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사고 친 초선 살고, 죄 없는 다선 퇴출

이렇게 묻는 것도 재밌는 접근이다.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까 걱정되느냐.’ 권위 있다는 한국갤럽의 설문이다. 제일 많은 답변이 32%였다. ‘공익보다 사익을 위하는 사람.’ 두 번째 많은 답변은 21%였다.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사람.’ 네 번째 답변은 14%였다. ‘능력, 경험 부족한 사람.’ 그런데 그 중간에 싫은 사람이 있다. 세 번째 많은 18% 답변이다. ‘막말, 혐오 발언하는 사람.’ 이런 설문과 통계는 드물다. 오죽하면 이랬을까. 부패, 무능, 독재, 갈등…. 많은 정치 이슈가 있다. 근데 막말 혐오가 꼽혔다. 막말 정치가 준 피로가 그만큼 크다. 21대 국회에서 특히 그랬다. 욕설, 저주, 비방, 깐족, 음란…. 내용이 험악해 옮기기도 민망하다. 국회 윤리위원회 통계에 방증이 있다. 지금까지 52건이 제소됐다. 중복 10명을 제하면 42명이다. 거기서 제일 많은 게 ‘입’이었다. 막말하고, 욕하고, 명예훼손했다. 의원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몇 선(選)이 몇 명일까. 5선의 관록 의원이 2명이다. 4선 의원이 6명, 3선 의원이 5명이다. 여기까지가 보통 다선의 경계다. 나머지는 초선과 재선이다. 초선이 21명으로 제일 많다. 막말만 있는 게 아니다. 위안부 기부금 횡령으로 회부됐다. 회기 중 코인 거래로 회부됐다. 제3자 뇌물 수사로 회부됐다. 국민을 부글거리게 한 대표적 사건이다. 이것도 다 초선 의원들 짓이다. 이렇게 유권자를 실망시킨 초선들이다. 여기에 다선이 우선 축출돼야 할 이유가 있나. 국회 밖에서 내린 판단도 하나 살펴보자. 경실련이 1월 중순 발표한 낙천자 명단이다. 공천 주면 안 될 의원 34명을 꼽았다. 8개 기준을 제시했는데 판단에 차이가 있다. ‘반개혁 입법 활동’ 등이 그렇다. 기준 자체부터 진영 쏠림 현상이 있다. 이견 없이 판단할 기준에 이런 게 있었다.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의원’. 이 기준에 여야 의원 11명이 포함됐다. 3선 2명, 재선 1명이고 나머지 8명이 전부 초선이다. 여기서도 다선만 쫓아낼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4년 전, 여의도는 초선 축제였다. 처음 입성한 얼굴로 꽉 찼다. 5선 12명, 4선 20명, 3선 41명. 다 합쳐 봐야 73명이었다. 나머지는 재선 69명, 초선 153명이다. 초선만 따져도 52%, 재선까지 합치면 75%다. 초·재선이 혁명의 조건이었다면 혁명은 21대 국회로 완성됐다. 그런데 안 그랬다. 초선들의 문제가 훨씬 많았다. 그렇게 4년 지났는데 똑같은 깃발이 또 내걸렸다. ‘다선 퇴출’이라는 선동이다. 역시 근거는 없다. 그냥 나가란다. 영남 다선은 다르다. 호남 다선도 다르다. 거기는 공천 받으면 거저먹는다. 누굴 꽂아도 당선이다. 그 다선은 유권자가 만든 게 아니다. 권력이 선물한 다선이다. 권력이 그 선물을 회수해 가겠다는 거다. 누가 뭐랄 건가. 하지만 수도권은 다르다. 선수(選手) 하나하나를 유권자가 만들어줬다. 지역민이 쌓아올려준 역사다. 이 다선을 배제하는 건 유권자를 배제하는 것이다. 권력이 나서 민의를 틀어보려는 것이다. “참 어려운 얘기네요.” 국회 담당 ‘김 반장’ 얘기다. 여의도 현실에 맞는 조언이다. 이미 국민의힘은 ‘다선 배제’를 선언했다. ‘-15·-35%’ 감점 표까지 발표했다. 다선 배제 없다는 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불출마’, ‘험지 출마’는 다선 퇴출의 에두른 표현이다. 결국 다선은 쫓겨나기 시작할 거다. 거기에 이런 지적이 무슨 ‘약발’이 있겠나. 그런데도 몇 자 적고 가려는 이유? 그건 다선 축출에서 풍기는 고령 퇴출의 패륜적 냄새 때문이다.

[김종구 칼럼] 철도 지하화, 시범사업 선정까지 공약해야

‘까마귀 꿩 잡을 계교’라 했다. 어리석은 잔꾀를 비웃어 이르는 말이다. ‘산엘 가야 꿩을 잡고 바다엘 가야 고기를 잡는다’고 했다. 무슨 일이든지 힘을 들여야 이뤄짐을 뜻한다. ‘쑥구렝이 꿩 잡아먹는다’고 했다. 못난 사람이 놀랄 만한 일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꿩이 귀하긴 귀했는가 보다. 꿩을 소재로 삼는 속담이 참 많다. 훌륭한 식재료로서의 권위(?)도 느껴진다. 역시 최고는 ‘꿩 잡는 게 매다’다. 제 구실을 다해야 명실상부하다는 것을 이른다. 가히 꿩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경부철도 수원 구간 지하화 공약이다. 철길을 땅속에 집어넣겠다는 얘기다. 약속한 구간은 수원역에서 성균관대역이다. 4.7㎞쯤 된다. 사업비는 2조1천억원에서 4조원으로 예상했다. 관련 특별법으로 조달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한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이하 철도 특별법)이다. 생활권 단절, 균형 발전, 도시 재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동·서 수원 불균형은 오랜 현안이다. 그 원인은 주로 공군 비행장에 모아졌다. 서수원이 직접 피해 지역임은 맞다. 하지만 이 분석이 전부 옳은 건 아니다. 하늘길이 동네 따라 쪼개졌을 리도 없다. 동쪽에도, 남쪽에도 피해는 있다. 그보다는 동∙서를 선명히 가르는 선을 주목해 보자. 경부선 철도다. 1905년 개통 이래 수원을 쪼개고 있다. 경기도청, 수원시청까지 다 동쪽에 자리했다. ‘철길 넘어 산다’는 표현이 있었다. 빈부를 구별하던 수원 토박이 언어였다. 서수원 정치에선 불균형이 첫째 화두였다. 선거를 가리지 않고 공약으로 등장했다. 1호는 단연 비행장 이전이다. 이번 공약에도 첫머리로 등장할 거다. 여기에 철도 지하화가 추가로 등장했다. ‘남북 철길을 땅속에 집어넣겠다.’ 난생 처음 얘기는 아니다. 간혹 구호처럼 등장했었다. 비중 있게 토론되지는 못했다. 전혀 현실성 없다고 봐서다. 총연장 441.7㎞짜리 경부철도다. 수원 구간은 10㎞ 남짓이다. 수원만 해줄 리 없다며 지레 질렸다. ‘그 후보’가 가능성 근거를 말했다. ‘철도 특별법이 생겨서 가능해졌습니다.’ 철도를 지하에 넣고, 지상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조(兆) 단위 예산을 마련할 방법이다. 그래서 자세히 봤다. 수원이 주목할 부분이 있다. ‘선도 사업 선정’. 시범 구간을 먼저 한다는 얘기다. 국토부 과장이 설명했다. “선도 사업이 되는 구간은 1~2년 단축 효과가 있다.” 대상지 선정 시한을 연말로 특정했다. 이러면 얘기가 다르다. 시범 지역에 선정되면 가능하단 말이 된다. 늘 발 빠른 곳들은 있다. 벌써 용산·영등포·구로·서대문·도봉구가 움찔댄다. 부산, 대구, 대전도 가세할 태세다. 수원도 서둘러야 할 거 같다. 이런 때 수원의 한 후보가 치고 나간 것이다. 이틀 만에 그 당 대표자도 내려와 거들고 갔다. 당 차원의 약속인가. 미흡하다. 중요한 게 빠졌다. ‘수원지역 철도를 지하화하겠습니다’가 아니라 ‘수원지역을 철도 지하화 선도 사업지로 선정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그것이 공약의 완성이다. 꿩 잡는 게 매라고 했다. 선거만 되면 사방에서 꿩을 날린다. 후보마다 자기가 꿩 잡을 매라고 한다. 수원 철도 지하화는 매력 넘치는 꿩이다. 유권자들 귀에 솔깃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다들 묻는다. ‘이 꿩 실제로 잡을 수 있는가. 당신이 잡을 것인가.’ 표 얻을 답은 정해져 있다. ‘수원을 선도 사업지로 따오겠습니다.’ ‘그 후보’가 답해도 좋고, ‘상대 후보’가 답해도 좋다. 시민들이야 뭘 따지겠나. 좋은 공약에는 원래 독점권이란 게 없다. 분단 119년 동·서 수원, 철길 없애 합칠 때 인건 분명하다.

