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에서는 도농복합 통합을 비롯한 행정구역 개편 문제가 여러 지역에서 논의되고 있다. 도농복합 통합도시의 경우는 의정부·동두천시·양주군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안양·의왕·군포시의 경우도 오래전부터 통합논의가 제기되었다. 최근에는 수원·오산시·화성군을 통합하여 광역화하여야 된다는 논의도 수원시 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이런 논의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의정부·동두천시·양주군의 통합문제는 지난 9월 3개 지역의 주민, 의회의원,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양주문화권 통합추진위가 결성되어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면적이 협소한 의정부시, 넓은 면적을 소유한 양주군, 그리고 세수입이 적은 동두천시가 통합하게 되면 행정관청의 운영비를 절감하고 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 조성 사업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 통합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안양·군포·의왕시의 경우는 같은 생활권 내에 있으며 또한 소방·우편업무 등과 같은 주민생활에 직결되는 각종 시설을 상호공유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안양시를 중심으로 통합논의가 있었으나 아직까지 특별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수원시 광역화 문제는 다른 지역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논의되는 사항이기는 하나 이 문제 역시 표면화될 조짐이다. 이들 지역의 통합문제는 우선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다음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될 것이다. 행정구역의 통합은 행정관청의 비용 절감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서로 다른 지역적·문화적 전통 등도 무시될 수 없다. 더구나 행정기구 축소로 야기되는 공무원의 반발도 무시될 수 없다. 또한 잘못 추진되면 지역간의 감정만 상할 수 있다. 따라서 통합논의는 더욱 신중하고 주민들의 여론을 충분하게 수렴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그러나 일부 지역토호세력이나 행정관청에 의하여 지나친 지역이기주의가 조장되어 통합논의 자체가 무산되어서는 안된다. 폭넓은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통합논의 자체는 활발하게 전개돼야 될 것이다.
정치권이 국회의원 수 감축 철회설로 세간의 세찬 반발을 사고 있다. 언론에서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미 높다. ‘의원정수문제는 국민대표성 차원에서 봐야한다’(국민회의 박상천 원내총무), ‘IMF를 겪었다고 의원수를 줄인 나라는 없다’(자민련 이긍규 원내총무), ‘공청회를 열어 더 논의해 봐야 한다’(한나라당 이부영 원내총무)고 했다. 여야가 사사건건 핏대를 세워가며 맞서는 마당에 국회의원 수 감축엔 한목소리를 내는 여야 3당 총무의 말은 새삼 일일이 대꾸할 가치가 없다. 명분이 서지 않는 집단이기의 극치에 불과하다. 명색이 나라와 민생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인들이 자신들 밥그릇 수 챙기기에 급급하는 것은 범부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아니, 국민적 고통을 분담한 장삼이사의 범부들보다 오히려 못하다. 정치권은 도대체 무엇으로 국민과 함께 고통을 나눴는가 묻고자 한다. 우리는 299명에서 10%에 해당하는 29명을 줄여 270명으로 하자는 여권의 선거법개정안에도 적잖은 불만을 가졌다. 시민단체에 따라서는 50명에서 100명까지 감축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은 IMF이전부터 팽대했던 국민적 불만이었다. 국회의원 1명당 연간 약 3억원이 들어간다. 무위도식하는 국회의원이 가뜩이나 많은 터에 30명만 줄여도 한 해에 천억원 가까운 국고가 절감된다. 정치권도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은 사실을 내심으로는 설마 부인하지 못할 것으로 믿는다. 정치개혁의 과제엔 여러가지가 있다. 선거구제, 선거방식, 정치자금법, 지구당존폐문제등 이밖에도 많다. 하지만 그 무엇도 국회의원 수 감축에 우선할 수는 없다. 정치개혁의 의지는 국회가 자신들 몸집부터 스스로 줄여보이는 것으로 시작돼야 한다. 우리는 선거구조정으로 기존의 선거구가 없어질 동료의원들 반발을 의식, 국민을 기만하려드는 과오가 더이상 없기를 정치권에 간곡히 충고해 둔다. 국회의원 수 감축은 이미 공론화된지 오래다. 여야는 그 어떤 이유로도 이를 파기하는데 자유로울 수 없다. 오직 이행만이 있을 뿐이다. 이의 이행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며, 또 국회의 권위와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야가 국회의원 수 감축 철회설을 공식입장으로까지 채택할 것으로는 믿으려하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추이를 주시하고자 한다.
