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특히 봄철 이상저온과 여름철 폭염으로 작년에 비해 과실 값이 많이 올랐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사인데, 기사 말미에는 올 추석 차림비용을 백화점, 대형마트, 일반 슈퍼, 전통시장으로 구분하여 각 유통업체를 통해 차례상을 꾸렸을 경우 차림 비용을 비교해 놓았더라. 해당 기사에서 인용한 기재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백화점이 39만 원대로 가장 높은 반면 전통시장은 20~24만 원 수준으로 나타나 가장 저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필자는 명절마다 상여금으로 매년 소정의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을 부여받는데,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 점포, 문화시설에서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쉽게 말해 소상점가 전용 상품권인 셈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온누리상품권은 취급하는 가맹점이 적고 또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탓에 사용이 용이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부쩍 쓰임새가 좋아진 느낌이다. 명절 상차림을 담당하는 아내에게 온누리상품권을 건네주었을 때 과거와 다른 함박웃음만으로도 어렴풋이 짐작이 가능하다.
온누리상품권과 더불어 최근에는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역 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유통 가능한 상품권인데, 단순히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치부되던 지역화폐가 지역민들로 하여금 할인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자본의 외지 유출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경제 선순환 생태계 조성의 핵심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60개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데, 이 중 성남시의 발행 사례가 대표적인 벤치마킹 사례로 회자된다. 성남시는 성남시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을 각종 복지수당 정책에 도입하여 청년지원수당과 산후조리비, 생활 임금 등으로 지급하였는데, 이후 지역상품권 유통 증가로 인해 인근 전통시장의 매출이 평균 26.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성남시에만 4만 3천여 개의 지역화폐 가맹점이 있고, 택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향후 모바일 결제까지 가능토록 할 예정이란다. 실제로 이 상품권의 회수율은 99.7%에 달했다고 하니 국내 굴지의 백화점 상품권 회수율보다도 높은 셈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성남사랑상품권의 핵심 성공 요인은 ‘폭넓은 가맹점 확보’ 그리고 ‘정책수당과의 연계’다. 이는 성남시뿐만 아니라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모든 지자체에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며, 전국단위로 통용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비해 대중의 인식이 크게 제고됐다고는 하지만 온누리상품권의 가맹 대상 점포 자체가 전통시장으로 국한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 수도 전국적으로 7만 8천여 개에 불과하다. 총 시장점포 수가 22만여 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통시장 점포 3개 중 1군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내 가맹점 확보 노력을 통해 상품권의 유통을 보다 활성화해야 할 것이며, 또한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발행 취지에서 나아가 소상공인까지 부흥의 대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전통시장에 입점한 점포가 아니더라도 일정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 점포까지로 가맹 대상을 확대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끝으로 가맹점 확보와 함께 온누리상품권을 구매 또는 확보할 수 있는 접점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며, 단순히 온누리상품권 판매처 확대가 아니라 연금이나 정책수당과 같이 국가재정지출과 연계하는 등 정부의 주도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온누리상품권을 주고받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내년에는 금년 보다 더 큰 보름달 같은 함박웃음을 기대해 본다.
조용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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