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인공지능 저작권 딜레마

인공지능은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글, 그림, 동영상, 가상인간 같은 콘텐츠를 만들면 이를 ‘생성형’ 인공지능이라 부른다. 반면 주어진 상황을 토대로 장차 벌어질 일을 예측하고 판단하면 ‘예측형’ 인공지능이라 한다. 자율주행차에 심어져 교통상황을 판단하면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인공지능은 예측형이다. 2022년 11월30일 공개한 챗GPT는 글을 써주는 생성형이다. 예측형이든 생성형이든 인공지능이라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동작한다. 그런데 이러한 학습데이터의 상당수는 인간 저작물로서 자연스레 저작권이 존재한다. 인공지능이라는 혁신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기 위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불편한 저작권 이슈를 일부러 묻었다. 이때 공정사용(fair use)이라는 명분이 동원됐다. 인류 전체를 위한 혁신 신기술을 우선 개발하려면 저작권까지 고려하면서 학습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런데 생성형 인공지능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공정 사용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저작권법에 의해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려면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뿐 아니라 원저작물에 대한 접근 가능성, 즉 ‘의거성’이라는 2개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한동안 인공지능 기업들은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모든 디지털 데이터를 최대한 크롤링해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의 학습데이터로 사용했다고 자랑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홍보는 저작권 침해 요건 중 ‘의거성’을 만족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의거성을 회피하기 위해 최근 인공지능 기업들은 학습데이터를 어디서 구했는지, 그리고 저작권 이슈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일부러 밝히지 않고 모두 영업비밀로 간주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2월 기준으로 인공지능 저작권 소송은 약 39건이 진행됐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2023년 1월17일 이뤄진 게티이미지사와 영국 스테빌리티 AI 간 소송이다. 게티이미지는 인터넷상에 자기 회사에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 1천200만장 정도를 올려놓았다. 그중 수백만장을 영국 기업이 무단으로 학습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진에 삽입된 게티이미지 워터마크가 약간 뭉개진 모습으로 스테이블 디퓨전 인공지능의 합성출력물 안에 등장하면서 표현의 실질적 유사성이 크게 부각됐다. 2년 전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기에 비해 지금은 저작권 이슈가 더욱 복잡해졌다. 이제는 학습데이터 중 인간 저작물만 있지 않고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합성산출물도 갈수록 더 많이 사용되는 상황이다. 합성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부여 여부도 새로운 이슈인데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므로 학습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어떤 인공지능은 앞선 인공지능을 공개 소스 형태로 내려받아 사용하므로 추가 학습 과정이 거의 없거나 아주 적다. 중국 딥시크의 경우 다른 인공지능으로부터 데이터를 증류(distillation)한 후 사용해 자체 학습 과정이 대폭 줄어든다. 인공지능을 통해 다른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강화학습도 학습데이터가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 앞선 인공지능이 책임져야 할 학습데이터의 저작권 이슈는 후속 인공지능에 그대로 전수된다는 것은 상식적이다. 이처럼 최근 2년 사이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활용 확대로 저작권 이슈는 더욱더 얽히고설킨 상태다. 유럽연합은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학습데이터의 저작권을 어떻게 다뤘는지 꼭 밝히도록 법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인공지능의 저작권 이슈에 대해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의 인공지능 활용과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저작권 적용에 대한 완급 조절 및 글로벌 협의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기업만 역차별받을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초 시행을 앞둔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본법에서 ‘진흥’ 항목은 가급적 빨리 시행하고 저작권 이슈 같은 ‘규제’ 항목은 글로벌 보조를 맞추며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둬야 한다.

