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핸드볼의 두 남자, 술과 산수를 느끼다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외국에 가게 되면, 가는 날부터 오는 날까지 선수들과 같은 일정으로 생활하게 되어 인근을 둘러볼 짬도 내기 힘들다. 지난 9월 말 10일간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추저우(州)에서 개최된 2020 도쿄올림픽 여자핸드볼예선전에 한국팀의 의무위원으로 참여했다. 선수단이 묵는 숙소 뒤로 그리 험하지 않아 보이는 산이 펼쳐져 있었는데 낭야산(琅耶山)이라고 하였다. 팀을 인솔하는 C단장은 선수들의 건강과 부상 상태에 대해 의사인 나보다 더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훈련 때 선수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면 슬며시 내게 그 선수의 부상력을 알려주며 걱정하였고, 경기 중 선수가 넘어지면, 휴식시간에 꼭 나를 동반해 그 선수에게 가곤 했다. 경기가 없는 날 추저우 박물관에 들렸더니, 마침 건국 70주년 미술전이 열리고 있는데, 그 중 200호도 넘어 보이는 산수화가 눈에 탁 들어왔다. 처음 보는 그림인데도 어디서 여러 번 본 듯 했다. C단장이 말했다. 여기 우리가 매일 보는 통신탑과 절이 있네요!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의 뒷산인 낭야산을 그린 그림이었다. 숲길을 따라가면 취옹정(醉翁亭) 이라는 정자가 보이고 더 가면 연못이, 산꼭대기 바로 밑에는 낭야사라는 절이 보였다. 그림의 스케일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당송팔대가의 하나로 꼽히는, 북송(北宋) 때의 시인사학자정치가였던 구양수(歐陽修, 1007-1072)의 석상과, 그가 즐겨 찾던 취옹정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 전시한 구조물을 마주할 수 있었다. 며칠 뒤 오전에 겨우 시간이 났다. 산의 반대편으로 돌아가서 관광구로 입장했다. 숨차지 않을 정도의 평탄한 포장길이 이어져 있었다. 울창한 숲과 작은 시내를 따라 걷다 보니 취옹정이 나타났다. 구양수가 추저우의 태수로 근무할 때 낭야사에 있는 지천(智遷)이라는 스님이 태수를 위해 정자를 지었다는데 구양수가 자신의 호(醉翁)를 따서 취옹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담에는 그가 지은 취옹정기(醉翁亭記)가 새겨져 있었다. 태수가 친구들과 함께 여기 와서 술을 조금만 마시고도 취했고, 또 나이도 가장 많은지라 스스로 호를 취옹이라 하였다며, 술을 마시는 목적은 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수를 감상하기 위한 것으로서, 술기운을 빌려 아름다운 산수를 마음속으로 느끼면서 즐겁게 취한다고 하였다(醉翁之意不在酒 在乎山水之間也). 평소에 독한 술은 전혀 입에 대지도 않았으나, 구내 판매점에서 노인이 그려진 술을 한 병 샀다. 선수들이 열심히 뛴 덕분에 마지막 날 주최국인 중국과의 경기를 이기며, 우리 대표팀은 5전 전승으로 내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 10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부상당한 선수가 없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떠나기 전 마지막 밤이 되었다. 테이블과 의자 두 개를 숙소의 베란다로 옮기고 C단장과 산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시원하였다. 긴장이 풀렸다. 술병의 마개를 뜯었다. 그도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 아니었다. 막고 있는 담도 없이 산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주위가 어두워 베란다의 등을 켰다(秉燭夜遊). 천년 전에 구양수는 낮에 주연을 벌이고 해가 지면 숙소로 돌아갔을 터인데, 우리는 어두워져 풀벌레 소리만 요란한 가운데 술기운을 빌려 아름다운 산수를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었다. 술병이 비었다. 이곳의 특산물인 마른 국화를 더운물에 넣어 차를 우려내어 마시며 낭야산을 바라보았다(采菊 悠然見琅耶山). 취한 두 남자가 천년 전의 그 노인을 만난 것 같았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대일외교 지혜로워야

징용배상판결문제가 그간 한일 간에 면면히 이어져오던 우호관계를 급속도로 냉각시켜, 양국 간에 드물게 실력행사라는 실제적 마찰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한일갈등의 책임은 일본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원인제공이 일본 측이라는 한국인의 사고에 다른 견해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한일 간에 맺은 합의나 협정도 그 결과는 일본 책임이 먼저이다. 하지만 한일양국의 협정이나 합의는 한국 정부가 참여해야 맺어지는 것이기에 결과에는 당사자인 한국의 책임이 빠질 수 없다. 한일갈등에 정부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하는 이유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발생하자 한국은 정부와 국민 모두 분개하며 거국적인 일본 배척운동에 돌입했다. 그간 일본의 협의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한국정부가 일본의 규제조치 착수에 허겁지겁 협의를 요청하며 이에 응하지 않는 일본에 비난을 해왔다. 한국이 WTO제소, 지소미아 파기 등을 대응책으로 들고 나왔지만, 일본의 반응은 냉랭하다. 협상카드로 작용할 줄 알았던 지소미아 파기에 대수롭지 않다는 일본의 반응에, 허공에 주먹만 날린 모양새라는 지적도 있다. 국가적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는 국민들이 많다. 지소미아는 결국 미국의 패권대열에 일본과 한국이 함께한다는 상징성의 문제일 것이다. 한국이 일본과의 갈등관계를 청산해 내지 못한다면,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치군사적 동반자관계가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고, 언젠가 서로 정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이 북한과 통일을 이뤄내고 중국과도 지금이상으로 돈돈한 관계를 만들어낸다면, 중국, 러시아, 북한을 적으로 삼는 미국과 이에 동조하는 일본으로서 한국과의 관계정립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의 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국민들의 상황에 맞는 대일 전략과는 달리, 정부의 대일 전략은 여전한 감성적 방식으로 시대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전처럼 국민정서를 내세우며 일본과의 문제를 천편일률적으로 대응해갈 시대가 지났는데, 최근 한일 관계에서 보여주는 한국정부의 대처는 구태의연할 뿐 어느 하나 지혜를 엿볼 수 없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자는 주장도, 나쁜 자들이라며 정치적으로 비난하면서 먹는 문제는 협력하자는 이야기처럼 될 수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도 일본에 위협을 줄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일본이 따라올 수 없는 분야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쌓아온 일본의 저력에 아직은 한국이 많은 부분 열세라는 평이다. 한국이 취해야할 전략의 출발점이어야 하다. 사실 수출규제를 하면 수입규제로 당당히 맞설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안 팔겠다는데 팔라하고, 파는 것은 안사겠다며 불매운동을 벌일 수밖에 없으니, 정부의 잘못된 외교에 국민들만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 국민들끼리 애국논쟁까지 벌이는 형국이다. 국민들은 시민운동에 찬사를 보내왔다. 그 덕에 시민들의 권익이 보호받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고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일부 구태에 빠져 변화된 환경을 받아들이지 않고 한 면만을 바라보며 주장을 펼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시대와 상황이 변하는데 기존사고만이 진실인양 그 속에 갇혀 있어서는 국민들의 바람을 왜곡할 수 있고 한국을 구차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진부하지만, 다른 생각은 잘못됐고 자신들의 생각만이 옳다는 사고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거부임을 되새겨야 한다. 국제관계에도 사고의 폭을 넓혀 한국의 미래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모세종 인하대 교수