[김종구 칼럼] 당신 옆에 막말·증오 정치, 낙선

앵커가 묻는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손학규 전 대표가 답한다. “등산도 하고, 좋은 사람들하고 막걸리도 마시면서 잘 지냅니다.” 그가 말한 ‘좋은 사람들’에 들어가지는 않을 거다. 그저 가끔 자리에 끼어 앉는 ‘인연’ 정도다. 그런 정도의 망년회였다. 늘 그랬듯 건배사를 한다. “고급 인재들은 의사만 되려고 하고. 첨단 산업에 가려 하지 않는다. 나라가 걱정이다.” 작은 방에 편한 몇 사람이 전부다. 거기서도 그는 그렇게 말했다. ‘나라’, ‘경제’, ‘정치’.... 그 한 달 전, 그가 국회 정론관을 찾았다.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했다. 내용에 대한 판단은 제각각이다. 나도 판단이 있지만 그걸 쓸 생각은 없다. 다만, 꼭 짚고 가려는 것이 있다. 정치 언어다. ‘민주주의, 사회 정의, 국가 번영’을 얘기했다. ‘상대 배려’, ‘국가 통합’, ‘지도자 함량’을 말했다. ‘선당후사’ 말고 ‘선국후당’이 옳다고 했다. 당(黨)보다 국가(國家)여야 한다는 얘기다. 아주 특별하게 들렸다. 요즘 정치 언어와 비교되기 때문일 거다. 정치란 원래 말로 하는 것이다. 말이 승부를 결정 짓는 무기다. 그 무기가 너무 더러워졌다. 국가와 국민은 사라진 지 오래다. 수준은 욕설이고 내용은 모독이다. “너 진짜 맞는 수 있어” 기자에게 했다. “양아치.” 상임위에서 했다. “노숙자 느낌.” 세월호 참사 때 했다. “빈곤 포르노.” 영부인에게 했다. “시체 팔이.” 이태원 참사 때 했다. “돌팔이 과학자.” 후쿠시마 오염수 때 했다. “날파리 선동 프레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때 했다. “△△△이”, “뻔뻔한 ○○”.... 차마 옮겨 적지 못할 욕설도 많다. 썼다간 당장 신문윤리위원회 경고를 맞을 판이다. 모두 상대 후벼 파는 저급한 말이다. 이런 말이 국회에서 연일 중계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찾아봤다. 2020년 개원한 이번 21대 국회에 접수된 의원 징계안이 47건이다. 이 중 13건이 막말·망언 관련이다. 점잖은 정치 언어는 되레 퇴출됐다. 점잖아선 부각되지도 않는다. 쇼츠 영상은 막말 욕설의 홍보 공간이다. “DJ도 약속 어겼다고? 김대중에 견줄 자격이 있나.” 그날 손 지사 인터뷰에 나온 말이다. YS, DJ, 그리고 JP의 언어? 투박했던 정치언어가 YS다.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 온다’는 정도다. 전설적인 5시간19분 필리버스터 DJ다. 그 많은 연설에도 막말 논란은 없었다. JP 정치 언어는 풍류와 비유의 촌철살인이다. 은퇴조차 ‘해는 저물면서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고 말하며 갔다. 감히 이런 정치 언어에 견줘 보겠다는 건가. 이 천한 언어로. 유권자도 진저리 친다. 한국갤럽이 12일 여론조사를 냈다. 질문이 재미 있다.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 될까 봐 걱정이냐.’ 세 번째로 ‘막말, 혐오 발언하는 사람’이 꼽혔다. 막말 욕설 정치 퇴출을 원하는 목소리다. 그 기회가 총선인데 다행히 코앞이다. 검색해서 확인하자. 확인되면 떨어뜨리자. 이거 안 하면 4년을 또 들어야 한다. 막말과 증오로 범벅된 정치 언어를. 또 봐야 한다. 그 더러운 입으로 거들먹거리는 꼴을. 때마침 인용할 언어를 찾았다. -죽이는 정치, 보복의 정치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본회의장은 여과없이 분출되는 야유와 비난의 장이었습니다. 누가 더 상대방에 대한 증오를 효과적으로 생산하는지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내일 상대방이 가장 아플 말을 찾는 것이 우선 과제였습니다. 말로 칼을 빚어 정치적 상대방을 공격하고 당사자는 더 크게 되돌려주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개선을 위한) 답을 드리는 것이 총선의 사명인데 저는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종윤 의원(하남)의 불출마 선언문이다. 본회의장 안에서 직접 체험했을 후기다. 21대 국회가 남긴 가장 값진 정치 언어다. 이 명문(名文)으로 칼럼의 결론을 대신한다. 아무리 읽어 봐도 여기에 보탤 글귀는 없다.

[김종구 칼럼] 정치 불러들인 김동연 북자도

“지사님 인사말씀을 부지사님이 대신 전하겠습니다.” 옆자리에서 수군거린다. “김동연 도지사는 안 온 거여.” 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라는 게 그렇다. 지역의 유력인사들이 다 모인다. 수원의 신년인사회가 1월4일 있었다. 수원상공회의소가 주최했다. 시장, 국회의원, 상공인 수백명이 왔다. 거기에 김동연 지사가 없었다. 워낙 곳곳서 열리는 신년회다. 다 쫓아다닐 필요까진 없다. 그런데도 수원 사람들은 찾는다. 수부도시의 관성이다. 김 지사는 의정부를 갔다. 경기북부상공회의소가 주최한 11일 행사였다. 올해만 이런 게 아니다. 2023 신년인사회 때도 북부를 찾았다. 2년 연속 수원 불참, 의정부 참여다. 이쯤 되면 이유가 있지 않겠나. 그렇다. 북자도다. 2023년, 이런 신년 인사말을 했다. “2023년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만드는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 2024년, 다시 북자도 인사말을 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은 불가역적인 일입니다. 힘 모아 주십쇼.” 그새 북자도 상황은 바뀌었다. 2023년은 의욕적으로 시작한 첫해였다. 알차게 꾸려 행안부에 올렸다. 주민투표에 부쳐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특별법까지 치고 간다고 했다. 그 주민투표가 사라졌다. 22대 국회 처리도 무산됐다. 북자도의 2024년 현실이다. 김 지사가 분노했다. 새해 3일에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정부 태도를 규탄했고 재추진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꺼내든 카드가 있다. 북자도의 공통 공약 채택 운동이다. 기대하는 모습이 있었을 것이다. -지역마다 ‘북자도’ 현수막이 걸린다. 선거공보에 ‘북자도’ 공약이 새겨진다. 토론장에 ‘북자도’ 주제가 등장한다. ‘북자도’의 제언자 김동연 지사가 얘기된다. -꼭 닮은 데자뷔가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다. 김상곤 교육감 무상급식이었다. 현수막이 나부꼈고, 공약이 뿌려졌고, 토론을 지배했다. 민주당이 압승하는 요인이 됐다. 그 후광은 오롯이 김 교육감이 챙겼다. 전국 거물이 됐고, 교육부총리도 됐다. 김 지사의 계산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른다. 다만, 이슈화는 분명히 얘기하고 있다. 그날 신년인사회 뒤에 보도자료도 냈다. 정성호(양주)·김민철(의정부을)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과 김성원(동두천·연천)·최영희(비례대표) 의원(이상 국민의힘)이 북자도 공약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후로 뜸하다. 공약 소식이 별로 없다. 경기도 지역구가 59곳이다. 야권 현역이 52명이다. 북부지역만 10여명이다. 이런데도 조용하다. 기억해볼 2023년 북자도 토론회가 있다. 국회의원 49명이 공동 주최자로 동참했다. 그 의원들 다 어디 갔나. 동참 요구 보름째인데 조용하다. 애초에 한계는 있는 소재다. 남부 유권자에게 관심 밖 사안이다. 남부 후보자 40명이 떨어져 나간다. 북부에서도 방법론은 여러 개다. 몇 후보자 또 떨어져 나간다. 때마침 치고 들어온 ‘메가시티’ 변수도 있다. ‘경기북도’보다 ‘서울특별시’에 매료된 여론이 있다. 이것도 영향을 주는 거 같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의 분도 반대론이 크다. 당에서 곁을 안 준다. 중앙당의 지지도 없고, 경기도당에서도 적극적이지 않다. “사전에 전혀 교감이 없었던 조치”라는 불만도 들린다. ‘이재명 도정’은 분도 반대였다. 현 상태의 공생을 목표했다. 도 산하기관 북부 이주가 그런 거였다. 이게 북자도가 되면 다시 바뀐다. 대부분 남부로 다시 롤백해야 한다. 국회의원에겐 ‘이재명 공천장’이 생명줄이다. ‘떨어지는 북자도’도 피해갈 판이다. 경기도민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행정, 경제, 역사로 토론하는 게 맞다. 이걸 ‘공통 공약 채택 운동’에 섞어 넣었다. 자칫 여야로 쪼개지고, 계파로 쪼개질 수 있다. 59명이 30명 되고, 30명이 10명 될 수 있다. 총선까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뺄셈의 카드로 보인다.

[김종구 칼럼] 경기도의회 청렴 꼴찌에 경기도민까지 망신

(아주 특별했던 취재였다. 이름 하나하나까지 생생하다. 그 이름을 굳이 적을 건 아니다. 공직을 떠난 지 이미 오랜 분들이다. 아무튼~.) 검찰청 현관에서 ‘계장’과 마주쳤다.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내게 눈을 껌뻑이며 아래로 손을 젓는다. 그냥 지나가달라는 표시다. 청사 안에도 직원 여럿이 대기 중이다. 계장, 주임, 여직원들이다. 공안과 간부가 신호를 주자 한 명씩 나간다. 설문 조사원에게 다가간다. ‘민원인입니다’라며 설문에 답한다. 숨겨진 곡절은 이랬다. 형사정책연구원이 하는 설문이었다. ‘검사가 반말을 하지는 않았나’, ‘대기 시간은 얼마나 됐나’.... 법무부 산하기관의 친절도 조사다. 전국의 검찰청, 교도소가 조사 대상 기관이다. 당연히 답변은 민원인들이 해야 맞다. 그런데 검찰 직원들이 줄 서서 하고 있다. 민원인이라고 위장한 가짜 설문 응대였다. 그들이 쓴 답이야 뻔하지 않나. ‘검사가 친절했다’, ‘신속해서 좋았다’.... 취재가 들통났고 작은 신경전도 있었다. 1990년대 초다. 밤샘 조사, 강압 수사가 꽤 있던 때였다. 그런 검찰인데 그 조사엔 벌벌 떨었다. 어떻게든 점수 받으려고 수를 냈다. 얼마 뒤 그해 친절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원들이 답한’ 수원지검이 6등이었다. 전국에 검찰청이 열 서너개다. 도대체 나머지 1~5등은 어떻게 설문을 한 것일까. 어떻게 했길래 ‘직원이 답변한’ 수원지검을 이긴 걸까. 당시 취재는 이 씁쓸함을 넘지 못했다. 분명한건 친절도 조사에 검찰이 떨더라는 것이다. 청렴도 조사에서 경기도의회가 꼴찌를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식 조사다. ‘2023년 지방의회 청렴도 측정 결과’. 5등급 중에 맨 아래 5등급이란다. 인권의 보루인 권익위 조사다. 조사 방법이 방대하고 섬세하다. 관련 단체, 공무원, 지역민을 설문했다. 설문 대상자만 3만4천여명에 달했다. 2013년부터 이어져 권위도 높다. 전임 경기도의회(2018~2022년)도 높지는 않았다. 그래도 꼴찌까지는 아니었다. 3등급은 했으니까. 이번 꼴찌에 더해지는 비난이 있다. 2년 전 출발이 78 대 78 동수였다. 협치하라는 도민 명령이라고들 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거꾸로 갔다. 밥그릇 싸움이 개시였다. 의장 자리 쟁탈전이었다. 임기 후 40일을 그렇게 허송했다. 물론 월급 554만원은 타 갔다. 그 뒤는 경기도와의 마찰 시간이다. 당연히 이 싸움의 일방은 도의회였다. 국민의힘은 자기들끼리 싸웠다. 대표 자리를 놓고 법원까지 갔다. 이러더니 꼴찌를 했다. 자업자득 아닌가. 부패 내용도 결코 가볍지 않다. 권익위가 부패 경험률을 설명해 놓고 있다. 인사 관련 금품(2.31%), 의정 활동 관련 금품(3.08%), 미공개 정보 요구(6.25%), 심의 의결 개입 압력(18.75%), 부당한 업무처리 요구(21.88%), 계약업체 선정 관여(6.15%) 등이다. 누군가 경험했거나 보고 들었다는 거다. 이랬던 도의원들이 있다는 거다. 설문용 답이길 다행이다. 경찰에 말했다면 사건(事件)될 뻔했다. 아슬아슬하다. 물론 잘하는 의원들은 있다. 후배 기자가 도의회 주변을 설문해 줬다. “당을 떠나 원만한 의원이다”(안양 ‘김 의원’). “시의장 출신답게 피감 기관을 배려한다”(안산 ‘김 의원’). “간호 전문성으로 의정 활동 수준이 높다”(비례 ‘황 의원’) 이들은 피해 가고 싶다. 하지만 기관 평가란 게 늘 이렇다. 도매금에 끌고 들어간다. 잘하는 도의원도 죄다 욕 먹인다. 같은 집단이라고. 죄 없는 도민까지 모조리 망신 준다. 도의원들 잘못 뽑아놨다고. 이 정도면 짐이다. 근래 십수년, 이토록 도민에게 짐 안긴 의회는 없었다.