[기고] 양평, 그리운 내 고향 같은 곳

2021년 초임 소방서장으로 발령받아 양평소방서에 근무했던 시간은 인생에서 참으로 값진 순간들이었다. 매일 아침 남한강의 물결을 옆에 두고 갈산체육공원을 걷고 뛰며 흘린 땀방울이 지금의 건강함을 만들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이 함께 했던 곳, 이제는 떠나왔지만 여전히 내 마음에는 첫 사랑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양평이 자리 잡고 있다. 소방서장으로 일하며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구한 사람들과 강아지, 고양이들, 긴급 출동으로 구해냈던 소중한 생명들, 주민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노력하던 시간들, 양평의 아름다움과 따뜻한 양평사람들의 마음을 알리려 동료들과 같이 써낸 ‘어쩌다 양평’ 등 모든 게 추억으로 남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닮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양평 군민들 덕분에 묵묵히 내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양평은 단순한 근무지를 넘어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해준 고마운 곳이다. 양평군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고 현장을 누비던 그때를 떠올리면 그리움이 밀려온다. 용문사와 두물머리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공연을 즐기고 하룻밤 머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준다. 양평의 진정한 매력은 하늘이 내려준 수려한 자연경관과 맑은 공기, 그리고 자연 속에서 함께 즐기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양평을 다시 가고 싶다. 그때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발전된 모습으로 따듯한 엄마의 품처럼 나를 맞아줄 수 있는 양평이기를. 양평, 그곳에서의 시간은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머물러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화산책] AI와 인간의 저작권 분쟁

정말 순식간이었다. 명령어 몇 글자(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뿐인데 대하드라마의 OST 같은 웅장한 음악이 완성됐다. 합창까지 더해져 말이다. 며칠 밤을 고민하며 곡을 쓰던 지난날이 잠시 허무하게 느껴졌다. AI를 잘 활용해 인간의 창의성과 합작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고의 상생 방안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AI의 데이터가 만들어진 과정과 그것을 활용하는 과정 그리고 그를 통해 만들어진 산출물 저변에 깔려 있는 저작권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앞서 필자는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음악 산출물을 얻었다고 했다. 이 경우 결과물의 저작권이 나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AI에게, 혹은 AI 개발자에게 그 권리가 있다고 봐야 할까. 원칙적으로 저작권이란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 즉 저작물에 대한 권리로서 창작자에게 귀속하는 것이 원칙이며 저작인격권(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과 저작재산권(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으로 구성돼 있다. 다시 말해 저작권이란 자연인, 즉 ‘인간’의 ‘창작물’에 대해 생겨나는 권리인 것이다. AI는 인간이 아니므로 현행 저작권법하에서 AI의 산출물에 대해서는 그 저작권을 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AI와 그것의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는 대규모 데이터셋에 기반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데이터나 콘텐츠 등을 산출해낸다. AI의 학습에 있어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물에 대한 복제권 등의 침해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또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사용자의 프롬프트 입력에 따라 학습된 데이터가 AI 모델로부터 확률적으로 도출된 것이기에 그 산출물이 원저작물의 일부와 같거나 유사한 경우 저작권 쟁점이 발생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부분에 대한 명확한 표기 또한 중요한 지점이다. 프랑스에서 특별한 예시를 볼 수 있다. 바로 아이바(Aiva)라는 AI가 작곡한 곡이 영화 OST에 사용돼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에 작곡가 ‘아이바’로 등록된 것인데 이는 AI 작곡가로서 처음으로 산출물(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처럼 발전하는 기술에 따라 AI를 창작자로 인정하느냐와 인정 시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며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빠르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은 문화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AI의 존재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현행 저작권법이 가진 한계를 인지하고 사회적 정책, 법적인 재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 발전에 따른 법제적, 제도적 재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기술과 예술의 융합적 창작 기반은 제대로 조성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과 대중의 관심이 전제돼야 한다.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기 이전에 제작 기반에 대한 정책, 제도적인 것들이 선결돼야 창작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보호받으며 명확하게 AI와의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오늘날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켜낼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경기만평] 기다리다 지쳐...

