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만년 천덕꾸러기 월미바다열차

인천 월미도 일대를 순환하는 월미바다열차가 10년 넘도록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안전 부실, 혈세 낭비의 상징물이어서 철거까지 검토되다 5년 전 간신히 개통했으나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간 누적 적자만 292억원이고, 감가상각비를 포함해 매년 60억원씩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엔 자칫 적자 폭이 건설비 1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이다. 그야말로 ‘혈세 먹는 하마’다. 더구나 국내 최초 도심 관광용 모노레일이란 거창한 수식어가 무색하게 시설 노후에다 작은 고장이 아직도 빈번하다. 겨울이면 직원들이 5m 높이 교각 레일에 쌓인 눈을 수작업으로 치우고 있다. 부품 낙하도 잦아 추락 방지용 그물 수리로 늘 긴장하고 있다. 주변 바다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흉물스러운 외관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소음 진동으로 인해 평일엔 관광객이 별로 찾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시설 운영권을 인천관광공사로 넘기려 했으나 애물단지를 넘겨받을 일이 만무 인지라 결국 무산됐다. 요즘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한 경영개선 자문위원회가 월미바다열차 운영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몇 차례 회의를 거쳐 나온 대책이 주변 문화시설 및 상권과 연계한 마케팅 실시, 계절별 이벤트 추진, 요금 인상 등의 자구책 위주다. 이런 정도로 매년 20억원 정도씩의 적자를 메워 나갈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창의성, 지속가능성도 너무 부족해 보인다. 깨진 독에 물을 계속 붓지 말고 발상 전환이 필요할 때다. 지금이라도 고철 덩어리 같은 고가철로 철거를 다시 고민해보자. 아니면 기존 시설을 활용해 친환경 레일바이크로 바꾸는 게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낀 월미바다열차는 2009년 이후 시장이 바뀔 때마다 월미은하레일-레일바이크-월미모노레일-월미궤도차량-월미바다열차로 사업명을 변경해 왔다. 혈세 낭비, 부실 행정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모면하기에만 급급했던 모양이다. 경기 의정부 경전철의 경우 수요 예측을 잘못해 2016년 부채가 3천676억원에 이르러 파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국 60개 넘는 모노레일 가운데 전남 순천만 정원박람회장, 부산 해운대, 충북 제천 청풍호반, 경남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등 지역 특성을 살린 명물이 많다. 월미바다열차를 경영개선 대상으로만 삼지 말고 기후위기를 염두에 둔 운영 방안을 모색해 봄직하다. 2019년 인천 서구 정서진 노을종 무대에서 시민들의 움직임을 전기로 저장해 무대를 밝히는 세계 최초 ‘자가 발전 언플러그드 콘서트’를 열어 호응받은 적 있다. 바다열차 수익금을 ‘블루 카본’의 핵심인 갯벌과 해양생태 가치를 알리는 기금으로 삼거나 레일바이크나 재생에너지로 열차를 가동하는 건 어떨까.

[함께하는 인천] ‘가치소비’ 선도 도시 인천을 기대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마케팅을 위한 조사기관의 미닝아웃(제품 및 서비스의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를 표현하는 행위) 소비 조사 결과 MZ 응답자의 10명 중 8명이 가치소비가 필요하고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가치소비’는 단순히 물건(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소비를 통해 개인의 가치관이나 신념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소비 방식이다. 가치소비의 핵심가치와 예로 윤리적 가치가 있으며 재활용, 재사용 산업 등 환경보호나 동물 복지, 공정무역 등과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가 이에 해당된다. 또 최근 산업 및 경영계의 큰 관심 중의 하나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시 가치소비의 주요한 요인이며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경영 평가를 통해 사회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소비를 통해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경험을 통해 무형적인 경험가치를 추구하는 소비 역시 가치소비의 예로 볼 수 있다. 인천의 다양한 가치소비 기업으로는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 협동조합, 농업법인 등 지역에서의 활동을 통한 뿌리기업 외에도 중소, 중견, 대기업은 물론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는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체들이 있다. 또 우리 인천은 이음 35.5, 더 담지, 지역사랑 기부를 통한 상품지원 등과 같이 가치소비를 원하는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인천이 가지고 있는 많은 섬과 타 지역에서의 접근성 등은 경험소비를 중시하는 이들에게 보다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기반이 이미 준비돼 있다. 다만 보다 많은 (예비) 가치소비자의 참여와 협력을 위한 하나 된 플랫폼이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기에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인천형 가치소비 플랫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가치소비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고 소비자가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SNS와 선순환적 소비가 발생하도록 많은 활동이 이뤄진다면 자연스레 가치소비의 중심 도시로의 인천이 알려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앞으로 가치소비는 소비 트렌드를 넘어 사회 변화를 이끌어갈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 인천이 소비자들의 가치소비를 지원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선도 도시가 되길 기대한다.

[함께하는 인천] 4·10 선거, 여론조사 리터러시 필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3월20일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통해 공표된 선거여론조사는 901건이다. 그 가운데 최근 한 달간 공표된 선거여론조사는 428건에 이른다.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 속에서 헤매지 않고 여론조사를 해석하는 능력, ‘여론조사 리터러시’는 매우 중요한 유권자의 능력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여론이 움직인다는 밴드왜건 효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들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표본 크기와 편향, 오차범위, 질문 효과, 시간적 변동 등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표본의 크기와 편향이다. 여론조사는 특정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표본 크기와 표본이 전체 국민들 대표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표본이 충분히 크고, 다양한 집단을 포함하도록 구성됐는지가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조사결과에 특정 성향이 과표집 됐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언론도 과표집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오차범위를 확인해 결과의 신뢰도를 평가해야 한다. 오차범위 내에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도,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보도해야 한다. 여론조사 보도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오차범위 내에 있음에도 순위를 매기는 방식의 보도이다. 언론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보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므로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보도를 해석하는 역량 또한 높일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를 위한 질문 구성과 답변 순서가 어떻게 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유권자들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는 진보, 중도, 보수, 모름의 순서로 사지선다형으로 답변하게 하는 질문이 있고 매우보수, 약간보수, 중도, 약간진보, 매우진보, 모름의 순서로 6지선다형으로 답변하게 하는 질문이 있다. 두 질문의 결과를 시계열로 분석해 보면 특정한 패턴이 나타난다. 첫 번째 질문과 답변방식은 진보성향과 중도성향이 더 높게 표집, 응집되고 있으며 두 번째 질문 방식은 보수성향이 더 높게 표집 및 응집되고 있다. 또 여론조사 기간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주중 낮에만 조사가 이뤄진 것인지, 주중 낮과 밤, 주말을 포함하고 있는지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달라진다. 주중 낮 조사는 보수적 성향이 응집될 가능성이 높고 주중 낮과 밤, 주말 조사를 포함하면 진보적 성향이 응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호도하지 않게 하고 여론조사 보도가 여론을 호도하지 않도록 하는 길은 유권자의 ‘여론조사 리터러시’ 역량에 달려 있다.

