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미술 대표 작가 장욱진의 예술세계, 뉴욕 진출

한국 근현대 미술의 대표작가 장욱진(1917~1990)의 예술세계가 뉴욕에 진출한다. 양주시는 오는 5월 7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장욱진 특별전 ‘장욱진: 영원한 집’을 개최한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의 첫 해외 순회전인 이번 전시는 뉴욕에서 열리는 장욱진의 첫 개인전으로, 한국 모더니즘 회화를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다. 장욱진은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등과 함께 한국 현대 회화의 기틀을 세운 1세대 모더니스트로, 가족과 자연, 일상의 소재를 단순하고도 상징적인 형태로 풀어내며 한국 회화의 독창성을 확립했다. 이번 뉴욕 전시에는 ‘가족도’(1972), ‘집과 아이’(1959) 등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소장한 대표작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보기 어려운 희귀 작품 40여 점이 출품된다. 장욱진 특유의 조형 언어와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미학을 아우르며 해외 관람객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1992년 뉴욕의 예술 출판사 LEC(Limited Editions Club)가 장욱진을 한국 대표 작가로 선정해 출간한 화집 ‘황금방주(Golden Ark)’의 실물이 공개된다. 작가가 생전에 직접 고른 12점의 유화를 바탕으로 수작업 판화로 제작된 이 화집은 장욱진의 예술세계를 ‘시대를 초월한 본질의 방주’로 상징하며 그 철학적 깊이를 압축하고 있다. 이계영 양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양주시의 문화적 자산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이자, 장욱진 화백을 세계적으로 재조명 하는 출발점”이라며 “10년간 작가를 연구하고 전시해온 미술관의 성과가 뉴욕이라는 세계 예술의 중심지에서 빛을 발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고 전했다.

전상원 작가, 뉴욕 ‘디 아더 아트 페어’ 참가... 도시 감성, 회화로 선보인다

회화 작가 전상원이 오는 5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리는 글로벌 아트페어 ‘디 아더 아트 페어(The Other Art Fair)’에 참가한다. 이번 행사는 브루클린 제로스페이스(337 Butler St.)에서 열린다. ‘디 아더 아트 페어’는 세계적인 온라인 갤러리 사치 아트(Saatchi Art)가 주관하는 국제 아트페어로, 전 세계 120여 명의 아티스트가 공모를 통해 선발돼 개인 부스를 운영하며 작품을 직접 소개하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당 페어는 지난 10여 년간 브루클린을 비롯해 런던, 시드니 등 7개 도시에서 개최되며, 독립 작가들에게 국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아티스트 부스 외에도 퍼포먼스, 디제잉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돼 관람객에게 다채로운 예술 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 작가는 이번 페어에서 도시 풍경을 주제로 한 유화, 송화가루를 활용한 실험적 회화, 그리고 초상화 한 점을 선보인다. 그는 “색채가 주는 조화와 충돌 효과를 통해 도시 속에서 느끼는 정서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풍경의 원근을 캔버스 평면 위에 새롭게 재구성하는 조형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작업에는 목탄, 철 가루 등 다양한 재료도 활용된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전 작가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주요 전시로는 나인원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전상원 개인전(2023)’, ‘Now and Then(2024)’, 갤러리 디 아르테의 ‘가역성의 페노미나2(2024)’, 일본 오카야마에서 개최된 ‘한국미술 과거, 현재, 미래(2024)’ 등이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 맞춰 전 작가의 이름을 딴 할인 코드 ‘20SANGWON’을 통해 티켓 구매 시 2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수장고에서 떠나는 여섯 번의 인문학 여행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은 이달 30일부터 오는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특별 교육 프로그램으로 ‘수장고 문화산책: 수장고, 또 다른 세상을 여는 문’ 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국립민속박물관파주관의 개방형 수장고의 민속 주제 특화 교육을 통해 민속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기획 됐다. 수장고가 단순한 소장 공간을 넘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이 되는 새로운 시도다. 특히 그동안 공예 체험 위주로 진행되던 성인 대상 교육의 틀을 벗어나, ‘인문학 산책’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전환해 눈길을 끈다. 교육은 이달 30일부터 오는 11월 26일 까지 매월 일강씩 총 6회에 걸쳐 진행되며, 매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참여해 민속과 예술, 공간, 복식, 음식 등의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1강은 ‘한국문화의 창의적 재생산’(강우현 멀티아티스트), 2강 ‘세계무형유산의 合, 국악탱고’(김규호·이선민 국악탱고공연예술단), 3강 ‘전통에서 찾아낸 공간 미학’(양태오 공간디자이너) 4강은 ‘오방정색, 그 아름다운 발견’(문은배 색채디자인연구가), 5강 ‘보자기로 펼치는 예와 격 그리고 미’(이효재 한복디자이너, 보자기아티스트) 마지막 6강은 ‘삶과 문화의 근간, 한식’(노중훈 여행작가, MBC라디오 진행자)으로 진행된다.