[사설] 경상도 지원 활동보다 경기도 산불 예방이 급하다

인구 밀도 높은 곳이 산불도 많다. 우리 산림에서 자연 발화는 거의 없다. 대부분 사람의 실수, 고의 등이 원인이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산불이 5천668건이었다. 22%인 1천261건이 경기도에서 났다. 경북보다 26% 많고 강원도보다 60% 많다. 입산자 실화(33%), 쓰레기 소각(13%), 논·밭두렁 소각(12%)이었다. 사람이 많기 때문에 산불도 많은 경기도다. 모든 도민이 산불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산불 대책에 내화수림대(耐火樹林帶)가 있다. 불에 강한 수종을 띠 모양으로 심어 키운다. 굴참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대표적 내화수목이다. 산불 확산을 늦추는 방어선 역할이다. 임도(林道)와 달리 숲이 단절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2021년부터 산림청이 추진해 온 사업이다. 경기도에 조성된 내화수림대는 68㏊ 정도다. 도내 산림 면적 51만여㏊ 가운데 0.01%에 불과하다.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산림청이 올해 추진하기로 한 내화수림대가 400㏊다. 여기서 경기도 지역에 계획된 면적은 8㏊에 불과하다. 경기도 전체 산림 면적 대비 0.002%다. 살폈듯이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빈도는 경기도가 1위다. 산림 면적도 강원, 경북에 이어 세 번째로 넓다. 그런데도 정부 계획 400㏊의 2%만 들어있다. 때마침 사상 최악의 경북 산불을 목격하게 된 경기도민이다. 걱정들이 많다. 이미 국가가 검증한 사업이다.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맞다. 그런데 경기도의 진척이 미미하다. 왜 더딜까. 경기도 관계자가 이유를 설명했다. “예산 문제로 대규모 조성이 어렵다.” 내화수림대 1㏊를 만드는 데 1천500만원 정도 든다. 중앙정부가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지원한다. 국비 50%, 도비 15%, 시·군비 35%다. ‘예산 부족’이라는 해명이 사실이라면 이 정도 예산도 버겁다는 얘기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앞서 ‘임도’ 문제를 지적했다. 산불 진화에 직접적 역할을 하는 도로다. 경북 산불 때도 화장산에서 효과를 봤다. 하지만 설치율은 대단히 낮다. 일본의 6분의 1, 독일의 14분의 1이다.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는 역시 예산이다. 임도 증설과 내화수림대 확충은 정부가 공식 추진하는 산불 대비책이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진척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 천국’이라던 민선 7기 경기도였다. ‘2년째 슈퍼 예산’이라는 민선 8기 경기도다. 기금에까지 손대며 지원금 나눠주던 경기도다. 작금의 산불 예방 행정과 대조된다. 표(票)로 환산되는 매력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본 행정이다. 경북 산불에 놀란 도민들이 ‘경기도 산’을 걱정하고 있다. 지금 경기도가 할 일은 경상도 지원이 아니라 경기도 산 지키기다.

