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디지털 전환 시대, 경기도의 기회

이연희 사회ㆍ경제적으로 격변의 시기임에 틀림없다. 온 국민이 일자리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최근 K기업의 카풀(차량공유) 서비스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 외국인만 허용하는 숙박공유 서비스,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진의 반대 등 새로운 산업이나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기득권 그룹들은 거칠게 항의한다. 당장 먹고사는 일에 어려움이 닥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리라. 그들의 행동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정보화, 자동화, 지능화라는 도도한 물결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지 않은 산업계와 종사자, 그리고 정부당국이 안타깝다. 전문가들은 2019년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T)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바일정보통신 기술에 기반을 둔 카풀서비스는 물론이고 숙박공유서비스, 소매유통업체들의 무인자동화 도입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콜센터 직원이 챗봇으로 대체되고 은행이나 보험창구들도 급격하게 감소할 예정이다. 2년 연속 10%대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정규직화 등의 이유로 인건비 상승과 고용의 경직성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자동화를 통한 비용절감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은 보다 편리한 서비스에 열광한다. 이러한 변화가 누구 에게는 위협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 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기도가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경기도는 우리나라 연구개발조직과 연구원의 약 삼분의 일이 종사하는 대표적 혁신지역이다. 또한 약 70조 원에 달하는 우리나라 총 연구개발투자 중 33조 원(47.6%, 2016년)에 해당하는 연구개발 활동이 지역 내에서 수행된다. 제약바이오, 반도체, 메카트로닉스, 전자정보산업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집적돼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반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스타트업들도 경기도로 모이고 있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가(地價)와 임대료, 고급인력 수급의 용이성, 고객 및 본사와의 근접성 등의 이유로 기업부설연구소와 연구소기업들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이러한 혁신 잠재력은 미래의 지역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이다. 경기도는 강력한 과학기술혁신정책을 통해 모바일정보통신ㆍ소프트웨어 및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기업들이 경기도를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기반 스타트업들이 파트너를 만나고, 연구개발에 필요한 장비와 사무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창의적 인재와 투자자들이 경기도로 찾아오게 해야 하는 것이다. 성남, 수원, 용인, 고양 등과 같은 도내 대도시들이 디지털기반의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으로 활기찬 글로벌 혁신도시로 성장하도록 협력해야 한다. 2019년에는 경기도가 앞장서서 전통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새로이 등장하는 신산업과 서비스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를 희망한다. 이연희道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이슈&경제] 소상공인·전통시장 활성, 자정과 변화로부터 시작

내년부터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no brand)상품을 철수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이마트 PB(Private Brand)로 익숙한 노브랜드는 사실 제네릭 브랜드(generic brand)라는 정식 명칭을 가지고 있는데, 브랜드를 붙이지 않고 상품의 명칭과 법률 기재 사항만을 표시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품들은 포장도 간단하고 광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고, 또한 품질은 유통업자가 보증한다. 노브랜드는 현재 이마트,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이마트 24에서의 노브랜드 철수는 이러한 신세계 산하 유통 계열사들이 같은 브랜드의 상품을 중복으로 판매하면서 마찰이 생긴 까닭이다. 말하자면 신세계 유통계열사들 간 근접출점으로 벌어진 자리싸움인 셈이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최근 편의점 출점 제한이 부활했다. 과밀화 해소를 위해 편의점 제한거리 자율규약을 승인한 것이다. 편의점 브랜드 간 50~100m 이내 신규 출점이 불가능해 지고, 24시간 강제 운영도 완화된다고 한다. 이번 자율규약은 CU(씨유)ㆍGS25ㆍ세븐일레븐ㆍ미니스톱ㆍ씨스페이스 등 5개 회원사와 비회원사인 이마트24가 동참해 국내 편의점 96%(3만 8천곳)에 효력이 발생한다. 제대로 이행되면 편의점 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이렇듯 최근 정부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규제하고,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체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자영업체의 경영악화의 원인을 대기업의 소매업 진출이라 판단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말 한국노동연구원의 자영업체 경영상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영업이익 감소 원인은 인건비, 임차료 증가 등이 자주 회자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고, 인건비 이외 판매관리비와 매출원가 비중 증가가 영업이익 감소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매출원가 비중의 증가는 매출액이 정체되면서 발생했는데,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이후 대기업의 관련 업종 진출로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이러한 정부의 대기업 진출 규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한 대형마트와 SSM에 매월 2회 법정강제휴무와 야간영업 시간제한을 적용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보호, 지역경제 상생발전을 위해 당시 유통시장발전법 개정에 따라 시행된 이 제도는 적용 직후에 많은 중소 소매업 및 전통시장의 매출액과 고객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이 공동으로 대형마트와 SSM 주변 중소 소매업체 및 전통시장 점포 450개를 대상으로 의무휴업일에 따른 효과를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ㆍSSM 의무휴업이 실시된 지난 4월22일의 평균매출이 전 주 대비 13.9%, 평균고객은 1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6년여가 지난 현재 기존의 연구결과와 완전히 상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골자는 규제의 승자가 전통시장 영세상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언제부턴가 소비자들은 마트 문 닫는 날을 따져보기 시작했고, 이 날이 다가오기 전후에 마트를 방문해 쇼핑을 즐기기 시작했으며, 혹은 마트 문 닫는 날 대안쇼핑 장소로 대형마트 주변 영세상가나 전통시장이 아니라 마트 주변의 중대형 슈퍼마켓을 찾았다. 주말에 온라인 쇼핑몰 이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최근에 두드러지는 추세다. 애당초 규제의 목적이었던 소상공인 부흥이 아니라 또 다른 대기업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쇼핑을 마치 하나의 주말 여가생활로 인식하고, 마트를 문화공간으로 여기는 우리나라 국민 특성상 대형마트 쉬는 날에는 가족단위 외출을 자제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정부의 다양한 소상공인을 위한 규제마련에도 국민들은 왜 전통시장을 꺼리는 것일까? 주차가 불편하다, 날씨에 취약하다, 위생이 열악하다 등 몇 가지 일관된 결과들로 수렴되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전통시장을 가지 않는 이유는 대형마트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문제라는 점이다. 정부는 수년 가나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위해 다양한 대기업 규제정책을 마련했지만, 그 기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은 거의 변한 것이 없었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정부의 이번 편의점 출점 제한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 내부의 자정과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 또한 대형 유통업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편의점 출점 제한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생계형 점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 또한, 기존 편의점은 보호할 수 있겠지만 새로 진입하려는 자영업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노브랜드 철수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는 또 다른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면 그만일 것이다. 조용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슈&경제] 왜 농민에게 직접 지불해야 하나?

