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적률 높여 3만가구 추가, 3기 신도시 제대로 가고 있나

정부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인허가·착공 물량 감소로 2∼3년 뒤 주택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에 5만5천가구의 공공주택 물량을 추가 공급할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 규모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올해 목표인 47만가구(인허가 기준)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발표에선 신속한 공급이 가능한 오피스텔·연립·다세대 등 비(非)아파트 공급 방안과 3기 신도시 공급 확대, 신규 택지 조기 발표 계획도 밝혔다. 입주 시점이 1~2년 늦춰진 3기 신도시 일부 지역에 공공주택 3만가구가 추가 공급된다. 신규 물량은 용적률(188∼203%)을 높이거나 공원녹지 비율(34%), 자족용지 비율(14%)을 줄이는 방식으로 추가 공급(36만4천가구→39만4천가구)을 추진한다.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왕숙2,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지구 중 올해 착공하는 곳은 인천 계양뿐이다. 당초 계획은 부천 대장 2026년, 이외 4개 지구는 2025년 입주 예정이었다. 그러나 토지 보상, 철거 사업권 갈등 등으로 입주 예정 시기가 다 돼서야 착공 단계를 밟게 됐다. 3기 신도시 공급 시기 및 물량은 사업 추진 상황에 따라 추가 변동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어디에 얼마의 공급을 늘린다는 세부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추가 3만가구가 해당 지자체와 협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물량보다 속도를 높이는 대책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교통이나 학교 관련 계획은 그대로인데 아파트만 더 짓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3기 신도시는 자족기능을 갖추고 주거환경도 쾌적하게 한다더니 3만가구가 더 들어서면 열악해질 수 있다. 정부는 신규 공공택지 조성 물량을 15만가구에서 17만가구로 늘리고, 이 가운데 발표되지 않은 8만5천가구 후보지를 1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신규 택지 관련 대책이 오락가락이다. 올해 말까지 15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다던 지난해 8·16 대책 당시 입장은 1년도 안돼 2024년 상반기로 후퇴하더니 다시 올해 11월로 당겨졌다. 지자체와의 협의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후퇴 이유가 사라졌고, 물량도 2만가구 추가됐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공급 정체와 사업 지연으로 인한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불안을 가라앉히기 어려워 보인다. 신뢰 가는 실효성 정책이 절실하다.

[사설] 교권 침해 실상, 필설로 표현 못할 정도다

예상대로 학교 현장의 교권 침해는 많았다. 경기지역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를 봤다. 2020년 253건, 2021년 499건, 2022년 750건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2배, 3배 증가했다. 2023년에도 7월20일 현재 436건이다.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건수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도 급증하고 있다. 2020년 10건, 2021년 34건, 2022년 41건이다. 내용이 심각하다. 필설로 다 옮기기 어려운 사례들도 수두룩하다. 초등학교 교사는 체험학습에서 학생에게 밥을 사줬다. 학생이 ‘밥을 사달라’고 요구를 했다. 얼마 뒤 학부모가 정신적 피해 보상과 사과를 촉구했다. ‘우리 아이를 거지 취급했다.’ 어떤 초등학생이 친구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를 말리던 교사도 폭행했다. 학교 측이 학부모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자 학부모의 항의가 돌아왔다. ‘왜 내 아이를 화나게 했느냐.’ 고등학교에서는 통제가 더 불가능하다.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을 적발했다. 선도위원회 개최 사실을 학부모에게 통보했다. 학부모가 말했다. ‘가정에서 잘 지도하고 있으니 관여하지 말라.’ 얼마 뒤 이 학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했다. 면허증도 없는 상태였다. 사실을 알리자 이번에도 학부모의 반응은 어이 없다. ‘사고도 안 났는데 학교가 무슨 권한으로 문제를 삼는 것이냐.’ 사례 중에는 여기에 옮기기 어려운 참담한 일도 많다. 공통된 모습이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내 식구 감싸기다. 학생이 교권을 침해하고 학부모는 교사를 협박한다. 학교의 공적 기능, 이를테면 선도위원회 개최 통보는 아무 소용도 없다. 의정부 호원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예도 참담했다. 수업 도중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등을 다쳤다. 이 일로 학부모는 반복적으로 연락을 했다. 조사 결과 8개월간 매달 50만원씩 40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건넸다. 제자와 제자 부모로부터 받는 모욕, 협박, 갈취다. 이런 교직에 더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들의 나약함을 지적하는 소리도 있다. 하지만 교권 침해의 실사례들을 보면 그런 소리 할 수 없다. 무력감, 수치심, 배신감, 자괴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앞서 살핀 사례 대부분이 결론도 없이 끝났다. 교사에게 상처만 남기고 종결됐다. 교권보호 4법이 통과됐지만 무너진 공교육이 하루아침에 바로 설 것 같지 않다. 교권 회복은 구호와 선언에 멈춰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서이초 충격’에서 멀어지고 있다. 교실은 여전히 무질서와 희롱에 일렁거리고 있다. 그 교실로 교사들을 들여보내고 있다. 눈으로 보이는 실질적 대책을 내라.