[김종구 칼럼] 이재명 옛 동료 시장들, 줄낙천 당하나

선거에서 공천을 받는다는 것. 그건 정치 생명을 구원받는 것이다. 사전은 구원(救援)을 이렇게 설명한다.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줌’. 동음이의어에 구원(舊怨)이 있다. ‘오래전부터 품어 왔던 나쁜 감정이나 한’이다. 공천이라는 목표가 날아가는 경우다. 뭐, 말장난을 늘어놓자는 건 아니고.... 어느 한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 끄집어냈다. 이재명 대표와 과거 동료 시장들의 얘기다. 이들의 우정이 평가되어질 공천 얘기다. 최성 전 고양시장은 탈락했다.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김윤식 전 시흥시장도 떨어졌다. 중앙언론이 내놓은 기사가 대개 같다. ‘친명 검증·감별이 시작됐다’. 이를 입증할 사례까지 들고 있다. 한준호 전 홍보위원장과 고양에서 겹친다. 조정식 사무총장과 시흥에서 겹친다. 한·조 의원 모두 친명계다. 이 둘을 위해 전직 시장들을 치워줬다는 얘기다. 그럴듯하다. 어차피 정답도 없는 정치 해석이다. 하지만 경기도민에게는 달리 보일 수 있다. 한때 머리를 맞댔던 동료 시장들이다. 최성 시장의 첫 임기는 2010년이다. 이재명 시장의 첫 임기도 같은 해다. 2014년까지 두 번을 연임한 것도 같다. 2017년 대선에 나섰던 것까지 닮았다. 경기도 공직의 동료였다. 김윤식 시장은 2009년 보궐선거에 당선됐다. 2014년, 2018년을 이재명 시장과 함께했다. 차이가 생겼다면 정치적 권력이다. 한 쪽은 공천을 주는 입장이고, 다른 쪽은 공천을 받는 입장이다. 여기서 둘 다 탈락당했다. 부적격에 불복해 재의를 요구했다. 결과는 공천 부적격 재확인이었다. 그들에게 어떤 ‘구원’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없던 구원이 이번에 생겼을 거라는 것이다. 둘의 입장이 거칠어진다. 당을 떠나는 극단의 경고를 말한다. 최 전 시장은 ‘이낙연 신당’ 합류를 선언했다. 김 전 시장도 제3의 길 선택을 피력했다. 둘의 분노를 보고있자니 다른 후보군이 보인다. 누구는 3선 출신, 누구는 재선 출신, 누구는 단임이다. 옛 이재명 동료시장 후보군이다. 지난해 10월18일 국회에 갔다. ‘풀뿌리 정치연대, 혁신과 도전’이라고 소개했다. 이들 전직 시장·군수들이 만든 단체다. 동시에 총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낯익은 얼굴이 많았다. 곽상욱 전 오산시장, 박윤국 전 포천시장, 백군기 전 용인시장, 서철모 전 화성시장, 신동헌 전 광주시장, 엄태준 전 이천시장. 이재준 전 고양시장, 장덕천 전 부천시장, 정동균 전 양평군수다. 대부분 민주당이다. ‘옛 동료 이재명’의 공천을 기대하고 있다. 저마다 이재명과의 ‘아름다운 인연’을 말한다. 동료였고 동지였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이번에 보니 그렇다. 저마다 높은 인지도를 내세운다. 절대 강자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당의 판단은 다른 것 같다. 이번에 보니 그렇다. 냉정했던 전직 고양·시흥시장 처리다. 이쯤 되면 모두들 자문해봐야 할 상황이 됐다. ‘이재명 시장과 내가 친했었던가’, ‘이재명 시장이 서운했던 건 없을까.’ 대개 불안한 구석이 있을 거다. 2017년 3월14일, 대선 경선 토론회. 최성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질문한다. “이 후보가 ‘전과 4범에 부끄럽지 않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재명 후보가 답한다. “뉘우친다.” 최 후보가 다시 추궁한다. “자신에 관대하고 타인에겐 가혹한 것 아닌가.” 나쁜 기억은 늘 좋은 추억을 덮는다. ‘최성의 대선 추억’도 누군가엔 그랬을 수 있다. 결국 ‘이재명 옛 동료’ 대규모 탈락의 짧은 예고편 같기도 하다. 하기야 정치에 무슨 동료가 있겠나.

[김종구 칼럼] 이선균 죽음과 유죄추정의 원칙

어찌 언론은 책임 없다고 할 것인가. 마약 투약을 기정사실처럼 보도했다. 주변인과의 관계도까지 그려 설명했다. 음성 반응이 나왔어도 여전히 의심했다. 포토라인에 선 모습을 배려 없이 찍어댔다. 여성과의 사적 관계를 여과없이 전했다. 심지어 혐의 인정이라는 단정까지 했다. 두 달 넘게 이어진 이선균 보도다. 더 정확히는 이선균 마약 투약 보도다. 그가 주검으로 발견된 27일 현재 모두 오보다. 넉넉히 봐줘도 추측 보도나 과잉보도다. 연예인은 대표적인 공인의 영역에서 산다. 그래서 강요되는 공인으로서의 책임이 있다. ‘어느 정도 사생활 침해는 받아들여라’, ‘범죄 혐의에 이름만 거론돼도 사과하라’, ‘무혐의 처리돼도 자숙의 시간을 가져라’.... 이선균씨의 60일도 그랬던 것 같다. 유흥업소 여실장 관계 때문에 비난받았다. 많은 분께 실망을 드렸다며 사과했다. 일체의 방송 연예 활동에서 물러났다. 여기까지는 연예인의 운명이었다고 치자. 하지만 참담한 죽음은 다르다. 사생활 침해를 강요할 순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한계는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다. 무조건 사과하는 것이 맞는 것일 순 있다. 그 한계 역시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다. 침묵하고 자숙하는 게 도리였을 순 있다. 역시 한계는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다. 사생활 침해가, 사과 요구가, 자숙의 강요가 죽음으로까지 몰고갔다면 그때는 범죄다. 죽음이라는 결과로 인해 뒤늦게 성립되는 범죄다. 무책임에 따르는 책임의 시간 아닌가. 정도가 있어야 한다. 경찰 수사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경찰이 이씨 수사를 공개한 것은 10월19일이다. 발표 속 이씨는 ‘40대 남성 L씨’였다. 이선균으로 확인되는 데 반나절도 안 걸렸다. 10월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입건됐다. 그리고 10월28일 경찰에 소환됐다. 공개된 지 열흘, 입건 된 지 6일 만이다. 통상 마약 수사의 핵심은 비밀·신속이다. 충분한 내사를 거친다. 결정적인 순간 체포한다. 그런데 달랐다. 신분 다 알려지고, 입건도 알려진 뒤 불렀다. 가장 중요한 신체 반응 증거도 없었다. 간이 시약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었다. 국과수에서는 모발과 겨드랑이털까지 검사했다. 역시 음성이었다. 이즈음 사건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도 생겼다. 이씨의 마약투약을 증언했던 사람의 구속이다. 유흥업소 여성 실장인 김모씨다. 마약 투약 등 전과 6범이다. 여기서부터 얘기는 ‘한 가장의 사생활’까지 나갔다. 그래도 경찰은 계속 이씨를 불렀다. 세 번째 소환에서는 19시간 동안 밤샘 조사까지 했다. 이씨가 발견된 것은 27일 오전 10시30분이다.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가 10시12분이었다. 전날 이런 보도가 있었다. ‘이선균, 빨대 이용해 코로 흡입...인정.’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했다. 혹시 이씨가 생전에 접한 마지막 기사였을까. 이를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아주 어색한 건 있다. 피의자 진술은 대외 비밀이다. 선임 변호사도 요청해야만 열람할 수 있다. 그게 어떻게 수사팀 외부로 나왔을까. 그리고 왜 이씨를 범인처럼 몰았을까. 어쩌면 이씨의 하소연이 바로 이 지점에 있었을 수 있다. 앞서 지드래곤이 무혐의 처리됐다. 더 없는 치명타를 입었다. 경찰은 당당했다. ‘제보가 확실하면 수사하는 것이다’. 지드래곤은 죽지 않았다. 이선균씨도 수사를 받았다. 소환, 사생활 공개로 너덜너덜해졌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으며 시작된 마약 수사. 그 끝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다. 타격받고 끝난 지드래곤과 극단적 선택으로 끝난 이선균씨. 이들에게 헌법 27조는 지난 두달간 유죄추정(有罪推定)의 원칙이었을지 모른다.

[김종구 칼럼] 마약 못 잡고 지드래곤만 잡은 경찰

쇠파이프, 망치, 빠루…. 범죄자에 어울리는 장비다. 조폭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경찰이 이걸 휘두른다면 어때 보일까. 쇠파이프·망치 휘두르는 경찰, 빠루 쑤셔 넣는 경찰…. 어색하기 짝 없는 모습이다. 이 어색함이 통용(?)되는 영역이 있다. 경찰이 차에 올라 타서 싸운다. 경찰이 차 유리창을 박살낸다. 경찰이 차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한다. 차도 사람도 너덜너덜해진다. 곧이어 끌려 나오는 용의자가 있다. 마약 거래상 혹은 마약 투약자다. 90년대 수사에서 자주 봤다.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수사가 용납됐을까. 마약 수사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그 하나는 마약 사범의 환각성이다. 자해, 공격 등의 위험이 상존한다. 용의자를 위해서도 일거에 제압할 필요가 있다. 그 다른 하나는 범행 현장 확보다. 거래 현장, 투약 현장을 채증해야 한다. 증거 확보가 그만큼 어렵다. 그래서 마약 수사는 기다림과 인내심의 산물이다. 오랜 시간 내사는 마약 수사의 필수다. 내사가 길고, 체포는 순간이다. 하물며 대상이 연예인이라면 더하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직업이다. 마약 혐의 자체가 치명타다. 치밀한 내사와 증명이 필요하다. 이쯤에서 소개할 짧은 조언이 있다. 마약 수사 권위자인 A변호사다. -내사든 수사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다만 마약 수사의 생명은 보안이다. 나도 연예인 마약 사건을 많이 했다. 기소 또는 구속 전까지 단 한번도 언론에 노출시킨 적 없다-. 나도 아는 사건이 있다. 방송국에서 체포해 그날 구속시킨 S씨다.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누군가. 최고 인기 연예인이다. 해외 팬을 보유한 K팝 스타다. 그에 대한 공개적인 마약 수사였다. ‘투약 의혹’, ‘술집 마담’, ‘동료 연예인’…. 경찰발(發)도 있고, 언론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권씨를 소환했다. 범죄자들이 서는 포토라인에 섰다. 그런데 수사가 이상하게 갔다. 간이시약검사, 국과수 정밀감정에서 음성이 나왔다. 흡입·투약에 대한 다른 증거 얘기도 안 들렸다. 결국 ‘혐의 없음’ 처리 얘기까지 왔다.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왜 안 그렇겠나. 연예인에 마약은 거론만으로 타격이다. 무혐의 처리되더라도 원상 회복 불능이다. 더구나 내사가 아니라 공개수사였다. 경찰에 나와 포토라인에까지 섰다. 그런데 그 결과가 ‘알아보니 아니다’다. 책임이 논의되는 건 당연하다. 보장돼야 하는 건 경찰의 정당한 수사고, 이때 정당함이란 목적과 절차를 다 포함한다. 권씨 수사에는 절차의 과했음이 분명하다. 충만했던 수사 의욕을 욕할 순 없다. 문제는 무혐의를 설명하는 경찰의 인식이다. 해당 지방 경찰청장이 출입기자단과 만났다. 혐의 없음을 전제로 입장을 말했다. “내사 단계였던 권씨를 정식수사로 전환한 이유는 제보가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구체적 제보가 나왔다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경찰의 의무다…관련자 등에 대해 수사를 했지만 범죄사실은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동의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 제보는 틀렸다. 그래서 혐의 없음으로 가고 있다. 제보의 신빙성을 강조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가. 수사 착수가 경찰의 권한인가? 피조사자 인권이 침해됐다. 유무형의 피해를 안겼다. 이런 것까지 경찰의 의무인가. 범죄사실은 발견 못한 것이다? 혐의 없음은 경찰이 내릴 결론이다. 그런데 ‘혐의 없음’이 아니라 ‘수사 미진’으로 설명하고 있다. ‘더 팠으면 범죄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수사기관이 버려야 할 나쁜 미련이 있다. 증거로 못한 수사, 여운으로 덮으려는 미련이다. ‘증거가 없어서 그렇지, 원래는 범인이야’라는 미련…. ‘증거가 없어서 그렇지 원래는 마약했어’라는 미련…. 이런 미련이 누군가를 두 번 죽인다. 지금은 그게 지드래곤이다.

