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로비스트사건

세간의 화제가 된 재미교포 여성로비스트사건은 고위공직자들 기강이 얼마나 해이했던가를 말해준다. 당시의 내로라하던 장관들, 중진 정치인들이 40대 재미교포 여성을 가운데 두고 벌인 치졸성은 가히 인품을 의심케 한다. 그들 말대로 단순 사생활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보통여성이 아닌 미국의 무기상 로비스트인 점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설사, 거명된 인사들의 관련내용이 개인적 일이라 해도 객관적 시각은 그로인한 로비의 영향이 없다고 보기 어려워 사생활 노출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로비스트는 이미 1천800만원을 군관계자에게 건내주어 무기관련 2급비밀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상태에 있다. 이런 사람이 누군가의 전화 한통화로 출국금지조치가 풀린 적이 있다. 또 백두사업은 로비의 목적을 달성, 벌써 계약이 성사됐다. 군당국이 아무리 로비의 영향이 없다고 발표하여도 믿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이는 것이 국민적 의혹이다. 로비스트가 미모 하나로 막강한 배후 실력자들을 제멋대로 주무른 흔적이 발견되는 것은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심히 우려스런 현상이다. 이런데도 막상 진실규명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검찰은 재수사를 말로만 다짐하고 있다. 관망하고 있는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 의아스럽다. 당초의 수사가 의도적 축소수사였음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고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행여라도 그렇지 않다면 국기관련의 의혹에 걸맞는 결연한 수사의지로 국민적 의문을 시급히 풀어주는 것이 부하된 소임일 것이다. 정치권 또한 사태추이를 당리당략 차원으로 저울질만 할 일이 아니다. 백두사업은 구 정권에서 이루어졌다. 한나라당은 사건 규명에 능동적 자세로 나서 옥석을 구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 역시 엉거주춤해 보여서는 항간의 의심을 사기가 십상이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통 흙탕물을 일으킨다’는 전래속담을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다. 유사한 병폐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위공직자들의 처신이 분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러둔다.

때없는 전염병 대책세워야

최근 2∼3년전부터 각종 전염병이 계절과 관계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한 이상기후와 환경파괴로 인한 생태계의 정화작용이 사라지면서 비롯된 것으로, 방역당국이 당연히 사전 대비책을 세워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사후에 허둥대는 것은 뒷북행정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경기도내에는 작년에 이어 벌써 크고 작은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는가 하면 갖가지 전염병이 심상찮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 봄에는 다른 어느해 보다 짙은 황사현상이 잦았고 긴 가뭄과 함께 최근엔 한낮의 이상고온 등 요인으로 각종 전염병의 만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같은 우려는 벌써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여름철 제1종 전염병인 장티푸스 환자가 올 3월까지 10명이 발생,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명이 늘었고, 작년 11명이던 말라리아 환자도 12명으로 늘었다. 또 가을철 전염병인 유행성 출혈열 환자가 7명, 쯔즈가무시병 환자는 2명이 발생했다. 특히 가을에 발병하는 유행성이하선염 환자는 작년에 2명뿐이었으나 올해는 4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세균성 이질 감염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작년 3월말까지 21명이던 세균성 이질환자가 올해는 용인 여주 등 9개 시군에서 이미 76명의 환자가 발생, 작년보다 3.6배나 늘었다. 여름철 집단질병과 전염병은 주로 서민층이 피해자란 점에서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중요하다. 며칠전 보건당국이 경기 인천 등 13곳을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선포했지만, 그외의 계절파괴 전염병에 대한 당국의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큰 문제다. 때없이 발생하는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전천후 방역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또 전염병의 신고·보고체계의 보완·강화도 필요하다. 법정 전염병의 경우 가족 의사 모두 쉬쉬하기 일쑤여서 제대로 신고되는 것은 절반도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국은 때 이르게 찾아온 각종 전염병이 더 번지기 전에 종합방역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그저 분무소독이나 하는 형식적 방역에 그칠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방역사업을 벌여야 한다. 전염병이 창궐한 후에야 겨우 서두르는 식의 뒷북치기 방역으로는 국민건강을 지킬 수 없는 것이다.

