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길 위의 보수, ‘충분했다’ 이제 멈출 때다

정치부장 때 노무현 탄핵을 취재했다. 대통령의 정치 중립 위반이 사유였다. 경기·인천 언론 국장단 간담회 발언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도 밥을 먹고 있었다. 빵으로 시작하는 양식이었던 거 같다. 그 밥자리 직전 발언이었다. 한나라당이 탄핵으로 끌고 갔다. ‘내가 현장에서 들었는데 문제 없는 발언인데....’ 주위에 몇 번을 얘기했다. ‘내가 부족한가 보다’며 반성도 했다. 하지만 최초 내 판단이 맞았다. 탄핵 기각, 노무현 대통령 복귀. 논설실장 때 박근혜 탄핵을 취재했다. 최순실 특혜와 국정 농단이 사유였다. 연설문 대리 작성이 시작이었다. 최태민 목사, 7시간 불륜, 보톡스 시술, 비아그라 매입.... 지금도 확인되지 않은 ‘설’이 난무했다. 2016년 12월9일 국회가 탄핵을 소추했다. 내란·외환의 죄가 없는 탄핵이었다. 법에서 배운 것과 달랐다. 하지만 내 취재와 칼럼은 여론에 묻혔다. 법(法)도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을 따라갔다. 탄핵 인용, 박근혜 대통령 파면. 주필인 지금 윤석열 탄핵을 취재한다. 12·3 계엄 선포가 사유다. 모든 국민과 세계 언론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가 탄핵을 소추했다. 오늘까지 110일간 헌재가 심의·평의를 해왔다. 국회와 윤 대통령의 주장이 첨예하다. ‘헌법 위반’(국회)과 ‘내란죄 철회’(윤), ‘명백한 증언’(국회)와 ‘오염된 증언’(윤), ‘검찰 조사 인정’(국회)과 ‘헌재법 위반’(윤).... 이번 취재를 한 문장으로 모아본다. ‘행위가 과연 파면에 이를 정도인가.’ 4월4일 오전 11시에 결정 난다. 모든 논쟁은 거기서 정리될 것이다. 재판관들의 절묘한 법어(法語)가 등장할 것이다. 항고도 재심도 없는 탄핵은 그렇게 끝난다. 나는 결과를 모른다. 남 모르고 나만 아는 정보는 없다. 그러니 쓸 가치도 없다. 맞으면 요행이고 틀리면 망신이다. 대신 이 얘기는 적어 두겠다. 전국을 뒤덮었던 보수의 물결이다. ‘노무현’ 땐 전혀 없었고, ‘박근혜’ 땐 거의 없었다. 그 모습을 적는 것도 이게 마지막일 거다. 탄핵과 길거리 투쟁은 진보의 무기였다. 어이 없는 노무현 탄핵도 그들이 증명했다. 내란 없는 박근혜 탄핵도 그들이 완성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탄핵 반대로 뭉친 보수가 길거리를 점령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을 휩쓸었다. 규모로도 탄핵 찬성을 압도했다. 그들 스스로 이것이 대한민국의 여론이라 믿었다. 그래서 내일이 걱정이다. 혹시 저들이 분노할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내가 지켜본 사람도 그 속에 있다. 주위에선 그를 ‘I 언니’라고 부른다. 평범한 아줌마였고 보통의 엄마였다. 2024년 12월까지는 그랬다. 그가 거리를 누비는 투사로 변했다. 가정보다 정치를 외치는 시위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하라”고 외쳤다. 대통령을 본 적 없다. “이재명 대표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 대표와도 생면 부지다. 그런데도 그렇게 외치며 추운 겨울을 보냈다. 손등이 추위에 갈라져 보기에 흉하다. 평소 안 좋던 허리에 몸져 눕기를 반복했다. 하루 남은 오늘, 그에게 해 줄 말이 있다. -지난 겨울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 작은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하셨다. 이념의 균형을 유지시켰다. 탄핵이 얼마나 위험한지 세상에 알리셨다. 이제 역사에 넘기고 가정으로 돌아가시라. 포용할 수 없다면 잠시 잊으시라.- 우리 언론은 이걸 ‘승복’이라고 쓴다. 또 고백하건대 나는 정보가 없다. 그럼에도 보수가 서운해할 결과를 전제해 봤다. 이래야 승복과 멈춤을 권할 수 있어서다. 세 번째 탄핵 취재가 끝나간다. 보수와 진보 모두 무서웠던 취재였다. 그래서 네 번째 취재는 상상하지 않는다.

