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약이 부부침실까지 침투하고 있다. 종래 히로뽕 등 마약이 은밀히 국내에 유입돼 유흥가를 중심으로 암거래 돼 왔고 일부 연예인 등이 대마초 흡연으로 말썽을 빚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비교적 마약 안전지대로 인식되었었다. 그러나 무역장벽의 완화·마약가격의 저렴화·국제마약밀매상들의 집중공세와 특히 IMF 이후 실직과 기업도산 등 사회불안요인 등으로 점차 우리사회에서도 마약중독자가 급속히 늘어나 이젠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수원지검이 올들어 지난 4월말까지 검거한 마약사범은 131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88명)보다 48%나 늘었고, 압수한 마약량(621g)도 274%나 늘었다. 검거된 마약사범중에는 무역업자와 직장인은 물론 부부 두쌍과 2명의 화가가 끼어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부부들은 성감(性感)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가들은 영감증대를 위해 마약을 사용했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다.
그동안 수사당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까지 퇴치운동을 벌여 왔음에도 줄기는 커녕 가정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작년 2월엔 절에서 수도한다며 히로뽕을 투약한 승려와 환각상태서 영업행위를 한 총알택시 운전사 등 52명이 검찰에 적발됐고, 5월엔 당뇨억제제를 살빼는 약으로 속여 히로뽕을 섞어 중독시킨 뒤 주부들에게 팔아온 밀매조직 등 34명이 잡히기도 했다.
이처럼 마약사범이 다양한 계층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를 방치하고 어물어물하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진전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당국은 늦기전에 국가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 실천에 옮겨야 한다.
마약의 해독은 사용자 개인을 황폐화 시킬 뿐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해를 끼쳐 결국 사회불안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강력한 경계와 제재를 요하게 된다. 하지만 마약사범은 단속의 손길이 뻗치면 지하로 잠적했다가 허술한 면이 생기면 시기를 노려 다시 활개치는 것이 이들의 속성이다. 따라서 마약을 퇴치하는 길은 철저한 감시와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의 두가지 뿐이다. 수사장비의 첨단화와 수사인력의 보강을 서두르는 한편 마약사범은 중벌주의로 다스려야 한다. 마약의 해독을 알리는 국민계도활동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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