[함께하는 인천] 공동체·연대의식이 전제가 되는 인권

매년 입시 때마다 찾아오는 동장군의 위엄 속에 지난주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예전 학력고사 세대였던 필자는 사회적 신분 상승의 동아줄이었던 학력고사 시험 날 하루를 위해 몇 년 동안을 준비하며 고생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좋은 대학은 고액연봉의 직장을 보장하고 희망하는 주택 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좌우되는 폐단을 막기 위해 학업 외에 다양한 공동체 및 봉사활동, 연수 등의 경험 등이 근거가 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학생들의 대학입학의 기회를 넓혀 왔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 스스로의 정보와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또한 부모의 정보력과 인맥과 경제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게 됐고, 결국 시험보다도 용이하게 대학을 입학하게 된 통로가 됐다. 교육과 입시가 부의 대물림의 통로가 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져 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우리 사회 큰 이슈가 됐던 조국사태를 보면서, 이를 자녀에 대한 빗나간 사랑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강남에서 늘 일상적으로 행해져 왔던 일인데 운이 나빠서 걸린 일인지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얘기들이 있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이백만원대의 월소득가정을 이백충, 삼백만원대 가정을 삼백충이라 부르고 거주지에 따라 월거지, 전거지라 부른다. 전거지는 전세 사는 거지를, 월거지는 월세사는 거지, 휴거는 휴먼시아에서 월세로 사는 거지, 엘사는 LH아파트에서 사는 거지를 일컫는다. 주거형태나 가계소득에 따른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말이다. 이런 현상은 부모들의 의식이 자녀들에게 자연스럽게 투영돼 나오는 말이며, 이러한 의식 가운데 같은 반 학우를 가정형편에 따라 차별 대우하거나 또래 집단을 형성한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고 한다. 부모의 평소의 의식적 아니면 무의식적 행동과 말 등이 자녀의 의식으로 전이된다. 최근의 이슈가 되는 인권교육의 내용이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고찰해 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인권교육의 현주소는 개인의 침해받는 인권에 대한 지식과 개념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인권의 기본개념은 인간은 모두 소중한 존재로서 차이와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는 개인이나 이해 당사자의 보호받아야 할 인권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것이다. 이에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배려하고 연대의식을 갖도록 하는 공동체가 전제가 된 인권교육은 빠졌다. 1등만 한다면 모든 게 용서가 되는 사회다. 그렇게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해 왔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부모가 되어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건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면 왜 가정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하면서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다. 하지만 그러한 사고를 갖게 만든 건 바로 우리 기성 세대다.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가르치지 못하고 무조건 1등만 하라고 가르친 어른들의 잘못이다. 지금이라도 인권의 진정한 가치인 모든 사람은 차이와 차별 없이 존엄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공동체와 연대의식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 정희남 인천 노인보호전문기관장

[함께하는 인천] 대학입시 복잡할 이유 없어

백년지대계의 교육이 교육부의 실험적 정책 탓에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온 국민이 목숨을 걸다시피 한 교육문제에 정부의 정치적 목적과 철밥통을 유지하려는 부처 이기주의가 적폐처럼 이어지면서 한국의 교육문제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발버둥만이 교육의 목적이 되어, 모든 교육이 입시를 위한 과정으로 변질된 지 오래이다. 청문회로 불거진 장관자녀의 대입문제로 입시제도의 불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개악으로만 치닫는 대입제도는 늘 지적받아오던 일이지만 교육부의 문제투성이인 제도운영이 대통령의 잘못으로 돌아갈까를 우려한 정치논리 탓인지 정작 사태를 야기한 교육부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듯 비켜가고 있다. 학교가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어내야 하는 공교육의 기본목적조차 수행해내지 못하고, 겨우 학생들의 입시나 보조적으로 준비해주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개인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가 아니라, 입시가 교육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대입만이 목적인 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왜곡된 사교육시장의 발전은필연이다. 교육 탓에 개인과 가정이 피폐해지고 수많은 사회문제를 낳고 있지만, 교육부의 정책은 아무 이상 없다는 듯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어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체념상태에 놓여 있다. 교육의 문제점은 차고 넘쳐 들춰보기가 무서울 지경이다. 정시니 수시니 하는 다양한 대입제도가 고교생들의 능력향상이나 대학의 학생선발에 도움이 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사실 대학교육에는 학생들의 수학능력 외의 입시를 위해 행해지는 어떤 결과물도 중요하지 않다. 자기소개서를 잘못 쓰고, 면접을 잘못 보고, 봉사활동을 안 하고, 상을 못 받는 것들이 대학공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이를 학생선발과 연결 지을 이유는 없다. 입시전형의 다양성은 수험생들에게 불필요한 행위를 강요하고 대학에도 번거로움과 비용만을 들게 할 뿐 내세울만한 장점이 없다. 초중고에서 배운 지식이 평생 간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공교육이 입시을 위한 편법적인 과정이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모든 교과목을 빠짐없이 공부하고 그 성과를 평가받는 시험제도가 바람직하다. 학습 성과를 평가하는 단순하지만 공교육정상화에도 꼭 필요한 대입제도를 마련하여, 불필요한 스펙 쌓기를 중지시켜야 한다. 교육하기 위해 뽑는 절차에 불과한 입시제도의 복잡함은 무의미하고, 개인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준비하게 되는 수시전형은 입시의 공정성을 해쳐 적절하지 않다. 입시제도는 개인의 학습외적 요소가 반영되거나 개인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는 사항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정의사회 구현에 배치되고 실질적인 의미도 없는 복잡한 입시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입시를 단순화해도 학생선발에 문제 될 리 없다. 교육부는 수학능력시험만을 주관하고 학생선발은 대학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 교육부의 개입은 그렇게 필요하다고 주창하는 개인이나 대학의 창의력을 말살하여 한국교육을 망가트리고 있다. 정부는 교육부를 어떻게 재편해낼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구 고령화 현상은 기뻐해야 할 일

인구 고령화 현상은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얼마 전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스리니바스 타타(55) 사회개발국장이 신문사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필자는 노인복지 실천현장에서 20년을 넘게 일하면서 급속한 고령화는 국가적 부양 부담을 심화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던 가운데 이 같은 타타 국장의 언급을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물론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대책을 준비하지 못한 나라들도 있지만 한국은 연금제도를 상대적으로 늦게 도입했음에도 제도를 매우 빠르게 발전시켜 단기간 내 보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또 그는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정년이 연장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인과 젊은 세대가 주로 일하는 일자리 분야가 달라 일자리 경쟁도 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사회적 맥락에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65세, 태국 63세, 싱가포르의 정년은 62세이며, 최근 우리사회도 60세인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보장의 의미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망을 연장시키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고령화와 노년의 경제사회활동 참여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한국인의 사회적 관계망 보유 비중은 OECD에서 조사한 33개 국가 평균 87.1%보다 훨씬 낮은 60.9%로 조사국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사회적 관계망 비중이 50세 이후 고령층으로 진입하면 다른 연령대보다 전반적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국가와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던 기성세대들이 퇴직으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고 하루 세 끼를 집에서 먹는 소위 삼식이가 되면서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다. 노인자살률 중 60, 70대 남성 노인의 자살률이 다른 성별 및 연령계층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기퇴직한 50대 중후반 고령자의 자살률이 최근 급속히 중가함을 볼 때 정년연장을 통한 사회적 관계망을 연결 및 유지하는 것은 의미 있는 정책이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개발된 사회적 시스템이 모든 사람들이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을 할 때 직원 대신 기계를 사용한다거나 영화관에서 영화 티켓을 출력하고 팝콘을 먹기 위해 기계를 이용할 때의 느끼는 편리함은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배달해 시켜 먹는 젊은 세대에게 한정된 것이다. 노인들에겐 불편한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최근 SNS(social netwoking sevice)는 사회 관계망을 확충하고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은 이용할 수 서비스 접근성은 연령계층으로 볼 때 제한적이다. 노인들은 고독할 때 정신 건강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심리적으로 지지를 해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자체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까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회가 연대의식을 가지고 가족을 대신한 사회가 지지체계가 되어 사회관계망을 구축하고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 개발과 우리들의 따뜻한 시선, 관심이 필요하다. 정희남 노인보호전문기관장