[함께하는 인천] 감동은커녕 분노만 키우는 공천의 정치

새 인물을 세우겠다며 내 편이 아닌 자를 몰아내는 공천 과정이다. 원칙도 기준도 주관적이다. 다선이 문제라면 법을 개정해 3선까지로 제한하면 될 일이다. 군림하는 자리 3선도 길다. 정당은 자기들끼리 만든 것이니, 후보도 자기들끼리 결정하면 된다. 스스로 후보를 낼 만한 능력도 없는 정당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민은 마지막으로 투표에서 말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가 늘 대립과 분열이었지만, 이번처럼 패거리들의 권력 쟁취를 위해 존재하는 공천임을 노골화한 적은 없는 듯하다. 공천이 여야 결전을 위한 합리적 준비라기보다 당내의 사당화를 위한 물갈이 작업처럼 흐르면서, 유권자인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신들 이해관계에만 몰두하고 있어 많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여전히 이름을 부르며 연호하지만, 진정으로 국민이 추종할 만한 여야 대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탓에 여야 집권 세력은 사당화의 공고화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후보 공천을 활용하고, 그런 상황에서 공천관리위원회는 권위를 잃고 그저 특정 세력의 대리인처럼 움직인다는 평가다. 대통령실 인사나 당 대표 주변인이나 유명인이면 훌륭한 후보가 되는 것인지 공천된 후보도 국민의 눈에 차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지역의 일꾼을 뽑는 것일 텐데, 전략공천이라며 지역과 아무 상관도 없는 자들을 공천해, 국회의원선거를 상대를 죽이기 위해 목숨이라도 걸고 한판 벌이는 옛 장수들의 전쟁터처럼 만들고 있다. 누구라도 거주지만 잠시 옮겨오면 지역에 연고가 생긴다는 말인지, 유명 외국인이라도 영입해 공천해야 할 판이다. 위성정당이니 뭐니 비례대표 선출 방법도 가관이다. 비례대표가 정당의 꼼수나 편의에 의해 부조리한 나눠먹기식이 돼 국민의 분노가 크다. 3, 4개월 남기고 이어받거나 문제가 있어 제명되고도 계속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누구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인가. 국회의원 수를 줄이라는 국민의 소리를 반영한다면 국민이 선택하지도 않고 제대로 된 역할도 없는 비례대표는 폐지돼야 한다. 거대 양당의 깃발만 들고 나서면 인물 됨됨이에 상관없이 표를 주는 국민이 의식을 바꿔야 하건만, 오히려 정치의 난장판을 부추기며 즐기듯하니 한국의 정치는 점점 더 위험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늘 없었지만, 위험한 국제정세에서 한국을 지켜낼 국회의원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 같다. 표만을 의식해 행하는 지금의 정치가 국가와 국민을 지켜낼 최선의 제도인지, 어떤 분야도 자정 능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 이런 민주주의가 올바른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함께하는 인천] ‘인천 정신’의 처지

3∙1 독립운동 인천 발상지인 창영초교에서 3∙1절 기념행사가 매년 거의 빠짐없이 열린다. 올해에도 시장, 교육감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뒤 태극기를 들고 창영초교에서 배다리~경인전철 동인천역 북광장까지 시가행진을 벌였다. 인천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행사라도 치러져 다행이나 평상시 창영초 존재는 그 가치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민족혼이 밴 건축물을 간직한 역사적 장소이지만 학생 수 감소로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원도심의 비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초 창영초를 인근 금송재개발구역으로 이전하려는 행정절차가 막바지 단계까지 이르렀으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극적으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학교 당국과 학부모들은 학교 존치 결정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무엇보다 낙후된 학교 시설 개선이 시급한 상태인데도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족쇄에 묶여 있어 여의치 않다는 불만이 가장 크다. 교육청은 최근 학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사 2개동의 외벽, 창호, 복도 바닥, 화장실부터 개∙보수하려는 예산안을 편성했다. 장기적인 학교 발전 청사진 없이 이런 식으로 급한 불만 끄다 보면 유서 깊은 역사도 살리지 못하고, 명품학교로 발돋움시킬 길을 제대로 찾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 창영초는 국내 어느 학교에서도 보기 드문 전통을 보유하고 있다. 얼마 전 역사 고증을 통해 밝혀졌듯 개교일은 그간 알려진 1907년이 아닌 18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문제는 지난해 시민단체 토론회에서 처음 거론됐다. 창영초는 일본 통감부 지시로 1907년 문을 연 ‘인천공립보통학교’가 아닌 1896년 ‘인천부공립소학교’에서 출발했다. 1896년 발행된 대한제국 관보에 ‘1월22일 서임 및 사령, 인천부공립소학교 교원 판임관 6등(等)에 변영대(卞榮大)를 임용한다’라고 적힌 기록이 확인됐다. 근대교육의 서막을 연 인천 최초의 공립학교인 것이다. 이후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명문이다. 1919년 3월6일 창영초 어린 학생들이 전화선을 끊고 동맹휴교를 선언한 뒤 거리로 뛰쳐나갔다. 이를 계기로 강화읍 장터, 계양 황어장터, 용유도 읍내 등 인천 시내 9곳으로 독립 만세운동이 퍼져나갔다. 한국 미학의 선구자 고유섭, 광복 직후 2대 대법원장을 지낸 조진만, 추사 이후 최고 서예가로 칭송받는 유희강, 국민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최영섭,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 부하들을 살려낸 강재구 소령이 창영초 출신이다. 창영초는 ‘인천 정신’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역사와 장소의 힘이 살아 숨 쉬는 교육 공간이다. 인천시, 인천시교육청, 시민사회가 좀 더 원활한 민관협의체를 가동해 창영초를 단순한 교육 시설이 아닌 역사문화거점으로 살려내길 바란다.