최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농정개혁 TF는 EU 등의 선진국과 같이 직불 예산을 확대하고 제도를 혁신하는 직불제 중심의 농정 전환을 제안했다. 직접지불은 말 그대로 정부가 농민에게 보조금을 직접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정부는 농민에게 직접 지불을 하고 있는 것이며 직불 중심의 농정 전환을 추진하는 것일까? 6년에 걸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농업 기반은 완전히 무너져 생산되는 곡물이 턱없이 부족했다. 미국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많은 양의 농산물을 수출해야 했기에 전 세계가 식량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다. 각국의 정부가 식량 증산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당연했고, 그 방법은 농산물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생산비보다 높게 최저가격을 정하고 시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건 정부가 최저가격을 보상했다. 1970년대에 들어 식량 생산이 국내 소비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남는 농산물을 정부가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 원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수출보조금을 지급해서 수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폈다. 판매 가격을 낮춰 식량 수출을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해서 손실을 보상하는 이른바 수출보조 정책을 각국의 정부가 경쟁적으로 추진했다. 국내에서는 농산물 최저가격을 보상하느라 농업 보조금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늘어난 농산물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또 수출보조금을 지급했다. 1980년대에 이르자 대부분의 농산물 수출국에서 농업 보조금이 국가 재정에 주는 부담이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됐다. 농업 보조금을 감축하면 자국의 농민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앞장서서 농업 보조금을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나라가 합의를 통해 동시에 농업 보조금을 줄여야 했다. 1986년 다자간 무역협상 우루과이라운드가 시작되고 그 주요 의제로 농산물 교역이 포함된 것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의 타결로 정부는 농산물 생산을 늘리는 보조도, 수출 보조도 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시장가격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떠한 보조금도 지급할 수 없게 됐다. 동시에 농산물의 생산이 다원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을 인정하였는데 농업은 농산물 생산 외에도 환경보전, 국토의 유지관리, 경관 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식량 안보 등의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이다. 시장 경쟁에 의해 농업 생산이 위축된다면 단순히 농산물의 생산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농업이 창출하는 다원적 가치도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농산물 생산에 대한 정부 보조는 줄이거나 없애되 농업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 정부가 그 대가를 직접 농민에게 보상한다 해 직접 지불이라 부르게 됐다. 최근 쌀값이 상승해서 가계에 부담이 된다고도 하고 쌀 농가들은 지금의 쌀값도 10년 전 수준으로 생산비에 미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쌀값이 떨어졌던 지난 10년간 정부의 쌀 직불이 없었다면 많은 농가들이 쌀 재배를 포기했을 것이며 생산량이 크게 줄어 가격은 더 높게 뛰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국민들이 값싸게 쌀을 구입하고 농민들이 쌀 농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직불제가 있다. 일반 농업보다 힘이 들고 생산량이 적은 친환경 농업에도 직접 지불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밖에도 다양한 직불이 있지만 우리나라 직불금의 농가소득 기여율은 약 5%로, 20%에 달하는 EU나 15% 수준의 일본에 비해 지극히 미미하다. 정부가 농업 생산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직불을 중심으로 농정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선진국이 강조하는 농정 추진 방향이다. 정부가 표방한 직불제 중심의 농정이 농업의 사회적 기여를 확대하고 농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슈&경제] ‘해외진출기업 국내 유턴’ 지원 정책 문제점과 대책

김기흥 정부가 지난달 29일 해외로 나간 대기업들이 국내로 유턴하면 최대 100억 원의 보조금과 법인세ㆍ관세ㆍ임대료 등을 감면해 주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유턴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미ㆍ중 무역전쟁의 통상 환경 급변으로 멕시코 중국 등에 있는 해외 생산기지를 국내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추진하고 있다. 유턴기업들에 대해 정부는 각종 세제혜택 등을 주고 있지만 유턴기업 수는 늘어나고 있지 않다.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한 유턴 기업 50개 중 공장을 가동하는 곳은 28개에 불과하며, 고용인원도 1천 명이 안된다. 2014년 정부에서 시작한 정책으로는 성과가 미흡하다. 연도별로 유턴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2014년 22개, 2015년 4개, 2016년 12개 2017년 4개, 올해 10월까지 8개에 불과하다. 업종별로는 전자가 11개로 가장 많고 쥬얼리 10개, 기계와 신발이 각 6개, 금속이 40개이며 50개 유턴 기업 중 44개 기업이 중국에서 돌아왔다. 이 같은 국내 유턴기업지원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해외청산의 한계로서 해외설비의 국내 이전 시 세와 규제 비용 부담 문제이다. 국내 높은 임대료ㆍ인건비이외에 합법적 현지 청산이 어려워 국내 유턴으로의 큰 애로 요인이 되고 있다. 현지 완전 청산 후 복귀 형태의 유턴보다는 현지 생산 물량의 단계적 감축 부분 복귀 등이 유턴 수요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조특법상 다양한 유턴 유형을 포괄할 수 있도록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상승과 탄력근로제 등 세 혜택보다 인건비 부담이 더 크고 기업 옥죄는 거미줄 규제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둘째로, 조세감면 토지 매입 비용 지원 한계이다. 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해 조세 감면 토지 매입 비용 등 자금지원과 산업단지 우선공급 인력수급을 위한 제도적ㆍ행정적 지원 등 각종 지원 근거를 명시했다. 하지만 국내의 지원제도가 현지 진출 한국 내 기업이 유턴할 수 있는 기업의 손익분기점을 넘는 지원의 한계를 갖고 있다. 특히 국내 지대 및 인건비의 급속한 상승에 따라 정부의 지원이 기업의 손익분기점을 커버할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거미줄 규제 혁파와 높은 인건비를 극복할 수 있는 유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로, 유턴기업 지원과 통상 마찰의 관계이다. 국내유턴기업에 대한 세액 감면 등의 정책은 진출국과 우리나라와의 통상 마찰을 불러올 수 있으며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의 경우 진출국에서도 필요한데, 세액 감면 등의 유인책을 쓴다면 진출국과의 통상 마찰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높은데 국내유턴기업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으로 진출국과 마찰이 생길 경우 진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국수주의 인상을 줄 수 있어 더 큰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에 수출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안고 지원할 만큼 국내유턴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는 지역 산업과 연계된 유치에 중점을 두고, 유턴기업을 수출형과 내수형으로 구분해 업종별 세분화를 통해 현재 경공업 중심인 유턴기업을 향후 중공업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로, 수도권 지역 규제와 유치의 한계이다. 국내 유턴을 원하는 상당수 기업은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9일 마련된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 종합대책에 따라 완전복귀 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 100% 감면과 추가로 2년간 50%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부분복귀에도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와 인천시 전역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등에 포함되는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유턴기업에 대한 아무런 세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비수도권 지역 기업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서 수도권 역차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으로 복귀하려는 기업들에 최소한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슈&경제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슈&경제] 2019년 경제 전망, 혁신만이 살길이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대형 마트와 서점, 카페들은 크리스마스 장식과 노래들로 송년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봄날의 참을 수 없었던 미세먼지와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고생했던 여름, 짧지만 아름다웠던 가을을 보내고 내년을 맞이해야 하는 12월이 코앞이다. 2018년은 문재인 정부의 통치철학을 국민에게 확실히 전달하는 시간이었다. 주52시간 근로제 시행,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사상 최초로 10%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과열현상과 9ㆍ13 부동산 대책 등 일련의 정책추진과 이에 대한 직간접적 시장의 반응은 우리 경제ㆍ산업ㆍ노동계에 큰 영향을 미치며 불안한 성장 구조를 보이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은 다가오는 새해의 경제를 전망한다. 최근(11월)에 세계통화기금(IMF)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8~2019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와 비슷하게 3.7%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올해와 비슷하게 4.7%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나 선진국은 올해보다 0.3% 낮은 2.1%밖에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17년 3.1%, 2018년 2.8%에서 2019년 2.6%로 지속 하향세로 전망되고 있어서 가슴이 답답하다. 국내의 경제연구소들은 브렉시트(Brexit), 유가 상승, 미중 무역마찰, 선진국의 금리 인상, 유럽의 양적완화 등으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3.5% 수준에 머무를 것이며 내년에는 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우리경제에 대해서도 IMF에서의 전망과 유사하게 2% 중반대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한다. 2019년 국내 경제전망보고서들을 보면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수출증가율, 소비자물가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에서 마이너스 폭 확대, 증가율 둔화, 축소 등 암울한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전망들은 우리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힘든 시기를 잘 대비해서 부정적 파장을 줄이라는 신호이다. 2019년에 국내 노동환경을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과학기술기반의 혁신(革新) 뿐이다. 먼저, 기업과 근로자 모두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을 해야 한다. 기업은 업무프로세스와 생산 공정의 자동화, 지능정보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 하며 근로자들은 업무시간에 집중하고 창의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둘째, 공공부문과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연구개발에 투자하여야 한다. 정부는 기초원천기술, 국방우주항공과 같은 거대과학, 공공기술 및 중소기업 지원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기업들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한 제품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셋째,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신산업을 육성하고 창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이때 충분한 현장경험과 기술력을 가진 창업자가 지속 가능한 기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수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환경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재의 낮은 출산율은 우리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위협이다. 감소하는 인구를 늘리려면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산업과 교육현장에서 전면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가능해질 것이다. 2019년은 노동, 산업,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만이 살길이다. 이연희 道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이슈&경제] 소상공인 문제, 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맞게 재조명해야

