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 럼피스킨병 확산세, 가축전염병 ‘사후약방문’ 대응 안돼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잇따라 발생해 비상이다. 지난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충남 서산시 축산농장에서 감염이 확인된 이후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위기 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로 높이고, 발병 지역의 축산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대해 이동중지명령을 내리며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24일 오후 3시 현재 전체 확진 사례는 27건이다. 살처분된 소는 모두 1천600여마리다. 소 럼피스킨병은 구제역만큼 전파가 빠르다. 국내 농가 사육종들은 이 질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국으로 확산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엄중한 상황이다. 경기·인천지역 한우농장과 젖소농장에서도 확진 사례와 의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도내에선 평택시 3건, 김포시 2건, 화성시 2건에 이어 수원시에서도 발생했다. 인천 강화군의 농장도 감염됐다. 럼피스킨병은 모기나 진드기 등 흡혈곤충에 의해 감염되며, 피부에 혹덩어리 등이 생기는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감염된 소는 40도 이상의 고열과 눈물, 콧물, 침을 흘리며 식욕부진, 쇠약으로 우유 생산량이 급감한다. 암소는 유산, 수소는 불임이 나타난다. 폐사율은 10% 이하로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지난해 인도에서는 소 200만마리가 럼피스킨병에 감염돼 15만마리가 폐사했다. 우리도 럼피스킨병이 확산되면 수천, 수만마리의 소를 살처분해야 한다. 방역당국은 전국 농장에서 당분간 럼피스킨병 발생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3주가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상당히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방역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에 한·육우 및 젖소농장이 총 9천247곳 소재한다. 안성시가 농가 수 1천525곳에 10만2천893마리로 가장 많다. 이어 화성(1천12곳), 양평(992곳), 포천(751곳) 등이다. 축산농가들은 럼피스킨병 확산에 걱정이 크다. 치솟는 사료값과 인건비에 시름이 깊은 축산농가들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럼피스킨병 백신을 차질 없이 확보해 빠른 시일 내 접종을 완료하고, 방제를 강화해야 한다. 매년 가축전염병이 기승을 부린다.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럼피스킨병까지 가세했다. 기후 변화 탓도 있지만 밀집된 사육환경도 원인이다. 살처분 및 농가 보상 비용으로 방역예산 대부분이 집행되는 구조도 문제다. 예방적 대응체계 작동이 어렵다. 가축전염병 대응을 ‘사후약방문’식으로 하면 안 된다. 감염 확산 방지와 선제 대응을 위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사설] ‘조폭 SNS’, 초기인 지금 아니면 근절 못 한다

경기경찰이 조직폭력배들을 많이 잡아들였다. 경기남·북부경찰청의 검거 통계가 설명한다. 2018년 644명, 2019년 736명, 2020년 544명, 2021년 670면, 2022년 757명이다. 범죄가 감소했던 때는 2020년이 유일하다. 코로나19 통제가 철저했던 시기다. 나머지 기간은 예외 없이 증가했다. 특히 남부권에서의 검거가 주목된다. 올해 상반기 조폭 특별단속이 있었다. 275명을 검거해 33명을 구속했다. 전국 1위다. 통계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조폭이 가장 설치는 경기도’로 풀면 안 된다. 경찰이 많이 잡은 것이다. 여기에 경기 남부권이 갖는 특징도 있다. 경기도 인구는 1천300만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중 북부가 300만명, 남부가 무려 900만명이다. 조폭 수가 많은 것 자체가 이상할 건 없다. 그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이른바 MZ 조폭’이라 불리는 10대 조폭 문제다. 그리고 이들을 근절하지 못하는 문제다. 앞선 경기남·북부경찰청 통계에서 10대 조폭만 추려보면 이렇다. 2018년 11명, 2019년 37명, 2020년 26명, 2021년 28명, 2022년 62명이다. 이것도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급등 추세다. 10대 조폭의 증가는 범죄의 미래 수치다. 