[사설] 외국인 범죄 증가하는데 ‘외사경찰’ 줄여서 되겠나

잇따르는 흉악범죄에 경찰청이 민생 치안 등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한다. ‘범죄예방대응’ 총괄 부서를 만들어 경찰 조직의 중추로 삼고, 교통·정보·외사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감축해 확보한 인력 2천900여명을 바탕으로 ‘기동순찰대’를 운영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전국의 경찰서에 범죄예방과 112신고 대응, 지구대·파출소를 총괄하는 범죄예방대응과가 신설된다. 순찰 인력을 강화해 범죄 예방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을 길거리에 많이 깔아 놓으면 범죄가 예방된다는 인식은 원시적 패러다임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치안은 ‘범죄 예방’과 ‘범죄 수사’ 두 바퀴로 굴러간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범죄 예방에 경찰력이 집중된다. 경찰 일각에선 수사 부서 약화가 현실화했다는 반응이다. 외사·정보·사이버수사 등의 기능이 크게 위축된 부분에 우려를 표한다. 외국인이 늘고, 외국인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주춤하더니 지난해부터 국내 체류 외국인이 다시 늘어났다. 국내 외국인은 2019년 177만8천918명, 2020년 169만5천643명, 2021년 164만9천967명, 2022년 175만2천346명 등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경기도내 외국인은 2022년 기준 60만925명에 이른다. 외국인 범죄도 계속 늘고 있다. 2020~2022년 경기지역 외국인 범죄자 검거 건수는 3만6천901건이다. 매년 1만2천300여건에 달하는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국적도 다양해져 이들을 대응하는 ‘외사경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외사경찰은 여권 위변조·밀출입국·외국간첩·다문화가정 치안 지원 등 외국인 범죄를 예방·단속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가뜩이나 부족한 외사경찰을 줄이겠다고 한다. 경찰청 조직개편안을 보면 3개과로 구성된 외사국 명칭을 국제협력관으로 변경하고,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과 국제협력담당관 등 2개과로 축소한다. 외국인 대상 치안 활동인 외사정보와 외사보안 업무를 각각 치안정보국, 안보수사국으로 이관하는 내용도 담겼다. 경기남·북부청(경찰서 포함)에서 활동 중인 외사경찰은 모두 193명이다. 최근 3년 평균 경기도내 외국인 범죄자 검거 건수를 볼때, 경기 외사경찰 1명당 63.7건의 사건을 맡고 있는 셈이다. 외사경찰이 모자라는 상황에 감축하겠다니, 업무 과부하에 내실있는 수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외국인 관리시스템 강화와 경찰 통역요원 충원 등 해결 과제가 많다. 치안을 강화한다고 다른 분야를 등한시해선 안 된다.