중국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경기도가 입는 경제적 피해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는 새로운 경각심을 갖게 한다. 경기개발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와 아황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은 연간 200만t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황산가스는 호흡기 및 폐질환 두통 피부병 등을 유발하고 준고체(먼지)로 변해 지상에 떨어지는 황산염이 되면 산성비를 만든다. 산성비는 식물을 고사시키고 금속도 부식시킨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어획고 감소와 농작물수확감소 등 경제적 피해와 생태계 피해는 5조7천76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경기도의 피해액은 최고 2천22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정수치이기는 하지만 그 규모가 천문학적이기 때문에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환경오염은 물론 1차적으로 중국자체의 문제지만 중국 못지않게 바로 이웃한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환경오염원인 중국의 각종 산업시설들이 동북부 지역에 밀집해 있어 여기서 분출하는 납 카드늄 등 중금속성 공해물질이 북서풍을 타고 하루만에 우리나라에 날아온다. 따라서 중국의 환경오염은 바로 우리의 문제나 마찬가지라 하겠다. 중국의 환경오염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기오염이다. 에너지의 70%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중국의 공업화는 이미 이산화유황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을 미국 구소련에 맞먹는 규모로 내뿜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중국 정부는 환경보호 보다는 여전히 경제성장에 우선 순위를 두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주는 심각한 문제가 중국의 공업화에 따라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이것을 우리의 생사문제라는 인식에서 이웃 일본과 함께 진지하게 제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그동안 한·중·일 3국간의 환경보호 공조정책은 있어 왔지만 그 정도의 소극적인 대책만으로는 문제해결은 요원하다.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환경문제가 세계의 관심사이기도 한 만큼 중국공해발생이 국제문제화 되도록 우리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담배나 휴지등을 길거리에 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은 기초질서에 속한다. 이를 위한 기초질서 확립운동이 과거에 수차 있었다. 그런데도 미흡하다. 길거리에는 지금도 담배꽁초며 휴지부스러기 투성이다. 쓰레기종량제실시 이후에는 수거봉투가 아닌 보통 비닐봉지에 담은 쓰레기뭉치가 길모퉁이 곳곳에 버려진채 나뒹굴기도 한다. 여름철 휴양지나 명절 귀성·귀경의 대이동을 겪고난 고속도로 및 국도변은 무단투기된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겪곤 한다. 심지어는 건축폐기물이나 산업폐기물을 트럭으로 날라 후미진 산간 또는 농지에 몰래 버리고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공중도덕의 결핍현상이다. 이같은 무단투기는 공중도덕에 의해 규제돼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환경부가 내년 1월1일부터 담배꽁초나 쓰레기, 그리고 폐기물의 무단투기행위를 시민감시에 의해 막고자 하는 포상금제 실시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무단투기행위를 적발, 신고한 시민에게 유형별로 최하 5만원에서 최고 80만원까지 부과되는 과태료의 80%를 지급하는 포상금제는 물론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의 적발을 일삼아 나서는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예상될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도덕률의 준수를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강제력을 지닌 법규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는 고충은 충분히 인정한다. 문제는 환경부가 규칙으로 정한 ‘쓰레기투기신고포상금제’가 얼마나 실효를 낼 것인가에 있다. 포상금을 받으려면 무단투기하는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 투기물을 증거물 삼아 관할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차량을 이용한 불법 투기는 차량번호 모델 색상 운전자의 인상착의까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행정벌을 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증거확보가 확실해야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일상 소지품이 아닌 사진기나 비디오카메라로 때마추어 촬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기왕 주기로 한 포상금 같으면 무단투기 사실이 확인되면 과태료가 징수되기 전에라도 미리 줄 필요가 있다. 자치단체의 일상업무가 아닌 이의 확인작업에 성의있는 노력 또한 전제된다. ‘쓰레기투기신고포상금제’ 실시는 앞으로 40여일이 남았다. 환경부는 이에대한 세부절차, 업무요령 등에 더욱 만전을 기해 실효성 있는 시책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포상금도 포상금이지만 쓰레기 무단투기행위가 추방되는 시민정신의 성숙이 있기를 희망하고자 한다.