[함께하는 인천] 로봇-사람 협업 위한 준비

가정에서는 자동으로 로봇이 청소와 설거지를 하고 있고, 음식점에서는 로봇이 다양한 음식을 서빙하고 있으며, 산업현장에서는 자동화 로봇이 쉬지 않고 용접과 조립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인공지능과 과학의 발달은 우리의 생활 속에 로봇이 보다 깊숙이 자리 잡고 대중화됐으며, 이를 통해 생활과 문화 등의 변화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같이 제조 산업이 중요한 국가의 산업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로봇을 협동로봇이라고 한다. 이 같은 로봇은 정부 및 산업체의 제조 자동화와 스마트화에 대한 투자 확대,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인건비 상승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협동로봇 산업경쟁력은 일본과 독일 대비 다소 열위이며, 핵심 부품의 대일 의존도가 감속기는 76%, 서보모터 65%, 구동부품은 15% 수준으로 이에 대한 설계 및 생산의 가치사슬(SCM)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로봇과 사람(작업자, 인간)이 협업을 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먼저 작업 공간 및 환경에 대한 상황 조사가 필요하다. 즉, 로봇의 작동 범위, 작업 공간의 구조, 장애물, 조명, 소음, 온도, 습도 등 로봇의 작동환경을 고려해 위험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작업 단계별로 발생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로봇과 사람의 상호작용 방식,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응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하며 로봇을 작동시키거나 함께 작업하는 작업자의 피로, 부주의, 오판 등 인간적인 요인이 로봇 사고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인간공학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인간과 로봇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적인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시스템에 대한 교육은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접근방법이다. 협동작업을 위한 안전 작업 절차를 문서화하고, 작업자에게 상황에 맞는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해야 하며 비상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 훈련이 지속적으로 실시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로봇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인증기술과 UI/UX 인터페이스의 상호작용을 위한 공학적 설계 및 사용성 평가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협동로봇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법규나 지원 조례의 마련을 통한 산업 활성화와 미래사회의 대응을 위한 준비를 하며, 인간-로봇 협업을 위한 윤리 가이드라인 등도 필요할 것이다. 생산 현장의 미래는 사람(작업자)이 보다 더 편리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로봇을 활용하며, 이를 통해 사람은 더 창의적이고 가치생산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미래 속에서 대한민국과 인천의 발전은 지속되리라 생각되며 로봇과의 협동 사회를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함께하는 인천]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 오픈AI ‘소라’ 유감

동양철학에서 하늘은 종종 우주의 질서, 자연의 법칙, 도덕적 권위의 근원으로 해석된다. 특히 유교에서 ‘천인합일(天人合一)’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하늘 사이의 조화롭고 긴밀한 관계를 강조한다. 인간은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며, 도덕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이상적인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지난주 발표한 오픈AI의 동영상 생성형 인공지능 이름이 ‘소라’라고 한다. 일본어의 ‘そら(소라)’를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문화와 사상에서 소라(하늘)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소라’는 자연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야 한다는 일본 전통 사상을 반영한다. 소라는 또 신성함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으며 신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날로 늘어가고 있고, 이에 대한 통제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소라’라는 제품명을 썼다는 것이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불편하다. 인간의 삶이 소라에 종속될 것 같은 불길함이 스쳐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2014년 BBC와 인터뷰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는 “완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하면, 이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사건이 될 수도 있고, 최악의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확실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중요한 지점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확실하지 않은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과 군사적 활용을 통한 무기화의 가능성이다. 고도로 발달된 초지능AI는 인간의 통제능력을 초과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AI는 자기개선 능력을 통해 빠르게 학습하고 발전해 인간이 예측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의 불투명성도 위험요인이다. AI시스템, 특히 딥러닝 모델은 종종 ‘블랙박스’로 불린다. AI의 의사결정이 복잡하고 불투명해 인간이 이해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은 자율무기 시스템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도 목표를 식별하고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AI는 사이버 공격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대규모 정보조작이나 가짜뉴스 생성에도 활용돼 전 세계를 순식간에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이렇게 위험한 물건에 왜 ‘소라’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인간의 의도와 별개로 행동할 수 있는 소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 것인가?

[함께하는 인천] 교육부의 대학 개입 최소화해야

교육부의 개입으로 대학의 행정과 교육이 형식화되면서 대학이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사회에 맞춰 대학 구조 등의 하드웨어적 측면의 변화 요구는 필요하지만, 교육 내용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까지의 개입은 대학 경쟁력을 악화시킬 뿐이다. 관의 개입을 최소화해가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볼모로 개입을 강화해 대학이 자율성을 박탈당하고 불필요한 행정사무를 수행하는 보통교육기관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학은 전문교육을 받기 위해 자원해 들어온 성인 교육기관이다. 교육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탓에 교육부나 교육학 전문가들이 개입하고 있지만, 대개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적 개입이다. 대학교육은 학문 분야별로 알아서 할 문제로 비전공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대학이 스스로 전공 분야를 정하고 입학생을 뽑고 그에 맞는 방법으로 교육을 해야 마땅한데 한국의 대학은 다양한 학문 분야가 교육학적 잣대로 재단돼 엉터리 행정절차를 강요받으면서, 점점 관치에 헛발질하는 교육기관이 되고 있다. 의대 교육은 의대가, 법대 교육은 법대가, 외국어교육은 외국어 전문가가 자기 분야의 특성에 맞춰 교육 내용과 방법, 학생 관리에 이르는 모든 사항을 계획하고 수행하면 된다. 많은 교수는 전공 분야의 연구나 교육에 오래 종사해 와 교육에 관한 많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 특별히 교육부의 관리를 받을 필요가 없고 교육학 분야의 도움도 전혀 필요 없다.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당연한 대학지원이 교육부의 시혜처럼 돼서는 안 된다. 국가경쟁력에 꼭 필요한 학문 분야의 지원은 국가의 책무다. 시시콜콜 대학에 관여해 비전문가 집단이 전문가 집단을 손에 쥐고 흔드는 체제는 빨리 일소해야 한다. 교육부 역할은 기득권의 문제를 떠나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대 사안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조속히 개편돼야 한다. 많은 정치인, 행정가, 법조인이 대학에서 가르침을 받고 그 지식과 사고로 그 자리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교육을 함부로 재단해 망가뜨리면 어렵게 쌓아온 국가경쟁력도 함께 망가지는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관이 국민을 옥죄는 권한을 놓지 않고 있어 민주주의와 역행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관이 몰라 개입하지 않을 때 그 분야가 성장한다는 말을 상기해야 한다.