[사설] ‘3년 뒤 선거에서 경기북도지사 뽑을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경기북부도지사를 뽑게 하는 게 목표다.’ 김동연 도지사 측 인사가 밝힌 분도 구상이다. 김 지사의 경기북도 목표가 그렇게 잡혀 있다고 설명한다. 절차상 문제 될 것 없다고도 한다. 다음 지방선거라면 2026년 6월이다. 2년9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거대한 경기도를 나누는 일이다. 40년 가까이 꿈만 꾸던 숙원이다. 행정을 넘어 통치 차원의 판단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런 작업을 그렇게 빨리 실현할 수 있을까. 김 지사 측은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 절차라는 도식만 보면 불가능할 것도 아니다. 행위의 핵심인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3건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기북도 설립은 급물살을 탄다. 21대 국회 임기가 내년 5월 말까지인 것이 변수다. 부정적으로 보면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수 있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보면 그 이전에 결판을 봐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 법적 선결 요건이 주민투표다. 경기도가 오늘 행안부에 주민투표를 요청하기로 했다. 소위 ‘분도론(分道論)’으로 불리는 이 문제는 40년 된 화두다. 정확히는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노태우 후보가 처음 제기했다. 그 후 중요 선거 때마다 등장했다. 지방선거에서는 거의 빠진 적이 없다. 2002년 경기도 인구가 1천만명을 넘기면서 분도론에 더욱 힘이 실렸다. 파주, 고양, 양주, 연천, 동두천, 의정부, 포천, 남양주, 가평, 구리가 대상인데 현 인구만 해도 360만명이다, 당장 독립해도 경기남부도, 서울시에 이어 전국 3위의 거대 광역지자체다. 물론 추진을 더디게 할 요소는 있다. 당장 인구 107만의 고양시의 입장이 변수다. 이동환 시장은 최근 ‘분도 이전에 경제공동체 구성부터 하자’는 의견을 말했다. 분도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타 시·군과 다소 결이 다르다. 여기에 주민투표의 대상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남·북도 주민 참여, 북부 주민 참여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어찌 보면 이런 변수들이 그동안 경기북도의 결행을 멈칫거리게 해온 요소였다. ‘김동연 경기도’는 일단 주민투표 요청의 단계로 갔다.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정치권은 북부지사 후보군을 언급하는 주장들이 부쩍 늘었다. 의정부시 정치권, 고양시 정치권 등에서는 특히 그렇다. 전체적으로 정치 수요가 늘어나는 데 대한 기대가 있다. 공무원들의 관심은 추후 승진 등과 연계돼 거론된다. 연공서열과 북부 출신을 중심으로 기대를 갖는 분위기다. 공직사회 역시 북도 신설에 따라 수요와 규모가 대폭 넓어지게 된다.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여론은 늘 사회적 방향의 키 역할을 했다. 경기도가 전례 없는 자신감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 문제를 시작했다. 여기에 정치·공직사회의 기대감이 전에 없이 크고 구체적이다. 지켜봐야 할 이유가 크다.

[사설] 이재명 단식, 종료 명분도 어색했다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기록이 남았다. 정치인의 단식 투쟁 기간이다. 이재명 대표가 23일 단식을 종료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해 24일 만이다. 가장 길었던 정치인 단식은 23일이다. 1983년 5월18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3일간의 단식투쟁 역사가 있다. 민자당의 내각제 개헌 추진에 대한 항거였다. 이 대표의 이번 단식은 적어도 기간에서 최장 신기록이 됐다. 그런 만큼 대략의 정리가 필요한 역사 속 사건이다. YS는 언론 통제 해제, 정치범 석방, 해직 인사 복직, 정치 활동 금지 해제, 대통령 직선제 등을 요구했다. DJ는 민자당의 내각제 개헌 추진 포기를 내걸었다. 겉으로는 정치 개혁을 향한 거창한 구호였다. 공교롭게 두 김씨 모두 훗날 대통령이 됐다. 성공한 정치인의 역경을 상징하는 전설처럼 남아 있다. 하지만 명분까지 그렇지 못했다. 다분히 느닷없고, 억지스러운 측면도 있었다. 이 대표의 단식 명분은 어떤가. 윤석열 정부의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를 요구했다. 국정 쇄신 및 개각 등을 요구했다. 이 역시 느닷없고 막연한 정치 구호의 측면이 있다. 대통령 사과가 야당 대표의 단식 명분일 순 없다. 일본이 결정할 오염수 방류도 한국 야당 대표가 목숨 걸 일은 아니다. 야당 대표가 장관 바꾸라고 단식하나. 잘 와닿지 않았다. 명분이라는 측면에서 두 김씨와 이 대표를 차별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확실하면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단식하는 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 진행이다. 두 김씨에게는 본인 또는 가족과 연루된 형사사건이 없었다. 이 대표에게는 바로 이게 있었다. 검찰 출두, 체포동의안 등이 예정돼 있었다. 실제로 단식 중에 소환, 구속 영장 청구, 체포동의안 의결이 다 진행됐다. 체포동의안 의결을 앞두고는 ‘부결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본인 신병에 대해 직접 선처를 요구한 셈이다. 이러다 보니 단식 종료의 명분까지 이상해졌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하루 뒤 단식을 종료했다.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26일을 3일 앞두고서다. 검찰 수사와 다르다. 본인 또는 변호인의 치열한 항변이 필요한 절차다. 단식 종료 이유를 ‘의료진의 강력한 단식 종료 권고’라고 했다. 글쎄다. 세상에 단식을 종용하는 의사는 없지 않겠나. 성남시장이던 2016년 6월에도 단식했다. 지방재정개혁에 반대하는 투쟁이었다. 11일 굶은 이재명 당시 시장이 이렇게 말했다. “죽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다 같이 살기 위해 민주주의를 지켜온 선배들의 희생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목숨 건 투쟁’이 아니라 ‘살기 위한 투쟁’이라는 설명이다. 어쩌면 ‘어색한 단식과 종료’를 이해시켜주는 발언이 아닐까 싶다.

