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채용 취소와 부당 해고

“부득이하게 채용이 취소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채용 담당자의 통지에 A씨는 눈앞이 캄캄해진다. 얼마 전 A씨는 한 회사에 지원해 합격 통보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오랜 취업 준비 끝에 취업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채용이 취소됐다니.... 상심한 A씨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적인 사실이 있다. 채용 취소는 해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채용 합격을 근로계약 성립으로 간주한다. 판례는 채용합격을 ‘채용내정’이라고 표현하며 채용내정자(합격자)에게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한다. 이에 따라 채용내정자는 임금청구권과 해고의 권리구제 절차에서 신청인 적격 등이 인정된다. 채용내정자의 임금청구권은 출근 예정일 이후의 기간에 대해 인정된다. 예를 들어 A 씨가 2025년 1월2일부터 출근하기로 예정했다면 A씨는 2025년 1월2일부터 임금청구권이 발생한다. 채용내정자는 해고에 대한 구제 수단으로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해고무효확인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부당해고로 인정받으면 해고 기간(출근 예정일로부터 기산)에 대한 임금을 받고 원한다면 복직도 가능하다. 다만 채용 취소가 언제나 부당해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당한 해고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판례는 합격 통지 후라도 신원조사, 학위 검증 등을 통해 결격사유가 발견된 경우, 정리해고 시 채용 합격자를 정리해고 우선 대상자로 선정한 경우 채용내정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근로자의 경우 채용 취소에 대비해 문자메시지, 음성 녹취 등 채용 합격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채용 과정에서 불합격된 것이 아니라 채용됐다가 취소됐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채용 담당자라면 채용 확정 전까지 최종 합격한 것이 아님을 채용 지원자에게 주지시켜야 하고 정당한 사유로 채용 취소를 할 경우 서면으로 사유와 시기를 명시해 통지해야 한다. 채용 취소 전에 채용 취소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채용 취소로 근로자와 사업주가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바란다.

[천자춘추] 창업가 정신이 만드는 세상

창업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혁신적인 창업가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시장을 변화시키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고용 기회를 창출한다. 이들이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아이디어 개발뿐만 아니라 철저한 시장 조사, 비즈니스 모델 수립, 팀워크 구축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시장의 요구를 이해하고 혁신적 아이디어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며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나 린 스타트업 같은 도구를 활용해 시장의 요구를 빠르게 반영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학습과 성장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성공적인 창업은 이러한 열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창업가정신과 철저한 준비가 더해질 때 비로소 실현할 수 있다. 창업가정신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과감히 도전하며, 창의적 혁신을 통해 시장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는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를 들 수 있다. 잡스는 애플의 창업자로서 디자인과 기술을 융합해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소비자 전자기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그의 대표작인 아이폰은 기존의 통신과 컴퓨팅 방식을 혁신적으로 재정의하며 글로벌 산업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통해 친환경 전기차와 우주 탐사라는 전혀 다른 두 영역에서 혁신을 이뤄냈다. 그의 도전은 기존 산업의 한계를 넘어 인류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창업가정신의 상징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혁신적 사고와 과감한 실행력이다. 그들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며 창업가정신을 실현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잡스와 머스크의 사례는 창업이 개인의 성취를 넘어 국가와 세계경제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들의 혁신은 산업을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 성장을 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창업은 도전이지만 동시에 기회다. 창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예비 창업가들은 과거의 사례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창업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자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창조하는 여정이다. 혁신적인 창업가정신이 널리 퍼져 세상을 변화시키는 또 다른 신화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천자춘추] 작은 기부, 큰 존중 ‘모두의 보훈 드림’

국가를 위해 청춘과 생명을 바친 분들에 대한 진정한 예우는 어떤 모습일까. 올해 6월, 국가보훈부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우리 사회의 영웅들을 위한 획기적인 기부 프로젝트 ‘모두의 보훈 드림’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분들에 대한 진정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담고 있는 범사회적 운동이다. 보훈기금법 시행령 개정과 시행규칙 제정을 통해 기부체계가 정비되고 보훈 기부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 모두의 보훈 드림은 국가유공자 및 유족의 자립과 복지 증진을 위한 민간 기부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6월27일부터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시범운영 후 내년 1월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혁신적인 점은 투명성과 개인화된 기부 방식이다. 기부자는 자신의 기부금의 용도를 국가유공자의 생활안정, 예우사업, 노후지원, 재활치료 등 원하는 분야로 직접 지정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기부가 가능하며 이는 기부자 개인의 의지를 존중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기부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며 기부자에게는 세액 공제 혜택도 제공된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점은 우수한 접근성이다. 온라인 기부 창구인 모두의 보훈 드림 누리집을 통해 국민 누구나 쉽게 대한민국의 진정한 영웅들에게 실질적인 지원과 존중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우리는 종종 큰 금액의 기부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은 기부도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마치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먼 곳에 폭풍을 일으키듯 우리의 작은 기부와 관심은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의 삶에 큰 희망을 선사할 수 있으며 모두의 보훈 드림은 우리에게 그 의미 있는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 더 이상 보훈은 정부와 지자체만의 책임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모두의 보훈 드림 프로젝트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상징한다. 과거의 보훈 정책이 정부와 지자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국민 개개인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세계는 수많은 갈등과 전쟁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점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며 그들에 대한 우리의 존중은 작은 기부로 시작할 수 있다. 작은 기부가 모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존재하게 한 영웅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천자춘추] AI 활용에 대한 준비

