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의대 쏠림’ 국가 미래는 안전한가

최근 수험생들이 의대 지원에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는 국가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대한민국이 이공계를 외면하고 의료계로 쏠리는 현상은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크다. 창의적인 연구와 혁신이 필요한 산업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줄어드는 현실은 우리 교육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단순히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는 인재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창업가정신’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창업가정신은 단순한 창업 기술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핵심 요소다. 성취욕구, 혁신성, 진취성, 위험감수성과 같은 특성은 창업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에서 필수적이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가정신을 갖춘 인재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미국의 카우프만 재단은 창업가정신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프런티어정신을 계승하는 데 집중해 왔다. 이곳에서는 창업가정신 함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창업가적 사고방식을 키우는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 정책 개발, 창업 지원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미국은 글로벌 창업 강국으로 자리 잡았으며 청년들이 단순 취업이 아닌 창의적 도전과 혁신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대학과 기관에서 창업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중·고등 교육과정에서 체계적인 창업가정신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와 교육계가 협력해 창업가정신을 필수 교육 요소로 포함하고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도전정신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높은 연봉만을 목표로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비전과 도전정신을 품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길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창업가정신을 갖춘 인재들이 많아질 때 대한민국은 글로벌 혁신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창업가정신을 강화해 국가경쟁력을 높일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천자춘추] 규칙적인 스트레칭 효과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는 삶이 가장 행복하고 좋은 삶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인체의 모든 근육은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이고 규칙적인 활동을 통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며 근육의 기본적인 기능이 손상되면 그와 관련된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인체공학적으로 잘못 디자인되거나 잘 맞지 않은 가구나 몸의 부적절한 사용과 의복이 통증 유발점을 만들고 통증을 발생하게 한다. 해결 방법은 잘 디자인된 가구로 교체하고 신체 활동의 변화와 몸에 잘 맞는 의복을 입는 것이 좋다. 잘못 디자인된 가구나 잘 맞지 않은 가구는 만성적인 기계적 스트레스와 통증 유발점을 생성해 통증의 지속 사이클을 만든다. 근골격계 질환은 근육이 짧아지면서 문제를 만들고 근육은 사람의 형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근육은 단독으로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에 조화를 이뤄야 한다. 나쁜 자세는 근육의 불균형 상황을 만들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가질 수 있게 하고 결국 균형 상실이 스스로 복구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정상적인 근육의 움직임을 수축이라고 하는데 근육은 짧아질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 근육의 약화 단계는 근육의 과긴장 및 단축으로 근막이 유착되고 근막 유착은 통증 유발점을 형성한다. 이렇게 근육 불균형의 악순환은 근육의 과부하 및 잘못된 자세의 지속으로 근조직은 미세손상, 즉 근육과 근막 조직의 변화를 만들어 움직임 패턴과 자세 변화를 일으켜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하게 돼 우리 몸은 불균형이 나타나게 된다. 짧아진 근육과 통증 유발점의 원인은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된 근육에 젖산이 축적돼 통증을 만들고 그 통증으로 근육은 다시 긴장하게 된다. 특히 겨울철에는 신체 활동의 감소와 움직임의 둔화로 근육은 더 뭉치고 굳어져 통증을 만들고 지속시킨다. 이제 건강한 몸을 위해 근육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실시해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가는 계절이 됐다. 매일매일 스트레칭으로 우리 몸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건강하고 홀가분하게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천자춘추] 독립유공자 묘소 참배 캠페인

올해는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광복 80, 독립유공자 묘소 참배 캠페인’은 국권 회복을 위해 그 힘든 시대를 견디며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은 애국선열들의 묘소를 찾아 헌화·참배함으로써 숭고한 정신을 광복 80년을 맞아 온 국민이 함께 기리고 기억하고자 추진됐다. 이번 참배 캠페인은 삼일절을 계기로 독립유공자가 안장돼 있는 서울현충원·대전현충원, 제주호국원, 대구신암선열공원을 비롯한 전국 4개 국립묘지와 국가 관리 합동 묘역 일곱 곳, 그리고 개별 묘소에 안장된 7천900여명의 독립유공자를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지역별 지방자치단체장, 군인·경찰·소방 제복근무자, 학생, 각계각층의 인사로 구성된 아너스클럽, 지역봉사자, 공무원, 보훈가족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이번 캠페인은 광복 8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에 지역에서 ‘모두의 보훈’문화를 확산시키고 독립유공자를 예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경기동부보훈지청은 캠페인 사업에 동참해 삼일절을 계기로 관내 독립유공자 묘소를 찾아 참배를 진행하고 있다. 용인, 성남, 광주, 하남, 안성, 여주, 이천 지역에 산재한 독립유공자의 묘소는 112개소다. 경기동부보훈지청은 지난 2월27일 국권 회복을 주장하며 자결 순국한 충정공 민영환 선생의 묘를 찾아 헌화·참배하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한 선열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이 밖에도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한 항일 언론인이자 민족운동가인 석농 유근 선생묘, 독립운동가 조소앙 선생과 함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여성 독립운동가 조용제 선생의 묘소를 참배했다. 국립묘지 외에 안장된 독립유공자 묘소의 실태를 파악해 체계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체 묘소 실태조사도 동시에 진행한다. 묘소 인근 환경 정화와 야생동물 피해 여부를 함께 조사해 독립유공자의 생애와 독립정신을 기억하는 사회적 예우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매월 독립운동 관련 기념일과 연계해 연중 캠페인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광복 80주년과 삼일절을 맞아 시작한 이번 캠페인이 단순한 묘소 참배를 넘어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출발점이 돼 그분들의 묘소를 찾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일에 더 많은 국민이 동참하는, 나라를 세울 때의 절박함으로 나라의 위기 극복을 위해 보훈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천자춘추] 2025년에 보는 3·1정신