향후 폭력 조직 범죄의 증가를 점치게 한다. 그 속에 과거에 없던 특징이 보인다. ‘조폭 SNS’다. ‘조폭’, ‘깡패’ 등의 문패를 달고 활동 중이다. 2019년 3명에서 2023년 12명으로 늘었다. 조직폭력범 인터뷰를 올린 영상도 있다. 수감 경험을 공유하는 내용도 많다. 속칭 ‘현피’(현장에서의 싸움)를 중계하는 유튜버도 있다. 다분히 폭력을 미화하고 위세를 과시하는 내용이다. 접촉 연령층은 젊은 세대가 압도적이다. 감수성 예민한 10대 청소년이다. 범죄를 가르치는 셈이고, 조직폭력을 조장하는 것이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꼴이다. 당연히 단속해야 하고 근절돼야 한다. 그런데 시원한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이 이런 이유를 말한다. ‘SNS 자체가 명백한 범죄 행위는 아니다.’ ‘계정 운영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이해는 하지만 납득하기는 어렵다. 조직폭력 SNS를 관찰하고는 있다고 했다. 수천~수만명이 시청하는 것도 알 것이다. 그걸 처벌할 수 없다며 관찰만 한다는 것이다. 꼭 쇠고랑을 채우는 것 말고도 단속의 길은 많다. 방송 통신 관련 기관과의 협조로 방송 폐쇄 등을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런 건 해보지도 않았지 않나. 현재 12명 정도라고 한다. 제어할 수 있는 단계다. 지금 뿌리 뽑아야 한다. SNS 전파력은 기하급수다. 금방 1천2백명 되고, 1만2천명 된다. 그때는 손 못 댄다. 서둘러 관계 기관 회의하고 실효적 대책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설] 이상일 시장, 국토부 매달려 규제 혁파/반도체 소·부·장 기업, 용인 오게 만들다

기업 유치는 모든 지자체의 소망이다. 시민 삶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근본 조건이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실적으로 평가 받는 선출직 시장들의 노력은 더하다. 저마다의 당근책을 들고 기업을 찾아다닌다. 이렇게 해서 ‘모시는’ 기업이 가뭄에 콩 나듯 하다. 성사되기도 어렵지만 바람직하지도 않다. 애초에 그런 기업에서 지역 기여를 찾는 것은 어렵다. 특혜 논란, 먹튀 논란, 약속 위반 논란 등의 잡음이 따르기 십상이다. 가장 좋은 것이 기업 생태계 조성이다. 기업이 올 수 있는 기본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수도권인 경기도의 경우 그 조건은 규제 완화로 귀결된다. 국가균형발전에 매몰된 역차별 규제가 걸림돌이다. 그런 규제 개선 사례가 나타났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입주 소부장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지방에 있는 본사나 공장을 이전·축소하지 않고 새로 증설하는 경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용인특례시가 특별물량을 국토교통부에서 배정받은 것은 지난 2019년 3월이다. SK하이닉스 공장 인근 55개 필지, 45만1천㎡다. 분양 대상은 37개 필지다. 올 4월부터 분양 공고를 냈다. 그런데 분양 상황이 실망스럽다. 세 차례 공고가 나간 현재까지 35%인 13개 필지가 미분양이다. 규제 때문이다. 지방 기업의 용인 이전이 허용되지 않았다. 지방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정부 때문이다. 이걸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가 바꿨다. 다음 달 바뀐 공고가 뜬다. 분양 100%가 기대된다. 많은 소부장 기업들이 올 것 같다. 정부가 지역이나 기업을 위해 알아서 해준 게 아니다. 용인특례시가 계속 건의했다. 소부장 기업들이 호소하는 현장 목소리를 반복해서 정부에 전달했다. 이상일 시장은 8월 초 직접 국토교통부를 찾아가 관계자를 만났다.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 지방에 있는 소부장 기업을 오게 해달라, 규제 풀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런 노력이 팍팍하기로 정평 있는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를 움직인 것이다. 용인특례시와 이상일 시장이 만든 성과다. ‘반도체 왕국’을 꿈꾸는 용인의 꿈은 다양하다. ‘반도체 고속도로’라 명명된 용인 남부권 교통체계도 추진 중이다. ‘SK 클러스터~삼성 클러스터’를 잇는 산업형 도로 개설이다. 이 시장이 9월 고양 킨텍스를 찾았다. 정부가 주관하는 ‘2023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 현장이었다. 거기서 이 시장은 국토부 1차관을 따라다녔다. 반도체 고속도로를 설명했고 “긍정적으로 보겠다”는 답을 얻었다. 고속도로 역시 기업 수백 곳을 유치할 ‘조건’이다. 기본을 잘 잡는 것 같다. 방식도 효과적인 것 같다. 시장 역할도 적절한 것 같다. 그래서 높이 평가할 만한 것 같다. 용인특례시 기업 유치 행정이다.

