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힘 “수원 5곳 중 4곳 바뀔 수 있다”/보궐 참패, 공천 혁명 외 희망은 없다

서울 강서구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했다. 17%포인트 넘는 격차로 진 참패다. 민심을 겸허히 듣겠다며 반성 모드에 들어갔다. 김기현 당대표가 “패인을 냉철히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참패의 현장이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김 대표는 “상대적으로 우리 당이 약세인 지역과 수도권 등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패배에 따르는 당연한 반성과 다짐이다. 그런데 이를 접하는 여론은 싸늘하다. ‘아직 정신 못차렸다’는 지적이 많다. 수도권을 ‘상대적으로 약세’라고 전제한 부분이 특히 그렇다. 패배를 본질적 구도의 문제로 돌리는 듯하다. 사실과 맞지 않다. 적어도 2022년 3월 대선 이후 서울은 보수가 압도했다.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5%포인트 이상 앞섰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쏠림은 더 커졌다. 25개 구청장 가운데 17곳을 국민의힘이 이겼다. 시장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25개 모든 구에서 이겼다. 이번에 패배한 강서구도 구청장과 시장 모두 국민의힘이 이겼었다. 거기서 참패한 것이다. 생생히 기억하는 이 사실을 묘하게 왜곡하는 속내는 뻔하다. 자연스럽게 책임 소재가 감춰졌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한 것도 그렇다. 김 후보자의 부적절성, 처신 등이 영향을 줬을 수는 있다. 하지만 17%포인트 이상의 참패를 그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국정 파행, 이재명 영장 기각, 독선적 인사에 당 지도부 무능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다. 이런 보궐 참패와 후속 조처 미흡의 타격은 그대로 경기도가 받게 된다. 경기도는 서울과는 같은 수도권으로 엮을 수 없는 상반된 지형이다. 윤석열 후보가 5%포인트 이긴 그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5%포인트 이겼다. 지역 내 많은 언론이 내년 총선은 민주당 승리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 보궐선거까지 참패했다. 총선에 나설 인재 영입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패배 확률 높은 경기도 국민의힘을 누가 선택하겠냐는 현실적 고민이다. 당 지도부의 내적 고민도 이 부분이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이 공천 혁명이다. 공천 혁명이라도 꾀하지 않으면 전멸한다는 절박함이 주는 역설이다. 경기도 사정에 밝은 당 관계자도 같은 주장을 폈다. 공천 혁명을 이뤄내야 경기도에서 압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 5개 지역구에서 4곳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로 총선 물갈이 규모를 전망했다.

[사설] 한글날 정부 행사, 세종대왕의 도시 여주에서 개최해야

제577돌 한글날 경축식이 지난 9일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열렸다. 서울이나 경기 여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한글날 정부 공식 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 ‘세종시’라 했지만 이곳이 세종대왕과 특별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두드리는 한글의 힘!’을 주제로 열린 한글날 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해외 순방 중이라며 불참했다. 대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총리의 축사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한글날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글날을 기념하는 메시지도 없었다. 지난해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 행사는 야외 빗속에서 치러졌는데 동네 주민센터 행사보다 못할 정도로 초라해 비난이 거셌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글을 홀대한다, 한글날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한글날이면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지방정부, 문화기관·단체 등을 중심으로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세종대왕과 한글의 도시’ 여주에서도 훈민정음 반포 577돌을 기념한 한글날 문화행사가 세종대왕릉 일원에서 열렸다. 행사는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주최, 여주시 주관으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여주시의 한글날 기념행사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예전엔 문화재청과 경기도 등이 주관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문화재청장, 경기도지사, 국회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여주시 주관으로 바뀌면서 타 지자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동네 행사로 전락했다. 올해 행사에는 이충우 여주시장과 정병관 여주시의회 의장 외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김유열 EBS 사장 등의 내빈 정도만 참석했다. 여주시민뿐 아니라 경기도민은 정부 기념행사에서 여주시 자체 문화행사로 쪼그라든 한글날을 지켜보는 마음이 좋지 않다. 경기도지사나 도내 국회의원들마저 무관심해 안타깝다. 누가 뭐래도 세종대왕의 도시는 여주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대왕이 잠든 영릉(英陵)이 여주에 있다. 영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여주에는 ‘세종’이란 이름이 수두룩하다. 세종대왕면이 있고, 세종대왕릉역, 세종대교, 세종대왕우체국, 세종대왕파출소, 세종국악당, 세종도서관 등등 ‘세종’을 빼고 여주를 얘기하기 어렵다. 최근 여주시는 정부와 경기도 등의 무관심으로 세종대왕과 한글의 도시라는 명성이 잊혀져 가는 듯하다. 한글날 행사는 반쪽이 됐다. 퇴색되면 안 된다. 명맥을 잇기 위해 정부의 한글날 경축행사의 여주 개최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국립한글박물관, 세종시 등을 왔다갔다 할 게 아니라 여주로 정하는 게 맞다.

