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년 유예한 중대재해법, 또 미루는 게 옳은 건가

정부와 여당이 다음 달로 예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 시행을 2년간 더 유예하기로 했다. 현재는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지만 내년 1월27일부터는 유예 기간 종료와 함께 업종과 무관하게 적용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었는데 또 연기되는 것이다. 3년 유예에 이어 2년간 더 유예다. 중소기업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회사가 안전의무를 소홀히 해 노동자가 숨질 경우 경영책임자인 사업주를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 후 2년 만인 2021년 제정돼 지난해 1월부터 상시 노동자 5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은 2년간 유예해 다음 달 27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9월 ‘2년 추가 유예’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도 80만여개 대상 기업이 충분히 준비하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되면 영세기업들의 폐업과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명분이었다. 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논의에 진척이 없었는데 입장을 선회했다. 최근 민주당은 ‘정부의 공식 사과와 유예 기간 중 안전확보 계획 수립, 2년 후 전면 시행 확약’이 전제되면 2년 유예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이 결국 2년 유예에 합의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중대재해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 사망사고의 60.2%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644명 중 38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경영계 목소리만 듣고 법 적용을 미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미흡하기 때문에 법 적용을 유예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난 3년간의 유예 기간 동안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기업 경영활동 위축을 염려하며 법을 개정하려는 정부 태도는 무책임하다. 80만 넘는 소규모 사업장들이 2년 뒤에는 충분히 준비됐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때도 ‘준비가 덜 됐다’며 추가 유예를 요구할 수 있다. 당정이 총선에 몰두하느라 정책을 후퇴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관리에 힘쓰라는 것인데, 정부가 기업 경영을 걱정해 법 적용을 미루자고 하는 게 옳은 건가.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약속과 정책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사설] 삼성 축구 꼴등, 이게 삼성의 모습인가

축구 하면 떠오르는 기적의 역사가 있다. 프랑스 4부리그 소속 칼레 축구팀이다. 1999~2000 시즌 ‘쿠프 드 프랑스’ 결승에 올랐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최강팀을 가리는 토너먼트 대회였다. 비싼 몸값의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슈퍼마켓 사장, 할인마트 직원, 항만노동자 등이 주전이었다. 명문 낭트와의 결승전을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참관했다. 칼레가 패하자 시라크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낭트는 결승전의 승리자이며, 칼레는 정신력의 승리자다.’ 수원삼성 축구단이 2부 리그로 강등됐다. 2023 시즌에서 1부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를 응원하러 수많은 서포터스가 찾았다. 강등이 확정된 뒤 경기장은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했다. 선수들은 울었고 서포터스들도 울었다. 일부 관중은 경기장에 난입을 시도했다.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한 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대표이사 퇴진, 감독 퇴진 등 구호가 난무했다. 왜 안 그렇겠나. 창단 28년 만에 겪게 된 수모다. 축구 왕국의 몰락이다. 칼레의 기적? 정신력의 승리? 그건 FA컵 같은 단기전에서나 가능하다. 40여차례 경기를 치르는 시리즈에서는 불가능하다. 호화 멤버로 꾸려진 강팀이 결국 모든 걸 가져간다. 수원삼성이 쌓아 올린 금자탑은 화려하다. 1995년 창단 이후 곧바로 명문팀이 됐다. 네 차례의 리그 우승, 다섯 차례의 FA컵 우승, 아시안슈퍼컵 2연패, 아시안클럽컵 2연패 등의 역사를 썼다. 그 시절 수원삼성은 투자도 1등이었다. 몸값 비싼 선수는 모두 삼성에 있었다. 2014년 구단 운영 주체가 바뀌었다. 투자가 사라졌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축구단에 대한 투자를 삼성그룹에 강제할 논리는 없다. 그 또한 기업의 선택이고 방향이다. 그럼에도 서포터스의 분노, 수원시민의 실망이 전하는 유감은 분명하다. 한결같이 곁을 지킨 삼성 블루윙즈 서포터스다. 강등이 유력한 마지막 경기까지 찾아가 목청 높여 응원했다. 수원시·시민의 지지 또한 변함없다. 시민 재산인 빅버드 축구장을 내주며 약속을 지켰다. 보자. 텔레비전 만드는 회사가 있다. 매출 1등 달리다가 매출 꼴등으로 추락했다. 기업이라면 이때 취할 조치가 있다. 신뢰도 추락에 대한 뼈를 깎는 자성이다. 부문 사업장에 대한 엄격한 문책이다. 그래도 안 되면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이 원칙을 지켜온 게 다름 아닌 삼성그룹이다. 그런데 축구단에는 철저히 예외인 것 같다. 꼴등으로의 추락을 10여년째 보기만 했다. 축구계, 팬, 시민의 지적에 아무 대응도 없었다. 그러다 진짜 꼴등까지 왔다. 이제는 좀 묻고 싶다. 어제 이후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명문 구단 부활의 꿈은 남았는가. 2부리그 유지에 만족할 생각도 있나. 아니면 28년 축구에서 손 뗄 생각인가. 투자를 강권하는 게 아니다. 방향이라도 듣자는 것이다. 팬과 시민에게 이 정도 권리는 있지 않나.

