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척결을 잘못한다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후진국일수록이 부정부패가 심하고 선진국일수록이 부정부패와 거리가 멀다. 아마 우리처럼 수다히 부정부패 척결을 체험한 국민도 드물 것이다. 과거 역대정권이 그러했던 것처럼 현 정권들어서도 사정작업이 몇차례 있었다. 정부는 총선이 끝나자 또 사정의 칼을 갈기 시작했다. 공직자뿐만이 아니고 민간부패도 척결한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문제는 수다한 사정작업에도 왜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느냐에 있다. 엄히 따져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세간의 의문은 부정부패 척결의 여간한 암초가 아니다. 재수가 없어서 사정에 걸렸다는 주관 및 객관적 관념은 사정의 권위와 승복을 훼손하고 있다. 여권이 한때 검토하다만 ‘과거불문설’이 바로 이같은 고충 때문이었던 것으로 안다. 사정이 빛을 보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특사의 남발이다. 권력주변의 범법자들은 으레 특사로 사면돼 공무담임등으로 민중위에 재차 군림해오는 잘못된 관행부터 척결돼야 한다. 정부는 오는 6월, 제16대 국회가 개원되면 부패처벌관련 특별법을 제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은 얼마전에 우리 돈으로 5억원의 뇌물을 받은 어느 도시의 부시장을 사형에 처한 적이 있다. 응보형주의가 아닌 목적형주의 추세이긴 하나 부정부패 근절에 필요하다면 중형으로 다스리는 것이 또한 목적형주의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다 할 것이다. 곧 있을 부패처벌관련 특별법제정에 이같은 점이 십이분 유의돼야 하는 것이다. 권력주변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 역시 중요하다. 장개석 국민당정부가 대륙에서 쫓겨난 것은 미국이 지원해준 MI소총이 그 이튿날 보면 모택동군에게 가 있을 만큼 심히 부패했던데 이유가 있다. 이러한 장개석 정부가 대만으로 건너가 새삼 공직 및 사회기강을 단시일에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밀수보석을 사들인 자신의 며느리를 공개처형하는 결연한 시범의지를 보임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부패처벌관련 특별법의 시행 또한 권력층에서부터 이같은 시범의지를 보여야 비로소 국민들이 신뢰한다. 자신은 셈에 넣지 않고 헤아리면서 수가 모자라다고 아우성치는 ‘돼지산수’의 우화를 닮지 않아야 부정부패 추방이 가능하다. 표적수사를 일삼지 않는 일상의 사정작업은 일상의 업무에 속한다. 특별히 기간을 정하거나 강조하는 것 자체가 다분히 한국적 현상이다. 또 추진하는 사정작업 역시 더도 덜도 아닌 일상업무 차원으로 보고자 하면서 앞으로 제정될 부패관련처벌 특별법과 시행을 주시하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40대에 꿈을 이룬 사람은 매우 많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 41세였다. 퀴리부인은 43세에 라듐을 발견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쓰기 시작한 때 45세였다. 간디가 비폭력 투쟁을 전개할 때 45세였다. 워싱턴이 미국독립을 이룩했을 때 49세였다. 히틀러는 44세에 독일 총통이 되었다. 존 F 케네디는 42세에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도 41세에 집권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1993년 집권당시 46세였다. 제3의 길을 제시하며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은 토니 블레어(46) 영국 총리, 공수부대 중령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45), ‘대만독립’을 기치로 내걸며 총통선거에 당선된 천수이볜, KBG 첩보원 출신으로 대권을 거머쥔 블라디미르 푸틴(47) 러시아 대통령 등이 모두 40대들이다. 권력과 금력 쟁취자가 성공한 사람은 반드시 아니지만 이제는 한국의 40대가 일어서야 한다. 지금 한국의 40대는 721만3000명 정도로 전체인구 중 16%를 차지한다. 이들은 6·25 전쟁의 폐허에서 그들 부모세대가 희망의 씨앗처럼 잉태해 출산한 자녀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에서 3부제 수업을 받고 자랐다. 가장 혹독한 입시경쟁과 취업경쟁을 치렀다. IMF 체제를 가장 참담하게 경험했고 아직도 IMF체제 후유증에 허덕이는 세대다. 자신이 살기 위해 동료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애써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세대다. 한국의 40대는 그 숱한 생존경쟁의 정글을 헤치며 살아와 건강을 유지할 틈이 없었다. 이제는 40대를 위하여 50, 60대는 조금씩 양보하고, 20, 30대는 협력해 주어야 한다. 누구나 40대를 맞이한다. 40대가 좌절하면 이사회의 중추가 마비된다. 40대가 능동적이어야 가정도 국가도 건강해진다. /淸河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 성지 주변을 통과하는 고압 송전선로를 설치하려는 한국전력의 계획은 재고돼야 한다. 