2025년 삼일절은 비상계엄 사태의 혼돈 속에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지나갔다. 올해가 광복 80주년인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계엄 국면에서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실행력은 우리 공동체의 높은 의식 수준을 보여줬으며 이는 106년 전 울려 퍼졌던 독립만세운동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1운동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일제 식민지배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이를 전 국민이 행동으로 보여준 역사적 쾌거다. 단 한시도 일본의 지배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당시 발표된 독립선언서에는 조선 독립이 “조선인으로 하여금 정당한 삶을 누리게 하는 동시에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에 필요한 단계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단 한 줄도 무력을 사용하자는 표현이 없고 오로지 “인류 공통의 옳은 성품과 이 시대의 지배하는 양심이 정의(正義)라는 군사와 인도(人道)라는 무기”에 힘입어 독립을 주장했다. 어떤 사람은 온건한 독립선언서를 당시 추세였던 민족자결주의에 기댄 독립청원서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초안을 쓴 최남선이 후에 친일파로 변절했음을 꼬집기도 한다. 이런 견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선언서가 우리 민족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 표출과 함께 일본의 부당한 지배를 일갈하고 우리의 도덕적 우위를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유와 정의를 위한 운동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위력(威力)의 시대는 가고, 도의(道義)의 시대가 왔음’을 선언한 부분은 우리의 지난한 반독재 민주화 투쟁과 연결된다. 일제의 압박과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시대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4·19, 5·18, 6·10으로 쌓아 올린 민주주의라는 공든 탑을 일거에 무너뜨리려고 했던 반헌법적 계엄 시도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물거품이 됐다. 이후 탄핵 국면 속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열렬한 의사 표현은 “최후의 한 사람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시원하게 발표하라”는 선언서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고 “모든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며, 우리의 주장과 태도를 광명정대(光明正大)케 하라”는 부분은 오늘날 비폭력적이고 질서정연한 시위문화를 자리매김하는 지표가 됐으리라. 1919년 3월1일 시작한 만세 시위는 4월30일까지 전국적으로 1천200회 이상 벌어졌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던 경기도에는 곳곳에 많은 3·1운동 유적지와 기념관이 위치해 있다. 화성시의 제암리 순국 유적지와 2024년 개관한 독립운동기념관, 오라니장터 만세운동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김포시 독립운동기념관, 3·1운동 3대 실력항쟁지로 꼽히는 원곡·양성 만세운동을 간직한 안성시 3·1운동기념관 등 많은 관련 시설이 있다. 이번 3, 4월에는 가까운 독립운동기념관을 방문해 3·1정신 속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의지를 찾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천자춘추] 이원론과 주체

우리 사회에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주체’ 혹은 ‘자아’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 근원에는 ‘나’라는 강한 중심이 자리 잡고 있으며 ‘나’를 중심으로 ‘나’의 주변에 무수한 ‘대상’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일까.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언론을 통해 만나는 모습들은 항상 ‘내가 옳다’는 목소리와 ‘너는 틀렸다’는 강한 신념들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임에도 그 다양한 목소리들이 서로 융화되지 못하고 마치 물과 기름처럼 끊임없이 서로 분리되기만 하려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다름을 다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는 인류의 역사 속에 그 답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서양 철학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가장 큰 관점 중의 하나가 ‘이원론’이다.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현실의 구분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데아는 만물의 근원으로 절대적이며 본질의 원형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리고 현실은 이데아의 원형을 모방한 허위의 세계일 뿐이다. 그러니 이원론의 핵심에는 항상 옳고 절대적인 이데아가 존재하며 이를 모방하고 있는 허위의 현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데카르트는 인간의 존재를 설명하면서 생각하는 주체로서 ‘코기토(Cogito)’, 즉 인식하는 주체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를 중심으로 인식의 대상이 함께 주어진다. 이러한 주체의 존재는 20세기를 지나며 더욱 강하게 자리 잡게 되며 ‘나’라는 ‘주체’의 절대성이 강조되고 이에 따라 ‘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은 ‘대상’으로만 주어지게 되며 그러한 ‘대상’의 중요성은 간과되는 현상이 확산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주체’와 ‘대상’의 이러한 왜곡된 현상은 ‘나는 항상 옳고, 너는 항상 틀렸다’라는 잘못된 관점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나’와 ‘너’ 혹은 ‘중심’과 ‘주변’, ‘선’과 ‘악’, ‘옳음’과 ‘그름’ 등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이 극단적 가치 판단으로 연결되지 않고 때로는 ‘네가 옳고 내가 틀렸다’라는 유연한 상대적 구분으로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성숙하지 않을까.