혁명은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 인간의 학습능력, 추론능력, 지각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려는 컴퓨터 과학의 세부 분야 중 하나인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가지는 지능과는 다른 개념으로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기능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AI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가상현실의 융합은 4차 혁명을 만들어 내며 우리가 꿈꾸던 모든 것을 현실화하고 있다.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챗GPT’는 대화 형태로 상호작용을 하며 놀라울 정도로 인간과 대화하는 것과 같은 반응을 제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의 삶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게 됐다. AI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는 이미 우리 생활 가운데로 깊숙이 들어왔다. AI가 활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AI는 과학 분야는 물론이고 우리 생활 그 자체가 돼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고 이러한 문명의 이기는 축복이다. 최근 AI는 더 똑똑해지고 있다. 한국말밖에 모르는 목사님의 수십년 된 설교 모음을 AI가 통째로 학습하며 실시간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양하게 다국어로 통역하는 서비스가 생겼다. 해외여행을 가도 통역 없이도 즉시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경천동지, 상전벽해 무슨 말로도 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놀랍다. 문명의 이기인 ‘편리성’ 이면에는 크나큰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문명은 우리에게 유익한 영향을 주고 있음이 틀림없지만 이를 악용한 부정적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인류가 유익을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모든 기술을 선의로만 쓴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우리는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폴란드의 퀴리 부인이 발견한 방사능을 선의로 쓰며 인류에게 큰 공을 남긴 사실에 감사한다. 하지만 그 발견으로 언제 지구가 멸망할지 모르는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사는 형국이 된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최악이 시나리오는 나와 대화한 AI가 나를 인식하고 다른 곳에서 나를 대신해 행동한다면 어찌 되는 것인가. 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무엇으로 막는단 말인가. 두렵기 그지없다. 언제나 선하게만 쓰이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는 인류에게 분명하게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병행해야 할 일은 반드시 혼란과 악용을 방지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과 프로그램, 법과 제도적 준비가 따라야만 할 것이다.

[천자춘추] “겨울철 낙상사고, 예방이 최우선”

117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지난달 말 대한민국을 강타하며 건물 붕괴, 가로수 피해 등 다양한 재난 상황을 초래했다. 행정안전부는 스마트 제설 시스템을 활용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으로 국가적 차원의 대응뿐만 아니라 개인의 철저한 대비도 필수적이다. 당시의 폭설은 빙판길 낙상사고와 블랙아이스로 인한 차량 추돌 등 심각한 인명 피해를 낳았다. 특히 낙상사고는 겨울철 미끄러운 길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일상에서도 빈번히 일어나는 사고다. 젊은층의 부주의로 인한 낙상도 발생하지만 여전히 낙상사고의 주요 대상자는 노인이다. 낙상은 갑작스러운 넘어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노인의 경우 시력 저하로 도로의 높낮이나 움푹 파인 곳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이 크다. 또 노화로 감소한 근육량과 약화된 근력은 균형 유지 능력을 저하시켜 낙상 위험을 배가시킨다.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에는 단순한 낙상도 심각한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노인에게 척추와 골반부의 골절은 다른 부위의 골절보다 더욱 치명적이다. 해당 부위의 골절로 움직임에 제한을 받으면서 찾아오는 다양한 합병증은 골절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노인의 낙상사고는 실외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집 안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미끄러운 길을 피하고 보폭을 좁게 유지하며 천천히 걷는 습관이 중요하다. 두꺼운 옷으로 인해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행동은 낙상 시 부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 등의 행동은 삼가야 한다. 낙상사고를 예방하려면 겨울철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실내에서는 옷을 입을 때 가급적 앉아서 행동하고 침대에서 천천히 내려오며 화장실 바닥의 미끄럼 사고를 주의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낙상은 하체 근력 부족으로 인해 균형을 잃으면서 발생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하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사전에 낙상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적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제거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겨울철, 작은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철저한 대비와 예방이 안전한 겨울을 위한 첫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슬프게도 살아가는 것이 기쁘다

