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축하받는 달이다. 이달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꿈을 응원한다’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부터 묵묵한 실천으로 세상을 따스하게 만든 ‘어른 김장하’의 이야기까지 각 세대를 위한 값진 선물이 될 책 세 권을 소개한다. ■ 네 꿈을 응원해, 권투 장갑! “제 이야기도 그림책으로 만들어 주세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는 작가가 강연장에서 만난 한 어린이의 요청에서 탄생했다. ‘네 꿈을 응원해, 권투 장갑!’은 작가가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모두 다르고, 모두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의 신작이다. 장갑 초등학교엔 추리왕 가죽장갑, 야무진 고무장갑, 겁쟁이 비닐장갑 등 각기 다른 개성과 재능, 쓰임새를 지닌 장갑 어린이들이 있다. 만들기 숙제 발표 날, 목장갑이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아이들은 우연히 미래에 도착한다. 제빵사가 된 주방 장갑 등 어른이 된 친구들은 대부분 꿈을 이뤘지만 어쩐지 권투 장갑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권투 장갑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 복싱 세계 챔피언이 됐을까. 유 작가는 앞서 달리기 경주에서 승리와 좌절을 맛본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를 다룬 초등학교 필독서 ‘슈퍼거북’과 ‘슈퍼토끼’가 지난해 가족 뮤지컬로도 탄생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번 책에서 작가는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권투 장갑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꿈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성적이 생각만큼 잘 오르지 않고, 친구 관계는 어렵고, 미래는 불투명한 청소년은 인생에서 긴 터널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존재다. 도서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은 ‘나’라는 존재와 타인, 공부와 성적, 꿈과 진로 등 고민을 겪는 청소년을 위해 불안한 마음을 다잡을 어른들의 다정한 위로와 같다. 김종원 작가는 ‘66일 인문학 대화법’, ‘부모의 말’ 등 지난 20년간 다양한 자녀교육서 및 인문도서를 출간, 누적 판매량 100만부를 돌파한 작가로 다양한 강연에서 부모들의 멘토로 자리매김해왔다. 작가가 처음으로 청소년을 위해 펼쳐낸 이번 에세이에는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삶의 모양이 달라질 청소년을 위해 매일 한 마디의 용기를 불어 넣는다. ‘자존감·관계·꿈·가치관·지성’의 5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철학자들의 명언 70가지가 이어지고, 이에 대한 설명과 하루 5분 필사를 이어가다보면 어느새 단단해지는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른 김장하 각본 김장하 선생은 등산에 나설 때면 그저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걸으면 된다고 말한다. 짤막한 표현에는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담겨있다. 날 선 공격과 말이 난무하는 시대에 그저 묵묵히, 겸손과 평범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선생이 우리 사회 ‘진정한 어른’으로 재조명되는 이유다. 대학은커녕 중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선생은 가난한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낮에는 약을 썰고, 밤에는 공부한 그는 만 18세인 1962년 전국 최연소로 한약업사 시험에 합격했다. 한약방을 운영하며 버는 돈을 그는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1천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며 아이들을 어른으로 길러냈다. ‘김장하 장학생’ 중 한 명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7년 넘게 꾸준히 김 선생 주변 사람을 만나 취재했고, 선생을 다룬 책 ‘줬으면 그만이지’를 출판했다. 동시에 MBC경남의 김현지 PD와 협업한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는 최근 재개봉했다. 각본집에는 60년의 나눔 인생을 살아온 그의 삶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기며 여운을 더한다.