[김종구 칼럼] 수원 총선, 미리보는 2026 도지사 선거

경기지사는 영광스러운 자리다. 꿈이 큰 정치인에겐 더 그렇다. 박광온 의원에게 직접 들은 적은 없다. 건너 건너 전해 들었다. 경기도지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한다. 3선 중진에 원내대표를 했던 구력이 있다.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또 한 명 있다. 염태영 경기도부지사다. 그의 경기도지사 꿈은 세상이 다 안다. 사상 처음으로 3선 수원시장을 했다. 이미 경기지사 경선을 치렀 던 이력도 있다. 김영진 의원, 백혜련 의원, 김승원 의원도 있다. 말이 없다고 꿈까지 없는 건 아닐 거다. 수원지역 민주당 주자의 면면이 이렇다. 누가 도지사 꿈을 꿔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이들이 넘어야 할 고비는 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되는 것이다. 그냥 당선돼서도 안 된다. 요란하고 극적으로 돼야 한다. 뜨거운 용광로에서 강철이 나오듯이 선거가 치열해야 거물도 탄생한다. 그래서 5 대 0의 널널한 토양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수원판이 재미있어진다. 국민의힘이 몰빵한다. 들은 얘기 하나다. 11월22일 저녁, 한 시민이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이 가 있던 영국으로부터의 전화다. ‘VIP의 뜻이 총선 출마에 있는 것 같다’, ‘총선 출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전 기재부 예산실장, 전 복지부 차관, 전 국무조정실장.... 방문규 장관이다. 선거 때마다 거론되던 이름이다. 매번 ‘공직’을 고집하며 거부했었다. 이번엔 다를 거 같다. 거부할 수 없는 ‘임명권자의 권유’인 듯하다. 곧 출마할거란다. 수원에. 경기도 수부도시다. 인구 120만 최대 도시다. 유일하게 무(戊)까지 있다. 경기 남부 분위기를 이끌 진원지다. 이제껏 보수는 절멸해왔다. 염태영, 박광온.... 꼽히는 도백(道伯) 후보도 다 민주당이다. 급해진 국민의힘이 인재를 털어넣고 있다. 능력 있다 싶으면 물불 없다. 문재인 정부 국세청장도 데려왔다. TV 틀면 나오는 범죄심리학자도 모셨다. 엊그제는 축구 선수 박지성 이름도 나왔다. 원래 급수(級數) 높은 후보가 있었다. 김은혜 전 수석이다. 2022 도지사선거에서 석패했다. 0.15%포인트, 역대 선거 최소 표 차다. 보수표 0.95%가 강용석으로 분산됐다. 깨끗이 승복했지만 지지자들의 미련은 남았다. 측근 H가 몇 번을 말했다. “2026년 (경기지사) 선거를 준비할 거다.” 그러면서 예측했다. “총선에서 김 수석은 수원으로 나올 거다.” 그 말이 요즘 쏙 들어갔다. 수원에 안 올 거 같단다. ‘‘김은혜 vs 염태영’. ‘미리 보는 2026 도백전(戰)’. 언론이 깔아 놨던 대진표다. 본인들 의사와 상관 없다. 언론은 늘 이런 화두 선점을 좋아한다. 이 대진표에서 ‘김은혜’가 사라졌다. ‘국민의힘’ 쪽의 빈칸을 채워야 할 ‘일’이 생겼다. 국세청장 출신의 경기지사?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 범죄심리학자 경기지사? 드물지만 있긴 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게 방문규다. ‘3선 염태영 vs 장관 방문규’. 재밌다. 넉 달이나 남았다. 다 바뀔 수 있다. 구설도 많다. ‘아무개는 잡음이 있어서 끝났다’, ‘누구는 검찰 조사를 받을 거다’, ‘위원장이 해당(害黨) 행위로 걸렸다’.... 섣불리 점 찍었다가는 낭패 보기 딱이다. 그냥 구경하고 가는 게 상책이다. 다만, 달궈진 판에 자극받은 근질거림까지 참긴 어렵다. -수원 선거가 전에 없이 뜨거워졌고, 뜨거운 만큼 스타도 탄생할 것이고, 그렇게 탄생한 스타의 꿈은 경기지사일 것이다-. 이 정도는 맞지 않겠나. 꿈 큰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에게 수원 총선은 미리 뛰는 2026 도지사선거일 거다.

[김종구 칼럼] 정제 안 된 ‘김건희 공격’, 젊은이들 돌아선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강욱 전 의원을 징계했다.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이다. 내용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오는 건 절차다. 당 윤리심판원을 건너뛰고 징계했다. 당규 7호 32조 등에 따른 비상 징계라고 했다.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가 있을 경우...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라고 본 것이다. 기자들이 당규를 공부해야 했다. 그만큼 전례 없고 강한 징계다. 이재명 대표 뜻이라고 한다. 당이 그렇게 설명했다.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다’(21일),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22일). 분위기 파악 못한 이는 유탄을 맞았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다. 22일 유튜브 방송에서 최 전 의원을 옹호했다. ‘(최 전 의원 발언이)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민주당 대처 방식까지 싸잡았다 ‘왜 민주당은 매번 우리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나’. 이틀 뒤 ‘짐작되는 이유’로 사표 냈다. 최 전 의원의 발언은 이거다.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 “내가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다”. ‘설치는 암컷’이 지칭하는 대상은 다 안다. 언론도 ‘김건희 여사’라고 쓰고 있다. 최 전 의원도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로 반박했다. 보수 언론이 증폭시켰고 여권은 들고일어났다. 익숙한 장면이다. 3년짜리 김건희 공격이다. 전가의 보도로 쓰고 있다. ‘술자리 쥴리’를 던져 술집과 연계시켰다. ‘검찰총장 아내’를 던져 뇌물과 연계시켰다. ‘중국 출장’을 던져 스캔들과 연계시켰다. ‘과거 사진’을 던져 성형과 연계시켰다. 영부인이 돼도 멈추지 않는다. 옮겨 적기 민망한 ‘빈곤 포르노’까지 동원됐다. 주식 논란·고속도로 논란·명품 가방 논란 등을 빼면 대개 이런 유의 황색 프로파간다다. 당이 중징계를 한 것이다. 여성, 그중에도 젊은 표심을 본 건 아닐까. 실제로 반발이 많다. ‘(최 전 의원은) 인간이 되기 틀렸다’, ‘진짜 한심해 죽겠다’. 31세 류호정 의원(정의당)의 분노다. ‘진짜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발언이다’, ‘같이 계셨던 의원님들은 심지어 이 설치는 암컷 발언 듣고 같이 웃었다’. 27세 박성민 전 최고위원(민주당)의 분노다. 같은 당, 같은 야권 정치인인데 이렇게 분노했다. 정치권 밖 젊은이들의 평가도 이와 비슷하다. 28세 청년 ‘민규’씨. 취업 준비 중인 공학도다. 대통령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정치는 관심 없어서 잘 모른다’면서도 ‘못한다. 앞으로 잘하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 그가 ‘김건희 공격’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견을 낸다. “그게 우리 정치 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국가를 경영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대통령 부인의 사생활 놓고 저렇게 떠들 가치가 있나요”. 옆자리 친구도 ‘같은 생각’이라며 거든다. 이들이 젊은이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다른 의견도 많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들 주장에 깔린 정서다. 2030세대는 여성·결혼관을 말함에 당당하다. 아내가 경제력이 있는 건 좋은 거라고 말한다. 가정 밖의 사회생활은 각자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부부라도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 기준으로 보니까 ‘김건희 공격’이 이해 안 되는 것이다. ‘영부인은 설치면 안 되나요?’. 기성세대의 영부인관(觀)이 있다. 조용한 조력자다. 그들에게 ‘김건희 영부인’은 문제 있다. 거론 자체가 불편하다. 반면 젊은 세대의 영부인관도 있다. 당당한 동반자다. 그들에게 ‘김건희 영부인’은 문제 없다. 공격 자체가 불편하다. 물론 밝힐 건 밝혀야 한다. 속 시원히 밝히면 된다. 문제는 정제되지 않은 비방이다. 해선 안 될 사생활 까기다. 이 의미 없는 짓을 4월까지 밀 건가. 민주당에 남은 ‘대선의 추억’이 있다. ‘7시간 대화록’ 틀었다가 ‘김건희 원더우먼’ 만들었던 역풍의 역사다.