진정한 소통은 남의 말을 듣는 데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이나 상식으로 예단했던 때가 있다. ‘듣기’를 하지 않던 그때, 두 번의 ‘버럭’의 순간이 떠오른다. 축구단을 창단하고 운영국장을 할 때의 일이다. 내 생각에 선수 유니폼을 너무 많이 만든다고 생각해 ‘버럭’ 하고 재검토하라고 했다. “제가 아무리 모른다고 해도 축구선수가 유니폼 장사 하는 것도 아니고 1인당 16벌이 왜 필요합니까.” “그것도 최소한으로 잡은 겁니다.” “다시 검토하고 그 이유를 문서로 제출해 주세요.” 다음 날 설명서가 왔다. ‘연습 시 최소 두 벌(한 벌은 땀 때문에 도중 환복), 두 벌 세탁 중,두 2벌 건조 중, 두 벌 찢어짐 등에 대비한 준비용 등 여덟 벌×2(홈, 어웨이)=16벌(긴팔 미포함)’. 또 한 번의 ‘버럭’은 교향악단 연주복 관련이다. 해외 연주를 위해 어렵게 예산을 확보해 한 군데 양복집에서 맞춰 준다고 했더니 개인별로 예산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아니, 제가 아무리 몰라도 저는 평생 30만원짜리 이하 양복을 아웃렛에서 사서 입었는데 1인당 70만원짜리 연주복을 맞춰 준다고 하는데 안 된다니 너무 한 거 아닙니까. 그 이유를 제가 이해할 수 있게 내일 단원들과 상의해 설명해 주세요.” 다음날 교향악단 총무가 조용히 설명하는데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리는 왜 나만 옳고 선(善)이라고 확신할까. 그 확신이 모두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좌절을 안겨줄 거란 것을 생각하지 않을까. 말의 주검, 말의 쓰레기들이 뒹굴고 있는 세상을 걷다 보면 때론 어지럽고 비틀거린다. 모두 마음의 빗장을 꽁꽁 걸어 잠그고 타인의 이야기에는 열심히 고개를 흔들고 있다. 어딘가 있을 것이다. 꽁꽁 언 마음의 문 활짝 열고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만 하는 말, 말, 말들.... 조였던 혁띠 풀고 가식의 옷 활활 집어 던지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글, 글, 글들.... 살아가는 것이 기쁘다. 슬프게도....

[천자춘추] 기후변화와 문화유산 보호

지난 11월26일부터 29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대부분 지역이 첫눈이었으며 11월 하순에 발생한 이례적·기록적인 폭설이었다. 세계유산인 남한산성에도 46.9㎝의 눈이 내려 수령 100년 이상을 포함해 400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쓰러지거나 가지가 부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여장이 훼손되고 탐방로 일부도 끊어졌다. 경기문화유산돌봄센터가 폭설 피해 긴급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진위향교 대성전 등 도내 지정문화유산 38개소, 비지정문화유산 5개소에서 크고 작은 피해를 확인했다. 내린 눈이 수분을 잔뜩 머금은 습설(젖은 눈)이라 수목, 담장, 기와의 파손이 많았다. 이번 폭설은 우리에게 닥친 ‘기후변화’를 또다시 실감케 했다. 기상청이 2021년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기온이 10년마다 0.2도씩 꾸준히 상승했다고 한다. 지속적인 기온 상승으로 기후 재난의 빈도 수와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1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이상 기후 현상이 일상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기후변화는 곧 기후 비상사태, 기후 위기를 뜻한다. 지구온난화가 주요 원인인 이런 현상은 인류의 미래에 심각한 불안감을 안겨준다. 기후변화는 해수면을 상승시켜 저지대 지역의 침수 가능성을 높이고 많은 생물종을 멸종위기에 처하게 할 뿐 아니라 질병을 유발하고 미래 식량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각종 재난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년간(2002~2021년) 풍수해로 인한 문화유산의 피해 건수는 1천건에 육박한다. 또 최근 10년간 목조 문화유산 927건을 조사한 결과 25.4%인 236건에서 흰개미 등 생물 피해를 확인했는데 이 역시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여름철의 폭우와 고온 현상, 발생 빈도가 늘어나는 태풍, 그리고 겨울의 한파·폭설에 맞서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2024년 새롭게 정비해 공포한 국가유산기본법에는 ‘기후변화가 국가유산에 미치는 영향과 국가유산의 취약성을 국가와 지자체가 조사해야 한다’(제22조 1항)고 돼 있다. 법 조항에 명시된 것처럼 기후 재난으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할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다. 2023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국가유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후 재난으로부터 국가유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3개 전략과 6개 핵심 과제로 구성된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지자체도 기후변화에 대응한 문화유산 보호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예방 조치도 중요하고 피해 복구 예산 확보도 절실하다. 우리의 전통과 정신이 깃든 문화유산이 기후변화로 인해 훼손과 멸실의 위기에 처했다.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천자춘추]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사람이 나면 서울로, 말이 나면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시절 우리 사회는 모두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실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은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그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서울을 능가하는 도시는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여러 요소 중 부분적으로 접근하면 서울보다 더 풍부하고 멋지고 잘된 곳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집약한 하나의 도시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결과론적으로 ‘서울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는 암묵적 동의를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연 서울이 정말 그 어떤 다른 도시보다 낫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에 내재된 서울을 향한 바라보기의 욕구 때문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혹여나 한국 사회가 걸어 온 지난 역사 속에서 서울과 다른 지역의 도시들 간 발생한 정책적 불균형 때문일까. 어쩌면 이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난 결과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인지하고 정책적으로 해결하고자 시작된 제도가 지방자치제도다. 그 흐름 속에서 모든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통제와 관리로부터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는 지방의 자율성과 고유성을 인정하고 서울 바라보기를 그만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서울이 아닌 도시들 중에서 서울보다 살기 좋다거나 굳이 서울에 갈 필요가 없다거나 혹은 서울이 아닌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직접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거 서울에 가야만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이 도시에 가도 있고 저 도시에 가도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현상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역’이다. 만약 앞서 언급한 지방자치제도의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역’을 행정체계와 단위로 접근하기 위해 사용한 ‘지방’이라는 용어의 선택과 이를 기반으로 발생한 서울과 지방의 차이일 것이다. ‘지역’은 오랜 역사를 통해 항상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하는 곳이며 사람들의 삶이 녹아드는 곳이다. 행정적 구분을 위한 ‘지방’이 아니라 사람들이 숨 쉬고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상이 더욱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는 ‘지역’을 얘기하고 ‘지역’을 꾸미고, 그래서 ‘지역’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서울과 지방의 구분에서 서울 바라보기를 멈추고 서울도 지역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모든 지역이 한국 사회의 중심이 되는, 그래서 다양한 지역이 만들어 내는 멋진 한국 사회를 상상하자!