[사설] 마사토 운동장 비산먼지가 건강에 안 좋다는데

운동장에 깔린 마사토는 유해한가.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가. 이근원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가 조언한다. “작은 입자의 마사토를 흡입하게 되면 30~50년 후 진폐증 등 각종 폐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이 먼지를 흡입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마사토 미산먼지의 폐해를 지적하는 전문가는 많다. 대책을 내야 한다는 공감대도 오래전에 형성됐다. 학교 현장의 실태는 어떨까. 대책은 이뤄지고 있을까. 마사토 운동장에는 장점이 있다. 물이 잘 빠지고, 관리 비용이 적게 든다. 도내에서만 2천500여개 학교가 마사토 운동장을 쓴다. 농구장, 족구장, 트랙 등 용도도 다양하다. 마사토 미세먼지에 노출된 학생이 그만큼 많다. 아이들은 성인의 호흡률보다 2~3배 많다. 흡입되는 미세먼지가 그만큼 많아진다. 그런데 도 교육청 차원의 건강 대책이 없다. 업무를 담당할 부서도 명확하지 않다. 문제를 지적하자 그제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관심 밖에 있을지는 몰랐다. 이미 해수 살포 등이 대책이 이뤄지는 학교가 많다. 2017~2019년 남양주지역 5개 초등학교의 개선 사업이 그런 경우다. 친환경 먼지 억제제를 살포했다. 당시 사업을 주도했던 것은 경기도다. 어찌된 일인지 2020년부터는 그나마 사라졌다. 시·군이 직접 대책에 나서는 곳도 있다. 구리시가 그런 예의 하나다. 관내 8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예방 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치가 있다. 사업 대상이었던 한 학교에서 분석된 개선 효과 수치다. PM10(미세먼지) 농도(g/㎥)가 70.1에서 15.1로 줄었다. PM2.5(초미세먼지) 농도는 43.1에서 9.9까지 감소했다. 아이들의 건강 개선 수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작업이 어렵거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 해수를 살포하거나 소금을 섞어 깔아주는 정도의 작업이다. 아이들과 학부모가 학교 생활에 걱정을 덜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다. 과거 인조잔디 운동장 유해성 논란 때를 보자.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소리에 온 나라가 발칵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며 뜯어냈다. 그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마사토 운동장 유해 논란이다. 미세먼지를 흡입하면 건강이 나빠진다는 당연한 걱정이다. 관심을 갖고 대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꼭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나야 들여다볼 것인가. 잠깐 하다가 손 뗀 경기도, 업무 관장조차 정하지 않는 경기도교육청, 모두 반성하고 사업에 나서라.

