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중보건한의사의 방문진료

“집에만 누워 있어 우울했는데 다시 걸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어요.” 낙상으로 인한 압박골절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해 집에서 혼자 누워만 계시던 어르신이 울먹이며 하시던 말이다. 영광군에서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65세 이상의 퇴원자들을 대상으로 한의과, 치과 공중보건의, 보건소 간호사, 읍·면사무소 방문복지팀이 협력해 통합 돌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자는 주로 고령의 홀몸노인으로 상급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자립 보행에 어려움이 있고 교통 취약지에 거주해서 통원치료를 받기 어렵다. 또 생활 활동 반경의 제한,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정서적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해 여름 밭일을 하다 넘어지며 발생한 척추 압박골절 및 고관절 골절 치료 후 퇴원한 어르신을 방문했다. 댁에서 혼자 통증과 보행 기능 저하로 고통받으며 3개월에 한 번 고혈압, 당뇨약을 처방받으러 아들과 읍내 의원에 가는 것 말고는 집에만 계셨다. 방문치료 때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검사하고 수시로 체위 변경을 지도했다. 5개월간 방문 진료를 주기적으로 진행했으며 그 후 환자가 자립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되자 울먹이며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공중보건한의사이자 마을 주치의로서 일차 의료 및 필수 의료를 담당하며 이렇게 방문진료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며 희망을 주고 있다. 한의 치료는 맞춤형 접근에 장점이 있어 환자들의 개별적인 신체적 및 정서적 상황과 필요를 반영한다. 전통적인 한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현대의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발전하고 있는 수많은 치료를 환자의 개별적 상황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홀몸노인들은 만성 질환, 근력 저하, 영양 결핍 등의 신체적 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 및 불편한 거주 환경 등으로 인한 정서적 문제, 치매 및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 문제 등 다양한 문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춤 치료에 강점이 있는 한의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더욱 확대돼야 한다. 한의사로서 초음파 진단기, 혈액 및 소변 검사, 체외 진단 키트 등의 사용 권한이 있으므로 방문진료를 하며 이를 활용하고 환자들에게 예방접종, 공공보건 의약품 등을 활용할 수 있다면 홀몸노인의 건강 증진 및 보건에 큰 도움이 된다. 방문진료를 통해 홀몸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맞춤형 치료와 지원은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이러한 방문진료는 단순한 의료 서비스를 넘어 지역사회의 건강한 생활 영위와 복지 실천을 실현하는 중요한 기회다. 한의사는 개별적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를 통해 더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공중보건한의사가 방문진료 때 진단기기 및 의약품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된다면 어르신들의 질환 치료 및 보건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천자춘추] 심정지 골든타임 ‘4분’

‘심정지’란 모든 원인과 상관없이 심장박동이 정지돼 발생하는 상태로 심정지 발생률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심장의 전기적 문제로 인해 심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멈출 때 발생한다. 심장박동이 멈추면 혈류 공급이 중단돼 조직이 손상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세포가 괴사해 결국 사망에 이른다. 이때 생사의 기로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은 단 4분으로 이 시간을 골든타임이라 일컫는다. 이 골든타임 내에 즉각적인 흉부 압박이나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해 심장을 재활성화하지 않으면 생존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심정지는 오전에 많이 발생하고 다음으로는 저녁 시간대에 많이 발생하는데 특히 심실세동에서 제세동이 1분 지연될 때마다 제세동의 성공 가능성은 7~10%씩 감소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23년 병원 밖에서 급성심정지 발생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3만3천500여건으로 상당수가 가정에서 발생한다. 심정지 환자 발생 시 119에 신고하고 구급차가 도착하는 시간까지 평균 5~10분으로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다. 이는 심폐소생술(CPR) 교육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정지 발생 후 뇌사 상태로 진행되기 전 4분 이내에 CPR이 시행되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지만 4분이 경과하면 생존율은 급격히 낮아진다. 우리나라 성인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예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에는 심정지 환자 관련 보도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이태원 참사 이후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에 대한 공익광고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이는 심정지 발생이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은 물론이고 재난안전교육 등 다양한 기관에서 무상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체험센터를 통해 직접적인 실습으로 교육 효과 증대와 함께 실전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4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매우 귀중한 골든타임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학교나 다양한 직군에서도 안전예방교육의 일환으로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하며 개개인이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항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경기시론] 교육의 사법화, 우린 어디쯤인가