[함께하는 인천] 우현 고유섭의 ‘아름다움’

성형외과 학술대회의 연제로나 또 학술지에 심심치 않게 다루어지는 주제는 바로 아름다움이다. 진료실에서도 외상 치료나 기형의 재건이나 외모의 향상을 위하여 찾아온 환자들이 상담 끝에 진료실을 나가며 내게 던지는 인사말 가운데 가장 공통적인 주문이 바로 예쁘게 해 주세요이다. 이렇게 흔히 쓰이는 예쁘다의 사전적 정의는 아름답고 귀엽다 이며, 아름답다의 뜻은 마음이 즐겁고 기쁜 느낌을 줄 만큼 예쁘고 곱다이다(연세한국어사전, 2003). 아름답다와 예쁘다는 마치 자신의 꼬리를 물려고 뱅뱅 돌고 있는 강아지처럼 그 정의에서조차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 작년에 Archives of Plastic Surgery라는 학술지에 사설(editorial)을 쓰면서, 이 학술지의 전신인 대한성형외과학회지의 창간호(1974년 10월)의 표지와 누런 갱지에 7편의 논문 목차를 사진으로 찍어 실은 일이 있다. 필자가 고등학생일 때 창간된 학술지를 여태 지니고 있는 연유는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시던 성형외과 선배님이 은퇴하며, 소장한 책과 학술지를 모두 인하대 성형외과 의국에 기증하셨기 때문이다. 학회장을 역임하시기도 한 그 선생님은 우리 과의 집담회에도 가끔 참석하여 후배 교수나 전공의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말씀해주셨는데 특히 미학에 대해서 하시는 말씀에는 조리가 있고, 내용이 심오하였다. 한참 뒤에야 그 선생님이 인천 출신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 선생(1905~1944)의 사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현 선생의 자녀 중 유일하게 아버지를 이어 미학을 전공한 따님과 결혼하여 아들만 둘을 두었고, 현재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된 앉아서 도자기를 살펴보는 동상이 바로 외조부를 가장 닮은, 그 선생님의 둘째 아들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자신을 예쁘게 만들어 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성형외과 의사로서 과연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참구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다시금 찾아 읽어보는 책이 바로 한국미술문화사논총 (고유섭, 통문관, 1966)이다. 아름다움이란 우리의 말은 미의 본질을 탄력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니, 아름이란 것은 안다의 변화인 동명사로서 미의 이해작용을 표상하고, 다움이란 것은 형용사로서 격, 즉 가치를 말하는 것이니, 아름다움은 지의 정상, 지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름이 추상적 형식논리에 그침과 달라서, 종합적 생활감정의 이해작용에 근저를 둔 것을 뜻한다. 나는 고유섭 선생이 말한 안다는 것은 지식만이 아닌 자신의 본질과 대상의 본질을 앎으로써 더 나은 진리를 찾아가는 그 과정을 아름답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 국립박물관 특별전 개막식에서 가끔 뵙던, 국립개성박물관이 그려진 명함을 주시던, 고유섭 선생님의 따님이 생각난다. 그리고 고유섭 선생의 미학을 전공한 따님이 투병 끝에 작고하였을 때 연세대 영안실에 조문하였던 것이 벌써 여러 해 되었다. 사람은 가도 그 업적은 남으니 아름다움이라는 화두를 곱씹을 때마다 그 부녀가 생각날 것이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본 우리사회 인권레짐

가치, 규범 및 규칙들의 총합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 레짐은 인간의 행태나 인간 간의 상호관계를 일정한 방향으로 결정하는 틀을 제공한다. 최근 매스컴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인권레짐은 그 사회가 갖는 특성과 환경에 맞는 인권에 대한 상대적 가치, 규칙 등을 의미한다. 얼마 전 일본의 노인인권 관련 단체와의 국제학술 포럼은 인권레짐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는 기회였다. 우리나라는 요양시설 학대 신고자가 보호자인 경우가 많은 반면 일본은 신고자가 보호자인 경우가 극소수라고 한다. 또 일본 시설 내 폐쇄회로(CC)TV 설치에 대한 인권레짐은 반인권적인 행위로 보며, 노인에 대한 억제대 사용도 반인권적 행태로 간주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신체적 구속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이러한 환경이 특별한 인권적 관점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시설 내에서 행해지는 서비스의 가치와 매뉴얼에 의한 행위라고 인식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CCTV 설치는 시설 내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함이 크다. 일본의 경우 보호자를 통한 시설 내 학대신고 및 민원이 거의 없다는 점은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인권레짐이다. 물론 보호자에 의한 신고가 없다는 것은 일본의 개호보험 시장 내에서 인력 및 시설인프라가 완벽하다는 전제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노인 요양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개인이나 여러 집단이 기본으로 삼는 원칙이나 목적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70년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다. 급속히 추진된 산업화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했다.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의 격차는 점점 심각해지고 사회적 약자 가운데 사회적 효용성이 없는 노인들은 경제발전 이라는 우선과제 속에서 소외됐다. 결과적으로 OECD 국가 중 빈곤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권과 복지에 대한 논의는 대권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당선 전략이 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인권과 복지라는 이슈가 필승전략이 됐다. 하지만 최근의 인권에 대한 가치와 제도들이 우리들의 의식과 가치관과 호흡을 같이 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성평등에 대한 가치는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지 않는 이슈였다면, 최근의 성평등은 남자와 여자의 양성평등만이 아닌 동성애와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평등과 같은 가치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의 미투 운동전개나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등이 시행되면서 사회와 조직내에서 인권유린을 당한 당사자들을 보호하고 차이와 차별을 당하는 반인권적인 행태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인권의 절대적 가치는 존엄한 인간 가치에서 평등의 이념을 추구하는 것이지 인권이라는 규범을 만들어 이를 지키지 않는 자들을 심판자로서 심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인권교육 또한 침해받는 인권에 대해서만 언급할 것이 아니라 더불어 평등하게 살아가야 할 가치를 가르치는 인권교육이 필요하다. 정희남 인천시노인전문보호기관장