프랑스 한림원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앙투안 콩파뇽의 신간 ‘문학의 쓸모’(뮤진트리 刊)가 인공지능(AI)이 글을 쓰는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문학이 왜 필요한지 설득력 있게 풀어낸 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비생산적이라는 오명 속에서 문학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책을 통해 저자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회의와 냉소를 정면으로 받아내며 문학의 쓸모를 감조한다. ‘문학이 사회적·문화적 자산이자,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정치인의 연설,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 의사의 병력 청취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확인된다. 저자는 특히 의학계에서 주목받는 ‘서사 의학(Narrative Medicine)’을 예시로 들어 문학이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가운데 저자는 문학이 각광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시간’에 있다고 말한다. 독서와 글쓰기가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활동인 만큼, 속도와 효율성이 핵심 요소로 자리잡은 현대 사회에서는 문학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느린 속성 자체에 문학의 본질이 있다고 본다. 바로 그 점이 문학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느리게 읽고 깊이 사유하는 능력은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역량이라고 강조한다. 문학의 가치가 빛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동시대 모든 분야가 문학적 소양을 중요시하는 게 확실하니, 학교와 사회는 ‘문학’을 더이상 문학 학부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지 말고 모든 교과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을 예찬하는 많은 서적들이 있지만, 이 책이 의의를 획득하는 지점도 이를 통해 도출된다. 이를 두고 출판사 관계자는 “저자는 결국 ‘문학이 돈이 되는가’, ‘교육 시스템과 사회에서 문학 분야는 왜 뒤처지는가’, ‘절대적으로 시간을 써야만 하는 문학에 생산성 개선의 여지가 있는가’ 등의 관점에서 문학의 쓸모를 되짚어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천시(시장 김경희)는 오는 14일 이천아트홀 소공연장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영하 작가를 ‘제222회 이천 평생아카데미’에 초청해 ‘공감과 소통, 그리고 이야기’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한다. 김영하 작가는 독창적인 문체와 깊이 있는 이야기로 사랑받아 왔으며 대표작으로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 ‘살인자의 기억법’ 등이 있다. 특히 ‘살인자의 기억법’은 영화로도 제작돼 큰 화제가 됐으며 최근에는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을 출간해 독자들과 더욱 가까이 소통하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문학뿐만 아니라 삶과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시민들과 공유할 예정이며 강연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김영하 작가의 서명이 담긴 책을 제공하는 특별 이벤트도 진행된다. 김경희 시장은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원하는 명사를 초청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의 강연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시민이 행복한 이천시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화성시 문학 발전에 뜻을 담은 문학 계간지 ‘우리문학’이 창간했다. 문학지 폐간이 만연한 환경에서 문인들에게 작품 발표의 장을 마련하고, 지역의 문학과 예술 발전을 위한 뜻이 담겼다. 지난 1993년 시인으로 등단해 꾸준히 문학활동을 해온 권태주 시인(화성 반석초 교장)은 지난 2017년부터 계간지 한반도문학을 6년간 발간해왔다. 문학인들의 작품 발표 기회가 많지 않은 것에 고심하던 끝에 지난 1월 10일 우리문학을 설립, 창간호를 출간했고 4월 5일 반석초 꿈누리 도서관에서 출판기념회와 신인상(시·수필) 시상식을 열었다. 현재 우리문학 여름호 발간을 준비 중이다. 권 시인은 “문학 활동을 해오면서 의외로 문예인들의 작품 발표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며 “계간지의 회원으로 활동을 같이 하면 문학인들이 활동을 함께 하면서 더욱 성장하게 되고, 문학 작품 발표의 기회도 얻는다. 우리문학이 문학인들에게 그런 토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문학 제공 우리문학은 경기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학인들을 중심으로 모인 가운데 김종회 황순원문학촌 촌장·(사)한국문학관협회장, 김계식 교원문학회장 등 전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다양한 문학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우리문학은 앞으로 ▲분과별 동인지 발간 ▲문학 세미나 개최 ▲각종 문학행사와 문학 아카데미 등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권 시인은 현재 반석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위한 문학 프로그램 활동에도 힘 쏟고 있다. 