[김종구 칼럼] 황혼의 산업화 세대, 그래도 깨를 턴다

이 땅에 산업화 세대가 계십니다. 1950년대, 10대부터 돈 버셨습니다. 1960년대, 20대에 동생들 건사했습니다. 1970년대, 30대로 자식들 챙겼습니다. 1980년대, 40대 돼서는 부모님 모셨습니다. 1990년대, 50대로 손주들 살폈습니다. 2000년대, 환갑을 넘겼습니다. 그래도 어깨에 진 짐은 여전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입니다.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이제 내 몸이 걱정입니다. 혹시나 자식들에 부담 줄까 봐 두렵습니다.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성한 곳보다 성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기억은 멀어지고 기력은 떨어집니다. 젊은이들은 '꼰대 세대'라 외면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은 있습니다. 당신들을 '산업화세대'라 불러줍니다. 역사와 통계가 뒤를 받쳐줍니다. 1953년 GDP 477억원, 2014년 GDP 1천485조원. 3만1천배 늘었네요. 최빈국이 OECD 회원국에 올랐습니다.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건 맞죠. 그 세대의 한 분이 있습니다. 누구인지 모르셔도 괜찮습니다. 그 많은 산업세대 중 한 분입니다. 전쟁 통에 월남했습니다. 부모님을 모실 장남이었습니다. 동생들이 셋이나 됩니다. 내세울 건 몸 하나였습니다. 사이클 선수로 취직했습니다. 먹고 살려는 운동이었습니다. 경기 때 성적이 곧 생계였습니다. 설악산 오름길에 쥐가 났습니다. 못으로 피 내면서 올라갔습니다. 그런 봉급·수당으로 부모님 모셨고 동생들 가르쳤습니다. 60년대 말 파독(派獨) 열풍이 불었습니다. 넉넉히 준대서 갔습니다. 밤샘, 잔업을 도맡았습니다. 끼니는 빵과 소시지로 때웠습니다. 한국에서 오는 편지마다 돈 얘기였습니다. 생활비 부치라는 부모님, 결혼 비용 달라는 동생들이었습니다. 월급을 봉투째 보냈습니다. 어느 날 철근 더미에 깔립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병원이었습니다. 장애등급자가 됐고 귀국당했습니다. 그 몸을 기다리는 책임이 있었습니다. 아들과 딸입니다. 80년대는 그래도 좋았던 시절입니다. 나라가 부자되고 개인도 부자되던 시기였습니다. 헌 집 허물고 새 집을 지었습니다. 미니 2층의 번듯한 양옥집이었습니다. '르망' 승용차에 부모 형제들 다 태웠습니다. 이 행복의 여유도 길지 않았습니다. 명예퇴직으로 쫓겨났습니다. 아들과 딸도 출가했습니다. 쉬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못 쉽니다. 회사 하청 업체로 가서 일했습니다. 며느리, 사위, 그리고 손주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아들 생각에 편할 날 없습니다. 많이 보태주지 못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딸에게도 뭐든 해주고 싶습니다. 청약부금 조금 보탰지만 더 못해 주니 미안합니다. 철 없는 손주는 할애비 돈을 제 돈처럼 압니다. 그래도 귀엽습니다. 양복 한 벌 해 입혔습니다. 텃밭에 배추, 무, 들깨 심었습니다. 집 옆 공터에 심는 농사입니다. 딸네 김장 해줄 겁니다.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의식 없는 상태에 빠집니다. 나을 수 있을까요. 19일 오후, 볕이 좋습니다. 50m 거리의 텃밭엘 갑니다. 힘겹게 걸어갑니다. 말린 들깨를 집어 듭니다. 작은 막대기로 깻단을 두들깁니다. 기운이 없으니 털리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또 정신을 놓고 눕습니다. 다시 일어나 텁니다. 계속 저럽니다. 당신은 들기름을 싫어합니다. 딸 주려는 겁니다. 동네 아주머니가 보고 말립니다. "몸도 너무 안 좋으신데, 들어가세요". 그래도 계속합니다. 또 혼잣말을 하십니다. "우리 딸 줘야돼요." 제발 좀 내려놓으시지⋯. 그만큼 하셨으면 충분한데⋯. 그걸 못 버리고 안고 계시는지⋯. 다른 생각은 다 지우셨으면서…. -산업화세대의 마지막 책임감을 보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산업화 세대 어른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칼럼은 경기일보 독자 김광철님(86·화성시 안녕동 211)의 사연과 그 가족 증언에 기초했습니다.

[김종구 칼럼] ‘삐약이’ 신유빈이 바꾼 역사

별명이 많다. 삐약이...포도쿵야...반계쿵야.... 귀엽고, 발랄하고, 어린 캐릭터다. ‘삐약이’가 맘에 든다니 그걸로 하자. 기부금 2천만원을 내놨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턱’이다. 스포츠기부는 대개 방향이 있다. 같은 종목을 향한다. 당연히 탁구계로 가는 기부일 거라 봤다. 탁구 꿈나무나 가난한 탁구 선수들이다. 그러나 ‘삐약이’는 달랐다. 탁구계가 아니다. 수원의 한 노인복지관을 찾았다. 거동 불편한 홀몸노인들이다. 언론에도 적잖이 생소하다. 그의 과거 선행도 알려졌다. 수원 청명중학교를 졸업했다. 대한항공에 선수로 입사했다. 16세, 첫 월급을 받았다. 부모님 내의 사드린다는 첫 월급, 그걸 기부했다. 그때도 운동선수가 아니었다. 수원의 아동복지시설을 찾았다. 운동화 53켤레(600만원 상당)를 전했다. 또 있다. 올 5월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땄다. 포상금 1천만원을 받았다. 전액 월드비전에 기부했다. 가난한 여성 청소년들을 챙겼다. 위생용품을 지원했다. 일관된 소신이 읽힌다. 수원은 스포츠 메카다. 4대 프로 스포츠가 다 있다. 아시안게임·올림픽 스타들도 많다. 그래서 생긴 역사가 있다. -화려한 금의환향이다. 시(市)가 요란하게 맞이한다. 시장(市長)이 껴안고 사진 찍는다. 축구 선수는 축구공 기부한다. 양궁 선수는 화살 기부한다. 농구 선수는 운동화 기부한다. 시장이 통 크게 쏜다. 수억원, 수십억원씩 막 던진다. 선수 인기가 시장 표로 바뀌어 간다. 선수는 저도 모르게 선거판에 가 있다-. 공식 아닌 공식이다. 월드컵 4강, 맨체스터 UTD 입단.... 축구 ‘박지성’이다. 박지성로(路), 박지성 축구센터까지 생겼다. 도로에 산 사람 이름 쓰면 안 된다. 그래도 추진했다. 시드니 올림픽 2관왕,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윤미진’도 수원이다. ‘윤미진 국제양궁장’ 건립을 약속했다. 인기가 오래가지 않았다. 약속도 없어졌다. 최초의 NBA 진출, 삼일고 졸업.... 하승진도 ‘큰 약속’을 받았다. ‘하승진 고가도로’를 해주겠다고 했다. 활약이 없자 이것도 흐지부지됐다. 박지성·윤미진·하승진 탓할 일 아니다. 도로에 이름 넣어 달란 적 없다. 이름 붙은 경기장 말한 적 없다. 고가도로에 이름 붙여달란 적 없다. 죄다 도지사·시장이 했다. 그 미끼로 선수 인기에 빌붙었다. 월드컵 열기에 올라타고, 올림픽·NBA 명성에 올라탔다. 부작용이 생겼다. 대한민국 스타에서 수원 스타로 쪼그라든다. 그 도로 끝에 화성 길이 붙었다. 화성시가 반대했다. 타협해서 ‘동탄지성로’가 됐다. 수원, 화성, 박지성이 다 황당하다. 신유빈은 달랐다. 노인복지관부터 갔다. 외로운 어르신들 챙겼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달려갔다. ‘시장 위세’ 쏙 뺀 담백한 소감을 남겼다. “아시안게임에서 온 국민을 설레게 했던 볼하트와 큐피드 세리머니의 주인공 신유빈 선수가 ○○노인복지관에 왔다...겨울이 힘겨운 홀몸어르신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다며 후원금 2천만원을 전해줬다. 찐 수원시민이다. 고맙다.” 신유빈 탁구장, 신유빈路.... 이런 거창한 거 없다. 참 보기 좋다. 편하고. “엄마 챔피언 먹었어”, “대한국민 만세다”. TV도 정치도 흑백이던 시절이다. 애국심을 말해야 했다. ‘각하’를 알현해야 했다. 스포츠 스타는 정치의 몫이었다. 그 못된 걸 민선(民選)이 배웠다. 청와대가 시장실로, 각하가 시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상하지만 익숙한’ 역사, 이 관행을 신유빈이 바꿨다. 어려운 이웃부터 챙겼다. 신발 사주고, 여성용품 건네고, 후원금 보탰다. 정치가 빠지니까 더 없이 아름답다. 이참에 ‘삐약이’ 옆에 이런 푯말 어떻겠나. ‘정치인 접근 금지’.

[김종구 칼럼] 수사와 정치는 다르다

수사는 과거를 밝히고 정치는 미래를 밝힌다. 수사가 찾는 범죄의 시점은 과거다. 기수(旣遂)는 완성된 범죄다. 과거의 행위다. 미수(未遂)는 종료하지 못한 범죄다. 이것도 과거의 행위다. 모든 수사는 과거를 뒤진다. 정치가 쫓는 시점은 미래다. 좋은 공약(公約)의 시점은 앞날에 있다. 미래 약속이다. 나쁜 공약(空約)조차도 앞날에 확인될 약속이다. 역시나 미래 약속이다. 대개 정치는 미래를 얘기한다. 수사에 빠지면 과거로 회귀하고, 정치에 빠지면 미래를 남발한다. 수사의 가치는 소신에 있고 정치의 가치는 타협에 있다. 수사의 기본은 독립성이다. 정파·집단으로부터 보호된다. 내부로부터의 독립도 포함된다.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라는 게 있다. 일관된 법 집행이 본래 취지다. 간혹 수사 관여의 근거로 왜곡된다. 그때는 항명(抗命)으로 맞선다. 그게 수사다. 정치의 기본은 소통이다. 모든 정파·집단을 존중해야 한다. 내부 소통도 중요하다. 직언불휘(直言不諱)가 보장돼야 한다. 수사가 타협하면 협잡이 되고, 정치가 고집 피우면 독선이 된다. 수사는 신체를 잡는 것이고 정치는 마음을 얻는 것이다. 수사는 사람을 잡는 것이다. 신체 벌로 단죄한다. 첫 단계가 구속이다. 증거인멸·도주우려를 강조한다. 기소 이후 목표도 구속이다. 실형 선고를 최대 성과로 친다. 정치는 마음을 얻는 것이다. 표로 산출되는 사람의 마음이다. 온갖 선심과 정성으로 사야 한다. 그 결과를 4년, 또는 5년마다 받아 든다. 득표율이다. 1등 했으면 이긴 거고, 2등부턴 진 거다. 수사가 마음을 따지면 편파가 되고 정치가 신체를 속박하면 탄압이 된다. 수사의 힘은 국가가 주지만 정치의 힘은 국민이 준다. 수사는 국가로부터 나온다. 국가가 준 자격증이 수사를 합법화한다. 그 자격이 있어서 추궁할 수 있다. 그 자격 때문에 구금할 수 있다. 그 권한이 통제를 허락한 국민은 ‘범죄 혐의 있는’ 일부다.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투표로 권한을 위임한다. 통치권이다. 지역민 선거로 권한을 인정한다. 입법권이다. 그 정치 권한의 대상은 모든 국민이다. 국가가 인정 않은 수사는 폭력이고, 국민이 인정 않는 정치는 독재다. 수사의 결과는 판결이고 정치의 결과는 선거다. 수사를 평가하는 것은 판결이다. 구속영장은 ‘결정’으로 평가된다. 유무죄 확정은 ‘판결’로 평가된다. 결정과 판결에 불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해당 결정과 판결을 바꿀 순 없다. 정치를 평가하는 것은 투표다. 정책의 성과는 ‘국민투표’로 판단한다. 사람의 성적표는 ‘각급 선거’로 판단한다. 투표와 선거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해당 결과를 바꿀 순 없다. 수사는 판결 앞에 겸손해야 하고, 정치는 투표 앞에 고개 숙여야 한다. 수사로 정치하면 불안하고, 정치로 수사하면 부패한다. 수사는 수사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 범죄 혐의만을 추적해야 한다. 죄 없는 다수 국민에 다가가면 안 된다. 수사가 정치화되는 순간이다. 그 순간, 죄 없는 국민이 불안해진다. 정치는 정치 영역에만 머물러야 한다. 정당한 가치만을 추구해야 한다. 죄 있는 일부 국민에까지 간섭하면 안 된다. 정치가 수사화 되는 순간이다. 그 경우 멀쩡했던 국가까지 부패해진다. 수사가 정치 흉내내면 안 되고, 정치가 수사에 끼어들면 안 된다. 수사의 정치화가 문제인가 정치의 수사화가 문제인가. 야당 대표 수사가 1년을 넘어섰다. 무능이다. 영장 기각 책임을 언급 안 한다. 무책임이다. 수사가 정치에 뛰어든 정치 권력화다. 자기 당 대표를 1년째 보호한다. 사법 방해다. 국정 감사가 집단 변론의 장이다. 입법 횡포다. 정치가 수사에 뛰어든 사법 무력화다. ‘윤석열 수사 탓인가, 이재명 정치 탓인가’. 이 양단(兩端)의 어느 쪽을 택하겠나. 어차피 이성 아닌 정파로 정해지지 않겠나. 다 의미 없다. 그냥 열린 결말로 남겨 둔다.