[함께하는 인천] 펠로우가 누리는 특권

황건 얼마 전 맷 브라운 감독이 제작한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를 봤다. 인도출신 수학자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 1887-1920)의 삶과 업적, 그리고 그의 스승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하디교수(Godfrey Harold Hardy, 1877-1947) 사이의 우정에 관한 내용이다. 수학천재인 인도의 라마누잔은 정식 대학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수학 난제들을 독학으로 풀어 우편으로 영국의 하디교수에게 보냈다. 그 실력을 알아본 하디가 라마누잔을 초청해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하게 됐다. 그가 강의실로 가는 길에 인도 대신 잔디밭을 걸어가자 경비원이 그를 제지했다. 펠로우만이 잔디를 밟을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펠로우라는 직책이 무급조교에 지나지 않지만 이 책에서는 재미있는 내용을 발견했다. 하디는 트리니티의 펠로우가든(Fellows Garden) 주변을 뛰어다니는 토끼처럼 보였다라든가 라마누잔이 트리니티 칼리지의 펠로우가 됐다! 그는 높은 식탁(high table)에 앉았다. 그가 펠로우가 되어 콤비네이션 룸(펠로우홀)에 처음 입장했을 때 말굽모양으로 배열된 좌석에 앉아있던 선배 펠로우들은 신입회원인 라마누잔을 열렬히 환영했다 등이다. 그 대학의 펠로우들은 몇 가지 특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만이 펠로우 가든이라는 잔디밭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식당에서도 높은 테이블에 앉았고 또 그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펠로우 홀에서는 말굽모양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헌장, 권리청원, 권리장전을 통해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모토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나라의 가장 오래된 두 대학 중 한 곳에서 특수한 동료에게 특권을 부여한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첫째, 이러한 특권은 학문적 업적 또는 공공의 이익에 크게 기여한 학자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일 것이다. 둘째, 분초를 아껴 쓰는 학자들의 시간을 절약을 위해 잔디밭도 가로질러 다닐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각 분야에 뛰어난 연구자들이 식사 중에도 토의함으로써 서로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는 예상에서 나온 배려일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 식당에서도 가장 가까운 곳에 예약석이 있어 그곳에 교수들이 모여 앉아 자연스럽게 타과에 의뢰하는 환자들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영국에 왕립외과학술원(Royal Colleges of Surgeons, 1368년 설립)이 있는 것처럼, 미국에는 미국외과학술원(American College of Surgeons, 1912년 설립)이 있다. 외과의사로서 이들 단체의 펠로우가 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우리나라에도 대한민국의학한림원(NAMOK, National Academy of medicine of Korea)이 2004년 창립됐으며, 2016년 의료법상 법정단체가 됐다. 이곳에 모인 의학관련 학계의 석학들이 우리나라의 의과학을 더욱 발전시키고 후학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리라 기대된다. 이 글은 Hwang K. The Privileges Enjoyed by Fellows. J Craniofac Surg. 2019;29:1396를 편집인의 동의를 얻어 2차출판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권이라는 무서운 두 얼굴

얼마 전 인천시 인권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인권토론회는 인권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다양한 입장차와 날선 공방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토론내용 중에는 소외되고 차별받는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도 있었다. 일부 청중은 헌법에 성소수자에 대한 보호에 대한 근거가 있냐며 강한 어조의 목소리가 있었고 이에 동의하는 참석자들의 박수소리도 있었다. 또 교육관계자도 최근 학교 내에서 부는 스쿨미투 등으로 최근 지방의 한 교사가 교육청에 고발조치를 당해 수사기관에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살한 사건을 언급하며 수사 중 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것에 직위해제라는 불명예를 해당 교사에게 안겨 자살이라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성토도 했다. 최근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의 인권을 중시하는 것도 좋지만 이로 인한 교사들의 교권 및 인권 피해사례가 심각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인권은 책임이 따르며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노인복지현장 또한 신고자의 신고내용을 근거로 시설 내 입소 노인에 대한 학대 사실을 현장조사를 하게 된다. 신고자들이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관에 신고 및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일부는 언론사를 통해 제보도 하는 사례를 종종 겪는다. 많은 부분이 신고자의 진술에 의존해 기사화하다 보니 수사결과가 무혐의로 처리, 사건이 종결돼도 그 시설은 이미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지역사회에서 매장된 채 앞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 우리는 인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작 제대로 된 인권에 대한 개념과 내용도 모른 체 말이다. 더구나 제대로 된 인권교육을 받아본 사람들도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인권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때문에 기존의 차별 받고 소외되었던 사람들이 행복추구권이라는 인권의 기본적인 가치 속에 목소리를 내게 됐고, 사회 및 조직 안에서 권위적이고 반인권적인 조직문화가 정화되는 순기능을 갖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인권의 지식과 가치만을 추구하는 인권괴물이 반인권적인 행태를 자행하는 조직과 사람들에게 도끼로 목을 베는 무서운 도구로 인권의 잣대를 사용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나게 되고, 심판자만으로의 인권이 존재함으로 차별과 소외된 사람이 없게끔 살피는 평등적 측면의 인권의 가치가 점점 사라지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토론회 발제자가 인권의 실현은 악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결핍에 대한 충족이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지역에서 인권레짐을 구현하려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상상력과 패러다임 시프트가 요구된다. 인권을 이원론적인 진영론으로 해석하고 적용해서는 안 된다. 새가 좌우의 날개를 이용해 평형상태로 날갯짓을 할 때에야 장거리를 날 수 있는 것처럼 진정한 인권에 대한 가치실현은 지역에서 사는 시민들의 삶 속에서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밑바닥 인권체제를 구축된다. 인권중심의 가치중심 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복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권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장

[함께하는 인천] 미술관의 음악회, 국적을 넘어서

영화관에서 실황으로 중계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유로파 콘서트를 관람했다. 유럽의 문화유산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오케스트라의 창립기념일인 5월1일에 개최되는 이 음악회는 올해는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렸다. 유명한 조각품들 사이로 배치된 연주자석과 객석들, 그리고 이층 난간에서 내려다보는 청중들을 볼 수 있었다. 재작년에 방문했을 때 봤던 모네, 마네, 드가, 르누아르, 고갱, 고흐의 작품들도 눈에 스쳤다. 영국 옥스포드 출신의 다니엘 하딩이 지휘봉을 잡아 바그너(1813~1883), 베를리오즈(1803~1869), 드뷔시(1862~1918)의 작품들을 연주했다. 올해 서거 150주년이 되는 프랑스의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사랑의 장면을 담은 작품이 연주됐다. 젊은 시절에 베를리오즈에게 영향 받았다는 바그너의 발퀴레 중 보탄의 고별과 마법의 불도 연주됐다. 바그너는 게르만 민족주의자였으며, 반유대주의적 성향을 보였기에 히틀러(1889~1945)가 유난히 바그너의 음악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상주의 음악의 시조인 드뷔시는 인상파 회화처럼 음악의 표현 능력을 변혁하려 했다. 그는 바그너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파 음악에 대한 용감한 도전자였으나, 1차대전(1914~1918)의 포화를 들으며 56세에 죽었기 때문에 그의 직접적 후계자를 찾기 어렵다. 미술관에 소장된 회화 거장들이 활동했던 시기에 프랑스와 독일의 음악교류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미술관에서 연주하는 기획에 새삼 놀랐다. 지난 4월에 열렸던 환태평양 외상학회의 뒤풀이 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일본 모 대학의 외상학교수와 그의 지도 학생 생각이 났다. 작년에도 참가해 논문을 발표했던 그 젊은 교수는 노래를 시키자 돌아와요 부산항을 우리말로 꽤 잘 불렀다. 교수의 가방을 들고 다니던 젊은 친구는 전공의가 아니라 아직 전공이 정해지지 않은 의과대학 졸업반이라고 했다. 나의 전공이 성형외과학이라는 것을 알고는 내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는 한국 미용수술의 수준에 관심이 많으며, 어떻게 하면 한국에 와서 미용 수술을 배울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 젊은 졸업반 학생의 눈이 반짝거렸다. 마침 외상학회와 MOU를 맺으러 참가한 성형외과학회의 임원들을 그에게 소개시켜 줬다. 모임이 끝나기 전에 그가 걱정스러운 듯이 내게 물었다. 요사이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을 싫어하지요?(In these days Koreans dislike Japanese, arent they?) 내가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누가 뭐라하던 학문의 영역에서 우리는 친구야 (Whatever they say, in academic field, we was, are, and will always be friends). 아직도 음악회의 마지막 곡인 바그너의 발퀴레 중 한 곡을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웨일즈 출신 브린 터펠 경(Sir Bryn Terfel)이 열창하던 것이 생각난다. 웨일즈 출신의 성악가가 프랑스의 미술관에서 잉글랜드 지휘자가 이끄는 독일 관현악단의 반주에 맞춰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전 세계에 생중계되던 순간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도시는 변해야 산다