20년 시차를 두고 일본의 경제발전 경로를 좇아가고 있는 우리는 30년 전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는 일본의 소규모사업자 동향이 주는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일본 소규모사업자의 지속적 감소는 경기변동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경제사회 변화 때문이다. 일본의 소규모사업자는 198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14년까지 약 152만 명이 감소해 연간 평균 5.6만 명이 감소했다. 소규모사업소 수는 1989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14년까지 연평균 4만 5천 개, 총 108만 개가 감소했다. 1989년부터 2014년까지 사업소 감소의 대부분이 소규모사업소 감소의 영향 때문이다. 이중 소매업(음식점 포함)이 가장 먼저 감소 시작하고 또한 가장 많이 감소해 절반 이상이 감소했으며 소매업 중에는 음식점과 음식료품 소매업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일본 소규모사업자 매출액의 약 60%가 지역상권 내에서 발생되는데 60세 이상의 소규모사업자 비중이 대폭 증가한 반면, 30세 미만의 비중은 대폭 감소했다. 일본 소규모사업자의 지속 감소 원인은 장기불황, 저출산ㆍ고령화, 인구감소, 과소화 및 대도시 집중으로 인한 지역경제 피폐, 대기업의 국내거점 폐쇄ㆍ재편 및 해외진출 확대 등 때문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가 장기불황의 직접적인 계기였으나, 정부의 초기 금융정책 실패, 구조혁신 지연 등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이 가중됐다. 경기침체 장기화, 디플레이션, 엔고의 악순환이 진행되면서 수출 및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로 인한 중소제조업의 경영난 가중이 특히 지방 중소도시 중소서비스업에 심한 타격을 주었다. 유통대기업의 시장지배력 증대와 소비행태 변화와 대응부족, 창업률보다 높은 폐업률, 실질임금 하락 등도 소규모사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저출산ㆍ고령화로 2000년대 이후 지방의 명목 경제성장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특히 자영업비율이 대폭 낮아진 것이다. 일본은 장기적 경제부흥을 위해 감소추세를 극복하고 경기활성화로 연결해야 한다고 보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규모기업의 도전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중소기업기본법을 비롯한 다수 법률이 개정ㆍ제정했으며, 2014년 제정된 중소기업진흥기본법에는 소규모기업진흥을 위한 4대 목표와 10개 중점시책을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으며, 소규모사업자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으로서 지역 활성화를 위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창업률 제고, 후계자 육성, 폐업대책, 해외진출 확대, IT 활용을 통한 외부자원 활용 등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 소상공인과 종사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비중은 감소하고 평균 종사자 수는 거의 변화가 없는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이중 가장 수가 많은 도ㆍ소매업 및 숙박ㆍ음식업 비중도 같은 기간 중 감소하고 있다. 장기불황을 초래했던 일본의 경제사회 현상들이 일부가 한국에도 상당 부분 나타나고 있지만, 현 한국 여건이 당시 일본보다 열악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20년 이상의 장기 경기침체를 겪어 온 일본의 소규모사업자는 이미 30년 전부터 감소해 지역경제 피폐, 기업 규모 및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사례의 원인과 정부ㆍ기업의 대응은 경제발전 경로 및 산업구조가 유사한 한국의 소상공인 부문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일시적 경기부양책보다 근본적 성장역량 확충을 위한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내수확대, 서비스업 고부가가치화, 기존 제조업의 첨단화 등의 경제ㆍ산업정책을 포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소규모기업은 강점 분야에 집중,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 판로개척, 인재 확보ㆍ육성, 시장 세분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기업 간 상호의존 관계가 약화됨에 따라 자체적 경영활동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한국의 상황과 일본 사례에 비추어 향후 소상공인 정책방향은 △지역 △생산성 △수요개척 △인재 및 신진대사 △사회 안전망 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할 것이다. 조용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슈&경제] 쌀값의 근현대사

한반도에서 쌀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3천 년 전이라 한다. 삼국시대에 쌀로 밥을 지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에는 양반은 물론 백성도 주식으로 밥을 먹었다. 쌀을 여러모로 활용했는데 온갖 떡, 약과나 유과에서 막걸리·소주에 이르기까지 쌀이 우리 식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리게 된다. 우루과이라운드로 농산물 개방의 파도가 밀려올 때 대통령이 나서서 “쌀은 민족의 영혼이니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을 정도로 한민족에게 쌀은 단순한 먹을거리 이상이다.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의 보급으로 대표되는 녹색혁명의 결과 쌀 자급을 달성한 1975년까지 쌀은 매년 부족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곡물 산지의 농업 기반이 무너졌고 그것이 회복된 1970년대까지 전 세계가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겪었다. 수입할 수 있는 쌀이 충분하지 않았고, 외화가 부족해서 그마저 수입이 여의치 않았다.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범정부적인 과제였다. 1948년 정부수립과 동시에 정부가 쌀을 매입·비축하는 추곡수매제가 도입됐다. 쌀값은 농민에게도 소비자인 국민에게도 중요했기에 1950년부터 수매가격에 대한 국회동의제가 시행됐다. 쌀값이 낮으면 농민들이 쌀을 생산하려 않을 것이고, 쌀값이 높으면 물가가 올라 국민경제가 고통을 받았다. 쌀 생산을 늘리면서도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수매가는 높게 책정하고 방출가격은 낮게 책정하는 이중미가(二重米價) 제도가 도입됐다. 2004년을 끝으로 정부수립이후 지속되던 쌀 수매제가 폐지된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수입개방으로부터 쌀을 지키는 것은 성공했지만 10년간 수입개방을 유예하는 대가로 2004년까지 약 20만 5천 t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했다. 2004년 쌀의 수입개방을 막기 위한 쌀 재협상을 타결했다.2014년까지 10년간 쌀 수입개방을 유예하는 대가로 2014년부터 매년 약 41만 t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그중 10%를 밥쌀용으로 수립하기로 약속했다. 2005년부터 쌀의 정부수매제를 폐지하고, 식량 안보 차원에서 매년 햅쌀 약 42만 t을 시중가격으로 매입·비축하고 저장된 쌀 같은 물량을 시중가격으로 방출하는 공공비축제를 실시하면서 쌀값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 체제로 전환됐다. 농민들은 쌀 수입개방으로 쌀값이 떨어져 수지를 맞추지 못할 것을 걱정했고 그로 인해 쌀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을 우려해 정부는 직불제로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기로 했다. 2001년부터 논농사를 지으면 ㏊당 일정액을 지급하는 논농업직불제(고정직불제)를 도입했는데, 도입 첫해 20만 원이던 직불금은 2015년 100만 원으로 올랐다. 고정직불만으로는 쌀 농가의 소득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2005년부터 쌀 변동직불제를 도입하는데 목표가격과 시중가격의 차이의 8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직불금으로 보전하기로 한다. 목표가격은 최근 시장가격과 생산비 등을 고려하여 매 5년마다 국회에서 결정하는데. 2005∼2012년산 17만 83원/80㎏, 2013∼2017년산 18만 8천 원/㎏이 적용됐다. 2013년산 수확기 쌀값은 80㎏당 17만 4천 원으로 목표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16년산은 12만 9천711원으로 그 차이가 컸다. 다른 농산물들은 가격이 급등락하면 재배면적이 크게 변해서 다시 가격이 급등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곤 하지만 적어도 쌀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변동직불제도의 기여라고 볼 수는 있다. 올해는 향후 5년간의 쌀 목표가격을 결정하는 해다. 지난 11월 1일 농식품부는 목표가격을 18만 8천192원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와 여당은 쌀 목표가격을 19만 6천 원으로 결정했다. 당정의 안은 국회입법과정을 거치며 여야 합의를 통해 다시 조정될 것이다. 쌀의 중요성도, 쌀값을 국회에서 결정했던 오랜 역사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쌀값을 국회에서 결정하는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슈&경제] 스위스 크립토 밸리서 보는 블록체인 산업 정책 방향