5년째 맞는 민선 지방자치의 살림살이가 악화일로에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경기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자료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중 고양시 등 18개 시·군의 재정자립도가 지난해보다 4.0%포인트에서 최고 10.6%포인트나 낮아졌고, 아직도 재정자립도가 50%미만인 시·군이 10개나 되는 등 지방재정이 열악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천 양평 여주 가평군의 재정자립도는 아직도 20∼30%대에 머물고 있어 도내 지자체의 평균 자립도(69.2%) 역시 작년(72.0%)보다 2.8%포인트 낮아졌다. 또 31개 시·군의 전체 부채규모도 95년 이후 매년 평균 13.1%씩 늘어 올 6월말 현재 3조9천291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물론 근본적으로 지방세원의 한계로 인한 세수부족에 따른 것이지만, 올해 재정자립도가 갑자기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자치단체들의 재정운용 방식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IMF사태로 지방세 수입이 감소한 것을 충분히 체감했다면 각종 사업비 등 지출규모도 줄여야 할 터인데 씀씀이는 달라지지 않아 중앙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매년 늘어나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으면서도 씀씀이는 흥청망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다간 최악의 경우 파산하는 자치단체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지자체들은 제도와 여건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짜임새 있는 살림살이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정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각 지자체가 불요불급한 선심성 사업을 무모하게 벌이기 때문이다. 차기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들이 외형적 성과에 급급해 무리하게 일을 벌여놓고 빚을 끌어들이는 일이 적지 않다. 대책없이 무작정 빚만 지는 자치행정은 결국 주민에게 부담이 될 뿐이다. 중앙정부도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최근 내국세 총액의 13.27%였던 지방교부세 법정률을 15% 인상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교부세율의 탄력적인 인상과 함께 보통교부세의 차등배분으로 지자체간 균형개발을 꾀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의 재정이 취약하면 완전자치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지자체 스스로 수익사업개발에 노력해야 함은 물론 중앙정부의 근본대책이 절실한 것이다.
국민의 비상한 관심속에 출발한 특별검사제도가 새삼 국민들의 기대와 우려속에 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특별검사제도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기대되는 바가 많다. 일반시민은 물론 많은 시민단체의 요구에 의하여 검찰의 조사가 믿을 수 없으므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특별검사제도가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관심속에 고관부인 옷로비 사건을 조사중인 최병모(崔炳模) 특별검사팀이 지난 6월 검찰 수사결과와는 달리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특검팀에 의하면 정일순씨는 최순영(崔順永) 전 대한생명 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로부터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아내려고 하였다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특검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서울지법에 의하여 보완수사가 필요하고 또한 도주우려도 없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되었다. 동일한 사건이 불과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검찰과 특별검찰에서 조사된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지난 6월 검찰조사에서도 정일순씨가 이형자씨에게 전화로 옷값 지불을 요구한 점에 대하여 사기 미수죄적용을 검토했으나, 범의(犯意)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 특검팀은 이를 인정한 것이다. 특검팀은 이외에도 정일순씨가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호피무늬 반코트를 전달한 시점과 반환한 시점이 다르다는 사실도 밝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회청문회에서 정일순씨는 물론 이형자, 연정희씨등도 위증한 것이 인정될 수 있어 사건의 파장은 더욱 클 수 있다. 특검팀은 정일순씨에 대하여 물증을 보완하여 영장을 다시 청구하겠다고 하였으니, 과연 영장이 집행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우리로서는 모처럼 국민들의 기대속에 출발한 특검제도가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있어 외부로부터 압력없이 소신있게 조사하기를 기대한다. 만약 특검팀까지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 이 사건은 영원히 밝혀지지 못할 것이다.
