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K-컬처밸리는 고양시민의 꿈이었다

2019년 12월. ‘주는 자’는 도지사, ‘받는 자’는 고양시장이다. 고양시장이 고마움을 감추지 못한다. “참으로 기쁩니다. 그동안 말로는 많이 균형발전을 얘기해 왔지만 실제 행동으로 나서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시민들도 환영했다. 경기관광공사, 경기문화재단,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이 세 기관을 넘겨주는 자리였다. 이재명 지사가 의미를 설명했다. “도가 추구하는 가치인 ‘공정한 세상’의 핵심은 불균형 해소다.” 이 결정의 경제파급력은 어떨까. 당시 기준으로 풀면 이렇다. 경기관광공사 전체, 85명이다. 경기문화재단 일부, 198명 중 75명이다. 경기평생교육진흥원 일부, 101명 중 20명이다. 3개 기관 180명이 가는 거다. 사업 예산은 고양시 몫이 아니다. 31개 시·군에 쪼개진다. 경제 파급 효과라기에도 민망하다. 그런데도 시장과 시민은 좋아했다. 그만큼 경제가 열악한 고양시였다. 100만 시가 이런데 나머지 북부는 어땠겠나. 거기 엄청난 사업이 있었다. 사업비 1조8천억원이다. 사업부지만 32만6천400㎡다. 아레나, 스튜디오, 테마파크, 상업·숙박·관광시설이 들어선다. 전문가가 내놓은 경제 효과가 무려 30조원이다. 찾아올 방문객도 추산해봤다. 연간 250만명이다. 100만 시민의 든든한 먹거리로 충분하다. 시민의 상상 속에선 이미 랜드마크다. 사업 부지 근처는 집값에 반영된 지도 오래다. 2024년 현재 공정 17%, K- 컬처밸리 사업이다. 이게 갑자기 사라졌다. 시민에겐 난데없는 발표다. 1일 김현곤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밝혔다. “현행 사업시행자 CJ라이브시티와 사업협약을 해제했다.” 지체보상금 감면 문제를 말했다. 그동안 CJ라이브시티는 몇 번 사업계획변경, 완공기한 연장을 했다. 여기서 발생한 지체보상금이 1천억원 정도다. CJ 쪽에서 이걸 감면해 달라고 했다. 검토 결과 불가능하다는 게 경기도 설명이다. 특혜나 배임 문제가 생긴다는 거다. 이제 사업은 어떻게 되는 건가. 도는 ‘K-컬처밸리 TF’를 만든다고 했다. 열흘 만에 대안이란 걸 내놨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다. 다음 달 산업부에 신청하겠다고 한다. 지정되면 외국 투자 자본과 민간 콘텐츠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얼마나 걸릴까. 경제자유구역 예가 많다. 개발계획 수립, 부처 협의, 정부 공고 확정까지 길다. 재수(再修) 삼수(三修)에 불발도 허다하다. 여기에 외자 유치까지? 민선 8기에 할 수 없다. 사업성은 유지될까. 2일 서울발 보도가 얄궂다. 서울 창동에 아레나 착공 기사다. 2만8천명을 수용하는 공연장이다. 연간 250만명을 끌어 모으겠다고 한다. 고양 K-컬처밸리와 40분 거리다. 선수(先手)를 뺏긴 것 같다. 안 그래도 남서 40분 거리에도 공연장이 섰다. 3월에 문 연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다. 문화 SOC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수요를 선점하는 시간차 경쟁이다. 여기서 고양 아레나가 밀린 것으로 보인다. 쟁송(爭訟)도 걱정이다. 경기도는 법률검토를 거쳤다고 했다. ‘배임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다. CJ 측은 의견이 다르다. ‘사업 해제 사유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국내 굴지의 K법무법인이 붙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지난한 과정이다. ‘17% 공정’의 소유권이 살아 있다. CJ라이브시티가 쉽게 놓지 않을 것이다. 그걸 뒤엎고 공영개발이 들어갈 순 없다. 소송가액이 천문학적인 사건이다. 2년 이상 ‘흉물’로 갈 것 같다. 요 며칠, 고양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왜 안 그렇겠나. 공공기관 180명도 반색하던 그들이다. 30조 사업은 상상만으로 든든했을 것이다. 그게 갑자기 눈앞에서 틀어졌다. 상심했을 게 당연하다. 행정·법리 이전의 지역 정서의 문제다. 이 눈높이에 맞는 설명이 필요하다. 그 질문이 청원 게시판에 쌓이고 있다. 해제는 누구의 결정인가. 고양 K사업은 유효한가. 유효하다면 로드맵은 뭔가. 김 지사 임기에 할 수는 있나.

[김종구 칼럼] 기회소득이 더 낫다

요 몇 년 유독 무시받은 질문이 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재정(財政)을 논함에 있어 당연한 주제다. 보편적 복지가 등장하면서 생긴 질문이다. ‘무상급식(김상곤 교육감)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09년). ‘청년배당(이재명 성남시장)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16년). ‘기본소득(이재명 도지사)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20년). 최근에는 이것도 있다. ‘민생지원금(이재명 대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2024년). 지속가능성을 묻는 질문이다. 계속 끌고 갈 수 있는지 따져보자는 거다. 그런데 시원한 답이 없다. 한 술 더 뜬 궤변만 돌아온다. ‘그러면 아이들 굶기자는 것이냐’, ‘그러면 청년의 꿈을 짓밟자는 것이냐’.... 통상의 토론이었으면 승부는 뻔하다. 질문한 쪽 승(勝), 대답 못한 쪽 패(敗)다. 그런데 정치에서는 이 공식이 안 통한다. 묻는 쪽이 되레 패한다. 대답 못 한 쪽이 이긴다. 언제부턴가 선거 규칙처럼 됐다. 퍼주기 공약은 던지면 이기고, 따지면 진다. 그런 선거도 몇 순 배 돌았다. 점검할 때가 됐다. 무상급식부터 보자. 한국 보편적 복지의 시조다. 교육과 일반 행정을 장악했다. 교육청, 경기도, 시∙군이 맡고 있다. 51.3%, 14.2%, 34.5%다. 시∙군이 버거워한다고 들린다. 하남시는 도에 정책조정을 건의했다. 고양시는 북부시장군수협의회에 안건으로 올렸다. 의정부시는 시·군협의체를 구성 중이다. 18개 시∙군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2010년 선거에는 금과옥조였다. 그게 이제는 골칫거리다. 성남시 청년 배당은 아예 사라졌다. 2016년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조건은 아주 간단했다. ‘성남에 살고 있는 24세 청년’. ‘왜 24세인지’ 설명은 없었다. ‘효율성 분석’은 기관마다 천양지차였다. 여기서 거물 이재명이 탄생했다. 2023년 성남시가 폐지했다. 대신 ‘취업 올패스’라는 걸 만들었다. 퍼주기라는 속성엔 별 차이 없다. 예산 부담도 여전하다. 하지만 수혜 대상만은 좀 더 상식적으로 구획됐다. ‘취업 못한 청년’에 ‘취업 준비 지원금’만 준다. 주목할 건 ‘경기도 기본소득’이다. 명을 다해 가긴 마찬가지다.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무상급식·청년배당과 같은 처지다. 그런데 과정이 조금 다르다. 새로운 대체 정책이 제시됐다. ‘김동연 기회소득’이다. 2022년 지방선거 공약이었다. 2년째 밀어붙이고 있다. 작년부터 예술인 기회소득이 시행됐다. 올해부터 농어민 기회소득이 시행된다. 내년에 청년 기회소득이 시행될 것 같다. 기본소득은 양립 불가다. 잠깐의 동거 뒤에 소멸될 것 같다. 김 지사가 기본소득과의 차이를 강조한다.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대상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이라고 한다. ‘대상’, ‘기준’, ‘기간’이 특정된다. ‘어려우니 도와주자’는 편협한 선택 복지와 다르다. ‘똑같이 분배하자’는 무차별 보편 복지와도 다르다. 우파 복지와 좌파 복지의 극단을 경계한다. 중도 복지의 스팩트럼을 최대한 넓게 포용하고 있다. 실행의 묘가 변수지만 개념이 다른 복지의 등장만은 분명하다. 경제력의 한계가 곧 복지의 한계라 했다. 대한민국 경제력은 자본주의로 유지된다. 사회주의적 복지도 이 범위 내에 있다. 그 너머로 국가부도의 유령이 서성인다. 선택적 복지주의자들은 ‘턱밑까지 왔다’고 한다. 대개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보편적 복지주의자들은 ‘여유가 많다’고 한다. 대개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 정치 한복판에 등장한 기회소득이다. 좌우 영역을 두루 품고 있다. 지속가능한 예산을 쓰고 있다. 필요한 계층을 짚어 내고 있다. 그래서 기회소득이 낫다. 더 정직하고, 더 현실적이고, 더 효율적이다.