[천자춘추] 꽃이 주는 치유와 위로

꽃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정서적 고립감이 점점 심화되는 시대에 꽃은 사랑, 우정, 감사 등의 마음을 표현하거나 우리의 감정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연 치료제와 같다. 블루벨, 아이리스 같은 파란색 꽃은 안정감과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해바라기와 튤립의 노란색 꽃은 활기를 불어넣으며 행복감을 증진시킨다. 장미와 라벤더 같은 향기로운 꽃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신경계를 안정시키며 기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꽃의 효능은 단순히 과학적 연구에서만 증명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많은 사람이 체험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최근 불면증으로 고생 중인 지인을 만났다. 그분에게 라벤더와 재스민 향이 섞인 꽃다발을 추천했더니 몇 주 뒤 그는 이 꽃들이 침실의 분위기를 바꾸고 더 깊은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꽃은 단순히 한 장소를 꾸미는 역할을 넘어 우리의 삶에 깊이 스며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무실 책상 위에 작은 화분을 두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색상에 따른 심리적 효과는 공간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한다. 파란색 계열은 냉정함과 집중력을, 노란색과 오렌지색은 창의력과 에너지를 활성화시킨다. 향기로운 꽃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긴장을 푸는 데 효과적이다. 아로마테라피에서 자주 사용되는 라벤더와 로즈메리는 감정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며 티트리, 유칼립투스는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이렇게 다양한 허브는 반려식물로 키우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스트레스 및 불면증 완화와 숙면 유도, 피부 진정, 통증 완화, 항균 효과까지 정말 인체에 유익하고 자연 치유적인 효능이 많다. 실내 환경을 변화시키는 꽃의 배치법, 다양한 색상의 심리적 효과, 특정 향기가 감정 조절에 미치는 영향 등 꽃 한 송이로도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천자춘추] 디지털인공지능 교육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혁명과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교육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하며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최근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과 역량 강화 지원 방안 등 다양한 디지털, 인공지능과 관련된 정책 자료들이 나오고 있어 학습의 기초로 언어·수리와 디지털 소양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 인공지능 기술은 학교 현장에서 온라인 학습 플랫폼, 스마트 기기, 그리고 다양한 에듀테크 도구들은 학생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넓히고 있다. 학생들은 이제 물리적 교실을 넘어 온라인 공간에서도 학습할 수 있으며 이는 교육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지만 AI디지털교과서의 도입을 통해 AI를 활용한 개별화된 학습이 가능하게 되며 그동안 교사들이 한 교실 안에서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모두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디지털 및 인공지능 기술이 학교 교육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도 분명 존재한다. 첫째,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모든 학생이 동등하게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기술 의존성이 지나치게 강화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도구는 학습을 보조하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학습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또 디지털,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와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AI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에 미칠 영향, 개인정보 보호 문제, 그리고 AI의 책임 소재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은 우리의 미래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디지털 리터러시와 AI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미래를 대비하는 학교 교육은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기술을 책임감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신도시와 미래 항공 모빌리티

풍족하게 의식주를 누리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오늘날 불특정 누군가에게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가’라고 질문하면 대다수가 ‘그렇다’고 답변할 것이다. 그러면 좋은 집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러 조건 가운데서도 중요하게 꼽히는 조건은 ‘위치’와 ‘환경’일 것이다. ‘사람의 자식은 서울로 보내고 마소 새끼는 시골로 보내라’라는 속담이 있다. ‘위치’와 ‘환경’ 조건의 중요함을 뜻하는 옛말로 중요 공공기관, 회사, 학세권이 대부분 서울에 위치해 있어 성공하려면 상경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은 과밀화가 진행됐다. 덤으로 서울의 집값도 폭등하게 됐다. 이에 정부는 과밀화 방지를 위해 도심의 기능을 분산하고 치솟는 집값을 조정위해 수도권 내 주택 공급을 대안으로 내놓았고 이렇게 ‘신도시’가 탄생했다. 신도시는 1980년대 1기를 시작으로 2기, 이제는 3기 신도시 조성에까지 이르고 있다. 기수를 거듭할수록 도심 기능 분산과 집값 조정을 위해 ‘신도시’는 점차 서울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고자 원활한 접근성을 위한 광역교통수단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교통수단 역시 차량, 철도로만으로 한정되던 광역교통수단에서 이제는 고속화와 항공수단으로까지 확장되려는 움직임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한계성이 뚜렷했던 기존의 항공수단은 소형화돼 한계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항공수단으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이를 ‘미래 항공 모빌리티’, 즉 AAM(Advanced Air Mobillity)이라고 한다. AAM은 신개념 교통수단으로 현재 운용 중인 일반 항공기와 달리 공항까지 가서 수속을 밟는다거나 착륙 뒤에도 도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드론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해 활주로가 아닌 착륙장만으로 가능해 면적도 적게 차지할 뿐더러 소음 발생에 있어서도 기존의 고정익, 회전익 항공기보다 자유롭다. AAM은 UAM(Urban Air Mobillity)과 RAM(Regional Air Mobility)으로 나뉘는데 UAM은 도심 간을 잇는 AAM이며 RAM은 지역 간을 잇는 AAM이다. AAM의 큰 장점을 꼽자면 도로나 철도는 ‘선’으로 구성된 도로나 선로를 양방향으로 다니는 체계이기에 수요가 높은 곳으로 교통효과가 쏠리기 십상이지만 AAM의 경우 이동 범위가 ‘원’으로서 상당히 입체적인 교통수단이다. 일례로 현재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내외이지만 경기도내 시·군 간 이동은 거리에 따라 1시간을 훌쩍 넘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AAM은 경기도내 지역별 불균형 현상을 해결할 매력적인 교통체계임이 분명하다. 이를 증명하듯 서울시는 UAM을 통해 도심화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도심 간 연결성을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춰 경기도 역시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앞으로 조성해 나갈 3기 신도시에 AAM 체계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는 것이 어떨지 조심스레 제언해 본다.