[사설] 정쟁으로 민생 외면하는 정치권은 대오각성해야

국회가 또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에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2일이 예산안 법정 시한이지만 여야는 야당이 제출한 탄핵안 처리 문제로 공방을 벌이면서 예산안은 뒷전으로 밀려 1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기면서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넘김으로써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3년 연속 법정 시한을 넘겨 지각 처리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뿐만 아니다.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법안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다른 상임위 법안이 무려 438건에 달하고 있지만, 법사위는 여야의 정쟁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야 본회의에 회부되는데, 지난달 22일 열린 법사위는 제대로 된 안건 심의 없이 산회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내년 4월10일 총선이 실시되므로 사실상 이번 정기회가 마지막이나 다름없다. 여소야대인 국회가 보여주고 있는 의정 행태는 국민들로 하여금 너무도 실망스러워 과연 국회가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국회와 정치권은 협치는 고사하고 연일 정쟁으로 국민들의 피로는 극도에 달하고 있다. 우선 국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남용하면서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은 본인의 사퇴로 무산됐지만, 탄핵안 제출 과정 등을 보면 정략적 탄핵 추진과 경솔함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회기 내에 탄핵안을 제출했다가 스스로 철회해 일사부재의 원칙 논란을 일으켰는가 하면, 2차 탄핵안 제출 때는 탄핵 사유로 엉뚱한 내용을 넣었다가 철회·제출을 재반복하는 것이 공당의 모습인가. 6개월 업무 공백이 초래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기각을 겪고도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남발하는 것은 공당의 무책임한 행태다.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 역시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야당 주도로 강행 통과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협상과 설득을 통해 정책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은 없이 거부권에 의존하는 윤 대통령과 여당도 정치 파행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북한은 연일 도발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정치권이 정쟁만 하고 있으면, 국정은 어떻게 되는가. 정치권은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대오각성해 민생을 돌보기 바란다.

[사설] 못 뜨는 기회소득, 결국은 노력과 의지 부족이다

민선 8기 경기도정의 화두는 기회소득이다. 김동연 지사가 창안하고 설계한 독점적 사업이다. 김 지사에게는 책임이고 경기도민에게는 약속이다. 임기 4년이 17개월여를 지나 곧 반환점이다. 기회소득의 중간 성적을 봐야 할 때다. 높은 점수는 주지 못할 것 같다. 수요자인 도민들이 여전히 낯설어한다. 중앙정부는 잇따라 어깃장을 놓고 있다. 경기도의회의 평가나 협조도 시원치 않다. 본보 기자는 현재의 상태를 ‘기회소득의 난항’이라고 표현했다. 기회소득은 시행에 앞서 복지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지원금을 주려는 지자체 정책이 거쳐야 할 법률적 절차다. 올 상반기 배달 노동자에게 줄 기회소득을 협의했다.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이유였다. 현금성 복지를 지양하려는 정부 방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자 도가 우선 추진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체육인과 농어민 기회소득 지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단 내년 예산부터 세우는 것이다. 사실 복지부 비협조는 예상된 바다. 행정 단계나 정치적 상황이 그랬다. 그랬으면 이를 극복할 의지와 투쟁을 준비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과거 성남시의 청년 수당 도입 과정이 기억에 생생하다. 중앙정부와 거침 없이 충돌했다. 소송전까지 불사했다. 그런 과정이 되레 사업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결국 민심의 지지를 얻어 실현될 수 있었다. 그런 역발상의 의지가 기회소득에서는 안 보인다. 복지부가 태클을 건 사실을 경기도민조차 모른다. 경기도의회 걸림돌도 얘기된다. 복지부 결정 여부에 따른 변동성이 빌미다. 좌초될 수도 있고 지연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보건복지위가 장애인 기회소득 예산 10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삭감했다. 여기에 기본소득과의 개념 충돌도 여전히 나온다. 농어민 기회소득 예산이 기본소득 사업과 중복된다는 지적이다. 기본소득은 민선 7기 이재명호의 정책이다. 그 사업이 그 사업이라고 말한다. 1년 넘게 나오는 똑같은 지적이다. 소통 부족이다. 도민에게 기회소득은 여전히 생소하다. 민선 7기 기본소득과 구분되지도 않는다. ‘분명히 다르다’는 김 지사의 주장만 기록으로 남아 있다. 도의회에 대한 설명 소통 부족이다.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쪽에서조차 나오고 있지 않나. 도의회는 우군이어야 한다. 중앙정부에 맞서 줄 동반자다. 그렇게 중요한 소통이 부족했다는 서운함을 사는 것은 잘못이다. 기회소득 난항은 외부적 요소와 내부적 요소가 함께 문제다.