[김종구 칼럼] 정창섭 전 경기도1부지사의 경기도 추억

-정창섭씨는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다. 남양주 시장, 인천시 기획관리실장, 경기도 기획관리실장, 행안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오늘 ‘김종구 칼럼’은 그의 글 소개로 대신한다. 정 전 부지사가 개인 SNS에 올린 글이다. 고교 동문인 손의영 박사의 강의를 들은 소감을 적고 있다. 경기도 수도권 환승할인 사업 추진의 고뇌와 노력이 담겨 있다. 전재를 거듭 부탁해 양해를 얻었다. 원문의 내용과 형식을 가급적 그대로 옮긴다- 제목: 손의영 강의를 듣고 몇 가지 단상들 예타,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느냐의 경계가 예타 점수 1이다. 공직에 있을 때 예타의 고객으로서 1을 넘기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1이 넘도록 유무형의 압력을 넣은 장본인으로서 반성도 해 본다. 예타제도는 IMF가 터지면서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한 제도다. 나라 곳간이 텅텅 비게 되자 민간의 자본을 유치해서 공공사업에 참여시키는 민투사업이 시작됐고, 병행해 국가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타가 시작된 것이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사업이 대상이니 수도권에서의 웬만한 공공사업은 전부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 97년 이후 인천 기조실장, 경기도 기조실장·부지사를 했다. 거의 모든 사업에 관여한 셈이다. 재정 여력이 있는 경기도에서도 예타는 무서운 허들이다. 그래서 손 교수가 예시한 사업들 중에 내 손때가 묻은 사업이 부지기수다. 99년, 인천시 기조실장 시절(2007.1~2000.1), 송도와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인천대교 건설부터 인연이 됐다. 그 시절 손 교수가 막후 실세임을 알지 못하고 열심히 청와대, 기재부, KDI 원장 등을 만나 로비하느라 바쁘게 보낸 시간들이 떠오른다. 손 교수를 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김문수 지사 사무실이다. 당시 나는 행정을 총괄하는 행정1부지사(2002.1~2008.3)였다. 손학규 지사 시절에 논의가 시작된 수도권 지하철·버스 환승할인 제도 도입이 서울시의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어 도지사에 취임한 김문수 지사는 제 1호 공약이 “뻥 뜷리는 교통”이었기에 수도권 환승할인 사업에 공격적이었다. 서울시는 경기도, 인천시가 더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며 좀처럼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경기도민이 서울에 드나드는 걸 억제하는 속내도 작용했다. 2006년 도지사 취임 후 첫 회의로 김문수 지사 사무실에서 교통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청취하는 회의가 소집됐다. 당시 브리핑을 손 교수가 했고, ‘저 친구가 서울고 동기’라고 엔지니어 회사에 다니던 동창이 귀띔을 해줘서 알게 됐다. 손 교수는 수도권 거주자의 교통량의 흐름을 계량화해서 보고했고, 그 숫자에 의해 서울·인천·경기가 분담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경기도가 환승할인 손실보전금 1천억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김 지사는 손 교수의 교통량 통계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경기도가 더 부담하자는 양보안을 만들라고 부지사인 내게 특명을 내렸다. 양보안을 가지고 서울시를 설득해 드디어 2007년 7월1일부터 환승할인 제도가 도입되게 됐다. 이로부터 경기도와 서울 시내버스(좌석, 직행좌석·광역버스 제외)와 마을버스·수도권 전철 간 환승 할인 및 거리비례요금을 적용하게 됐고, 2008년 9월20일부터 좌석, 직행좌석·광역버스도 환승할인 혜택을 받게 됐다. 교통수요자 각자의 부담을 도의 재정인 세금으로 일정 부분 보전해 주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경기도민의 입장에서는 큰 혜택을 받게 된 중요한 정책임은 분명하다. 오늘도 경로우대 교통카드로 ‘우정포럼’에 왔다. 은퇴 후에 교통비 부담 없이 우정 둘레, 역사 탐방 등 수도권의 명소들을 다닐 수 있는 것도 2006년 손 교수의 김문수 지사실 브리핑이 단초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퇴직을 했고, 모든 건 과거로 남았다. 경기도를 추억하게 해준 ‘의영’이가 고맙다.

[김종구 칼럼] 100세에 선물 보낸 조선, 65세에 복지 뺏을 한국

왕은 오래 살았다.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었다. 어의가 붙어 건강을 챙겼다. 그런 조선시대 왕의 평균 수명이 46.1세다. 16세에 죽은 단종을 제외해도 47.3세다. 70세를 넘긴 왕은 태조(72세)와 영조(81세)뿐이다. 일반 백성의 수명은 이보다 훨씬 짧다. 19세기 서유럽 사람의 평균 수명이 35세다. 조선시대 평균 수명도 이 정도로 추정된다. 정조 14년(1790년) 70세 이상이 2만5천810명이었다. ‘호구총수’ 속 인구 740만 3천명의 0.34%다. 하물며 100세는 하늘의 축복이었다. 백성의 100세를 임금이 친히 축하했다. 세종이 충청도 남포현 108세 노인을 축하했다. 달(月)마다 술과 고기를 하사해 장수를 빌었다. 영조도 108세 노인에게 옷감 1필과 고기 10근을 내렸다. 조선을 통틀어 최고령자는 동추(同樞) 정이천이다. 111세 때 기록이 있다. 정조가 ‘할아버지 영조 때부터 그가 궁궐에 들어오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건강하게 살고 있다’며 많은 물품을 내려 축하했다. 노인 취급은 50세부터였던 것으로 보인다. 경로 우대 정책이 그때부터 등장한다. 부역에 동원하지 않았다. 예비직인 검직을 제수했다. 자녀가 어려도 혼인을 허락했다. 환갑 60세가 되면 복지가 더 늘었다. 세금을 내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죄를 지어도 속죄금으로 대신하게 해줬다. 쉬운 과거 기로과(耆老科)로 기회를 줬다. 70세에 이르면 치사(致仕)도 할 수 있었다. 쉴 수 있는 퇴임 신청이다. 자녀를 공역에서 면제시켜 공양을 받게 했다. 80세부터는 더 파격적이다. 고을 수령이 연회를 마련해 잔치를 베풀어줬다. 생활 능력이 없는 독거인에게는 생필품을 줬다. 살인죄를 지었어도 사형은 면제해 줬다. 역적죄를 지은 죄인의 부모가 80세를 넘었으면 유배로 끝냈다. 90, 100세에 이르면 살폈듯이 왕이 축하했다. 동방예의지국의 500년 노인 복지 정책이다. 기초생활에 대한 돌봄 정책, 면세 혜택을 통한 노후 연금 정책, 처벌 면제를 통한 사법 특례.... 지금 기준에도 넉넉하다. 2024년 대한민국. 노인 연령이 높아질 것 같다. 복지 혜택 받는 연령이다. 서울시가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현재 65세인데 1981년 노인복지법이 근거다. 그때 기대수명은 66세였다. 지금 82.7세다. 16.7년이나 늘었다. 65세 이상 인구가 연내 1천만명을 돌파한다. 2050년 가면 전 인구의 40%가 된다. 60대도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노인을 70세로 올려 나쁠 게 있나 싶다. 문제는 연령 조정의 목적이다. 돈 안 주려는 거다. 65~70세 400만명이 대상이다. 노인 기초연금이 없어진다. 노인성 질병 지원도 없어진다. 틀니 임플란트 2개 할인도 없어진다. 무료 독감 접종도 없어진다. 전기·가스비 지원도 없어진다. 주민세 혜택도 없어진다. 무료 건강검진도 없어진다. 기차 30% 감면·항공 10% 할인도 없어진다. 대강만 추렸는데 이 정도다. 당사자에겐 당장 생활로 겪게 될 부담이다. 정년하고 5년의 보릿고개가 이제 10년으로 는다는 얘기다. 어른답게 ‘그러라’고 받아들일 마음이 왜 없겠나. 하지만 현실이 안 그렇다. 냉골에서 자고, 끼니 아끼는 노인이 많다. 노인 빈곤율이 39.3%로 OECD 최악이다. 이런 노인들에게 썩은 이빨로 살라는 얘기다. 기차 타지 말고 걸어 다니란 얘기다. 그래서 말하고픈 소망이 정년 연장이다. ‘노인’ 대우 안 할 거면 ‘장년’ 대우라도 해달라고 싶다. 사라진 복지 채울 만큼 근로 기회 좀 달라고 싶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빼앗는 거 같아 이 말도 못한다. 복지는 절대 뒤로 못 가는 거라던데...이 시대 노인은 이 법칙에도 못 낀다. 100년 산 백성에게 임금이 고기 보내던 나라.... 지금은 65년 산 국민에게서 복지 빼앗을 연구가 한창이다.