[함께하는 인천] ‘있는 것’ 잘 활용하기

인천시가 얼마 전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랜드마크로 삼을 전망탑 이미지를 공개했다가 시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자유공원 언덕에 신축하기로 한 일명 ‘오큘러스 타워’가 중국 광저우타워와 흡사하다는 논란에 휩싸여 표절 진위 공방이 일었다. 외모상으로 인천 개항 140주년을 기념해 세우려 한 높이 140m의 전망탑이 그보다 거대한 600m의 광저우타워 형태나 골격을 빼닮아 인천 시민들의 자존심을 구겼다. 눈(eye)이라는 뜻의 라틴어 오큘러스를 차용한 타워를 ‘커닝하는 눈’으로 설계하려 한다는 의혹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인천은 역사문화자원을 풍부히 갖고 있음에도 굳이 ‘없는 걸 졸라대며’ 가지려 할까? ‘있는 것을 훌륭하게 활용할’ 생각은 별로 없고 따라 하기에 바쁘다. 이래선 블랙홀같이 모든 걸 빨아들이는 서울 일극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얼마 전 부산 영도의 ‘깡깡이예술마을’을 둘러보며 자기 색깔을 잘 드러내는 모습에 반했다. 인천 도심 포구인 만석~북성부두 사이에 그 많던 조선소들이 거의 폐업, 이전하고 달랑 3곳만 운영되고 있는데, 영도는 달랐다. 깡깡이마을에선 배를 고칠 때 나는 수리조선소의 ‘깡깡’ 소리가 아직 힘차고 골목엔 철공, 제강 등 조선소 하청 점포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또 선원들에게 차를 팔던 다방이 한 주인에 의해 3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만두, 설렁탕 등의 맛집도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영도 포구에는 연근해 어선뿐만 아니라 러시아 깃발 등을 단 해외 선박들이 선체 수리를 위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문화예술 향기 또한 깡깡이마을 거리에 넘쳐난다. 인도에 ‘시간에 닻다’라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철강 소재의 어선 닻을 활용해 주민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조각작품처럼 만든 것이다. 의자 앞엔 ‘선박 부품들은 수리조선소들이 있는 이곳의 상징이며, 오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닻을 이용한 벤치가 마을 주민들에게 여유 있는 휴식을 제공했으면 합니다’라는 안내 글귀가 쓰여 있었다. ‘색으로 물든 벽’, ‘영도사람들’, ‘항구의 표정들’ 등의 제목을 단 29개 공공예술작품 위치를 표시한 마을 안내지도가 거리 중간에 있다. 또 옛 적산가옥을 헐어 조성된 쌈지공원에는 작은 정자를 지어놓고 철거 때 수습한 대들보와 상량문 글씨를 상설 전시하고 있었다. 인천아트플랫폼, 이음1977, 제물포구락부, 인천시민애집 같은 개항장문화지구 내 여러 복합문화공간과 박물관에서도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을 펼칠 수 있는데 아직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속 타고 안타까운 마음만 반복된다.

[함께하는 인천] ‘로컬 전성시대’의 인천

얼마 전 인천 ‘개항로 프로젝트’를 8년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로컬의 신(神)’이란 책을 펴낸 도시 기획가 A씨를 만나 차담을 나눴다. 몇몇 기자와 노포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그의 손길이 닿은 애관극장 옆 카페에 차 마시러 함께 갔다. A씨는 자칭 ‘크루(crew)’라고 부르는 골목 크리에이터 10여명과 8년 넘게 개항로에서 ‘수상한’ 일을 벌이고 있다. 그는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동업자 형태의 크루를 이렇게 소개했다. “주주나 조합원처럼 법률적 구속력이 없는 멤버이지만 열심히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면 스스로 끼어들지 못하는 ‘느슨하지만 살벌한’ 사업 파트너죠.” 크루의 사전적 정의는 ‘조정 경기에서 보트에 타 한 조를 이룬 사람들, 선원 또는 승무원’이다. 개항로 청년 크루들도 한배를 타고 사업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필자는 이들이 개항로에 진출한 초기에 무슨 ‘~단길’처럼 골목 상권을 살려내 부동산 차액만 노리고 떠나가는 ‘갭 투기꾼’의 아류 아닌가 ‘살짝’ 의심하며 몇 년간 지켜봤다. 이들은 아직 개항로를 뜨지 않고 꿋꿋하게 ‘골목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다. 구력 깊은 영화 간판장을 모델로 한 ‘개항로’ 인천 맥주를 출시해 선풍을 일으키고, 50년 넘게 목간판을 제작한 동네 장인의 글씨로 ‘개항로 서체’를 개발했다. 또 현장 전문가들을 강사로 세워 창업가를 대상으로 2박3일간 실무 교육을 펼치는 ‘마계대학’을 열고 있다. 지난해 밤새워 술을 마시는 세 차례의 열린 강좌가 인기를 끌자 올해엔 설 연휴 때부터 다시 개강한다. SNS를 통해 홍보했는데, 청년들에겐 다소 비싼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마감 임박이라는 소식이다. 크루들이 펀딩을 조성해 옛 건물을 매입하고 팀별 아이디어로 콘텐츠를 입힌 카페, 통닭집, 창업 공유공간이 개항로 싸리재 일대에 20여곳에 이른다. A씨는 “서울 따라 하기를 하면 로컬 비즈니스는 망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고유의 가치를 살려 빈 상가와 창고, 노후 건물에 콘텐츠를 입히고,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꾸는 성공 사례가 무수히 많아지고 있다. 방앗간을 현대 기호에 맞는 편집상점으로 바꿔 지역 장인들이 건강한 한국식 먹거리를 소개하는 서울 연남동 방앗간이 주목받는다. 연남동 로컬 크리에이터와 A씨는 자주 만나 지역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사이다. 연남동과 개항로의 변화는 비슷한 구석도 많겠지만 개성과 매력은 다르다. 제주 ‘해녀의 부엌’, 강원 양양 ‘서피비치’,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 같은 곳에서도 A씨 같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개성 있는 콘텐츠로 도시 공간을 연결해 다양성과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인천에서 이런 일들이 꾸준히 이어지게 하려면 로컬 전성시대에 맞는 민관 협업이 더욱 긴밀해져야 할 때다.