[천자춘추] 지방정부, 민생경제 희망 씨앗 뿌려야

지난 3일 충격적인 통계자료가 발표됐다. 민생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작년 소매판매액지수가 21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특히 3년 연속으로 지수가 감소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간이다. 내수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서민경제의 근간인 자영업자의 폐업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후 실업급여를 받은 자영업자 수는 지난 4년보다 2.3배나 늘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 있는 경기도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자영업자의 1년 생존율이 83%에 달했으나 2024년에는 76.8%로 크게 떨어졌다. 올해 1월에만 도내 자영업자 수는 7천명이나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윤석열 불법 계엄이 식어가는 경제에 얼음물을 끼얹었다. 영국의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계엄의 영향으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로 끌어내렸다. 계엄의 여파로 중앙정부가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는 사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경기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사업인 ‘통큰 세일’의 예산을 지난해 40억원에서 올해 100억원으로 증액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통큰 세일의 효과는 숫자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사업 대상 재래시장의 매출액이 27.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설 명절을 앞두고 방문한 재래시장에서도 상인들은 통큰 세일에 대한 호평을 이어갔고 사업 확대 요청도 빗발쳤다. “계엄의 여파로 민생과 경제가 참담한 수준이지만 지방정부와 시민이 제자리를 굳건하게 지킨 덕분에 혼돈의 시대에도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주민들이 몸소 체감할 수 있는 우수 민생정책을 지방에서부터 확산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결의한 내용이다. 전대미문의 재앙인 코로나 사태 당시 지방정부는 ‘드라이빙 스루 검사소’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K-방역을 이끌었다. 중앙집권적 권력의 폐해로 발생한 계엄 사태 속에서 지방정부가 민생경제에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천자춘추] 파파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

매섭고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생명력이 다시 꽃피우는 봄이 온다. 무엇인가 새롭게 출발하고 싶지 않은가. 따뜻하고 자유로운 생명력을 만끽하고 싶은 봄의 시작 즈음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들을 감상해 보면 어떨까. 하이든은 생의 대부분을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 음악감독으로 고용돼 성실하게 일하며 차근차근 명성을 쌓아 올렸다. 니콜라스 에스테르하지가 세상을 떠난 후 거의 60세가 돼서야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 벗어나 빈에서 자유롭게 활동했던 하이든은 이때 런던의 음악흥행사 잘로몬의 초청을 받아 런던 청중을 위해 93번에서 104번까지 소위 런던교향곡을 작곡했다. 이 12개의 런던교향곡은 하이든 교향곡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걸작이다. 런던교향곡 중 느린 악장의 약박에 갑작스러운 포르티시모의 음향 효과를 넣어 의도적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집중력을 사로잡은 94번 놀람교향곡은 새롭고 신선한 요소를 재치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100번 군대교향곡은 2악장 알레그레토에 이전까지의 교향곡 편성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고전주의 시대 교향곡으로는 획기적인 다양한 타악기가 등장한다. 트라이앵글, 심벌즈, 베이스드럼이 등장하고 트럼펫은 군대 신호를 연상하게 하는 팡파르를 연주한다. 4악장의 주요 선율은 영국민속무곡집에 실렸을 정도로 이 교향곡은 런던 청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또 101번 시계교향곡은 2악장에서 시계추처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반주음이 끊기지 않고 그 위로 하이든 특유의 소박하지만 우아한 선율이 따뜻하게 노래한다. 이처럼 런던교향곡은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새롭고 신선한 생명력과 특유의 유머감각이 돋보이면서도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답게 탄탄한 구성미와 연륜이 느껴진다. 이와 더불어 따뜻한 인품과 모범적인 통솔력으로 ‘파파 하이든’이라 불리던 그의 품격이 배어 나오듯 담겨 있어 시작되는 봄, 누구나 듣기에 매력적인 작품이라 확신하며 선뜻 권하고 싶다.