[김종구 칼럼] 청년 망친 청년 정책, 푸드트럭 10년

이건 사기(詐欺)다. 어렵게 빚 낸 돈 빼앗아 갔으니 사기고, 지원 약속했다가 발 빼 버렸으니 사기고, 내 줬던 사업장 도로 빼앗아 갔으니 사기다. 그 피해자는 청년이다. 생각 없었는데 속아서 끌려 들어온 청년, 그 허송으로 취업 기회 잃어버린 청년, 인생 송두리째 뒤죽박죽 돼 버린 청년이다. 이 희대의 사기를 저지른 범인의 정체가 놀랍다. 청년 대책이라며 떠들었던 정부가 범인이다. 덩달아 부추겼던 도(道)와 시(市)가 공범이다. 그 시작은 2014년이다. 청년들이 쓰러져나가고 있었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이 9.0%였다. 1999년 통계 기준이 바뀐 이래 최악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침은 당연하다. 전체 연령대 실업률이 3.5%였다. 여기 비교해도 2.6배나 높다. 말 그대로 청년의 미래가 실종된 해였다. 바로 그 해 ‘푸드트럭 정책’이 등장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 했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고, 누구나 사장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정책이었다. 기업 활동 막는 규제 41개를 풀었다. 그 복판에 있는 게 푸드트럭 규제 해소였다. 포장마차처럼 트럭 장사도 불법이었다. 더럽다고 위생 법에 걸렸다. 위험하다며 차·도로 관련법에 막혔다. 이 걸 다 풀었다고 발표했다. 화물차 구조변경을 풀었고, 정식 식품접객업을 승인했다. 여기에 청년이 혹할 수치도 뿌려졌다. ‘일자리 창출 6천명·부가가치 창출 400억원’. 지자체는 푸드트럭 지원, 영업 장소 제공으로 가세했다. 청년들이 마구 뛰어 들었다. 쥐어 짠 대출로 트럭을 샀다. 불판에 땀 흘리며 힘들여 일했다. 그런 노력이 다 절망의 시작이었다. 남들 다 말하는 코로나19 원인도 있다. 사람 모여야 장사되는 데 그게 금지됐다. 축제나 공연도 다 없어졌다. 위기로 내달린 사유로 충분하다. 그런데 그걸로 설명 안되는 현상이 있다. 코로나19 뒤엔 상권은 살아났다. 매출도 회복되고 사람도 들끓었다. 푸드트럭만 안 그랬다. 끝 모를 나락으로 떨어졌다. 경기도 데이터드림에 통계가 있다. 2015년에 폐업한 푸드트럭이 12대다. 2016년에 167대가 폐업했다. 정부 정책 직후부터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그 후에도 매년 50여대씩 사라졌다. 10년간 1천386대의 푸드트럭이 창업했는데 그 중에 536대가 사라졌다. 40% 가까운 폐업률이다. 힘들기는 나머지 60%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호언장담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구호 이렇게 고칠 판이다. ‘실업자 6천명 양산·부채 400억원 창출’. 애초 청년을 끌여들여선 안 될 일이었다. 핵심인 영업권부터 오판(誤判)했다. 노점은 무점포 상행위다. 임대료 내는 점포 상가와 충돌한다. 국가·지자체라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잘나갈 때조차 이런 조건들이 있었다. ‘일정 기간 묵인’ ‘중복 품목 제한’.... 예상한 현실이 나타났다. 시장 복판에서 동네 골목으로 밀려난다. 입점료 부담에 축제에서도 쫓겨났다. 이제 국가가 버텨주던 ‘졸음 쉼터 푸드트럭존’까지 간이 휴게소에 밀려난다. 푸드트럭 10년. 정책은 실패했고 공무원은 사라졌다. 젊음은 날아갔고 취업이 멀어졌다. 남은 건 정책 실패의 몰골 뿐이다. 화성의 중고트럭 매매단지가 있다. ‘8호’로 불리는 푸드트럭이 있다. 2015년 20대 청년의 꿈을 실었다. ‘김씨네 닭꼬치’라는 상호로 누볐다. 영업권 확보 실패로 무너졌다. 개조비용 2천만원만 날아갔다. 다음 주인은 29세 여성이다. ‘추추커피’를 열었다. 역시 1년을 못 버텼다. 800만원 빚을 남겼다. 세 번째로 36살 청년이 열정을 태웠다. ‘타코야끼 타코타’로 뛰었다. 또 무너졌다. 세 청춘을 앗아간 ‘8호’차는 지금도 거기 서 있다.