스위스 쥬크시에는 브록체인 기업들이 몰려 있는 크립토 밸리(Crypto Valley)가 있다. 제주도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가 쥬크시의 크립토 밸리를 따라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8월 중순 스위스 쥬크시와 블록체인 랩을 방문해 담당자들로부터 쥬크의 발전 요인을 설명들었다. 2014년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스위스에 와서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쥬크시는 2017년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관련 세제와 법령을 마련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술 기반 비트코인의 사용도 공식 인정했다. 암호화폐의 시세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으며 채굴 장비 이용에 대해서는 세금 부과했다. 주크시는 스위스 내에서도 법인세율이 가장 낮고(8.6~14%) 기업 규제가 적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비트코인 스위스(Bitcoin Swiss AG),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 등 재단 설립지가 됐다. 비트코인 채굴기 ASIC칩 제조업체이자 전 세계 채굴사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트메인(Bitmain) 또한 이곳에 지사 설립했다.2018년 기준 암호화폐 거래소 셰이프시프트(Shape Shift), 비트코인 스타트업 자포(Xapo), 테로스(Tezos), 블록체인 기반의 자산관리 플랫폼인 멜론폰트(Melonport), 모네타(Monetas)등 250여 개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업과 재단이 몰려 일종의 파이프라인을 형성했다. 스위스가 크립토밸리로 성공한 이유는 세계적 수준 인재, 인프라, 중립성, 프라이버시 문화 등 많은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공무원들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가장 큰 성공 요인이며 경쟁력이다. 비탈릭크 부테린이 재단 설립을 찾던 중 쥬크시 공무원들이 문제 해결하려는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쥬크시에 2014년 재단을 설립하고 쥬크는 세계적인 크립토 밸리가 됐다. 스위스의 공공 정책 또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친화적이다. 스위스연방철도(SBB)는 매표기에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신분인증(디지털 ID)을 적극 도입했다. 스위스 크립토밸리는 대학, 협회, 연구실, 변호사, 회계사, 공공기관들이 네트워킹을 형성해 하나의 밸류를 형성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위스 쥬크시 방문 중에 10월3일 오전(현지 기준) 스위스 주크 시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 도시 서울 추진 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블록체인은 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혁신적인 기술”로서 “과감한 지원을 통해 서울시를 세계적인 블록체인 도시로 성장·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5년간 관련 예산 1천233억 원을 투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예산을 집중 투자해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집적 단지는 개포 디지털 혁신파크와 마포 서울창업허브 두 곳에 조성된다. 개포 디지털혁신파크 내에 들어서는 글로벌 블록체인 센터는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2021년까지 신축할 계획이다. 센터에는 국내외 120개 기업이 입주해 국내 블록체인 연구개발을 선도해 나갈 방침이다. 전문 인재도 양성한다. 2022년까지 금융·소프트웨어 등 블록체인 관련 분야의 실무·창업 인재를 4년간 760명 양성할 계획이다. 중국 상무부도 10월 16일(현지시간) 하이난(海南)에 자유무역구 설립을 동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10월 8일 하이난 자유무역구는 블록체인 실험구 설립을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했고, 이번 국무원 승인으로 최초로 중국 내 블록체인 실험특구로 발전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크립토 밸리 조성을 위해 블록체인 특구 지정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특구는 특정지역에 블록체인 친화적인 환경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재정, 세제, R&D 및 공간 지원으로 블록체인 적용과 암호화폐의 제한적인 사용을 통해 정책 방향의 테스트 베드가 돼야 한다. 최근 규제 혁신 법 가운데 하나인 지역 특구법을 수정 개정하는 것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법에 신기술 기반의 지역 혁신 사업 육성을 위해 지역 혁신 성장 특구제도를 더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 11월 중에 국무 총리실에서 블록체인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기도는 지난 조직개편에서 블록체인 팀을 해체한 것이 아쉽다. 도에서 판교 지역에 크립토밸리 조성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 교수

[이슈&경제] 지방분권은 꿈같은 이야기?

이연희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한다. 이에 따라 초·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과 기업들도 다수 집적돼 있다. 인구규모에 따라 비례하는 각종 서비스업(각종 학원, 보건, 의료, 병원, 금융, 문화, 도소매업 등)도 당연히 공존한다. 사람은 모이고 공간은 한정적이므로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따라 집값, 사무실 임대료와 같은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생활비도 타 지역에 비해 비싼 것이 사실이다. 수도권에 집적돼 있는 인구가 전국적으로 분산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 놓아도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한 지난 15여 년간 수도권 인구의 지역분산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며 자치분권 로드맵(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안)에는 중앙·지방사무 구분기준 정립, 자치분권 사전협의체 신설, 지방소비세·지방소득세 확대, 지방교부세 역할 강화 및 제도개선, 지방재정제도 자율성 제고, 주민투표제도 활성화 등 다수의 세부과제 추진 일정이 들어있다. 어떤 과제는 작년에 이미 완료됐어야 하고 또 다수의 과제는 2018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다. 2018년 10월, 어언 1년의 세월이 지났다.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설치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계획대비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체감되는 것도, 알려진 바도 거의 없다. 지난 10월 22일,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주관으로 17개 시·도 광역의원들이 국회에 모여 자치분권 및 지방의회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800여 명이 모였다고 하니 거의 모든 광역시도의원들이 참여한 것 같다. 이 자리에서 송한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경기도의회 의장)이 “자치분권이 국가 균형발전을 해결하는 정답이다”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지방분권만이 정치, 경제, 인구 등에 있어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하고 지방을 발전시키는 열쇠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하지 않은 나라들은 대부분 지방분권이 잘 구현된 나라들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나라에서는 다수의 도시를 중심으로 경제와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고루 분포돼 있다. 서울에서처럼 뉴욕, 파리, 런던, 베를린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집값의 상승은 어쩔 수 없으나 한 나라의 모든 기능이 대한민국 서울처럼 집중돼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도 이들과 같이 보다 강력한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정부가 자치 입법권과 행정권, 그리고 자치 재정권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본다. ‘지방의회가 지역경제와 혁신에 관한 사무를 고유사무로 명시한 자치기본법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지자체가 자유로운 행정을 통해 우리 지역에 맞는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통 크게 산업을 육성한다. 해당 산업과 관련성이 높은 국공립출연연구소가 그 지역으로 이전하고 공공R&D가 수행되며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든다. 지역 내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 졸업생들도 전공에 따라 지역산업현장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이렇게 일자리를 따라 인구가 이동하고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역경제와 혁신을 주도한다.’ 꿈같은 이야기이다. 혹시 정부도 국회도 지자체도 자치분권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연희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이슈&경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가맹 대상 확대해야

