이 유해 음란사이트를 접속하여 각종 살인, 폭력 등 모방 범죄를 자행하는가 하면 성범죄까지 증가하여 중요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음란사이트는 성적으로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을 유혹하여 성범죄를 유발시키고 나아가 유흥비마련 등을 위한 강도행위까지 유발시키는 예가 허다하여 철저한 단속이 요구된다. 유해 음란 사이트에 대한 단속이 검찰이나 경찰의 힘으로만 되지 않는다. 물론 경찰 등에서 지속적으로 단속하면 일정한 수준의 효과는 기대되나, 인터넷의 특성상 이를 완전히 폐쇄하거나 또는 음란사이트 운영자를 모두 처벌하기는 어렵다. 이를 단속하기 위하여 범사회적 노력이 요구된다. 가정과 학교에는 물론 언론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유해 음란사이트의 문제점을 지적함은 물론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퇴치 운동을 전개하여야 된다. 정보화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더 이상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물들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土公의 잘못된 환경의식

공기업인 한국토지공사(토공)가 아직도 개발연대의 낙후된 사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로 용인 신봉지구 1만여평의 자연녹지를 훼손한 토공이 경기도의 원상복구명령을 3개월째 묵살 방치하고 있는 배짱을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토공측이 원상복구와 관련한 주민과의 합의서 서명을 기피하고 숲내 도로건설과 단독택지개발 등을 요구하는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당초 경기도가 용인 신봉지구 훼손산림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게 된 것은 시민환경운동의 결과였다. 13만5천평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받은 토공이 ‘잘못된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20∼30년생 상수리나무 6천그루 등 울창한 숲을 베어버리자 주민들이 산림벌목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환경당국에 재조사를 요구하는 등의 노력끝에 얻어진 땀의 결실이었다. 그런데도 토공측이 울창한 산림을 훼손한 책임을 통감하기는 커녕 당국의 원상복구명령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다. 물론 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가 기초조사를 하면서 보존할 가치가 충분한 녹지(8등급)를 개발가능한 6등급으로 엉터리 분류했는데도, 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오류를 잡아내지 못하고 무사통과시킨 허술한 제도도 문제지만 뒤늦게라도 이를 원상복구해야 할 토공측이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토의 산하 곳곳이 ‘개발’이란 명분아래 무분별하게 파헤쳐져 자연보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터에 공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기는 커녕 자신이 훼손한 산림을 복구하지 않고 오히려 단독택지개발을 추진하는 처사는 개탄스럽다. 개발지상주의에 함몰된 토공이 환경보전을 위한 시민환경단체의 힘으로 비롯된 원상복구명령을 무시하고 ‘시간이 지나면 녹지보존지역도 개발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등 무책임한 발언이나 하고 있으니 개탄의 정도를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산림이 목재를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외에 대기를 정화하고 풍수해를 방지하며 야생조수나 생태계를 보호하고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공익적 효용도 지니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관계당국은 이같은 ‘도시의 허파’인 신봉지구 산림을 다시 볼수 있도록 강제력을 동원해서라도 하루속히 토공으로 하여금 복구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복구명령을 이행치 않고 있는 토공측의 책임도 단호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문예진흥기금 배정 공정하게

경기문화재단에 접수된 2001년도 문예진흥기금 신청이 총 1천26건, 금액은 180여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문예진흥기금 예산은 15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청종목 지원여부 심사를 앞두고 경기문화재단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이달중에 지원여부를 결정하고 3월초 발표할 예정이라는 경기도 문예진흥기금심의를 앞둔 시점에서 몇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재정이 열악해 홀로서기가 어려운 문화예술계에서 그동안 문예진흥기금은 그야말로 유일한 자양분이자 구제금융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년 문예진흥기금의 지원대상이 결정된 뒤에는 잡음이 생겨났고 진흥기금의 심사와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끊이질 않았다. 따라서 경기문화재단은 과거지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원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 최근 2∼3년간 연임한 위원위주보다는 심의위원뱅크제를 통해 분야별로 안배하기를 바란다. 기금의 혜택을 보려는 단체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인사가 심의에 참여한다면 심사의 공정성을 의심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유명 예술 페스티벌은 총감독 한 명이 수십억, 수백억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지원단체를 면밀하게게 심사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지원금 심의에서는 현장 실사가 따른다. 심의위원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지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의 문예진흥기금 지원은 그 해 그해의 심사위원 취향이나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지원여부가 결정되는 일이 많고, 신청서류 중심으로 심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 또 단체나 개인에 편중하지 말아야 한다. 특정단체의 경우 사업비보다 경상비 비중의 높아서는 안된다. 매년 답습하는 행사보다는 신규개발사업이나 주요사업에 대한 집중적 지원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소액이라도 많은 예술가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능성있는 곳에 집중 지원해야 ‘물건다운 물건’ 즉 ‘작품다운 작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문화재단은 한정된 예산에 과다한 신청금액을 공정하게 심의, 배정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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