[김종구 칼럼] 판검사 억눌러 피고인 대통령 만들기

같은 논란이 한 번 있기는 했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다. 홍준표 시장이 자유한국당 후보였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이었다. 1심 유죄, 2심 무죄, 3심이 남았다. ‘대통령 되면 재판은 어찌 되느냐’. 민주당 쪽에서는 ‘재판받는 대통령’을 말했다. 홍 후보는 ‘법리 판단만 남은 사실상 무죄’라고 반박했다. 더 이상 논란은 커지지 않았다. 당선 가능성이 작아서였다. 실제 차이가 17.5%포인트였다.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얘기다. 공을 쏘아 올린 것은 한동훈 전 위원장이다. 대통령의 형사 소추 금지 규정-헌법 제84조-을 꺼냈다. 한 위원장은 ‘법 취지’에는 재판 중단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풀었다. 언론이 논쟁을 헌법학자들에게 가져 갔다. 한 전 위원장과 같은 취지로 푸는 학자들도 있다. 반대로 ‘입법 취지로 볼 때 재판도 중단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헌법학 개론이 C학점이었다. 40년이나 지났다. 읽으며 배우고 있다. 그런데 논리 하나가 거슬린다.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면 그 선택을 존중해 재판도 중단돼야 한다.’ ‘C학점’이 들어도 유치한 논리다. 법률 해석의 근거를 표에서 찾고 있다. 법학스럽지 않은 답이다. C도 못 된다. 그렇다고 정치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선거 유권자만 4천만명이다. 선택의 기준은 그 머릿수만큼 다양하다. 능력 있어서, 깨끗해서, 잘 생겨서.... 어떻게 ‘재판 중단’만 쏙 뽑아 ‘허락받았다’라고 결론내나. 궤변이다. 문제는 이게 정치에선 현실이라는 거다. ‘선거 압승=사법 장악’으로 연결된다. ‘수사 기관 무고죄’ 법안을 발의했다. 수사 기관의 증거 조작, 위증 강요를 처벌하는 법이다. 판사를 겨냥한 법안 신설도 얘기된다. ‘법 왜곡죄’를 만들어 형법에 넣겠다고 한다. ‘객관 의무 위반 처벌 죄’도 준비되고 있다. 심지어 법관 선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모든 게 압도적 제1야당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검찰·법원 개혁은 압박해도 된다. 특정 사건 특검도 법이 허락한 절차다. 하지만 저런 법안들은 다르다. 정치가 사법에 뛰어드는 것이다. 무고, 왜곡, 사적판단은 지금도 중요하다. 사실로 드러나면 탄핵받고 처벌된다. 그걸 굳이 별도 죄목으로 신설하려고 한다. 따라올 결과는 뻔하다. 검사·판사 고소가 쉬워질 것이다. 판사 고소해서 질질 끌 것이다. 이런 법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있다. 6개 사건 8개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엔 살 길이다. 재판을 끌어야 한다. 확정을 막아야 한다. ‘이 법’들이 활약할 시간이다. 당선된다면 직을 유지해야 한다. 그때부터는 헌법 제84조다. 고맙게도 이 논쟁을 한동훈 위원장이 열어줬다. ‘피고인 대통령’이라는 직위까지 붙였다. 그러자 궤변이 등장했다. ‘대통령이 됐으면 재판 중단도 허락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미래 권력을 향한 구애가 물씬 풍겨난다. 그렇게보면 점차 다수설이 돼 갈지도 모르겠다. 민주당은 이재명의 당이다. 당헌·당규도 이 대표를 위해 있다. 몇 개 규정이 이 대표에게 거치적거렸다. 최고위가 알아서 없앴다. 사법부도 그렇게 만들려고 한다. 줄줄이 걸린 송사가 거치적거린다. 율사 출신들이 알아서 검사·판사 겁박에 나섰다. 그 내용이 사법부 말살에 가깝지만 당 어디에도 이견은 없다. 오로지 ‘이재명의 사법부’를 만드는 충성 경쟁만 있다. ‘선거 승리는 무한 권력을 준다’. 이 궤변이 민주당에 오니 이제서야 답이 됐다. ‘그’도 열흘 전까지는 국회의원이었다. 목소리 내다가 비명(非明) 횡사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재명 비판은) 말해도 안 되고 생각해도 안 되는 당이 됐습니다.” 따라 웃었지만 걱정이다. 사법(司法)까지 그렇게 옥죄려는 것 같아서.

[김종구 칼럼] 권력기관장 경기도 패싱, 이 흑역사를 또

박근혜 정부. 수원시민에겐 뜻밖의 경사였다. “경찰청장에 수원 출신 이철성 지명”. 지동초 삼일중 유신고라고 했다. 지역 언론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발 넓은 유신고 동문’에게서 정보가 왔다. ‘공부를 못해서 자퇴했다는 설이 있고...’. 이 정보는 곧 오류로 밝혀졌다. 되레 가난 극복 스토리가 눈물겨웠다. 그렇게 수원시민 모두가 흥분했었다. 왜 안 그렇겠나. 권력기관장을 배출하면 어디든 잔치다. 다들 인연 없다고 했다. 경찰청이 출범한 게 1991년이다. 2016년까지 19명의 청장이 있었다. 영남 출신이 12명으로 제일 많았다. 충청이 3명, 호남·서울이 각 2명이었다. 평안도까지 1명 있었다. 그때까지 경기도는 한 명도 없었다. 없는 곳이 세 곳이다. 인구 67만 제주도, 인구 150만 강원도, 그리고 인구 1천300만 경기도다. 그 첫 선택을 박근혜 정부가 했다. 3대 권력기관장 중 첫 경기 출신이었다. 문재인 정부. “국세청장에 화성 출신 한승희 지명”. 누구도 예상 못한 빅뉴스였다. 국세청 사상 첫 경기 출신이었다. 경찰청장보다 훨씬 긴 시간이었다. 1966년 초대 청장 이래 무려 51년 만이다. 그리고 또 한번의 소식이 이어졌다. 한 청장 후임 국세청장이 또 경기도였다. 화성 출신의 김현준 청장이다. 원래 영남·호남이 갖고 충청에 가끔 주던 자리다. 그런 요직에 경기 출신 청장 둘이 연거푸 올랐다. 대통령제의 권력은 대통령이다. 인사도 거기에 있다. 그 핵심이 3대 권력기관장이다. 대통령과 지근거리가 차지한다. 독식이 미안할 땐 조금 나눈다. 그 나눔에도 셈법이 있다. 야당 지역 또는 중도 지역이다. 경기도는 이 셈법에도 못 꼈다. 어중되게 야당 취급도, 중도 취급도 못 받아서다. 그래서 경찰청장이 25년 동안 없었다. 그래서 국세청장이 51년 동안 없었다. 그리고 검찰총장은 아직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원 경찰청장 선택. 문재인 대통령의 화성 국세청장 선택. 수원시민, 화성시민에게 귀한 추억이다. 세 번의 축제가 지금도 생생하다. 학교엔 ‘축, ○○○선배’, 동네엔 ‘축, 마을 출신 ○○○’이 나붙었다. ‘나도 열심히 하면...’이라는 후학들도 생겼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나. 윤석열 정부에서 과거로 간다. 전라도 검찰총장, 충청도 경찰청장, 경상도 국세청장이다. 다시 ‘경기 0명’의 시대다. 이유라는 게 황당하다. -경기 출신들이 적다. 후보군에 들 거물이 없다. 그래서 뽑고 싶어도 못 뽑는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그 핑계였으면 이철성도, 한승희도, 김현준도 없었다. 순경 입직, 한직 전전, 소소한 잡음까지. 반대가 많았다. 전례 없던 중부국세청장의 발탁. 반발도 있었다. ‘빽’ 없으니 ‘훅’ 불면 날아갈 판이었다. 하지만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이 지켰다. 대통령 의지가 그만큼 중요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지는 어떤가. 벌써 후반으로 넘어간다. 호남 검찰총장, 충청 경찰청장 임기도 다 돼 간다. 영남 국세청장도 바뀔 것 같다. 서서히 기사·지라시가 뿌려진다. 얼핏 살펴 보게 된다. 걱정이다. 바뀔 거 같지 않다. 또 특정 지역 일색이다. 그 속에 경기는 없거나 밀려 있다. 익숙한 흑역사로 갈듯 하다. 경찰 25년 만에 1명, 국세청 51년 만에 1명. 검찰 76년째 0명. 이 끔찍한 통계 시절로 말이다. 국토균형발전론이 있다. 경제의 균형을 위한 논리다. 경기도 경제를 지역으로 나누라고 했다. 기관을 이주시키는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했다. 같은 논리로 인재균형발전론을 꺼내 본다. 임명직 인사도 지역 균형을 이뤄야 한다. 특정 지역 독점을 경기도에 배려해야 한다. 기계적 분배라도 해야 한다. 이 또한 국가 책무다. 지금의 권력기관장 비율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 불균형을 균형으로 맞출 시간. 그 온전한 인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

