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인예고’ 글 범람, 처벌 강화 등 안전장치 시급하다

온라인 공간에 살인·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넘쳐난다. 지난 7월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8월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을 기점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묻지마 칼부림에 살인예고 글이 폭주하고, 어디서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외출을 꺼리는 이들이 늘었다. 지난 한 달간 경기지역에서 접수된 살인예고 글 신고는 총 92건이다. 이 중 56명은 검거했고, 나머지 36명은 경찰이 추적 중이다. 살인예고 글 범람에 경찰이 작성자를 속속 잡아들이고 있지만, 처벌까지는 쉽지 않다. 현행법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예고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다. 경찰은 협박죄나 살인예비죄를 적용하려 하지만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살인예고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재판에서 법원은 “글을 직접 본 사람들은 몰라도, 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협박이 인정될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여기에 현행 형법은 살인 등 중한 범죄를 음모한 사람에게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지만, 범죄를 예비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 살인예비죄는 구체적인 살인 계획 등을 입증해야 돼 적용이 어렵다. 관련 법이 부실하다 보니, 익명이라는 가면 속에 숨어 살인 운운하며 주변인을 괴롭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살인을 예고하고도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면 무죄로 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다. 독일은 온라인 살인예고를 혐오범죄로 규정,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미국에서는 ‘허위 협박’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우리도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사이버 범죄를 엄벌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공중협박죄’ 신설이다. 정부가 공중협박죄 신설을 위해 의원 입법을 통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에 유포하거나 게시해 공중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혐오 발언 방지법’ 도입 얘기도 나온다. 온라인상에 표현의 자유를 넘어 협박과 명예훼손, 모욕 등 타인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행위가 부지기수다.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사이버 범죄는 백약이 무효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다. 관련 법 제정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과 공공의 안전 및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인식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사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세 모녀 비극’ 방조범 되려나

지난해 모두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이다. 가난과 지병으로 고통받던 어머니와 두 딸이다. 수원시 권선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엉성한 복지 사각지대가 노출됐다. 세 모녀의 주소지는 화성시, 실제 거주지는 수원시였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됐고, 병원 진료까지 받았지만 이들의 실상을 행정기관은 쫓지 못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 보도 이후에도 파악을 못해 우왕좌왕했다. 그때 등장한 대책이 ‘희망 보듬이’ 사업이다.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핫라인에 제보케 하는 장치다. 복지 행정의 한계를 보완해 줄 대책으로 평가됐다. 지금까지 3천200명을 뽑았고, 민선 8기 동안 5만명을 뽑는다. 하루빨리 활동에 들어가야 한다. 당장 가동될 수 있는 준비는 끝났다. 지난달 31일에는 5개 종교단체가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제 모든 기능을 시작하게 할 법률적 근거만 남았다. 그게 ‘경기도 위기 이웃 발굴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다. 윤재영 의원(용인10)이 대표 발의했고 이달 임시회에 제출됐다. 당연히 통과돼야 할 이 조례안이 심의도 못한 채 11월 정례회로 넘어갔다. 두 달을 더 발목 잡혀 있게 됐다. 세 모녀 죽음 앞에 경기도의회가 약속했었다. 긴급 기자회견까지 하며 대책을 다짐했다. 그런 대책을 미룬 것이다. 이유가 참으로 어이없다. 도의원들의 ‘자리 신경전’이다. 보건복지위원회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재배치됐다. 여기에 불만을 가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정족수를 못 채웠다. ‘사보임 사보타주’는 도의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 기획재정위원장은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상임위 교체에 대해 의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 “(사과가 없으면) 이번 임시회가 끝날 때까지 연좌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기재위 부위원장의 상임위 교체 과정에서 상임위 동의가 없었다는 게 이유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위원장이다. 그가 회의를 개최하지 않으면 못한다. 이번 임시회에서 한 번도 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있었다. 생활고에 지친 엄마와 딸 둘이 목숨을 버렸다. ‘복지천국’은 거기 없었다.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이어졌다. 가난한 엄마와 병약한 두 딸이었다. 역시 복지는 없었다. 이런 비극을 막아보자는 ‘희망 보듬이’다. 한시가 급한 사업이다. ‘상임위 자리’가 뭔데 ‘없는 사람들’ 생명이 걸린 이 조례안을 뭉개고 있나. 이렇게 미룬 두 달, ‘세 모녀 비극’이 생기면 경기도의회, 특히 국민의힘이 그 방조범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사설] 심각한 병폐 ‘가짜뉴스’, 법·제도 강화해 근절해야