남양주시립박물관, 상설전시실 개편 ‘한글문화’ 유물 선봬

남양주시립박물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상설전시실을 일부 개편했다. 이번에 개편된 상설전시는‘한글문화’를 주제로 하며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애쓴 선인들의 정신을 되새기고, 시민들에게 한글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는 박물관 1층 상설전시실 ‘기증자 전당’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남양주 지역 선학들이 남긴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한글문화 유산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1443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창제된 ‘훈민정음’이 18세기 문화 황금기와 20세기 전반 일제의 문화 탄압 속에서도 지켜졌으며, 해방 이후 한글로 꽃피운 역사적 과정이 펼쳐진다. 주요 전시유물로는 근대국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경서언해본 ‘서해’와 ‘주역언해’, 일제강점기 출판 문화의 흔적인 ‘조선태조실기’와 ‘태조대왕실기’ 규방 문화를 담은 ‘규문오론’과 ‘불경 한글 필사본’등을 선보인다. 또 해방 이후 한글을 정리하고 알리기 위한 ‘한글맞춤법 해설’과 ‘훈민정음 해례본(1946년 영인본)’과 한글 시와 동요를 적은 ‘달밤’과 ‘회갑연 축시’도 전시한다. 시는 올해 하반기에 상설전시실 개편을 한 차례 더 진행할 계획이며,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시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남양주시립박물관은 지난 4월 1일부터 특별기획전시인 ‘초상화로 살펴보는 남양주 명가: 99번째삼도수군통제사 이복연’을 함께 개최하고 있어 시민들에게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남양주시립박물관 관계자는 “한글문화 상설 전시와 초상화 특별전을 통해 시민들이 우리 문화의 역사와 의미를 직접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를 통해 한글과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완성과 미완성, 편함과 불편 사이 갈등을 예술적 에너지로…최하나 ‘Non Finito’

