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러닝타임 1시간 40분으로 국내에서 개봉된 ‘베티블루 37˚2’가 13년만에 무삭제판으로 오는 19일 다시 극장가에 내걸린다. 삭제장면이 일절 없는 3시간 5분짜리 오리지널 버전이다. 다만 남녀 주인공의 성기가 드러나는 장면에 한해 모자이크 처리했다는 것만 빼고는 원판 그대로다. 이번 무삭제판에는 롱테이크로 잡은 3분여의 오프닝 정사 신과 벽난로 앞에서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는 장면도 그대로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삭제장면이 없는 만큼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베티(베아트리체달)의 열정과 분노, 에너지, 파괴본능의 본질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베티블루…’는 프랑스 ‘누벨 이마주’ 세대로 불리는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입지를 확고히 해준 영화. 그는 이 작품으로 1986년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세자르상 8개부문을 휩쓴데 이어 아카데미 외국어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영화는 남프랑스의 휴양지에서 방갈로를 관리하며 사는 조르그(장 위그 앙글라드)가 육감적이고 예측불허의 성격인 베티를 만나 나누는 애절한 사랑을 그렸다. 우연히 조르그가 쓴 글을 읽은 베티는 그의 작가적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는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날이 갈수록 히스테릭해지며 파멸로 치닫고, 조르그는 그런 그녀를 눈물겹도록 사랑한다. 작가의 창작혼과 현실사이의 불협화를 그린 듯한 영화속 베티란 존재는 작가에게서 결여되고 고갈돼 가는 창작 욕구의 상징일까? 색체미학과 감각적인 음악이 돋보인다.
네덜란드 출신 딕 마스 감독의 ‘두 낫 디스터브’는 살인사건 목격자인 11살짜리 벙어리 소녀와 프로 킬러의 쫓고 쫓기는 논스톱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미국인 제약회사 중역인 아버지 리치먼드(윌리엄 허트)와 어머니를 따라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벙어리 멜리사가 우연히 화장실에 갔다 길을 잘못 접어들어 살인현장을 목격하고 범인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간신히 부모를 만나는데 성공했지만 킬러의 공격을 다시 받아 죽을 고비를 아슬아슬하게 넘겨가며 위기를 벗어나고, 뒤늦게 리치먼드 부부는 자신들의 계약파트너인 하트먼이 딸이 목격한 변호사 살해현장의 주범임을 알고 뒤쫓는다. 일찌감치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 있음에도 격렬한 액션과 팽팽한 긴장감이 끊임없이 이어져 눈길을 붙잡는다.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는가 하면 창녀와 쓰레기로 득실대는 암스테르담을 영화의주 배경으로 잡았다. 공원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자동차 추격 신이 압권. 얀 드봉 감독의 ‘스피드’를 연상시킨다. ‘나홀로 집에’서 킬러들이 보여주는 코믹한 요소를 담고 있는 영화에는 ‘의뢰인’에서의 스릴과 ‘도망자’에서 맛볼 수 있는 액션도 아울러 녹아 있다. 26일개봉.
롤랑 조페 감독이 자신에 대한 선입견을 말끔히 씻어내려고 작심한 걸까.그의 신작 ‘굿바이 러버’(Goodbye Lover)는 기존의 작품세계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분위기도 딴판이다. ‘시티 오브 조이’에서 휴머니즘을 보여준 그가 5년만에 생뚱같은 퓨전장르를 내놓았다. 섹스, 스릴, 코미디가 뒤범벅이 돼 있는데다 도덕과 비도덕,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마구 넘나드는 다분히 도발적인 영화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상상을 불허케 하는 연속적인 반전.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 등장하는 4명의 연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영화 종반부까지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힘든 탓이다. 400만달러의 보험금을 차지하기 위한 음모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축이다. 귀엽고 발랄하고 매력적이고 섹시한 여자 산드라(패트리샤 아퀘트)는 부와 명예를 모두 갖춘 광고회사 중역인 남편의 형 벤(돈 존스)의 정부(情婦)다. 산드라의 남편인 제이크(더모트 멀로니)는 알코올 중독자로 지위와 명성을 다 잃어버린 뒤 부인의 요염한 자태를 이용해 한몫 챙기려고 머리가 복잡하다. 여기에 벤의 여비서 페기(메리 루이스 파커)와 노련한 여형사까지 이 복잡한 관계에 끼어든다. 교회음악의 장엄한 선율을 배경음악으로 깐 산드라와 벤의 밀회 장면을 비롯해 서로 짝을 바꿔가며 상대를 기만하는 농염함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26일 개봉.