가짜뉴스의 폐해가 심각하다. 실제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 특정 의도를 가지고 조작한 허위 정보인 가짜뉴스는 공동체를 갈라 놓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경제적 피해도 준다. 국격까지 추락시키는 사례도 있다. 가짜뉴스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아주 빠르게 확산된다. 무분별하게 퍼뜨리는 가짜뉴스는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시민들을 불안에 빠뜨린다. 일례로 지난 8월4일 포천시 내손면 종합버스터미널에서 흉기 난동 및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만취한 40대 남성이 벌인 것으로 시민 36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었다. 포천시에는 내손면이 없다. 확인 결과, 가짜뉴스였다. 이런 종류의 가짜뉴스는 비일비재하다. 어떤 이는 장난삼아, 어떤 이는 악의적 의도를 갖고 가짜뉴스를 생산한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가짜뉴스로 인해 이념·세대·성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 장소, 시간, 대상에만 머물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불규칙하게 유포되는 탓에 문제의 근원지를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가짜뉴스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로 정의된다. 하지만 무엇이 가짜뉴스이고, 가짜뉴스가 얼마나 생산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가짜뉴스를 분별하는 기준이 없다 보니 관련 통계나 자료 등도 없다. 국민 3명 중 2명(66%)은 가짜뉴스 등을 포함한 온라인 허위 정보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월13일부터 2월8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60%)보다도 6%포인트 상승했다. 허위 정보에 대한 우려는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다. 60대 이상이 73%로 가장 높고 이어 50대 69%, 40대 63%, 30대 58% 순이었다. 정치 성향에선 중도(65%)나 보수(71%)보다 진보(77%) 측이 온라인 허위 정보를 우려했다.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퍼져 개인과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 법적·사회적 해결책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뉴스 생산자, 이용자, 매개자 등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장치와 근절을 위한 차단 방법도 마련돼야 한다. 고의적·악의적인 가짜뉴스는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게 강력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 근간을 흔드는 가짜뉴스가 국민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사설] 단식 투쟁, 구속 영장, 총리 해임, 내각 사퇴/과연, 이 중 어떤 것이 민생과 관련 있는가

18일 하루의 시작은 실려가는 이재명 대표였다. 오전 7시10분쯤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단식한 지 19일째다. 민주당이 이송된 이 대표의 상태를 전했다. ‘혈당이 급속히 떨어지며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도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고 했다. 헝클어진 머리, 덥수룩한 수염, 몸을 감싼 두툼한 이불,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모습이 전해졌다. 정치적 의미를 떠나 지켜보는 ‘국민들의 월요일’이 참담했다. 곧이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들렸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이다. 단식 중인 현직 야당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형사사법이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돼서는 안 되고,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사법에 장애가 초래돼서는 안 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불안하다. 민주당이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 이날 오전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춘숙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총리가 장관을 제대로 추천하지 못한 잘못’ 등의 이유를 들었다. 20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보고되고 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내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또 이날 정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21일 본회의에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 대표의 단식 중 병원 이송은 흔한 일이 아니다. 검찰의 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 야당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도 흔한 일이 아니다. 내각 총사퇴 촉구도 마찬가지다. 몇 년 또는 몇 십 년 만에 보는 일이다. 그게 18일 하루에 일어났다. 다들 입으로는 국민을 말하고 민생을 말한다. 정치 쇄신을 위한 단식, 정의 실현을 위한 영장, 국정 쇄신을 위한 총리·내각 사퇴 건의라고 한다. 과연 국민에게도 그런 하루였을까. 누구는 실려가는 야당 대표를 안타까워할 것이다. 그 국민에게는 ‘민생 단식’이 맞다. 누구는 검찰의 영장 청구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 국민에게는 ‘민생 법치’가 맞다. 누구는 총리 해임건의안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에게는 ‘민생 내각 사퇴’가 맞다. 하지만 그렇게 봐주지 못하는 국민이 있다. 자기를 위한 민생팔이, 자기 집단을 위한 민생팔이로 보는 국민이다. 그런 국민에게 18일은 충돌 정치의 끝을 보여준 하루였을 수 있다.