[사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삭감은 시대적 역행이다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새해 예산안을 보면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안이 전액 삭감돼 내년부터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도내에 있는 의정부거점센터 등 9개소,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등 소지역센터 35개소 등 전국에 44개소가 산재해 있으며, 이들 센터는 외국인 노동자의 귀와 입이 돼 길게는 20년 가까이 활동해 왔다. 그러나 이들 센터가 내년부터 예산 삭감으로 폐쇄될 위기에 있어 이에 대한 불만의 여론이 외국인 노동자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들 지원센터는 정부로부터 운영비로 매년 70억원 정도를 지원받고 있으며, 위탁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거주 인원에 따라 지원센터를 찾는 외국인 수는 차이가 있지만, 많게는 하루 500여명이 상담하는 센터도 있다. 이들의 상담 내용은 임금체불에서부터 산재 처리까지 다양하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문화적 차이와 언어 소통의 한계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고충상담, 한국어·생활법률·정보화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이들의 국내 생활 적응 지원 및 원활한 취업활동 촉진과 중소기업 사업주의 인력 활용 도모 등을 하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는 물론 국내 기업들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조선소 같은 일부 사업소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현장이 안 돌아간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내년부터 대규모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예정이며, 인원은 12만명 정도이다. 정부가 이같이 외국인 노동자 수를 증가시키면서 이들을 위한 지원센터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지원센터 대신 지역노동청 등의 상담업무를 확대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는 평일에는 시간 내기 힘들어 주로 주말에 이들 센터를 찾아 대면으로 상담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소지역센터는 이들을 위한 장터나 문화행사를 열면서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역할까지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지역노동청이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고 한국은 점차 다민족·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보면 더욱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확대해야 함에도 오히려 줄이는 것은 시대적 역행이다. 국회는 예산심의 시 지원센터 예산을 추가 편성해서라도 센터를 유지하기를 요망한다.