얼마 전 학교폭력 사안 처리가 잘못됐다며 가해 학생 학부모가 학교폭력 책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적이 있었다. 피고소인 교사의 변호를 맡아 수사기관 조사에 참여했는데 수사관이 책임교사인 피고소인이 조사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상당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법을 모르는 교사이니 당연히 잘못된 점이 있을 것이라는 불신이 느껴졌다. 학교폭력 사안을 다룸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교사는 경찰관이 돼야 하는가, 법률전문가가 돼야 하는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에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불복해 제기한 행정심판은 5천100여건이다. 2021년 1천295건에서 2023년 2천223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고 행정소송 역시 2021년 255건에서 2023년 628건으로 늘었다. 대부분 가해 학생이 조치에 불복하는 사례이지만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 조치를 상향해 달라는 취지로 제기하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도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라니. 2023년 초 정순신 전 검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이후 느닷없이 학교폭력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며 교육부는 중대한 학교폭력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며 학교폭력 조치사항 기록과 관리 강화를 포함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줄지 않고 있고 강화된 생활기록부 기재 및 관리 강화로 학교폭력 신고·조사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학교장 자체 해결의 비율이 감소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받은 가해 학생 조치에 대한 불복 건수는 늘어난다. 모두 부정적인 지표다. 현재 학교폭력은 법적 다툼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교육 현장에 변호사의 진입이 많아지는 데 단초가 된 것이 학교폭력예방법의 제정·개정이다. 물론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 것도, 권리의식이 신장된 것도 이유이겠지만 말이다. 학교폭력 신고와 사안조사 단계에서의 변호사 개입이 갈등·다툼의 조기 해결을 뜻하는 것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 의결 전에 이뤄지는 즉시분리, 긴급조치로 인한 가해 관련 학생의 억울함, 가해 학생 조치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면 대학 입시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 언론은 불안감을 자극하고, 변호사들은 이러한 억울함과 불안함을 법적 조력을 통해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처럼 안내한다. 변호사가 개입하면 학교, 교육(지원)청 모두 교육적으로 해당 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노력보다는 문제 없이 사안 처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게 된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사소한 다툼까지도 교육적으로 훈계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인데 이는 ‘학교 공동체의 단절’로 이어진다. 학교 내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학생들은 그 갈등을 해결하며 화해하는 방법을 배우니 그러한 경험을 쌓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 예방주사 같은 것이랄까. 학생들 간 갈등이나 다툼을 모두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으로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법원도 상황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니 학교폭력의 개념도 참 불명확하다. 그러니 학교폭력 문제에 있어 ‘법’이 갖는 한계를 인정하자. 현재와 같은 법률과 정책으로는 학교폭력의 발생을 줄이기 어렵고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통해 학교폭력예방법상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를 초래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교육이 갖고 있는 힘과 학교가 마땅히 해야 할 노력이 사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법률과 정책은 공동체문화를 구축하고 학교 스스로 자치의 힘을 함양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하고 우리는 학교폭력 문제를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경기만평] 기억이... 안나?!