[사설] 김현준 前국세청장, 수원 국힘 출마설 있다

김현준 전 국세청장은 경기 출신이다. 수원 명문 수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19년 제23대 국세청장에 취임했다. 한승희 전 청장에 이은 수원·화성 출신의 역사다. 국세청 근무 경력에서도 경기지역과 인연이 깊다.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조사1국장과 조사4국장을 이어서 맡았다. 퇴임 후인 2021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까지 근무했다. 그 경력만큼이나 지역에서는 정계 진출설이 이어졌었다. 거론됐던 지역은 수원 또는 화성이었다. 김 전 청장의 고향은 화성시갑 지역이다. 현재 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현역이다. 국민의힘에서 최근 홍형선 국회사무처 사무차장이 활동을 시작했다. 역시 수원 수성고등학교 출신으로 김 전 청장과 동문이다. 지난 7월 사직하고 지역에 내려와 연구소까지 출범시켰다. 김현준 전 청장의 수원 출마설이 구체화된 것이 그 즈음이다. 김 전 청장의 모교인 수성고등학교가 있는 지역구가 수원시갑이다. 현재 민주당은 김승원 의원이다. 국민의힘은 이창성 당협위원장이다. 김 전 청장의 출마설에 특정 지역구가 거론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애매한 출마설이 오히려 수원권 전체를 관심 갖게 한다. 수원시는 지역구가 5개인 전국 유일의 기초단체다. 경기도, 특히 경기남부권에 미치는 정치적 파장이 크다. 이런 5개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 모두 민주당이다. 2012년 19대 총선 이후 민주당 안마당이다. 내년을 준비하는 국민의힘 후보군이 미약하다는 자체 평도 많다. 무능 후보, 무명 후보, 겹치기 후보, 철새 후보, 뜨내기 후보 등의 지적이다. 이런 정치적 현실을 반영하듯 인지도 높은 유명인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게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수원 출마설이다. 수원을 거점 삼아 2026년 경기지사에 재도전한다는 설정이다. 본인은 본래 근거지인 분당 지역을 희망한다는 본보 보도가 있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수원 투입설도 있다. 물론 본인은 어떤 확인도 한 적 없는 ‘지역 분석’ 수준의 추론이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거론된다. 지역 언론인 출신 당직자도 거명된다. 관건은 정당 지지율이다. 호남을 제외하고 야권이 가장 강한 곳이 경기도다. 현재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도 이 추세는 유지된다. 우수한 인재가 국민의힘에 올 리 없다. 야당판 수원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이런 궁한 상황에서 듣게 되는 국민의힘의 김현준 전 청장의 수원 출마설이다. 출신 고등학교 등 지역 내 인맥이 장점일 것은 틀림없다. 공천을 좌우할 정치권과의 인연도 많이 닿아 있는 것으로 얘기된다. 여야 모두에 신경 쓰일 카드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사설] 저출산 대책, 이대로 가면 국가 소멸 1호 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 0.7명은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에 먹구름이 될 것 같다. 인구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너무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참으로 큰일이다. 올해 연간 출산율은 0.6명대로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합계출산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래 매년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는 최저인 0.78명이다. 이는 세계 평균인 2.32명의 3분의 1 수준이며, 저출산지역인 유럽의 1.48명, 북미의 1.64명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최저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효과가 없다. 정부는 2006년부터 16년간 280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지만, 오히려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구 문제 석학인 데이비드 콜먼은 지구상에서 인구 소멸로 사라질 1호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저출산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25% 이상 늘어난 17조5900억원을 편성했다. 내년부터 ‘만 0세’ 부모 급여는 월 100만원이며, ‘만 1세’는 월 50만원을 받게 된다. 유급 육아휴직 기간도 1년 반으로 6개월 늘려 부모를 합치면 최대 3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젊은이들의 결혼·출산 기피다. 통계청이 지난 8월28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34세 젊은이 중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중은 36.4%에 불과하다. 여성의 65.0%, 남성의 43.3%는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한다. 현재 추세라면 아무리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거·고용·육아휴직·출산장려금·보육비 지원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출산율 문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12일 경기언론인클럽 주최로 ‘지역소멸, 경기도 안전한가?’ 토론회에서도 저출산 문제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대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 세계는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폐쇄적인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이민청을 조속히 설치해 부족한 노동력도 보충하고 인구도 늘려야 한다. 선진국들이 해외 이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추세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재정 투입이 능사가 아님을 인지, 인구 문제와 관련된 저출산 대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설] 친환경에너지 ‘경기RE100’ 성공, 시군과 함께 가야