[사설]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보조금 늘리고 운영도 개선해야

정부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저상(底床) 버스를 늘리도록 의무화했다. 2026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비율을 62%까지 늘릴 방침이다. 노후한 시내·마을버스와 농어촌버스를 새로운 차량으로 교체할 경우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의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지난 1월19일 시행됐다. 시외버스를 제외한 모든 노선버스가 저상버스 의무 도입 대상이다. 저상버스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다. 장애인뿐 아니라 아기를 태운 유모차, 노약자들도 이용이 수월하다. 유럽 등 선진국 대도시에선 1990년대 초부터 일반화됐지만, 우리는 2003년부터 시범 운행돼 점차 늘려 가는 추세다. 전국 시내버스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1년 30.6%다. 정부는 2026년 62%로 늘린다는데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저상버스 교체 비용이 국비매칭(국비 25%, 지방비 25%) 사업으로, 국비에 맞춰 교체 숫자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교체를 위해 내년 수요 1천574대분의 보조금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1천131대분만 배정됐다. 저상버스 1대당 가격은 2억2천여만원이다. 일반버스에 비해 2배가량 비싸다. 운수업체들은 저상버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운행 연한이 넘은 버스를 그대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고, 운수업체에 부담을 강요할 수도 없어 저상버스 확대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저상버스를 늘리라고 하면서 내년에 정부 지원금을 대폭 삭감했다. 그러면서 저상버스 의무 도입 운운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지자체와 운수업체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27년 1월부터 광역급행형 버스와 직행좌석형 버스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를 운행해야 하는데 이것도 실현될지 의문이다. 그전에 차량 연구개발과 대량의 생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원금을 대폭 줄인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 이미 도입된 저상버스가 교통약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차 간격이 상당히 길고, 인도와 차도 간 구분이 안 된 정류장은 리프트가 차도로 내려오는 등 안전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인도 및 버스승강장의 환경이 열악하면 교통약자들이 탑승하기 어려워 무용지물이 된다. 저상버스를 늘리면서 예산 지원과 함께 무장애 버스정류장 등 섬세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사설] 외국인 노동자 확대, 열악한 노동•주거환경도 개선해야

정부가 내년도 외국인 노동자 고용 허가 규모를 16만5천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 외국인 인력은 노동환경과 처우가 열악해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내국인 일자리 잠식 가능성, 외국 인력 관리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모를 늘렸다는데 보호 대책이 미흡해 여러 가지 문제가 우려된다. 기피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질수록 임금 체불과 인권 침해, 사업장 이탈로 인한 미등록 체류 등 많은 문제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는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E-9 비자(비전문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2022년까지 5만~6만명 수준이던 한 해 고용한도는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급증해 올해 12만명으로 늘어났는데 내년엔 4만5천명을 더 늘린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고용허가 배경으로 ‘빈 일자리’와 ‘현장 수요’를 들었다. 외국 인력 허용 업종은 중소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확대돼 내년엔 음식점업, 광업, 임업이 추가된다. 서비스업은 올해 2천870명에서 내년 1만3천명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난다.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임업과 광업 사업장에선 외국 인력을 쓸 수 있게 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들어오기에 앞서 이들이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일하고 생활할 기반 조성은 안 돼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열악한 사업장 특성상 지금도 임금 체불, 주거 문제 등이 심각한데 대규모 인력을 들여왔을 때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음식점의 경우 추가근로수당이나 노동시간 등에 있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도 고용허가 대상에 포함돼 있다.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이들의 체류 상황이나 노동 조건 등 제반 여건에 대한 실태 점검과 개선 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취약 일자리에 대한 개선 없이 외국 인력으로 빈자리를 채울 경우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는 호텔·콘도 업종에 대해서도 고용허가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중고령 여성 노동자 중심의 일자리였던 음식점·숙박 업종의 경우 더 값싼 노동력으로 대체될 수 있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의 대안이 무조건 외국 인력 도입으로만 귀결되는 정책 방향은 문제가 있다. 대규모 외국 인력 도입 이후 파생될 문제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해당 업종 노동계와의 논의, 기존 허용 업종에 대한 평가 및 개선 등 재고해야 할 게 많다.