[기고] ‘차 없는 거리’, 시민에게 되돌려주자

부천의 50년은 문화예술도시를 지향하며 성장했다. 특별한 관광지나 역사가 전혀 없는 부천이 도시 성장을 거듭하며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와 ‘국가 문화도시’로 선정된 기반에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주를 이뤘다. 짧은 도시 역사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정주의식을 갖고 부천에서 행복을 찾았고, 그들이 어른이 돼 다시 아이를 키우는 세대가 됐다. 오늘날 그들은 갈망한다. 신도시 붐을 타고 부천시청 잔디광장과 중앙공원을 잇는 ‘차 없는 거리’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공연을 보며 자신들이 자란 것처럼 이제는 자녀들과 함께 주말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최근 시의회 제282회 임시회에서 부천시의회 최의열 의원은 중앙공원과 시청 잔디광장을 하나의 열린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말 ‘차 없는 거리’ 운영 재개를 제안했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예총부천지회(회장 고형재)는 지난 30년 가까이 복사골예술제를 비롯한 각종 문화예술 행사를 이곳에서 치러 왔기에 이 의견에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코로나 이후로 주말 ‘차 없는 거리’ 운영은 중단됐고 봄부터 가을까지 시민들이 자유롭게 광장에서 즐기는 아름다운 부천 풍경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물론 축제 기간에 맞춰 일부 운영되기는 했지만 중앙공원이라는 신도시 유일한 휴식처와 시청 잔디광장의 확장성이 단절되는 바람에 예술 공연의 주최자나 시민 모두 불편함을 감수하고 안전에도 취약했다. 일부 인근 차량 혼잡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이해하지만 삭막해지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우선이라는 것과 주 5일제를 넘어 4일제가 논의되는 등 여가생활 확대가 필수인 것은 모두 알고 있는 만큼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시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이 문화예술이기에 부천예총 예술인들은 도시 공간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주기를 희망한다. 이번 제40회 부천복사골예술제 슬로건처럼 ‘광장-그 도시의 매력’을 시민들이 제대로 즐기고 느끼기를 희망한다면 광장을 더 이상 도시 속의 섬으로 만들지 말고 잔디광장과 중앙공원을 하나의 예술문화벨트로 구축해 문화시민의 긍지와 수준 높은 예술을 만끽할 수 있도록 차 없는 거리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주자.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함께하는 미래] 지브리피케이션

지난달 25일 발표된 오픈AI의 새로운 이미지 생성 기술이 연일 화제다. 누구나 디자이너나 애니메이터 수준의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러 혁신적인 기능 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의 그림체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기능이었다. ‘지브리피케이션’이라는 새 유행어가 탄생하면서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는 지브리풍으로 바뀐 자신들의 사진과 그림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넘쳐 났으며 백악관까지 이 열풍에 동참했다. 누구나 이제 애니메이션의 거장이자 지브리의 수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 기술 혁명을 환영한 것은 아니다. 창작자 커뮤니티에서는 정보기술(IT) 기업이 거장 예술가의 지식 재산권을 무단으로 훔쳤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몇 년 전 AI 애니메이션을 ‘삶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던 미야자키의 인터뷰까지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생성형 AI 기술이 창작의 민주화를 이끄는 혁신인지, 아니면 창작자의 예술혼을 훼손하는 천박한 모방이자 무단 복제인지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논쟁에서 어느 쪽에 서 있든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독창적 원본’이 가진 강력한 힘이다. 사람들이 AI가 만든 지브리풍의 외형적 스타일에 열광하는 밑바탕에는 미야자키의 원작 애니메이션 속에 담긴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철학적 깊이, 그리고 작품을 통해 공유했던 감정과 시간에 대한 기억, 예술적 아우라에 대한 향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일본 아이치현에 문을 연 ‘지브리파크’가 큰 성공을 거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테마파크는 놀이기구 대신 ‘이웃집 토토로’의 숲, ‘마녀 배달부 키키’의 거리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공간을 현실에 그대로 구현해 놓았다. 관람객들은 가상이 아닌 현실의 공간을 직접 걷고 체험하면서 자신들이 작품을 보며 느꼈던 감흥과 기억을 되살리고자 이곳에 모여든다. 지자체와 지역 산업계가 협력해 조성한 이 파크는 개장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연간 180만명의 관광객 유치, 480억엔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면서 자동차산업지구였던 아이치현에 ‘지브리의 성지’라는 새로운 문화 브랜딩을 부여했다. 이 모든 성공의 배경에는 한 장인이 수십년에 걸쳐 묵묵히 쌓아 올린 독창적 세계관과 예술적 깊이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특정 스타일을 무한히 재생산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그 가벼운 재미에 빠질수록 사람들은 복제할 수 없는 창작의 깊이와 진정성을 더욱 갈망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 앞에서 누구나 손쉽게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함께 모여 독창적 창작품의 숨결을 나누고 공유하는 집단적 경험을 더욱 그리워할 테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의 가치는 높아지며 가상의 공간에서 유사한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독창적 오리지널리티를 직접 경험하려는 욕구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미야자키 하야오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즐겁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과정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독창성과 인간 고유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것, 이것이 ‘지브리피케이션’ 현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정한 의미다.