지난달 하순에는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있었다. 필자는 차례상 위를 형형색색으로 수놓은 탐스러운 과일들과 갖가지 음식에 마음마저 풍족해지다가, 문득 며칠 전 인터넷 기사에서 언뜻 본 올 추석 상차림 비용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다. 올해는 특히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폭염으로 작년에 비해 과실 값이 많이 올랐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사인데, 기사 말미에는 올 추석 차림비용을 백화점, 대형마트, 일반 슈퍼, 전통시장으로 구분하여 각 유통업체를 통해 차례상을 꾸렸을 경우 차림 비용을 비교해 놓았더라. 해당 기사에서 인용한 기재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백화점이 39만 원대로 가장 높은 반면 전통시장은 20~24만 원 수준으로 나타나 가장 저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필자는 명절마다 상여금으로 매년 소정의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을 부여받는데,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점포, 문화시설에서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쉽게 말해 소상점가 전용 상품권인 셈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온누리상품권은 취급하는 가맹점이 적고 또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에 사용이 용이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부쩍 쓰임새가 좋아진 느낌이다. 명절 상차림을 담당하는 아내에게 온누리상품권을 건네주었을 때 과거와 다른 함박웃음만으로도 어렴풋이 짐작이 가능하다. 온누리상품권과 더불어 최근에는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역 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유통 가능한 상품권인데, 단순히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치부되던 지역화폐가 지역민들로 하여금 할인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자본의 외지 유출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경제 선순환 생태계 조성의 핵심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60개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데, 이 중 성남시의 발행 사례가 대표적인 벤치마킹 사례로 회자된다. 성남시는 성남시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을 각종 복지수당 정책에 도입하여 청년지원수당과 산후조리비, 생활 임금 등으로 지급하였는데, 이후 지역상품권 유통 증가로 인해 인근 전통시장의 매출이 평균 26.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성남시에만 4만 3천여 개의 지역화폐 가맹점이 있고, 택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향후 모바일 결제까지 가능토록 할 예정이란다. 실제로 이 상품권의 회수율은 99.7%에 달했다고 하니 국내 굴지의 백화점 상품권 회수율보다도 높은 셈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성남사랑상품권의 핵심 성공 요인은 ‘폭넓은 가맹점 확보’ 그리고 ‘정책수당과의 연계’다. 이는 성남시뿐만 아니라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모든 지자체에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며, 전국단위로 통용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도 마찬가지다.과거에 비해 대중의 인식이 크게 제고됐다고는 하지만 온누리상품권의 가맹 대상 점포 자체가 전통시장으로 국한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 수도 전국적으로 7만 8천여 개에 불과하다. 총 시장점포 수가 22만여 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통시장 점포 3개 중 1군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내 가맹점 확보 노력을 통해 상품권의 유통을 보다 활성화해야 할 것이며, 또한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발행 취지에서 나아가 소상공인까지 부흥의 대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전통시장에 입점한 점포가 아니더라도 일정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 점포까지로 가맹 대상을 확대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끝으로 가맹점 확보와 함께 온누리상품권을 구매 또는 확보할 수 있는 접점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며, 단순히 온누리상품권 판매처 확대가 아니라 연금이나 정책수당과 같이 국가재정지출과 연계하는 등 정부의 주도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온누리상품권을 주고받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내년에는 금년 보다 더 큰 보름달 같은 함박웃음을 기대해 본다. 조용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슈&경제] 농림어업은 일자리 보고(寶庫)인가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뜨거운 현안 중의 하나는 일자리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그 수가 쉽사리 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그런데 농림어업 부문의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한두 달 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지난 해 3/4분기부터 지속적으로 농림어업 부문의 일자리가 늘고 있어 8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7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농림어업 부문 일자리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3%씩 줄어들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통계청의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전체 산업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데 농림어업부문의 일지리가 늘어나고 있으니 그 원인에 대한 온갖 추측과 억측, 왜곡이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농림어업 분야 일자리의 특징을 이해하려면 몇 가지 기초 지식이 필요하다. 농림어업 일자리는 지난 8월 기준 148만 명에 달한다. 그 중 농업이 96%, 임업이 0.5%, 어업이 3.5%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농림어업 일자리의 약 10%는 유급고용이고, 나머지는 무급 일자리이다. 무급 일자리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농가수가 약 110만호이나 계절에 따라 일이 없는 농가도 있어 8월의 일자리는 약 80∼90만 명의 자영 농가와 30만∼40만 명의 무급가족종사자로 구성된다. 또한 임금 근로는 상용, 임시, 일용으로 나뉘는데 상용근로는 사업체와 계약기간이 1년이상인 일자리, 임시근로는 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일자리를 말한다.늘어난 일자리 중 5만 5천개 정도는 무급이고 그 대부분이 60대 이상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고령화로 60대 농가 수가 늘어난 효과와 도시에서 은퇴 후 귀농한 가구가 늘어난 영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특이한 현상은 30대 후반의 자영업자(농가)와 가족종사자가 5천500 명 늘었고, 20∼30대의 상용근로가 6천 명, 임시근로가 5천명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반면 40대 이상에서는 4천개의 임시근로와 5천500 개의 일용근로가 감소하였다. 요약하면 농촌 고령화, 도시 은퇴자의 귀농 등으로 60대 이상 일자리가 크게 증가했다. 임금 노동 측면에서는 40대 이상의 일자리가 줄고 20∼30대 일자리가 늘어났다. 고용 형태 측면에서는 일용근로가 줄고 상용 근로가 늘어났다. 농림어업 부문의 일자리가 증가한 것이 텃밭 농사를 취업자로 분류했다거나 건강보험료를 절감 혜택을 받기 위해 농촌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건강보험료 경감 혜택을 받으려면 농촌에 거주하면서 1천㎡ 이상 농사를 짓는 농업인임을 입증해야 하므로 텃밭 농사를 짓는다고 그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이처럼 농림어업 부문의 일자리 증가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나 도시 은퇴자의 귀농 증가, 농림어업부문 청년 고용 증가, 일용근로의 상용근로 전환 등 긍정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도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은퇴·실업 등의 일자리 감소를 농림어업 부문의 일자리 창출로 상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농업 부문이 지속적으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기존 농업인은 물론, 귀농인, 청년 농업인 등이 계속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직불제를 개편해서 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고, 귀농인이 기준 주민 공동체에 쉽게 편입될 수 있어야 한다. 청년 농업인이 영농을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의 소득과 복지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푸드플랜이나 농촌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복지 수준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이는 바람직한 정책이다. 농업이 일자리의 보고(寶庫)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슈&경제] 미·중 무역전쟁 ‘치킨게임’에 대한 道의 대응전략

▲ 김기흥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나라와 경기도 경제에게 어떤 의미와 영향을 미치는가? 최근까지 세계의 관심을 가장 많은 받은 사건은 미·중 통상마찰이다. 북한의 핵문제도 미·중 무역 전쟁과 연계해서 8월24일 트럼프가 폼페이오 방북을 취소하는 발표를 했다. 작년 중국의 대미 수입은 1천300억 달러이다. 금년 상반기 중에 미국은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이 반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9월24일부터 2천억 달러 상당에 대해 관세를 부과 시작했다. 대상품목은 5천745종이다. 앞으로 중국이 반격할 경우, 다시 2천67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부과예정으로 엄포를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을 일으키려는 목적은 도대체 무엇일까? ‘중국제조 2025(2025년까지 중국 제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프로젝트)’와 일대일로 정책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무역 확대라는 방식을 통해 중국이 미국을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계 강화와 중국의 미국 기업 M&A증가로 미국 보유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미국 내 외국인 투자와 중국으로 상품 수출을 통제 강화하고자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외국인투자위험검토하여 현대화법(FIRRMA)에 서명하였다. 이 법으로 외국인 투자 위원회의 권한이 강화되고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것이 예상 된다.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로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 대상인 핵심 기술에 대한 무역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서 직접투자를 통한 미국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 기업의 대미 투자 전 사전 정보 확보와 미국 내 네트워킹 확보가 중요하다. 글로벌 가치 사슬이 형성되고 발전되고 있으므로, 국가 간 분업 체계가 이미 산업 분업에서 상품 분업으로 발전하게 되어 한국 경제와 경기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최근 한·중 가공단계별 수출 구조를 보면 한·중 최종재는 축소되고 중간재가 늘어나면서 가공단계별로 수출 비중은 변화가 없으나 한국은 중간재, 중국은 최종재 비중이 높다. 이것은 생산 프로세스의 전문화와 국제적 분업체계가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최종 미국으로 향하는 최종재를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대 중국 수출이 막히게 된다. 그러므로 미·중 무역 마찰이 우리나라 무역에서 실질적으로 얻는 수익 및 실제 무역 수지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도의 대응 방향은 무엇인가? ‘중국제조 2025’에 대응하여 경기도는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중점을 둔 혁신주도형 산업발전전략을 통해 자본투입형에서 혁신주도형 산업구조로 전환하여 산업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생산과 연구개발이 연계되어 상시적인 혁신을 만드는 혁신 클러스터 전략으로 단순한 집적 효과가 아닌 혁신과 기업 활동을 결합하는 산학협력 등을 통해 산업생산성과 지역경쟁력을 결합하는 산업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경기도는 IT, BT, NT 등 미래전략산업을 육성하며 IT 제조업이 성장 동력으로서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성장 동력산업의 발굴과 육성이 필요하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이 이미 관세폭탄 충격 느끼기 시작하여 공장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중국으로부터 유턴하려는 기업들을 유치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경기도 내 지역별 특성에 근거하여 네트워킹과 기술발전을 결합할 수 있는 산업공간정책으로 비즈니스파크, 사이언스파크, 테크노폴 등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중국으로부터 유턴 기업들과 적극적 외국인투자 (FDI) 유치로 산업구조 고도화를 지향해야 한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고용창출 등 직접적 효과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자본재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높이며 기술의 학습효과 등을 통해 경제의 생산성 제고 효과가 크므로 적극적으로 유치를 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창의적인 전략과 맞춤형 목표로 미·중 통상 전쟁의 위기 돌파를 위하여 제조업을 지원하는 사업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경기도에는 법률, 회계, 경영자문, 정보 통신서비스업 등의 입지가 제한적이어서 도내 제조업체들의 서비스 활용에 애로가 있다. 따라서 경기도는 산업거점별로 특히 관련성이 높은 전문서비스특화단지를 조성하여 제조업체들이 용이하게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회사를 도내로 적극 유치하여 경기도의 지식기반서비스업의 발전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슈&경제]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가 필요한 때