당초부터 미리내 성지가 차지하는 역사적, 종교적 중요성을 안일하게 여긴 것이 차질을 초래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미리내 성지는 조선말 천주교 신자들이 조정의 박해를 피해 모여든 교우촌이었으며, 한국인 최초의 사제 성(聖) 김대건 신부의 묘소가 있는 지역이다. 대광장을 중심으로 십자가의 길, 경당, 김대건 신부 동상과 성모 성심당, 103위 시성 기념 성당, 미리내 성당, 무명 순교자의 묘역, 수도회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연간 200여만명의 순교자들이 찾고 있는 ‘한국 천주교의 요람’ ‘은혜의 땅’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사실을 한전측이 모를 리 없었을텐데 당초 계획을 변경까지 하면서 미리내 성지주변에 고압 송전선을 설치하려 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수를 두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한전에 따르면 용인과 안성을 잇는 345KV 송전선 24㎞ 신설을 위해 1996년 설계를 마치고 1997년부터 철탑설치에 들어가 올 연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 해 선로가 변경돼 6.5㎞ 구간이 양성면 노곡리 외곽을 거쳐 미리내 성지를 둘러싸고 있는 쌍령산 능선을 통과하게 됨에 따라 천주교측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당초에는 반대편 능선을 통과할 예정이었으나 인근 극동기상연구소의 관측 업무에 끼칠 장애를 우려하여 1.5㎞ 정도를 미리내 성지쪽으로 당겼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리내 성지측과 주민들이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서린 미리내 성지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전자파 방해 등 주민들의 피해까지 앞세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면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한전의 원칙론에는 물론 수긍을 한다. 그러나 설계변경 과정에서 천주교측과 주민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민원야기 소지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서도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한전측의 막연한 대책도 딱하기 짝이 없다. 설계변경을 재변경해서라도 천주교측과 주민들이 공감하는 대책을 마련하여 극심한 마찰을 미연에 방지할 것을 바란다.
2000 고양 세계 꽃박람회(대회장 황교선 고양시장)는 국제무대의 화훼산업단지로 자리매김하는데 의의가 있다. 이의 조직위원회를 전문가 중심의 재단법인체로 구성한 것은 전문성 수익성 항구성을 담보한다 할 것이다. 대통령부인 이희호여사가 명예대회장으로 참여한 것은 대외 공신력을 드높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개막식 치사에서 밝힌 ‘동북아 화훼산업의 중심지 도약’은 곧 우리 화훼산업의 미래상이다. 화훼강국이 많은 유럽 10개국을 비롯, 아시아 16개국 미주 8개국 오세아니아 및 아프리카 6개국 등 40개국 244개 업체가 참가한 것은 명실공히 세계적 규모의 행사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또 세계적 화훼전문인의 행사라 할 국제화훼세미나, 플라워 디자인경연대회를 갖는 것은 상호정보교환 및 선진기술교류면에서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막 벽두부터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과 상담실적 432만달러, 계약실적 406만4천달러 상당을 올렸다. 가히 동북아 화훼산업중심지로 힘찬 출발의 시동을 걸었다 할 것이다. 한국화훼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세계최대의 난종류인 그라마토퍼럼과 스페시오섬 등을 전시, 특히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는 박람회는 일산호반의 5개 실내전시장과 9개 실외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박람회 주제인 ‘꽃과 인간의 조화’에 걸맞는 꽃과 인간의 대향연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긍지높은 박람회가 지역사회의 일원인 고양시에서 갖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누구보다 고양시민들의 많은 관람이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이벤트행사인 농악, 사물놀이, 전통춤, 꽃그림, 꽃사진콘테스트와 행주문화제 실버가요제 등은 꽃박람회와 어울려 장관을 이룰 것이다. 꽃과의 환희의 세계를 체험하고 소망하는 미래의 꿈을 담을 것으로 보는 박람회 관람은 지역소속감을 일깨워 시민연대의 공동체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 것이다. 화훼산업의 수출 및 기술교류, 각종 문화행사의 일체감조성 등 전시와 실익이 함께하는 2000 고양 세계 꽃박람회가 남은 기간중 더욱더 성황을 이룰 것을 기대해마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관람객들의 질서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을 노파심 삼아 당부해둔다.