[천자춘추] 진짜 같은 거짓말, 거짓말 같은 진짜

“진짜래?” 4월1일 만우절이면 느닷없는 뉴스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댔다. “에잇~” 만우절 장난이라는 답변을 들을 때면 깜빡 속은 내가 한심해서, 깜짝 속인 상대가 얄미워 입 밖으로 실망스러운 마음이 새어 나왔다. 지인들 사이의 장난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그럴듯한 가짜 뉴스를 쏟아내는 날인 만우절.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용서가 되는 날이라지만 영국의 BBC며, 미국의 ABC며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내보낸 가짜 뉴스에 속았다가 만우절 장난이라는 걸 알고 나면 괜스레 부아가 치밀었다. 사실을 전달해야 할 뉴스매체가 앞장서 가짜 소식을 전하다니. ‘에이프릴 풀스 데이(April Fools’ Day·4월 바보의 날)’, 서양에서 유래한 풍습이라 그런지 나와는 영 맞지 않았다. 그러다 간혹 어떤 뉴스는 거짓이기를 바랐다. 2003년 4월1일 홍콩 스타 장국영(장궈룽)의 사망 소식이 그랬고, 1988년 4월1일 천호대교 버스 추락 사고가 그랬다. 만우절에 전해진 거짓말 같은 슬픈 소식이 제발 사실이 아니길, 만우절 장난이길 바랐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만우절은 내게 영 탐탁지 않은 날이었다. 무엇보다 덮어놓고 의심부터 해야 하는 게 피곤했다. 게다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며 믿지 않았는데 사실인 게 확인되고 나면 소식을 전해준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게 미안했다. 거짓말이 왜 재미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더니 요즘은 매일이 만우절이다. 가짜 뉴스에 딥페이크까지. 교묘하게 위장해 진짜 같은 거짓말이 넘치는 요즘, 언론의 만우절 뉴스 정도에는 사람들이 속지 않는다. 어떤 게 진짜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허위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 거짓이 진짜라고 믿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거짓임이 드러났는데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언론의 만우절 뉴스가 확연히 줄었다. 언론까지 나서 가짜 뉴스를 만들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차라리 4월1일 하루 가짜 뉴스가 나오던 그때가 좋았다. 영 탐탁지 않았던 만우절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만우절을 즐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스위스에 스파게티가 열리는 나무가 있다고, 남극에서 하늘을 나는 펭귄 무리가 발견됐다고 사람들을 속이던 언론의 만우절 장난이 부활했으면 좋겠다. 만우절 하루를 뺀 나머지 364일은 진짜만 있었으면 좋겠다.

[경기만평] 이럴듯...