김동연 지사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인 ‘경기RE100’이 난항을 겪고 있다. 컨트롤타워도 없고 시·군과 공공기관, 민간 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RE100 플랫폼’ 구축을 위해 편성한 추경예산까지 경기도의회가 모두 삭감했다. ‘경기RE100’ 사업 자체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RE(Renewable Energy)100’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경기RE100 비전 선포식’에서 임기 내 기관 건물, 유휴 부지 등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전체 전력 소비량의 10%에 해당하는 13GWh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도내 기관들의 연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4.7GWh 수준이다. 경기도 계획대로면 27개 기관이 3년 안에 현재 발전량의 2.77배에 달하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 운영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재생에너지 생산은 쉽지 않다. 양평군에 건물을 임차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과 경기연구원 등 인재개발원 건물을 빌려 쓰는 13개 기관은 실적이 없다. 남의 건물에 시설 설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 북부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예정인 기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기도는 현재 27개 기관별로 에너지 사용량 및 재생에너지 생산량, 재생에너지 생산 설비 조성 여건, 기관 이전 여부와 실현 가능한 RE100 목표치 등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용역 결과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겠지만, 실현 불가능한 기관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RE100 플랫폼’ 구축사업도 쉽지 않다. RE100 플랫폼은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도내 전체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등 기후·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국 처음이다. 그런데 최근 도의회 상임위에서 추경예산 175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예결위에서 복구 못하면 추진이 어렵다. 기초단체와의 연계도 안 되고 있다. 도는 신재생에너지 부지 발굴에 적극적인 반면 기초단체 대다수는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다. 도는 지난해 9월 31개 시·군과 ‘탄소중립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시·군 실적은 없다. 특성별로 상이한 재생에너지 관심도, 전문 인력 및 조직 부족, 주민 수용성 문제 등 이유는 다양하다. ‘경기RE100’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도가 중심이 된 컨트롤타워 구축, 시·군 지원 정책 발굴 등 과제가 많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늘리기 위해선 시·군 부지와 주민 동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센티브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 31개 시·군과의 동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설] 방문규 장관 후보자, 능력·소신·도덕 모두 적합하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갖고 있는 ‘원전 소신’의 일단을 봤다. 14일 있었던 청문회에서의 질의 답변을 통해서다. 누적 부채 201조원, 올 예상 적자 47조원인 한전 위기에 대해 물었다. 방 후보자는 “전기요금을 싸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탈원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부분에 대해 야당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한전 적자 원인을 탈원전이라고 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원전을 하지도 못했다. 비과학적 논리 전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방 후보자는 “탈원전을 통해 당초 계획했던 6개 원전을 없앴고, 원전 가동 기간을 늘렸고, 그래서 (원전) 가동률도 줄이고 원전의 신설 개수도 (줄였다)”고 답했다. 짧지만 분명하게 밝힌 ‘원전 소신’이었다. 원자력 생태계 회복에 대한 금융 지원도 강조했다. 방향성이 분명해 보인다. 또 하나의 검증 목록은 도덕성이다. 야당이 주로 파고든 것도 이 부분이다. 자료제출 요구서의 80% 이상이 신상 질의였다. 과하다 싶지만 이 자체를 뭐라 할 건 아니다. 다만, 그렇게 훑을 것이라면 후보자가 걸어온 과거 전체를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방 후보자는 수원 출신이다. 경기지역 언론인 우리에게 많은 증언들이 전해지고 있다. 교사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모범생이었다. 고교 시절에는 ‘공부 잘하고, 농구 잘하고, 착한 선도부’로 기억된다. 서울대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고위 공직자 생활이 많다 보니 오래전부터 재산공개 대상자였다. 한 번도 문제 된 적이 없다. 기재부 차관 때는 모든 부처로부터 견제와 감시를 받았다. 수원시 등에서 집중 ‘예산 로비’를 받았다. 그때도 원칙에 따른 예산 편성의 기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의 지역 내 위상 때문에 정치권 차출설이 따라다녔다. 이 유혹에도 눈길 주지 않고 공직자의 길에만 충실했다. 여러 증언으로 증명되는 도덕성이다. 게다가 야당의 반대가 자연스럽지 않은 이유도 있다. 2006년 9월 청와대 행정관에 임명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선택이었다. 퇴임 후 쉬고 있던 2019년 한국수출입은행장에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었다. 이제 와서 문제 있는 공직 인생으로 몰려고 한다면 자가당착이다. 소신과 전문성을 갖췄다. 많은 증언으로 도덕성이 증명됐다. 이념적 편향성이 전혀 없다. 민주당이 흔쾌히 동의할 장관 후보가 있다면, 그건 이번 방문규 후보자일 수 있다.