최근 안양시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벌어진 안양시의회의 행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불거져 나온 3천700원의 공금유용건을 보고 있자니 공인의 말한미디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 지난 20일 오전 안양시의회에서 열린 특별위원회에서 임모의원(41·비산1동)이 공금유용사례를 밝힌뒤 결백을 주장하는 해당직원과의 공방이 현재까지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의원은 이날“지난 16일 밤 자신의 차량을 안양역전 노외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놓은뒤 4천500원을 지불했으나 공단에는 800원의 영수증이 보관된 것으로 미뤄 주차요원이 요금을 유용했다”고 밝히며 공단측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에대해 당시 근무자였던 나모씨(36)는“임의원이 입차, 일시불로 4천500원을 받았으나 40여분이 지나 임의원의 차가 없어져 나머지 금액 3천700원과 차량번호와 시간 등을 기재한 봉투를 보관, 다음에 돌려주려고 했다”며 돈봉투와 동료들의 증언을 곧바로 제시하는등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 나씨는 졸지에 도둑으로 몰렸고, 소문은 일파만파 확산돼 명예가 완전히 짓밟히는 꼴이 돼버렸다. 뒤늦게서야 임의원은 부인이 차를 빼갔다느니, 출차시간 변경 등 종전과 전혀 다른 엇갈린 입장과 함께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돈봉투를 4일동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미뤄 요금유용이 확실하다는등 어이없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임의원의 도둑공방은 정확한 증거없이 공식 자리에서 건수위주로 사안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려 함으로써 수많은 시민들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양=이용성기자<제2사회부> leeys@kgib.co.kr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하라.” 16대 총선에서 17석 확보에 그친 자민련이 지난 24일에 이어 26일 3당 총무회담에서도 재차 요구한 내용이다. 현재 국회법상(제33조) 교섭단체 요건인 20명을 15명으로 조정하는 것이 의원정수 감축과 원활한 국회운영, 세계적 추세 등에 부합한다는 것. 그러나 이는 다분히 위당설법(爲黨設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자민련은 지난 19일에도 외국의 교섭단체 구성조건이 2명∼15명 등으로 매우 낮게 잡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15명을 굳이 교섭단체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민주국민당(2석)등 소수정당의 권익보호 차원보다는 지극히 ‘자당몫 챙기기’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또 올 1, 2월 선거법 협상과정에서 의원정수 감축으로 인한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필요성에 대해 일절 언급한 적이 없었고, 총선 직후 민국당, 한국신당(1석)과의 소(小)통합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점도 그렇다. 특히 자민련은 이날 어느 정당도 과반수(1백37석)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국회의장 경선이 이뤄질 경우 이를 빌미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구성해야만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16대 국회 개원일(6월5일)까지 교섭단체를 등록하지 못할 경우 국고보조금 대폭삭감, 상임위원장 배분문제, 원내협상력 약화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 여권 일각에선 향후 군소정당의 권익보호를 위해 정치개혁 차원에서 자민련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민련이 이제껏 ‘원조보수’를 자임해오면서 갖가지 개혁입법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약하다. 지난 20일 민주노동당이 ‘이제 소수정당의 슬픔을 알겠는가’라는 논평을 통해 자민련의 당리당략적 행태를 비아냥거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경기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의 재개정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된다는 주장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5일 동부권시장·군수협의회와 시·군의회 의장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지난해 4월17일 입법 예고한 수정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오염총량제 전면 거부는 물론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새삼 수정법의 개정 작업이 도내 현안으로 등장했다. 