[사설] 김동연의 경제전권대사 구상, 문제는 현실성

오늘부터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시작된다. 경기도 기업들이 직접 영향권에 있다. 그만큼 도내 기업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크다. 2023년 현재 8천991개 기업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 액수가 해마다 증가일로에 있었다. 2023년 227억6천만달러에서 2024년 11월 281억달러로 늘었다. 반도체가 30억달러에서 57억달러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18억달러에서 23억달러로 증가했다.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관세 폭탄이다. 김동연 지사가 주목할 만한 주장을 폈다. 여야를 초월한 경제전권대사 임명이다. “경제전권대사를 임명해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해야 한다.” 지난달 31일 도내 민관합동비상경제회의에서 제안했다. 처음이 아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주장을 냈다. 당시 경제외교 주체 공백을 지적했다. ‘팀 코리아’를 이끌 전문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IMF 시절 효과 본 사례도 소개했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김 지사다. 뭔가 다를 것이란 기대가 있다. “경제만큼은 여야·정부·기업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김 지사의 이 주장에 이견을 낼 집단은 없다. 트럼프 공세에 직면한 각국도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 트럼프의 ‘51번째 주(州)’에 분노한 캐나다가 그렇다. ‘캐나다산을 사라’는 구호로 하나가 됐다. 관세 으름장에 직면한 유럽은 국경까지 초월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이 트럼프 대응으로 뭉쳤다. 관세 압박에 맞설 유일한 무기로 단결을 택한 것이다. 팀 코리아 주장은 옳다. 문제는 카운터파트너인 트럼프의 인정 여부다. 그의 협상이 보여온 일관된 외관이 있다. 협상의 키를 쥔 핵심 상대와 직접 대화를 선호한다. 트럼프 1기 때 북한과의 핵 협상이 그랬다.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전개했다. 2기 들어서도 이런 모습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 협상을 본인이 했다. 대화 상대는 젤린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었다. 권력 있는 자를 대화의 파트너로 삼는다. 이른바 ‘톱다운’ 방식이다. 또 하나의 모습은 기업 총수와의 대면이다. 3월24일 있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담판이 그랬다. 공격할 대상 기업의 책임자와 직접 협상했다. 정 회장을 옆에 두고 ‘31조 투자 유치’를 자랑했다. 백악관에서의 발표 현장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투자처인 루이지애나주 제프 랜드리 주지사는 배석만 했다. 루이지애나주 출신 하원의장, 공화당 원내대표도 그냥 옆에 있었다. 지역이나 정계 거물을 치적 홍보에 들러리로만 썼다. 캐나다 총리의 전화조차 무시해 버렸다는 트럼프다. 틀림없이 한국 정부·정치를 대표하는 실권자를 찾을 것이다. 투자 보따리를 짊어지고 올 기업 총수만 상대할 것이다. 연초 경제전권대사 아이디어에 이재명 대표가 남긴 언급이 있다. “시도해 볼 만하다”면서도 “미국 정부와 협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 정치권, 심지어 당내에서도 큰 호응이 생기지 않는 셈이다. 현실성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사설] 인천시의원 둘 구속... 따라하면 안될 타산지석이다

인천시의회 의원 2명이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지난해부터 말 많았던 ‘전자칠판 게이트’ 관련이다. 학교 전자칠판 납품 과정에서 시의원들이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건이다.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더니 끝내 구속, 검찰 송치까지 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경찰은 또 다른 시의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라 한다. 인천시민의 대의기관인 인천시의회의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지난달 28일 신충식·조현영 인천시의원을 구속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다. 인천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전자칠판 업체 관계자 1명도 같이 구속됐다. 구속영장이 신청되지 않은 나머지 4명은 범죄 수익을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구속 4일 만에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속전속결이다. 지난해 이 사건으로 경찰이 입건한 9명 모두 이날 검찰로 넘겨진 것이다. 이들 의원의 혐의는 이렇다. 지난 2022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학교에 전자칠판을 납품하도록 도왔다. 그 대가로 납품 금액의 20%가량을 리베이트로 받았다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의 학교 전자칠판 보급 사업에 불법 개입한 셈이다. 이 사업 참여 업체들로부터 납품을 성사시켜 준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다.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전자칠판 업체 관계자들은 이들 시의원에게 리베이트를 준(뇌물공여) 혐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시의원은 업체 관계자에게 처음 3억8천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실제 받은 돈은 2억2천만원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경찰은 관련 시의원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다른 수명의 인천시의원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송치된 의원들은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출신이다. 제9대 인천시의회 전반기에 각각 교육위원장, 부위원장을 지냈다. 아직 최종 사법적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우리 지방자치의 어두운 이면을 또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입으로만 ‘시민’을 위해 일한다면서 뒤로는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다닌 것이다. 그 어떤 부귀와 영화도 철창행을 보상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지방의원들이 결코 따라하면 안 되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작은 권력에 취한 지방의원들의 끝 모를 일탈이 시민들을 피곤케 한다.

