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레드 드래곤

‘양들의 침묵’에서 앤터니 홉킨스의 섬뜩한 미소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6일 개봉될 ‘레드 드래곤(Red Dragon)’을 놓칠 수 없다. ‘레드 드래곤’은 토머스 해리스 원작소설로 따지면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의 연작중 제1부에 해당하는 작품.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유능한 FBI 요원 윌 그레이엄(에드워드 노튼)은 시체마다 요리에 애용되는 부위가 사라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범인이 인육을 먹는 정신병자라고 추정한다. 그는 범인의 심리상태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심리학자 한니발 렉터 박사의 집에 들렀다가 범인의 정체를 눈치챈다. 그 순간 한니발의 공격을 받아 중태에 빠지지만 그를 체포하는 데 성공한다. 그로부터 7년 뒤, 또다시 잔혹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 수사가 미궁에 빠지자 FBI는 가족과 평안한 나날을 보내던 윌에게 복귀를 권유한다. 윌은 범행 현장과 시체의 상태 등을 살펴보고 우발적인 살인은 아닐 것으로 단정한 뒤 수감중인 한니발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때부터 한니발을 이용해 범인을 찾아내려는 윌과 범인을 원격 조정해 윌을 제거하려는 한니발의 치열한 두뇌 게임이 시작된다. 범인 프랜시스 돌하이드(랠프 파인스)는 한니발을 숭배하며 절대적인 세계로 도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다중인격자. 수사망이 점점 좁혀져 막다른 골목에 이르자 범인은 최후의 선택을 감행한다.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고 여기는 순간 마지막 반전이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라스트신에서는 교도관이 “수사관치고는 너무나 젊고 예쁜 FBI 요원이 당신을 만나보고 싶다는데…”라며 한니발에게 말을 건넨다. 바로 ‘양들의 침묵’의 시작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91년 ‘양들의 침묵’과 2001년 ‘한니발’에 출연했던 앤터니 홉킨스가 1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분장만으로는 눈가의 주름이나 늘어진 살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등골이 오싹해지는 눈빛과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러시아워’ 시리즈의 브렛 래트너 감독이 무리인 줄 알면서도 출연을 강권했던 사정을 이해할 만하다. ‘레드 드래곤’은 ‘한니발’이 자극의 강도를 높여 ‘양들의 침묵’을 뛰어 넘으려고 한것과 달리 치밀한 시나리오와 연기력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양들의 침묵’이 처음 던진 충격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짜임새는 결코 뒤지지 않고 배우의 연기력으로만 따지면 오히려 윗길이다.

’북경 내사랑’ 전작제 제작 눈길

한·중합작 20부작 미니시리즈 ‘북경 내사랑’(김균태·연출 이교욱)이 사전 전작제로 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북경 내사랑’은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KBS와 중국의 CCTV가 공동으로제작하는 미니시리즈. 지난 10월 31일 첫 촬영에 돌입, 12월부터 4개월간의 중국 현지 촬영을 거쳐 20부를 모두 완성한 뒤 내년 7월께 방영될 예정이다. 드라마 전작제란 이처럼 드라마 제작을 끝낸 뒤 방영을 시작하는 것으로 중국 일본 등 외국에서는 이미 정착된 된 제도. 방송에 임박해 허겁지겁 한 두편씩 찍는 것과 달리 방영전에 드라마 촬영을 모두 끝내기 때문에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방송여건상 드라마 전작제가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로인해 시청자의 반응 및 시청률에 따라 드라마가 조기 종영되거나 연장 방영되는 등의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당초 20부작으로 계획된 MBC 수목드라마 ‘리멤버’의 경우 시청자의 별 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면서 지난달 31일 14부로 막을 내렸다. 반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SBS ‘여인천하’는 당초 계획인 50회에서 150회로 무려 100회나 늘어났고 KBS ‘명성황후’는 연장 방영 결정에 따라 명성황후 역을 이미연에서 최명길로 교체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드라마 전작제가 정착되지 않다 보니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드라마의 결말이 바뀌는 사례도 발생했다. 인기 드라마 ‘아줌마’의 경우 대본을 쓴 정성주 작가는 주인공 오삼숙(원미경)이 이혼을 하지 않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30∼40대 주부 시청자들의 강력한 요구로 결국 남편 장진구와 이혼을 하는 방향으로 결말을 선회하기도 한 것. 전문가들은 과다한 시청률 경쟁을 방지하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드라마 전작제의 전면적 시행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진만 강원대 신방과 교수는 월간 방송문화에 기고한 글에서 “프로그램의 방영시기에 맞춰 그때 그때 제작하는 관행은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하는 데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과 구성력을 무시하고 순간적인 인기에 영합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11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드라마 등급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드라마 전작제의 시행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10월 한 달간 시범실시한 드라마 등급제가 각 회마다 다른 등급을 매길 수 있게 돼 혼선이 일었고 잇따른 시청률 조사에서도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 KBS 김성웅 편성국장은 “드라마의 전체 방영분이 사전에 제작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등급제 시행은 불합리한 면이 많다”고 밝혔고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하윤금박사는 “우선 올바른 등급판정을 위해서는 드라마 전편을 모두 만든 뒤 방영을 시작하는 전작제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MBC 드라마 ’삼총사’의 정다빈