눈을 가린 허무한 손짓은 허상에 갇힌 착각의 심연을 전하고, 타락 천사와 죄인들의 최후의 만찬은 신의 존재에 대한 모순의 굴레에 대해 질문한다. 짙은 파랑과 뉴트럴, 청록과 핑크의 강렬한 색상 조합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조형 흐름은 꿈속 같은 감정적 이질감과 동시에 환상적 몰입감을 준다. 갤러리위 수지에서 지난 17일 개막한 최하나 초대전 ‘Non Finito’(논 피니토)에선 완성과 미완성의 경계, 편안함과 불편함 사이의 갈등을 예술적 에너지로 활용한 젊은 작가의 실험적 탐구를 만날 수 있다. Non Finito는 의도적으로 작품을 완성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단순한 미완성이 아닌, 창작의 과정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포함하는 개념이다. 형태가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을 통해 역설로 창작의 과정에 대한 생생한 긴장감, 조형적 잠재성을 부여한다. 2003년생인 최하나 작가는 철학을 사랑한다. 삶에서 겪는 모든 감정과 물음, 그 사유의 과정이 바로 철학의 본질임을 믿고, 그 믿음을 통해 얻은 존재와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캔버스 위 한 장면에 응축했다. 디지털드로잉이라는 표현 방식은 작가의 탐구에 중요한 방법론이 된다. 때론 실재보다 더 실재같이 하며 무의식과 의식의 영역을 결합하는 초현실주의적 접근을 물리적 한계 없이 실현한다. 철학적 사유의 과정 자체를 중요시하는 작가에게 드로잉의 과정은 사유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예술적 성찰이다. 예술 작품의 정밀한 보존에 사용되는 Giclée(지클레)로 인쇄한 작품은 오일과 아크릴로 마무리된다. 이 과정을 통해 질감과 깊이를 부여 받고, 빛과 그림자를 흡수하고 반사하는 시각적 풍부함을 완성한다. 작품들은 하나하나 모두 생경하다. “의식의 세계는 안락함을 제공하지만, 그 안에 머물면 정체되기 마련이다. 무의식의 세계는 혼란스럽지만, 그곳에서 본질적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나 둘 중 하나에만 머무를 수 없기에 우리는 늘 그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만 한다”라고 한 작가의 말처럼 끊임없는 예술적 긴장, 대치되는 얽힌 감정, 모호한 현실 감각의 파동이 그의 작품이 품은 본질적 힘이자 매력이다. 전시 관계자는 “‘Non Finito’는 예술적, 철학적 고백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젊은 작가의 여정에 함께 하기를 권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5월 24일까지.

모란어린이미술대회 ‘자연과 예술’ 주제로 5월3일 개최

모란미술관은 5월 3일 미술관 잔디마당과 조각공원에서 ‘2025년 모란어린이미술대회’를 개최한다. 모란어린이미술대회는 ‘자연과 예술’을 주제로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세상을 어린이의 시각에서 살피고 창작의 대상으로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올해로 개관 35주년을 맞은 모란미술관은 모란청소년미술학교를 비롯해 청소년입체미술공모전, 청년작가지원전 등 미술교육과 작가의 성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어린이미술책을 출판하는 나무숲출판사가 책을 후원해 참가자들의 경험 세계를 지식영역으로까지 한층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5세~12세 어린이(국적 무관)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1차 접수는 오는 27일까지, 2차 접수는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다. 현장접수는 5월 3일 정오에 발권을 마감한다. 대회 당일 준비물은 건식재료나 채색 재료(택일 및 혼합사용 가능)가 필수이며 돗자리와 이젤, 화판, 도시락 등을 선택 사항이다. 미술관에서는 도화지를 제공한다. 1차 접수는 1만원, 2차 접수는 1만2천원, 현장접수는 1만5천원의 참가비용이 든다. 수상작은 5월 20일 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발표하며 수상작은 모란미술관 별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연수 모란미술관장은 “그동안 미술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미술관이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다. 미술의 꿈나무를 기르는 행사에 가족이 모두 함께하는 화목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기국악원, 4~5월 연극과 전통놀이, 체험 모은 어린이 국악 콘텐츠 프로그램 진행