[천자춘추] 공익·반부패신고 일원화해야

‘공익’은 사전적 의미로 공공의 이익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모두 뜻하는 단어로 이는 공공이나 사회 전체의 발전과 유지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한편 이러한 공익을 침해하는 행동을 ‘공익침해행위’라고 하는데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공익침해행위로 보고 있으며 지난 10월17일 시행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은 494개에 달한다. 공익침해행위의 근절을 위해서는 제보, 신고, 고소, 고발 등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을 ‘공익신고자’라 한다. 하지만 공익신고자들은 공익신고로 자신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익침해행위 사실을 알리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2011년 3월29일 행정기관의 조사 능력만으로는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공익침해행위를 적발 및 단속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하는 자와 그 협조자를 보호하고 공익신고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취지의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됐다. 이후 2023년 말까지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접수된 공익신고는 총 4만9천800건에 달한다. 그리고 공익신고 중 공직 분야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소관 사무와 관련된 사항들이 많은데 여기에는 주로 공직자 주도의 공익침해행위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반부패’와 ‘청렴’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2008년 이전까지 반부패와 청렴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가 각각 역할을 구분해 담당해 왔으나 정부가 효율성과 각종 과제를 부여하면서 2008년 이후에는 업무를 한 기관으로 통합해 ‘국민권익위원회’로 출범하게 됐다. 그러면 우리 경기도는 어떤 실정일까. 지난 9월 이전까지 공익침해행위와 관련한 업무를 감사관실이 담당했다. 그러나 61년 만에 감사관실이 ’감사위원회‘라는 합의제행정기관으로 개편됐다. 이번 조직개편의 배경에는 내·외부 감사 개입의 가능성, 감사의 독립성, 감사 결과의 민주성이 취약하다는 도민의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이에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조직으로 도민의 삶에 필요한 감사를 도민의 손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추가로 공공기관 채용 비리나 공직자의 갑질, 비위행위 등에 대해 도민의 눈높이에 맞춰 감사 결과를 심의하는 기능을 부여했다. 또 도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도정 청렴, 부패방지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도 부여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개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익침해행위 신고에 있어 공익신고와 일부 반부패 법률(청탁금지법 및 이행충돌방지법 등 관련 법률)로 위반행위 신고 창구가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상호 간의 일괄적이고 연계적인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며 제보나 신고를 위해 어렵게 마음먹은 도민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도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달리 공직과 관련된 조사에 대해서는 특수성 보장을 위해 일정 부분은 구분을 둬야 하나 신고 단계에서부터 창구를 달리해 혼란을 줄 필요는 없다. 경기도는 도민들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공익신고 창구의 일원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

격동의 2024년도 끝나가고,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경기도의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심사가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상임위원회 심사는 끝났고, 예결위 심의가 한창이다. 경기도는 세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지난해보다 7.2%가 증가한 38조 7천81억 원의 예산안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중앙정부가 긴축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경기도라도 확장 재정을 통해 민생경제 살리기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재정건전성의 우려도 있지만 비상경제 상황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수술이 당장 급한 응급환자를 앞두고 치료비 걱정을 늘어놓지는 않는 법이다. 지금 곳곳에서 경제위기 징후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폐업은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고, 금융권마다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의 등장과 산업구조의 변화로 대기업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성장동력이 멈추고,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이 곳곳에서 들리면서 IMF의 망령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여기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계엄령 선포는 지금의 경제위기에 휘발유를 끼얹은 격이 되었다. 내란을 획책하여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대한민국경제를 나락으로 밀어 넣은 윤석열을 반드시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절체절명의 경제위기 앞에 경기도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엄중한 정세를 잘 관리하면서 민생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중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여·야가 두 쌍의 수레바퀴처럼 어우러져, 달그락거리는 가락에 맞춰 절망의 터널을 빠져나와 수레 위에 희망의 씨앗을 가득 싣고 오직 도민의 민생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 백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절반으로 삼는다는 말이 있다. 높은 산을 만드는 데 한 숟가락 정도의 흙이 부족하여 산을 만드는 공이 흩어지는 법이다. 2024년도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무너진 민주주의와 민생경제를 복원하기 위해 한 방울 남은 힘까지 쏟아부어야 할 때다.