[사설] 세수 59조 결손, 지방정부 재정위기 더 심각해졌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역대 최대 규모인 59조원에 달하는 올해 세수 결손 파장이 지방재정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국세가 예상보다 덜 걷히자 기획재정부는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 23조원을 삭감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방세 수입도 줄었다. 경기·인천 등 광역지자체들이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지출을 줄이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어 각종 사업을 중단·축소해야 할 상황이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에 연동돼 세수 상황에 따라 정산해야 한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올해 세수 결손은 2년 뒤인 2025년 지방교부세를 덜 주는 방식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내년부터 교부세를 깎겠다는 것은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처사다. 지방의 연구개발(R&D) 예산도 3분의 2 줄었다. 정부가 전체 R&D 예산을 13.5%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지방 예산의 삭감 폭은 지나치다. 시·도교육청의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예산도 대폭 깎였다. 지방재정 비상에 정부는 각 지자체가 그동안 적립해온 안정화기금, 순세계잉여금 등으로 교부세 감소분을 충당할 방침이다. 안정화기금은 지자체가 여유 재원이나 예치금을 모아 놓은 일종의 비상금이다. 중앙정부의 세수 펑크를 지자체 비상금으로 막겠다는 것은 황당한 대책이다. 행정안전부의 ‘전국 지자체 여유자금 현황’(10월4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여유자금 총액의 67.6%를 이미 소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정화기금과 순세계잉여금을 더한 여유자금 총액은 62조6천억원 규모인데 현재는 20조2천억원만 남았다. 국세 결손에 대한 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세가 덜 걷혔지만, 지방세도 마찬가지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경기도는 2조원, 인천시는 1천100억원 규모의 세입 결손이 생겼다. 정부의 지방교부세 감소까지 감안하면, 재정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각 지자체가 각종 기금을 차입하고 지방채를 발행하고 있다. 경기지역 지방채 총액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8천42억원, 2021년 1조6천8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1조4천52억원이었는데 내년도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시 등 도내 시·군들도 재정난 속 주요 사업 이행을 위해 신규 지방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지방정부들이 재정 부족액을 부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면서 지방채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 향후 어떻게 감당하고 해결하려는지 걱정스럽다. 부동산 세액에 의존하는 지방세수 개편, 국세의 지방 이양 확대 등 지방재정 구조 개선이 절실하다. 중앙정부는 세수 결손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면서 생긴 지방재정 위기의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설] 수원 가족 전세 사기, 심상치 않다/실태 파악과 초동 대처, 중요하다