[천자춘추] 뱀처럼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시장

시장에 가 보면 어디를 가나 손님이 줄어 걱정이라고 한다. 특히 지방 상권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밤 늦게까지 붐비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10시가 되기도 전에 어두컴컴한 곳이 많다. 시장이 좋아지길 기다리지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의 악재는 여전히 소비를 위축시키고 지역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침체의 사슬을 끊는 방법은 고객을 모으고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일 텐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자체들도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글로벌 시장 변화와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는 ‘트렌드 코리아 2025’는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로 ‘옴니보어(omnivore)’를 제시했다. 집단의 전형적인 소비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과 취미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소비하는 ‘잡식성 소비자’를 이르는 말이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이 세분화되고 개인차가 커지면서 이런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기존의 고객집단에 맞춘 제품이나 서비스를 여전히 고집하면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고령층 소비자들도 과거와 달리 디지털 기기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고 새로운 트렌드의 수용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고령층 위주의 시장도 트렌드를 반영해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열악한 지역 상인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소개한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뱀처럼 예민한 감각을 갖고 대응한다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근의 개성이 강한 소비자들은 편리한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상황에 따라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 등 다양한 채널을 폭넓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이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역 상인들은 고객과의 소통 채널을 늘려야 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을 만들어 내고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AI와 안전관리의 진화

지난 1월, 중국의 한 인공지능 개발사에서 공개한 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온 세계가 들썩였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엄청난 자원을 축적해야만 고성능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이 AI의 등장으로 이제 많은 업계, 분야에서 AI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평이 열렸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인공지능으로의 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2025년 안전관리 분야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공사는 그간 공공 분야에서 선진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자랑하며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왔으며 올해는 단순한 AI 도구 사용을 넘어 시스템 설계와 실제 업무 접목 단계로 발전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AI를 활용한 업무 전문성 및 활용 범위 확대다. 이제 안전관리 시스템 제작 과정에서 전문 지식이 없는 직원도 AI 기술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토목과 안전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발휘하지만 코딩이나 AI 기술에는 문외한인 직원들이 ‘대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안에 AI를 적용하는 일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현실이 됐다. Grok 3, GPT-4.5 같은 최신 AI 기술의 등장으로 2025년에는 업무 맞춤형 프로그램 제작과 배포가 보편화될 것이다. 이러한 도약의 신호탄으로 이번에 신규 개발한 ‘안전서류 점검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수많은 관련 법령에 얽힌 복잡한 규제로 전문가가 아니라면 어떤 법과 서류가 내 현장에 적용되는지 직관적으로 찾아보기 쉽지 않고, 또 이를 해결해 줄 단일화된 시스템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신규 개발된 시스템은 공사비 규모 및 시공단계, 관련 공종에 따라 그에 맞는 서류 목록을 직관적으로 제시해줘 현장 관리자의 능동적인 대처를 가능케 하고 점검자의 확인도 어렵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공사에서 이번에 도입한 시스템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공공 분야 안전관리 방식 개선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이를 통해 공사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은 시험 단계로 안정화될 때까지 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 기술 발전에 발맞춰 카메라와 AI를 결합한 고도화 등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을 이어간다면 자료의 양뿐만 아니라 질까지 세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은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우리의 업무와 사람에게 맞게 재창조하는 해가 될 것이다. 공사에서는 건설현장 안전사고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혁신을 지속할 것이며 이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약속이기도 하다.

[천자춘추] 아시안게임의 기억 ‘임춘애’

안중근 거사의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열린 제9회 동계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는 개최국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박세리, 박지성, 김연아, 손흥민 등 세계적 스포츠 스타 보유국이다. 이들은 국제무대를 누비며 태극기를 빛내 왔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스포츠 스타로는 쇼트트랙 세계 최강 최민정, 김길리(성남시청), 신(新)빙속여제 김민선(의정부시청), 컬링 여자 경기도청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을 보면서 국민들 기억에 남아 있는 ‘스포츠 스타’ 한 명이 떠올랐다. “그 누구야. 현정화 걔도 라면만 먹고, 금메달 3개씩 따버렸어.” “임춘애입니다. 형님.”(영화 ‘넘버 3’ 대사 중). 송강호 배우가 흥행시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영화 속 명대사의 주인공 임춘애 선수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1988년 서울올림픽 성화 봉송 최종 주자, ‘라면 소녀’, ‘육상 신데렐라’ 등으로 알려진 한국 육상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녀의 화려한 모습 뒤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사실 그는 당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였다. 이후 치러진 전국체전 3,0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큰 주목을 받게 됐고 ‘극적으로’ 국가대표에 합류했다. 고교생 국가대표로 깜짝 선발된 임춘애는 1986 서울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800m, 1,500m, 3,000m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3관왕을 달성, ‘육상 신데렐라’로 거듭나면서 전 국민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언론은 1986 서울아시안게임 영웅으로 찬사를 보냈고 우리 국민들은 그를 좋아하게 됐다. 가난과 역경을 이겨낸 육상 영웅의 탄생이었다. ‘라면 소녀’, ‘육상 신데렐라’ 등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임춘애 선수 이야기는 어렵던 시절 스포츠를 통해 성공을 이뤄낸 대표적 ‘흑수저 성공 스토리’이기도 하다. 임춘애 선수는 현재 경기도체육회 직장운동경기부 지원협력관으로 근무하며 경기도청 소속 선수와 도체육회 간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도체육회는 지난해 ‘제1회 임춘애 육상 트랙대회’를 화성시에서 개최, 어린이들과 생활체육인들에게 육상 축제의 장을 제공했다. 많은 후원사의 관심과 지원으로 대회는 한층 빛났으며 참가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도체육회는 스포츠 영웅의 업적을 기리고 기초종목이자 비인기종목인 육상 활성화를 위해 올해 두 번째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 스타의 선한 영향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경기도민과 후원사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천자춘추] 헤징 외교

