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질병으로 입원해야 할 때가 있다. 어느 병원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될 때 우리는 종종 주변 지인의 추천이나 거리가 멀더라도 규모가 큰 대학병원을 찾곤 한다. 하지만 집 가까이에 의료 질이 높은 병원이 있다면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필자는 지인들이 병원 선택을 고민할 때 먼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병원평가 정보, 즉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를 참고하라고 권한다. 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진료의 안전성, 효과성, 효율성을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병원평가 정보에서 무엇을 봐야 할까. 심사평가원 홈페이지나 ‘건강e음’ 앱의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에서 지역을 선택하면 급성·만성질환, 암질환 등 다양한 질환별로 의료기관들의 평가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평가 결과는 5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는데 등급 숫자가 작을수록 우수한 의료기관에 해당한다. 찾는 질환에 대해 주변의 의료기관이 모두 우수한 의료기관이라면 병원 선택에 참고할 만한 다른 정보는 없을까. 이런 경우 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환자경험평가 결과를 확인하기 바란다. 이 평가는 환자의 관점에서 개인의 선호, 필요 및 가치에 상응하는 의료가 제공됐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도입됐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에게 모바일웹(카카오톡 또는 문자)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설문 내용은 입원 진료 중 의료진의 경청, 환자에 대한 존중과 예의, 회진 시간 관련 정보 제공, 담당 의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 투약 및 치료 관련 이유 및 부작용 설명, 치료 결정 과정에 환자 참여 기회가 제공됐는지 등으로 다양한 측면의 환자 경험 조사 결과를 제공한다. 평가 결과는 6개 항목별로 100점 기준 점수로 공개되고 찾는 병원 결과 외에도 평가 대상 병원들의 평균값 및 최고값을 함께 제공하고 있어 병원 선택 시 참고할 수 있다. 다만 환자경험평가는 현재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해당 병원에 입원이 예상되는 경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환자경험평가의 핵심은 여러분의 참여다. 다른 적정성 평가와 달리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만 자료가 수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8~12월 실시할 예정인 심사평가원 환자경험평가 모바일웹(카카오톡 또는 문자) 설문 요청을 받으면 적극 응답해 주시기 바란다. 4분 정도 소요되는 설문 참여가 우리 모두를 위한 환자 중심의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정주적합성이 높은 전문·숙련 외국 인력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정책 수요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국민 일자리 보호를 위해 ‘취업비자 총량 사전 공표제’를 시범 도입했다. 해당 제도 도입을 통해 우수 인재, 투자자 등과 같이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할 대상의 경우 정책 목표로서의 기능을 하고 단순기능인력 등과 같이 국민 일자리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연간 비자 발급건수의 상한을 제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이에 앞으로 인구 구조, 경제성장률, 산업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간 이민 도입 규모를 정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국가들의 관행을 보면 미국은 이민귀화법에 따라 매년 인구의 0.3%(약 100만명)에 해당하는 이민비자(영주비자)를 발급하고 있고 캐나다와 호주는 연간 계획을 수립해 매년 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이민자에게 영주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영주비자를 발급할 때, 학력, 경력, 소득, 연령, 언어능력 등 다양한 개인 역량을 고려하기 때문에 정주 외국인의 양은 물론이고 질적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앞선 나라들은 영주비자 이외에 일시적 거주와 취업 등에 필요한 비자도 발급하지만 영주비자를 통한 정주인구 증가에 더 큰 정책의 비중을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민자들은 영주권을 가지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 자신의 기술, 기능, 지식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해외에 가진 물적 자본까지 이전할 수 있다. 아울러 본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 나가고 창업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일본 등은 주로 노동수급 상황을 고려해 부족 인력을 메울 수 있는 이민자의 취업 업종·직종을 제한해 한시적으로 거주를 허용하고 입국 후 에 정주자격을 부여할지를 결정한다. 우수인재 입장에서 볼 때 정주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직업역량의 강화와 직업의 변경, 창업 등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이 정책은 결국 인력의 미스매칭이 많이 발생하는 단순노무 분야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유입시킨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취업자격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의 약 84%가 단순노무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해 이민정책연구원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중소제조업체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이 1% 증가할 때 지역 내 제조업의 생산성이 0.56% 감소했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다.