어제 전국적으로 내년도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시험이 실시되었다. 그 동안 수능시험을 준비하느라 밤낮으로 고생한 수험생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또한 이들을 지도해 준 선생님들, 그리고 수험생 이상으로 고생한 학부모들의 노고에 대하여 새삼 위로를 보낸다. 수능시험은 대학에 가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거쳐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와 적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해야 되는 어려운 과제를 만나게 된다. 단순히 점수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의 특성과 장래, 사회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될 것이다. 점수가 높다고 자신의 적성은 고려치 않고 무조건 일류 대학을 택하였다가 입학 후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대학에서 배부하는 전공에 대한 자료, 그리고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학부모들과의 격의없는 의견교환이 요구된다. 고3의 경우, 수능시험 이후에는 거의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미 수능 시험이라는 대사를 치른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각자 선택한 대학에 알맞는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논술고사에 대비한 준비도 필요할 것이며, 또한 예체능계는 실시시험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특별한 준비없이 대학입시때까지 계획없는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학입시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탈선하는 사례까지 발생하여 수능 시험 이후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어제 저녁때 시내 곳곳 유흥가에는 많은 수험생들로 성시를 이루었으며, 때로는 탈선행위가 자행되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수능 이후 학생지도는 선생님에게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이 해이해 지기 쉬운 학생들의 생활태도를 적절하게 통제하여 줄 필요가 있다. 대학도 이 기회에 수험생들을 초청하여 대학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모두 수능시험이후 탈선하기 쉬운 시험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된다.
우리는 요즘 검찰의 일그러진 모습을 본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언론대책문건이 문일현 기자의 단독 작성, 즉 해프닝으로 끝나간다. 태산명동에 서일필도 못된다. 검찰수사가 여권인사를 비껴가는등 여러가지로 미진한 것은 이미 세상이 다아는 일이므로 새삼 여기에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옷로비의혹사건 특검팀 수사는 당초의 검찰수사가 축소된 짜깁기였음이 드러나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스포사 정일순 사장이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 부인 이형자씨에게 1억원의 옷값대납을 요구한 혐의를 밝혀낸 특검수사는 무혐의로 종결지은 검찰위상에 치명상이 되고 있다. 정일순씨의 구속이 강인덕 전 통일원장관 부인 배정숙,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씨 등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나 당초의 검찰수사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만은 부인될 수 없을 것같다. 언론대책문건의 무기력한 검찰수사, 옷로비의혹사건의 특검수사 반전이 검찰의 무능때문이라고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언론대책문건이나 옷로비의혹사건쯤 제대로 못밝혀낼 검찰이 아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중립화가 보장되지 않음으로써 이리당하고 저리당하는 검찰 모습에 오히려 측은한 감마저 갖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실패한 것으로 낙인찍힌 특검제가 새삼 기대되는 것은 우리들은 미국처럼 검찰의 중립화가 보장되지 않은 탓이다. 어떤 큰 사건이 있을때마다 역대 청와대 고위층은 ‘한점 의혹없이 수사하라’고 말은 그랬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들을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는 경험상 의문이다. 사회공익을 대표하는 국가의 소추기관이 정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은 국민의 불행이다. 또 정권의 불행이기도 하다. 집권기간 검찰권의 프리미엄을 누리다가 그것이 부메랑이 된 예를 많이 보아왔다. 정권마다 법률해석, 그리고 수사방향의 도덕성을 다르게 강요하는 정치권력은 결국 또다른 검찰의 모습에 의해 그 자신도 재앙을 받곤 했다. 지금의 정권은 과연 이같은 전철에서 예외일 수 있겠는가 엄히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기회있을 때마다 검찰중립화의 영단을 촉구해 왔다. 검찰중립화야말로 참다운 개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끔찍스럽고 소름끼치는 일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수가 있는지 이토록 황폐해진 우리사회의 윤리의식이 비탄스럽다. 