[김종구 칼럼] 청년수당 없애기, 그 개혁과 모험 사이

“복지는 뒤로 갈 수 없는 거야. 그래서 시작에 신중해야 하는 거지.” 정창섭 전 경기도 행정 부지사가 해준 말이다. 2009년 또는 2010년 언저리였다. 경기도가 무상급식으로 발칵 뒤집혀 있었다. 모든 학생에게 공짜로 밥 주자는 거였다. 김상곤 교육감이 던졌고, 김문수 지사가 거부했다. 600억여원의 청구서를 놓고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의 결과는 무상급식의 완승이었다. 내 복지관은 그때 정해졌다. ‘퍼주기 복지’는 무책임하다. 공멸까지 멈추기 힘들거 같다. 2016년 더 화끈한 퍼주기가 등장한다. 기초지자체인 성남시다. 성남 거주 청년들에 1인당 100만원씩 주는 사업이다. 정부까지 나서서 막았다. 승리는 이번에도 ‘퍼주기’였다. 그 뒤 시장은 도지사로 컸다. 청년기본소득으로 다듬었다. 이어 문화예술인·농어촌·아동·청소년·장년 기본소득도 만들었다. 이 기본 시리즈로 도지사는 대선 후보까지 올랐다. 대선에서는 재미를 못 봤다. 재원 마련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도 예산에는 지금도 꽉 차 있다. 시장을 대선까지 밀어 올린 파괴력이다. 이걸 ‘안 준다’고 하면 어찌 될까. 정치적으로 무사할 수 있을까. 이 무모해 보이는 실험이 지금 진행 중이다. 성남의 신상진 시장이 시작했다. 관련 시 조례를 7월 폐지했다. 예산 집행의 근거를 없앤 것이다. 이미 시장선거 때 밝힌 약속이다. 이유도 설명했고 대안까지 말했다. ‘24세에만 찍어서 주는 것은 맞지 않다. 모든 청년이 혜택을 봐야 한다. 19~34세 청년의 취업 지원에 쓰겠다.’ 더 효율적으로 쓰자는 거다. 성남도 돈 없다. 탄천 교량 공사가 시끄럽다. 다리가 무너져 사람이 죽었다. 안전진단 했더니 탄천 교량이 전부 문제다. 재시공하는 데 1천610억원이 필요하다. 그걸 770억원까지 줄였다. 보도 폭 줄이고 한쪽 보도 없앴다. 야당과 일부 시민이 들고 일어났다. ‘시민 생명 볼모’라며 공격한다. 누군들 철옹성처럼 짓고 싶지 않겠나. 돈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닌가. 청년수당 폐지의 출발도 그런 거다. 매년 100억원씩 주는 정책이다. 끝없이 퍼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벌집이 됐다. 지역 더불어민주당이 나섰다. ‘보편적 복지’의 DNA가 있는 당이다. ‘무상급식’ 논쟁에서 완승했던 당이다. ‘청년수당 100만원’을 창조해낸 바로 그 성남의 당이다. 기회라고 봤을까. 시의원이 나서 맹공을 퍼붓는다. ‘시장이 책무를 방기했다.’ 도의원들이 김동연 도지사에게 간다. ‘도비 편성 건의서’를 들고 사진 찍는다. 논쟁의 주제를 바꿔 간다. ‘100만원 주자’와 ‘100만원 주지 말자’의 싸움이다. ‘신상진 구상’이 버거워 보인다. 경기도 ‘김 수석’이 말했다. “성남시 보세요. 현금 복지를 없애는 건 힘든 것 같아요.” 사실 그랬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바꾼다고 했었다.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은 다르다’고 했고,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라고도 했다. 도 예산 사정이 나쁘다. 세수 감소로 2조원 펑크 났다. 지방채가 1조4천억원까지 늘었다. ‘경제’가 평생 업이었던 그다. ‘퍼주기 복지’에 손을 대야 맞다. 시급히 없앨 퍼주기도 많다. 하지만 쉽게 될 거 같지 않다. 도정 역시 복지 불가역성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정 前부지사. 다시 생각해도 그가 옳다. 지금은 공직에 없다. 오랜만에 인사하고 원고를 보냈다. 맨 끝은 빈자리(“...”)로 뒀다. 다 읽고 답을 보냈다. “미래는 용기 있는 자들의 것이다. 한 사람의 탁월한 지도자가 시대를 변혁시킨다. (모두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에도 옳다. 생각해보니, 우리에겐 기본이란 게 있었다. 공무원이 지킬 양심 같은 거였다. 아껴 써야 했고, 힘든 곳에 써야 했고, 두루 써야 했다. 그 기본을 되찾자는 거다. 그 당연한 주장이 지금 저렇게도 힘들게 간다.

[김종구 칼럼] 환경·상권 다 살린 ‘생태도시’ 행궁동

10년 전 감동을 전하고 있다.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13년 8월31일 밤이다. 수원 어느 동네에서 차가 사라진다. 2천200가구의 작지 않은 동네다. 0.34㎞를 따라 골목도 복잡하다. 수십년을 차로 들어찼던 골목이다. 그 차들이 새벽에 모두 없어졌다. 밤 사이 사라진 차만 1천500여대다. 큰길이 시원하게 뚫렸다. 골목길이 아름답게 드러났다. 행궁동 바닥을 내보인 ‘모세의 기적’이었다. 추억하는 염태영 전 수원시장 얼굴이 행복하다. 2007년까지 장안동·신풍동이었다. 1949년 시 승격 이후 시간이 멈췄다. 모든 건축 행위가 묶였다. 화성(華城)을 품어서 받은 차별이었다. 1980년대 시세가 폭발했다. 동수원이 개발됐고, 영통이 개발됐다. 그 열풍도 장안·신풍동은 비켜갔다. 조선조(朝) 모습에 머물도록 강제됐다. 느는 건 을씨년스러운 점(占)집 뿐이다. 상권이라야 음식점 7개, 카페 2개, 슈퍼 2개가 전부였다. 그런 동네에 던진 ‘차없는 생태도시’ 실험이었다. 차 없이 한 달 살기였다. 바로 그 밤의 ‘행궁동 기적’이었다. 10년 지나 이제 행리단길이 됐다. 차 대신 사람이 꼬인다. 상권이 살고 돈이 돈다. 카페가 60여개, 음식점이 30여개다. 공방도 10개, 선물가게가 10여개다. 서점도 2개 있다. 공공한옥단지 2개소에 개인 한옥 10여동이 정비됐다. 드라마에 단골이다. 요즘은 예능 찍는 중이다. 서울에 경리단길이 있다면 행궁동 행리단길이 있다. 전주에 한옥이 있다면 행궁동 한옥이 있다. 젊은이, 노인, 외국인이 모두 찾는다.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다. 변화를 증명할 통계 하나가 있다. 공시지가 추이다. 무심코 한 점을 찍어봤다.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42-1. 2012년에 ㎡당 126만원이었다. 10년 뒤인 2023년 213만2천원이다. 무려 70% 뛰었다. 수원의 다른 쪽, 영통구 영통동 968을 찍자. 2012년 공시지가가 262만원이다. 2023년에 302만7천원이다. 15% 올랐다. 공적 통계로 증명된다. 2013년 8월31일 밤 시작된 역사는 그렇게 마을을 바꿨다. 흔해 빠진 게 ‘차없는 거리’다. 대개 관(官)이 주도한다. 상권 활성화를 약속한다. 결과표는 십중팔구 초라하다. 특히 요란했던 차없는 거리가 있다. 2014년 시작된 신촌 연세로다. 돈 많이 썼고 홍보도 대단했다. 작년에 주민·상인이 들고일어났다. ‘못 살겠다. 폐지하라’. 상가의 60% 이상이 비었다. ‘상가 임대’가 점포마다 나붙었다. 상업 점포 5년 생존율 32.3%였다. 서대문구 14개 동에서 최악이다. 결국 없어졌다. 이러니 ‘행궁동 기적’이다. 취재랄 건 없고.... 어제 하루 걸었다. 인도가 주(主), 차도가 객(客)이다. 카페가 집이고, 집이 카페다. 멈춰 서면 명소, 찍으면 작품이다. 골목을 나왔는데 또 골목이란다. 세상 아름다운 곳이다. 걷던 길에 작은 안내판을 만난다. ‘행궁동은 생태교통2013 이후 자동차 위주에서 사람 중심 공간으로 변화했다.’ 맞다. 그랬었다. 본질이 그거였다. 행궁동의 꿈은 ‘돈’이 아니라 ‘환경’이었다. ‘세계적 미래도시 모델 창조’라는 목표를 걸고 시작한 거였다. 10주년 토론이 있었다. 염 전 시장·경기경제부지사가 다시 꿈을 말했다. ‘세계인이 배우고 갈 행궁동이 돼야 한다’. 그러자니 떠오르는 이들이 있다. 10년 전 거기 있었던 사람들이다. 도종호 주민추진단장, 욕 먹으며 차량 이동을 유도했다. 황연주 수원시 주민지원팀장, 쫓겨나도 대문을 두드렸다. 이재준 제2부시장, 삿대질 속에 생태도시를 설명했다. 이제 또 다른 ‘도종호’·‘황연주’·‘이재준’이 필요하다. ‘그 부시장’이 ‘지금 시장’인건 다행이다. 오늘, 차 없이 행궁동 걸어보심이 어떤가요. 예쁜 작품 속 작은 일부가 되실 겁니다.