[함께하는 인천] 인천 산업단지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해야

인천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선두주자이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도시다. 인천지역에 공단은 1966년 수출주도 정부 정책에 따라 전국 최초의 산업단지인 경인수출산업단지로 시작됐고, 이어 기계공단 및 주안 부평산업단지로 확장됐다. 이후 80년대 들어 중소기업을 위한 남동국가산업단지가 조성돼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지던 인천의 산업단지도 국내외의 다양한 위기와 환경적인 변화에 따라 점차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전세계적인 코로나에 따른 경제여건의 변화와 4차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산업 시스템 변화 등이 이어지면서 인천의 산업단지와 기업들은 변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정부와 인천시에서도 남동 및 주안 부평 산업단지를 스마트 산업단지로 탈바꿈하기 위한 많은 지원과 정책이 이뤄지고 있으며 주로 낙후된 산업단지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부분과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내용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중 일자리와 관련해 산업단지의 본래의 목적과 4차산업혁명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중요성이 중요시되고 있다. 기존의 조사에서 인천의 산업단지는 생산직이 사무직에 비해 비중이 높고 연령 역시 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등의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인천의 산업단지가 가지고 있는 특징에 따른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배출하고 이들이 산업단지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들 위해 몇 가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기존 중년 생산직에 대한 기술 및 4차 산업 교육 등 직무 재교육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청년층에게 4차산업과 관련한 기술교육과 더불어 기술경영(MOT)과정을 교육해야 한다. 이는 산업단지 중소기업의 특성상 한 가지 업무 영역만이 아닌 기술과 경영(인문)의 융합적인 전문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산업기술을 바탕으로 사업화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성장동력을 제공해 주기 위함이다. 무엇보다도 산업단지 대표자들의 마인드 및 4차산업의 활용과 실무적인 적용 방안을 알리고 그들 간의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표자들을 위한 중점 교육 또한 체계적으로 마련함으로써 직원과 함께 회사의 큰 비전을 그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의 양성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산업단지 및 대개조 산단과 같은 혁신 정책들과 결을 같이할 수 있는 시스템 관점에서 이뤄 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체계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함께하는 인천] 게임의 본질적 특성과 현실 적응력

일상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이는 게임의 대중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지하철 풍경의 변화로 이를 체감하고 있다. 최근 들어 출퇴근시간 지하철 이용자들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게임으로 전환하고 있는 듯하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 보다, 직접 참여하는 게임이 더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만 10세 이상 국민의 74.4%가 지난 1년간 게임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도 인식의 변화를 나타내는 징표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매우 강력하다. 게임과 관련해서 언급되는 주요 이슈는 게임 중독, 게임과 폭력성, 사회적 고립, 건강 문제 등이다. 그리고 ‘게임’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생각은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빠져드는 것, 공부하기 싫은 대학생들이 시간 때우는 것, 철없는 아저씨들이 하는 것 등일 것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출발점은 ‘막연한 불안감’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현실을 망친다는 학문적 근거는 여전히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게임이 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스탠퍼드대의 브레인스톰 연구소에서 검토한 바에 따르면, 지난 30여년간 인기 있고 폭력적인 게임이 출시되는 시점에 오히려 폭력범죄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게임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촉매제’가 아니라 ‘배출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한 것이다(윤홍만, 2023.5.15) 게임 디자이너이자 이론가인 제인 맥고니걸은 ‘게임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라며 “게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사람들이 게임을 ‘함께’하면서 어떻게 행동하고 교류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봐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이 개인의 정서적 웰빙, 회복력, 사회적 협업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맥고니걸의 입장에 동의한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특성 때문이다. 게임의 본질적 특성 네가지는 목표지향성, 규칙에 대한 자발적 참여성, 상호 작용성, 피드백 시스템이다. 백문불여일견이라고 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라면 게임을 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내가 하는 게임이 네가지 특성과 어떻게 매칭되는지 분석해보자. 분석을 했다면 게임을 통한 현실세계의 역량 강화는 시작한 것이다.

[함께하는 인천] 언론의 대학 순위 매김은 의미 있는가

언론의 대학평가에 대학이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이없기 짝이 없다. 그런 평가로 대학의 우열을 나눌 수 있다니 대단한 용기다. 기자나 정치가에게 평가항목을 만들어 순위를 매긴다면 1등이 2등보다 우수한 기자나 정치가가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입학생의 수능점수를 비교하거나, 졸업생의 취업 상황을 비교해 우열을 논한다면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학에 학사과정이 엄격하다거나 시설이 우수하다거나 장학금이 많다거나 외국 유학생이 많다거나 하는 등등의 것들이 좋은 대학의 지표가 될 수는 없다. 혈세만 낭비하는 국가의 잘못된 연구지원 시스템으로 질 낮은 논문이 양산되는데 논문만 많이 쓰면 훌륭한 교수라 평가하는 것과 같다. 언론이 비교 우위를 논할 수 없는 각종 항목을 평가지표로 내세워 대학의 순위를 매기고 있어, 대학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에 응하며 할 필요도 없는 업무수행에 무의미한 인적 물적 낭비를 강요받고 있다. 대학이 본연의 업무인 연구와 교육에 매진할 환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세계 최고 순위인 선진국 대학은 한국 대학보다 우수한 인재를 많이 배출하는가? 한국의 일부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의료진이 외국 최고 대학 출신자들로 채워져 있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산업계의 인재들도 일부 유학은 다녀왔을지언정 대부분은 한국에서 초중고 및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성과의 기초가 되는 학습 능력은 모두 한국에서 쌓은 것이다. 세계 100번째는커녕 1천번째도 못 드는 한국 대학에서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데, 세계의 대학평가는 무엇이 근거란 말인가. 최고의 명문대학이 있지만 비교할 수도 없는 모든 대학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언론이 평가하는 항목이 좋다고 좋은 대학일 수는 없다. 좋은 대학이란 좋은 학생이 와 좋은 교수가 이를 제대로 키워내는 대학이다. 일부 객관적 비교는 가능해도 대부분은 순위를 매길 만한 내용이 될 수 없다. 교육에 환경이 좋으면 좋겠지만 환경이 교육 수준을 결정할 수는 없다. 1천명의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됐지만, 대학을 의미 없는 잣대로 줄 세우는 행위도 자리를 잡아, 점점 더 세상은 사익에 눈이 먼 집단들의 기발한 부정의 아이디어에 피곤해지고 있다. 관치에 멍들고 있는 대학에 언론마저 가세해 대학을 망가뜨리고 있다. 언론은 대학의 순위 매김이 아니라 대학의 국가경쟁력 제고에 일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함께하는 인천] ‘인천발’ 결혼장벽 깨기