도시는 기원전 4천750년경 수메르(오늘날 이라크)에서 탄생해 이미 존재하여 왔고,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간의 삶을 담는 정주공간으로 존재할 것이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의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가 의미하듯이 인간이 존재하면서 그리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도시는 변화하면서 존재할 것이다. 도시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인류가 존재했지만 특정한 공간에 집중해 정착하지 않고 이동하면서 수렵과 채취를 통해 의식주를 해결했고, 자연조건에 순응하면서 삶을 영위했으며 그 기간은 도시의 역사보다 훨씬 길었다. 그 후 인류가 삶의 방식 변화를 꾀해 약 5천년 전에 농경목축생활의 시작으로 정착생활이 시작돼 특정한 공간에 마을을 형성했다. 농산물의 생산과 보관에 적합하거나, 자연재해나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에 유리하거나, 종교적 의미가 있고 집회가 쉬운 곳 등이 중심공간으로 자리하면서 도시로서의 싹을 틔웠다. 도시의 최초 원형은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에 접한 비옥한 대지가 있던 곳이며, 이후 4대강 문명발생지가 등장했는데 공통으로 큰 강을 접하면서 다양한 도시의 원형이 탄생했다. 종교의 중심지, 과학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문명의 중심지, 활발한 상거래를 통한 부의 중심지 등으로 발전하면서 도시의 기능도 변화했다. 정보기술발달에 힘입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한 오늘의 도시는 그 기능과 역할의 급격한 변화를 예측해 대응하는 것은 숙명적 과제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지난의 과제임을 도시의 탄생과 발전에 가장 깊은 통찰력을 가졌던 루이스 멈포드는 지적했다. 도시의 특성과 변천에 대해 약간의 이해를 얻는데 5천년의 시간이 걸렸으므로 여태까지 나타나지 않은 도시의 잠재적 가능성을 규명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와 같은 도시이해 어려움의 근원은 오랜 역사를 통해 변화했기 때문임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존재해 왔기에 향후 대응하기 위한 통찰력을 얻으려면 그 오랜 역사를 살펴본 후 역사의 지평선 끝까지 투시해야 하는 지난의 과제를 인류는 안고 있다. 변화의 추세와 변화의 방향 그리고 변화속도가 도시 존재의 핵심적인 요소임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변화의 과정에서 편승하기보다는 주체로서 한발 앞서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의 삶에 중심으로 자리 잡은 SNS는 변화 실태의 단면과 의미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실감과 대응은 그 중요성과 영향력의 변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담한 것이 그 좋은 실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글로 시작해서 불과 32시간 만에 3국의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도시를 경영하는데도 큰 의미를 주고 있다. SNS를 통해서 소통공감하면서 행정서비스 수요를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나아가 도시행정 조직과 인사관리 시스템의 혁신적 정비도 변화를 주도하는 한 방법이다.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서 나서야 도시는 살아남는다는 것을 도시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외과의사 수술실력 유지의 비밀

얼마 전 나는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Nabucco)를 관람했다. 플라시도 도밍고(Plcido Domingo)가 주연이고 제임스 레바인(James Levine)이 지휘했으며 뉴욕메츠오페라(Metropolitan Opera)가 제작한 대작이다. 관객들의 박수에 대한 응답으로 레바인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한 번 더 연주했다. 날아라 생각이여 황금빛 날개를 달고(in catene, soggetti a lavori forzati, Va, pensiero, sullali dorate)로 시작되는 주옥같은 멜로디였다. 세계적인 세 테너(Three Tenors) 중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2007)는 타계했고, 까레라스(Jos Carreras, 1946~)는 건강상 이전 같지 않지만, 도밍고(1941~)만큼은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공연 당시 도밍고는 76세였다. 나는 이 성악가가 어떻게 노령에도 최상의 목소리를 유지해 완벽한 아리아를 불렀는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은 레바인, 도밍고, 그리고 메츠오페라의 총책임자인 겔브(Peter Gelb)가 나눈 대화에서 풀 수 있었다. 레바인: 오페라라는 예술의 형식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세상의 종말은 아닙니다. 도밍고: 나는 마음속에 노래하는 법을 정확하게 알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먹은 것과 비슷하게 부른 적은 있지만, 완벽하게 노래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겔브: 이토록 오랫동안 노래 부를 수 있는 장수의 비밀(secret of longevity)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도밍고: 오페라를 준비할 때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나는 피아노로 그 곡을 쳐보긴 해도, 곡을 잘 알기 전까지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레바인: 성악가가 목소리를 낭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페라의 아리아는 목소리가 아닌 머리가 하는 일이니까요.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문득 외과의사인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너는 너의 계획대로 정확하게 수술을 수행하고 있는가? 수술은 치밀하게 계획된다. 수술 전날 침실 천장은 수술대가 되고 형광등은 무영등이 돼 절개를 가하는 순간부터 닫을 때까지의 과정을 마음속으로 가상의 수술을 한다. 그러나 다음날 수술실에서는, 도밍고가 말한 것처럼 마음먹은 것과 비슷하게는 될지언정, 의도한 대로 100% 똑같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성형외과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길리스박사(Harold Gilles)가 78세까지 집도했다는 장수의 역사를 떠올리며, 고령에도 어떻게 그 수술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첫째, 성악가가 목소리를 아끼듯 외과의사는 눈을 아껴야 한다. 둘째, 기본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수술은 단순히 손의 일이 아니라 뇌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Hwang K. The Aging Surgeon and the Secret of Longevity. J Craniofac Surg. 2019;30(1):12를 편집인의 동의를 얻어 2차출판한 것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인권 측면에서의 CCTV 설치