[사설] 늘어나는 한부모가정... 가려지기 쉬운 사각지대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가정’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혼과 사별, 별거, 미혼모 등에 따른 것이다.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를 대신 키우는 조손가정이나 청소년 한부모가정도 포함한다. 급격한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가 가족의 형태까지 바꿔 놓은 것이다. 문제는 부부가 나눠 맡았던 역할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점이다. 경제활동과 양육이 겹치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가는 것이다. 자칫 가려지기 쉬운 복지 사각지대다. 지난 2020년 인천의 저소득 한부모가정은 1만3천789가구였다. 지난해 1만5천293가구로 늘어났다. 연평균 2.5%의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전국 저소득 한부모가정 증가율은 1.3%다. 이 중 어머니가 자녀를 홀로 키우는 모자가정이 1만2천470가구(81.6%)에 이른다. 아버지가 자녀를 맡은 부자가정은 2천592가구(16.9%)다. 이 외에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를 대신 키우는 조손가정이 113곳(0.7%), 청소년 한부모가정은 112가구(0.7%)다. 인천시가 올해 1조1천600억원을 들여 한부모가정 지원에 나선다고 한다. 먼저 자녀 1인당 월 21만원이던 아동양육비 지원금을 올해 23만원으로 올린다. 중·고교생에게만 연 9만3천원씩 지원한 학용품비도 초등학생까지 확대한다. 8만원이던 겨울철 생활안전 지원금도 올해 10만원으로 늘린다. 한부모가정 주거지원을 위해 지난 올해 55채의 매입임대주택을 지원한다. 16가구이던 공동생활 주거지원도 올해 22가구로 늘린다. 예기치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를 위한 ‘위기임신지역상담기관’ 사업을 올해 새로 시작한다. 24시간 상담과 지원을 제공한다. 한부모가정 아동의 우선 입학(돌봄) 기회를 보장하고 일상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한부모·조손가정의 직업훈련 및 취업 알선에도 주력한다. 월 20만원의 유아학비와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원한다. 인천시만의 특화 사업도 마련했다. 저소득 한부모가정 자녀의 학습과 정서 지원을 위한 연간 29만원의 부교재비와 연간 18만원의 교통비다. 그간 한부모가정이 비극적 결말로 몰린 사건이 종종 있어 왔다. 방치된 자녀가 영양 결핍으로 숨진 일도 있었다. 빈곤으로 인해 자녀에 대한 적절한 정서적 지지나 최소한의 교육도 뒷받침하지 못하는 한부모가정도 많다고 한다.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책을 마련한다 해도 근소한 차이로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런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소규모 지역사회 단위의 공동체적 관심이 먼저 작동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촘촘한 사회복지안전망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지대] 라이어<liar>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제럴드 제리슨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 평균 8분 간격으로 200회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명의 참가자가 소형 마이크를 부착해 자연스러운 대화 상황을 관찰한 결과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의 1천명 대상 연구에서는 자기 보고식 설문을 활용해 평균 2.19회의 일일 거짓말 빈도를 도출했다. 2회든 200회든 인간과 거짓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경에선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아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살해한 뒤 모르쇠로 일관하며 진실을 회피했다. 현 시대에서 이 정도의 ‘흑색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나면 사회적 공분이 일고 거짓말쟁이 낙인이 찍힌다. 물론 상대방을 위하는 목적에서,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어서 사실을 가리기 위한 ‘백색 거짓말’도 일상에서 빈번히 이뤄진다. 거짓말은 선악을 떠나 지금도 인류와 함께하고 있다. 