[천자춘추] 직업계고 경쟁력 강화 방안

경기도의 직업계고등학교는 지역사회와 산업의 필요를 충족하는 중요한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평택마이스터고, 수원하이텍고, 경기게임마이스터고 등 106개의 직업계고 중 일부를 제외하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등록률이 9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은 직업계고의 이미지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직업계고는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거나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학교로 인식돼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직업계고의 장점을 알리는 홍보가 필요하다. 졸업생 성공 사례와 다양한 취업 기회에 대한 정보 제공은 인식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공유학교와 진로체험 프로그램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이를 확대해 중학생과 학부모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경제적 지원과 우수한 취업처 확보는 직업계고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공공기관, 대기업 등 우수한 취업처 지원과 동일계 특별전형, 선취업 후진학 재직자전형 같은 대학 입학 혜택이 있지만 이를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청과 단위학교는 학부모 설명회와 학생 대상 워크숍을 통해 이러한 혜택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 도입도 중요하다. 일부 직업계고는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 교육을 위한 학과 개편을 진행 중이며 이를 더욱 강화해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업계고는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교사들의 신기술 연수는 학생 중심 교육을 위해 필수적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해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내용을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교사 역량을 높이고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게 만든다. 또 학교는 산업체와 협력해 현장 경험을 제공하고 기업 전문가 초청 강의 등을 통해 실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예산 지원과 인력 보충으로 노후한 실습 환경을 개선하고 첨단 실습실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경기도 직업계고는 교육과정 개선, 교사 역량 강화, 지역사회 협력, 홍보 강화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선택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발전할 것이다.

[천자춘추] 클래식음악 좋아하세요?

‘클래식’이란 유행을 타지 않는 최고 수준의 명작, 오랜 시간 널리 사랑받고 지속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일상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용어다. 그렇다면 클래식음악이란 무엇일까. 클래식이 음악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면 과거 서양음악으로 한정된다. 보통 바흐, 비발디 등 바로크음악부터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고전주의를 거쳐 19세기 브람스, 슈만 등 소위 낭만주의, 20세기 프로코피에프, 쇼스타코비치 정도까지를 클래식음악이라 한다. 마이클 잭슨, BTS의 음악은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도 대중음악이라 한다. 클래식은 적어도 50~300년 그 가치를 꾸준히 인정받아 오며 서양 조성음악의 대위법, 화성학, 주제동기 기법의 뿌리에서 발전, 변형되며 창작된 음악이다. 리스트와 파가니니는 순회연주를 하며 오늘날의 유명 아이돌 비슷한 팬덤과 인기를 누렸다. 극성 팬들은 리스트가 무대에서 던진 장갑을 나눠 가지려 몸을 던지고 피우던 시가까지 소장하러 경쟁하며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표했다. 말러의 ‘천인 교향곡’이 초연될 때는 음악가들은 물론이고 왕족, 문학가, 시인 등 당대 유명 인사들이 몰려 열광했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사후 멘델스존이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발굴 및 지휘한 후 재조명돼 ‘음악의 아버지’라는 찬란한 호칭도 얻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조성진, 임윤찬 등 스타 연주자 음악회의 티케팅 경쟁과 클래식 악기 취미 수요는 상당하나 출산율 및 학령인구의 감소와 함께 과거 찬란했던 대중적 인기는 다소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 대중의 취향은 변한다. 클래식 역사에서도 18세기에는 유쾌하면서도 고상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을 선호했으나 19세기에는 익숙한 화음에 극적으로 대비되는 다채로운 화성 진행과 개성적 음악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클래식은 클래식이다. 어떤 시기, 어떤 스타일의 클래식이든 개인적인 호불호를 넘어서는 가치가 있음이 오랜 세월 인정된 음악이다. 영화를 볼 때도 평점이 좋거나 검증된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선택할 때가 많지 않은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미적 가치가 검증된 음악, 화려하지 않아도 은은한 스테디셀러가 클래식음악이다. 태양왕 루이14세가 권력 강화를 위한 이미지메이킹 도구로 적극 활용한 클래식. 루이 14세는 작은 악단이 항상 자신을 수행하며 연주하게 했다. 청력을 잃었던 베토벤은 내면의 갈등과 고통의 승화 과정을 클래식 기악작품에 쏟아냈다. 대체 클래식에 어떠한 힘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냥 느껴 보길 권한다. 추상적인 감정의 실체가 그대로 다가오는 것이 클래식이다. 말은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음악은 감정 자체이므로 오해가 없다. 어떤 작곡가, 어떤 연주자의 클래식이든 그들의 삶 속 고민과 흔적, 감정들이 듣는 나에게 매번 다양하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그냥 오롯이 몽글한 감성에 젖어 보자. 연말의 화려함과 공허함이 공존할 때, 복잡한 심정일 때, 내 맘에 꼭 맞는 어떤 멜로디들이 따뜻한 위로가 돼 줄 것이다. 세상의 흔들림 속에서 내 삶의 여정을 묵묵히 걸어갈 힘이 돼 줄 것이다. 클래식은 클래식이니까.