수원에서 빌라 전세금을 날렸다는 고소장이 접수된 것은 9월 말이다. 사건의 파장이 우려되는 만큼 경기남부경찰청이 직접 수사에 나섰다. 불과 10여일 만에 피해 고소인이 52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전체 피해 액수도 80여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전개 양상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피해 대상 지역이 수원지역 외로 벗어나고 있다. 법인을 통한 전문 사기 행태로 확인된다. 2021년 이후 불거진 대형 전세 사기의 전형이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범죄의 주체는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관련 법인이다. 정모씨가 대표, 정씨의 아내가 이사로 돼 있다. 여기에 정씨의 아들은 공인중개업을 하며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가족 전세 사기단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확인된 법인 주소지만도 18곳에 달한다. 수원에 7곳, 화성에 6곳, 용인 4곳, 양평 1곳 등이다. 이들 법인으로 소유한 빌라가 40채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정모씨와 아내, 아들 등이 모두 잠적한 상태다. 정상적인 경영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여럿 드러난다. 재무제표상 법인 부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수원과 화성의 4개 법인 부채비율은 93.8%에서 99.4%다. 담보에 담보를 이어가며 법인을 유지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런 비정상 대출의 한계가 오면서 연쇄 파산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물건에 대해서는 이미 경매를 위한 압류가 시작됐다.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은 32가구 중에서 10가구가 권선구청 세무과로부터 압류 당했다. 지난 3월, 우리는 충격적인 전세 사기 사건을 목격했다. 이른바 ‘인천 미추홀 건축왕 사건’이다. 주거형 건물의 103가구가 모조리 경매에 넘어간 사건이다. 서민들의 피 같은 보증금이 모두 날아갔다. 2월에 30대 남성, 4월에 20대 청년, 같은 4월에 4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되살리고 싶지 않은 충격적 사건이다. 수원에서 시작된 이번 ‘일가족 전세 사기 의혹’이 그래서 걱정이다. 피해 규모, 피해 범위, 피해 방식이 미추홀 사건과 닮았다. 우선 두 가지를 주문하려고 한다. 하나는 경찰의 신속한 수사 진행이다. 잠적한 가족은 출국 금지했다고 한다. 서둘러 전체 피해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수사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해당 지자체가 함께 파악해야 한다. 둘째, 일부에서 시작된 경매 절차를 정지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앞선 유사 사례에서의 선례가 있다. 법원, 조세당국, 금융기관, 채권추심업자 등에 경매 절차 정지·연기를 요청해야 한다. 전세 사기 행위는 이미 이뤄졌다. 이제부터 할 일은 피해의 최소화다. 그걸 하는 게 경찰과 행정의 존재 이유다. 같은 비극을 또 보게 해서는 안 된다.

[사설] 21대 마지막 국감, 정쟁만 일삼는 구태 보고싶지 않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10일부터 시작됐다. 올해 국감은 791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다음달 8일까지 진행된다. 그 어느 때보다 일을 안 한 것으로 낙인 찍힌 21대 국회가 정쟁만 일삼으며 구태를 되풀이하는 게 아닌가,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 정책 감사를 제쳐두고 정쟁 소모전만 벌인다면 또 국감 무용론이 나오면서 거센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감은 행정부의 예산 집행 적절성과 정책 수행의 효율성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입법부의 중요 역할 중 하나다. 그러나 해마다 보여준 국정감사는 여야의 싸움판이었다. 정책·민생 국감은 외면해 생산적인 국감이라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올해 국감은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극한 대결을 벌여온 데다 내년 4월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있어 정국 주도권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 심판론 대 정권 심판론, 전 정부 책임론 대 현 정부 실정론의 대결구도 속에 상임위원회마다 격돌할 만한 쟁점이 수두룩하다. 법제사법위는 대법원장 공백 사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기획재정위는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논란과 세수 결손 문제, 국토교통위는 김건희 여사 일가 관련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외교통일위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 문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는 탈원전 후유증과 전기·가스 요금폭탄 책임, 국방위는 채 상병 사망 사건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첨예한 대결 이슈가 산적해 있다. 여야가 따질 건 따지며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건 맞지만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지지층만 염두에 두고 난타전을 벌여선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고, 국제유가가 급등해 물가를 압박하며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무력충돌로 중동 정세까지 불안해 어떤 연쇄적 파장을 몰고 올지 알 수 없다. 경제·안보가 위기 상황이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인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이번 국감부터라도 고성만 지르다 끝내지 말고 생산적인 감사를 펼쳐야 한다. 정략적인 계산 속에 정쟁 공방만 벌이는 구태 국감에 국민들의 불만과 비판이 거세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막말·호통·비방은 자제하고 여야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정책·민생 국감을 펼치기를 당부한다.