경기 용인 에버랜드의 쌍둥이 아기 판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루이와 후이바오가 밀대로 바닥 청소하는 사육사의 다리를 하나씩 붙잡고 껌딱지처럼 들러붙어 질질 끌려다닌다. 너무 앙증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담은 SNS 영상을 보고 ‘따스한 어그부츠’, ‘귀요미 털장화’ 등의 댓글이 수천 개나 달렸다. 어린 쌍둥이 판다 이상으로 인천에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가 탄생했다. 인천형 출생정책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의 첫 수혜자가 될 갑진년 첫 아이가 길병원에서 태어나 성스러운 축복을 한아름 받았다. 이 아기는 출생 축하금으로 첫 만남 200만원에다 1~7세까지 연 120만원, 8~18세까지의 학령기 ‘아이(i) 꿈’ 수당 월 12만원을 받는다. 인천시가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모급여, 아동수당 등 정부의 출산정책 지원금 총 7천200만원에다 2천800만원을 추가로 보태기로 한 ‘1억 플러스 아이드림’ 정책 덕이다. 이런 혜택은 올해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된다. 인천시의 저출산 대응책이 발표된 이후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국가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정부는 조만간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육아휴직급여 상한 인상 및 사후지급제 폐지 등 여러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이런 현금 지원 형태의 보건복지 출산정책이 빨간불 켜진 비혼, 무자녀 세태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 결론은 비관적이다. 합계출산율이 0.78명에서 지난해 4분기 0.6명대에 진입할 정도로 무서운 하락 속도인데,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주거, 양육 부담을 줄여주더라도 ‘자녀 없는 편한 노후’, ‘자녀 없어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중앙이나 지방정부는 장기적이고 치밀한 돌봄과 육아정책을 혁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1983년 2.1명의 인구 유지선이 깨진 이후 초고속으로 저출산, 고령화사회가 된 이유는 무엇보다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바뀌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으로 내몰린 청년들은 이제 ‘부모 찬스’ 없으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수도권으로 인재가 몰리면서 집값은 급등하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였다. 지역 가치를 제대로 찾아 청년들이 인천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찾아와 정착하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현금을 주고 ‘아기 낳아 주세요’는 너무 편한 출산정책이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 차원을 넘어 인천지역 중소기업을 키우고, 고용률을 높이며, 청년들 삶의 질을 높여야 일과 가정이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다. 그런 방향성을 갖는 ‘인천발’ 출산정책이 시급하다.

[함께하는 인천] 스마트 안전도시 인천 위한 지원 필요

지난 12월20일 정부의 2024년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총 예산 656조6천억원으로 한해의 살림이 꾸려진 것이다. 그간 많은 논란이 있었던 R&D 관련 예산이 약 6천억원 순증됐으며 국가의 미래산업과 관련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예산은 5조802억원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대비 약 5천909억원 감소한 수준으로 보조금 및 관행적 지원사업은 감소하고 첨단 산업 및 인력양성 등 미래성장 예산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의 6대 첨단 전략산업은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미래차, 차세대 로봇 산업으로 이 중 우리 인천은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로봇 분야에 있어 타 지자체보다는 산업적 기대 효과가 높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뿌리산업 및 전통 부품산업을 기반으로 한 로봇 분야의 기회적 요인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로봇 분야 중 산업 및 서비스 로봇 분야 외에도 재난 및 안전 로봇의 개발 및 활용도가 높은 지역 역시 인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은 항만, 공항, 산업단지 등 다양한 산업시설이 밀집돼 있어 재난 발생 시 인명과 재산 피해가 클 수 있는 도시이며, 도시적 특성상 대형 재난 발생 시 사회적 비용이 크게 발생할 여지가 높다. 그렇기에 이러한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재난, 안전로봇의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 재난, 안전로봇은 재난 발생 시 인명 구조, 구조물 탐색, 위험물 제거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으로 재난으로 인해 붕괴된 건물이나 구조물 등을 탐색하는 데 효과적이며 특히 화재, 폭발 등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위험물을 제거하는 등의 2차 재난 확산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는다. 우리 인천이 각종 로봇을 개발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뿌리기업 및 부품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로봇의 움직임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모터 및 감속기의 기술개발은 필수적이며, 이들을 통해 나오는 다양한 운용 데이터를 통해 로봇의 움직임 및 사용성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지원이 선행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 로봇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력 양성 지원이 필요하며, AI 운영, 로봇 설계, 제어 그리고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의 개발과 관련한 융합적 교육 과정을 만들고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발된 재난, 안전로봇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시장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증 사업이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 실증은 실제 생활 환경에서의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고증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한층 안정된 로봇과 서비스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인천은 로봇랜드 등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고, 각종 로봇 개발에 잠재력이 높은 도시다. 인천시와 많은 지원기관, 그리고 대학과 로봇기업이 협력한다면 많은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로봇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스마트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함께하는 인천] TV광고는 넘치는데 보험은 진실한가