우리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불리한 지정학과 지경학적 특징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문장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주도하는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는 호전적인 팽창정책을 전개하고 있고 트럼프의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압력을 구사하면서 양국 간의 갈등은 ‘비대칭적 전쟁(Asymmetric Warfare)’으로 전개되고 있다. 비대칭적 전쟁은 서로 다른 군사적, 경제적, 기술적 역량을 가진 두 세력이 군사적 충돌이 아닌 비정규적이고 창의적 방법을 통해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2022년 등장한 챗GPT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고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이 영원한 승자의 자리를 굳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5년 1월27일 갑자기 딥시크(DeepSeek)란 이름의 앱이 미국 앱스토어 무료 앱에서 1위를 달성하고 챗GPT를 2위로 몰아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를 만들기 위해 1천700명의 연구자가 개발에 투입된 것에 비해 딥시크는 단지 200명의 토종 중국 기술자들이, 그것도 30분의 1의 가격과 1년 반 만에 완성했다. 이 모델이 공개되자 미국의 기술 주식 시장이 급격히 하락했고 엔비디아의 주가가 17% 폭락해 하루 만에 6천억달러의 시가 총액이 증발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 기술, 군사, 사회적 전방위적인 비대칭적 전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단순한 군사적 패권 경쟁을 넘어서는 전방위적 안보 경쟁으로 글로벌 질서와 각국의 외교 정책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국은 바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나 언론에서는 한국이 고래 싸움의 새우라는 표현을 쉽게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이 표현은 너무 극단적이거나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서 핵심적인 영역인 반도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또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로서의 위상을 자랑하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선진국이니 스스로를 새우로 표현하는 자조 섞인 단어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 시간에 우리는 우리의 지위와 영향력을 확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외교정책을 펴고 강대국 간의 갈등 속에서도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외교정책을 헤징전략(Hedging Strategy)이라고 하는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통적 동맹국과 필요에 따른 이익을 위해 다른 강대국과의 협력도 놓치지 않는 스마트함과 자주성을 키워야 한다.

[천자춘추] 지역사회와 청소년 성장

지역사회는 일정한 지리적 범위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활공동체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유사한 생활 방식과 문화를 공유하며 공동체에 대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삶의 터전이다. 구성원들 간 유대감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하며 발전해 나가는 중요한 사회적 단위다. 과거에는 또래 친구들과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마을 구성원들과 교류하며 성장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인구 감소, 도시개발, 핵가족화,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인해 이웃 간의 교류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입시 위주의 교육문화가 만연하면서 대다수 청소년은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고 있고 자연스럽게 그곳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성장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지역사회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통하고 경험하면서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단순히 혜택을 받는 수혜자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활동을 경험하며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책임감과 주체성을 키우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청소년 활동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청소년 시설을 활용한 청소년 활동 공간 지원,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많은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지원,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기업 및 민간단체 협력 네트워크 구축, 공공기관 및 지자체 지원 등이 있다.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연계해 청소년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면 청소년들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사회와 청소년이 상호 작용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건강한 지역사회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는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가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하는 환경을 조성할 때 청소년들이 마음껏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안녕, 불확정성

우리는 정답을 좋아한다. 2+2=4, 2×3=6. 숫자를 배우면서 함께 외운 구구단은 잠결에도 정답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유치원 및 초·중·고교, 성인이 되기까지 15년간 정답을 찾는 법을 배우고 익히느라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대학에 가니 교수는 학문에 정답이 없단다. 필자가 대학에 간 후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다. 교과서에 있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그동안 난 무엇을 공부한 것일까’ 깊은 혼란에 빠진 순간이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명확하고 가시적인 정답을 추구한다. 정답은 분명해서 편하고 익숙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정형화된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은 이미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기계가 인간을 넘어선 지 오래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 공상과학 (SF)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염려할 정도로 인공지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경고하고 있다. 10년 안에 사라질 직업은 무엇이며 지금 인간을 대체할 기계가 얼마나 빠르게 개발·보급되고 있는지. 아마 앞으로 더 많은 인간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더해 주지만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불안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는 할 수 없지만 인간은 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기계는 인간보다 정답을 빨리 찾지만 인간은 기계보다 해답을 잘 찾는다. 정형화돼 기계적이며 상상과 해석의 틈이 없는 정답 찾기를 넘어서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교육을 통해 길러내야 할 인재는 다양한 영역을 이해하고 융합하는 종합적 사고, 창의적 사고, 타인에 대한 공감, 이를 바탕으로 한 협업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이는 인간만이 가능하다. 대학 신입생이 돼 혼란에 빠졌던 그날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정답이 없는 이 세계에서 나는 즐겁다.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나와 네가 우리가 되는 시간이다. ‘사고의 불확정성’은 기계는 불가능한, 인간만이 가진 자산이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대학은 신입생 맞이로 분주하다. 오리엔테이션, 신입생 환영회 등 신입생을 위한 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바쁘다.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은 신입생, 그대여, 불확정성의 바다로 뛰어들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 반갑게 인사하자. “(Bye가 아닌) 안녕(Hi), 불확정성!”이라고.