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이민자의 전문성(숙련성)이 높을수록 생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기업이 채용하는 외국 인력의 구조에 따라 그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부, 대학 및 기업이 협업해 연구개발을 통한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 사업모델의 개발, 자동화 등을 통해 산업구조의 조정을 촉진하고 그 변화에 적합한 숙련기능공과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구 보너스 시대와 같이 부족 인력만 보충하면 된다는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 인구 급감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고 노동 수요와 일자리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이미 지난해 8월 기준으로 229개 시·군·구 중 57.2%가 소멸위험지역이 될 정도로 대다수 지역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섰다. 따라서 생산, 소비, 투자 등에 도움이 되는 정주외국인의 유입과 정착 지원에 대해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 실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비교우위산업의 육성 ▲교육발전특구의 활용 확대 ▲다양한 대안학교와 저렴한 국제학교 운영 ▲방과 후 프로그램 지원 ▲거주여건 개선 등을 통해 이민자는 물론이고 자녀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져야 부모도 정착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인구 구조 악화와 인력 부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해외 직업훈련을 강화했고 2019년 특정기능 2호 비자를 신설, 숙련기능 외국 인력까지 정주를 허용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독일은 1994년 유럽연합(EU) 단일시장 출범에 따른 노동시장 개방, 2004년 EU에 가입한 동유럽 8개국에 대한 노동시장 개방, 2020년 ‘전문인력 이민법’ 제정을 통해 EU가 아닌 국가의 전문인력과 숙련기능공의 유치 및 정주 허용 등과 같이 정책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민자를 부족한 인력을 일시적으로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잠재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인간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각의 전환이 이뤄져야만 우리나라 이민정책의 근본적인 틀도 바뀌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정치 방향이 구체화되는 듯하다. 당내 경선 참여에 대한 본인의 의지 여부다.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지는 소문이 있다. 그가 민주당 내부 대권 경선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가장 큰 갈림길은 오는 26일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 항소심이 있다. 그 결과가 가져올 정치 변동의 폭이 대단히 크다. 김 지사의 경선 참여 강행은 이 변수를 전제한 방향이다. 결과에 상관 없이 경선에 나선다는 의미다. 대입해서 주목해 볼 몇 개 정치 세력이 있다. 친문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김부겸 전 국무총리 싱크탱크인 ‘생활정치연구소’, 그리고 2022 총선 낙선자 모임인 ‘초일회’다. 이 가운데 초일회는 주로 경기·인천·서울 등 수도권 정치인의 모임이다. 참여자도 15명의 전직 의원들로 비교적 공개적이다. 그동안 활동은 주로 유력 인사 초청 강연 등이었다. 다양한 세력의 목소리를 담는 데 초점을 둬 왔다.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 같다. 소속 정치인들의 정치적 선택 소문이 흘러 나온다. 그 큰 줄기 가운데 하나가 김동연 지사로의 이동이다. 박광온 전 의원이 김 지사 측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전해진다. 초일회 내에서 중량감이 큰 인사다. 최근에는 정춘숙 전 의원도 김 지사 측에 합류했다고 알려졌다. 양기대 전 의원의 거취도 덩달아 관심을 끈다. 대변인 역할을 하며 초일회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변인 역할은 신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눈치를 보면 초일회 내의 김 지사 선택 기류가 있는 것은 맞아 보인다. 일부 잠룡들의 최근 행보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지난해까지 공유했던 화두는 ‘3김 단일화’다. ‘김부겸·김동연·김경수’를 하나로 묶어 가는 그림이었다. ‘비명’ 또는 ‘반명’이라는 정치적 공감대가 깔려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기대감에 적잖은 와해가 감지되고 있다. 이를테면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 대표의 관계다. 면담과 단식 등 일련의 과정에서 화해의 정황이 보인다. 비명계 초일회로서는 품고 가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 이 모든 것에 답을 내릴 주(週)다. 24일 ‘한덕수 총리 탄핵’ 결정, 26일 ‘이재명 대표 재판’ 선고, 이어질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 정치권에 출제될 ‘3차 정치 방정식’이다. 민주당에 답은 간단하다. 이 대표가 출마할 수 있을 때의 답과 출마할 수 없을 때의 답, 두 가지다. 잠룡들은 ‘이 대표가 출마 못 할 때의 답’만 말하고 있다. 여기서 다른 답을 말하고 있는 것은 오직 김 지사다. ‘무조건 경선하겠다’. 초일회의 김 지사 선택이 이유 있어 보인다.