MBC 시트콤 ‘논스톱Ⅲ’에서 “웬일이니, 웬일이니”를 호들갑스럽게 외쳐대던 푼수 여대생 정다빈(22)이 정치드라마의 ’억척녀’로변신한다. 6일부터 매주 수-목요일 오후 9시55분에 방송될 MBC 16부작 드라마 ‘삼총사’(연출 장두익)에서 그는 식당에서 일을 해 번 돈으로 오빠 장범수(손지창)의 정계진출을 돕는 장윤정으로 등장한다. “시트콤 연기에 너무 익숙해 있어 한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주변에서 하도 걱정을 해주셔서 예전 모습과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걸 많이 의식하게 되네요. 까르르 웃다가도 멈추고 귀엽게 보이려는 표정도 자제하고. 그런데 지창 오빠는 똑같이 연기해도 어차피 달라보일테니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하래요. 시트콤에서 운다고 슬퍼보이지 않듯이 본격 드라마에서 까분다고 코믹해보이는 것은 아니라더군요.” 정다빈을 ‘논스톱’시리즈의 주인공, ‘생방송 음악캠프’ 진행자, ‘목표달성 토요일’의 단골 출연자로만 기억하고 있는 시청자들은 정치드라마 출연이 어색하게만 느껴지겠지만 데뷔 초창기의 이력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영화 ‘단적비연수’의 어린 시절 비(최진실), KBS ‘TV문학관’ ‘홍어’의 삼례, KBS 미니시리즈 ‘태양은 가득히’의 민주… 모두 ‘삼총사’의 윤정 이미지와 연결돼 있다. 드라마 기획안에 따르면 윤정은 포용력, 희생정신, 상냥함, 생활력 등을 모두 갖춘 인물. 어렸을 때부터 오빠 친구 준기(류진)를 사랑해왔으나 그가 재벌 아들로 밝혀지자 절망하고 대신 조직폭력배 부두목 재문(이정진)과 사랑을 이루며 그를 암흑가에서 구해낸다. “세 남자 주인공 중 두 명이 저와 삼각관계를 이루고 나머지 한 명은 친오빠로 등장하지요. 모두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저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이번만큼 대본을 열심히 본 적도 없을 거예요. 녹화장에도 일찍 도착하려고 하고 편집실에도 자주 찾아가 제가 어떻게 비치는지 미리 보곤 하지요.”

유쾌하고 엉뚱한 ’동심의 세계’

한동안 동물 소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어린이를 등장시킨 TV 오락 프로그램이 급증하고 있다. MBC는 어린이가 출연해 퀴즈를 내고 출연자들이 답을 맞히는 형식의 ‘전파견문록’에 이어 가을 개편과 함께 ‘오! 해피데이’(일, 오전 9시 50분)를 신설했다. 엉뚱하면서 천진난만한 유아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전달해 감동과 재미를 전해주는 ‘베이비 버라이어쇼’를 지향한다. 지난 27일 첫 방송에서는 유치원생 ‘혜수’와 ‘성우’의 독특한 러브스토리를 비롯해 말과 피부색이 다른 다국적 유아들이 다니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유치원’, 두살 터울의 동생을 시도때도없이 때리는 딸 ‘가영’이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의 사연 등이 전파를 탔다. 방송이 나간 뒤 인터넷게시판에는 “잘 몰랐던 동심의 세계를 알 수 있었다”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로서 가영이를 응원하게 됐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SBS의 장수 오락 프로그램인 ‘좋은 친구들’도 유치원 어린이들을 등장시킨 ‘작은 사랑’이란 코너를 신설해 ‘동심 잡기’에 나선다. 어린이들을 위한 ‘사랑의 스튜디오’쯤 될까. 매회 남녀 유치원생 각각 4명이 나와 상대방에 대한 질문과 자유시간, 일대일 토크 등을 거쳐 마음에 맞는 이성 친구를 찾는 코너다. 한경진 담당 PD는 “이성에게 처음으로 호기심을 갖는 나이는 4살이며, 유치원생의 70%가 이성 친구가 있다는 통계가 있다” 면서 “시청자들이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어린이를 등장시킨 프로그램이 늘어난 것은 연예인들의 말장난과 신변잡기 일색의 연예 오락 프로가 시청자들에게 더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어른들이 미처 생각지못한 의외의 상황을 어린이들이 연출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에게 재미를 준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동심마저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안수경 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간사는 “어린이가 어른들을 웃기기위한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면서 “특히 어린이가 어른 흉내를 내는 상황 연출은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