[사설] 경기도지사의 K-컬처밸리 공영개발 약속이 사라졌다

경기도가 K-컬처밸리 사업 추진 구상을 밝혔다. 사업 일부를 민간공모로 추진한다고 했다. 전체 사업부지 30만4천여㎡ 가운데 15만9천여㎡다. 사업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용적률 등의 제반 조건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공모가 4월 초에 이뤄지면 올해 재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도는 그동안 고양시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용역을 했다. 이에 대한 중간 설명회 형식인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민간에 맡긴다는 부분이다. 당초 경기도의 약속은 ‘건공운민’이었다. 건설 개발은 공공에서 하고 운영은 민간에 맡긴다는 의미다. 기존 CJ라이브시티의 공사 지체 책임을 지적하면서 강조했다. 더구나 이 구상은 김동연 지사가 직접 발표했다. 도민 청원에 답변하면서 밝힌 세 가지 핵심 원칙이다. GH 출자, 건공운민, 경기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이다. 이번 민간 추진 계획 발표는 그 약속과 다르다. 김성중 행정1부지사가 설명했다. ‘아레나 건립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을 단축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경기도가 CJ 측과의 계약을 해지한 것은 지난해 6월 말이다. 당시 아레나는 공정 17%였다. 7개월이 흐르고 ‘시간과의 싸움’ 주장이 나왔다. 더구나 공영개발 포기의 주된 이유로 설명됐다. 당연히 계산했어야 할 타임라인이다. 민간·공영개발의 시차도 일반적 사항이다. 기본적인 검토도 없었나. 시민의 걱정은 또 있다. 민간업자 참여 여부다. 용적률 등 대대적으로 문을 연 것을 보면 여의치 않음을 경기도도 예상한 것 같다. 공모는 4월에 한다니 판단은 그때 다시 할 일이다. 다만, 시민 관심이 높은 만큼 살펴볼 설이 있다. 많이 거론되는 그룹이 국내 4대 엔터기획사다. 하이브, SM, YG, JYP 등이다. 일부 주민들의 기대가 반영된 예상이다. 연예 기획사인 이들이 개발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다른 한 그룹은 SK,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이다. 주로 고양지역 정치인들이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체제 출범에 비상이 걸린 반도체, 자동차 업계다. 전혀 가능성 없다는 게 해당 업계의 전언이다. 또 하나의 추론은 ‘도로 CJ’다. CJ라이브시티가 다시 사업을 맡는 방향이다. 사업 속도를 낸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현안이 많다. 지체상금, 손해배상 등 쟁송이 막고 있다. CJ 측에서도 “현재로서는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항간에는 CJ 측이 ‘제3의 장소도 생각한다’는 얘기도 떠돈다. 고양시민에게는 뭐 하나 속 시원한 소식이 없다. 도의 주장처럼 ‘시간과의 싸움’이 맞고, 민간개발이 속도감 있다는 분석도 맞다. 그렇기 때문에 고양시민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왜 계약 해지라는 선택부터 한 것인가. 이렇게 지연될 줄 몰랐는가. 전에 없던 답답한 도정을 보고 있다.

