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들의 참상

국내에 거주하는 20여만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대부분 노예처럼 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가난하고 약한 자의 피맺힌 한(恨)과 설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한 우리가 더 약한 자들을 괴롭히고 있으며, 또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의 언론보도를 통해 부분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지난해 말 현재 20만6천50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월60만원 수준의 저임금에다 고용주와 한국인 동료들의 횡포·폭행으로 ‘코리안 악몽’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60%가 넘는 12만6천여명은 불법체류자여서 인권을 더욱 유린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가 폭로한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 인권백서’를 보면 더욱 무참해진다.

인도네시아 연수생 푸르노마는 다른 인도네시아 연수생의 일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작업반장에게 몽둥이로 두들겨 맞았으며, 필리핀 여성 노동자는 기숙사에서 한국 남자에게 성폭행당해 임신했으나 회사에서 쫓겨 났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연수생 테나쿤은 왼쪽 집게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후 보상금을 회사에 빼앗겼다가 2년만에 겨우 되찾았고, 인도네시아 산업연수생 9명은 이탈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외출을 금지당한채 화장실에 갈 때조차 감시를 받는다는 것이다. 소위 연수생이 이러한데 밀입국자나 불법체류자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에서 당하는 참담한 사례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새 삶을 찾아 이 땅에 온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비정하게 대해서는 안된다. 물론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한국인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탄압과 노동착취를 막으려면 외국인을 경시하는 일부 고용주들의 의식전환은 물론 정부의 대책이 더욱 절실한 것이다.

짧은 기간 고용했다 돌려 보내는 ‘단기 로테이션 정책’에서 ‘사회적 통합 정책’으로 개선해야 하며 외국인노동자가 일하는 동안은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법적으로 신분을 보장해 줘야 마땅한 일이다. 도대체 한국이 언제부터 외국인을 지배하며 살았는가.

우리 역시 얼마전까지 외국에 노동자들을 수출하는 국가였으며 지금도 수많은 한국인노동자들이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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