TV를 보면 광고료가 싼 것도 아닐 텐데, 보험 가입 광고가 넘쳐난다. 손해 보고 하는 일은 아닐 테고, 그렇게 매번 광고하는 것을 보면 보험은 참으로 남는 장사인가 보다. 그런데 근래에는 가입자가 납득할 만한 예전과 같은 보험은 모두 사라지고, 가입자의 부담이 커진 보험만 보인다. 어려우면 접으면 될 일인데 회사에만 좋고 가입자에게 불리한 상품으로 보험사의 살길만을 꾀하는 모양새이다. 이제는 기존 가입 상품에도 약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며 가입자를 압박하는 터무니없는 사례도 흔히 들려온다. 가입자가 약관 내용을 국어시험 보듯 샅샅이 조사해 이해하고, 몇십 년 후까지도 알고 대비해야 할 판이다. 건강 보험은 미래를 대비해 돈벌이가 있는 젊을 때 가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실비보험 등은 모두가 갱신 구조인 탓에, 젊어 병원 갈 일이 없어 혜택을 못 받았다가 받아야 할 때쯤 되면 대폭 오른 보험료로 갱신해야 하니, 그간 납입한 보험료를 날리며 해지할 수도 없고 난감할 따름이다. 그래도 광고 내용에는 혜택만이 가득하다. 상담만 받아도 무조건 경품도 준다니, 한번 걸려들면 전부 가입시킨다는 자신감이다. 어떤 보험도 가입 시의 판단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기에, 모든 것이 가입 시에 결정되는 구조여야 한다. 그럴듯하게 유혹해 보험에 가입시킨 후 갱신 시 가입자에게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지게 하는 행위는 장사치의 교묘한 속임수다. 매년 갱신되는 보험료라면 아주 자세한 고지의 의무를 부과해 가입자의 혼돈을 막아야 한다. 또 직접 말하지 않은 내용은 어떤 경우에도 보험사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손해보다 보험사의 안정적인 영업이 더 중요한 듯 보험사와 한편이 돼 국민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내도록 지도 감독하고 있으니, 결국 정부의 보호 아래 기업만이 사는 구조다. 최근의 보험상품은 찬찬히 들여다보면 가입자의 보험료로 보장받는 수준의 것도 많아 그냥 저금해 뒀다 이를 치료비로 충당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 경우도 많다. 물론 보험의 혜택을 크게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국가 의료보험이 있어 사보험으로 얻을 혜택이 미미한 경우도 많다. 정부는 보험이 보험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동하는 구조를 타파해 국민 개개인의 보호에 힘써야 한다. 차제에 사보험은 특수한 영역에 머물도록 하고 국가 의료보험이 실비보험 등을 들지 않아도 기능할 수 있도록 그 체계를 개선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함께하는 인천] ‘읽걷쓰’와 어린이청소년영화제

영화는 우리가 인생을 더 깊이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영화를 제작하며 자신의 시각과 이야기를 표현하고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창의성을 개발하고 연출, 시나리오 작성, 연기, 편집 등 다양한 기술과 미디어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며 인간적인 경험을 나누는 과정이다. 이것이 영화와 영화제가 갖는 힘이다. 인천에서 20년 동안 꾸준하게 아이들과 영화작업을 해오던 교사들이 있다. ‘인천교육방송연구회’의 교사 30명이 이들이다. 이들은 매년 영화제를 개최하며 누구에게도 지시받지 않은 자발적인 노력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에는 인천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영화제 제1회 잉키(InKY), 인천어린이청소년영화제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 영화제는 ‘어린이·청소년 주도의 영화제’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포스터그림 공모전, 어린이청소년 집행위원과 심사위원인 ‘잉키피플’ 운영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그 결과로 102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이 작품들은 뛰어난 이야기와 예술성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 ‘더 마블스’를 제작한 니아 다코스타 감독은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개발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나는 화면에서 삶에 빛을 비추는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야기는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며 영화의 힘을 강조한다. 제1회 잉키(InKY·인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을 관람하면, 이들의 이야기가 세련된 문법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현실과 삶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폭력, 방관자, 친구와의 관계, 부모와의 갈등, 거짓말, 도둑질, 연애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이 작품들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을 만나게 한다. 영화 제작은 읽고, 걷고, 쓰기를 포괄하는 매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시나리오 작성 과정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를 높여 주고(읽고), 촬영 장소의 선택, 배우와 스태프와 협력은 현실 세계에서 협업, 문제해결, 의사 결정을 경험하게 해준다(걷고). 또 영화작업을 통해 그들은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쓰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성장기에 이러한 경험을 쌓고 미디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그들의 미래 학업과 직업에 큰 가치를 지닐 것이다. 잉키가 인천을 넘어 전국과 세계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함께하는 인천] 방치된 도심 포구의 근대산업유산

인천 도시의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 전·현직 기자 10여명이 모여 만든 연구 모임(일명 ‘기도 모임’)을 1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기도(記都)모임 회원들이 얼마 전 경인전철 동인천역~인천역 사이의 화수부두, 만석부두, 북성부두 일대를 도보 탐방했다. 인천아트플랫폼 재생사업의 총괄건축가로 활동했던 A건축가를 강사로 초빙해 인천항 일대의 근대산업유산 현장을 둘러봤다. 이 지역은 일본의 만주침략(1931년), 중일전쟁(1937년) 시기에 해안 매립을 통해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임해공업단지였던 역사적 현장이다. 아나타매립지의 동양방적공장(현 동일방직)을 비롯해 1938년 준공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일진전기(엣 도쿄시바우라제작소), 조선기계제작소, 조선강업공장, 조선화학비료, 인천제정, 조선이연금속과 같은 중공업 및 군수공장이 줄지어 늘어섰던 곳이다. 여전히 옛 건물을 간직하고 있는 동일방직, 일진전기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증·개축이 이뤄진 공장지대다. 기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공장은 자못 웅장한 자태의 일진전기 10개동의 옛 건물이었다. 화수부두 해안가를 따라 적벽돌로 지어진 독특한 모습은 언 뜻 봐도 예사롭지 않다. 2014년 공장 이전 뒤 영화 및 광고 촬영지로 이용되다 현재 임대 창고로 활용되고 있다.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공장 뒷마당이라도 개방하면 멋진 도심 포구공원이 될 적지 같았다. 최근 ‘공업지역 활성화 시범사업’이 추진됐으나 기업 측의 거부로 무산된 상태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도심 포구인 화수·만석·북성부두 일대엔 일진전기와 같은 귀중한 산업유산이 상당수 남아 있다. 그럼에도 고유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어 유럽의 산업유산 재생프로젝트와 비교해 보더라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명품 시계로 유명한 스위스 내 제2의 도시 취리히는 황혼길로 접어든 허름한 중공업지대를 문화예술 및 상업 명소로 탈바꿈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대 전후로 공장지대였던 취리히 웨스트에 도시재생의 생명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방치된 뢰벤브로이 맥주양조장에 젊은 예술가를 끌어들이고 현대미술관, 다국적 화랑을 잇따라 유치하면서 일약 현대미술의 메카인 ‘뢰벤브로이 예술단지’가 탄생한다. 이를 계기로 1860년 지어진 조선소가 실험극장, 공연장, 재즈클럽, 레스토랑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1898년 건립된 제철회사가 쇼핑센터, 전시공간을 갖춘 현대식 핫플레이스로 각각 재생된다. 이 외 영국 런던의 트루먼 브루어리 양조장이 예술가 마을로, 독일 카를스루에의 탄약공장이 미디어아트 메카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가스공장이 친환경 아이콘 문화공원으로 변신하는 등의 성공 사례는 무수히 찾아볼 수 있다. 인천 도심 포구에 남아 있는 소중한 산업유산도 ‘창조의 어머니’로 받들어야 할 때다.