[사설] 합병증에 사망까지... 지금이라도 독감백신 맞아야

올겨울 특히 독감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다시 마스크를 꺼내고 병원·약국마다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고열과 기침, 인후통 등 증세가 심하고 오래가는 그야말로 독감이다. 전국적으로는 지난 1월 첫 주를 정점으로 다소 수그러들었다. 외래환자 1천명당 1월 첫 주 99.8명이었다가 둘째 주엔 86.1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인천은 갈수록 환자 수가 급증하며 빠르게 번지고 있다. 독감 합병증에 따른 첫 번째 사망자까지 나와 보건 당국이 비상이다. 지난 20일 기준 독감으로 인한 입원환자 수가 179명이다. 지난 4일(82명)과 비교, 2배 이상 늘었다. 이런 가운데 어린이 등 고위험군 백신 접종률은 현재 그다지 높지 않다. 곧 명절이 닥칠 참이어서 더 걱정이다. 지난 1월 5~11일(1월 2주 차) 기준 인천의 독감 환자 수가 외래환자 1천명당 109.8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4주 차의 6.4명과 비교, 무려 17배다. 인천은 지난 12월 1주 차 7.7명, 2주 차 16.0명, 3주 차 34.4명, 4주 차 64.6명 등으로 독감 환자 수가 줄곧 불어났다. 올해 1월 1주 차에도 86.5명이었다. 주로 18세 미만 연령층에 쏠려 있다. 특히 최근 인천의 한 병원에서 어르신 환자가 독감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독감은 폐렴, 천식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특히 어린이, 임산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 등 고위험군에는 치명적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의 경우 면역력이 더 약해 합병증에 걸리기 쉽고 자칫 사망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요즘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에도 합병증 의심 환자가 많다고 한다.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무료로 백신을 접종해 준다. 그러나 인천의 백신 접종률은 평균 75%에 그친다. 어린이 70.3%, 임산부 66.7%, 어르신 80.2% 정도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큰 때문으로 본다. 그래도 백신을 맞지 않으면 합병증 등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따른다. 이번 독감은 2016년 이래 9년 만의 가장 심각한 확산세라고 한다. 이참에 이례적으로 긴 설 연휴에 들어간다. 다 아는 얘기지만 전문가들의 예방수칙을 귀담아 들을 때다.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 등 고위험군은 지금이라도 반드시 독감 예방접종을 할 것을 강조한다.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한다. 찬 기운에 몸을 오래 노출시키는 것도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과로 과음 등도 마찬가지다. 세심한 개인방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지지대] 베트남에 K-9 자주포 수출

한때는 우리와 총부리를 겨눴던 국가다. 숱한 젊은이가 이 나라와의 전쟁에서 숨졌다. 그런 나라에 우리의 무기가 수출된다.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베트남 얘기다. K–9 자주포 20문의 베트남 수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천300억원 규모다. 공산권 국가에 대한 첫 방산 수출이다. 이 무기를 한번 들여다보자. 포탄의 발사속도, 반응성, 생존성, 기동성 등이 최대한 발휘된다. 탄 취급장치와 뇌관추출기구 등도 자동화됐다. 격발기구가 유압식으로 작동된다. 급속발사 때는 15초 이내에 초탄 3발을 발사할 수 있다. 3분간 분당 6~8발, 1시간 동안 분당 2~3발 사격이 가능하다. 자주포로는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관련 업계와 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과 베트남은 K–9 자주포 베트남 수출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베트남이 이 무기를 도입하면 한국을 포함해 세계 11번째 ‘K–9 유저 클럽’ 국가가 된다.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는 베스트셀러인 K–9이 동남아에 처음 진출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간 방위산업계는 세계로 뻗어 나가는 와중에도 암묵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나 군부독재정권 등과는 거리를 뒀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등 국제정치 지형이 변화하는 가운데 베트남 측이 적극적으로 K–9을 검토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 나라는 최근 스프래틀리군도(베트남명 쯔엉사군도)를 놓고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였다. 하지만 구식 무기체계로는 중국에 맞서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트남이 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의 무기체계와 호환이 가능한 한국산 무기를 도입한다면 이는 베트남이 ‘반중’, ‘탈중’ 노선으로 간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베트남전에 파병됐던 부대에서 복무했던 필자로선 만감이 교차한다.