요즘 동네를 걷다 보면 상가와 건물에 ‘임대문의’라고 쓰인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동네만의 문제일까 싶어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수도권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현상인 것 같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데 이와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인상, 주52시간 근로시간 도입 등으로 인한 고용비용의 증가, 청년실업,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같은 이슈들이 민심을 돌아서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국정에 있어서 정치, 사회, 외교, 국방 등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없지만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하면 모든 이들이 예민해진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통해 균형적 사회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전자에 가려 후자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내 고용지표와 설비·건설 투자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반면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늘어난다고 한다.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다는 것은 곧 신규고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보다 노동시간은 짧고 임금수준이 높은데도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있다. 히든챔피언의 나라 독일은 1인당 노동시간이 연평균 1천363시간이며 1년에 6주의 휴가를 보장한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게 일하고 휴가는 가장 긴 나라이다. 최근에는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 사회적 충격과 재정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 8천300만명의 독일 실업률은 3.5%(2018년 2월 기준)라고 하니 부럽기 그지없다. 독일은 시장경쟁력이 높은 기업들이 만드는 일자리가 많다. 독일 전체 노동자 수의 약 81%(2천200만명)의 일자리를 기업에서 담당한다. 이 가운데 57.6%(1천550만명)의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경영환경이 좋은 대기업과 중기업에서 책임지고 있다. 소기업 종사자와 소상공인은 각각 640만명(23.4%), 510만명(18.9%)으로 전체 종사자 수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는 전체 종사자 수 대비 63.8%(약 1천만명)이며, 이 가운데 대기업과 중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는 16.7%(280만명)에 불과하다. 전체 고용의 47.1%에 해당하는 약 800만명이 열악한 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소상공인이 전체 고용의 36.2%(600만명)를 담당하고 있고 이 비중은 독일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이다. 주로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소상공인이 많을수록 제살 깎아먹기 경쟁과 창업·폐업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금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동네골목상권에 목메는 자영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는 시장경쟁력이 강한 기업이 만든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기업들이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세월이 가도 계속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이 거침없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혁신을 지원하고 장애물을 걷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으로 미래 성장산업을 발굴하고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시장에 ‘적극적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지역)로 혁신적 기업들이 몰려오고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연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이슈&경제] 지역혁신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 조용현 지역혁신정책을 시작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지역혁신정책은 지역에 위치한 혁신자원의 클러스터링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배출되는 인력을 지역에 정착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지역혁신은 “지역의 인적자원 개발, 과학기술, 산업생산, 기업 지원 등의 분야에서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따라, 지역의 발전역량을 창출, 확산, 활용시키는 활동”으로 정의하며, 지역혁신을 위하여 혁신주체인 대학, 기업, 연구소, 지자체, 비영리단체 등의 활동을 상호연계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다. 지역혁신정책은 기술혁신센터와 지역연구센터 건립을 출발점으로 하여, 테크노파크 조성사업, 지역산업진흥사업 등 1990년대 이후 관련 사업은 확산돼 왔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참여정부에서 급속히 확대된 이후, MB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정책의 대상과 추진체계 측면에서 부분적인 변화가 이뤄져 왔다. 변화과정 속에서 지역혁신정책과 관련한 예산은 꾸준히 증가해 왔는데 이는 여전히 남아있는 지역 간 양극화 문제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도 지역산업지원정책에 변화가 발생했다. 먼저, 지역특화산업 가운데 주력산업육성 부분과 테크노파크 관리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특화산업의 주요 지원대상이 중소기업이므로 효과적인 사업진행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정책지원 기능을 지닌 중소벤처기업부가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관과정에서 일부 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존치되고 일부 기능만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되는 불완전한 이관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역산업진흥사업이 1999년 시작된 이후 기획과 관리 기능의 분화와 결합 과정을 거쳐 왔으나, 부처 간에 사업이 분리된 경우는 처음이다. 사업추진과정에서의 비효율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지방 중소기업, 지역혁신체계, 중소기업 혁신생태계에 대한 강조가 이뤄져 왔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조차 정비되어 있지 못하고 있다. 정책의 변화는 법률에 반영된다. 지역산업 진흥사업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뒷받침 하에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중소기업 혁신생태계를 갖출 수 있는 법률의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지역산업 정책은 상향식 의사결정을 토대로 한 사업추진체계의 확립, 기획에 필요한 통계의 확보 및 평가시스템 개선 등은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빅 데이터 기반의 지역 중소기업 생태계 구축, 스마트특성화를 활용한 플랫폼 기능 강화, 지자체의 권한 강화를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 내 창업과 창업 후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지역 내 혁신잠재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구조를 확립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지방 중소기업 발전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 내 거점기관 간 기능 중복 방지와 혁신거점기관의 플랫폼 기능강화를 위한 지역혁신 정책 추진 필요하다. 셋째, 지역 내 기획과 통계 전문가 풀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일관된 지역산업정책의 추진과 사업구조 왜곡을 초래하는 단기성과 중심의 평가지표 개선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부처는 중장기 기획과 평가업무를 수행하고, 지자체는 연차별중장기의 기획과 평가,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는 등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조용현중소기업연구원

[이슈&경제]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푸드 플랜

지난 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Milan Urban Food Policy Pact, 이하 밀라노협약)의 2018년 수상자로 서울시와 전북 완주군이 나란히 선정됐다. 거버넌스, 지속 가능한 식생활과 영양, 사회ㆍ경제적 형평성, 먹거리 생산, 먹거리 공급 및 유통, 먹거리 폐기 등 6개 부문에서 시상하는데 서울시는 먹거리 공급 및 유통 부문에서, 전북 완주군은 거버넌스(협치) 부분에서 수상했다. 밀라노협약은 지난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전 세계 177개 도시의 대표가 모여 체결한 도시 간 협약이다. 런던, 파리, 베를린, 뉴욕, 베이징, 오사카, 두바이 등이 협약에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대구, 완주, 여수 등이 협약에 이름을 올렸다. 밀라노협약은 6개의 시상 분야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또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먹거리와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밀라노협약을 전후해 각국의 지방정부들이 ‘푸드 플랜(Food Plan)’을 수립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지역 푸드 플랜 수립 지원’이 포함되면서 푸드 플랜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고 있다.농식품부는 올해부터 광역형으로 충남도, 기초형은 농촌ㆍ도시ㆍ도농복합형으로 유형화해 8개의 푸드 플랜 선도 시ㆍ군을 선정, 푸드 플랜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푸드 플랜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먹을거리종합계획’ 정도가 적절할 것 같은데,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영역과 협력해 시장을 통해 거래되기 어려운 식품의 조달과 공급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정책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로컬푸드, 학교급식을 포함한 공공급식, 식품 소외계층에 대한 식품 지원, 마을 단위 소규모 가공이나 외식 사업, 공동체 부엌 등이 푸드 플랜의 대표적인 활동 영역이다. 완주군은 지난 2008년부터 소규모 농가의 소득제고를 위해 완주의 농산물을 완주ㆍ전주 지역에 판매하는 로컬푸드 사업을 준비, 2012년 로컬푸드 1호 직매장을 설치했다. 그날 수확한 신선한 채소를 시장이나 마트에 비해 싼 가격이 구입할 수 있고, 농가는 시장에 물건을 내는 것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2017년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은 12개로 늘었고, 매출은 500억 원을 넘어 지역 소규모 농가 소득에 커다란 보탬이 되고 있다. 매장에 필요한 가공식품은 마을단위 소규모 가공을 육성해 조달했다. 로컬푸드 학교급식과 공공기관 급식을 추진했다. 이 과정은 2천 명이 넘는 농가가 설립한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주도했고, 완주군은 푸드통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이를 지원했다. 완주군이 푸드 거버넌스 부문에서 국제기구의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사례에 세계가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완주에 농업 부문 일자리가 2천 개 넘게 생겼고, 로컬푸드 매장 등의 신규 일자리도 500개가 넘게 생겼다 하니, 일자리 창출에도 푸드 플랜이 이바지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서울 먹거리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그 계획의 하나로 영유아 보육기관 급식을 위해 군별로 유통센터를 설립, 유통센터가 농촌과 연계해 안정적으로 친환경농산물을 조달하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예를 들어 강동구는 완주군, 금천구는 나주시 등과 협약을 맺고 날마다 필요한 농산물을 공급받고 있다. 대도시가 우수 농산물 공급을 위해 농촌 지자체와 협력해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는 바람직한 체계를 수립했다는 점에서 세계가 서울시를 ‘먹거리 공급 및 유통’ 분야의 우수 도시로 선정한 것이다. 화성시가 2017년 푸드 플랜을 수립한 것이나, 경기도가 올 상반기부터 푸드 플랜을 수립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세계적인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도와 경기도 각 시군의 푸드 플랜이 추진돼 지역의 일자리도 새롭게 만들고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 나가는 희망을 품어 본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슈&경제] 일자리 창출, 수도권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답이다