[천자춘추] 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의 중에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이념인 자유와 평등에 대해 질문했다. ‘자유와 평등’ 중 본인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70% 정도의 학생이 자유를 선택했다. 자유를 선택한 학생들에게 ‘보수와 진보’ 중 본인은 어느 쪽이냐고 다시 한번 물었더니 진보 쪽이 70% 정도 됐다. 우리는 보통 보수의 가치로 자유를, 진보의 가치로 평등을 우선시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요즘 학생들은 그런 기준이 없는 건지 굳이 깊이 생각을 안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조금 더 들어가 평등에 관해 말해 보면 무조건 같아야 한다는 것이 평등의 진리가 아니고 ‘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 하는 것이 평등의 큰 원칙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특례시’가 있다. 인구 100만이 넘은 도시인 수원, 용인, 고양, 창원이 있고 내년이면 화성도 특례시가 된다. 중앙집권적인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있고 그 아래에 지방자치단체라는 이상한 이름의 조직이 있다.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분적 명칭도 그렇고 분명 행정행위를 하는 곳인데도 단체라는 이상한 명칭을 사용한다. 중앙정부의 대응으로 한발 양보해 지방정부 또는 지방자치정부라 하면 될 것을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부터 우리 중앙이 아닌 영원히 곁가지인 지방인가 하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그 지방자치단체의 명칭도 광역단체는 특별시, 광역시, 도, 특별자치도 등이 있고 기초단체에는 시, 군, 구가 있다. 그중 기초단체 가운데 특례시란 명칭을 부여받은 도시가 곧 5개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전에는 인구가 100만이 넘으면 광역시가 됐는데 수도권에 인구가 모이다 보니 창원을 제외하고 광역시의 기준이 거의 경기도로 몰려 있어 특례시라는 형태의 새로운 행정조직 명칭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특례시가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 보니 영어의 표현인 ‘스페셜시티’가 아닌 그냥 ‘노멀시티’가 돼버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이다. 중앙정부가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 준비 중이라 다행이라 생각되지만 이름뿐인 법률이 아닌 다른 건 다르게 인정해 주는 실질적인 법률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특례시는 무엇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 지방소멸이라는 어려운 시대에 규모가 작은 시·군들의 파이를 요구하지도 않고 인구 규모만 따지면 최대 100배의 차이가 나는 시·군과 여건이 다른데 같은 적용을 받는 것에 대해 다른 것은 다르게 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할 뿐이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되려면 최소한 내가 낸 세금만큼의 복지와 혜택은 누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큰 도시에 산다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는 것 또한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 ‘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 인정해 주는 좋은 법안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천자춘추] 100세 시대 숨은 조력자 ‘스포츠 과학’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했다. 반가움에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데이비드 리드베터가 내놓은 ‘최고의 골프레슨’이라는 제목의 테이프였다.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은 당시 골프 유망주였던 박세리 선수를 공식 후원하면서 삼성물산 내에 전담팀을 만들었다. 1997년에는 박 선수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유명 스윙 코치 데이비드 리드베터에게 스윙 레슨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듬해인 1998년 IMF 사태로 힘들었던 우리에게 ‘맨발 투혼’으로 얻어낸 박 선수의 US 여자 오픈 챔피언십 우승은 쉽게 잊지 못할 기억이다.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골프채를 휘두르는 장면은 애국가 방송에 자료화면으로 쓰일 정도로 당시 대한민국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다. 특히 박 선수의 까맣게 탄 종아리와 대비된 새하얀 발은 그간의 노력을 대변하는 듯 국민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렇게 우리가 IMF를 극복하면서 훗날 ‘박세리 키즈’로 불리게 될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 나갈 무렵 삼성영상사업단이 한글로 출시한 데이비드 리드베터 비디오테이프를 접했다. 외국인 지도자가 생소하던 시절, 당시 삼성 임원에게 부탁해 어렵게 입수한 레슨 테이프를 여러 번 돌려봤던 기억이 난다. 외국인 코치의 설명과 상세한 지도 방식이 담긴 영상은 왠지 과학적이면서 첨단 기술을 담고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은 흘러 2025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스포츠는 과학화, 첨단화 과정을 거쳤다. 최첨단 기술의 도입과 잘 갖춰진 경기장을 비롯해 첨단 스포츠용품, 영상장비의 발전 등 그 흔적들은 이제 일상이 됐다. ‘스포츠 과학’은 체육 현장에 존재하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예견한다. 스포츠 과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스포츠 수행 능력 향상으로 인체 기능 개선, 심신의 건강 증진, 운동의 효율성 증가를 의미한다. 이미 올림픽, 월드컵 등 많은 스포츠 이벤트는 첨단 스포츠 과학의 향연으로 발전했으며 일반인이 즐기는 생활스포츠 현장 또한 스포츠와 과학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지난해 12월20일 정부는 스포츠 참여, 경쟁력 확대와 세계 7대 스포츠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제1차 스포츠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 국민생활체육 참여율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스포츠산업 규모를 105조원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신체활동 기준에 맞는 ‘운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체력인증센터를 2028년까지 126곳으로 확대하는 등 누구나 쉽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선다. 특히 정부는 국민체력100센터를 중심으로 건강진단-운동처방-운동참여를 연계한 맞춤형 체력 관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골프레슨 비디오 영상이 과학적으로 여겨지던 과거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체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이를 토대로 운동처방을 받아 나에게 맞는 운동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스포츠 과학이 빚어낸 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막연한 장수(長壽)가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꿈꾸고 있는 우리에게 스포츠 과학은 100세 시대를 가능케 한 ‘숨은 조력자’가 아닐까.