지난 금요일 오후 3시경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산림청은 금년 들어 처음으로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산림당국은 일요일 오후 현재 헬기 33대, 차량 217대, 인력 2240여명을 투입했지만 강풍으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무원을 포함, 진화대원 4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주말에는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도 산불이 발생, 역시 대응 3단계가 발령됐으며 울산 울주군 등 전국 45개소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토요일 6시를 기해 울산시와 경남·북에 재난사태를 선포했으며 토요일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봄철은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로 이로 인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당하고 있다. 전체 산불의 46%는 봄철인 3월과 4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봄철 등산객 증가에 따른 입산자 실화, 조상 묘소 정비, 농사 준비를 위한 소각 행위가 늘면서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경기지역서도 지난 15일 오전 안성시 고삼면,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이천시 장호원읍, 안산시 상록구의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또 지난 20일 낮 화성시 매송면 찰보산에서, 22일 오후 여주시 강천면, 동두천시 상패동 등 야산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들 화재 대부분은 쓰레기나 농산물을 불법으로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9일 산림청에 의하면 지난 5년간 경기지역에서 쓰레기 등을 불법 소각하다 산불로 번진 사례가 118건이다. 현행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산림보호구역 100m 이내 산지 사유지에서 불법 소각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산불 감시가 허술한 농촌지역이나 산악지역에서 불법 소각으로 인한 화재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문제다. 산림청은 매년 단기채용 형태로 산불전문예방진화대라는 명칭으로 산불 감시원을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채용 인원도 부족하고 근무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제한돼 있다. 더구나 산불 감시 예찰 매뉴얼도 없어 산불 감시원 개인적 판단에 의존하는 등 산불 감시에 사각지대가 많아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 수립이 요망된다. 날로 확산되는 봄철 산불을 막기 위해 어느 때보다 소방당국은 물론 지역주민들도 산불 예방과 감시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오랜 기간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소를 과다 섭취하면 에너지 불균형에 의해 유발한다. 유전적으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식욕 조절 중추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내분비 질환, 식욕을 증가시키는 다양한 약제에 의한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에너지 섭취량이 에너지 소비량보다 많거나 유전적 영향 및 환경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특히 칼로리가 높은 식품이 풍부하고 신체 활동을 덜해도 사는 데 불편이 없는 현대의 생활환경이 폭발적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비만이 그렇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몸에 지방 조직이 과다한 상태를 가리킨다. 체중은 많이 나가지만 근육량이 증가해 있고 지방량이 많지 않은 경우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한다. 서양인은 30 이상이고 인종 간의 차이를 고려해 국내에선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한다. 지방 조직의 주요 성분은 혈장으로부터 유입된 지방산과 포도당이 에스테르화한 중성지방이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고혈당,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의 경우 암 발생도 증가한다. 이런 가운데 초·중·고교생 6명 중 1명꼴로 비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학생의 20%는 당뇨병 전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의 분석 결과다. 이에 따르면 영유아건강검진, 학생건강검진 표본조사 원시자료, 학교 밖 청소년 검진을 분석한 결과 아동·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영유아 8.3%, 학생 16.7% 등으로 나타났다. 영유아 12명 중 1명, 초중고교생은 6명 중 1명꼴로 비만인 셈이다. 과체중 또는 비만 유병률은 영유아 17.7%, 학생 27.3% 등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나서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소를 과다 섭취하면 에너지 불균형에 의해 나타나는 비만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향긋한 쑥, 쌉싸름한 맛의 냉이, 달래, 취나물, 참나물 등 싱그러운 새싹들이 봄의 전령사가 돼 우리 식탁에 찾아왔다. 새로움, 시작, 순환의 시작점에서 살랑거리는 봄바람은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봄바람은 겨울잠에서 미처 깨어나지 못한 나무를 흔들어 깨우는 것으로 우리 몸도 자연의 변화를 따르니 새싹이 돋듯 기운이 일어나는 시기다. 미각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음식을 통해 자연의 기운을 감지하는 중요한 감각 기관이다. 겨울 동안 익숙해진 무겁고 기름진 음식에서 벗어나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새롭고 산뜻한 맛을 찾게 된다. 봄에 돋아나는 새싹은 만물을 소생시키기 위한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특유의 강한 향을 지닌다. 봄나물이 전하는 맛과 향을 느끼는 것은 몸이 자연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봄나물의 쌉싸름한 맛은 나른한 봄철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니 씁쓸한 맛을 통해 우리 몸에 신선한 힘을 불어넣는 것이다. 특히 쓴맛의 음식은 겨울 동안 쌓인 독소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봄철에 먹으면 좋다.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무의 싹과 잎, 또는 그것을 조리한 찬을 의미하는 나물은 들나물, 산나물, 재배 나물, 바다나물(해초) 등 다양하다. 