수정법 개정에 대한 도내 여론은 그동안 본보를 비롯 각종 언론기관은 물론 시민단체, 관련기관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도 없다. 도시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는 이름 아래 각종 규제를 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여러가지 모순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 1월7일 정부는 경기도가 강력히 요구한 자연보전권역내 외자유치를 위한 내용을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자연보전권역내 관광지 조성 허용은 이미 지난해 입법 예고된 사항이고, 더구나 대통령은 98년 10월 경기도 방문시 외국인 투자 관광지 조성을, 국무총리는 99년 11월 수정법 시행령 개정을 약속했다. 때문에 경기도는 이를 믿고 외자유치를 추진했는데 강원도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개정안에 경기도의 외자유치 조항을 제외시킨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이런 정부 정책에 대해 경기도 시·군의회의장단은 강력한 반대운동을 전개했으며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도 가세했으나 아직도 정부는 이에 대한 확고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총선도 끝났으니, 제16대에 진출한 국회의원 당선자들도 수정법 개정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될 것이다. 곧 인구 1천만이 넘는 최대의 자치단체인 경기지역이 중앙정부의 환경보전이라는 단순 논리에 의해 발전 자체가 저해되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더 이상 외국에 대한 국가 신인도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수정법 재개정을 조속히 시행해야 된다. 목적을 잃어 버린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 지역 실정에 맞게 운영되는 탄력적 자세를 보여야 될 것이다.
참으로 끔찍하다. 이성이 마비되고 나면 그 어떤 야수보다도 잔인할 수 있는 게 바로 사람이다. 우리 모두를 소름끼치게 한 이천 연쇄살인범의 범행은 인간의 가슴속에 도사린 악마성(惡魔性)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사소한 시비끝에 발작된 살인 광기(狂氣)를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채 사흘동안 5명을 살상한 범행들은 엽기적 공포영화나 납량소설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왔던 것들이다. 이번 범죄는 그 동기와 배경이 아주 단순했다. 노름판에서 개평(고리 돈)을 떼려다 벌어진 싸움에서 폭행당한 앙갚음으로 상대방의 머리 가슴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말리던 사람에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범인은 내친김에 그동안 자신을 업신여기고 구박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찾아 살인극을 벌였다. 희생자 중엔 자신이 기거했던 절의 주지 부부와 술집주인도 있다. 범인은 ‘첫번째 범행후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해 일생동안 나를 괴롭힌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 했으며, 그 대상은 10명정도’라고 했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범인이 그 이전에 잡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의 생명도 위태로웠을 것이다. 모골이 송연해진다. 범인이 털어놓았듯이 범죄의 동기가 된 것은 자신을 멸시하고 손찌검했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증오였다. 범인은 유년시절에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생활하며 고교를 중퇴했다. 50세가 넘도록 결혼도 못한 채 떠돌이 생활을 했으나 배운 게 없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데다 외소한 체격탓에 매맞고 따돌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심한 소외감과 원한이 쌓였음직 하다. 범인들의 잔혹한 범죄는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이 낳은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치관이 무너지고 인간성이 상실되는 물질만능적 세태는 사람의 목숨까지도 욕구충족의 수단으로 삼는 풍조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극심한 경쟁체제는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에게 소외감과 좌절감을 심어주었다. 이번 범인이 자신을 구박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 대해 갖게된 증오심도 힘만이 유일한 가치요 기준인 것 같이 인식케 한 우리 시대의 사회적 병리현상이었다. 이런 사회병리의 근본을 다스려 나가지 않는 한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선 우리사회의 갖가지 모순을 줄여 나가는 구조적 처방과 함께 올바른 가치관 정립방안을 모색하는데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에는 먹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가난 때문에 아이들을 남의 집으로 보내면서 ‘입 하나 던다’고 하였다. 