故 엄익준씨

죽음 앞에는 장사가 없다. 인간이 자신의 죽음을 안다면 어떻게 될까. 대개는 의욕이 꺾여 자포자기할 것이다. 살아도 이미 사는게 아닌 것이다. 그러나 더러는 이에 초연한 삶이 있다. 이러한 당자가 개인업에 종사하는 사람일지라도 우러러 존경심을 갖게 된다. 하물며 국가대사에 관여하는 사람의 그같은 초인적 노력은 더 말할 것이 없다. 고(故) 엄익준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이런 분이다. 간암말기 진단을 받고도 이를 숨긴채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중대사를 음지에서 도우며 진통제로 고통을 견뎠다. 사표를 낸 것은 회담성사가 확정된 뒤인 지난달 8일, 일이 잘된 것을 확인하고 비로소 마음놓고 물러난 것이다. 뒤늦게 현대 중앙병원에 입원했으나 3일 오후 3시15분께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다. 고인과 비슷한 분으로 약10년전 배석대법관이 있었다. 그 역시 간암말기 진단을 받고 미제사건을 줄이기 위해 밤새워 일을 더 열심히 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작고하기 보름전 사표를 쓸때 비로소 알았다. ‘현직에서 죽으면 조직에 누를 끼친다’며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어이 사표를 냈다. 배대법관 역시 그때의 나이가 고인과 같은 57세로 아까운 나이였다. 두분의 성품도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히 순국의 공직자 상이다. 간암말기는 견디기 힘든 통증이 괴롭힌다. 고인이 회담 성사를 위해 남모른 뒷바라지를 하면서 겪었을 그 고통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 쓰리다. 평생이라 할 34년동안 몸담았던 국가정보원葬으로 오늘 삼성의료원에서 영결식을 갖는다. 삼가 명복을 비옵나니 고통없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소서. /白山

골치 아플 DJ

다 알고 있는 얘기지만 지난 2일 김영배 민주당 상임고문이 김대중 대통령의 역대 보좌진 모임인 인동회(忍冬會)의 모임에서 ‘피바람’을 일으켰다. 인동회의 4·13총선 당선자 축하 오찬에서 김 고문은 당선자 대표 답사 말미에서 “김 대통령이 자신의 임무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완수할 수 있도록 보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정권의 창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야당시절 보좌진 출신들이 모인 인동회 회원으로서 지극히 당연하고 충성스러운 발언이다. 그러나 “자칫(정권재창출) 실패하면 이 나라에는 엄청난 피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이날 모임에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 남궁진 청와대 정무수석, 김옥두 민주당 사무총장을 비롯, 4·13총선에서 살아난 20명의 당선자와 200여명의 회원이 참석했었다. ‘피바람’은 국어사전에는 아직 없지만, 온통 피가 낭자한 곳을 형용하여 일컫는 ‘피바다’와 비슷한 말이다. 그러니까 김 고문은 민주당에 소속된 인물이 DJ에 이어 대통령이 되지 못하면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피바다에 빠져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셈이다. 차기정권을 잡지 못하면 ‘정치보복’을 당할지 모르니 합심하자는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 고문은 발언 후 말썽이 나자 ‘별다른 정치적 의미없이 차기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열심히 하자는 의미로 한 얘기’라면서 발언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고문은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설화라고 생각하기에는 석연치가 못하다. 속된 말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미친 척’하고 총대를 멘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는 김성재 청와대수석이 “다수(영남)의 단결은 불의이고 소수(호남)의 단결은 정의”라고 하더니 이번엔 민주당 총재대행까지 지낸 사람이 ‘피바람’을 몰고 왔다. 추종자들이 무얼 믿고 큰소리 치는지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이래 저래 DJ는 골치 아프겠다./청하