경기아트센터 경기국악원이 국악과 공연, 체험프로그램이 더해진 다양한 어린이 국악 콘텐츠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시그니처 브랜드인 어린이 국악극 시리즈 ‘움직이는 이야기’와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 ‘국악소풍’이다. ‘움직이는 이야기’는 어린이 국악극 시리즈로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이야기 ‘나무의 아이’가 관객과 만난다. 경기국악원 국악당에서 5월 28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6회), 5월 31일 오전 9시30분과 11시(2회) 총 8회 공연한다. 지난해엔 수요일 평일 공연으로 구성됐지만 올해는 아빠 관객의 참여율을 높이고 가족 단위 관람을 독려하고자 토요일 공연을 2회 추가 구성했다. ‘나무의 아이’는 나무 도령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으로 아빠가 나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던 외톨이 나무 도령이 대홍수로 인해 처음으로 나무 아빠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무 도령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어린이 관객들은 ‘홀로서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어린이들은 이 세상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철학을 담아 어린이들을 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경기국악원의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 ‘국악소풍’도 신나고 유쾌한 연희극 ‘꼬마 장승 가출기’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김부자 댁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가출한 꼬마 장승이 각종 집지킴이 신들과 장승, 솟대들과 만나는 모험을 담은 연희극으로 신나는 사물놀이와 배우들이 맛깔난 재담이 어우러졌다. ‘국악소풍’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은 경기국악원의 국악당(공연장), 강습실, 마당 등을 누비며 공연 관람은 물론 장구·버나·소리 배우기 체험을 하게 된다. 도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단체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공연 관람과 전통문화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와글와글 국악놀이터’도 언제나 즐길 수 있다. 굴렁쇠 굴리기, 투호 던지기, 버나 돌리기, 제기차기, 줄넘기 등 다양한 전통놀이를 즐기며 대근육을 발달시키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안정적인 정서를 함양할 수 있다. ‘움직이는 이야기’와 ‘국악소풍’ 참여 신청은 인터파크 예매와 경기국악원 국악운영팀에 문의하면 된다.

오늘날의 ‘분청’은 어떤 모습일까?… 경기도자미술관 ‘오늘, 분청’

특유의 해학미, 서민적 정서가 깃든 비정형의 자연스러움.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로 일컬어지는 ‘분청’의 현재를 살펴보는 장이 마련됐다. 한국도자재단은 지난 10일부터 경기도자미술관에서 ‘분청’의 예술적 가치와 현대적 의의를 탐색하는 기획전 ‘오늘, 분청’을 선보이고 있다. 분청사기는 ‘분장 회청 사기’의 준말로 ‘회청색 사기에 백토로 분장한 도자기’를 뜻한다. 맑고 투명한 비취색의 ‘고려청자’와 깨끗하고 단아한 백색의 ‘조선백자’ 사이에 탄생한 독창적인 도자 양식이다. 분청은 조선 초기 약 200년간 제작됐으며, 자유로운 형태와 대담한 기법, 해학적인 표현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 도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동시대 작가들의 시각에서 재조명한 현대의 분청 작품을 통해 분청의 예술적 가치와 무한한 가능성을 살펴본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20대 신진 작가부터 70대의 원로 작가까지 다양한 세대의 도예가 27명이 참여해 현대 분청의 경향과 개성을 담아낸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총 3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1부 ‘분청의 속내’에서는 현대 분청 작품을 통해 풀어낸 현대인의 삶과 사회, 사상과 미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원로 도예가 신상호 작가의 ‘아프리카 시리즈-헤드’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1980년대까지 전통 도자 작업을 이어오다 8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형식의 흙 작업을 선보이며 매체와 장르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도예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작품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행렬에서 느꼈던 원초적인 에너지와 응축된 생명력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특히 흙물이 아닌 아크릴로 분장을 해 작품의 양감과 곡선을 선명하게 부각한 것이 특징이다. 또 전시에선 지난 2020년 작고한 영국 도예가 필 로저스의 ‘분청소금유병’, ‘조화문 분청병’ 등을 통해 한국 분청이 지닌 세계적인 위상과 예술적 가치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2부 ‘분청의 표정’에서는 형, 색, 선, 질감 등의 조형요소에 집중해 작품의 면면을 탐색한다. 유물의 형태를 좌우로 비틀어 변형시킨 김찬미 작가의 ‘균형을 모색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왜곡된 유물의 사진을 본떠 기형을 만들고 유물과 최대한 유사하게 장식하는데, 이 작품은 가래떡처럼 길게 만 대토를 쌓아올리는 ‘흙가래 성형기법’을 이용했다. 작가는 전통과 현대, 디지털과 손의 감성, 원형과 변용의 균형을 모색하기 위해 디지털 매체로 형태를 구상하고 손의 개입을 극대화해 작품을 제작했다. 분청을 작업하는 작가들은 움직임과 행위를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내기도 한다. 3부 ‘분청의 몸짓’은 작가들의 행위를 통해 구체화된 작품의 형상을 살펴본다. 박정민 작가는 심장박동 소리, 호흡 소리, 음식 씹는 소리와 같은 신체의 반복적 행위의 소리를 녹음해 분청 작품 안에서 울려퍼지게 한다. ‘믿음에서 파생된 몸’과 ‘다면적인 끝말잇기’는 불규칙한 기형을 화장토로 분장한 뒤 떠오르는 감정을 자유로운 선으로 음각한 후 색을 입혀 완성했는데, 여기에 소리를 더해 누군가의 신체에 밀착해야만 들을 수 있는 미세한 몸의 소리를 조형물 안팎으로 울려 퍼지게 했다. 작품이 공간과 작용하고, 관람객과 교감하게 하는 작가만의 방식이다. 이어지는 에필로그 ‘분청의 숲’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도자 회화 작업과 분청 기법을 응용한 차규선의 ‘풍경’, 정영유의 ‘산경’을 볼 수 있다.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분청은 한국 도자의 역사 속에서 독창성과 실험정신, 생활 속 정서가 담긴 소중한 유산”이라며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오늘날 분청이 지닌 예술적 가치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를 그려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8월17일까지.