한국을 빛낸 세계적 연주자들의 음악을 담은 시리즈 음반이 나왔다. EMI의 ‘한국의 거장 시리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장영주, 첼리스트 장한나,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백건우, 그리고 정트리오 등 EMI 소속 음악가들의 기존 연주곡 가운데 발췌, 각각 CD 2장에 담아낸 6개의 시리즈 음반이다. 그 가운데 정경화는 텐슈테트 지휘의 로얄콘서트헤보우와 협연한 베토벤의 ‘협주곡 라장조’와 리카르도 무티의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드보르작의 ‘협주곡 가단조’ 등을 한 데 담아냈다. 또 장영주는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 라장조’(런던심포니. 콜린 데이비스 지휘)와 파가니니의 ‘협주곡 제1번 라장조’(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볼프강 자발리쉬) 등을, 장한나는 로스트로포비치 지휘의 런던심포니와 녹음한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변주곡’과 생상스의 ‘첼로협주곡 제1번 가단조’ 등을 실었다. 백혜선은 EMI 발표음반인 1집 ‘데뷔’와 2집 ‘사랑의 인사’ 중에서 멘델스존의 ‘무언가’와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으로 음반을 엮었다.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 제1번’과 풀랑크, 드뷔시 등의 다양한 선율을 담은 백건우, 베토벤의 ‘트리오 5번 ‘유령’’과 차이코프스키의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등을 실은 정트리오의 앨범은 이전 발표음반을 다시 내놓은 것이다.
여균동 감독의 신작 ‘美人’은 몸에 관한 단상(斷想)같은 영화다. 정신의 지배를 받는 객체로서의 몸이 아니라 감정을 표출하고 느끼고 뭔가에 반응하는 주체로서의 몸이 이성과의 만남을 매개로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몸이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관심의 대상이란 기저위에 서 있는 이영화의 주인공은 그래서 인간의 신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현대무용가 안은미씨가 몸 연출을 별도로 맡은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인터뷰 잡지기자(오지호)가 애인에게서 버림받은 22살의 누드모델(이지현)을 우연히 만나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는 내용의 영화 원작은 여 감독이 몇해전에 내놓은 중편 소설 ‘몸’. 두 사람의 나머지 일상사에 일절 관심을 두지 않는 카메라는 오직 침실에서의 거침없는 섹스, 몸에 대한 탐닉과 집착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의 육체적인 사랑만 좇고 있다. 그것도 아주 미세한 몸짓까지 앵글에 담아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남녀 누드집을 보는 듯한 인상이 남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에게 섹스는 단순한 유희를 뛰어넘는, 가장 적나라한 인간의 언어에 다름아니다. 실제, 여 감독은 “우리의 이성 보다 오히려 솔직한 ‘몸’의 사랑에 주안점을 두었다”, “억제하지 않은 욕망이 보여주는 몸짓은 충분히 아름답다”는 말로 이 영화의 성격을 규정지었다. 극단적인 차별성을 실험하기 위한 작품이라는 이 영화의 몸에 대한 탐미적인 관심과 집착에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12일 개봉.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는 또 한편의 공포영화 ‘해변으로 가다’는 PC통신만이 유일한 대화 수단인 한 젊은이가 통신에서조차 ‘왕따’를 당하자 ‘살인마’로 돌변해 자신을 따돌린 아이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슬래셔 무비다. 특정동아리에 소속된 7명의 젊은이가 등장하고, 이들 모두 살인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하나의 비밀’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양만 보면 먼저 개봉한 영화 ‘가위’와 닮았다. 그러나 ‘가위’가 유지태, 김규리, 하지원 등 요즘 뜨는 ‘스타군단’을 앞세웠다면 ‘해변…’은 ‘생짜 신인’들을 과감히 주인공으로 기용해 참신함을 노렸다. 영화 초반에는 일찌감치 살해된 한 명을 제외한 일곱 명의 청춘 남녀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마음껏 젊음을 누리는 모습이 펼쳐진다. 이들은 모두 PC통신 ‘바다사랑 동우회’ 회원들. 통신상에서만 친분을 쌓아오다 회원 중 한 명인 ‘원일’의 초청으로 바닷가의 한 별장에 모였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깐. 이들에게 죽음을 예고하는 이메일이 한 통씩 도착하고 이때부터 얼굴을 알 수 없는 살인마로부터 한 명씩 난도질 당한 채 살해된다. 살아남은 이들은 추리를 통해서 살인마가 ‘샌드맨’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샌드맨은 통신에서의 악명높은 행각때문에 회원들에 의해 영구제명당하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샌드맨이 보낸 이메일을 단서로 ‘샌드맨은 우리들 중에 있다’는 심증을 굳힌 이들은 이때부터 ‘내부의 적’을 추적해 나간다. 사람을 ‘장작 패듯’ 도끼로 찍어내는 잔인한 ‘살인마’는 의외로 가장 천진난만한 얼굴을 한 인물이라는 것쯤은 영화를 좀 본 사람이면 짐작할 수 있을 듯. PC통신, 한 여름 외딴 바닷가, 젊은이들의 성적 일탈 등 철저히 신세대들의 감성코드에 맞췄다. 김인수 감독의 데뷔작으로 12일 개봉.