미국 배우 짐 캐리 주연, ‘에이스 벤츄라’ 등을 연출한 톰 새디악 감독의 코미디 영화인 ‘라이어 라이어’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어느 날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변호사의 아들이 생일 소원을 빌면서 아빠가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하자 의뢰인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진실을 폭로해 버리는 등 온갖 소동이 펼쳐진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진실게임이 거짓말로 승리하고, 진실로 패배하는 형국을 노골적으로 비꼬아 웃음을 자아낸다. 대한민국은 현재 누가 천하제일 거짓말쟁이인지 경쟁하는 서바이벌 경연장처럼 보인다. 정치인부터 연예인까지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거짓을 진실처럼 이야기하는지 속내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진실은 뒷전인 채 서로가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 바쁜, 비방으로 가득 찬 경연장이 됐다. 거짓말은 인류 역사에서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도 거짓말인 줄 알았다. 올해 4월에도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인천시론] 시집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인천은 ‘한국문학의 산실’이다. 인천을 배경으로 삼지 않고서는 ‘신’ 소설은 불가능했다. 봉건과 근대가 격돌했고 외세와 자주가 각축하는 사이에 낀 장소로 인천만 한 곳이 없었다. 신소설 곁에는 신체시가 자리했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기로 치자면 문인들이야말로 첫손이다. 소설가와 시인들이 인천을 배경 삼아 앞다퉈 글로 시대를 녹여 냈다. 인천은 싫든 좋든 신문물이 창조해 낸 당대 ‘핫플’이었다. 객지인들은 인천역에 내려 근대 문물을 훑어보고 바다에 반했다. 김소월도 제물포 바다 근처에 묵었다. 그가 1922년 ‘개벽’에 발표한 시구가 전하는 정경이다. ‘밤’의 첫 제목이 ‘제물포에서 밤’이었듯 소월은 인천이라는 장소와 자신의 정조를 얽어 시로 남겼다. “이곳은 인천에 제물포, 이름난 곳”이지만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바닷 바람이 춥기만 한” 인천이라서 그를 더 외롭게 몰아댄 듯하다. “홀로 잠들기가 정말 외로와요/맘에는 사무치도록 그리워와요/이리도 무던히/아주 얼굴조차 잊힐 듯해요.” 20대 초반이었을 그는 오늘날 젊은 독자들 정서를 끌어당길 정도로 ‘모던’하다. 대중음악가 장범준이 소월의 이 노랫말에 곡을 붙여 부르기도 했다. 제물포가 들어간 구절만 쏙 빼놓은 게 몹시 아쉽지만 애절한 곡조와 특유의 음색이 사무치게 임을 그리는 청년 소월을 빼박았다 해도 손색없다. ‘인천문학전람’은 <밤>과 ‘한국시의 최고봉’ ‘진달래꽃’이 몇 달 간격으로 이어져 있다고 분석한다. 이별과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 감정을 우리말 어감을 잘 살려 탁월하게 표현한 두 편의 시 발표 시차는 불과 다섯 달이다. 소월 개인사에 비춰 이야기를 구성한다면 진달래꽃에서 이별하는 임과 제물포 바닷가에서 그리는 임은 동일인이라고 추론해 봄직하다. 멀리 인천으로 떠나와 밤 바닷가에서 가다듬어 부르던 노래가 진달래꽃이라는 절창을 꽃피운 토양이었다는 서사도 그려 볼 수 있겠다. 시중에는 ‘초혼’이 소월이 여자 친구 장례식장을 다녀와 부른 진혼가로 알려져 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독자들은 소월이 쏟아낸 정한을 받아안아 자기만의 서사를 창조하고 있다. 지난해 동구 배다리 아벨서점이 소월시집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건축가이자 수서가로 이름높은 이일훈 선생님이 평생 모아 둔 소월 시집 165권을 한자리에 펼쳐 놓았다. 작은 공간이지만 한쪽 벽면이 진달래꽃 분홍빛으로 가득 찼다. 분홍빛 벽 아래 시대를 건너뛰며 독자들을 만나온 책 표지만으로도 소월은 인천의 요즘을 살고 있는 독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벨서점이 운영하는 위층 시다락방은 2007년 11월 랑승만 시인 시낭송회를 필두로 지금껏 시낭송회를 진행해 온 곳이기도 하다. 아벨서점 곽현숙 대표는 소월 시집을 전시하면서 소월시 낭송회도 개최했다. 그가 시를 사랑하고 시인들을 챙기게 된 연원을 따져 보면 소월이 등장한다. 소월시집 전시회가 열리기 전에도 그는 소월이 남긴 유일한 시론인 ‘시혼’을 작은 책자로 만들어 지인들과 나눴다. 인천과 소월이 그렇게 만났다. 봄이 왔고 진달래꽃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올해는 진달래꽃 피는 산에만 오르지 말고 시집 ‘진달래꽃’이 피어난 지 어언 100년이라는 데 눈길을 주면 좋겠다. 건축물과 거리에 남은 근대 인천뿐만 아니라 인천이 지닌 문학 자양분도 캐고 챙겨야 인천 것으로 남는다.