[사설] 기회소득 예산, 경기도의회에 설명 부족했다

바로 닷새 전, 경기도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고양특례시의 최대 현안인 시청사 이전 부결이다. 제2지방재정투자심사가 내린 부결의 이유는 이랬다. ‘청사 이전에 대한 의견 전달과 주민 설득 등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주민에 대한 설명 또는 소통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고양시의회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기존 신청사 계획의 조속한 종결 등을 이행하라.’ 시의회와의 소통, 합의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고양특례시가 즉각 반발했다. 예산을 절감하는 명백한 근거를 재삼 설명했다. 수십차례의 설명회와 간담회가 있었음도 강조했다. 우리는 경기도 의견에 일리가 있다고 논평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행정에서 소통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몇 번을 만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합의했느냐다. 주민 소통과 시의회 협의를 생략한 행정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런데 그와 똑같은 문제가 경기도의원들에 의해 제기됐다. 기회소득 예산을 처리해 가는 과정이다. 경기도 민선 8기의 핵심 공약이자 중요 정책이다. 김동연 도지사를 상징하는 행정 목표이기도 하다. 중요한 만큼 도가 새해 예산 통과에 거는 희망도 크다. 이걸 도의회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농정해양위원회 방성환 부위원장(국민의힘·성남5)이 농어민 기회소득 예산에 대해 문제점을 말했다. 내용에 대한 거부권은 아니다. 40억원을 세우면서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동연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얼핏 당리당략에 의한 어깃장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이 맞물려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황대호 부위원장도 비슷한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당 소속인 황 의원이 제기한 것은 체육인 기회 소득예산이다. 역시 예산 수립 과정의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59억원에 달하는 체육인 기회소득을 만들면서 도의회와 상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양시청사 이전의 예를 다시 보자. 열악한 재정 사정에서 예산을 절감하는 구상이다. 이전에 필요한 시간적 낭비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분명하고 계측화되는 장점이 있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주민감사, 1차 심의, 2차 심의를 통해 소통과 협의를 강조했다. 이를 이유로 사업 전체를 반려했다. 그만큼 주민·의회 소통이 중요하다는 권고였다. 그랬던 경기도청이 정작 자체 행정에서는 도의회와의 소통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을 산 것이다. 고의로 숨겨야 할 이유는 발견되지 않는다. 어느 지점에선가 착오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이제라도 소통과 협의의 예를 갖춰야 할 것이다.

[사설] 이주노동자 건강·안전 위협, 비닐하우스는 집 아니다

농촌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숙식하며 생활한다. 이들에게 기숙사나 다름없다. ‘비닐하우스는 사람이 살면 안 되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닐하우스 안에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로 가건물을 만들어 몇 명씩 머문다. 전기장판이나 전기히터로 난방을 하지만 강추위를 막기 어렵다. 화재 등 재난에도 취약하다. 2020년 12월, 포천시의 한 농장에서 캄보디아 국적 속헹씨가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숨졌다.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한파 경보에도 난방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속헹 사건’ 이후 농촌 이주노동자의 주거 여건 개선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주노동자 주거안정 대책은 헛구호에 그쳤다. 여전히 곳곳에서 비닐하우스와 농막 등 불법 가건물이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로 쓰이고 있다. 관리도 안 되고 있다. 본보 기자가 현장을 돌아봤다. 포천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네팔인을 만났다. 지난해 8월 비전문취업비자(E-9)로 입국한 이 노동자는 보일러 없는 차가운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잔다. 곰팡이가 핀 비닐하우스에서 두꺼운 점퍼 3~4개를 껴입고 자는데 너무 춥다고 하소연했다. 여주시에서 일하는 캄보디아인도 비닐하우스를 불법 개조해 만든 숙소에서 산다. 난방은 화목보일러로 한다. 그는 인화물질과 비닐이 뒤덮여 있어 화재 위험에 보일러 켜기가 겁난다고 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경기도내 E-9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는 10만9천249명(37.4%)이다. E-9비자는 비전문 직종인 제조업, 건설공사업, 농업, 축산업 등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부여한다. 도농 복합지역이 많은 경기도 특성상 이들 이주노동자는 꼭 필요한 인력이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 주거 형편도 나아지지 않았다. 불법 개조한 비닐하우스와 농막 등 가설건축물에서 월 30만~40만원씩 내고 사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이 한파가 몰아칠 겨울을 어찌 보낼까 걱정이다. 제2, 제3의 속헹이 나올까 우려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주노동자 주거안정 대책은 실효성이 낮다. ‘경기도농어업 외국인근로자 인권 및 지원 조례안’은 무용지물이다. 지자체 지원범위가 농·어번기 등에 일시 허가하는 계절근로자(E-8)에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E-9 이주노동자는 경기도에서 일해도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비자별로 관리 주체가 달라 도는 E-9 노동자에 대해 관리 근거도 없고 지원 계획도 없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속적인 단속을 해도 사각지대가 생긴다며 지도점검과 단속강화 방안을 찾겠다고 한다. 단속이 해결 방법은 아니다.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비닐하우스 기숙사를 금지하고, 안정적 주거환경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설] 100만 구독자, 여러분의 뜻을 담는 경기일보 되겠습니다