[지지대] 70만원 선 무너진 중산층 여윳돈

중산층에 대한 명쾌한 기준은 딱히 없다. 나라별로 제각각이고 시대별로 차이가 나서다. 사전적 의미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에 위치한 중간 정도 수입을 거두는 집단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사회적 요소도 반영된다. 쉽게 말해 의식주가 안정적이고 최소한의 여유 자산을 갖춘 그룹이다. 사회학적으로 중산층 개념은 ‘체감 중산층’이라 부른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높아지면 상류층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 흔히 소득 상위 40~60% 가구를 가리킨다. 지난해 4분기 중산층 흑자액이 1년 전보다 8만8천원 줄어든 65만8천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자료다. 2019년 4분기(65만3천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다. 70만원을 밑돈 것도 5년 만에 처음이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 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 지출을 뺀 금액이다. 이른바 여윳돈이다. 중산층의 여윳돈은 4년 전만 해도 90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줄고 있다. 2023년 2분기와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고 8개 분기 모두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는 3개 분기 내내 감소폭도 커졌다. 전체 가구 평균 흑자액이 최근 2개 분기 연속 늘며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건·교통·교육비 분야 소비지출과 이자 및 취득·등록세 등 비소비지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자 비용은 1.2% 늘어난 10만8천원이었다. 4개 분기 만에 늘면서 다시 10만원을 넘었다.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득·등록세가 증가하면서 비경상조세(5만5천원)가 5배 가까이(491.8%) 늘어난 점도 여윳돈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교육비(14만5천원) 지출은 13.2% 증가했다. 모름지기 중산층은 우리 사회의 허리다. 중산층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 앞으로 내수는 물론이고 경제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경제 당국의 혜안이 시급하다.

[천자춘추] 청소년 교류 활동

청소년기와 성장은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신체적 성장은 물론이고 정신적·사회적 범주에서 성인기로 전환되는 성장의 과정을 겪는다. 이를 위해 생물학적 영양분이 필수적이지만 청소년 수련 활동, 청소년 문화 활동, 청소년 교류 활동 등을 통한 경험도 전인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청소년 교류 활동은 지역, 국가, 세대, 문화 교류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활동으로 정의되며 청소년들은 다양한 형태의 교류 활동을 통해 소통과 이해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교류 활동은 크게 국내 및 국제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국가, 지역, 문화, 학술, 스포츠, 예술 교류 등 다양한 형태로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교류하며 협업과 소통 능력을 기르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자기주도적 성장을 경험한다. 또 다양한 문화와 관습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문화적 감수성을 높이고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국제적 안목을 키울 수 있다. 청소년 교류 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경제적·지역적 격차로 인해 일부 청소년들이 참여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단순 방문이나 일회성 행사에 그쳐 깊이 있는 교류가 부족한 사례도 적지 않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원활한 소통이 어려울 수 있으며 주최 기관이나 단체의 역량에 따라 프로그램의 질적 차이가 크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요인은 교류 활동의 교육적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청소년 교류 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교육기관, 청소년 단체, 기업 등 유관 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체계를 마련하며 다양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청소년지도사의 체계적인 교육으로 실질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청소년들 역시 적극적인 자세를 갖추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로 교류 활동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 체계가 확립돼 청소년들의 참여 기회가 확대되면 청소년 교류 활동은 전인적 성장을 위한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강성곤의 말글 풍경] 축구·야구 중계방송의 단어와 표현