봄나물은 단순한 제철 식재료를 넘어 자연이 주는 생명력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음식문화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다. 나물(羅物)이라는 단어에서 ‘나(羅)’는 신라를 뜻한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나물문화는 오랜 역사를 가진다. 나물문화는 단순한 식재료 활용이 아니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특히 농경사회에서는 봄나물이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음식으로 겨우내 저장한 곡식이 바닥날 즈음 들녘과 산에서 자라난 나물들은 부족한 영양을 채우는 소중한 자원이 됐다. 조선시대에는 산림경제, 규합총서 등의 문헌에서도 봄나물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건강과 생명력을 북돋우는 중요한 식재료로 다뤄졌다. 음식의 온도와 질감 역시 미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뜻한 봄볕 아래에서는 가벼운 음식이 더 잘 어울리며 부드럽고 신선한 질감이 입맛을 돋운다. 봄나물은 간단한 양념만으로도 그 맛과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러운 단맛과 쌉싸름한 맛이 은은하게 어우러져 미각을 한층 더 깨운다. 또 봄나물의 향긋한 성분은 후각을 자극해 식욕을 돋우고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든다. 봄나물의 쌉싸름한 맛을 놓치지 않으려면 조리법도 중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생으로 샐러드처럼 즐기는 것이다. 신선한 나물을 기름이나 간장을 곁들이면 더욱 풍미가 살아난다. 이른 봄에 만나는 봄나물은 살짝 데쳐 나물 본연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소금 간이나 겨자초장으로 가볍게 양념하는 것이 좋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된장이나 초고추장을 활용해도 좋다. 봄나물을 볶거나 국에 넣을 때는 너무 오래 익히지 않는 것이 영양소 파괴를 줄이는 방법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습관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건강한 생활 습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식습관이다. 봄은 몸과 마음을 다시 한번 새롭게 하는 계절이며 다양한 봄나물을 맛보는 것은 1년을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 통과의례다. 냉이된장국 한 그릇, 달래장을 곁들인 따뜻한 밥 한 공기면 봄의 향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봄나물이 나오는 시기는 매우 짧으므로 자연이 주는 계절의 선물을 받아들여 건강한 미각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도록 제대로 봄맞이를 해보자.
‘세계화’는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에 수출 호황을 안겨 주며 선진국으로 이끈 성장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이므로 무역을 잘해 수출로 먹고살 수 있는 나라라고 가르치고 배워 왔다. 그런 정책 기조는 우리나라 형편에 아주 잘 맞았다. 자원이라고는 사람뿐이었기에 교육 열기는 뜨거워졌고 대부분의 국민이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가 넘치는 나라가 됐다. ‘천불 소득 백억 수출’을 노래하던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이제 세계 6위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폐허의 잿더미에서 이런 장미꽃을 볼 줄은 몰랐다. 우리도 놀라고 세계인들도 놀랐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이라 하지 않았던가. 참으로 경이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6천838억달러(약 1천2조1천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목표치인 7천억달러에는 약간 미달했지만 수출 규모는 세계 8위에서 6위로 다시 올라섰고 무역수지는 5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의 697억달러 흑자 이후 최대 규모의 흑자란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서쪽을 향해 달렸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거치더니 태평양을 거쳐 일본에 이르렀다. 이 혁명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기회가 넘어왔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 용(龍)의 권좌를 놓고 대만과 엎치락뒤치락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5년 세계 경제전망에서는 한국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3만6천130달러로 대만 3만3천230달러, 일본 3만2천860달러를 제치고 동아시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어느새 우리는 일본을 제치고 대만과 무역 강국의 권좌를 놓고 자웅을 겨루는 입장이 됐다. 우리가 제조업을 잘 지키면서도 새로운 산업에 대한 적응이 빨랐던 결과다. 물론 우리에게는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해야만 한다’는 절실한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세계화시대’는 저물어 간다. 나라마다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서서히 벽을 쌓고 있다. 자원 없이 수출로만 먹고사는 대한민국인데 잠시라도 수출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산업구조도 많이 변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선박, 철강, 화학 등 제조업에서 하이테크 산업, 플랫폼 사업으로 추세가 넘어가고 있다. 우리는 시대 흐름에 앞서 나가야 살아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지러운 정국이 오래 지속된다. 행여 정치가 수출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잠자던 자연 기지개 켜고 얼었던 흙 포슬해지면 두터운 옷 벗는다 소소한 바람 따라 온 아른아른 아지랑이로 다시, 봄이 열린다 내려다보며 피는 꽃처럼 겸손함으로 따스한 봄바람 포근한 사랑으로 흙에서 태어난 피조물 흙이 될 것을 기억하며 새로이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성찰의 시간 안에서 다시, 봄을 품는다 강부신 시인 ‘문예비전’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시인마을’ 동인
삼지닥나무의 꽃말은 ‘당신을 맞이합니다’다. 한지의 원료식물로 닥나무, 삼지닥나무, 황촉규, 산뽕나무 등이 있는데 이들 중 삼지닥나무는 일본에서 화지를 만드는데 주로 쓰인다. 나뭇가지가 셋으로 갈라진다 해 삼지닥나무라 불린다. 봄에 잎이 나기 전 꽃이 먼저 피는데 벌집을 매단 듯한 모양의 노란 꽃이 예쁘고 향도 달콤하다. 햇볕은 완전 양지보다는 반그늘 정도가 적합하다. 농촌진흥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