[함께하는 미래] 외교 동물의 삶

1479년(성종 10년) 당시 백성들은 처음 보는 생명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코끼리 두 마리. 이 거대하고 이국적인 동물은 명나라 황제의 선물이었다. 처음에 코끼리는 조선 백성들에게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그러나 인기도 잠시, 코끼리는 너무 많이 먹었고 풀, 곡류 같은 농작물 조달은 점차 비용 부담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코끼리 탈출 사건과 코끼리로 인해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만을 품는 백성들이 늘었다. 천덕꾸러기가 된 이들의 기록을 종합하면 오랜 귀양살이와 영양 부족, 추운 조선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가 간 우호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 정치적 목적이 담긴 동물, 이들의 이름은 외교 동물이다. 과거 이들은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물건으로서 거래의 대상이 됐다. 겉으로는 화려한 이목이 쏠렸으나 실제 그들의 삶은 매우 열악하고 비참한 것이 현실이었다. 19세기 문화적 연결을 상징하기 위해 영국으로 간 호주 캥거루는 부적절한 영양과 날씨로 질병에 시달렸고 비슷한 시기 유럽 왕실로 간 아라비아말은 역시 음식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이른 나이에 폐사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사육정보를 통해 여러 건강 문제를 개선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교 동물의 삶을 바라보며 걱정하는 목소리는 존재한다. 중국의 외교 동물 판다는 임대 형식으로 고액을 받고 제공되며 기간이 종료되면 중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만일 타국에서 새끼가 태어나도 이들은 중국의 소유가 돼 번식 적령기가 오기 전에 자국으로 반환돼야 할 의무가 있다. ‘푸바오’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판다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 지난해 중국으로 돌아갔다. 푸바오는 태어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이동은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정서적 단절과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는 현재의 외교 동물이 여전히 정치·경제적 목적으로 이용되며 동물 자체의 행복과 복지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교 동물에 대한 충분치 못한 배려는 인류 사회와 정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상업 논리와 화려한 외교 정치의 그늘에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으며 생명을 다루는 윤리적 문제와 정서적 상실감에 직면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결국 국가 간 신뢰를 강화하고자 했던 외교 본연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외교 동물의 삶에는 국격이 보인다. 이제는 푸바오의 이야기를 통해 외교 동물 문제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단순히 판다를 귀여운 동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생명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준 사랑만큼 그들의 삶에도 존엄과 안정이 보장돼야 한다. 외교 동물은 단순한 상징물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생명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돼야 한다. 푸바오 같은 외교 동물이 우리의 삶에 준 기쁨이 그들 스스로에게도 행복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이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몫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할 때 대한민국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다.

