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는 철새 중 덩치가 가장 크다. 날개가 무려 3.6m에 이른다. 태어나 9개월이 지나면 둥지를 떠나 8년이 지나야 다시 육지로 돌아온다. ‘로얄 펭귄’은 날 수는 없지만 수심 수백 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는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에너지를 80%나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29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위대한 비상’은 전세계 27종에 이르는 철새들에 대한 영상 보고서다. 극지대의 빙하에서 아프리카 모래 사막에 이르기까지 철새들의 여행을 쫓아가면서 그들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담았다. 5년 전 곤충의 세계에 카메라를 들이댔던 ‘마이크로 코스모스’의 쟈크 페랭 감독의 솜씨다. 주인공은 흰 기러기, 백조, 황새, 앵무새, 흰 펠리컨 등 수천 마리의 새들. 철새들에게 총을 쏘아대는 인간은 이들의 여정을 방해하는 엑스트라일 뿐이다. 눈보라 속에서 발레를 하는 듯한 군무를 펼치는 일본 두루미, 그랜드캐년의 협곡에서 다이빙 실력을 자랑한 흰꼬리수리, 물 위를 경주하듯 가로지르는 물새 등 해학적인 장면이 미소짓게 한다. 날개가 부러져 사막에서 게들의 먹이가 되거나 덩치가 큰 새에게 잡혀먹히는 작은 새 등 치열한 약육강식의 현장도 목격할 수 있다. 서부·북부 유럽이나 중앙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북극과 남극 일대 등 새들의 비상과 함께 펼쳐지는 지구의 자연 풍광을 보는 즐거움 또한 크다. 조류학자, 생물학자, 비행기 조종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작진이 세계 각지에서 모은 1천여 개의 알을 최적의 온도와 습도가 갖춰진 인큐베이터에서 길러 주연으로 기용했다. 촬영에는 헬리콥터, 행글라이더, 열기구, 특수 제작된 경비행기 등 ‘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총동원됐다.
영화
경기일보
2002-03-2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