지역 문학관인 노작홍사용문학관과 학교를 연계한 ‘홍사용 문예학교’를 3년째 운영 중으로 문인들이 학교를 찾아 동시·문학 수업 등을 진행해 학생들이 문학을 다양하게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권 시인은 “국내외 문단과 교류·협력으로 한국문학의 위상을 드높이고, 많은 문인들에게 작품 발표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참신한 신인발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여기에 아버지의 기일이 겹친 날이다. 때마침 연휴라 딸과 외손주들이 내려와 함께 제사를 올렸다.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은 상을 바라보며 우리를 따라 연신 절을 한다. 한 세대가 가고 오는, 세월이 이렇게 빠르다. 날씨도 궂고 어디 나들이 갈 처지가 아니므로 딴은 작업할 게 많아 집을 나선다. 날씨만 좋으면 함께 봄나들이라도 가고 싶은데 조그만 봉투만 식탁에 올려놓고 조용히 집을 빠져나온다. 봉투에 이렇게 썼다. ‘사랑하는 이한이, 이서야 어린이날을 축하한다.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이렇게라도 하고 나오니 다소 마음이 놓인다.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넣어 둔 용돈으로 아이들과 쇼핑하고 장난감이라도 사 주렴, 미안하구나.’ 힘든 육아에 피아노 독주를 앞둔 딸이 과제처럼 엄습한 일들로 매우 피곤할 것 같다. 부모 마음도 다를 수 없다. 천천히 세류동 길을 걸어가는데 어린이집 앞에 ‘어린이날을 축하해요’라는 예쁜 현수막이 걸렸다. 지나가는 사람이 중요한 날이나 계절마다 바뀌는 이 어린이집의 멋진 그림에 흐뭇해할 것 같다. 다시 수원천을 걸으며 나날이 푸른 버들잎과 활력 있는 냇물을 바라본다.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절이다. 이 봄에 운명하신 부모님의 복받치던 슬픔을 건너 새싹 같은 아이들이 자라난다. 희망이요 기쁨인 어린이가 가장 아름답다. 꿈을 이을 미래이기 때문이다.
Q.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부모입니다. 딸이 담임선생님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조금만 지적을 당해도 계속 악을 쓴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려고 하면 엄마가 자기 말을 들어준 적이 없다며 대화를 거부합니다. 아이 마음의 문을 어떻게 열 수 있을까요. A. 어여쁜 자녀들이 갑작스레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아동·청소년이 성장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생각하고 본인을 점점 독립적인 개인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가끔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거나 항상 자기 말이 옳고 남은 무조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래들과 어울리려 해도 남들과 다른 화법, 행동 때문에 원만한 사이를 유지하기 힘들뿐더러 조금이라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흔히 이러한 언행을 보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적대적 반항장애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조금만 더 살펴보면 자기 정서나 의사를 제대로 표출할 기회가 없었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내뱉는 절규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내 말을 좀 들어주세요” 하고 외치는 것이죠. 정신건강의학자들은 우울증을 앓을 때 우울감이 이러한 정서 조절에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합니다. 소아 우울증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진 잦은 짜증, 극도로 높아진 불안 등이 그 예이며 이는 앞서 언급한 반항장애와 어느 정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훈계나 훈육, 행동 교정이 통하지 않고 떼를 쓰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아이가 말을 먼저 꺼낼 수 있도록 천천히 기다려 주며 사랑과 신뢰로 보듬어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내 자녀가 옳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잘못된 언행은 확실하게 바로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훈육자’인 부모의 모습을 잠시 접어두고 아이와 함께 걸을 수 있고 아이가 기댈 수 있는 ‘동반자’가 돼보는 건 어떨까요. 남도원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수원문화재단은 가정의 달을 맞이해 슬기샘·지혜샘어린이도서관에서 온 가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은 영유아·초등학생·트윈세대(12~16세)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옛이야기 구연부터 역사를 아우르는 강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며, 성인을 대상으로는 양육 관련 워크숍을 선보일 예정이다. 영유아와 초등학생 이용자는 10일 ‘아람지기의 그림책 빛그림 공연’, 17일 ‘여우구슬과 함께하는 그림책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슬기샘어린이도서관의 자원활동가 단체인 ‘아람지기’와 ‘여우구슬’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빛그림 공연과 옛이야기 구연을 준비했다. 