[사설] 의대 정원 확대, 경·인 의대 차별하면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지역 완결적 필수 의료 혁신 전략’ 발표를 통해 지역·필수 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고 말해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밝혔다. 이로써 2006년 이후 18년째 3천58명에 묶여 있는 의대 입학 정원은 확대될 예정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만성적인 의사 부족으로 인해 국민 여론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대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시도했지만,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2022학년도부터 공공의대를 포함해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4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역시 의사들의 거센 반대와 파업으로 인해 의대 정원 확대는 물거품이 됐다. 이번 정부 발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지방 국립대 병원을 육성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안이 아직 나오지 않아 얼마나 의대 정원이 증가될지 모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1천명 정도를 증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서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대 정원 대부분은 지방 국립대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필수의료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정책이다. 그러나 지방을 살린다는 명분만 가지고 지역 국립대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경인지역 사립대 의대를 홀대해서는 안 된다. 경인지역에는 국립대 의대가 없다는 이유로 이번 의료 혁신안 추진에서 홀대한다면, 이는 지금까지 지역에서 헌신적인 필수의료에 매진한 사립대 의대를 차별하는 것이다. 경인지역에는 5개 의과대가 있다. 인하대 49명, 가천대·성균관대·아주대·차의과학대는 각각 40명으로 총 의대 입학 정원은 209명 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의대 정원 대비 불과 6.8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경인지역 의대에 대한 차별이다. 경인지역에는 전체 인구 약 5천155만명(2023년 8월 기준) 중 약 1천660만명으로 31.05 %에 달한다. 따라서 의대 입학 정원은 경인지역 인구 대비로는 아주 열악하다. 때문에 앞으로 있을 의대 정원 조정에 있어 경인지역 의대 정원은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것이며, 여야 정당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제대로 된 필수 의료 혁신 전략에 따른 의대 정원 확대는 물론 의료시스템도 혁신해 시대에 부응하는 의료정책을 펼치기 바란다.

[사설] 김동연 법카 발언, 논란거리가 아닌데

결국 더불어민주당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법카 발언’이다. 이재명 대표 아내 김혜경씨 관련이다. 민주당은 수사에 총력 맞서고 있다. 이런 당 분위기와 다르다는 볼멘소리가 많다. 친명계 한 의원은 “(이 대표를) 감싸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의도 있는 발언’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 팬 카페 속 반응은 더 격하다. “누구 덕에 지사 됐는데 이제 와서 뒤통수를 친다”며 ‘정치적 배신’ ‘정치 생명 죽음’ 등의 단어까지 등장한다. 경기도가 서둘러 해명 자료를 냈다. 김 지사 취임 전에 끝난 감사 결과를 말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경기도 홈페이지에도 다 공개돼 있는 내용이라고도 했다. 사실 17일 국감장에서 김 지사 발언도 그랬다. 발언 말미에 “제가 오기도 전에 감사를 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질의자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도 “전반적인 감사관실을 동원해서 전수조사도 한 번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문제를 키우려 했다고 볼 부분은 안 보인다. 그럼에도 정쟁의 소재로 만들려는 몰이는 계속 있다. 정 의원은 ‘법인 카드 감사’를 물었는데 김 지사가 ‘김혜경 법인 카드’를 답했다고 분석한다. ‘최소 61건, 최대 100건’이라는 수치도 김 지사가 처음 제시했다고 본다. 실제로는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았다며 의심을 한다. 김 지사의 의도가 있다는 결론으로 끌고 가는 논리다. 전형적인 이현령비현령이다.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 국감에서 묻는 법인 카드가 누구의 것이겠나.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카드’ 말고 또 있나. ‘60~100’이라는 수치도 감사 결과에 담긴 평이한 내용이다. 예상 질문이었으니 정리했다가 답한 것일 게다. 홈페이지 착오는 실무진의 문제다. 오히려 급하게 해명자료를 냈다는 증명이고 그만큼 오해라는 반증으로 보는 게 합리적 아닌가. 과한 풀이와 편향된 추론으로 만든 ‘국감 에피소드’라고 본다. 주목할 건 민주당 반응이다. 과하다 싶게 예민하다. 