[사설] 이재명 ‘행정 비리’, 처음으로 사법 판단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가결 149표, 부결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였다. 총 투표수는 295표로 절반을 넘겼다.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 148표를 넘겼다. 국민의힘, 정의당, 시대전환 등 이른바 찬성 쪽으로 분류된 게 120표였다. 기권 포함 39표 정도의 이탈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결 자체보다 민주당 지도부에 준 충격이 클 것이다. 표결에 앞서 병상의 이재명 대표의 부결 입장표명이 있었다. 검찰 독재를 국회가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안 먹혔다. 최고위원회는 부결을 ‘사실상 당론’으로 밝혔다. 안 통했다. 표결 전부터 적지 않은 의원들이 찬성 의사를 공개했다. 이상민·설훈·김종민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가결 필요성을 밝혔었다. ‘법원에서 떳떳이 기각 받으라’는 논리였다. 그때부터 양쪽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우려와 가능성이 현실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방향은 조금 다르다. ‘이재명 의혹’이 처음으로 사법 판단을 받게 됐다. 대장동 의혹, 위례신도시 의혹,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검사사칭 관련 위증 교사 의혹 등이 있다. 의혹들이 처음 본격화된 것은 2021년 대선 정국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고 수사도 그 즈음 시작됐다. 대선이 끝나도 수사는 계속됐다. 거의 하루도 이슈에서 빠진 적 없는 화두였다. 그 긴 시간, 진원지는 언론과 검찰·경찰이었다. 사법(司法)의 영역에서는 결정 또는 판결된 사실이 없다. 30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었다.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발부되는 영장이다. 의혹 본질에 대한 판단이라 볼 수 없다. 2월 처음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역시 사법부 판단으로 가지 못했다. 이제 구속영장 실질 심사다.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한다. 유무죄를 묻는 판결(判決)과는 다른 결정(決定)이다. 하지만 수사의 모든 정황, 증거, 증언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당연히 유무죄에 대한 심리적 판단도 개입된다. 바로 이런 사법 절차가 ‘모든 이재명 사건’을 통틀어 처음으로 개시된 셈이다. 그 결과에 따른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 당리당략으로 미리 정해진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 때와는 비교도 못할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생명은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기각될 경우 윤석열 정부가 받을 타격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이제부터 '이재명 의혹'은 판사의 손으로 갔다.

[사설] 졸업생 취업률 0%, 누가 특성화高 가려 하겠나

전문 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낙제점이다. 일반고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신입생이 매년 감소해 정원을 못 채우는가 하면, 일부 학교 특정학과의 취업률이 0%인 경우도 있다. 전문계고와 산업계의 협력 강화와 취업률 제고를 위해 2010년 ‘고등학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이 발표됐다. 전문계고를 분야별 특화된 직업교육기관으로 개편하고,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꾀하며 중등 직업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했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전환 등 시대 흐름 속에 쇠퇴하고 있다. 취업률 하락이 이를 말해준다. 경기도에는 109개의 특성화고가 있다. 이들 학교의 지난해 졸업생 취업률은 22.6%로 집계됐다. 2019년 30.1%, 2020년 27.4%, 2021년 30.0%에서 지난해는 크게 떨어졌다. 최근 4년간 평균 취업률이 30%를 넘지 못한다. 취업률이 0%인 학과도 있다. 도내 109개 특성화고의 377개 학과 중 취업률 0% 학과는 66개나 된다. 학교 전체 졸업생의 취업률이 0%인 곳도 있다. 화성(4개 학과 졸업생 84명)과 파주(4개 학과 졸업생 76명)의 한 특성화고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여주에선 5개 학과 졸업생 164명 중 1명만 취업을 했다. 졸업 후 취업이 안 되고, 어떤 학과는 취업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데 누가 특성화고에 가려 하겠는가. 인문계고 선호에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쳐져 빚어진 현상이라 설명하지만, 정부의 고졸자 취업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입증한다. 예산 지원을 늘려도 효과는 별로 없다. 올해 경기지역 특성화고에 투입된 예산은 총 616억원이다. 산학연계 직업계고 교육력 강화에 224억5천여만원, 취업지원센터를 통한 취업역량 강화에 43억여원이 편성됐다. 또 하이테크 직업계고 운영에 163억원, 하이테크 실습환경 조성에 204억여원이 반영됐다. 그런데도 취업률은 여전히 20~30%에 그치고 있다. 특성화고의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취업률 하락과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실업계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몫한다. 취업 문턱을 넘어도 승진이나 임금 등에서 차별받는 사례가 많다. 특성화고 실습생이 숨지고,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성화고를 살리려면 단순한 취업 지원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축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열악한 근무여건과 낮은 급여에 대한 개선, 학과 개편 등 재구조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사설] ‘살인예고’ 글 범람, 처벌 강화 등 안전장치 시급하다