[김종구 칼럼] 과학 예산 빼서 병사 월급 올린다

29세 ‘A’씨는 우주공학도다. 그중 추진체 분야 석사다. 위성 기술이고 미사일 기술이다. 3년 전 항공우주연구원에 입사했다. 한국의 나사(NASA)로 불리는 곳이다.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고 했다. 대학·대학원 ‘올 A’의 이유였다. 그런데 2년여만에 퇴사했다. 주위에 조심스레 설명했다. ‘월급이 사기업에 비해 너무 적다.’ 연봉 2천만원 더 받고 한화로 갔다. 엊그제 승용차도 샀다고 한다. 후배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게 국가 연구기관인가. 6월21일, 그 항우연이다. “발사됐습니다...1단 엔진 정지 확인...페어링 분리...2단 로켓 분리 성공...고도 700㎞ 통과...위성 사출 성공”. 누리호가 성공하는 순간이다. 나는 외쳤다. ‘대한 과학 독립 만세’. 12년 만의 성공이란다. 통제실에 학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에 감격만 있었을까. 혹시 고난에 대한 회한은 없었을까. 곧이어 우리 과학의 민낯이 언론에 도배됐다. ‘고된 연구, 최하 연봉.’ 모두가 주문했다. ‘과학계 처우 개선 시급하다.’ 그런데 정반대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가 R&D(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차라리 ‘학살했다’가 맞다. 예산 증감률이 무려 -16.6%다. 1991년 이후 33년 만의 역성장이다. 더한 충격도 있다. 함께 발표된 중기재정운용계획이다. 2023~2027년 R&D 예산 증가율이 0.7%다. 5년 동안 동결하겠다는 얘기다. 29일, 예산에 대한 대통령 설명이 있었다. ‘(前 정부 대비해) 건전 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 선심 예산도 지적했다. 전체 예산 증가율 2.8%다. 문재인 정부 연평균 증가율은 8.7%였다. 규모로만 보면 긴축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걸 건전성의 조건으로 볼 순 없다. 집중과 선택을 항목별로 살펴야 한다.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예산과 차이가 없다. 병사 월급을 165만원으로 올리는 돈이 있다. 노인 기초연금을 33만4천원으로 올리는 돈도 있다. 노인 알바 일자리 103만개 늘리는 돈도 있다. 가덕도(5천300억원)·새만금 공항(66억원) 예산도 있다. 병사 월급? ‘88올림픽’ 때 나는 병장이었다. 월급 4천500원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월급날이라고 PX가 붐볐다. 땅콩과자가 200원 정도였다. 많이 먹을 수 있었다. 모처럼 과자 내기 족구 게임도 벌어진다. 지는 팀이 5천원 내는 ‘빅 매치’다. 이제 머나먼 ‘쌍팔년도 군대’ 얘기다. 그게 165만원 된다고 한다. 366배 올랐다. 해주면 좋다. 근데 물어보자. 그 돈 어디서 나왔나. 과학계 지원금에서 돌린 것 아닌가.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그날, 누리호는 16분 날았다. 그 16분을 위해 12년 기다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출발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달나라 공약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700㎞ 실패였다. 그 누리호에 무슨 정치가 있고 이념이 있었겠나. ‘좌파 대통령’도 없고, ‘우파 대통령’도 없었다. 그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있었을 뿐이다. 그저 후손에게 넘겨줄 기다림이 있었을 뿐이다. 이제 윤 대통령의 시간이 됐다. 그들처럼 투자해야 한다. 그들처럼 넘겨줘야 한다. 과학은 보완이다. 누리호에 10만개 과학이 있다. 승용차, 기차, 미사일, 전투기로 호환된다. 도대체 어떤 ‘과학’을 쓸모없다고 내친 것인가. 안 그래도 과학자 떠나는 정부 R&D다. 이젠 들어갈 문까지 닫아 걸자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 5년이다. 과학에선 나라가 바뀔 시간이다. ‘0.7%’ 동면(冬眠)으로 보내면 안 된다. ‘나눠 먹기’ ‘R&D 카르텔’.... 당연히 감옥가야 한다. 발본색원하면 된다. 전액 회수하면 된다. 그거 하는 게 감사원이다. 왜 애먼 과학의 목을 조이나.

[김종구 칼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언어, '30년 뒤 괴물'

고발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피고발자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모두를 놀라게 한 건 고발 죄명이다. 살인죄였다. 김어준 방송에서 박 시장이 설명한다. “신천지가 협조하지 않으면 코로나가 확산되고 사망의 결과에 이른다...이를 알았으니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다.” 황당한 비약이다. 2015~2019년 독감 사망률 0.1%였다. 그 논리면 전철에서 기침한 독감 환자도 살인자다. 어쨌든 히트는 쳤다. 그리고 다음 날 더 센 게 나왔다. 경기도청의 이만희 체포조다. 이 총회장을 잡겠다고 공무원이 나섰다. 공무원 20여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목은 온통 이재명 지사였다. 가평 신천지 연수원을 직접 치고 들어갔다. 진입 직전 내부 보고가 있었다. ‘이 회장이 뒷문으로 달아나서 없습니다.’ 하지만 밀고 들어갔다. 동행한 카메라만 수백대다. 방송도 함께했다. 그들에게 줄 장면이 필요했다. 승리는 ‘코로나 체포조’였다. ‘살인죄 고발’은 약했다. 코로나와 엮인 대권 정치쇼였다. 객관적인 상황은 어땠을까. 통계가 있다. 그해 1월 서울대병원 자료다. 우한폐렴 치사율을 2%로 봤다. 사스(SARS) 15%, 메르스(MERS) 28%보다 낮게 잡았다. 그해 12월31일 잡힌 실제 치사율이 있다. 1.48%였다. 오버였다. 지금도 민망하다. 당연히 두 이벤트 모두 말로 끝났다. ‘살인죄 적용’도 없었고 ‘행정기관 체포’도 없었다. 그런데도 욕비난은 덜했다. 그만큼 코로나 공포가 컸다. ‘막자’는 목소리 앞에 보수·진보가 없었다. 2023년 8월. 이번엔 후쿠시마 오염수다. 그때와 다르다. 정파에 따라 주장이 대립한다. 야당은 공포심을 끌어올린다. 여당은 괴담이라며 찍어 누른다. 국민까지 극단적으로 갈렸다. 한쪽은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다른 쪽은 ‘먹어도 된다’고 한다. 여론조사 따질 것 없다. ‘윤석열 좋으면 안전’, ‘윤석열 싫으면 공포’다. 이렇게 넉 달째다. 어민·횟집 사장·생선 장수들이 다 죽는다고 난리다. 경기도가 대책을 냈다. 현장 감시 강화, 방사능 검사 확대, 원산지 표기 강화.... 노란 점퍼 공무원들로 진치는 공판장? 방사능 체크기 들이대는 활어 센터? 원산지 뒤적이는 감시반? 이래서야 생선 팔리겠나. 경기도의 대표 해안 도시는 화성시다. 11개 어항, 2천87명이 어업을 한다. 지난해 어획량 1만4천851t이다. 여기도 시장이 어민 살릴 대책을 말했다. 경기도 대책 그대로다. 어민 살리겠나. 대책이야 되겠지만 해결책은 아니다. 바로 그날, 김동연 지사 말이 있었다. SNS에 직접 적었다. ‘30년 뒤 어떤 괴물을 만들지 모른다’ ‘(이 문제는) 책임과 무책임의 문제다’.... 논리 전개를 위해 영화를 꺼낸 것 같다. 이렇게까지 공포심을 끌어올릴 일인가. 30년 뒤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假定)을 전제한다. 이게 무책임 아닌가. 어떤 도민은 환영할 것이다. 어떤 도민은 비난할 것이다. 절반은 돌아설 말이다. 여기에 어민·횟집·생선 장수는 절망한다. 이런 말이 왜 필요했을까. 수준 높은 대권 정치인가. 그전에 경기도지사다. 1천300만명의 책임자다. 언어가 곧 약속이고 판단이다. ‘다리 놓겠습니다’고 하면 놔야 한다. ‘이건 나쁩니다’고 하면 나빠야 한다. 어민, 횟집, 생선 장수도 다 도민이다. 기대했던 도지사 언어가 있다. “도민 여러분 생선 많이 드세요. 경기도가 안전을 지킵니다.” 듣고 싶지 않았던 언어가 있다. ‘도민 여러분 생선 먹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어느 쪽이었나. 방류 하루 전 23일, 수원 H횟집에 갔다. 72석 홀에 7명 있었다. 방류 5일째 28일, 수원 W조개구이 집에 갔다. 150석 홀에 한 명도 없었다. 텅 빈 가게 지키는 두 사장님. 그들에게 괴물은 물(水)이 아니라 말(言)이다.