경기일보 인터넷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었습니다. 27일 오전 8시43분 집계된 공식 통계입니다. 돌아보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었습니다. 경기·인천 언론 유일의 콘텐츠 제휴사로 선정됐습니다. 2022년 10월14일 공표된 결정입니다. 국내 대표 포털의 콘텐츠 제휴(contents provider)사가 된 것입니다. 준비를 거쳐 올 1월3일 오후 4시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328일째인 오늘, 대망의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습니다. 무한 경쟁에서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CP사 선정만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성장의 길과 퇴보의 길이 똑같이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많은 중앙 언론이 퇴보와 답보의 길을 갔습니다. 구독자들로부터 외면받아 당초 꿈을 접은 것입니다. 그 기로에서 경기일보는 여러분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10만, 30만, 50만, 80만 고지를 앞당겨 달성했습니다. 그 감사한 증명이 오늘의 100만 구독자 인증입니다. 전국 언론이 주목합니다. 전에 없던 변화의 시간이었습니다. 과거의 모든 것을 바꿔야 했습니다. 과거에 가정했던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상상해야 했습니다. 경기·인천을 뛰어넘어 더 큰 대한민국과 소통해야 했습니다. 비교하기 어려운 책임감 속에 기사를 써 가야 했습니다. 뉴스 선택이 달라져야 했고, 편집 구성을 개발해야 했고, 경쟁 언론을 새로 상정해야 했습니다. 취재 현장 기자, 편집 담당 기자, 경영 지원 직원 모두가 져야 했던 짐입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에 왔습니다. 변화가 향한 방향은 하나입니다. 가장 경기·인천다운 것이 가장 대한민국다웠습니다. 경기·인천의 문제가 곧 대한민국의 문제였습니다. 경기일보가 보도하는 문제가 곧 대한민국의 문제였습니다. 지난 328일간 우리가 추구한 뉴스의 핵심 방향입니다. 경기·인천만의 현안을 발굴했습니다. 경기·인천만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제언했습니다. 경기·인천의 정치적 가치를 위해 주장했습니다. 전국을 상대로 토론하고 경쟁하며 경기·인천을 강조했습니다. 언론 환경의 변화는 이 시대 숙명입니다. 그 숙명은 피해갈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언론수용자 조사가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뉴스를 이용하는 4대 매체를 꼽았습니다. 텔레비전(76.8%), 인터넷 포털(75.1%),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20.0%), 메신저 서비스(12.0%)입니다. 종이신문 이용률은 9.7%였습니다. 언론 수용자들이 답한 순서입니다. 반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추세가 바뀌지도 않습니다. 종이신문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뉴스 생산자로서의 위치는 중요합니다. 검증받고 책임지는 신뢰를 지니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이런 생산자의 역할과 전달자의 역할을 함께해 가는 것입니다. 포털에 실어 전하는 시스템의 병행이 절박해졌습니다. 그 기능이 바로 포털과의 콘텐츠 제휴입니다. 경기일보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를 통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매개 역할을 가늠하는 소중한 측정값도 바로 구독자 100만입니다. 구독자 여러분이 경기일보의 혁신 1년을 만드셨습니다. 2022년 10월14일(CP사 선정), 2023년 1월3일(제휴 시작), 2023년 11월27일(구독자 100만명 달성).... 이 1년을 통해 경기일보 역사를 바꾸셨습니다. 종이신문 구독자도 경인지역 1위입니다. 신문 연매출도 경인지역 1위입니다. 신문 열독률도 경인지역 1위입니다. 통계로 증명되는 경인지역 1위 언론 경기일보입니다. 비견되지 않을 1등 신문의 길에 접어들었음을 확신합니다. 시작에 불과함을 뼛속 깊이 새깁니다. 더 많은 독자를 모시려 노력하겠습니다. 300만, 500만, 그 이상을 위해 뛰겠습니다. 여러분의 고귀한 뜻을 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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