프로그램들은 7월까지 매월 1회씩 정기 진행될 예정이다. 초등 1~2학년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그림책 읽기와 함께 예술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고 미적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예술과 만난 그림책 여행’이 마련된다. 프로그램은 29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매주 목요일, 6월27일부터 7월18일까지 2부로 나눠 총 8회 진행된다. 초등 3~4학년 이용자는 수원시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속 유산과 역사 인물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역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매주 화요일 ‘역사가 들려주는 수원이야기’가, 7월1일부터 7월22일까지 매주 화요일 ‘역사 인물이 알려주는 수원이야기’가 4회차씩 진행된다. 트윈세대(12~16세) 전용공간 ‘트윈웨이브’에서는 10일 “도토리둥지와 함께하는 TRPG : 설화학당 ‘달이고 달래고’”부터, ‘마음 접기 : 고민은 색종이에 해보세요’, ‘내 꿈을 응원하는 모루친구’, ‘시 노래 실험실’, ‘보태니컬아트’ 등 특별 기획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외 ‘캡틴의 공유주방’, ‘캡틴의 D.I.O 워크숍’ 등 정기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운영된다. 성인 양육자를 대상으로는 교육 관련 작가와 함께하는 ‘양육자 워크숍’도 눈길을 끈다. 22일 ‘부모와 아이 사이에 책이 있다면’이라는 주제로 김은하 작가가, 7월2일에는 ‘그림책, 사춘기 마음을 부탁해’의 저자 남기숙 작가가 진행에 나선다. 지혜샘어린이도서관에서는 보호자가 자녀의 감정을 헤아리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소통형 강연’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형 활동’이 펼쳐질 예정이다. 심리 상담 전문가인 작가와 함께 17일 오후 1시에 진행되는 ‘아이의 불안, 그림책으로 말걸기’ 프로그램은 보호자를 동반한 초등학교 3~6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참여자들은 그림책 ‘이런 나는 괜찮아요 불안한 고양이’의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불안을 인식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볼 수 있다. 24일 오후 1시에는 유아(5세 이상)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가족 간의 유대를 높이고, 추억을 쌓는 체험형 프로그램 ‘조물조물 지혜샘 파티시에’를 진행한다. 보호자와 어린이는 함께 케이크를 만들며 달콤한 냄새와 웃음 속에서 가족 간 행복한 시간을 남긴다. 프로그램에는 전문 강사가 함께하며 참여비(재료비)는 1만 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슬기샘·지혜샘어린이도서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프로그램 신청은 수원시 도서관 통합 예약 시스템을 통해 선착순 모집으로 진행된다. 재단 관계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많은 가족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 등불은 우리 조상들의 밤과 마음을 밝혔다. 그 등잔과 석등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찾으며 유물을 수집하고 문화유산을 지켜온 이야기가 전시로 풀어졌다. 한국등잔박물관(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이 지난 1일부터 선보이는 기획상설전시 ‘빛과 마주하다, 이야기하다’는 박물관 설립자의 유물 수집 정신과 문화유산을 지켜온 가족의 헌신을 조명하고, 관람객들이 유물에 깃든 이야기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는 등잔과 석등 등 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을 중심으로,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냈다. 김형구 한국등잔박물관장의 아버지이자 박물관 설립자인 고 김동휘씨가 전기 보급으로 사라져가던 전통 조명 유물을 지키기 위해 전국을 돌며 수집한 과정을 만날 수 있다. 또 이를 지키고 이어온 가족들의 헌신적 노력을 통해 박물관이 품어온 문화유산의 가치를 되새긴다. 전시 연계 체험 공간에서는 유물의 질감을 손끝으로 느껴보는 ‘촉각 체험’, 씨앗의 향을 맡아보고 절구에 빻아 보는 ‘후각 체험’, 도자기를 굽는 소리를 들으며 제작의 시간을 떠올리는 ‘청각 체험’, 등잔과 관련된 향을 맛으로 경험하는 ‘미각 체험’, 등잔불 그림자를 관찰하는 ‘시각 체험’ 등 오감을 활용한 다채로운 활동이 펼쳐진다. 각 유물 전시 캡션에는 어린이 도슨트 해설 QR이 삽입돼 있어, 관람객들이 어린이 해설자의 목소리를 통해 유물에 친근하게 접근하도록 돕는다. 박물관 야외정원에는 소원을 담아 불을 밝히는 ‘소원석등’도 상시 운영되며, 다양한 전시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유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지혜정 한국등잔박물관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등잔이라는 생활민속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소중한 기억과 생생한 체험이 어우러지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유물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와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등잔박물관 공식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12월 14일까지.
