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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사고 친 초선 살고, 죄 없는 다선 퇴출

윤리위•경실련 비위자 ‘초선’
다선 축출 근거 어디도 없어
바탕에 고령 퇴출 패륜 깔려

이렇게 묻는 것도 재밌는 접근이다.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까 걱정되느냐.’ 권위 있다는 한국갤럽의 설문이다. 제일 많은 답변이 32%였다. ‘공익보다 사익을 위하는 사람.’ 두 번째 많은 답변은 21%였다.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사람.’ 네 번째 답변은 14%였다. ‘능력, 경험 부족한 사람.’ 그런데 그 중간에 싫은 사람이 있다. 세 번째 많은 18% 답변이다. ‘막말, 혐오 발언하는 사람.’ 이런 설문과 통계는 드물다. 오죽하면 이랬을까.

 

부패, 무능, 독재, 갈등…. 많은 정치 이슈가 있다. 근데 막말 혐오가 꼽혔다. 막말 정치가 준 피로가 그만큼 크다. 21대 국회에서 특히 그랬다. 욕설, 저주, 비방, 깐족, 음란…. 내용이 험악해 옮기기도 민망하다. 국회 윤리위원회 통계에 방증이 있다. 지금까지 52건이 제소됐다. 중복 10명을 제하면 42명이다. 거기서 제일 많은 게 ‘입’이었다. 막말하고, 욕하고, 명예훼손했다. 의원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몇 선(選)이 몇 명일까.

 

5선의 관록 의원이 2명이다. 4선 의원이 6명, 3선 의원이 5명이다. 여기까지가 보통 다선의 경계다. 나머지는 초선과 재선이다. 초선이 21명으로 제일 많다. 막말만 있는 게 아니다. 위안부 기부금 횡령으로 회부됐다. 회기 중 코인 거래로 회부됐다. 제3자 뇌물 수사로 회부됐다. 국민을 부글거리게 한 대표적 사건이다. 이것도 다 초선 의원들 짓이다. 이렇게 유권자를 실망시킨 초선들이다. 여기에 다선이 우선 축출돼야 할 이유가 있나.

 

국회 밖에서 내린 판단도 하나 살펴보자. 경실련이 1월 중순 발표한 낙천자 명단이다. 공천 주면 안 될 의원 34명을 꼽았다. 8개 기준을 제시했는데 판단에 차이가 있다. ‘반개혁 입법 활동’ 등이 그렇다. 기준 자체부터 진영 쏠림 현상이 있다. 이견 없이 판단할 기준에 이런 게 있었다.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의원’. 이 기준에 여야 의원 11명이 포함됐다. 3선 2명, 재선 1명이고 나머지 8명이 전부 초선이다. 여기서도 다선만 쫓아낼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4년 전, 여의도는 초선 축제였다. 처음 입성한 얼굴로 꽉 찼다. 5선 12명, 4선 20명, 3선 41명. 다 합쳐 봐야 73명이었다. 나머지는 재선 69명, 초선 153명이다. 초선만 따져도 52%, 재선까지 합치면 75%다. 초·재선이 혁명의 조건이었다면 혁명은 21대 국회로 완성됐다. 그런데 안 그랬다. 초선들의 문제가 훨씬 많았다. 그렇게 4년 지났는데 똑같은 깃발이 또 내걸렸다. ‘다선 퇴출’이라는 선동이다. 역시 근거는 없다. 그냥 나가란다.

 

영남 다선은 다르다. 호남 다선도 다르다. 거기는 공천 받으면 거저먹는다. 누굴 꽂아도 당선이다. 그 다선은 유권자가 만든 게 아니다. 권력이 선물한 다선이다. 권력이 그 선물을 회수해 가겠다는 거다. 누가 뭐랄 건가. 하지만 수도권은 다르다. 선수(選手) 하나하나를 유권자가 만들어줬다. 지역민이 쌓아올려준 역사다. 이 다선을 배제하는 건 유권자를 배제하는 것이다. 권력이 나서 민의를 틀어보려는 것이다.

 

“참 어려운 얘기네요.” 국회 담당 ‘김 반장’ 얘기다. 여의도 현실에 맞는 조언이다. 이미 국민의힘은 ‘다선 배제’를 선언했다. ‘-15·-35%’ 감점 표까지 발표했다. 다선 배제 없다는 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불출마’, ‘험지 출마’는 다선 퇴출의 에두른 표현이다. 결국 다선은 쫓겨나기 시작할 거다. 거기에 이런 지적이 무슨 ‘약발’이 있겠나. 그런데도 몇 자 적고 가려는 이유? 그건 다선 축출에서 풍기는 고령 퇴출의 패륜적 냄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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