온라인 공간에 살인·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넘쳐난다. 지난 7월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8월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을 기점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묻지마 칼부림에 살인예고 글이 폭주하고, 어디서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외출을 꺼리는 이들이 늘었다. 지난 한 달간 경기지역에서 접수된 살인예고 글 신고는 총 92건이다. 이 중 56명은 검거했고, 나머지 36명은 경찰이 추적 중이다. 살인예고 글 범람에 경찰이 작성자를 속속 잡아들이고 있지만, 처벌까지는 쉽지 않다. 현행법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예고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다. 경찰은 협박죄나 살인예비죄를 적용하려 하지만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살인예고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재판에서 법원은 “글을 직접 본 사람들은 몰라도, 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협박이 인정될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여기에 현행 형법은 살인 등 중한 범죄를 음모한 사람에게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지만, 범죄를 예비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 살인예비죄는 구체적인 살인 계획 등을 입증해야 돼 적용이 어렵다. 관련 법이 부실하다 보니, 익명이라는 가면 속에 숨어 살인 운운하며 주변인을 괴롭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살인을 예고하고도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면 무죄로 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다. 독일은 온라인 살인예고를 혐오범죄로 규정,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미국에서는 ‘허위 협박’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우리도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사이버 범죄를 엄벌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공중협박죄’ 신설이다. 정부가 공중협박죄 신설을 위해 의원 입법을 통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에 유포하거나 게시해 공중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혐오 발언 방지법’ 도입 얘기도 나온다. 온라인상에 표현의 자유를 넘어 협박과 명예훼손, 모욕 등 타인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행위가 부지기수다.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사이버 범죄는 백약이 무효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다. 관련 법 제정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과 공공의 안전 및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인식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사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세 모녀 비극’ 방조범 되려나

지난해 모두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이다. 가난과 지병으로 고통받던 어머니와 두 딸이다. 수원시 권선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엉성한 복지 사각지대가 노출됐다. 세 모녀의 주소지는 화성시, 실제 거주지는 수원시였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됐고, 병원 진료까지 받았지만 이들의 실상을 행정기관은 쫓지 못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 보도 이후에도 파악을 못해 우왕좌왕했다. 그때 등장한 대책이 ‘희망 보듬이’ 사업이다.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핫라인에 제보케 하는 장치다. 복지 행정의 한계를 보완해 줄 대책으로 평가됐다. 지금까지 3천200명을 뽑았고, 민선 8기 동안 5만명을 뽑는다. 하루빨리 활동에 들어가야 한다. 당장 가동될 수 있는 준비는 끝났다. 지난달 31일에는 5개 종교단체가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제 모든 기능을 시작하게 할 법률적 근거만 남았다. 그게 ‘경기도 위기 이웃 발굴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다. 윤재영 의원(용인10)이 대표 발의했고 이달 임시회에 제출됐다. 당연히 통과돼야 할 이 조례안이 심의도 못한 채 11월 정례회로 넘어갔다. 두 달을 더 발목 잡혀 있게 됐다. 세 모녀 죽음 앞에 경기도의회가 약속했었다. 긴급 기자회견까지 하며 대책을 다짐했다. 그런 대책을 미룬 것이다. 이유가 참으로 어이없다. 도의원들의 ‘자리 신경전’이다. 보건복지위원회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재배치됐다. 여기에 불만을 가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정족수를 못 채웠다. ‘사보임 사보타주’는 도의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 기획재정위원장은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상임위 교체에 대해 의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 “(사과가 없으면) 이번 임시회가 끝날 때까지 연좌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기재위 부위원장의 상임위 교체 과정에서 상임위 동의가 없었다는 게 이유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위원장이다. 그가 회의를 개최하지 않으면 못한다. 이번 임시회에서 한 번도 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있었다. 생활고에 지친 엄마와 딸 둘이 목숨을 버렸다. ‘복지천국’은 거기 없었다.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이어졌다. 가난한 엄마와 병약한 두 딸이었다. 역시 복지는 없었다. 이런 비극을 막아보자는 ‘희망 보듬이’다. 한시가 급한 사업이다. ‘상임위 자리’가 뭔데 ‘없는 사람들’ 생명이 걸린 이 조례안을 뭉개고 있나. 이렇게 미룬 두 달, ‘세 모녀 비극’이 생기면 경기도의회, 특히 국민의힘이 그 방조범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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