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재연 프로그램 '뒷말 무성'

시청자로부터 특이하고 흥미있는 사연을 받아단편 형식으로 꾸미는 이른바 재연 프로그램이 방송 3사에 넘쳐나고 있다. MBC ‘타임머신’ ‘신비한 TV서프라이즈’ ‘꿈꾸는 TV 33.3’, KBS ‘러브스토리’ ‘기적체험 구사일생’, SBS ‘깜짝 스토리랜드’ ‘우리들의 영웅’등 열거한 프로그램만 해도 3사가 2개 이상씩을 방송중이다. 이 프로그램의 홈페이지 및 방송사 메인 화면에 ‘시청자 제보’란이 눈에 잘 띄게 배치해놓은 것도 재연 프로그램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시청자의 사연 및 제보가프로그램 제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시청자를 수동적인 수용자 위치에서 참여자 혹은 제작자의위치로 격상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만연하다 보니 웃지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한다. 11월 24일 오전 11시대에 방송된 KBS 2 ‘기적체험 구사일생’과 MBC ‘신비한TV서프라이즈’에는 같은 시간대에 동일한 제보자가 화면에 나와 시청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혹시 짜고 하는 것 아니냐’는 네티즌의 의혹이 제기되자 급기야 제작진 뿐만아니라 제보자 본인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몇달 사이를 두고 두 방송사에 제보한다른 사건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짜에 전파를 탔타는 것.시청자의 사연 중 흥미위주의 자극적인 소재가 주로 채택되는데 대한 비판적 견해도 적지않다. 지난 8일 방송된 SBS의 ‘깜짝 스토리 랜드’의 세번째 코너 ‘사건파일! 범인을사랑한 피해자들!’은 강도,강간 행각을 벌이던 범인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 3명이 범인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방송이 나간 뒤 “여자들이 성폭행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로 오해를 살 수 있다”, “모방범죄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게시판에 잇따라 올라왔다. ‘매체비평 우리스스로’의 조은숙 부장은 “시청자 제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재연프로그램들이 타 프로그램과 차별화를 내세우기 위해 과장되거나 흥미위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를 위해 재연프로그램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대선후보 TV합동토론 '시선집중'

3일 저녁 열린 대선후보 초청 TV합동토론이 이제까지 열렸던 제16대 대선관련 TV토론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4일 시청률조사기관인 TNS 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부터 2시간 방송 3사에서 생중계한 대선후보 첫 TV합동토론회 시청률은 KBS 1TV 15.5%, MBC 12.7%,SBS 5.6% 등으로 총 33.8%로 파악됐다. 이같은 시청률은 지난달 22일과 27일에 방송 3사를 통해 생중계됐던 민주당 노무현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30.9%) 및 대응토론 성격의 한나라당 이회창후보 TV토론(30.3%)에 비해 높은 수치다. 3일 TV합동토론 시청자를 연령층별로 보면 50대이상 남자와 여자가 각 34.8%로가장 높았고 이어 40대 여자 23.5%, 30대 여자 17.9%, 40대 남자 15.6%, 30대 남자12.8%, 20대 여자 11.4%, 20대 남자 5.8% 등의 순이었다. 또 노.정 TV토론 및 이후보 TV토론과 비교하면 30대 남녀와 40대 여자층의 시청률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한편 다른 시청률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전날 열렸던 후보자 첫 TV합동토론의 시청률은 38.5%를 기록, TNS 미디어코리아 조사결과에 비해 4.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 수치는 노.정 TV토론(29.2%), 이회창후보 TV토론(31.1%) 등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MBC 자연다큐 ’야생의 초원...’

MBC는 12월 1일(밤 10시35분)과 8일(밤 11시30분)창사 41주년 특집 HD 자연다큐멘터리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를 방송한다. 지금까지 국내 방송사들은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생태를 담은 자연다큐멘터리를BBC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해외 유수의 방송사로부터 수입해왔으나 이번 ‘야생의초원, 세렝게티’는 국내 방송사 처음으로 자체 제작됐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10개월에 걸친 오랜 제작기간 뿐만 아니라 HD로 제작돼 동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다 선명하게 담아 시청자들에게 생생함을 전달한다. 제작현장인 세렝게티는 동물의 왕국으로 잘 알려진 탄자니아의 세계 최대 자연국립공원이다. 1부 초원의 승부사들편에서는 굶주림과 질병, 그리고 다른 육식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동물의 제왕 사자 가족을 2개월간 쫓아다니면서 그들의 일상을 담았다. 하이에나의 공격과 전염병에 걸린 사자 새끼들의 위기, 어미 사자들의 지극한 모성애, 숨막히는 사냥 장면 등 나아가 사자 가족의 일상을 통해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사자의 가족애를 확인한다. 2부 위대한 이동편에서는 세렝게티 평원에 건기가 막 시작될 무렵이 되면 나타나는 지구상 최대의 동물대이동을 카메라에 담는다. 150만마리의 누우떼를 비롯해 얼룩말, 가젤 등 200만마리 이상의 초식동물들이 물과 풀을 찾아 800여㎞를 이동하는 장면이다. 250만년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누우떼의 이동은 전세계 자연다큐멘터리스트들에게 최고의 소재로서 끝없는 초원을 새까맣게 뒤덮는 이들의 거대한 이동은 이들을 먹이로 삼는 육식동물의 삶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3부 200일의 기록편에서는 국내 최초로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대자연의 장관을 기록하기 위해 애쓴 제작팀의 촬영 과정을 생생한 자연의 모습과 함께 보여주는 스페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악어의 누우 사냥을 찍기 위해 보름동안 위장막을 설치해 잠복하기도 했고 계속 쫓아다녔던 나망가 사자 가족을 놓쳐 광활한 초원을 뒤지기도 한다. 하루 14시간을 차에서 보내며 체체파리와 싸우고 하루 평균 200㎞를 이동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새영화/체인징 레인스