[경기시론] 새로운 성장의 기회, 기후경제에서 찾자

지난달 21일 영국 투자은행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현 상황을 보면 심지어 0%대 경제성장률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물론 여러 정책 대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복마전 같은 현 정치·경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정말 이렇게 추락해 가고 마는 것인가. 그 무엇보다 비정상적인 정치·경제 상황을 정상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현 상황을 돌파할 전략적 대응책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최근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의 한국 방문은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 그는 한국의 알래스카 가스(액화천연가스·LNG) 구매 및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무역 불균형 문제, 관세를 포함한 여러 사안과 연동돼 있기에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이에 대한 전략적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 하기에 따라 이것을 한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셰일가스전 개발로 천연가스를 충분히 공급하고 심지어 수출까지 하는 나라다. 그런데 왜 자그마치 1조달러(약 1천450조원)에 달한다고 하는 알래스카 천연가스를 개발하려는 것일까. 그것도 이 사업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것일까. 그것은 미중 간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그것도 에너지라는 자원 인프라와 탄소중립 기술 경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할 교두보를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에서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 소비처를 동아시아 시장에 만들고 더 나아가 중간 생산지 혹은 경제적 회랑을 한국에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것이 실제로 구현되면 한국은 어마어마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천연가스 개발은 화석연료로의 회귀일 수 있지만 수소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그린에너지를, 이의 연료전지화 등을 통한 탄소중립, 친환경 기후경제를 창조하는 중요한 중간고리가 된다. 이의 주도권을 자칫 러시아에 뺏길 수 있어 현 시점에서 미국은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을 들고 나온 것이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개발 선도국가이고 연해주 일대의 가스전 개발 및 지열 이용 개질 공정이 이미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마음이 급한 것이다. 일단 한국을 투자국으로 엮어 자기편 붙박이로 잡아 두려는 속셈이 있다. 연료전지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을 활용해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러시아는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고 있다. 거대한 시장 형성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에 큰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또 가격경쟁력의 우위와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에서 한발 앞서고 있어 러시아는 느긋한 입장이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까지도 자신의 편으로 묶으려는 구도를 짜고 한반도를 미국의 대(對)중국 패권전쟁 전선의 첨병 지역으로 삼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중이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북한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고 또 상당 수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의 물밑 협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인데 조만간 북미 협상이 이뤄지고 궁극엔 북미 종전선언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남북 간 평화 모드 조성을 적극 권장할 것이다. 이의 연장에서 남북 간 교류를 통한 한반도 내에 미국 알래스카 천연가스와 러시아 연해주 천연가스 간 경쟁 시장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은 대격변 중이다. 이 흐름을 잘 타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 흐름을 성장으로 대반전시키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후경제이며 평화경제다.

[천자춘추] 같은 상황, 다른 행복

지난주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휴식시간, 직원들은 올해 응원하는 팀의 성적을 전망하며 열띤 토론을 한다. 1승1패. 지난 주말 필자가 응원하는 팀의 개막전 성적이다. 승률 5할이지만 연승을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라서 행복합니다”. 다른 팀을 응원하는 옆 후배는 같은 5할의 성적에 노래까지 흥얼거린다. 2경기 만에 벌써 1승이라니.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팀 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 직원에게 우승은 목표가 아니다. 꼴찌를 해도, 18연패를 해도 여전히 행복한 듯하다. 월요병에 시달리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싱글벙글, 고객과 상담하는 모습에서도 활기가 넘친다. 덩달아 민원을 갖고 방문한 고객의 어두운 얼굴도 환하게 바뀌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들이 1994년 발표한 ‘서비스-이윤연계(Service- Profit Chain)’ 이론에 따르면 직원 만족도(행복)가 높아지면 직원의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도 증가하고 고객 만족도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와 이익이 향상된다고 한다. 필자가 속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도 고객 만족을 위해 고객헌장과 임직원 행동강령 제정을 통해 업무 혁신, 투명한 경영, 사회적 책임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온비드 같은 고객 접점에 있는 업무 시스템을 인공지능(AI) 기반의 콘텐츠로 보강해 고객 편리성을 한층 더 높였다. 고객 만족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직원에게는 개인 사정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와 격지근무 애로 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스마트워크센터 확대 등 개인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마음건강 프로그램’을 통해 업무 중 경험하는 다양한 원인의 스트레스에 대해 심리적 해결을 돕고 있다. 필자도 실무자가 참석하는 회의와 허심탄회 런치 등을 개최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매일 아침 직원들에게 밝은 웃음으로 먼저 인사하는 습관을 실천하고 있다. 그게 바로 직원 행복을 위한 작은 노력이라 믿기 때문이다. 야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후배 직원의 행복 원천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부심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이 키운 유망주가 성장하고, 용병이 합류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거라는 희망과 긴 연패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응원한 강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캠코 경기지역본부도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부심에서 행복을 찾는 조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강한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면 고객과 직원, 우리는 모두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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