[김종구 칼럼] 경기 분도, 이름 아니라 이유를

“100점 만점에 25점짜리입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이다. 무엇을 이렇게 혹평했을까.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다. 2023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원도 전역에는 환영 현수막이 붙었다. 요란한 축하연도 곳곳에서 열렸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성대한 축하 행사를 가졌다. 법안 통과에 공(功)이 컸다. 국회의원들 찾아 다니며 부탁했다. 하지만 나 소장의 평가는 달랐다. ‘성과 없는 결과’라고 공개 지적했다. 강원도 잘 살자는 법안이다. 많은 요구가 있었다. 핵심규제 완화도 있었고, 산업도시 조성도 있었고, 과학기술·기후변화 대응도 있었고, 교육특구·자치권 강화도 있었다. 이런 요구가 대거 잘렸다. 상수원보호구역은 강원도에도 한(恨)이다. 대기업 유치를 막았다. 이 완화 요구가 잘렸다. 교육특구 지정이 대단한 수준도 아니었다. 제주특별자치법 정도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것도 안 됐다. 137개 중 53개가 이렇게 잘렸다. 심재범 강원도 고문 변호사가 진단한다. “여러 부처 심의를 거칠 경우 입법·시간 지연이 될 수 있다. 강원도가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 교육부, 산업부, 환경부, 국방부.... 다 돌 수 없었을 거라는 얘기다. 다 얻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빨리 하려면 많이 버려야 하고. 뭐 이런 거 아닌가 싶다. 강원도가 특별히 뭘 못한 게 아니다. 육지-제주를 뺀-의 특별자치도 실상이 이렇다. 이런 현실을 봐 둬야 할 경기도가 됐다. 김동연 경기북부특별자치도다. 도지사선거 때 낸 공약이다. 취임 후 2년 동안 성실히 밀었다. 4월 총선에서는 ‘공통 공약 캠페인’도 폈다. 국민의힘의 ‘서울 메가시티’와 대척에 섰다. 총선이 끝나자 새 이름도 공모했다. 5만여건이 접수됐다. 전국에서 몰렸다. 최종 심의를 거쳐 하나가 선정됐다. ‘평화누리자치도’. ‘대구 사시는 91세 시민’의 제언이라고 소개됐다. 김 지사가 직접 발표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시작됐다. 반대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경기도 홈페이지에 청원도 떴다. ‘평화누리자치도를 반대합니다’. 이름 발표 하루 만에 1만명이 동참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두 방향이다.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명칭에 반대하는 요구가 있다. 그럴 수 있고, 그런 면도 있다. 주목할 건 분도(分道) 자체에 대한 반대다. 총선 때도 이렇진 않았다. 정치 공방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역적 분포가 다양하다는 얘기다. 경기 북부 반대도 있다. 반대 논리엔 깊이도 있다. ‘인구가 주는데 왜 도는 늘리려 하나요’, ‘분도가 북부에 좋을 거라는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남북 불균형이 도리어 심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깊이 있는 답이 필요하다. 어느덧 민선(民選)도 30년이다. 도지사가 7명 째다. 저마다 경기 북부 발전을 약속했다. 모두가 북부 발전 성과를 자랑한다. 그 모든 것 위에 ‘원 톱’이 있다. 민선 3기의 LG필립스LCD 파주 공장 유치다. 투자액 25조원, 단지 면적 110만평, 종업원 수 3만5천명.... 애초에 화성이나 평택으로 가려던 회사다. 국내외 대기업의 선택이 대개 그렇다. 이걸 파주로 끌고 간 게 경기도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다. ‘그때 도지사’가 엊그제 말했다. “경기도가 아니었으면 그게 됐을까. 못 했을 거야.” 이 회고에 답이 있다. 광역의 힘은 곧 지자체의 힘이다. 인구 1천300만짜리 힘이 있다. 인구 300만짜리 힘도 있다. 인구 150만의 강원도특별자치도는 때 맞춘 교훈이다. 접경지 규제, 상수원 규제, 산림·농지 규제.... 경기 북부와 닮았다. 그래서 봤는데 얻은 건 별로 없단다. 허울뿐이라는 비난이 들린다. ‘평화누리자치도’는 다를 수 있을까. 지금 필요한 게 이거다. 다르다는 설명을 해야 하고, 다를 거란 믿음을 줘야 한다. 이름 짓는 건 그 뒤의 일이다.

[김종구 칼럼] 김동연 지사의 ‘슬기로운 대선 생활’

김동연 지사의 총선 화두가 있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북자도)다. 사실상 경기분도를 전제하는 제언이다. 분도는 경기 북부의 숙원과도 같다. 모든 선거에서 이슈로 등장했다. 이에 부응하는 북자도 청사진이다. 후보의 공약화를 주문했다. 막상 보니 많지 않았다. 북부 당선인 13명 중에도 4명만 담았다. 박정(파주)·정성호(동두천)·박지혜(의정부)·이재강(의정부). 어디는 특례시 강화, 어디는 서울 편입을 봤다. 기대만큼 호응이 없었다. 이재명 대표의 분도불가론과 충돌했을까. 경기도는 적극 부인했다. 이재명 구상과 김동연 구상에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같은 결론이라고 밝혔다. 따지고 보면 이 자체가 역설이다. 지금 상태에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유독 살얼음판 같았던 공천 과정이다. 현역들도 줄줄이 날아갔다. 후보들에게 부담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 ‘이재명 분도 불가론’과 ‘김동연 북자도론’의 선택. ‘이재명 압승’이 되면서 김 지사에겐 부담일 수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공천 때, 친명과 친문이 충돌했다. 그 예민한 시기에 김 지사가 출장갔다. 먼저 들른 게 봉하마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권양숙 여사도 만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만났다.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라며 직접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당부하셨다”, “조금 더 구체적인 얘기가 있었지만(밝히지 않겠다)”, 자신의 각오도 분명히 공개했다. “그 길에 필요한 내 역할을 책임 있게 해나가겠다”. 경기도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연초에 못한 새해인사였다고 했다. 이 말 그대로 믿은 언론은 없었다. 다들 정치 행보로 해석했다. 그렇게 보여질 발언들이 있다. “민주당다운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위에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공천 혼란기에 던진 김 지사 말이다. 언론은 ‘김동연 지사가 움직인다’고 썼다. 친문과의 연대 시도라고 푼 언론도 있다. 이런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승했다. 김 지사에겐 이것도 부담일 수 있다. 김동연 지사는 잠룡이다.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언론이 그렇게 정해놨다. 정치 일정까지 앞서가 못 박아 놨다. ‘2027년 대선에서 도전할 것이다’. 이러다 보니 총선과 김 지사의 미래는 중요한 기삿거리다. 이재명 대표는 야권의 절대 권력이 됐다. 예비 주자로 조국 대표까지 등장했다. 안 그래도 북자도, 평산마을이 편편찮던 터다. ‘김동연 길’이 험해진 듯하다. ‘이·조 사법리스크’가 현실이지만, 그건 금기어다. 김 지사에게는 더 그렇다. 이쯤에서 보이는 영역이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 그룹이다. 수도 많지만, 중량감이 상당하다. 전해철, 윤영찬, 박광온, 안민석, 양기대.... 혹은 문재인계로, 혹은 이낙연계로, 혹은 정세균계로 살아온 정치인들이다. 저마다 ‘전략통’, ‘조직통’을 자처한다. 달포 뒤에 무더기로 실직한다. 민주당이 꽉 찼으니 4년 뒤 미래도 없다. 그렇다고 주군(主君)을 따라 낙향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 누가 말했다. “김동연 지사 도우면 어떨까”. 이재명 대표도 경기지사였다. 임기 4년이 험했다. 수사·소송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도 대권을 준비했다. 전국 돌며 대선 조직 만들었다. 대선에 던질 정책 만들었다. 정무·특보 라인에서 한 일이다. 그들이 지금도 이 대표를 지킨다. 이재명 지사가 남긴 ‘슬기로운 대선 생활’이다. 김 지사에게도 그런 기회가 온 듯하다. 다 잡아도 안 되고, 안 잡아도 안 된다. 언제나처럼 이번 기회도 위기의 순간과 함께 들이닥쳤다.