[천자춘추] 날마다 새롭게 또 새로워지자

기후 변화 때문인지 올겨울은 유별난 것 같다. 이상 고온과 한파가 공존하는 널뛰기 날씨로 절기상 우수이지만 곳곳에 쌓인 눈이 활동을 불편하게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필자가 소속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경기지역본부 직원들은 겨우내 하지 못한 국유일반재산 현황조사 준비를 위해 분주하다. 연간 조사 대상 재산을 확정하고 조사 차량과 드론 성능 점검은 물론이고 드론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변동사항도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하루 종일 발품을 팔며 10필지 정도를 조사했던 기억이 있는데 최근에는 드론 1회 비행 시 약 480필지를 촬영할 수 있다. 또 촬영 영상을 인공지능(AI)이 기존 관리 데이터와 비교해 무단점유나 현황 변경 등을 판단해 주기 때문에 재산 담당자는 발품을 팔지 않고 대부·매각, 변상금 부과, 고발 조치 등 재산관리자로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캠코가 추진한 ‘캠코형 디지털 전환’ 혁신 노력이 비약천리(飛躍千里)처럼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캠코는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 국유재산 법령 등 관련 지식을 학습한 생성형 AI 챗봇을 출시하고 업무 수행 시 필요한 정보를 그 출처와 함께 대화 형식으로 제공해 서비스도 운영할 방침이다. 결국 이러한 혁신 노력은 국가 재정 기여와 공공 자원의 효과적 활용, 재산 관리의 투명성과 신뢰 증진 등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올해 경기지역본부는 업무 혁신으로 경감된 국유재산 관리 업무량을 지역주민을 위한 서비스 개선에 투입하려 한다. 국유재산 이용 신청 양식에 업무 절차 안내를 추가해 민원인의 이해를 돕고 접수된 신청서를 관리자가 정기 점검해 처리기한 단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고객만족(CS) 교육도 강화해 직원들의 고객 친절도 향상을 도모할 방침이다. 대학(大學)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말이 있다.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로워지자’라는 의미인데 기관이나 기업이 혁신을 위해 끝없는 노력한다면 국민들의 신뢰가 더욱 견고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캠코 경기지역본부도 지역주민을 중심에 두고 일신우일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날마다 혁신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신뢰받는 지역 내 일등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천자춘추] 통계로 본 아동학대, 결국 부모교육으로 이어진다

“아동학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6천103건, 2023년 4만8천522건에 달했으며 2024년 5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모든 신고 건수가 아동학대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신고 건수 중 50~60%만이 아동학대로 판단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 관리를 통해 지원을 받는다. 흥미롭게도 출산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음에도 아동학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학대받는 아동 수가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긍정적인 해석으로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신고자의 유형을 보면 신고의무자나 주변인의 신고보다 아동 본인이나 보호자가 직접 신고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동권리와 학대예방교육이 학교 및 지역사회를 통해 꾸준히 이뤄진 결과로 교육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동학대는 가까운 곳에 있다.” 아동학대 행위자의 85% 이상이 부모이며 95% 이상이 보호자로 나타난다. 이는 아이를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닌 주양육자로부터 학대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동보호는 아동의 권리이자 보호자의 책무’라는 당연한 명제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가정 내에서는 훈육과 체벌이라는 명분으로 아동의 권리가 침해돼 왔다. 2021년 이른바 ‘징계권’이 폐지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보호자들이 훈육 과정에서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 가정 내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개선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우며 완전한 변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부모교육.” 아동교육은 이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필수교육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역단체에서도 ‘아동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요’, ‘우리 몸은 소중해요’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권리와 안전교육이 유아 단계부터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부모교육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부모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한계가 크다. 성인의 인식 개선은 아동과 달리 기존의 경험과 학습으로 형성된 사고방식 때문에 변화가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이를 위해서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부모교육의 장을 더욱 확대하고 의무교육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완벽한 부모는 없지만 건강한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자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간섭이 아닌 사랑으로 전달될 때까지 부모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아동학대는 단순히 특정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질 때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천자춘추] 예술혁명