최근 요양원의 폐쇄회로(CC)TV설치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다. 입소 노인 및 종사자의 사생활보호 등 인권 측면에서 CCTV 설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 있지만 학대 상황 등이 의심될 때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감시 차원에서 CCTV는 필수라는 찬성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에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사회복지시설 내 CCTV 설치가 입소 노인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공익 목적에 맞지만 오히려 입소 노인과 종사자의 사생활과 자유 등이 침해될 우려가 상당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에 사전에 입소 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중증환자 생활방 등 반드시 필요한 장소에만 제한적으로 설치하며 운용 과정에서 종사자 등의 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는 등 CCTV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과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요양원 내에서 발생하는 학대 의심 신고에 대해 항상 현장조사를 추진한다. 이때 신고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기본적으로 CCTV를 확인한다.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해당 시설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기초단체를 통해 행정명령 및 조치를 취하며 신고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학대판정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보육시설에서는 2015년 인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전국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는 사전에 아동 학대 등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예방하기 위함이다. 학부모도 불안한 마음에 없애고자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문제는 실제 통계상 보육시설 내의 아동 학대문제는 줄지 않고 도리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일본에서는 요양원 내 CCTV설치가 반인권적인 행태로 인식하고 금기시하고 있다. 아무리 인지가 없는 치매노인이라도 CCTV는 반인권적이며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시설 내 억제대 사용과 침대에 불필요한 가이드레일을 사용, 침대 밖으로 노인을 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식도 신체적 구속 및 학대로 엄격하게 규정한다. 우리도 시설 내 학대 문제를 CCTV 감시 및 모니터링으로 해결학기 전 근본적인 노인 인권의식이나 노인학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예방책 등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실제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노인 요양원의 학대문제는 케어를 하는 과정에서 노인들이 종사자의 요구에 잘 따르지 않거나 거부하는 행동을 할 때 나타난다. 이에 종사자의 당시 심리상태에 따라 영향이 다르게 미친다. 이에 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관리법이나 갈등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 또 중증치매노인과 같은 수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적절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위한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CCTV 논란은 비록 시설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돼 관련 논의가 감시 측면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일본처럼 시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노인에 대한 존중과 존엄케어라는 인권적 측면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복지전문기관장

[함께하는 인천] 깨달음의 노래, 남기는 노래

선승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 처음으로 읊은 깨달음의 노래(오도송悟道頌)는 대개 화려하고 비유적이며 자신이 직접 작성하기 마련이다. 반면, 이들이 입적할 때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는 노래(열반송涅槃頌, 임종게臨終偈)는 화려한 언사도, 비유도 거의 없으며, 친필로 남기기도 하지만, 제자가 받아 적기도 한다. 깨달음의 노래를 처음 지은 이는 9세기 당나라의 동산스님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개울을 건너다 개울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동산과수(洞山過水)라는 게송을 남겼다고 한다. 그 뒤로 하나의 전통이 되어 많은 선사가 후인들에게 깨달음의 지표로 깨달음의 노래를 남겨 줬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언절구나 칠언절구 형태의 한시로 작성돼왔다. 법정스님처럼 형식적이라는 이유로 남기는 노래를 남기지 않은 분도 있지만, 우리말 시나 시조의 형태로 남긴 분도 더러 있다. 지난 5월 말 입적한 설악산 신흥사의 무산 조오현스님은 돌아가시기 약 2달 전인 4월 초에 발표한 시가 그의 남기는 노래가 됐다.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 보니 온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돌이켜보면 내가 시인으로 등단하고 지금까지 글을 계속 써 온 것은 바로 오현스님 덕택이었다. 스님의 절간이야기라는 작은 시집을 읽다가 그 가운데 파도를 발견하고는 만나본 적도 없는 그 시인을 동경하기 시작했고, 정신없이 시인의 작품을 찾아 읽었다. 모든 시가 다 좋았지만 허수아비 나 아득한 성자 이야기, 적멸을 위하여 등을 보고는 그 시인의 마음을 연모하게 됐던 것이다.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천경(千經) 그 만론(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이 시가 오현스님의 깨달음 노래이며, 낙산사에 계실 때에 쓴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선승이나, 시인이나, 학자의 공통점은 그 무엇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을 걷는다는 점일 것이다. 대학에서 평생을 지나며 정년이 가까워진 나는 이러한 게송(揭頌)처럼 무엇을 남길 수 있나 하고 생각해 봤다. 꼭 40세가 되는 해 국제학술지에 처음 주저자로서 논문을 실었을 때를 떠올려 봤다. 동반저자로 실었던 적은 많았지만 내가 주저자가 되었을 때의 감동은 비로소 학계에 첫발을 내디딘 성취감을 주었다. 그러므로 이것을 나의 깨달음의 노래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 후 20여 년간 마치 스님이 도를 닦듯 끊임없이 논문을 썼고 그것이 출간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됐다. 간혹 내가 쓴 논문들이 인용될 때의 뿌듯함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도를 설파한 듯한 환상에 젖게 하였다. 내가 학자 생활을 마칠 때, 그래서 더는 논문을 쓰지 못하게 될 때는 내가 쓴 논문들을 모두 살펴보련다. 그리고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한 편을 골라 나의 남기는 노래라고 이름 붙이려 한다. 비록 스님의 게송처럼 입에 착 달라붙는 시구가 아니더라도 내 삶의 무게가 모두 실렸을 테니.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도시재생은 미래 산업이다

지난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 동안 인천항 8부두에서 2019 도시재생 산업박람회가 개최되었다. 도시엔 활력을, 지역엔 일자리를 슬로건으로 축구장 2개 넓이의 인천항 8부두 옛 곡물창고(상상플랫폼)에서 136개 지자체를 포함해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 총 261개 기관이 참여하여 80여개의 부스를 운영하였다. 각 기관과 지역의 도시재생 사례를 홍보하고 정보를 공유했으며, 관련 분야 국내외 석학과 마을활동가 5천여 명이 참여한 국제컨퍼런스와 세미나, 워크숍 등이 10여 차례 진행되었다. 4일 동안 총 8만8천명이 참여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박람회장 주변의 원도심 식당가와 호텔은 고객이 급증해서 음식재료가 동나고 투숙객이 꽉 차 평일에 기대 못 했던 특수를 누렸다. 행사장인 상상플랫폼을 포함해서 중구 신포동과 북성동 일원에 버려진 창고시설을 전시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인천시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 기여하고 본격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해 대구박람회에 비해 문재인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추진상황과 관련 정보를 전시한 박람회는 이번이 처음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시재생이 아직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개념조차 낯선 상황에서 딱딱한 주제를 갖고 진행한 박람회인데 기대 이상의 많은 시민과 기업이 참여하여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길라잡이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또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고 잘 알려지지도 않은 인천항 8부두 옛 곡물창고에서 개최한다는 것도 모험이었는데 개막 첫날에만 4만 명 가까운 관람객이 몰리며 박람회장은 연일 발 디딜 틈 없이 대성황을 이루었다.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것은 민간기업 31개 회사가 76개의 부스를 만들어 참여한 것이다. 주민주도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의 특성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국내 민간 기업이 참여를 기피하던 분야에 기업의 참여는 그 성공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도시재생은 주민이 주도하고 그 성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매력적이지 못한 정책이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전 세계 모든 도시가 안고 있는 쇠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이다. 고령화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재개발과 재건축은 더는 사업성이 없을 뿐 아니라 주민이 체감할 수 없는 방법이다. 이에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사업방식으로 주민의 공동체를 회복하여 안전하고 편리하며 깨끗한 도시공간을 만들어 지속적인 삶의 터전을 꾸려가는 방안으로 도시재생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의 기본 방향은 주민과 지역이 주도하여 쇠퇴한 지역의 도시공간을 혁신하고, 도시재생경제를 활성화해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기존의 도시재생 전략과의 특징적인 차이는 도시재생 경제조직을 활성화하고, 민간 참여모델을 마련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연간 10조 원씩 5년 50조의 마중물을 투입하여 도시재생 산업기반을 구축하여 지속적인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우리의 미래 산업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헌법재판소 구성에 관한 개선방안