29일 개봉될 ‘체인징 레인스(Changing Lanes)’(배급 UIP)는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인생의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영화. 서로 다른 길을 달리고 있던 두 사람의 삶이 우연히 살짝 맞부딪친다. 사소하게만 보였던 이 접촉사고는 시간이 갈수록 궤도에서 점점 벗어나게 만든다.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두 사람은 삶을 정해진 궤도에 맞추는 것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인생설계를 다시 하기에 이른다. 젊고 전도유망한 백인 변호사 게빈 베넥(벤 애플랙)은 수백만 달러가 걸려 있는 소송에 증거서류를 제출하느라 서둘러 차를 몰다가 알코올 중독자이자 보험 외판원인 중년 흑인 도일 깁슨(새뮤얼 잭슨)의 차와 가벼운 충돌을 일으킨다. 도일은 아이들의 양육권 재판에 출두하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 사고는 하루 만에 두 사람의 운명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 도로상에서 거만하고 무성의한 게빈과 잘잘못을 가리다가 20분이나 늦게 도착한 도일은 판사로부터 양육권을 박탈한다는 선고를 받는다.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빼앗긴 도일은 게빈이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며 원망한다. 그순간 게빈이 중요한 서류를 사고현장에 두고 왔다며 돌려달라고 연락해온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주고받는 복수극이 시작된다. 도일이 돌려줄 것을 거부하자 게빈은 그를 신용불량자로 몰아 협박하고, 도일은 이에 뒤질세라 게빈의 자동차 사고를 유발한다. ‘체인징 레이스’는 흑백과 빈부의 도식적인 대결구도에 다소 과장된 듯한 설정을 담고 있으면서도 우연과 필연의 연결고리와 선과 악의 경계를 해체하며 인생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던져준다. 인과응보와 연기설이라는 불교적 세계관과 ‘칼로 일어난 자는 칼로 망한다’는 기독교적 진리가 멀지 않게 느껴진다. 영화를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노팅 힐’로 일약 스타감독의 반열에 오른 로저 미첼은 휴먼 드라마적인 분위기에 스릴러적인 장치를 가미해 한시도 눈을 뗄수 없는 긴박감을 안겨준다. 한층 성숙한 벤 애플렉의 매력과 새뮤얼 잭슨의 관록연기도 믿음직하다.

솔직한 대선후보 부인들 ’호평’

방송가와 정가의 화제를 모아온 KBS 1TV ‘아침마당’의 대선후보 부인 초청코너가 21일 막을 내렸다. 정몽준 후보의 부인 김영명 여사는 18일 방송에서 고스톱을 즐겨 쳤던 친정집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이튿날 노무현 후보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남편이 ‘밤차로 떠난 여인’을 즐겨부르는 것을 보고 “누굴 기억하며 이 노래를 불렀느냐”며 따지기도 했다고 말해 방청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권영길 후보의 부인 강지연 여사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10여년간 함께 모시면서 벌어졌던 미묘한 갈등까지 공개해 제작진조차 놀랐다는 후문. 또한 돌발질문 코너를 통해 권후보의 첫사랑이 미스코리아 부산 출신의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1일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 여사는 손주의 아이스크림을 뺏어먹는 이후보의 ‘천진난만한’숨겨진 면모를 소개하고 단정할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이후보가 ‘어지르기 대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주자 부인들의 노래솜씨 대결도 관심을 모았다. 김영명 여사는 ‘옛 시인의 노래’, 권양숙 여사는 ‘사랑으로’, 강지연 여사는 ‘찔레꽃’을 불렀는데 한인옥 여사는 시아버지 상중이라는 이유로 사양했다. 애장품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김영명 여사는 친할머니의 친필 편지와 정후보의 미국 유학 당시 시댁식구들이 써준 격문, 권양숙 여사는 노후보의 사법고시 합격증과 수험표, 한인옥 여사는 남편에게서 결혼 기념으로 받은 콤팩트와 하트형 목걸이를 들고 나왔다. 강지연 여사는 화재로 애장품이 모두 사라졌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TNS 미디어코리아와 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한인옥 여사의 시청률이 각각 16.5%와 16.7%로 나타났고 권양숙 여사(15.2·15.6%), 김영명 여사(15.0ㆍ15.4%), 강지연 여사(14.0·14.9%) 순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