고교 휴학생이 여자문제로 부모를 흉기로 무참하게 찔러 살해하고 동생도 중태에 빠뜨린 수원의 존속살인사건은 이성이 마비되고 나면 그 어떤 야수보다도 잔인할 수 있는게 바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건으로 인간심성 자체의 잔혹성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5년 연상의 여자와 사귀는 것을 평소 꾸짖어온 부모가 잠든 한밤중에 흉기로 온몸을 50여곳이나 찔러 살해한 포악스럽고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범행은 인간성을 상실한 인면수심의 극단적 상황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10대 범인은 경찰에서 ‘부모님이 없어져야만 누나(애인)와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부모를 살해하게 됐다’고 뇌까렸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부모와 가족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는 반인륜적 범행은 스스로가 사람이기를 포기한 자기 파멸적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인명경시 풍조와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사회병리 현상을 그대로 나타낸 것으로 범인의 패륜이 치가 떨리게 가증스럽기만 하다. 결국 그의 잔혹한 범죄는 한마디로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이 낳은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병리의 근본을 치유해 나가지 않는한 패륜적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선 우리사회의 갖가지 모순을 줄여나가는 구조적 처방과 함께 올바른 가치관 정립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정과 사회, 학교의 교육기능회복이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평소 동생보다 못한 학교성적에 열등감을 가져왔고 끝내 고교를 휴학해야 했으며, 부모로부터 매를 맞은뒤 자살을 기도하는 등 가정적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요즘 핵가족제도가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으나 핵가족화 현상은 노인문제와 함께 청소년의 정서에 문제를 야기한다. 제도적으로 가족의 해체를 막고, 교육을 통해 산업사회의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데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유보됐던 자치경찰제가 다시 거론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성남 새마을운동 중앙연수원에서 가진 국민회의 소속 기초단체장 정책세미나 메시지를 통해 “내년에 자치경찰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러나 다음 몇가지점에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자치경찰제는 국가조직의 근간에 속하는 사항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제기가 아무 검증없이 가능하다고는 믿지 않는다. 자치경찰제가 설사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각계각층의 공론은 고사하고 경찰내부의 검증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서는 결코 옳다할 수 없다. 둘째, 경찰조직의 이원화가 과연 효율적이냐는 반문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국립경찰과 자치경찰의 한계가 조직 및 업무면에서 심히 모호해서는 혼란만 일으키기 십상이다. 물론 자치경찰을 만들자면 조직 및 업무의 한계를 법률로 정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운영면에서는 민생치안을 그르칠 공산이 크다. 우리는 자치경찰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원하는 자치경찰은 국립경찰조직을 이원화하는 것이 아니고 순수한 자치경찰이다. 자치단체가 필요에 의해서 설립하는 자치경찰을 원하는 것으로 이는 당장은 불가능하다.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장차는 필요할 것으로 보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김대통령은 자치경찰제가 흡사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권한이양은 중앙부처가 독점하고 있는 실질권한의 분산이지 지방비에 부담만가는 명목상의 자치경찰같은 것이 아니다. 셋째, 우리가 아는 자치경찰제추진은 앞서 말한 것처럼 막대한 지방비부담을 가중한다. 경기도만해도 연간 인건비와 경상비로 약 2천5백억원을 떠안게 된다. 이를 전국으로 치면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치경찰제가 경찰의 국비부담을 지방비부담으로 돌리는 결과가 되어서는 지방자치를 위한다할 수 없다. 설령 얼마간의 국비보조가 있다하여도 지방비 전환의 본질이 부인되기는 어렵다. 자치경찰제가 실시되면 지방에 경찰위원회등이 조직되는등 그럴듯한 겉모습을 보일 수는 있을 것이나 이로인해 주민부담이 가중되어서는 허울뿐이다. 자치경찰제 실시는 아직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위에서 밝힌 세가지 의문에 명료한 해답이 없는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