[김종구 칼럼] 이재명표 현금 정치, 또 나올 때 됐다

현금 지원에 반대한다. 어떤 명목이든 현금 뿌리는 건 반대한다. 2009년 무상급식 이래 죽어라 써댔다. 단 한 음절도 바꾼 적 없다. 하도 여러 번 써서 새삼 설명하기도 민망하다. 그래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거다. 경제를 이루는 일정한 공동체가 있다. 그 공동체의 재화(財貨)는 변동이 없다. 여기에 현금이라는 통화만 추가된다. 투입된 통화는 모두 재화의 가격으로 옮아간다. 투입된 통화량이 곧 물가인상 폭이다. 뻔한 공식이다. 이 증명을 혼돈시키는 완충지대가 있다. 경제 단위를 인위적으로 구분한 행정이다. 이를테면 ‘성남시-경기도-대한민국’의 구분이다. 통화 투입의 영향이 이 경계를 만나면 왜곡된다. 성남시 부작용을 경기도가 덮어주고, 경기도 부작용을 대한민국이 덮어준다. 성남시-경기도의 경계가 실물경제에서는 섞였기 때문이다. 이 연쇄 흡수의 끝이 국가 단계다. 국제 경제에서는 더 이상 돌려 막을 곳이 없다. 물가 폭등이다. 40년 전 ‘경제학 개론’에서 ‘D’를 맞았다. 이런 내게 무슨 학문적 깊이가 있겠나. 그저 ‘그럴 거라는’ 저잣거리 생각이다. 그나마 경제 관료들의 비슷한 생각이 비빌 ‘언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현금 지원을 경계했다. 끝내 정치에 굴복했지만 기조는 그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보편적 복지를 우려했다. ‘13조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느냐’고 했다. 그렇다. 정치인은 현금 지원을 주장하고, 경제 관료는 현금 지원을 걱정한다. 그 이유라야 뻔하지 않나. 표(票)다. 나라가 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박근혜 탄핵과 윤석열 탄핵을 비교했다.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이 잡혔다. 하나는 가계·기업심리 위축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박’ 때는 9.4포인트 하락했고 ‘윤’ 때는 12.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심리지수도 ‘박’ 때는 우상향이었고, ‘윤’ 때는 ‘우하향’이다. 금융시장은 다르다. 원–달러 환율이 ‘박’ 때는 7%까지 올랐지만 ‘윤’ 때는 5% 오르다 좀 내렸다. 경제 요소만 따진 KDI 분석이다. 금융 시장이 끄덕 없다는 건 아니다. 12·3 계엄이 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분명하다. 내란·폭동은 미래 법으로 따져질 일이다. 경제 피해는 현재 국민이 느끼는 일이다. ‘윤석열 지키기 국민’에게도 경제 위기는 진실이다. 20일 이재명 대표가 말했다. “정치 불안이 경제로 이어지며 국민 삶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민생경제 회복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공개 선언이다. 최근 여론조사가 민주당에 달갑지 않다. 민주당 하락과 국민의힘 상승 추세다. 국민의힘이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다. 권력기관이나 지방정치에 예민한 문제다. 이 대표의 민생 선언이 이런 때 나왔다. 이쯤 되니 예상되는 ‘JM노믹스’ 순서가 있다. 시장-도지사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다. 청년 배당·지역화폐(성남시), 기본소득(경기도). 중요할 때마다 등장했다. 강력하면서 유일한 그의 무기다. 패턴으로 볼 때 나올 때 됐다. 때마침 이 대표가 시중은행장을 모았다. 여기에도 ‘JM노믹스’가 오버랩됐다. 기업인을 부르지 않고 은행장을 불렀다. 생산이 아니라 통화에 비중을 둔다는 얘긴가. 보기에 그렇게 보인다. 통화를 이용한 직접적 시장 개입. 국민 손에 직접 돈을 쥐여주는 행정.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곧 조(兆) 단위 지원이 뜰 것 같다. 윤 정부 최대 불신은 물가였다. 그 불신이 비극까지 왔다. 이런 난리통에 또 돈을 넣자고 할 것인가. ‘현금’은 늘 성공했다. ‘표’는 뿌린 만큼 돌아갔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안 뿌렸으면 좋겠는데.... 반대했으면 좋겠는데.... 또 그럴까 봐 걱정이다. 진보의 역사, 권영길씨가 있었다. 국민 계몽에 악전고투하던 그다. 그의 유행어를 허락 없이 인용한다. ‘지원금 받아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천자춘추]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공존

지난 2022년 11월 오픈AI에서 챗GPT를 공개한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사람의 존재 의미라고 여겼던 일들을 인공지능(AI)이 하나둘 해내고 있는 현 상황을 목도하면서 이를 반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인간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고유한 능력을 잃게 되면 혹은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그 무엇인가(예로 인공지능과 같은)에 압도당한다면 사람은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회의감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6년 이세돌이 알파고와 벌인 바둑 대결이다. 당시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했고 사람이 인공지능에 질 수 없다는 일종의 자신감 혹은 무한 신뢰에 기반한 당위성에서 많은 사람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을 지켜봤다. 그러나 결과는 인공지능의 승리. 실망과 함께 놀라움이 밀려 왔고 영화에서 보던 상상의 미래가 현실로 점점 더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2025년인 지금 인공지능은 로봇과 함께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로봇이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보고 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가전 전시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이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반려로봇, 피아노 치는 로봇, 집사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등장해 마치 사람처럼 대화하고 행동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아직까지는 로봇의 움직임과 피부가 사람의 그것과 완전히 같지 않다는 점에서 쉽게 로봇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기술 발전 속도라면 로봇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을 닮은 로봇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올 것이다. 인공지능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미래 사회에 인공지능 로봇과 대결을 할지 아니면 공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지는 로봇이 아닌 우리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사람과 비슷한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우리 일상에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기보다는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인류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해서는 안 되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미래 사회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연과 함께,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건강한 미래 사회를 만들어가는 겸손과 자신감으로 인간다움을 찾고 인간으로서 존재 의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