한 집안에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식구’라고 한다. 이 말은 가족과는 좀 다르지만 식구라면 대개 가족이었다. ‘식구(食口)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밥 먹는 입’이다. ‘식구가 여섯이다’라고 하면 집안에 밥 먹는 입이 여섯이라는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이긴 하였지만 예전에는 모처럼 집에 온 사람을 그냥 보내기가 섭섭해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서 무엇이라도 손에 쥐어 보냈다. 정 줄 것이 없으면 보리 한 됫박이라도 싸서 보냈다. 이 보리 한 됫박이 바로 ‘촌지(寸志)’다. 촌지란 주어서 즐겁고 받아서 고마운 그런 것이다. 서로 부담없이 나누는 인정이 촌지다. 학부모가 자녀의 선생님을 찾아갈 때 양말 두어 켤레, 고기 한 두근 사가지고 가는 것이 촌지다. 미처 그런 것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봉투에 소주 한병 값이나 넣어서 놓고 나오는 것이 촌지다. 교사는 사양해도 좋겠지만 성의로 생각하고 고맙게 받아두어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 이러한 전통사회의 촌지가 요즘은 ‘선물’도 아니고 ‘뇌물’로 인식이 변했다. 촌지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 보리 한 됫박이 값비싼 고급물건으로, 소주 한병 값이 심상치 않은 액수로 바뀐 것이다. ‘촌지를 주고 받았다는 오해를 살까 봐 학부모님이 학교에 오시면 겁이 난다’는 교사들이 뜻밖에도 많이 있다. 지난 해 ‘스승의 날’, 교실에 놔두고 간 상품권 1장을 학부모가 누군지 몰라 돌려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교사를 본 일도 있다. 담임 선생님이 사양할 것 같아 몰래 이름도 밝히지 않고 놓고간 상품권이 바로 촌지의 미덕이다. /淸河
국내에 거주하는 20여만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대부분 노예처럼 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가난하고 약한 자의 피맺힌 한(恨)과 설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한 우리가 더 약한 자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또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의 언론보도를 통해 부분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지난해 말 현재 20만6천50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월60만원 수준의 저임금에다 고용주와 한국인 동료들의 횡포·폭행으로 ‘코리안 악몽’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60%가 넘는 12만6천여명은 불법체류자여서 인권을 더욱 유린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가 폭로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 인권백서’를 보면 더욱 무참해진다. 인도네시아 연수생 푸르노마는 다른 인도네시아 연수생의 일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작업반장에게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으며, 필리핀 여성 노동자는 기숙사에서 한국 남자에게 성폭행당해 임신했으나 회사에서 쫓겨 났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연수생 테나쿤은 왼쪽 집게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후 보상금을 회사에 빼앗겼다가 2년만에 겨우 되찾았고, 인도네시아 산업연수생 9명은 이탈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외출을 금지당한채 화장실에 갈 때조차 감시를 받는다는 것이다. 소위 연수생이 이러한데 밀입국자나 불법체류자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당하는 참담한 사례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새 삶을 찾아 이 땅에 온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비정하게 대해서는 안된다. 물론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한국인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탄압과 노동착취를 막으려면 외국인을 경시하는 일부 고용주들의 의식전환은 물론 정부의 대책이 더욱 절실한 것이다. 짧은 기간 고용했다 돌려 보내는 ‘단기 로테이션 정책’에서 ‘사회적 통합 정책’으로 개선해야 하며 외국인노동자가 일하는 동안은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법적으로 신분을 보장해 줘야 마땅한 일이다. 도대체 한국이 언제부터 외국인을 지배하며 살았는가. 우리 역시 얼마전까지 외국에 노동자들을 수출하는 국가였으며 지금도 수많은 한국인노동자들이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