[사설] 학생인권조례 개정만으로 교권 보호 미흡하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전면 개정된다. 조례 이름도 ‘경기도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바뀐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의 권리만 강조된 학생인권조례에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 교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한다고 12일 밝혔다. 개정안은 12월 경기도의회 의결을 거쳐 내년 1월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설된 제4조 2항, 학생 및 학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한 부분이다.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과 동등하게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며 보호해야 한다’, ‘자유와 권리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보호자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학생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책임을 가진다’고 규정, 책임과 의무 대상에 학부모도 명시했다. 이와 함께 학습에 관한 권리는 다른 학생의 학습권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꿨고, 조례에 없던 학생에 대한 훈육·훈계 부분을 새로 넣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김상곤 교육감 때 전국에서 처음 만들었다. 당시 체벌 금지, 강제 야간 자율학습 및 보충수업 금지, 두발 규제 금지 등 관행을 깨는 내용들이 담겨 교육계의 파장을 일으켰다. 진보 교육감들이 도입한 학생인권조례는 현재 경기와 서울 등 6개 시·도에서만 시행 중이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등 교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자,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붕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학생인권조례를 겨냥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며 조례 개정 계획을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고 책임 조항은 빠져 반쪽짜리 조례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조례로 상벌점제까지 폐지해 교사들의 학생 지도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조례는 전국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시·도가 더 많다. 때문에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 교사의 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교사와 학생을 경쟁하고 대립하는 관계로 보는 발상이다. 학생인권조례 일부 개정으로 교권이 얼마만큼 보호될지 미지수다.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교권 침해를 막을 수는 없다.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사설] 서울시 일방적 교통정책, 독단 벗어나 수도권 협력해야

경기·인천·서울은 하나의 생활권이다. 전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은 교통·주거·환경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교통에 관한 한 더욱 그렇다. 서울시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은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독단적인 교통정책은 있을 수 없다. 수도권 주민의 편리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위해 행정구역에 얽매이지 않는 광역교통 행정기구인 ‘수도권 광역교통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런 이유다. 서울시가 월 6만5천원으로 서울시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환승 교통카드를 도입한다고 11일 밝혔다.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를 내년 1∼5월 시범 판매하고, 하반기에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발표에 경기도와 인천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같은 생활권으로 묶여 있는 수도권 특성상 협의를 해야 하는데 독단적인 교통정책을 펼치려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3개 지자체는 2004년 수도권 통합환승제 도입 등을 계기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시내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할 때 관련 내용을 협의해 왔다. 특히 수도권은 광역버스와 지하철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연결돼 있어 서울에서만 적용되는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했을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중교통도 있다. 기본요금이 다른 광역버스는 이용이 불가능하고, 서울 이외 지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제한적이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인 ‘K-패스’ 제도와의 중복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비·지방비가 공동 투입되는 K-패스 사업은 내년에 전국 시행을 앞둔 상황이다. 지하철과 버스를 한 달에 21번 이상 이용한 사람들에게 교통비의 20∼53%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급해주는 대중교통 활성화 지원 정책이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도입 여부는 수도권 3자 협의체를 통해 K-패스 제도와의 중복 문제, 추가 소요 예산 등을 논의해야 한다. 2천600만 수도권 주민의 교통문제를 사전 협의 없이 서울시 단독으로 일방 추진하는 것은 유감이다. 경기도나 인천시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교통 수단 등에 차별적 요소가 되는 문제도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네 번이나 만났다. 이들은 “수도권은 하나의 공동생활권이자 공동운명체”라며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 교통·주거·환경 등 산적한 현안 해결에 공동으로 나서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독단적인 교통정책을 편다고 한다. 수도권 교통 문제는 특정 지자체만의 일방적 노력이 아니라 공동 노력이 요구되는 난제다. 서울시는 실무협의체를 통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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