[천자춘추] 기후변화와 새로운 성장엔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최근 폐막했다. 본 회의는 유엔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1995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회의로 2015년 11차 회의에서는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목표를 핵심으로 하는 전 지구적인(190여개국) 합의안(파리협약)을 도출하기도 했다. 올해는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 설정과 국제탄소시장 운영 기반 조성을 주요 과제로 다뤘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2022년에 세계 14번째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통과됐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전 국가적인 노력은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총회가 열리기 전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4도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기후변화 목표가 위태로운 상황인 것이다. “공유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믿고 각자 자신의 이익만 추구해 모두가 파국을 향해 달린다.” 미국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의 지적이다. 파리협약 등 규제와 관리를 위한 협의체의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부분은 기후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산유국 등 국가 간 입장차와 상황이 다른 것은 협력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또 최근 당선된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은 파리협약을 탈퇴한 경험도 있고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기후위기는 다가오는데 공유지의 전형적인 무임승차와 의무태만 등의 행태가 이뤄지고 있어 위기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탄소중립 목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국가 간 상황이 다르지만 기후변화가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올 때 협력 기능은 강화되고 투자도 늘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저출산과 저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녹색기술과 청정 에너지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환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이라고 할 수 있고 제품의 차별화 요소와 친환경적인 고객 선호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국내 산업의 생존 전략은 녹색성장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천자춘추] 아동학대로 일그러진 영웅들

오늘날의 아동보호정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다. 그중 1998년, 1999년, 2013년, 2020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들은 현재 아동 보호 정책의 토대가 된 역사적 사건들로, 필자를 비롯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들은 매일 이 사건들을 떠올리며 책임감을 다짐한다. 1998년 영훈이 사건과 1999년 신애 사건은 가정 내 아동학대의 위험성을 사회에 각인시키며,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의 시발점이 됐다. 2013년 칠곡과 울산의 계모 학대 사건은 큰 충격을 주며, 아동학대범죄 처벌을 위한 특례법이 2014년에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2020년 정인이 사건은 법적 허점을 재조명하며 2021년 특례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법적 체계가 갖춰지기까지 무려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 이후 23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470명에 달하며, 여전히 매년 수십 명의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다. 23년간 법과 제도가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호 체계의 사각지대에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법적 체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조기 발견과 신고는 아동의 생명을 구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이를 주저하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의무자로 지정된 25개의 직군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아동학대 예방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아동보호는 특정 직군이나 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다, 저출산 시대에 한 생명의 탄생만큼이나 그 생명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학대를 받은 아동과 그 가족에게는 적절한 지원과 치료가 제공돼야 한다. 아동학대는 단순히 개인의 트라우마로 끝나지 않고, 피해가족의 삶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와 지역사회의 복지 시스템은 이런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부모와 보호자들이 건강한 양육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아동학대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적 보완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연대가 절실하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모두가 아동학대 예방의 주체가 되기를 바라본다. 필자는 앞으로도 ‘통계로 보는 아동학대’, ‘아동보호체계의 사각지대’, ‘아동학대 현장이야기’, ‘아동양육의 중요성’ 등 다양한 내용으로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과 더불어 건강한 아동과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한 긍정의 양육인지 이야기를 이어가보고자 한다. 오늘도 대한민국 아동과 부모들을 응원한다.

[천자춘추] 위기를 넘는 ‘교토삼굴’의 지혜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으며 청년실업과 일자리 부족 문제는 사회적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에 급급해 국민을 외면하고 있고 오히려 지역 간, 이념 간, 세대 간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외교의 자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재당선되면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부활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같은 요구로 한국에 압박을 가했고 이는 한미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외교적 부담을 가중시킨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첨단 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칩4 동맹’을 강요받고 있고 이는 여전히 무역에서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에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북-러의 군사적 동맹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한국 외교의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 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그 요지는 위기에 대해 다각적인 대비책과 대안을 통해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째,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첨단 산업 육성과 함께 중소기업과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며 복지 확대와 안전망 강화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고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 둘째, 정치권은 내부 갈등을 멈추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협력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투명한 정책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증명하고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국가 발전 비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통합과 국민적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외교적으로는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되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조율하며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다자 간 외교와 중견국 외교를 통해 다양한 외교적 옵션을 마련함으로써 국제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천자춘추] 안전관리, 기술과 마음이 함께하다