어린이 보호에 만전을

지난해 전국 경찰에 접수된 미아발생신고는 모두 3천506건으로 하루 평균 10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부모를 잃은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를 찾지 못해 경찰을 포함한 각종 기관에서 전국의 아동복지시설(공인시설)로 보호 조치된 미아는 216명이라고 한다. 이는 공공기관이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데도 부모와 연결되지 못하는 ‘비극’이 한 해에 200여건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그나마 이같은 수치는 실제 미아 발생 현황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다. 사설 복지시설 등에 넘겨지는 일이 많고 자녀를 잃어버리고도 신고 자체를 안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정신지체 등 장애아동의 경우 길을 잃어도 대부분 단순 부랑아로 간주돼 부모를 찾아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복지시설에 수용돼 미아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를 한 번 잃어버리면 찾기가 너무 힘들다. 미아발생 건수에 비해 미아찾기 관련기관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도 각 기관을 단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미아발생신고를 접수하고 있는 곳은 경찰(신고전화182)과 한국복지재단 산하 어린이 찾아주기센터(02-777-0182)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미약한 상황에서 미아를 신속히 찾으려면 전국의 미아현황을 총망라해 정리해놓고 수시로 입력,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또 전국 읍·면·동사무소에 주민등록 사진을 입력하기 위해 비치해 놓은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해 미아와 가출 아동 등의 사진을 즉시 촬영하고 단일 네트워크에 입력하면 어디서든 빠르고 쉽게 조회가 가능해질 것이다. 미아발생은 부모와 자식간의 생이별도 문제지만 미아를 찾기 힘든 우리 사회 현실이 ‘앵벌이’등 어린이를 악용하는 범죄를 낳는 단초가 되고 있어 더욱 심각한 것이다. 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 등이 있어 나들이를 많이 하는 달이다. 가정의 달에 미아가 발생하여 온가족이 슬픔 속에 잠기지 않도록 어린이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미아발생은 그 어떤 상황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보호자의 책임이다.

부부침실까지 침투한 마약

이제 마약이 부부침실까지 침투하고 있다. 종래 히로뽕 등 마약이 은밀히 국내에 유입돼 유흥가를 중심으로 암거래 돼 왔고 일부 연예인 등이 대마초 흡연으로 말썽을 빚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비교적 마약 안전지대로 인식되었었다. 그러나 무역장벽의 완화·마약가격의 저렴화·국제마약밀매상들의 집중공세와 특히 IMF 이후 실직과 기업도산 등 사회불안요인 등으로 점차 우리사회에서도 마약중독자가 급속히 늘어나 이젠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수원지검이 올들어 지난 4월말까지 검거한 마약사범은 131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88명)보다 48%나 늘었고, 압수한 마약량(621g)도 274%나 늘었다. 검거된 마약사범중에는 무역업자와 직장인은 물론 부부 두쌍과 2명의 화가가 끼어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부부들은 성감(性感)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가들은 영감증대를 위해 마약을 사용했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그동안 수사당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까지 퇴치운동을 벌여 왔음에도 줄기는 커녕 가정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작년 2월엔 절에서 수도한다며 히로뽕을 투약한 승려와 환각상태서 영업행위를 한 총알택시 운전사 등 52명이 검찰에 적발됐고, 5월엔 당뇨억제제를 살빼는 약으로 속여 히로뽕을 섞어 중독시킨 뒤 주부들에게 팔아온 밀매조직 등 34명이 잡히기도 했다. 이처럼 마약사범이 다양한 계층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를 방치하고 어물어물하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진전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당국은 늦기전에 국가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 실천에 옮겨야 한다. 마약의 해독은 사용자 개인을 황폐화 시킬 뿐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해를 끼쳐 결국 사회불안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강력한 경계와 제재를 요하게 된다. 하지만 마약사범은 단속의 손길이 뻗치면 지하로 잠적했다가 허술한 면이 생기면 시기를 노려 다시 활개치는 것이 이들의 속성이다. 따라서 마약을 퇴치하는 길은 철저한 감시와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의 두가지 뿐이다. 수사장비의 첨단화와 수사인력의 보강을 서두르는 한편 마약사범은 중벌주의로 다스려야 한다. 마약의 해독을 알리는 국민계도활동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公敎育 정상화가 급선무다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위헌 결정 이후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과외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피상적인 단기대책에 급급하여 오히려 학부모는 물론 일선 교단에 혼란만 야기시키고 있어 비판이 대단하다. 교육부 장관이 생활보호 대상자 등에 대하여 과외비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더니, 16일 전국 교육감회의에서는 과외교사를 파면과 더불어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중징계 방침을 밝혔다. 현직교사나 교수가 영리를 목적으로 과외를 하면 국가공무원법에 의하여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사립학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과외교사에 대한 처벌은 굳이 교육부에서 강조하지 않더라도 현행 법규에 의하여 법규대로 시행하면 된다. 법규대로 시행하면 될 사항을 공연히 강조하여 일선 교사들을 마치 예비범죄인으로 간주하는 식으로 중점관리하는 발상은 교사들의 권위만 실추시키는 것이며, 오히려 교사들을 과외시장으로 내모는 결과가 될 수 있어 결코 현명한 대책이 될 수 없다. 인기있는 교사들이 처벌이 두려워 교단을 떠나 과외교사로 직업을 바꿀 수 있지 않은가. 교육부의 발상과 같이 고액과외 학부모들을 세무조사하고 과외교사나 교수들을 중징계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은 아니다. 과외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기 때문에 생기는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과외의 수요를 줄이는 것이 과외근절 대책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학교의 공교육(公敎育)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 과외의 수요는 감소할 수 없으며, 동시에 공급 역시 줄지 않는다. 학교수업 자체가 겉돌기 현상으로 있는 한 학생들은 과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과외해결에 있어 최선의 대책은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과외근절을 위한 단기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예산확보 등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 정책 수립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교사의 권위나 실추시키는 처벌 위주의 대책, 생활보호자에 대한 과외비 지원 운운하는 대책으로는 해결이 될 수 없다. 교육은 국가발전의 기틀이라는 인식 아래 범국가적 차원에서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정상화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 교육부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될 것이다.