동양의 서화는 서양미술에 비해 변화도 없고 재미도 없다. 검은 필묵만으로 승부하는 서화는 현란한 색과 구상 추상을 질주하는 아크릴 조형의 결정인 유화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호흡을 길게 해서 보면 거대한 예술혁명의 산맥이자 장강이 동양의 서화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명경단청-그림 같은 그림’을 보면 200년이 넘는 명나라 초기 중기 후기의 서화 산맥을 조망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조선의 겸재 정선이나 추사 김정희에까지 연결되면서 더 큰 태산준령으로 전개됐음도 독화(讀畵)해낼 수 있다. 동기창과 김정희가 만들어낸 국경을 초월한 필묵공동체가 그 사례다. 동기창은 이미 17세기 초반에 초예기자지법(草隸奇字之法·초서, 예서, 초예, 전서와 같은 비일상적인 문자를 쓰는 법)으로 나무는 무쇠같이 구불구불하게, 산은 모래사장에 송곳으로 그어 젖힌 듯 입체적으로 써냈다. 요즘 말로 ‘큐비즘’을 한 것이다. 왜? 전적으로 문인의 기운(士氣)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그 당시 철학 없는 직업화가들의 판에 박힌 그림을 전복시키는 방법론을 동기창은 그림이 아니라 이렇게 초예기자라는 글씨에서 제시했다. 글씨로 그림을 쓰면서 장르를 파괴시킨 것이다. 그래서 미국 클리브랜드뮤지엄 소장 동기창의 ‘강산추제도’ 같은 산수도는 엉뚱하게도 사각 삼각의 벽돌이나 원통 원추의 기하도형으로 해체된 세잔의 생빅투아르산이 연상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실제 동기창은 1607년 마테오리치가 한역한 유클리드의 ‘기하원본’과 같은 서학(西學)을 적극 수용했고 현장 사생도 열심히 해냈다. 그 결과 당-오-북송·남송-원-명과 같은 대륙의 역대 그림 고전의 방작(倣作) 위에 기운 생동하는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그림을 혁명시켜 냈던 것이다. 하지만 초예기자는 여전히 산과 나무를 여하히 그로테스크하게 형상화해 문인화가들의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를 표출해낼 것인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 말하자면 초예기자 그 자체로 시서화일체가 되는 이상적인 문인화의 실천은 동기창의 과제로 남아 있었다. 이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한 몸인 글씨가 다시 텍스트가 이미지 뒤로 숨으면서 추상표현주의와 같은 이미지 중심의 그림이 되는 것과 비유된다. 이런 동기창의 200년 묵은 난제는 19세기 중반 조선의 김정희가 왕희지 계통의 글씨와 그 이전 한나라 금석문, 즉 첩학(帖學)과 비학(碑學)을 혼융해낸 추사체(秋史體)로 업그레이드된 초예기자지법으로 난초와 시문을 구분 없이 써냄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 그것이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다. 글씨와 난초는 그냥 획(劃)일뿐이다. 그림과 글씨의 구분이 무색하게 불이(不二)의 평등관계다. ‘불이선’이 뭔가를 시각화한 결정이다. 요컨대 동기창이 초예기자로 명나라까지 전개돼온 대륙의 그림 역사를 전복시켰다면 김정희는 다시 동에서 서로 현대미술의 문을 열어젖혔다. 이우환 윤형근의 점·선·바람 시리즈나 획면추상의 단색화가 뿌리를 추사체에 박아내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서화미술의 혁명도 없다. 서(書)가 예술혁명의 불씨다.

[천자춘추] 진료정보 열람서비스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 내가 앓았거나 앓고 있는 질환이나 기존에 받았던 수술 및 치료의 정확한 명칭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 필자의 경우 혈압·당뇨약을 드시는 부모님과 국내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중간에 약이 떨어지는 바람에 근처 병원을 방문했다. 계속 복용하시던 약이지만 부모님도 필자도 그 약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중에 부모님 핸드폰에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앱(건강e음)을 설치하고 ‘내 진료정보 열람’을 통해 확인한 처방조제 정보를 의료진에 제공해 기존에 복용하던 혈압·당뇨약을 무사히 처방받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심사평가원의 내 진료정보를 조회할 경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사례가 있다. 응급 상황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 투약 이력과 병력·수술 및 처치 이력을 의료진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 의료사고를 예방하거나 사보험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건강 상태 확인을 위해 본인이 활용하는 예도 있겠다.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내 진료정보 열람’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스마트폰이나(모바일 앱 건강e음 설치) PC(심사평가원 홈페이지 접속)를 통해 지난 5년간 받은 진료에 관한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로 간편인증 등의 본인인증 후 병원이나 약국 방문 없이 즉시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제공 정보는 기본진료정보(진료일, 병의원 이름, 진료과, 주상병명 등), 처방조제정보(처방·조제기관, 약 이름, 성분명, 투여량 등), 세부진료정보(진찰료, 검사료 등 구체적 진료항목 등)로 구분된다. 다만 병의원에서 심평원에 건강보험비용을 청구해야만 기록이 남으므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정보는 확인할 수 없으며 청구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통상 3개월 정도 시차가 존재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24년 8월의 진료 정보를 의료기관에서 9월1일 청구 시 통상적으로 2024년 10월27일 이후 열람 가능하다. 이제 ‘내 진료정보 열람’ 서비스를 알게 된 독자들이 모바일앱(건강e음)을 설치해 한 번쯤 시험 삼아 사용해 보길 바란다. 본인뿐 아니라 필자의 경험처럼 부모님에게도 분명 도움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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