고문현 최근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싸고 헌법재판관의 자격이 주목받았다. 헌법재판은 개방성불확정성이 두드러진 헌법규정을 통해 헌법규범과 헌법 현실 사이 최적점을 찾는 것이 과제이기에 통상의 재판절차에서 이루어지는 법률해석 또는 법 발견과는 다르다. 이와 같은 헌법해석은 헌법재판관의 선이해에 기초한 선입판단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어 헌법재판절차의 공정성투명성과 더불어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공정한 헌법재판관 확보는 정당한 헌법의 존재와 함께 헌법재판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한국의 현행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구성이 이러한 요청에 부합할 수 있는지, 미흡한 점이 있다면 헌법재판관 자격을 중심으로 그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행 헌법상 9인의 헌법재판관 자격은 40세 이상으로서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로 한정하고 있다. 또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그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하고,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다. 이 중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의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한정하는 규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 헌법소송에서는 일반소송과 달리 정치적 또는 정책적 고려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일반소송을 다루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로 헌법재판관 자격을 한정하는 것은 논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 현실적으로 법관자격이 없는 법학교수를 헌법재판소 재판관자격에서 배제하는 것도 의문이다. 헌법학교수를 포함해 법학교수 중 법관자격을 가진 자는 소수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재판에서는 소송절차 등에 관한 기술적 지식이나 경험보다는 헌법정책적 판단이 중요하고 이와 관련해 이론적 토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현실적으로 법관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이러한 소양을 갖춘 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법학교수가 재판관으로 참여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이상의 문제점을 토대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자격에서의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헌법재판에서는 헌법정책적 판단이 중요하고 이 중 이론적 토대가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법관 자격을 가진 사람 중 이러한 소양을 갖춘 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법학교수에게 헌법재판소 재판관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한 경력을 지닌 법학교수에게 법관자격을 인정하는 법률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변호사법 개정이 답이 될 수 있다. 법원조직법 제42조에서는 변호사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도 법관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변호사법을 개정해 일정한 자격을 지닌 법학교수에게 변호사자격을 인정하면 굳이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자격을 지닌 법학교수가 법관자격도 갖고 헌법재판관 자격도 함께 인정받을 수 있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함께하는 인천]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기대와 우려

문재인정부는대선공약으로요양보육서비스를제공하는근로자처우를개선하고서비스질을높이겠다는취지에서그간민간에맡겨온사회서비스를국가가기구를설립해직접제공하는사회서비스공단설립안을내놓았다. 현재사회서비스공단에서사회서비스원(院)으로명칭이바뀌었지만민간이주도해온사회서비스를국가에서주도한다는점에서내용은크게달라지지않았다. 사회서비스원은국가나지자체가사회복지시설을설치해운영할수있고유관법률에따른직접서비스를제공할수있으며사회복지법인및시설설립과설치운영등재무회계법무노무등에대한상담및자문기능과사회서비스종사자처우개선과고용안정성향상을위한사업등을담당한다. 시범 사업이 추진된 서울시는 2019년 사회서비스원이 실제 설립됐고, 경기대구경남은 설립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2019년부터위탁계약이끝난국공립어린이집,공립요양시설등3천여개를직접운영하는시범사업을추진할 계획이다. 계약이끝난시설이나문제가있거나운영을포기한시설,신규시설부터단계적으로흡수한다는 계획이며관련종사자는사회서비스원소속직원으로채용된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지난 3월 11일 출범했으며,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는 사회서비스원은 장기요양, 노인 돌봄, 장애인 활동지원 등 각종 지역사회의 돌봄 서비스를 통합연계해 제공하는 종합재가센터와 새롭게 확충하는 국공립사회복지 시설, 그리고 신축 국공립어린이집 등을 연차별로 5개소씩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복지서비스 품질관리, 민간기관 지원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종합재가센터는 올 하반기 권역별 4개소를 시작으로 향후 전 자치구로 확대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지난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84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하지만 국가를대신해사회서비스를제공해온민간부문에서는 긍정적인 여론보다는 부정적인 시선이큰 게 현실이다.사회 서비스원이설립된다하더라도지금민간시설에인력처우개선에한계가있고서비스질관리에어려움이있어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경기도는 2018년 말 도내에서 4번째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설치 및 운영하게 됐고 경기복지재단이 이를 위탁해서 운영하게 됐지만 직원의 계약을 올 연말까지로 못 박았다. 2019년 말 도내에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됐을 때, 운영을 사회서비스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이다. 이때 직원들에 대한 고용안정과 근로환경은 민간위탁 운영 때보다는 좋아질 거라 예상할 수 있지만, 센터장은 전문성을 담보한 인력이 아닌 공무원들로 충원되거나 자자체 단체장들의 낙하산 인사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이 사회복지 공공성 강화의 플랫폼으로 의미를 갖는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공공성 일자리 81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서비스원이 된다면 분명히 시스템이 오작동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 이 때문에 막대한 혈세가 낭비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복지전문기관장

[함께하는 인천] 내 노래에 작별을 고하다

나는 혼자 있을 때 노래 흥얼거리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져서인지 혹은 가사가 나오는 노래방 기기에 익숙해져서인지 이제는 즐겨 부르던 정지용의 향수나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 (My Way)등 애창곡의 가사를 끝까지 기억하지 못한다. 가사를 기억하는 것은 내가 43년 전 졸업한 고등학교의 교가와 응원가뿐이다. 재학 시절 조회 때마다 불렀고 졸업 후에도 모교 팀의 운동경기가 있으면 목청 높여 따라 부르던 노래들이니, 더 늙어서 치매가 온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기억하는 노래가 될 것 같다. 독립선언서를 초안하고 민족대표로 삼일만세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렀으나, 후일 친일로 전향했다고 알려진 시인이 작사한 모교의 교가를 나는 아직 정확히 외운다. 잘 집(많은 집), 즈믄의 아이들(천명의 학생들), 볼재(현재 현대사옥근처의 언덕)등 옛 용어가 섞여 있어 역사성도 있다. 일제 시대에 일본말 교가만 부르라는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이 웨이 를 부른 프랭크 시나트라가 마피아를 등에 업고 연예활동을 하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1986년에는 그와 마피아와의 관계를 폭로한 그의 전기 그의 길(His way)이 출간됐다. 향수(1927)를 쓴 정지용은 나의 고교 선배로서 삼일 운동 때 교내 시위를 주동하다가 무기정학을 받았다. 1950년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사라진 그는 월북시인으로 낙인 찍혀 그의 시들은 출판 정지됐으나 1988년 월북작가들의 해방 이전 작품에 대해 국내 출판이 허용돼, 오늘날 애창곡으로 불리고 있다. 누가 지었건, 누가 불렀건 간에 노래는 노래로서의 의미가 있다. 문득 옛날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어떤 강직한 선비가 여행길에 굶주려 쓰러졌다. 마침 어느 악명높은 도둑이 그를 불쌍히 여겨 더운물에 말은 밥을 먹여 살려냈다. 의식을 회복한 선비가 굶어 죽더라도 도적이 주는 음식을 먹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 모두 토해내려다가, 그만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서 숨이 막혀 죽고 말았다(열자 설부편). 사람은 도둑이었지만 그 밥은 도둑이 아니다. 밥을 준 사람이 도둑이라고 해서 밥도 도둑이라 생각한 것은 명분과 실질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열자는 말했다. 이처럼 경직된 생각은 생명을 위태롭게까지 만드는 것이다. 훌륭한 노래와 시는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는 자생력이 있다. 맥아더 장군(1880-1964)의 퇴임사 중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도 옛 군가의 한 구절(Old soldiers never die, Never die, never die, Old soldiers never die, They simply fade away)을 인용한 것이다. 이제 내가 즐겨 부르던 나의 교가와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교가의 작사가가 친일의 행적을 남겼다는 이유로 더는 학교에서 부를 수 없게 됐다. 운동장에서 한목소리로 우렁차게 메아리쳤던 교가가 앞으로 후배들이 부를 가사와 달라질 때, 내 머릿속에는 서로 다른 이념이 불러오는 서글픔이 한층 더 물결 칠 것 같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함께하는 인천] 소통? 말이 아니라 몸으로