10여년전 흑백만화를 원작으로 처음 크랭크인 된 ‘크로우’의 완결판이다.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가 주연을 맡아 첫번째 작품을 촬영하다 사망한 영화로도 관심을 끌기도 했다. 프랑스 스타 뱅상 페레가 주연한 두번째 작품에 이어 에릭 마비우스가 주연으로 발탁된 세번째 완결편. 섬뜩한 폭력과 빠르게 바뀌는 현란한 화면, 고딕풍의 음산한 분위기로 영화는 내내 관객들이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풍겨나온다. SF액션영화답게 눈에 띄는 특수분장 효과도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 음울하면서도 환상적인 공간연출에는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이 동원됐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애인 로렌(조디 린 오카페)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전기의자에서 사형당한 알렉스(에릭 마비우스)의 영혼이 저승으로 가지 못한채 떠돌다 신비한 까마귀의 인도로 ‘크로우’로 부활, 범인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인디영화계에서 연기력을 다진 마비우스의 고독하고도 강렬한 인상이 영화를 떠받치는 주된 기둥. 영국출신 제작자 배럿 낼러리가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8일 개봉.
“남국적 풍취의 대초원과 로맨스, 스펙타클한 화면, 이소룡식 액션,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춤, 스릴, 분노 등이 한데 어울어진 ‘울트라 초특급 엔터테인먼트’” 인도 영화 ‘춤추는 무뚜’는 영화가 최대의 오락이자 위안거리인 인도인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롱런히트를 기록한 오락영화다. 대저택의 하인인 무뚜(라지니 칸트)가 뒤늦게 백만장자의 아들로 밝혀지는, 인도판 ‘왕자와 거지’. 여기에다 유랑극단의 여배우 랑가(미나)와의 러브스토리가 극을 이끌어 간다. 여성댄스 그룹 ‘샤크라’를 연상케 하는 경쾌한 노래와 테크노 비트에 어우러진 춤이 시종일관 스크린에 넘쳐나 한편의 뮤지컬 영화를 연상케 한다. 약 1천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마차신도 볼만하다.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미덕은 오락적인 재미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 아버지와 아들, 1인2역을 소화해 낸 라지니 칸트는 인도영화의 흥행보증수표로 불리고 있는 대스타이며 화려한 춤솜씨를 자랑한 여주인공 미나는 뛰어난 리듬감을 지닌 인도의 아이돌 스타다. 오락영화의 마술사로 불릴 정도로 히트작을 많이 낸 K.S. 라비크마르가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15일 개봉.
올들어 처음 선보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실적인 등장인물 묘사에다 태초의 자연풍광이 어우러져 애니메이션과는 거리가 먼 실사영화 같다. 기원전 6천500만년 백악기, 공룡 이구아노돈 알들이 약육강식의 처절한 생존경쟁으로 짓밟힌 가운데 알에서 극적으로 부화한 알라다는 여우 원숭이 가족들의 도움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거대한 유성이 떨어져 지구와 충돌하는 대재앙이 뒤따라 위기에 처한 알라다와 여우 원숭이떼는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 끝에 피난중이던 수백마리의 다이너소어 무리를 만나 새로운 낙원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동족들의 피난길에 동참한 알라다는 이구아노돈의 리더격인 크론의 폭압적인 전횡에 반기를 들고 집단적인 힘의 위력의 위대함을 무리들에게 일깨우고, 그 덕택에 자신들을 공격해온 카노타우로스 공룡떼를 물리치고 꿈에 그리던 파라다이스에 당도하게 된다. 실사와 크게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정교함과 시각효과는 컴퓨터그래픽과 디지털 기술에 힘 입은 것으로, 이 영화가 내세우는 볼거리로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구아노돈과 여우원숭이 등 등장동물들의 표정연기도 실감난다. 15일 개봉.
가수 양희은의 대표곡들과 에세이를 함께 감상할수 있는 이색 음반이 나왔다. ㈜나은세상은 양희은의 대표곡 72곡과 자전 에세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을 수록한 iCD음반 ‘양희은’을 최근 시중에 내놨다. iCD는 압축영상음악파일(MP3)과 음악정보, 프로그램을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음반. CD에 내장된 MP3 전용프로그램을 이용, 컴퓨터로 음악을 감상하는 동시에 가수와 곡명, 가사, 해설 등의 정보도 볼 수 있다. ‘양희은’에는 ‘아침이슬’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한계령’ ‘상록수’ ‘세노야 세노야’ 등 총 연주시간이 4시간 10분 가량에 달하는 양희은의 대표곡 72곡을 실었다. 지난해 발표했던 자전 에세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전 내용도 함께 수록해 70년대 통기타 문화의 선두주자로 대표되는 그의 삶과 음악세계도 함께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음반은 시중 대형음반 매장이나 인터넷(http://iCDmusic.com)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