최근 정부는 연천, 여주 등의 동북부 지역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 작업에 착수했다. 경기 동북부는 ‘수도권 정비 계획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과 ‘환경법’ 등에 따른 중첩 규제를 받고 있다. 경기도는 수도권 기업 입지 규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으나 중앙정부가 수도권 기업 입지 규제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경기도의 개혁 의지가 있어도 중앙정부의 법 개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06년 9월 SK 하이닉스가 이천에 주력 공장을 건설할 것을 결정했으나 구리 배출 문제 등의 수질 관련법 해결에 4년,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국토법 등 용지관련 규제를 푸는 데 3년 총 7년이 걸렸다. 지난 2017년 SK 하이닉스는 중앙정부에 법인세 2조 9천억 원, 이천시에 지방세 1천900억 원을 냈으며 2015년과 비교해 직원 수는 3천100명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15조 원 투자, 34만 명을 고용하는 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결정도 내렸다. SK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은 규제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서 지역 간 이해가 첨예하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객관적 정책분석사안을 넘어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쟁점 사안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수도권 규제개혁의 쟁점은 첫째,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지방 경제가 침체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수도권 규제를 지속해야 국가 균형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시대에서 수도권을 규제한다고 지방으로 기업이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은 해외로 이전하게 된다. 수도권 규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 활동을 토지 이용행위로만 보고 있어서 기업의 투자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중앙 정부 차원보다는 지방 정부가 주체가 되는 새로운 지방 분권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네 가지 패러다임의 전환 개선책이 요구된다. 첫째, 수도권 정책에서 대도시권 성장 정책으로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적인 구분 폐지를 통해 국가 통합을 높이고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을 완화하며, 글로벌 표준에 맞는 대도시권 성장 정책의 정립이 필요하다.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폐지하고 대도시권 성장 관리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4차 산업시대 첨단 업종의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4차 산업시대 첨단 산업을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 산업으로 지속 성장시키려면 첨단 기술을 가진 4차 산업 업종에 대해 신규 진입하도록 공장의 신증설과 같은 규제 완화가 요구된다. 셋째,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수도권 관리의 규제 권한 이양을 고려해야 한다. 현행의 하향식 수도권 관리 방식을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협력 관리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광역 자치단체장들이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관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분권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넷째, 지방 분권과 특별 자치단체 활성화다. 실질적인 지방 분권으로 수도권을 포함한 지역 개발 정책의 수립 권한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창업 관련 인허가 간소화와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기업 친화적인 지방 분권 조직으로 개편해야 한다. 향후 수도권규제 완화 방안은 지역별, 시설ㆍ사업별로 나눠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규제 대상지역 중 상대적으로 낙후된 일부 자연보전권역의 경우 비수도권과 사회ㆍ경제적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규제완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시설ㆍ사업별로는 정주인구 유발 효과가 미미하다고 생각되는 연수시설, 관광지 조성사업 등이 행위제한 완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국토의 균형발전 그랜드 플랜과 상생 발전 실현을 위해 투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은 거시 종합적으로 지역균형 발전과 경쟁력 제고 큰 틀을 정립하고, 비수도권은 미시적 관점에서 주민 밀착 서비스 향상을 위한 재정력과 지원정책 강화가 요구된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슈&경제] BMW, 명차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 독일 ‘BMW’가 한국에서 위기다. TV 등을 통해 도로 위 시커멓게 불에 탄 BMW를 자주 보게 된다. 이를 보는 필자는 섬뜩한 느낌을 받게 된다. 화재가 자칫 터널 등에서 발생하면 앞뒤 옆 차에 옮겨 붙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그렇다. BMW 측은 달리던 자동차에서 불이 나는 원인에 대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이 화재 원인이고, 520d 등 디젤 모델에서 불이 나고 있어 이들을 리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불타는 BMW 사고는 유독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다소 황당하다. 또 최근에는 BMW의 디젤 모델뿐 아니라 여타 모델 등에서도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전언에 따르면 BMW 화재 사고는 최근에 벌어진 일이 아니어서 2~3년 전에도 있었다고 한다. BMW는 1~2년 전부터 화재를 발생시킨 문제의 부품 교체 사실을 은폐한 의혹도 사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소송을 낸 BMW 차주들은 분개하고 있어 한국에서 BMW는 총체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관련한 사건ㆍ사고는 이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품질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불린 도요타 자동차는 2009~2010년 미국에서 ‘렉서스’의 급발진 사고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도요타는 당시에 미국 법정에서 사고의 원인이 운전자 과실에 있다고 주장하다가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비난과 뭇매를 맞았다. 미 법원은 도요타에 12억 달러라는 벌금을 매겼다고 한다. 그 이후 도요타의 변신이 놀랍다. 당시에 도요타는 1천만대가 넘는 대량 리콜을 단행했고, 아키오 사장부터 생산직 종업원까지 전사적으로 ‘품질 제일주의’ 구호를 다시 외치며 초심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러한 각고의 노력으로 현재 도요타는 판매량 기준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오뚝이처럼 다시 섰다. 지난 2015년 또 다른 독일 자동차인 폭스바겐ㆍ아우디도 디젤 자동차에 배출 가스 소프트웨어 조작 사건을 일으켜 물의를 일으켰다. 거짓말을 가장 싫어한다는 미국에서 폭스바겐은 약 48만 대 이상의 리콜과 최대 180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됐다고 한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에서 폭스바겐ㆍ아우디는 한국 정부로부터 몇백 억대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소비자들에게는 쿠폰을 제공하는 선에 마무리되고 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한ㆍ미 간 벌금과 보상의 극단적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로,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매출액의 3% 배상 등)’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의 국회는 폭스바겐ㆍ아우디 사태 이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3년째 표류 중이라 한다. 이번 BMW 사태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본 제도의 도입은 국내외 모든 기업들에 해당하기에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를 비롯해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 경영상 많은 함의를 안겨 줄 것으로 예상한다. BMW 독일 본사 및 한국 지사는 전사적으로 한국에서 발생하는 BMW 화재 사고에 대해 그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소비자들에 대한 철저한 보상과 사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한국의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일부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과거의 명성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독일 자동차가 세계적으로 ‘명품’ 반열의 ‘명차’라 생각했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BMW의 품질이나 AS 등에서 세계 최고로 여겼고, 이에 따라 BMW가 고가의 자동차임에도 이를 지급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다소 맹목적으로 BMW를 신뢰했고, 이러한 환상이 본 사태로 깨지게 됐다. BMW가 한국의 고객들을 가볍게 여겨 이번 사태를 대충 마무리 지으려 한다면 과거의 명성과 신뢰는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고 한국에서의 사업도 불투명할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불이 나는 BMW는 서두에서 일부 암시했듯이 화약을 싣고 달리는 자동차라 할 수 있어 대형 사고를 일으킬 위험물이기에 BMW는 조속히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슈&경제] 신뢰를 먹고사는 브랜드 가치