‘종이’에 시간과 기억을 탐구하고 안녕을 기원하다…갤러리 은 최필규 초대전 ‘PAPER·WIND·WISH’

모든 것을 담아내는 원초적인 존재이자 그릇인 ‘종이’가 구겨짐, 찢김, 나열, 쌓임 등의 행위를 통해 ‘배경’이 아닌 ‘주체’로 재탄생했다.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갤러리 은 전관(1·2층)에서 서양화가 최필규 작가의 초대 개인전 ‘PAPER·WIND·WISH’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50여 년의 세월 동안 종이라는 소재에 천착해 온 작가의 대작 등 평면 오브제 작품 4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종이는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열린 존재이자 시작과 끝을 동시에 품는 재료다. 최필규의 작업 세계는 종이라는 재료 속에 내재된 시간과 기억, 물성과 상징성을 탐구하며 그 속에 삶과 죽음, 환희와 슬픔이 교차하는 인간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은 작가의 오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외할머니댁 대청에 걸려 있던 성줏대에 관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우리 고유의 민속신이자 가정을 수호하는 여러 가신(家神) 가운데 으뜸인 성주신은 집을 짓고 지키며 집안의 모든 일을 관장하는 최고 신으로 불린다. 흰 창호지를 사람 모양으로 만들어 대에 붙여 만들어 놓은 성줏대, 작가는 유년의 시간 속에 바람에 나부끼던 찢어진 창호지의 형상을 ‘염원’과 ‘보호’의 이미지로 새겨왔다. 모두의 안녕을 비는 집안 어른들의 염원은 작가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렀고, 그 기억은 예술로 다시 태어나 관람객에게 심적 위안을 전한다. 최필규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동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종이뿐만 아니라 무명실로 짠 광목 등 섬유 재료를 활용하며 종이의 물성을 돋보이게 하고, 평면 회화를 넘어 설치와 영상 작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롭고 유연한 표현으로 확장했다. 광목천을 사용해 구기고 다리미로 다리고 롤러로 문지르고 에어브러시로 효과를 가하며 새로운 화면을 변화하며 시간을 응축했다. 평택 출신의 최필규 작가는 수원여자대학과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교수로 임하며 40여 년간 후학을 양성했으며, 화성시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이번 초대전은 종이라는 가장 익숙한 재료 속에 내재된 시간과 기억, 물성과 상징성을 탐구하는 전시로 고요하지만 강한 울림을 담아내며 깊은 여운과 질문을 남길 것으로 작가는 기대했다. 최 작가는 “안녕과 행복에 이르는 마음속의 바람은 나부끼는 종이가 돼 바람을 타고 있다”며 “쫓기듯 돌아가는 삶, 인간관계, 시간이 뒤엉킨 나에게 전하는 위안을 이번 전시에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독립운동 투신한 김가진의 삶과 예술세계 조명…경기도박물관 ‘김가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이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임시정부를 통해 독립운동에 투신한 ‘김가진’을 조명한다. 