또 물난리 걱정해야 하나

올해도 예외없이 물난리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태산같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겪는 물난리를 당국이 충분히 예견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함에도 작년 여름에 당한 도내 수해 복구사업이 지연돼 아직도 상당부분이 복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난리를 겪은지 이미 10개월이나 지났고, 또다시 장마철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22%(369건)가 복구되지 않고 있다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복구안된 사업들이 하천제방공사나 펌프장 건립 공사 등 대형공사들로 수년째 수해를 입었던 경기북부지역에 해당되는 것들이고, 장마철전 완공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동안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올해도 또 하늘만 쳐다보며 물난리를 걱정해야 하니 한심하기만 하다. 어느 시책이나 사업이든 완급에 따라 우선순위가 있게 마련이다. 수재로 유실 파괴된 공공시설이나 사회간접자본이야말로 그 어느 부문보다도 시급히 복구해야 할 사안인 것이다. 하루가 급하게 추진되었어야 할 공공시설 등의 복구작업이 경쟁입찰과 적격심사를 거쳐 시공자를 결정해야 하는 현행제도 때문에 공사발주가 늦어졌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시공자를 선정하는 데 장기간 소요되는 관급공사 적격심사제도 자체도 문제지만 당국으로서는 이를 기화로 공사를 지연시킨 일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아무리 제도가 그렇더라도 수재 당한지 10개월이 지났는데도 미(未)복구사업들의 공정률이 60∼70%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종전의 크고 작은 수해를 보면 대부분 당국의 사전대비 미흡으로 줄일 수 있는 피해규모를 더 키운 경우가 많았다. 천재에 인재까지 겹친 때문이다. 책임있는 당국이라면 지난날을 교훈삼아 신속한 복구작업과 철저한 점검 등 대비로 그런 어리석음을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경기도와 일선 시군은 장마철이 두달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우선 시급한대로 아직 끝내지 못한 복구공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가용재원과 인력장비를 최대한 동원시켜 모든 공사를 서둘러 마쳐야 한다. 또한 복구공사를 끝낸 사업장과 위험지역에 대한 안전점검 등 장마철 대책의 총체적인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회의 직무유기