[사설] 예산 아낀대도 공격 받는 탄천교량사업/성남 신상진號는 왜 시민 동의 못 받나

손봐야 할 탄천 교량은 모두 15개다. 4월 실시한 보도부 정밀안전진단 결과다. 들어갈 공사비가 엄청나다. 당초 조사에서 1천61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산정됐다. 성남시가 이 돈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7월이다. 공법, 방식, 규모 등을 다 바꾼다고 했다. 절감되는 예산 규모가 종전 50%를 넘을 것으로 설명했다. 새로 제시한 예산 규모는 770억원이다. 여기에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공사 방식 변경도 밝혔다. 정자교 붕괴 이후 문제가 된 캔틸레버부를 제거한 뒤 차도부 양측에 보도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방아교, 서현교, 돌마교, 미금교, 수내교, 궁내교 등에 적용키로 했다. 한쪽은 차도 내에 보도를 조성하고 반대쪽에만 보도교를 만드는 방식도 사용된다. 정자교 등에 적용한다고 했다. 양측 캔틸레버부만을 철거한 뒤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 다리도 있다. 보행전용교인 신기보도교와 백궁보도교가 해당된다. 당연히 전문가 검토를 거친 방안들이다. 시의 설명에서 잘못이나 오류를 찾을 수는 없다. 절반을 훨씬 넘는 840억원을 줄였다. 예산 절감의 크기가 눈으로 확인된다. 팍팍한 시 살림에 고무적인 일이다. 공사 기간 단축 역시 시민에게 도움 되는 일이다. 시민 불편의 최소화는 시 행정의 기본 책무다. 변경된 방안의 기술성에 대해서도 딱히 문제 될 견해가 나온 것은 없다. 시는 ‘향후에도 여러 의견을 협의해 가겠다’고도 했다. 살필 때 ‘변경안 절대 불가’를 외칠 문제점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성남 분위기는 다르다. 반대와 비난이 계속된다. “분당구 주민을 경기하고 더 큰 위험성을 유발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시민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매표 행위를 하지 말라”, ‘신상진 시장의 무능과 무대책, 무책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처음에는 지역 정치권이었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선창했다. 그러다가 점차 시민 불만으로 옮아 가는 추세다. ‘안전을 볼모로 하고 있다’거나 ‘시민 의견을 무시하고 규모를 축소했다’는 여론이다. ‘목적 옳은데 동의받지 못하는 시정’. 이것이 작금의 성남시다. ‘청년기본소득’ 폐지도 그랬다. ‘퍼주기’를 근절하겠다는 결단이다. 신상진 시장의 공약이고 소신이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크고 역행 움직임이 거세다. 탄천 교량 사안이 그렇게 간다. 예산 줄이려는 고육지책이다. 방향 옳고 취지 좋다. 법·령·규칙에도 합당하다. 그럼에도 시민 지지는 없거나 부족하다. 민주당 선동 탓만 할 건가. 소통 되는지 챙기고, 눈높이를 맞출 때다.

[사설] 안산환경재단, 인사·회계에 문제 많다

안산시는 서해 바다와 면한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준공 30년을 맞는 시화호가 있다. 해양 생태계와 습지 생태계가 공존한다. 이런 특징과 역할을 담당하는 시 출연 기관이 안산환경재단이다. 2008년부터 15년째 운영 중인 중요 기관이다. 지속가능한 안산 발전, 생태도시로의 비전 실현 등을 목표로 한다. 업무 성취도도 좋았고, 경영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출자출연기관 경영 실적 평가에서 3년 연속 A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런 전력 때문에 본보가 취재 보도한 내용이 의외고 놀랍다. 이런저런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 정도가 크고 범위가 넓다. 지난해 1월 생태관리 분야 신규 직원으로 A씨를 공개모집해 채용했다. 생태관리 분야는 재단의 핵심 업무이면서 전문적인 업무다. 그런데 같은 해 3월 A씨를 생태관리업무와 무관한 경영기획팀으로 전보했다. 채용 당시 업무 분야와 전혀 다른 회계 업무를 담당하게 한 것이다. 본인의 의사에 반했다면 부당 전보 행위다. 재단의 주먹구구식 승진 업무도 구설을 타고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B씨를 지난 2021년 4월 3급에서 2급으로 승진 임용했다. 그 과정에 문제가 지적된 듯하다. 그러자 같은 해 10월 승진을 취소했다. 그 후 단서 조항을 일부 개정했고 이를 근거로 취소 다음 달인 11월 재승진 임용했다. 승진과 승진 취소, 이후 조건을 맞춘 뒤 재승진 등이 멋대로 이뤄진 것이다. 공공 기관은 물론 소규모 기업체에서도 쉽게 목격되지 않을 인사 행태다. 호봉 책정 문제도 있다. 신규 직원에 대한 초임 호봉은 채용 분야별 직무기술서가 제시하는 직무와 연관된 근무경력만 인정한다. 신규 직원인 C씨는 달랐다. 회계·인사·계약관리 및 예산운영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까지 다 포함했다. 회계 처리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성과급 등 수당을 부적절하게 지급했다. 회계 결산 담당 직원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회계 시스템을 개선했다. 그러고도 관련 업무를 외부 관계자에게 위탁했다. 예산 낭비다. 환경재단을 두고 있는 지자체는 안산과 화성 등 일부다. 환경·생태계가 안산, 화성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는 방증이다. 그런 기관에서 불거진 잡음이다. 생태 보전, 습지 관리 등의 업무는 오랜 기간 민간 단체의 영역이었다. 그들이 해온 역할과 성과도 많다. 하지만 안산·화성환경재단은 그 성격이 다르다. 엄격한 규율과 투명한 운영이 중시되는 공적 출연 기관이다. 혹여 이를 구분 못한 습성이 있다면 안 된다. 의혹을 엄히 살피고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