경기도박물관은 지난 11일부터 ‘김가진 :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염원한 역사적 인물들을 살펴보는 ‘광복80-합合’ 특별전 3부작 중 첫 번째 시리즈로, 오는 7월에는 ‘여운형’, 11월엔 ‘오세창’을 조명하는 전시가 이어진다. ‘동농(東農) 김가진’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고문을 지낸 독립운동가이자, 명필로 이름을 날린 서예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가진의 시문(詩文)과 글씨, 사진, 그림과 함께 독립전쟁에 투신한 동시대·후대 인물들의 작품 1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충절혈맥(忠節血脈), 개화선각(開化先覺)으로 ▲대한제국 대신(大韓帝國 大臣) ▲예술과 정치의 일치(政藝一致) ▲임정국로(臨政國老) 등이다. 1부에서는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에서 순절한 김상용의 11대 자손인 김가진의 충절 가문을 소개하고, 그 정신과 삶이 동서문명의 대전환기에 개화 선각으로 이어지는 점을 살펴본다. 특히 겸재 정선이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백운동도’와 ‘귀래정도’, 개화파들의 합작 ‘시축’, 김가진이 만든 ‘주일공사관 외교 서신 암호 규칙’ 등을 통해 김가진이 주체적인 외교통상과 내정개혁의 실무를 주도했음을 알린다. 2부에서는 개화파 혁신관료로서 독립협회 결성, 신식 우편제도 도입, 언문학교 설립 등 김가진의 활동상을 펼쳐보인다. 더불어 민영환, 조병세, 명성황후, 고종황제, 이완용, 데라우치 마사다케 등 동시대 인물들의 친필을 함께 선보인다. 일본화가 덴카이가 유화로 그린 ‘김가진 초상’에선 대한제국의 수립을 꽃과 색, 훈장 등으로 주체적으로 상징한 점을 눈여겨 볼 수 있다. 또 조선의 자주독립을 대내외에 표방한 상징으로 김가진이 한글과 한자로 쓴 ‘독립문’ 휘호를 볼 수 있다. 서체와 구조미학에서 김가진만의 박달나무 방망이 같이 단단한 원필(圓筆)이 느껴진다. 3부에서는 김가진의 시서(詩書)일체의 작품 세계와 서화협회 활동 등에 대해 조명한다. 김가진은 젊은 시절부터 다양한 시모임을 통해 개화사상가들과 교류했고, 명필가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그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나라를 잃은 슬픔과 절망 속에서 시를 짓고 글씨를 쓰는 데 몰두했다. 그는 망국기 은거하며 대한독립을 ‘수죽향(水竹鄕)’ 건설로 은유한 ‘칠언시’를 남겼다. 시를 통해 둥글고 부드러운 붓놀림, 강직한 기운, 뛰어난 균형미 등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4부는 김가진의 상해 망명과 아들 김의한, 며느리 정정화, 손자 김자동으로 이어지는 김가진 일가의 독립운동사를 다룬다. 3·1운동 직후에 조직된 비밀 독립운동 단체 ‘대동단’의 총재를 맡은 김가진이 직접 짓고 쓴 ‘대동단 선언서’, 김구가 김의한에게 써준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시’, ‘대한독립선언서’ 등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박물관과 동농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고 광복회 후원으로 진행되며, 다양한 연계 행사도 펼쳐진다. 오는 25일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석학 특강이 열리고, 5월에는 경기도박물관대학이 ‘광복80, 한국미술80’을 주제로 특강을 개최할 예정이다. ‘대동단과 김가진의 정예일치의 삶’과 ‘신흥문관학교 뿌리와 대종교’를 주제로 두 차례의 학술포럼과 ‘대한제국과 세계열강’을 주제로 한 영화 상영도 이뤄진다. 전시는 오는 6월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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