오늘 한국의 국회는 의사당만 있고 국회의원은 실종됐다. 4·13총선 전에는 선거 때라 해서 ‘개점휴업’상태였고, 지금은 선거가 끝나니 낙선자들이 너무 많아 국회를 열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계속 놀고 있다. 제210회 국회가 지난 2월9일 종료된 후 벌써 석달 가까이 ‘놀고 먹는’ 것이다. 과외대책, 금융시장 안정대책, 남북 정상회담 지원책 등 시급한 국정이 막중한데 국회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15대 국회의원중 절반에 가까운 낙선자들에게 임시국회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인정상으로나 정치현실적으로 무리라며 임시국회 소집에 난색을 보이는 여야 지도부의 입장표명도 한심스럽다. 어차피 6월에 소집될 16대 국회가 개원하면 곧 바로 임시국회가 소집될 예정이기 때문에 현안들은 그때 다루면 된다는 논리까지 펴고 있어 그동안의 행적이 더욱 의심스럽다. 15대 국회는 분명히 5월29일까지 일을 해야 한다. 그때까지는 제16대 선거의 당선자든 낙선자든 국민의 세금으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다. 그런데 선거 후 무려 한달 반 동안이나 놀게 된다면 ‘무노동 유임금’에 해당된다. 입법부의 직무유기인 것이다. 낙선자들이 안나오거나 참석시키기가 정 어렵다면 4·13총선에서 당선된 15대 의원들만으로 주요현안이 관련돼 있는 상임위를 재구성해 의사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제15대 국회는 아직 3주일 정도의 임기가 남아 있다. 성의와 의지만 있다면 당장 임시국회를 열어 국정현안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를 벌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있다. 하루 빨리 임시국회를 열어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 낙선한 국회의원들이 의연하게 등원하여 국정을 논한다면 유권자들이 두터운 신뢰를 보낼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임기끝까지 국정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淸河

물이용부담금 인상 안된다

예상했던대로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요금을 줄줄이 인상하려 하고 있다. 시내버스를 비롯한 지하철, 상수도 등 각종 공공요금을 이달부터 올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까지 가세하여 경기, 인천, 서울 등 팔당 상수원을 식수로 이용하는 수도권 주민들이 내는 물이용부담금을 내년부터 현행 t당 80원에서 110원 정도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와 수도권 5개 자치단체 실무국장이 최근 회의를 열어 110원으로 인상키로 하고 이달 중순 한강수계 관리위원회를 개최, 결정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해온 일이 거의 그러했지만 총선전에는 장밋빛 계획만 발표하다가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공공요금 인상계획을 발표하는 수순은 국민을 경시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아직도 시민들은 경제난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공공기관이 고통을 분담하기는 커녕 경쟁적으로 공공요금을 올리는 행태는 비난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물이용부담금만 해도 그렇다. 물이용부담금제도를 준비할 당시는 IMF(국제통화기금)사태로 인한 경제난을 고려해 t당 80원으로 책정했지만 경제사정이 호전됐기 때문에 11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의 경제가 얼만큼 호전됐다는 것인가. 우리는 물이용부담금 징수이후 수질개선이나 수질관리에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재정이 부족하다는 상황논리로 또 다시 물이용부담금을 인상하려는 것에 반대한다. 물부담금 인상액이 몇십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서민층에 주는 부담은 결코 적지 않다. 올 한해 경기, 인천, 서울지역 주민이 내는 물이용부담금이 1천773억원에 달한다. 인상할 경우를 계산하면 더욱 막대한 금액을 주민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또 하나 정부가 하는 일이 틀린 것은 만일 물부담금을 올릴 계획이라면 먼저 소비자인 주민에게 수질관리와 개선상황 그리고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징수한 물이용부담금의 사용내역 등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여, 동의를 얻는 우선적인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수도권 물이용부담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정부의 방침은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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