“여기 열두 개의 달이 있죠? 시간은 보이지 않아요. 나는 시간을 눈으로 보게 하고,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백남준, WNET 방송국, ‘비디오 갤러리 Ⅲ’ 인터뷰 중) 백남준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지난 10일 백남준아트센터가 개막한 ‘전지적 백남준 시점’은 백남준의 인터뷰 영상을 중심으로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시간의 개념을 다층적으로 다뤘다. 백남준은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지나면서 시대적으로 낯선 장르였던 비디오아트를 설명하기 위해 친절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이번 전시에선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2천285점의 비디오 아카이브 중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방영된 백남준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 작품과 함께 상영한다. 비디오를 그림에 빗대어 설명하고, 전자기술을 시연하는 등 생생한 백남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백남준 예술에서 다뤄진 시간의 속성을 조명하고 시간의 폭넓은 가능성에 질문을 던진다. 13개의 모니터에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변화하는 달의 모습을 담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시간에 대한 백남준의 실험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백남준은 비디오가 새로운 시간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 작품을 설명하는 WNET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은 느낄 수 있지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의 일부분을 붙잡아 공간에 배치하고 싶었다”고 언급하며 변화하는 달의 모습을 자신만의 기술 방식으로 시연했다. 전시에선 이 같은 백남준의 인터뷰와 작품을 함께 감상하게 해 ‘추상적 시간’을 시각화하고자 한 그의 실험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또 ‘촛불 TV’, ‘자석 TV’, ‘참여 TV’,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TV 정원’ 등 백남준의 실험적인 작품 약 10점이 그의 인터뷰와 함께 전시됐다. 백남준은 일본 NHK 방송국과의 다큐멘터리에서 ‘참여 TV’, ‘자석 TV’, ‘촛불 TV’를 제작하게 된 배경과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자석 TV’는 장 폴 파르지에의 단편 영화 ‘남준, 한 번 더’에서 시연한 ‘자석 TV’와 동일한 작품으로, 전자적으로 만들어진 감각적인 화면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969년 하워드 와이즈 갤러리에서 열린 ‘창조적 매체로서의 TV’에 출품됐던 ‘세 대의 카메라 참여’ 역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전시 도록 영상에선 백남준이 작품을 설치하는 모습까지 함께 관람할 수 있는데, 그의 작업 방식과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새로운 소장품인 피터 무어의 사진 7점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됐다. 사진에는 ‘TV 첼로’를 공연하는 샬럿 무어먼과 백남준, 텔레비전을 실험하는 백남준 등 그의 생생한 모습이 담겼다. 백남준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비디오 조각들도 전시됐다. 과거의 도구부터 현재 문명까지 아우르는 기술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비디오 샹들리에 No.1’, 우주로 확장된 예술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천왕성’, 백남준의 음악과 비선형적인 시간을 보여주는 ‘TV 피아노’ 등이다. 백남준아트센터 관계자는 “아카이브와 함께 비치된 시간을 다룬 백남준의 여섯 편의 글은 백남준을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며 “전시를 통해 백남준을 기억하고 시간에 대한 사유와 그 가치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22일까지 이어진다.