먼 옛날 전장에서 횃불로 신호를 보내는 봉수대로부터 파발마를 이용해 파발꾼이 공문 등을 나르는 시대에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통신 혁명에 의해 소통의 수단이 놀라운 정도로 발전하고 일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소통은 그 수단의 발전에 비해 내실을 챙기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통근 지하철에서는 모두 스마트폰에 빠져들어 자기만의 무언의 소통을 하는 것 같다. 오랜만에 가족이 한 식탁에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단연 가장 인기 있는 반찬은 스마트폰이다. 정성을 다해 차려놓은 밥과 반찬에 집중하기보다는 눈과 귀는 스마트폰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가족 간의 대화는 엄두도 못 내고 과묵한 가족 만찬이 일상으로 된 사회를 정보혁명의 탓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허망하다. 정보통신 혁명의 역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인간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으로 현실적인 소통의 문제는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날로 소통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하듯이 대형서점에 소통에 관한 서적이 많은 인기를 얻고 팔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비롯한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소통전문가를 초청하여 강의하는 사례가 많다. 많은 전문가가 나서서 소통의 중요성과 효율적인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매우 진지하고 철학적이며 솔깃한 내용이다. 그러나 일상 현실은 강의내용과 철학적 설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가 소통을 통한 수평적 공감을 위해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회식에 대해 인식의 차이가 그 예이다. 비교적 나이 든 상사는 소통의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통적인 회식을 동원하지만 젊은 부하는 회식을 피하고 싶은 일과로 여긴다. 회식을 하면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얘기하면 진솔한 소통이 될 것이라는 상사의 전통적 개념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실제 모습이다. 부하의 입장을 인식하지 못한 전통적인 상사의 고정관념이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직장을 벗어나 사회에서도 많은 도시 문제가 근본적으로 소통의 부족으로 기인함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인천시 행정에서도 박남춘 시장이 소통의 중요성을 반영하듯이 시장직속의 소통협력관을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직 성과가 짧지만 기대가 크고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 보다 고도의 효과적인 소통전략과 적극적인 실행이 요구된다. 소통이 중요한 만큼 실제는 어려운 것이 그 특성이다. 소통의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불통이 되는 것이다. 방법을 알면서 실천해야 비로소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행을 잘못하면 불통을 낳게 된다.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고 남을 내 방식으로 이해시키는 것은 불통을 쌓이게 한다. 내 스스로 정확히 인식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소통의 출발이다. 스스로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변화를 한 후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하의 생각과 요구를 파악하고 나하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인식하면서 스스로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의 인식과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들어주는 것이 진정 소통의 출발일 것이다. 머릿속에서 또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으로 실행하는 것이 소통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함께하는 인천] 탁상행정의 참혹한 결과 가져온 정비사업

적정 분양가에 양질의 주택공급은 모든 정권의 목표사업이나 공급할 대지가 부족해 외곽지역에 공급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은 사업 진행이 더딘 정비사업지를 접목시켰다. 정비사업지는 구도심 중 교육, 교통, 문화 등 인프라가 좋으나 주거환경이 낙후된 곳으로, 지리적 장점이 있어 양질의 주택공급이 가능한 곳이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자금을 지원해 주변 시세의 80% 금액으로 일반분양을 공급하고, 용적률 및 사업기간 단축으로 정비사업조합의 손실은 보완해 이론적으로는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됐다. 2015년 시범지역을 시작으로 2016년 초 많은 정비사업조합이 공모했으며 국토부는 인프라가 좋은 지역을 선정 발표했다. 그러나 3~4년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참혹하다. 대부분 구역은 현재까지도 착공을 못 하고 있다. 정권의 보여주기 식 실적만 쫓은 결과다. 정비사업은 주민들이 이익 및 손해에 대해 책임지는 사업이다. 이들이 손해를 입으면서 사업이 진행될 수 없는 구조이다. 정책입안 시 정비사업의 손해를 막고자 용적률 등 혜택과 사업기간 단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법적 제도는 미약했다. 일부 공모지는 각종 심의 시 뉴스테이임을 강조해 용적률 및 사업기간 단축을 주장했으나 심의 위원들은 법에도 없는 혜택을 무슨 근거로 주느냐며 반대했고, 심의만 수개월의 기간이 필요해지면서 조합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각종 심의 시 잘려나가는 사업성을 감수해야만 했다. 최초 예상보다 사업성이 깎인 계획서를 쥐고 있다. 정비사업은 수익금에서 지출을 뺀 금액을 조합원 자산에 나눠 그 비례율을 산정한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연계형 정비사업의 초기에는 이 비례율이 100%를 유지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그러나 현재 각 사업지를 보면 그 비례율을 지킬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수입은 인수자가 공모선정 된 현 시점 기준 3~4년 전 시세의 80%에 인수금이 결정 하는데 지출은 현 시점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3~4년간 토지대 기준인 공시지가는 수십 %가 인상, 공사비 등 지출가격에 대한 소비자물가지수는 4~5%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은 HUG의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에 인수자 선정 시기를 빠르게 가져가 각 사업지의 옥석을 가리고, 정책자금의 안정적 확보 등에서 인수가 변동을 안 두고자 한 것이다. 이러면 조합은 손실이 있지만, TF팀을 구성해 빠르게 사업을 진행해 인수 완료 후 1년 정도의 시간 안에 그 손실이 나오지 않게 하려는 복안이 있었다. 일반적인 정비사업은 정비구역지정, 사업시행계획 수립, 관리처분계획, 이주 등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정책을 믿고 사업을 변경한 조합원이 모든 것을 떠안는 방법밖에 없다. 시간이 흘러 주변 분양시세도 올라갔음에도 3~4년 전 시세의 80%에 일괄매각 하라고 한다면 손해는 조합원의 몫이다. 이미 사업이 진행된 곳은 적정 인수가 책정이 필요하고, 그게 아니면 사업을 전면 철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적을 위한 탁상행정이 만든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책임 있는 보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형규 부평4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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