짐작건대 김 지사를 봐온 평소 시각이 있다. 김동연 도정은 이재명 도정과 다르다. 기본소득이 이재명표 도정이었다. 김 지사는 ‘기회 소득’을 말하며 ‘기본 소득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취임 초 인사도 차별화했다. 선거 캠프에 있던 이재명계 인사들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후 인사에서도 이재명계의 진입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정에서 ‘이재명 지사와의 차별화’는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이런 시각이 이번 논란에 군불을 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감·청문회 달인 김 지사가, 본인에게 부담 없는 팩트를 언급해, 잠룡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해석이다. 이렇게까지 확장해서 살핀다면 그 속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사설] 학교 절반은 아직도 석면 철거 중, 학생건강 위해 속도내야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석면 철거 공사를 하고 있다.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위해 ‘무석면 학교’ 실현을 목표로 2016년부터 매년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내 절반 이상의 학교가 아직도 석면 제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밖에 없다. 석면은 뛰어난 내열성과 기계적 강도, 내약품성 등으로 건축 내·외장재와 공업용 원료로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198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위험 물질로 분류됐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은 폐에 흡입되면 배출되지 않고 평생 체내에 머물면서 조직과 염색체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한다. 석면이 인체에 흡입됐다고 모두 질병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폐에 들어온 석면은 체내에 축적되고 이로 인해 10∼40년 잠복기를 거쳐 흉막질환과 석면폐, 폐암, 악성중피종 등 치명적 질병을 일으킨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모든 제품에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전국의 학교에서는 이미 시공된 석면의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도내 석면 제거 대상 초·중·고, 특수학교는 1천725곳이다. 이 중 지난해까지 석면이 제거된 학교는 828곳(48%)이다. 2016년 작업 시작 이후 7년 동안 석면 제거가 완료된 학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석면 제거가 안 된 학교는 초등학교가 503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중학교 227곳, 고등학교 165곳, 특수학교 2곳 등 모두 897곳이다. 석면 사용이 금지된 2009년 이전에 지어진 학교의 경우 석면텍스(마감재)를 사용한 곳이 많아 공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후화한 학교일수록 학교 내·외부 교육환경 개선 공사가 필요한데, 공사 과정에서 석면가루가 날릴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석면 제거 대상 학교 중 35년 이상 노후화한 학교는 65곳에 달한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편이다. 석면가루에 노출되면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전문성과 안전성, 정확성이 확보돼야 한다. 간혹 철거 공사를 마무리한 학교에서도 석면이 검출되는 등 부실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해체 작업을 하면서 작업장 밀폐 상태 부실, 음압기 미가동, 감리원 미상주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학부모들이 항의한 사례도 있다. 철저하게 안전 규정을 지켜 작업해야 한다. 7년 동안 석면 제거 작업이 절반도 안 됐다는 것은 문제다. 학생 안전을 위해 예산을 늘려 석면 제거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사설] 서울 ‘기후동행카드’보다 더 퍼주겠다는 ‘더 경기패스’

경기도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도민에게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The(더) 경기패스’ 사업을 내년 7월 도입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내년 7월부터 기후동행카드보다 월등한 더 경기패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와 관련한 경기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은희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한 것이다. ‘더 경기패스’ 시행은 국감에서 처음 발표됐다. 김 지사는 “더 경기패스는 경기도민 누구나 연령 제한 없이 어떤 교통수단이든 이용할 수 있다. 광역버스도 신분당선도 다 포함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이다. 월 6만5천원으로 서울 버스와 지하철, 공공자전거 등을 무제한 이용하는 카드다. 