[사설] 정신장애인 재활 위한 경기 ‘위기지원쉼터’ 절실하다

극심한 경쟁체제와 양극화 등 복잡다단한 현대사회가 정신질환자를 양산한다.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100만744명이다. 2018년 대비 32.9% 증가했다. 국민 정신건강의 심각한 위기 징후다.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은 크다. 가족·지역사회와의 연결이 단절되고, 경제위기와 생존의 불안에 노출된다. 우울증 환자 중엔 20대가 많다. 이는 개인 문제라기보다 청년 취업난·경제적 곤란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한다.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청소년, 가족과 교류 없는 노인들의 우울증 발병도 늘었다. 이들 중엔 벼랑 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타인을 해하는 경우도 있다. 한 해 100만명을 넘긴 우울증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조기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되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대응은 상당히 미흡하다. 정신질환·정신장애인에 대한 의료적 접근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위기지원쉼터나 정신재활시설 확대를 통한 지역사회 내 회복이 필요한데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이 지난해 기준 10만4천여명에 달한다.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인은 정신적 결함으로 일상생활에서 제약을 받는 자로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반복성 우울장애 등이 포함된다. 경기도내 정신장애인은 지난해 2만146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위기지원쉼터는 전국에 세 곳뿐이다. 위기지원쉼터는 정신질환자가 병원 입원 대신 안전한 장소에서 회복과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 곳으로, 위험한 상태로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된다. 세 곳의 위기지원쉼터는 모두 서울에 있다. 경기도나 인천시에는 한 곳도 없다.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직업활동과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취업 등 각종 재활 활동 및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재활시설은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에 349곳이 있다. 경기도에는 63곳이 있다. 도내 31개 시·군 중 12개 시·군에는 한 곳도 없다. 가평·과천·광명·광주·구리·동두천·양평·여주·연천·의왕·이천·하남 등의 정신장애인들은 인근 지역으로 원정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 정신건강은 지역사회 중심으로 돌봐야 한다. 거주지 근처에 위기쉼터나 재활시설이 있어야 쉽게 방문해 치료·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시설을 대폭 확충, 정신건강 약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설] 구한말 항일의병, 경기도도 독립유공자에 포함시켜야

정부와 학계에선 항일독립운동을 1895년 전후부터 1945년 광복까지로 규정한다. 국가보훈부는 독립유공자법에서 독립유공자 적용 대상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나눠 구체적 시기를 일제의 국권침탈(1895년) 전후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로 설정했다. 구한말 의병부터가 대상이다. 서울시와 전남, 울산광역시 등도 독립운동 관련 대상에 구한말 의병을 포함시켰다. 2020년 제정된 서울시의 항일독립운동 관련 조례에는 지원 대상을 ‘일제강점기 또는 그 직전에 일제의 민족차별 및 국권 침탈 등에 반대하거나 항거한 활동’으로 명시했다. 2017년 제정한 전남의 항일독립운동 기념사업 지원 조례도 지원 대상 시기를 ‘일제의 국권 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14일’로 했다. 의병을 위한 조례를 따로 제정한 지자체들도 있다. 충남·전북·전남·경남·경북·광주광역시 등 6개 광역지자체와 경기 양평군을 비롯한 7개 기초지자체가 그렇다. 광주광역시는 2015년 ‘한말 의병운동 기념사업 지원조례’를 제정, 명성황후 시해부터 단발령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한말 의병운동과 관련해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남도 ‘남도의병 선양사업 지원 조례’를 제정, 의병 생가 등 각종 의병 기념시설물을 유지 보수하고 이름을 남기지 않은 의병에 대한 기록물 등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의병활동에 대해 무관심하다. 항일운동 관련 조례에 의병이 빠져 있다. 도에는 ‘항일독립운동 유적 발굴 및 보존에 관한 조례’(2016년 제정), ‘독립운동기념사업 지원 조례’(2019년 제정)가 있는데 지원 대상 시기가 일제강점기(1910~1945년)로 국한돼 있다. 구한말 항일운동에 나섰다가 순국한 이들을 발굴하거나 기념하는 사업은 안 하고 있다. 의병들은 대한제국 말기 국권을 지키려고 투쟁에 나섰다 불꽃처럼 사라진 이들이다. 살아남은 이들은 만주나 연해주로 가 독립군이나 광복군과 연계해 독립운동의 모태가 됐다. 때문에 구한말 의병에 대한 조명과 함께 기념사업, 지원사업 등은 중요하다. 경기도는 구한말 ‘의병 역사의 산실’이자 ‘의병 격전지’였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촉발된 을미의병 발생 후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105곳에서 일본군에 맞선 전투가 벌어졌다. 6천명 가까운 의병이 전투에 참가했고, 1천명 넘는 의병이 사망했다. 일제가 기록한 ‘조선폭도토벌지’에 나온다. 경기도 출신으로 전쟁에 참여해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은 의병은 216명뿐이다. 전투에 참가한 의병, 순국했거나 옥고를 치른 의병의 대부분은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이들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무명의병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이들을 기리는 기념사업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설] ‘경기도 딸’ 신유빈, 21년만 탁구 금메달/경직된 은메달 북한, 불편하고 안쓰럽다