[김종구 칼럼] 여론조사는 과학 아니라 정치다

이렇게 또 선거가 끝났다. 어떤 투표를 몇 번 했는지 모른다. 어느덧 남은 투표 세는 게 빨라졌다. 어김없이 찾아온 썰렁한 파장이다. 선거 흔적 지우는 시간이다. 가로수에 걸린 현수막이 사라진다. 건물 덮었던 사진도 내려진다. 지면(紙面)에 선거 기사도 빠진다. 철 지난 얘기, 안 읽히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안 쓰는 게 맞다. 그런데 선거 기간 내내 적어 뒀던 화두가 있다. 끝나면 쓰려고 적어둔 얘기다. ‘여론조사는 정확한가’, ‘어떤 영향을 줬는가’. 많이 틀렸다. 다 볼 수는 없고 몇 곳만 보자. 안철수·이광재(분당갑) 여론조사다. 4월2~3일, 이 후보 45.8%, 40.4%였다. ‘여론조사꽃’에서 조사했다. 결과는 안 후보의 넉넉한 승리였다. 표 차가 6.6%포인트다. 이재명·원희룡(계양을) 조사다. 3월31일부터 이틀, 이 후보 47.7%, 원 후보 44.3%였다. ‘미디어리서치’가 조사했다. 결과는 이 후보의 일방적 승리였다. 8.7%포인트 차다. 다 이렇다. 어디는 10%나 틀렸고, 출구조사도 틀렸다. 이쯤에서 인정하고 갈 진실이 있다. 여론조사는 틀리는 게 정상이다. 사람 마음을 어찌 수치로 풀겠나. 부모 자식 간에도 속을 모른다. 내 마음도 어찌 변할지 모른다. 그걸 과학이랍시고 꿰맞추는 거다. 혹여 둘 놓고 4천만명이 고른다면 모른다. 그래서 대선이 근사치로 간다. 하지만 총선은 254개 지역이다. 후보 이름도 어색하다. 틀리는 게 자연스럽다. 이걸 정확하다고 믿으려니까 불신이 생긴다. ‘조사가 왜곡됐다’, ‘조사 기관이 장난질을 쳤다’. 민주당은 잘 안 것 같다. 내가 볼 때 그렇다. 내부 경선이 2월 내내 있었다. 경선의 기본 방식도 여론조사였다. 예비 후보들마다 문자를 발송했다. ‘민주당 ○○○입니다. 여론 조사 꼭 받아서 저를 선택해주세요.’ 열성 지지자들은 휴대폰을 들고 지냈다. 그 ‘관성’이 그대로 이어졌다. 후보들은 계속 여론조사 참여를 독려했다. 그때도 보수는 여론조사 전화를 끊고 있었다. 3월 들어 10%, 20%로 벌어졌다. 경기도 전 지역 참패설까지 지면에 등장했다. 그 한 달, 국민의힘은 뭐했을까. 두 모습을 봤다. 하나는 여론조사 불신이다. ‘여론조사 믿지 말라’고 선전했다. 여기에 보수 전문가들의 분석이 가세했다. ‘진보 답변이 과다 포집됐다.’ 여론조사를 외면할 핑계가 됐다. 3월 후반, 보수 텃밭까지 무너지기 시작했다. 양평, 동두천, 과천, 분당이 뒤집혔다. 다른 모습도 봤는데, 조사 외면 합리화다. ‘뒤집힌’ 국민의힘 후보가 말했다. ‘저쪽은 독려하는데 우리는 안 한다.’ 결국 ‘2월 우위’ 다 잃고 낙선했다. 여론조사는 ‘유력’이라는 ‘문패’를 다는 싸움이다. ‘死票 방지’의 확신을 주는 작업이다. 또 다른 사전투표다. 총력 대응해 끌어올렸어야 했다. 지지자들에게 전화 응대를 호소했어야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누구도 이런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그 사이 선거는 사실상 끝났다. 과반을 넘어 개헌 저지선 밑까지 갔다. 그 정점에서 여론조사 공포가 금지됐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말했다. “반전하고 있습니다. 골드크로스 일어났습니다.” 3월에 뭐하다가. 이제는 따지지 말자. 여론조사는 틀릴 수 있다. 그렇다고 ‘여틀막’ 할 수는 없다. 승리 공식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 그 극단적인 비교가 이번 선거에 있었다. 적극 응대로 기선을 제압했던 민주당, 또 하나의 사전투표로 임했던 민주당. 그래서 승리했다. 적어도 승리 요인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하지 못했다. 여전히 맞냐 틀리냐 분석만 하고 있었다. 사전투표 불신을 보수의 고질로 보던데, 더 큰 고질이 여론조사 불신이다. 이거 못 고치면 계속 진다.

[김종구 칼럼] 어느 의사의 뇌물 일기

그가 왜 뇌물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까. 어느 날부터 지인들 카톡에 올라왔다. 처음에는 왜 이러는지 몰랐다. 의사 자랑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읽어가면서 궁금증이 풀렸다. 대개가 값싼 물건이다. 되팔아 봤자 큰돈 될 리 없다. 직접 캐고 다듬고 만든 것들이다. 안심 먹거리 표식이 있을 리 없다. 혼자 들고 나오기 민망한 것들이다. 병원 직원들 나눔 행사가 더 편하다. 값싼 뇌물, 손길 묻은 뇌물, 소소한 뇌물. 웃으며 읽게 되는 일기라는 게 이렇다. -○월 ○일. 들기름이 들어왔다. 직접 키운 들깨로 짜셨단다. 화성 농촌 어르신이다. 버스를 두 번 갈아 타고 오셨다-. -○월○일. 오늘은 직접 캔 야생 냉이다. 강화도에서 비닐 봉투에 싸 오셨다-. 등장하는 뇌물 품목이 정말 다양하다. 직접 농사 지은 서리태, 직접 담근 고들빼기 김치, 방금 쪄 낸 고구마, 찐 달걀 한 판.... 친절하게 뇌물 내용을 분석한다. “수원도 애매하고 주변에 용인, 화성 등지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많아 뇌물이 참 다양합니다.” 일기에 ‘뇌물 받는 방법’도 안내돼 있다. “뇌물을 수령하는 사람들은 꼭 기록을 해두고 감사의 표시를 해야 추후에 또 가져옵디다...삼정의 문란 때 사또와 아전들은 그걸 잘 못해서리....” 익살까지 섞여서 읽는 재미가 있다. 이런 그를 주변에선 좋아한다. 능력 있는 시술로 소문도 났다. 환자를 편하게 해주기로 유명하다. ‘뇌물’ 못 받는 때가 오면 의사 그만 하겠단다. 집필 양해에 불편해한다. “이런 의사들 많아요. 이름 숨겨줘요.” ‘석 박사’다. 익명 필요 없는 성인(聖人). 81년 의과대학, 87년 의사고시다. 군의관까지 하고 신부가 됐다. 20년간 내전 중인 수단으로 갔다. 한센병 환자와 결핵 환자를 살폈다. 뭉개진 발가락을 위한 운동화를 선물했다. 더 오지를 찾아가 의료 봉사했다. 학교 짓고, 수학 가르치고, 음악도 가르쳤다. -예수님이라면 이곳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저서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2008년 휴가차 귀국해서 검진을 받았다. 대장암 4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 선고에 그가 말했다. “(수단) 톤즈에서 우물 파다 왔어요. 마저 다 해야 하는데....” 그렇게 떠난 그에게 바쳐진 선물이 있다. 47명의 제자 의료인이다. 그 중 토마스 타반 아콧이 증언했다. “신부님은 환자가 겁먹지 않도록 유쾌하게 진료를 보셨어요...환자들이 처음에는 굳은 얼굴로 들어왔는데, 나갈 때는 웃는 얼굴로 나갔습니다.” 신부로 살다 간 ‘이태석 의사’다. 그 정신이 모두에 이어졌다. 열린의사회가 세계를 찾아다닌다. 1997년 이래 매년 10~12회에 이른다. 몽골, 인도, 에티오피아,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레바논.... 병원·의대 단위 세계 봉사도 쉼 없다. 이게 K-의료다. 그 본질이 K-봉사에서 시작된다. 들기름 선물에 행복해하는 의사. 목숨 구하고 목숨을 내놓은 의사. 국경 너머 환자를 향하는 의사.... 이게 우리가 아는 의사의 모습이다. 뛰어난 머리만큼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한 의사의 언어는 놀랍다. “자기 애가 없으니 평생 소아과를 가본 적이 없을 것”, “왜 9수나 했는지 이해 간다. 하기야 나라도 머리에 든 건 없고 사고만 쳐대는 ‘성형○○’과 살려면 술 생각만 나겠다”. 의협회장에 당선됐다. 정치가 가미됐다. “(특정)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다”,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처음 본다. 우리 주변엔 아무리 봐도 그런 의사 없다.