▲ 이연희 연일 자동차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이다.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인 비엠더블유(BMW)의 화재 이야기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총 71대에서 화재가 났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열 건의 화재가 난 것이다. 사람들이 이제는 길거리에서 이 브랜드의 차종을 만나면 멀리하고, 가능하면 이 차종 옆에 주차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년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제차 1~2위에 오른 브랜드였는데 앞으로도 그럴지 미지수다. BMW는 1916년 독일 뮌헨에서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회사로 시작해 오늘날의 세계적 자동차회사로 성장한 기업이다. 영국의 브랜드 평가 전문업체인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는 2018년 BMW의 브랜드 가치를 약 418억 달러(약 47조 원)로 매기고, 메르세데스-벤츠와 도요타에 이은 자동차 브랜드 순위 3위라고 발표한 바 있다. BMW의 브랜드 가치는 2012년(약 200억 달러)에 비하면 지난 6년간 두 배 이상 상승했는데,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진보적 기술력과 친환경적 이미지, 그리고 외향의 디자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오랫동안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메르세데스-벤츠나 독일의 국민차로 잘 알려진 폴크스바겐에 비해 제품 포지셔닝이 어중간한 BMW가 끊임없이 첨단기술을 접목시키고 고객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한 결과일 것이다. 브랜드란 어떤 제품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말한다. 브랜드는 제품의 상표, 디자인, 가격, 품질, 소비자서비스(AS) 등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어떤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성향까지 가늠할 수 있다. 브랜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자의 마음속에 신뢰와 만족도로 자리 매김 되고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시키는 절대적 요소가 된다. 브랜드는 기업이 만들지만, 소비자의 믿음으로 이어져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조금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도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려는 것은 브랜드를 통해 쌓아 온 제품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정보의 비대칭이 큰 상품일수록 브랜드가 더욱 가치를 발휘한다. 가공식품의 안전성, 기능성 화장품, 진단이나 치료와 같은 의료서비스, 복잡한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자동차와 같은 제품들에 대해서 일반소비자들은 제조사가 말하는 제품의 품질과 기능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러한 제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2018년 1월 중순보다 8월 중순의 BMW의 주가는 약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에서의 자동차 화재도 이러한 주가변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자동차 화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제품의 특성상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BMW가 현재 자동차 화재원인으로 지적되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문제점을 이미 작년 3월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더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BMW는 자동차의 결함을 발견한 즉시 국내외 소비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해당 제품은 물론 잠재적 위험이 있는 제품까지 안전점검 및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보상했었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당장은 막대한 비용이 들고 기업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을 입혔겠지만, 궁극적으로 국내외 소비자는 무한한 신뢰를 보냈을 것이다. 시장에는 다양한 경쟁상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소비자의 마음을 뺏으려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BMW가 이 위기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이연희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이슈&경제] 은산분리 완화, 부작용 방지가 관건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했다. 여·야가 규제개혁 5개 법안과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적용을 완화하는 특례법을 이번 달 임시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규제를 기존 10%에서 최대 34~50% 이하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서비스의 편리성과 금리 장점으로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기대했다. 인터넷은행의 여수신 규모와 고객 수의 증가는 감소하면서 지난해 인터넷은행의 자산 비중은 전체 은행의 0.2%에 불과했다. 메기에서 미꾸라지의 역할로 줄어들었다. 그 주요 원인으로는 은산분리 규제다. 산업 자본은 은행의 의결권 주식은 4%, 비의결권 주식은 10%만 소유할 수 있다. 은산분리 제도의 순기능으로는 첫째, 과도한 위험의 완화다. 금융회사는 높은 부채비율을 가지는데,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하는 경우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지배구조 규제가 소홀한 경우 대주주의 영향력 행사로 위험추구행위가 현실화될 수 있다. 둘째, 재벌 사금고화의 방지다. 산업자본은 금융회사를 사금고화해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함으로써 경제력 집중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금산분리는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자원배분의 기능을 강조한다.셋째, 금융안정성 유지다. 금융회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규모를 가지고 상호 연계성을 띠고 있으므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거나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경우 위기 시에 시스템리스크를 가져옴으로써 리스크를 대형화시킬 우려가 있다. 은산분리 완화 방안과 관련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한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부작용 최소화 방안으로 다음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비금융주력자에 대한 기준 문제다. 은산분리제도 취지의 핵심 중 하나는 은행의 사금고화 방지 및 재벌의 자본집중 방지일 것이다. 산업자본의 금융 산업으로의 흐름을 유인하고 글로벌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고자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지만, 금융안정성을 고려할 때 은산분리규제의 본래 취지를 훼손시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재벌에 대하여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집단은 비금융주력자의 범위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인가제도의 보완 문제다. 우리나라는 ‘은행법’ 제8조에서 은행업의 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은산분리규제 완화로 말미암은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은행업의 진입 단계에서 이뤄지는 금융거래위원회의 인가제도를 들 수 있다. 은행업의 인가는 행정법학 상의 특허로서 정부가 은행업을 영위할 권리를 설정해주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제도를 이미 실시하고 있는 해외 선진국은 금융감독당국에 은행업 인가에 관한 포괄적인 재량권을 부여하면서 인가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 및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수성을 반영해 비대면업에 따른 위험 관련 사항과 사업계획에 대한 심사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 문제다. 은산분리규제의 완화에 따른 대주주의 사금고화 및 위험전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으로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우리 ‘은행법’은 제35조의2 제1항에서 대주주에 대해 자기자본의 25% 또는 대주주 출자비율 해당 금액 중 적은 금액으로만 신용공여를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이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규제를 하고 있지만, 은산분리규제 완화로 인한 대주주의 사금고화가 우려된다면 신용 공여 제한을 더 엄격히 하는 규제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슈&경제] 경기도민, 도로·교통 인프라 확충을 원한다

민선 자치단체장은 지역주민이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소수의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기보다 다수 지역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 자치단체장이 직접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다. 지자체도 지역주민의 정책 제안을 얼마든지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다. 신임 경기지사에게 경기도민이 직접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경기위원회’에 지난 6월 말부터 한 달간 총 3만 2천691건의 도민 제안이 접수됐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도로ㆍ교통 분야가 74.9%로 가장 많았고, 환경 12.9%, 교육 5% 순이었다는 사실이다. 도민의 약 75%가 도로ㆍ교통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제안 건수가 많았던 것은 광교와 화서, 호매실, 봉담을 연결하는 신분당선의 조기 연장(8천353건, 25.7%)이었다. 두번째는 7호선 옥정역 연장(6천44건, 18.6%)이었고, 용인 동백ㆍ구성 GTX건설(3천765건, 11.6%)이 세번째였다. 그 외에도 고양 원흥 도래율의 GTX역사 신설 등 대중교통 확충, 고양시 항동역 신설, 의정부 7호선 민락역 신설 등과 같은 도로ㆍ교통 인프라 확충 건이 제안 건수 20위권 내에 들었다. 이 같은 결과는 뜻밖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2021년까지 향후 5년간 중앙정부의 SOC 예산을 매년 7.5%씩 줄이겠다는 방침은 우리나라 인프라가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도민의 인식은 다르다. 사회복지 확대를 위한 요구보다 도로ㆍ교통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편견이나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인프라가 충분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국토면적당 도로나 철도 길이만 보면 OECD 국가 중 상위권이라고 한다. 분모에 해당하는 국토면적이 원체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밀도를 반영한 국토계수당 기준으로 평가하면 OECD 국가에서 하위권이다. 도로나 철도의 단위 길이당 승객이나 화물수송량을 비교해도 충분하다고 하기 어렵다. 게다가 도민의 평균적인 통근ㆍ통학 소요시간은 72.4분(왕복기준)으로 전국 평균인 61.8분보다 높다. 서울과 타 시ㆍ도로 통근ㆍ통학하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통근ㆍ통학 시간은 166분(왕복기준)에 달한다. 최근 4∼5년간에 걸쳐 도내에 아파트 건설이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이에 따라 새로운 도로나 교통망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도민들이 신분당선 연장이나 GTX 건설 같은 도로ㆍ교통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도민의 숙원사업을 추진하려면 도는 ‘인프라 투자 갭’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인프라 투자 갭은 지역주민이 원하는 인프라 투자사업에 소요되는 예산과 현재 시점에서 가능한 투자 금액 간의 격차를 의미한다. 도민이 원하는 도로ㆍ교통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려면 중앙정부의 SOC 예산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할 것이다. 도의 재정을 더 많이 투입하고자 한다면 지출분야 간의 우선순위 조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민간투자를 확대하고자 한다면 규제개혁을 비롯한 인센티브 조정이 필요하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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