[김종구 칼럼] 이재명 구속영장, 둘은 떨고 있다

발부되면 이 대표가 끝이다. 시(市)가 주관했던 사업이다. 이익금 대부분이 업자에 갔다. 이게 무죄면 막 퍼줘도 된다. 축구단 구단주가 시장이다. 관내 기업들이 180억 내고 대가 받았다. 이게 무죄면 막 거둬도 된다. 공공기관 부지를 업자가 샀다. 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해줬다. 이게 무죄면 막 풀어줘도 된다. 기업이 북한에 300만달러 보냈다. 방북 추진의 매개로 쓰였다. 이게 무죄면 막 대납시켜도 된다. ‘이재명 사건’ 특징이다. 모든 행정행위에 주는 파급이 크다. 발부될 논리다. 이 대표는 당당한 대응을 선언했다. ‘정치 검찰’이 영장 칠 거라고 했다. 방탄국회 안 하겠다고 했다. 차라리 비회기 중에 치라고 했다. 당(黨)도 단호하게 가세했다. 방탄 국회가 불가능한 기간 중에 청구하라고 했다. 25일부터 엿새간이다. 대북송금 사건은 소환도 안 했다. 현실성은 없다. 그럼에도 대표와 당이 결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속 후 정치 일정도 들려온다. 대리(代理) 옹립설이다. 옥중 공천도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구속을 극복하겠다고 한다. 철 없는 소리다. 검찰이 왜 피의자 구속에 매달리나. 외부와 차단시키려는 것이다. 항변을 제한하려는 것이다. 옥중 편지·성명서도 한 두 번이다. 단식 등 저항도 그때 잠깐이다. 구속부터 재판까지는 언제나 검찰의 시간이다. 옥중공천을 두고 볼 민주당도 아니다. 백주 면전에서도 비명(非明)을 자임한 의원들이다. 사정을 아는 당 속내가 복잡하다. 체포 동의안 불출석 카드를 얘기한다. 정족수 미달하면 체포영장이 막힌다. 이게 다 구속이 끝임을 아는 거다. 기각되면 한 장관이 끝이다. 대장동 배임 행위는 안 보인다. 중간에 측근 정진상에서 끊긴다. 언행 없는 혐의로 구속될까. 성남FC 직접 연관성도 안 보인다. 역시 중간에서 끊겼다. 표현 못 할 심증으로 구속될까. 백현동 공모·거래도 안 보인다. 중간에 측근 김인섭에서 끊겼다. 선거때 측근이라고 구속될까. 대북 쌍방울 송금은 조금 유동적이다.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 진술이 있단다. 증빙없는 일방 구술만으로 구속될까. 알아서 한 일, 이심전심, 묵시적 공모.... 기각 될 논리다. 한 장관은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DNA가 있다. ‘윤석열 검사式 수사’다. 저인망식으로 모든 걸 훑는다. 기간에 구애 받지 않는다. 예가 많은데 조국 수사도 그랬다. 가업(家業)인 학원까지 살폈다. 부부에 딸까지 기소했다. 그 계승자가 한 장관이다. 기각됐다고 기죽을 리 없다. ‘보강수사를 거쳐 재청구하겠다’고 할 것이다. 야권 공세가 거칠면 더 거칠게 되받을 것이다. 그사이 정치적 몸값이 커질 수 있다. 어쩌면 ‘잠룡’으로 성장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가 피한 화살이 향할 타점이다. 윤석열 정부로 날아들 것이다. 이재명 수사는 조국 수사와 다르다. 여권은 ‘비리 수사’라고 한다. 야권은 ‘정치 수사’라고 한다. 여기서 침묵하는 중간 지대가 있다. 그들이 영장 결과를 기다린다. 기각되면 반(反)검찰 편에 설 것이다.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는 급변한다. 검찰 측 진술이 사라진다. 검찰은 고립무원이 된다. 잡범(雜犯) 수사도 이렇다. 하물며 현직 야당 대표다. 역풍 불고, 총선 잃고, 정권 흔들릴 것이다. 구속영장에 무승부는 없다. ‘쇼당(Show down)’의 시간이다. 모든 패를 내보일 때다. 이재명에는 무죄 증명의 패다. 검찰에는 유죄 증명의 패다. 그간 틈틈이 보였다. 언제는 ‘이재명發 무죄 선고’, 언제는 ‘검찰發 유죄 선고’였다. 더는 깔 패도 없었다. 이제 퇴로 끊긴 벼랑 위에 마주 섰다. 목소리가 커지고 표현은 험해졌다. 그 호기로움 속에 얼비치는 그늘이 있다. 떨림인 듯도 하고 망설임인 듯도 하고.... 왜 안 그렇겠나. 이 영장은 발부와 기각, 어느 쪽도 이상하지 않다.

[김종구 칼럼] 건설 현장 범죄 석방, 보복의 시간 부른다

‘촌놈 무죄’라 한다. 법조계의 속어(俗語)다. 뜻은 이렇다. 구속영장이 기각된다. 무죄라며 자랑한다. 집행유예로 석방된다. 무죄 받았다고 자랑한다. 기각이 돼도 기소(起訴)는 된다. 집행유예도 엄연한 유죄(有罪)다. 그런데도 ‘무죄’인 것처럼 떠든다. 억울함이 밝혀졌다고도 한다. 공권력 탄압이었다고도 한다. 정치인·권력자들도 자주 이런다. 그렇게 보면 몰라서만은 아닌 거 같다. 통하니 이러는 거 같다. ‘촌놈 무죄’는 현실이다. 그런 ‘촌놈 무죄’가 쏟아졌다. 건설 현장 노조 범죄다. 하나는 성남지원이 판결했다. 1억5천만원을 뜯어낸 노조 간부다. 24개 업체를 협박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다. 다른 판결은 서울중앙지법이 했다. 노조 간부 2명 판결이다. 역시 현장에서 협박하고 돈 뜯었다. 자기 쪽 사람 917명을 채용시켰다. 둘 다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다. 공교롭게 같은 날 판결이다. 많은 이들이 ‘촌놈 무죄’를 우려한다. 뻔뻔 해질까 봐. 합법적인 건설 현장에서 범행했다. 불법 행위가 반복적으로 가해졌다. 협박 갈취가 정기적으로 이뤄졌다. 질서를 무너뜨린 반(反) 사회적 범죄다. 법치의 근본이 유린당했다. 그런만큼 ‘피해 합의’의 개념도 다르다. 합의만 되면 풀어 주는 교통사고와는 다르다. 달라야 한다. 하물며, 합의가 다 되지도 않았다. 성남 사건에 ‘일부 공탁’이 있다. 합의가 안 됐다는 얘기다. 서울 사건도 일부가 그렇다. 그런데 다 석방했다. 우려스럽다. 문재인 정부 때는 처벌 안 했다. 이유가 이랬다. “피해 사업주가 신고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가 수사를 시작했다. 초기에 안내가 필요했다. “경찰 믿고 신고해 주세요.” 보복 두려움 때문이다. 기업, 특히 작은 기업이 그렇다. 한 번 하고 말 게 아니다. 계속 현장이 생긴다. 대한민국 어디서다. 전국 노조의 손을 벗어날 수 없다. 노조원을 신고한다? 문 닫을 각오 해야 한다. 어느 택배 사장이 버텼다. 결국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노조원은 태업으로 괴롭혔다. 채증된 모욕만 99차례다. 유서가 12명을 특정했다. ‘너희로 인해 죽음을 선택한다.’ 오죽했으면 이름을 적었겠나. 법원이 선고했다. ‘촌놈 무죄’였다. 주범 두 명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반성한다’는 이유였다. 부인이 언론에 물었다. ‘어떤 반성을 했다는 건가요.’ 6살 아들을 건사하며 산다. 스티커 붙이기 부업도 한다. 노조에 찍힌 택배대리점은 폐업했다. 가해 노조원은 선처받고 피해 기업은 망했다. 현 정부는 노동계와 척(隻)져 있다. 노동·기업 균형을 도모하려고 한다. 노동계는 윤석열 퇴진 요구로 맞서 있다. 이 논쟁에서 한쪽을 택할 생각은 없다. 맘 가는 곳 없다. 하지만, 논점이 건설 현장 범죄라면 다르다. 망설일 것 없다. 이견 없이 나쁜 범죄다. 군소업체들 다 죽어간다. 법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막을 곳이 법원이고, 막을 방법이 판결이다. 중벌로 ‘나쁜 범죄’임을 입증해야 한다. ‘노동 사칭 범죄’임을 선언해야 한다. “프롤레타리아가 혁명으로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며 얻을 것은 전 세계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공산당 선언). 카를 마르크스가 선언했다. 자본과의 투쟁이다. “인생은 아름답다. 미래의 세대로 하여금 악과 억압과 폭력을 일소하고 삶을 마음껏 향유하게 하라.”(나의 생애). 레온 트로츠키 유언이다. 권력과의 투쟁이다. 둘이 남긴 투쟁의 대상은 분명하다. 자본과 권력이다. 투쟁의 목표도 분명하다. 전세계 노동자다. 저들의 공소사실을 보자. 그저 다른 노동조합 영역을 빼앗는 것이다. 다른 노동자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다. 마르크스·트로츠키의 어떤 구호와도 닿지 않는다. 그냥 노동조합을 등에 업은 조직범죄일 뿐이다. ‘촌놈 무죄’는 조직범죄에 어울리지 않는다.

[김종구 칼럼] 노인표? 칠순 된 정동영, 투표하실 건가

정동영. 당시 50세. 열린우리당 당의장이다. 그때 내뱉은 말이다.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 2004년 3월이다. 20년 지났다. 이제 그의 나이도 71세다. ‘투표 안 해도 되는 정동영’이 됐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정동영’이 됐다. ‘집에서 쉬셔도 될 정동영’이 됐다. 과연 받아들일까. 본인이 규정해 놓은 ‘나잇값’이다. 그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천정배. 당시 49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다. 그때 내뱉은 말이다. “노인들은 연세가 많다. 곧 돌아가실 분들인데 무슨 힘이 있겠느냐.” 2004년 9월이다. 20년 지났다. 그도 이제 70이다. ‘연세가 많은 천정배’가 됐다. ‘아무 힘도 없는 천정배’가 됐다. ‘곧 돌아가실 천정배’가 됐다. 이걸 그가 받아들일까. 혈기 왕성한 그가 노인에게 던진 막말이다. 힘도 없는 노인, 곧 돌아가실 노인으로 몰았다. 그가 들을 차례다. 유시민. 당시 45세.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다. 그때 내뱉은 말이다. “50대가 되면 멍청해진다...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 2004년 11월이다. 이제 그도 64세다. ‘멍청해진 유시민’은 지났다. ‘책임 있는 자리에 앉으면 안 될 유시민’이 됐다. 그가 받아들일까. 40대 패기로 주장했던 노인의 길이다. 진보의 현자(賢者)처럼 행세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며 자문할 때 아니다. 답해보라. 왜 그런 말을 했나. 왜 이런 말을 듣나. 정, 천, 유도 그때는 부인했다. 실수, 왜곡이라고 했다. 역사가 애매하게 적고 있다. ‘○○○ 노인 비하 논란’, ‘○○○ 노인 폄훼 논란’. 결론 없이 ‘논란’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다. 독재 정부 타도를 구호로 삼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주역을 맡았다. 그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기득권을 타파한 최초 정부다. 그런 환경에서 쏟아진 말이다. 그들에겐 그게 시대정신이었을 수도 있다. 효과는 의외였다. 표(票)에서 손해 보지 않았다. 그해, 3월까지 열린우리당은 42석이었다. 발언 이후 총선이 있었다. 152석으로 확 늘었다. 그런 게 노인비하 발언이다. 진보에 감표는 없다. 잘하면 대승한다. 그걸 보고 이어진 두 막말이다. 9월 ‘천정배’, 11월 ‘유시민’. 언론도 흥미를 잃어갔다. 정치 단신으로 다루고 만다. 요즘도 기사는 된다. 하지만 가는 길이 뻔하다. 확 끓어오른다. 그러다 확 사그라든다. 이번엔 ‘김은경 논란’이다. 노인 비하 발언이다. 국민의힘이 뭔 일 날 것처럼 떠든다. 민주당은 자세를 낮춘다. 글쎄다. 와 닿는 식상한 데자뷔가 있다. 취재 20년의 관성이다. 일단 분노는 커질 것이다. 버티다가 사과했다. 그래도 더 갈 것이다. 그러면 노인회 찾아가서 빌 것이다. 그쯤되면 정리될 것이다.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민주당은 ‘2030 챙긴 당’으로, 국민의힘은 ‘노인 모신 당’으로. 정년 1년 남은 필자다. 노인 편 들 나이다. 객관적일 수 없다. 그래도 주장은 남겨 보겠다. ‘김은경씨 15세 아들’이 했다는 질문. ‘왜 나이든 사람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합니까’. ‘노인’에겐 미래도 자식의 것이다. ‘멍청해지는’ 머리를 쉰살 즈음 눈치 챈다. 그래도 그 머리로 하는 건 자식 걱정이다. ‘곧 죽을’ 나이가 오는 것도 안다. 서서히 기억이 무너진다. 그래도 놓지 않는 것은 자식 추억이다. 자식은 1표의 자격을 노인에게 따진다. 노인은 그 자식을 위해 그 1표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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