[김종구 칼럼] ‘2천명’은 총선 거래 대상 아냐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둘로 나눠 보자. 하나는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다’다. 합리적 방안을 논의하자는 말이다. 누구는 ‘대통령의 유연한 입장’으로 해석한다. 아마 여권이 보는 해석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2천명은 충분히 논의된 규모다’다. 합리적인 수를 제시하라는 말이다. 누구는 ‘대통령의 여전한 고집’으로 해석한다. 아마 야권이 보는 해석일 것이다. 여야를 빼면 간단한 말이다. ‘2천명은 충분히 논의된 숫자다. 다시 논의할 의사는 있다.’ ‘2,000명’은 의료개혁의 핵심이다. 그 자체가 정책이자 목표다. 대통령이 도출 과정을 설명했다. 충분히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공개된 게 2월 6일이다. 시간도 넉넉했다. 그동안 숫자 대안은 없었다. 누구는 500명, 누구는 1천명을 말했다. 의료계 누구는 마이너스 500~1천명을 말했다. 여기서 대통령이 바꿀 숫자가 있나. ‘없던 일로 하자’고 해야 했나. ‘충분히 논의했다’ 외에는 없는 거다. ‘합리적 대안 주면 토론하겠다’ 정도다. 총선판에 전해 줄 최선이다. 국민의힘을 보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말했다. “국민이 원하는 그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주길 바란다.” 그동안 뭐하다가 이제 중재하나. 지난해 말 시작된 논의다. 2천명이 명시된 게 60일 돼 간다. 그 시간 국민의힘발(發) 이견은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해결사로 등장했다. ‘유연 대처’를 주문하고 나섰다. 딱 국민의힘 참패론 등장과 겹친다. 여전히 모호했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뭔지 말하지 못했다. 500명인지, 0명인지. 언급 없다. 그저 정치 구호다. 야권도 보자. 이재명 대표는 적정 증원을 400, 500이라고 했다. 조국 대표는 이런 얘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 땐 의대 정원 400명 늘린다고 하니 (의사와 의대생들이) 총파업했다(작년 10월·P유튜브). 결국은 400여명으로 모아진다. 22대 민주당은 180석이었다. 뭐든 할 수 있었다. 입법, 파면, 불신임, 특검.... 그런데 의대생 증원은 못했다. ‘27년 동안 한 명도 못 늘렸다’면 그 속에 ‘그들의 시간’도 있다. 400명 했으면 1천600명이면 됐을 거 아닌가. 여론조사도 보자. 어제 아침 리서치앤리서치 조사가 떴다. ‘증원하되 중재안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57.2%가 ‘그렇다’고 했다. 의료 공백 대응의 책임을 물었다. 57.5%가 ‘정부 잘못’이라고 했다. 다섯 달 전(11월2일) 미디어리서치 조사가 있었다. 84.3%가 ‘의대 정원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규모는 ‘1천500명 이상’이 28.1%로 제일 높았다. 이 두 여론의 차이는 뭔가. 정치적 문항, 정치적 구분, 정치적 해석이다. 이런 이유로 바뀌면 지속될 정책이 몇 개나 되겠나. 숫자 ‘2,000명’은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토론 단계에선 의견, 집행 과정에선 목표다. 윤석열 정부엔 이미 목표가 됐다. 신중해야 한다. 여기에 미리 깔린 음모론까지 있다. ‘국민 지지를 얻을 것이다-의료계가 강력 반발할 것이다-국민 우려가 높아질 것이다-이때 (한동훈이) 해결사로 나설 것이다-대통령이 철회할 것이다.’ 야권발 ‘의료 대란 음모론’이다. 현재까지 다 맞았다. 2천명 철회가 그 마침표다. 이 퍼즐을 맞추고 싶나. 그러면 이 정부는 파국이다. ‘2000명’을 향한 정치 우롱. 이젠 의료계까지 흉내내고 있다. ‘총선 20, 30석을 좌우할 수 있다’,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주겠다’. 이 말에 윤 대통령이 말했다. “대통령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 국민의힘·민주당도 이 선거 끝나면 동의할 것이다.

[김종구 칼럼] 국민의힘의 참패 탈출법, 오로지 ‘공약’

그중에도 수원병을 예로 보자. 달포 전까지 국민의힘 세였다. 국민의힘 후보가 꽤 많이 앞섰다. 상대가 현역 의원인데도 그랬다. 그런 여론조사가 두세 개 된다. 나머지 수원에도 영향을 줬다. ‘0 대 5’ 불모지에 희망을 말했다. 그러다 꺾였다. D-30일 즈음해서다. 민주당 후보에게 뒤처졌다. 지지율 차이가 정반대다. 서너 개 여론조사가 그렇다. 한 달 새 이런 손 바뀜이 가능할까. ‘노무현 탄핵 후폭풍’도 아닌데. 어떤 상황이 있었을까. 국민의힘이 앞섰던 요인을 보자. 고위 관료 출신을 전략 배치했다. 그를 통해 공약을 쏟아냈다. 반도체 메가시티, 철도 지하화다. 철도 공약이 대박이었다. 그게 1, 2월이다. 2, 3월 여론에 반영됐다. 국민의힘이 몰락한 요인을 보자. 여론이 민주당 공천에 쏠렸다. 국민의힘도 그 논평으로 소일했다. 지역에서의 공약 생산이 멈췄다. ‘민원 국민택배’도 사라졌다. 민주당 공천이 마무리됐다. 비난할 소재가 사라졌다. 그러자 몰락이 왔다. 지금은 어떤가. ‘오늘 선거를 치른다면 의석수는?’ 언론의 아주 치사한 접근법이다. 한 발 빼고 걸치려는 분석이다. ‘오늘’이 아닌데 왜 ‘오늘’을 기준 삼나. 그냥 오늘을 재료 삼아 보름 뒤를 말하면 된다. 대충 꿰맞춰 보면 이렇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고전할 것 같다. 경기도에서는 더 그럴 것 같다. 보이는 결과는 두 가지다. 참패냐, 석패냐. 국민의힘 경기도당에 주어진 눈 앞의 과제는 하나다. ‘참패라도 면해 볼 방법은 없는가’. 유일한 답이 공약이다. 모든 총선에 통하는 공식이다. 야당은 공격, 여당은 정책이다. 지난 한 달여, 국민의힘이 이걸 버렸다. 민주당 공천 비판에 정신 팔렸다. 이재명 공격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정책도, 공약도 다 가려졌다. 결론이 뻔하다. 여당은 이재명 비방, 야당은 윤석열 비방.... 대통령 비방이 훨씬 흥미롭다. 대표 부인 의혹 비방, 대통령 부인 의혹 비방.... 영부인 비방이 훨씬 먹혀든다. 질게 뻔한 이 게임에 여당이 뛰어들어 뒤엉켰다. 대통령 얘기 꺼낸 차에 정책 투어도 보자. 전국을 돌며 정책 청사진을 던진다. 특례시 지원을 수원 후보가 얘기했다. 두 시간 뒤에 대통령이 특례시 지원법을 약속했다. 철도 지하화를 수원 후보가 얘기했다. 며칠 뒤 대통령이 경인 철도 지하화를 약속했다. 선거법이 아슬아슬하다. 그런데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 여당 후보에게 밑밥 깔아주는 것이다. 그 밑밥을 먹어야 할 당이 엉뚱한 짓을 했다. 남의 당 공천 비판만하다가 모두 잃었다. “좋은 공약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하고 또 했다. 유권자가 투표장 갈 때 귀에서 윙윙거리게 만들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9단이다. 그가 소개한 선거운동 원칙이다. “아무리 좋은 이슈도 선거 때는 보름을 못 간다. 그걸 조절하는 게 참 힘들더라.” 노무현 대통령도 선거 귀재다. 경인지역 국장단 오찬에서 말했다. 공약은 반복하라는 얘기고, 보름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총선은 254개 지역의 대통령선거다. 절박하면 배워야 한다. 이제부터 13일의 전투다. 선거다운 선거를 보고 싶다. 야당은 야당답게 가야 한다. 윤석열 정부를 신랄하게 공격해야 한다. 그렇게 가고 있다. 압도적 지지가 그 증명이다. 여당은 여당답게 가야 한다. 집권당의 정책 보따리를 풀어놔야 한다. 그렇게 못 가는 거 같다. 패배의 공포가 그 증명이다. 이제라도 여당답게 가야 한다. 공약만 내걸고, 공약만 말해야 한다. ‘잃을 것만 있는’ 비방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마지막이고 유일한 수다. ‘국민의힘은 이제부터 이재명 비방을 중단합니다. 공약만으로 승부하겠습니다.’ 국민의힘에 기대하는 선언이다. 혹시 이걸 해 볼 용기가 있는가.