내년 1∼5월 시범사업 후 하반기에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내에서 승하차하는 지하철과 서울 시내버스·마을버스만 사용 가능하다. 광역버스나 경기도 시내버스, 마을버스, 수도권 전철 중 신분당선 등은 제외된다. 더 경기패스는 경기도민이 전국 어디서나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사용한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정책이다. 기후동행카드처럼 따로 정기권을 구입하거나, 매달 충전할 필요가 없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기도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추진하는 ‘K패스’ 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내년 7월 도입할 예정인 K패스는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매달 교통비의 20~53%를 환급해주는 사업이다. 19~34세 청년은 30%, 저소득층은 53%를 환급해 준다. 경기도는 여기에 별도 예산을 보태 혜택을 더 주는 ‘더 경기패스’로 운영할 방침이다. 도는 월 60회로 제한된 대중교통 이용 횟수를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청년 기준을 기존 19~34세에서 19~39세로 확대한다. 김 지사의 말대로, 서울시보다 ‘월등한’ 정책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도민 입장에서 보면 서울시민보다 경제적 혜택이 더 크다. 이를 반기는 이들이 많지만 부정적 여론도 있다. 이렇게 돌려줄거면 왜 대중교통요금을 인상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는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발표하자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반발한 바 있다. 경기·인천·서울은 같은 생활권이라 협의가 필요한데 독단적인 교통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기후동행카드나 더 경기패스 모두 세금을 쏟아 누가 혜택을 많이 주나 경쟁하는 모양새다. 돈 퍼주는 교통비 할인 정책 대신 교통불편 지역의 노선 확대와 증차, 교통약자를 위한 환경 개선, 낙후 시설물 보수 등 사각지대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설] 당신의 아이 위로 15만V가 흐르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이랬다면 어땠을까. 당장 시위하고 소송하지 않았을까. 다른 곳도 아닌 학교 위 모습이다. 그 공간에 복잡한 전선이 얽혀 있다. 가벼운 통신선에서 초고압선까지 다양하다. 본보 취재진이 안산시 상록구의 한 학교 인근을 살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함께 있다. 전봇대 6개가 학교를 둘러싸고 있다. 수원특례시 권선구 한 초등학교도 사정이 같다. 학교 담장 옆으로 전신주 4개가 서 있다. 용도를 달리하는 전선들이 복잡하게 늘어져 있다. 전봇대 쓰러짐은 태풍의 대표적 피해 유형이다. 초속 25~30m 정도의 바람에도 넘어간다. 전선과 각종 간판 등이 저항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상 누전 피해로 이어진다. 차량이 부서지고 행인이 감전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런 위험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더 아찔한 상황도 있다. 십 수만V의 초고압선이 지나가는 학교들이다. 올해 8월 말 현재 15만4천V 이상의 초고압선이 지나가는 학교가 도내 37곳이다. 학생 학부모는 알지 못한다. 고압선으로 인한 민원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한두 곳의 현안도 아니다. 새 둥지로 인한 화재 우려, 태풍으로 인한 붕괴·화재 우려 등이 제기된다. 여기에 유해성 논란이 그치지 않는 전자파 문제도 복잡하다. 일반 아파트 단지의 경우 당장 예민한 민원이 된다. 통상 손해배상 청구와 이전 청구 소송이 이뤄진다. 한전과 건설사 측이 패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백~수천억원을 들여 이전해야 한다. 그렇게 예민한 문제가 학교를 덮고 있다. 수백명의 아이들이 등하교한다. 교실에서 수업하고, 운동장에서 생활한다. 붕괴·화재로 인한 잠재적 피해자도 그 학생들이다. 전자파 피해의 당사자들도 그들이다. 통상 전봇대·고압선 피해의 경우 해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6년 또는 3년의 학교 생활에서 결말을 보기 어렵다. 여기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이러다 보니 아예 논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시작해봤자 ‘우리 아이 졸업 때까지 옮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때마침 한국전력공사가 2021년 7월부터 해온 전선 지중화 사업이 있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일환이다. 지자체가 신청하면 한전이 조사해 추진한다. 더디기는 하지만 14건의 일반 지중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학교 전신주 문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시·군이 ‘심각한 학교’를 조사해 신청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런 조사와 그런 신청을 한 시·군이 아예 없다는 게 문제다. 어른들 죽어나갈 전자파가 아이들에는 괜찮다는 건가. 머리 위로 15만4천V가 흐르는 학교. 그런 학교가 지금 서른일곱 곳이다.

