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있는 것’ 잘 활용하기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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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얼마 전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랜드마크로 삼을 전망탑 이미지를 공개했다가 시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자유공원 언덕에 신축하기로 한 일명 ‘오큘러스 타워’가 중국 광저우타워와 흡사하다는 논란에 휩싸여 표절 진위 공방이 일었다. 외모상으로 인천 개항 140주년을 기념해 세우려 한 높이 140m의 전망탑이 그보다 거대한 600m의 광저우타워 형태나 골격을 빼닮아 인천 시민들의 자존심을 구겼다. 눈(eye)이라는 뜻의 라틴어 오큘러스를 차용한 타워를 ‘커닝하는 눈’으로 설계하려 한다는 의혹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인천은 역사문화자원을 풍부히 갖고 있음에도 굳이 ‘없는 걸 졸라대며’ 가지려 할까? ‘있는 것을 훌륭하게 활용할’ 생각은 별로 없고 따라 하기에 바쁘다. 이래선 블랙홀같이 모든 걸 빨아들이는 서울 일극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얼마 전 부산 영도의 ‘깡깡이예술마을’을 둘러보며 자기 색깔을 잘 드러내는 모습에 반했다. 인천 도심 포구인 만석~북성부두 사이에 그 많던 조선소들이 거의 폐업, 이전하고 달랑 3곳만 운영되고 있는데, 영도는 달랐다. 깡깡이마을에선 배를 고칠 때 나는 수리조선소의 ‘깡깡’ 소리가 아직 힘차고 골목엔 철공, 제강 등 조선소 하청 점포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또 선원들에게 차를 팔던 다방이 한 주인에 의해 3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만두, 설렁탕 등의 맛집도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영도 포구에는 연근해 어선뿐만 아니라 러시아 깃발 등을 단 해외 선박들이 선체 수리를 위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문화예술 향기 또한 깡깡이마을 거리에 넘쳐난다. 인도에 ‘시간에 닻다’라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철강 소재의 어선 닻을 활용해 주민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조각작품처럼 만든 것이다. 의자 앞엔 ‘선박 부품들은 수리조선소들이 있는 이곳의 상징이며, 오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닻을 이용한 벤치가 마을 주민들에게 여유 있는 휴식을 제공했으면 합니다’라는 안내 글귀가 쓰여 있었다.

 

‘색으로 물든 벽’, ‘영도사람들’, ‘항구의 표정들’ 등의 제목을 단 29개 공공예술작품 위치를 표시한 마을 안내지도가 거리 중간에 있다. 또 옛 적산가옥을 헐어 조성된 쌈지공원에는 작은 정자를 지어놓고 철거 때 수습한 대들보와 상량문 글씨를 상설 전시하고 있었다. 인천아트플랫폼, 이음1977, 제물포구락부, 인천시민애집 같은 개항장문화지구 내 여러 복합문화공간과 박물관에서도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을 펼칠 수 있는데 아직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속 타고 안타까운 마음만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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