탁구 여자 복식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땄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21년 만이다. 우승의 주인공은 전지희·신유빈 선수다. 전지희는 1992년 중국 태생으로 중국명 톈민웨이다. 2011년 한국 국적을 획득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번 금메달은 한국 국적 획득 12년 만이다. 귀화한 중국 출신 선수로는 처음이다. 평소 성실하고 친근감 있는 생활로 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금메달을 향하는 축하가 많다. 신유빈은 한국 탁구의 현재와 미래다. 어릴 적부터 탁구 신동으로 기대를 받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는 8강 진출을 견인했다. 띠동갑 전지희와 짝을 이룬 여자 복식에서 현재 세계 랭킹 1위다. 여기에 주목을 끄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신유빈은 ‘경기도의 딸’이다. 선수 출신인 아버지가 운영하는 탁구장에서 성장했다. 수원 청명중학교 시절 만 14세 때부터 국가대표에 올랐다. 경기도민과 수원시민에게 주는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남다른 이유다. 그래서 더 많은 도민이 지켜본 모습이 있었다. 결승에서 제압한 상대가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선수였다. 경기 내내 서로 불편해 보였다. 눈을 마주치거나 손짓을 하는 통상적 소통도 없었다. 경기 후에도 마지 못해 손만 스치고 지나갔다. 메달 시상식에서는 북한 선수들이 시종 침통한 표정이었다. 전지희·신유빈이 시상대 오르기 전 3위 팀과 악수를 했다. 북한의 두 선수는 겨우 손바닥만 내줬다. 시종일관 우리 선수들의 환호를 편하게 지켜볼 수 없었다. 괜한 불안감이 아니었다. 대회 초반 사격 남자 단체전에서 남북 대결이 있었다. 한국 금메달, 북한 은메달이었다. 애국가가 나오자 북한 선수가 눈물을 흘렸다. 기념 촬영을 위해 1위 자리로 초대했다. 말로 청했고, 어깨를 잡았고, 등도 두들겼다. 하지만 끝내 오르지 않았다. 결국 한국팀과 3위 인도네시아팀이 바닥으로 내려와서야 촬영할 수 있었다. 북한 선수단의 경직성은 대회 기간 내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종목에서는 폭력이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70년대 남북은 스포츠에서도 전쟁을 했다. 선수단은 종목을 가릴 것 없이 충돌했다. 패배에 승복하지 않는 선수들의 폭력이 다반사였다. ‘남북 대결에서 패배하면 아오지 탄광’이라는 소문이 퍼졌던 것도 그때다. 돌아보면 세계인에게 민망한 남북한의 현실이었다. 그런 과거가 2023년에 재연되고 있다. 눈 부라리고, 승복하지 않고, 악수 피하고, 상대 국기 외면하고, 분함을 표하며 오열까지 한다. 이런 북한 선수들을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너무 안쓰럽다. ‘북한 선수들과 불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될 나이 어린 신유빈은 또 무슨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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