전문 케이블 방송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지상파 방송의 위상과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 특히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이 여럿 생겨 웬만한 스포츠 이벤트는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다. 종편마저 왕왕 빅이벤트를 독점 중계하고 심지어 연예·오락 채널이 해외에서 펼쳐지는 A매치를 소화하기도 한다. 짚고 갈 문제가 있다. 채널이 다양하고 볼거리도 많은데 중계 캐스터의 스포츠 방송언어는 과연 어떠한가. 해설자와의 호흡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수준 높고 다원화한 누리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세상이다. 남발되는 외래어와 부정확한 경기용어 사용, 그리고 적절치 않은 상황 묘사 등이 자주 지적되곤 한다. 본격 개막한 야구·축구 시즌을 맞아 몇몇을 추려본다. 우선 축구다. ①‘치고 들어가는 ○○○’: 관성으로 답습하는 잘못된 표현이다. ‘치다’의 주체는 손이어야 한다. 발은 ‘차다’다. 실제 상황은 사람 혹은 사물을 친 경우가 없다. 공은 차는 것이고 사람은 치는 것인데 그저 순간적, 역동적으로 드리블하는 걸 습관적으로 ‘치고 들어간다’고 표현하곤 한다. 잘못이다. 오래됐고 익숙하지만 버려야 한다. ②‘○○○ 선수, 서두르지 않습니다’: 패스할 선수가 마땅치 않아 볼을 어쩔 수 없이 붙들고 있을 때도 많다. 캐스터는 전문가도 아니지만 평범한 관전자여서도 안 된다. 절대다수 관전자인 시청자의 특급 도우미 역할이 책무다. 정보와 재미, 그리고 열정으로 무장한 채 경기를 적실하게 묘사하고 이 장면, 저 상황의 궁금증을 해소해줘야 한다. 모름지기 경기를 잘 읽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 자체를 평소에 많이 관전하고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③‘업사이드’(발음)→‘오프사이드’(off-side)다. 베테랑들이 더 많이 틀린다. 과거엔 외래어 발음을 대충 해도 그냥 넘어갔다. 이제는 축구 덕후 시청자도 적지 않다. 업사이드(upside)는 ‘긍정적인 면’이라는 뜻의 전혀 다른 단어다. ④‘드로잉’(발음)→‘스로인(throw-in)’이다. 영어 발음 표시 ‘θ’이기에 ‘ㅅ’으로 표기하고 발음한다. ‘ð’가 ‘ㄷ’이다. ⑤해트트릭보다 더 많은 한 선수의 네 골 기록은 ‘포트트릭’이 아니라 ‘퀴드러플(quadruple)’이다. 다음은 야구다. ①‘밀어쳤습니다’: 배트가 밀리거나 늦은 스윙 탓에 소위 ‘먹힌 타구’가 적지 않다. 타구의 속도나 타격음에 따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상황이 애매하면 멘트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 ②‘하나, 지켜봅니다’: 선구안이 좋은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망설이거나 주저하다 미처 못 친 경우도 많다. 판별을 잘해야 한다. 역시 실전 경험과 정확성을 벼리는 ‘매의 눈’이 필요하다. ③‘높게 띄워 봅니다’: 뭔가를 ‘해 보다’는 시도·연습이다. 타자가 일부러 플라이볼을 날리려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외야 플라이(희생타)라도 멀리 날리려 할지언정 높게 볼을 쳐볼까 하는 타자는 상상하기 힘들다. 큰 타구를 치기 위해 어퍼스윙(upper swing)을 하는 것을 ‘띄워 보다’라고 하는 건 잘못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쏘아 올렸습니다’도 자주 접한다. 역시 잘못이다. 활, 총, 대포 따위의 무기가 어떤 목표를 향해 발사돼야 적당하다. 타구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④‘3루 간 뚫습니다’: ‘3유 간’이다. 유격수(遊擊手)의 앞 글자 ‘유’를 말한다.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나간 거다. ⑤‘좌(우)중간 완전히 갈랐습니다’: 외야수가 공중볼을 잡지 못한 상태로 볼이 튀거나 굴러 펜스까지 도달해야 가능한 표현이다.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를 쓰기엔 무리가 있다. ⑥‘담장~~ 넘어간다. 넘어간다’: 스포츠중계도 경어체에 격식체는 적용된다. 방송이기 때문이다. 자기 감정을 날것으로 표현하면 안 되는 이유다. 왜 난데없이 반말인가. 뜬금없는 독백(獨白)은 우습다. ⑦직구?: 속구(速球)로 바뀌었다. 패스트볼(fast ball)이라는 원래 야구용어 의미와도 부합한다. ⑧‘백홈, 들어옵니다’: 의외로 많이 틀린다. 백홈(back-home)의 주체는 주자가 아니라 야수가 던진 볼이다. ‘백홈, 그러나, 아무개 홈인!(들어옵니다.)’이라야 맞는다. ⑨‘롱 태그’: 포수가 2루로 도루하는 주자를 아웃시키려 던지는 송구는 ‘롱페그’다. 길게(long) 던지는 빨래집게(peg) 같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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