[함께하는 인천] 인천아시아아트쇼가 남긴 것들

11월23~2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3회 인천아시아아트쇼(IAAS)에 예상치 못한 관람객이 몰려 폐막 당일 마감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또 줄지어 선 차량 행렬로 인해 송도컨벤시아 일대가 극심한 교통 혼잡을 겪었다고 한다. IAAS 주최 측 집계에 따르면 관람객은 6만3천여명이었고, 한 갤러리의 최고 판매액이 15억7천329만원에 달했다. 고리들의 ‘황금 해바라기’ 5억원,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에디션’ 3억5천만원, 이우환의 ‘바람 시리즈’ 2억4천만원 등 고가로 거래된 작품도 수두룩하다. 역대 인천 전시회에서 보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자 IAAS 주최자의 입이 귀에 걸렸다. 서울의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를 마냥 부러워하던 처지였는데, 이번에 인천 미술시장의 잠재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줬다. 필자는 개막일과 폐막일에 현장을 돌아보며 갤러리 관계자, 작가, 관객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봤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MZ세대 관람객의 얘기는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그는 IAAS 같은 대형 아트페어를 처음 찾은 초보 미술애호가였다. “왜 VIP권으로 3~4일간 전시작품을 관람해야 하는지 알 거 같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많아 부스 전체를 2~3번 돌아다녔다. 거액을 내고 작품을 사는 심정도 이해하게 됐다.” 그는 적지 않은 금액의 작품 구매를 놓고 망설였다. 개인의 취향과 취미를 중시하는 MZ세대의 과감성(?)이 놀랍기도 했고, 한편 부러웠다. 안면 있는 참여 작가, 문화기획자 얘기도 들어봤다. A작가는 “예년엔 갤러리 부스에 물병 한 개도 주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도시락까지 무상 배달해주는 등 운영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B기획자는 “요즘 트렌드와 미술시장의 성격에 맞는 구성과 기획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번에 대중적 관심을 끌기 위해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바스키아, 키스 해링, 자코메티, 데미안 허스트, 조지 콘도,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선보였다. 하정우, 하지원, 구혜선, 추가열, 윤송아 등 연예인 10여명의 ‘스타 아티스트 기획전’, 도발적인 ‘청년작가 초대전’도 인기였다. IAAS의 전체적 흐름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우세라는 느낌이다. 아무리 상업적 성격의 아트페어라도 단순히 관람객 수나 작품 거래액으로만 성공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의 미술 향유 기회를 얼마나 확대하고 있는지, 또 참여한 화랑과 작가, 작품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지도 중요한 가늠자다. 부산 대구 광주에는 저력을 갖춘 화랑들이 상당수 버티고 있어 국내외 메이저급 갤러리와의 네트워크가 아주 탄탄하다. 이런 측면이 취약한 인천의 지역적 열세를 극복할 돌파구를 속히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함께하는 인천] 수능을 잘 치르는 비밀열쇠

2023년 11월16일 목요일, 일상의 한 페이지 같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그대와 그대의 가족들에게는 엄청난 날일 것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온 그대들과 가족들이 마침내 큰 시험을 맞이하는 날이다. 아침이 밝아오면서 평소와 같은 조용한 분위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 조용함 뒤에는 긴장과 불안, 그리고 기대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마음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오늘은 단순한 격려의 말로는 부족한 날이다. 나의 딸을 포함해 모든 수험생들을 위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한 깊은 응원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 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길 바란다. 고대 철학자들이 말했듯이 “진정한 지혜는 현재에 집중하는 데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모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로 수능시험의 성공을 위한 비밀열쇠이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한 대로, 우주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이 시험은 여러분의 인생에서 중요한 변화 중 하나일 뿐이며,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놓으면 마음이 자유로워지며, 우리는 바로 이 순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시험을 치른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만 평가하는 것을 넘어선다. 그대들의 능력과 열정, 그리고 한계를 알아가는 시간이며, 이 시험의 과정과 결과는 자신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자기 이해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험 결과에 상관없이, 모든 건 배움의 기회다. 미국의 개혁적 교육학자 존 듀이가 말했듯이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 진정한 실패”다. 실패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니체의 말처럼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만의 가치와 목적을 찾아가야 한다. 그대들에겐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 그 잠재력을 신뢰하고, 오늘 그대들이 답안지에 찍은 모든 답이 정답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오늘 수능을 치르는 그대들 모두, 파이팅! 딸아이에게도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딸아! 오늘로 새벽 5시에 일어나 주 6일씩 도시락 싸는 일이 끝나서 너무나 좋구나. 너에게도 새로운 길이 열리는 날이 되겠지만, 엄마에게도 새로운 길이 열리는 날이 될 것 같네. 내일 부터는 좀 천천히 일어나자. 그동안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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