국가의 경쟁력은 국민의 안전을 얼마나 잘 보장하는가에 달려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는 올해 ‘안전관리 혁신’을 통해 건설현장의 안전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으며 이를 통해 사업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32대에 불과했던 건설현장 스마트안전 폐쇄회로(CC)TV는 현재 90대를 넘어섰으며 이를 활용해 본부의 모든 건설현장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원격 안전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청사 내 본부장실, 안전상황실뿐만 아니라 휴대폰으로도 현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으며 각 지사에서도 모니터링 부스를 통해 관리의 손길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재해발생률이 이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일일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의 디지털화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수기 문서로 작성되던 TBM이 모바일 설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되며 모든 현장 데이터를 즉시 집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위험 요소를 즉각 파악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 건설 현장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또 지도앱과 현장정보가 통합돼 현장의 작업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도입됐고 현장 관리의 신속성과 편리함이 크게 증대됐다. AI 기반 기술을 안전관리 업무에 도입한 것도 큰 성과 중 하나였다. 챗GPT의 멀티모달 기능을 통해 현장 사진을 분석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안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신속히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AI의 도움으로 위험성 평가서 작성도 간편해져 안전 관리자의 업무 부담을 덜었다. 본부는 기술 혁신과 더불어 안전 담당자의 역량 강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산업안전보건공단과 정기적으로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최신 안전 트렌드와 정부의 안전 키워드를 공유하며 안전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전 담당자들은 더욱 체계적인 안전관리 역량을 갖추게 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2025년에는 이러한 기술과 안전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 특히 경기도시개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사현장이 많은 공공기관과 협력해 합동점검 및 안전 역량강화 회의를 추진해 건설현장에서의 사망사고와 산업재해율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공공기관 간 협력을 통해 안전을 모든 국민의 권리로 만드는 일에 주력해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다. 안전은 더 이상 일부의 책임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기술과 사람의 힘으로 이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문화는 하루아침에 정착되지 않는다.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고 서로의 안전을 위해 협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가치다. 공사에서는 앞으로도 기술 도입과 인적 역량을 강화해 건설 현장의 안전을 지키고 모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천자춘추] ‘누칼협’, 사직서 작성과 부당해고

‘누칼협’이란 표현이 최근 인터넷상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는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의 줄임말로 어떤 일을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려는 상황에서 사용된다. 근로관계에서 누칼협이란 말이 나올 만한 상황이 있다. 바로 ‘사직서’ 제출 이후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경우다. 최근 경기가 안 좋다는 게 상담에서 느껴진다. 해고와 관련한 상담이 부쩍 늘었다. 근로자 해고 관련 상담을 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회사의 권유로 사직서를 작성하게 됐는데 부당해고인가요’, ‘권고사직을 당했는데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가능한가요’ 등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직서 제출로 근로관계가 종료됐다면 부당해고가 성립하기 어렵다. 판례에서 사직서 제출은 강요·협박 등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근로관계 종료 의사를 밝힌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한다.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떨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형식을 취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 해고에 해당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 해고라고 볼 수 없다.’ 판례 문구를 쉽게 풀이하면 이렇다. ‘당신이 나간다고 했으니 회사가 자른 게 아니다. 다만 회사가 나갈 수밖에 없게끔 강요·협박 등을 한 경우에만 해고로 인정해 준다.’ 강요·협박이 없는 사직서 제출은 해고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경우 회사로부터 사직서를 요구받은 상황이라면 충분히 고민한 후에 행동해야 한다. 본인이 회사를 떠날 생각이 있는지, 이후 경제활동은 어떻게 할 것인지, 실업급여 수급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고려했을 때 회사를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함부로 사직서를 작성해선 안 된다. 만약 회사가 폭력·폭언 등을 통해 사직서 작성을 강요해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할 경우에는 회사로부터 부당한 행위를 당했다는 입증자료를 남겨야 한다. 사직서를 작성하기 전에 메시지, 메일 등 자료를 수집해 자신이 사직서 제출을 강요당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녹취도 좋다. 다만 대화 당사자에 본인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 불법 녹취가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원치 않은 사직서 제출로 억울한 상황에 처하지 않길 바란다.

[천자춘추] 청소년 활동과 빨간약

청소년기는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성장기다. 이 시기에는 의사결정 능력이 향상되며 자아가 형성되고 가치관이 정립되는 다양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또 또래 집단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 사회적, 심리적 발달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한편 청소년기는 청소년들이 속한 주변 환경 여건과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시기이기도 하다. 성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기에서 나타나는 불균형적인 모습, 청소년기에서 받을 수 있는 작은 영향 등 다양한 요소가 청소년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청소년기본법에 따르면 청소년 활동은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필요한 활동과 이러한 활동을 소재로 하는 수련활동, 교류활동, 문화활동 등 다양한 형태의 활동’이다. 즉, 청소년들이 균형 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그들의 자아를 주체적으로 형성해 나가야 한다. 요즘 사회적 이슈와 안전, 저출생, 예산 등의 이유로 청소년 활동이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약, 도박, 폭력 등 각종 청소년 문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지만 청소년 활동 축소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중요한 시기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청소년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양한 활동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 ‘청소년 문제 최소화’ 등과 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명칭이 생소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만병통치약처럼 바르던 약이 있었다. 이는 붉은 갈색을 띤 살균 소독제인 머큐로크롬을 통칭한 ‘빨간약’이다. 처음에 발랐을 때 다소 따끔한 빨간약을 통해 우리는 상처가 생겼을 때 덧나지 않도록 이를 소독하고 치료했다. 현재 위축돼 있는 청소년 활동이 활발해진다면 이는 타 분야에의 예산 문제를 낳을 수도 있으며 당장의 이슈 해결을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즉, 청소년 활동의 확대는 우리 사회를 당장은 ‘빨간약’을 발랐을 때와 같이 따끔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청소년들이 기대하는 다양한 경험을 충족시키고 청소년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청소년 문제가 줄어드는 ‘소독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청소년 활동의 부활 및 확대는 청소년을 넘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소독하고 치료하는 빨간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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