성 밖에서 보면 치성이나 옹성에 위에서 아래로 길게 파인 홈을 현안이라 한다. 현안은 치성 바로 밑까지 다가온 적병을 감시하는 시설로 중요한 방어시설이다. 옹성과 모든 치성에 빠짐없이 설치한 것만 봐도 그렇다. 설치 위치는 이렇듯 옹성과 모든 치성으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현안 설치 수량은 무엇을 기준으로 했을까. 이에 대해 알아본다. 현안도 시설이므로 설치할 시설물의 구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설치할 시설물의 너비, 높이 등 외형적 크기와의 관계다. 감시 범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설치된 곳의 높이와 너비와 관련이 있는지 따져보자. 첫째, 높이에 따라 현안 수를 결정할까. 옹성의 경우를 보자. 옹성 높이는 북옹성과 남옹성이 5.1m로 같고 동옹성 2.9m, 서옹성 3.4m다. 설치 현안 수는 북옹성 16개, 남옹성 12개, 동옹성과 서옹성 3개로 같다. 북옹성과 남옹성은 높이가 같은데 현안 수는 북옹성이 4개가 더 많다. 또 서옹성이 동옹성보다 높이가 높은데 현안 수는 같다. 치성의 경우를 보자. 봉돈이 가장 높고 적대, 동북노대, 서북공심돈, 포루(군졸), 치 순서로 높이가 낮다. 현안은 적대가 3개, 동북노대, 서북공심돈, 남공심돈, 봉돈이 2개, 그리고 포루와 치는 1개다. 이 데이터를 보면 높이가 높은 봉돈이 낮은 적대보다 현안 수가 1개 적다. 또 옹성과 치성 전체를 놓고 봐도 동옹성, 서옹성이 높이가 가장 낮은데 현안 수는 높이가 높은 치성보다 더 많다. 옹성이나 치성이나 모두 높이와 현안 수는 관계가 없음이 밝혀졌다. 둘째, 너비에 따라 현안 수를 결정할까. 옹성의 경우다. 옹성 너비는 북옹성과 남옹성이 209척, 동옹성 90척, 서옹성 110척이다. 설치 현안 수는 북옹성 16개, 남옹성 12개, 동옹성과 서옹성이 3개다. 북옹성과 남옹성은 너비가 같은데 북옹성 현안이 4개가 더 많다. 또 서옹성이 동옹성보다 너비가 넓은데 현안 수는 같다. 치성의 경우다. 치성 너비는 같은 유형 중 큰 것 순서로 보면 북포루 30척, 동삼치 25척4촌, 서북공심돈 25척, 동북노대 19척이다. 설치 현안 수는 포루와 치는 1개, 서북공심돈 2개, 동북노대 2개다. 북포루와 동삼치는 서북공심돈과 동북노대보다 너비는 넓은데 현안은 1개가 적다. 1개가 설치된 시설물이 2개 설치된 시설물보다 너비가 넓은 형국이다. 따라서 너비와 현안 수 관계는 무관함이 밝혀졌다. 정리하면 높이가 높다고 현안 수를 많이, 낮다고 적게 설치하지 않은 결과를 알 수 있다. 너비도 같은 결과다. 전면 폭이 넓다고 현안을 많이, 좁다고 적게 설치하지 않았다. 높이건 넓이건 외형에 따라 설치할 현안 수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어떤 이유일까. 찾아보자. 우선 화성의 ‘시설물별 현안 수량 현황’을 보자. 북옹성 16개, 남옹성 12개, 동옹성 3개, 서옹성 3개, 북성적대 3개, 남성적대 2개, 동북노대 2개, 서북공심돈 2개, 남공심돈 2개, 봉돈 2개, 포루(군졸) 1개, 치 1개 순이다. 25개 시설물이다. 이 현황을 보시고 눈치챘을 것이다. 하나는 위 시설물 순서가 현안 수가 많은 시설물부터 적은 시설물까지 순서인 점이다. 다른 하나는 위 시설물 순서가 의궤에 기록된 순서와 똑같다는 점이다. 현안 수량 순서가 의궤 설명 순서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순서가 일치한다는 것은 규칙이나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역의궤 시설물 설명 순서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 의미가 바로 기준이 될 수 있다. 의궤에 기록된 시설물 설명 순서를 유형별로 보면 문, 암문, 수문, 은구, 장대, 노대, 공심돈, 봉돈, 각루, 포루(대포), 포루(군졸), 치, 포사, 성신사 순이다. 무슨 순서일까. 바로 이 기록 순서가 당시 화성 시설물 사이의 위계(位階) 순서다. 위계는 위아래 계급을 말한다. 조선 건축은 건물 간 위계(하이어라키)를 철저히 지켰다. 영조(營造) 규범이기 때문이다. 규(規)도 범(範)도 모두 법을 의미한다. 설치할 현안 수도 위계를 꼭 지켜야 한다. 규범을 넘어 자의적 판단으로 현안 수량을 정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봉돈이 아무리 넓고 높아도 위계를 앞지르며 위계가 높은 적대를 앞질러 3개가 될 수 없다. 옹성 높이가 아무리 낮다 해도 위계가 낮은 포루보다 적은 현안 수를 설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위계는 조선 건축에서 중요한 설계 요소였다. 지금의 건축법이다. 건폐율, 용적률, 건물 높이를 준수해야 하는 법이다. 궁궐, 서원, 사찰, 민가 건축에서 건물 간 위계는 분명했다. 위계의 기준은 무엇일까. 궁궐 건축, 민가 건축은 사용자의 권력에 의해 위계가 정해진다. 서원 건축, 사찰 건축은 교리에 의해 결정된다. 화성 시설물은 어떤 위계일까. 방어 취약성을 기준으로 위계가 정해진다. 전쟁시설물이기 때문이다. 방어에 취약할수록 위계를 높였다. 방어력을 더 집중하거나 더 강화해야 할수록 위계가 높다는 의미다. 이를 의궤 도설 편에 기록 순서로 남겨놨다. 의궤 기록은 문에서 시작해 성신사로 끝난다. 성에서 가장 취약한 곳은 문이다. 성을 공격할 때 문을 가장 먼저 공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문, 암문, 수문, 은구를 맨 앞에 기록하고 있다. 모두 성의 안과 밖이 뚫린 개방형 시설물이기에 가장 높은 방어력이 필요하다. 위계가 높은 이유다. 반면 치, 포사, 성신사는 맨 끝에 기록했다. 치는 돌출됐을 뿐 원성과 같고 포사와 성신사는 성과 멀리 떨어진 성안에 위치한다. 방어력이 덜 필요하다. 위계가 낮은 이유다. 똑같은 위계인데도 북옹성이 16개, 남옹성이 12개이고 북성적대가 3개, 남성적대는 2개다. 이 또한 ‘같은 위계 안의 위계’다. 북쪽을 남쪽보다 더 취약한 곳으로 봤다. 남쪽 동래보다 북쪽 의주에 더 중점을 뒀음을 의미한다. 화성의 현안 설치 수량을 알아보며 현안 수에도 엄격한 위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위계가 방어의 취약성을 기준으로 했다는 것도 알았다. 오늘은 현안 설치 수량 결정 기준을 살펴보며 위계를 철저히 지킨 정조의 엄격함을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