[사설] 반려동물지도사 첫 국가시험, 구체적 가이드라인 내놔야

강형욱씨는 유명한 동물훈련사다. 반려견 전문가로 ‘개통령’ 또는 ‘견문가’으로 불린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많은 사람들은 ‘제2의 강형욱’을 꿈꾼다. 반려동물 행동지도 관련 민간 자격증은 올해 10월 법인 기준 66종에 이른다. 2015년 4개였던 민간 자격증은 반려동물이 크게 증가하면서 우후죽순 늘어났다. 개인이나 단체에서 발행하는 자격증까지 포함하면 반려동물 행동 교정·상담·관리 관련 자격증은 130개가 넘는다. 민간 자격증은 반려동물관리사, 반려동물종합관리사, 반려동물행동상담사, 반려동물행동상담지도사, 반려동물행동교정사 등 다양하다. 해당 업계에 종사 중이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직종에 따라 자격증을 선택해 취득해야 한다. 이 중엔 필기와 실기 자격 모두 검정하는 자격증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 강의 이수 시간 충족 뒤 필기시험만 통과하면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렇듯 민간 자격증의 교육과정과 검정 내용이 제각각이고, 자격증이 난립하자 일원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가 반려동물지도사 자격증을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를 국가시험으로 선발하는 내용이 포함된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6월 첫 시험 예정으로 매년 1천500여명을 선발한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 국가시험을 신설한 것은, 개 물림 사고 등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 외에 반려동물의 체계적 관리, 무분별한 민간 자격증 난립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반려동물 훈련, 반려동물 보호자 훈련, 동물병원, 반려견 훈련소, 미용실, 펫시터 등 반려동물 연관 산업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반려동물 1천만 시대, 반려동물행동지도사에 도전하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국가 자격증 시험을 치른다면서 아직까지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행 규칙과 과목은 물론 등급제 적용 여부 등 관련 정보가 없어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답답해하고 있다.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난립한 반려동물행동지도 관련 민간 자격증을 국가 공인으로 격상시켜 일원화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시험이 8개월도 안 남았는데 아직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대학이나 교육기관에서 관련 자격증 교육과정을 수정·보완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자격증 시험 발표만 해놓고 안일하게 늑장을 부려 혼란과 불편을 겪게 해선 안 된다. 하루빨리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

[사설] 국힘 ‘수도권 약진’, 관건은 공천·내실인데

국민의힘에 ‘김기현 2기’ 체제가 시작됐다. 보궐선거 참패가 불러낸 지도부다. 계파색이 옅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남 일색을 탈피한 배려라는 분석도 있다. 그중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수도권 중용이다. 정책위의장에 유의동 의원(평택을), 여의도연구원장에 김성원 의원(동두천·연천), 조직부총장에 함경우 당협위원장(광주시갑)이 임명됐다. 여기에 서울 출신 윤희석 선임대변인까지 임명직 8명 가운데 절반이 수도권이다. 15일 의원총회에서 예고된 부분이다. 김기현 대표가 임명직 인선의 방향을 밝혔다.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 배치된 형태로 갈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윤곽까지 예고했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가운데 최소 한 자리는 수도권·중원 출신으로 채운다고 했다. 나머지 자리에도 수도권 인사를 중용하겠다고 했다. 지역 언론이 이를 주목했고 김성원·송석준·안철수·유의동 등 다수의 도내 의원 이름을 보도했다. 그중 유의동·김성원 의원이 선택된 것이다. 외형상 수도권 중용의 약속은 이행된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1기’ 임명직 당직자 분포와 지역적 차이가 크다. 정책위의장 박대출(경남 진주갑), 전략기획부총장 박성민(울산 중구), 여의도연구원장 박수영(부산 남구갑), 지명직 최고위원 강대식(대구 동구을), 수석대변인 강민국(경남 진주을) 등이 모두 영남권 출신이었다. 8명 가운데 무려 5명이다. 여기에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까지 영남권이 싹쓸이한 포진이었다. 그때와 달라진 수도권 위상이다. 야권이 문제 삼는 부적격 논란은 있다. 김성원 의원의 여연원장 임명이다. 수해복구 현장에서 있었던 부적절한 설화 전력이다.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황당한 말로 공분을 샀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느냐는 판단이 필요하다. 이보다 큰 아쉬움도 있다. 사무총장 인선이다. 사무총장은 총선의 공천 실무를 책임진다. 이 자리에 TK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청도)을 임명했다. 공천은 계속 영남이 좌우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지난 4월 우리는 국민의힘의 영남 편중을 지적했다. 경기도에서의 참패를 경고했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6개월 지났다. 보궐선거라는 바로미터를 통해 그 경고가 현실이 됐다. 뒤늦게나마 수도권 중용을 인식한 것 같다. 내실에 이르는 평가는 남았으나 산술적 균형이라도 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노력을 평가한다. 우리의 이 주장과 기준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경기도스럽게 다가올 정당, 그것이 경기도민이 지지할 정당이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