[김종구 칼럼] 반도체 사칭 선거-반도체 육성 선거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 요즘은 어렵지 않다. 쓰는 데 별 무리 없다. 1998년에는 안 이랬다. 검찰 브리핑부터 생소했다. 반도체칩, 공정의 수율, 저장 용량 D램.... 메일을 사용했다는 데 메일은 또 뭔지.... 누군가 기자실에 책 한 권을 놔뒀다. ‘반도체란 무엇인가’였던 거 같다. 수원지검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이다. 국익을 지키는 수사였다. ‘곽무근 특수 부장검사’, ‘아무개 국정원 직원’.... 모두 애국자들이었다. 또 반도체다. 이번엔 더 어렵다. 산업 분석이 필요하다. 필요한 정책이 뭘까. 숙제를 낸 건 정치권이다. 22대 총선에 화두로 던졌다. 여야의 반도체 벨트 공략 전술이다. 이천-용인-수원-화성-평택. 공장이 직접 위치해 있는 지역이다. 영향권으로 성남, 오산도 있다. 경기 남부의 상당 부분이 포함된다. 해당 인구만 어림잡아 500만명이다. 이 거대 표밭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각 당에서 쏟아낸 공약만 십 수개다. 생업 바쁜 유권자들이 이해할까. 다행히 이 걸 조사한 수치가 있다. ‘수원-용인-화성’ 조사다. ‘각 당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인지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국민의힘 공약 67.0%, 민주당 공약 46.8%다. 호감도도 물었다. 국민의힘 31.8%, 민주당 23.5%. 한국경제 의뢰로 피앰아이가 12~14일 800명을 조사했다. 10여일 지났다. 그 후 김동연 지사도 반도체 철도 구상을 밝혔다. 요 며칠 조사치는 없다. 나는 도통 모르겠다. 어떤 게 좋은 공약인가. 누가 좋은 후보인가. 그래서 ‘반도체 전문가’에게 물었다. 반도체 경력 30년의 지인이다. ‘정치권에 바라는 게 있으면 알려 주십쇼.’ 답장이 왔다. ‘회사는 어떤 입장도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이해된다. 그들에게는 처음이 아니다. 때만 되면 등장하는 반도체 공약이다. 선거 끝나면 공약도 다 없어진다. 새삼 기대할 게 뭐가 있겠나. 대신 사견(私見)이 왔다. 그걸 적는다. -미국에서는 기업유치할 때 세제 혜택, 투자만 해도 지원금 팍팍...8조. 우리나라는 대기업 특혜라 세금 혜택 불가, 지원금은 꿈에도...’-. 세제·지원금 혜택을 얘기한다. 미국 반도체법(칩스포아메리카)이 있다.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를 지원한다. 중국의 ‘중국제조 2025’가 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다. 역시 막대한 지원금을 준다. 우리에겐 대기업 특혜가 된다. 그가 적은 소망, 하나다. -해외 투자기업은 인프라시설 국가∙지방정부 부담...우리는 수혜자 부담원칙으로 물 관로 공사, 전기 설로 공사, 도로 개설 등 기업 부담-. 전기, 물, 도로 혜택을 얘기했다. 용인에 반도체 공장이 선다. 남한강에서 37㎞ 온다. 중간에서 꼬였다. 삼성전자 진입로가 막혔다. ‘경기도-수원-삼성’이 3천120m를 풀었다. 구간 다섯 개 중에 세 개는 삼성이 했다. 이게 엄청난 기업 살리기 역사란다. 소망, 두 번째다. 더 있다. -인허가 지원...대만 TSMC는 정부에서 출자해 시작한 기업이라... 아쉬운 것은 즉시 법 개정해 지원. 우리는 산업단지 지정부터 고시, 토지보상, 건축 인허가 등 짧아야 10년-. -우리 직원 버스 조금만 타도 멀다고 한다. 주거환경, 교육인프라 등 부족으로 차라리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전자공학(반도체학과 학비, 용돈, 졸업 후 취업 확보)가 미달...인력확보 불가능-. 다 해서 다섯 개 소망이다. 내겐 도움이 컸다. 쉽게 정리가 됐다. 말미에 적혀 있다. “생각 나는 대로 적은 겁니다.” 맞다. 투박하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30년 차’ 반도체맨의 얘기 아닌가. 말장난 뺀 진솔한 소망이다. 메모를 읽고 다시 공약을 봤다. 많은 게 보인다. 도움 될 공약과 도움 안 될 공약. 반도체 육성 공약과 반도체 사칭 공약. 그리고 찍을 후보와 찍으면 안 될 후보.

[김종구 칼럼] 양기대∙전해철 낙천, 이재명 과거 경선자

삼국지에 ‘도원결의’가 있다. 경기도엔 ‘도화결의’가 있었다. 언론에 등장한 건 2018년이다. 그해 4월 경기지사 경선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찾는 경쟁이다. 이재명 후보가 이겨 후보가 됐다. 전해철·양기대 후보가 고배를 마셨다. 경선 닷새만에 세 명이 모였다. 기자들 앞에서 손 잡고 포옹했다. 경선 과정의 상처를 서로 덮었다고 했다. ‘이재명 승리’를 위해 뭉치자고 했다. 양 후보가 말했다. “복숭아꽃이 피는 계절에 도화결의다.” 본선에서 이 후보가 승리했다. 이재명 시대의 시작이다. 꿈꾸던 대권을 향한 발판이 됐다. 대통령은 안 됐지만 당권을 거머쥐었다. 양기대·전해철 후보는 국회의원이 됐다. 광명과 안산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그렇게 6년이 지나자 묘한 순간이 왔다. 22대 총선에 나설 공천이 시작됐다. 최고위원회도 있고 공심위도 있다. 그 맨 위에는 이재명 대표다. 절대적인 공천 권력자다. 양·전 의원은 공천을 받아야 한다. 도화결의는 남아 있었을까. 양기대 의원이 먼저 떨어졌다. 광명을에 신청했다가 경선에서 졌다. 경쟁을 하고 졌으니 시스템 공천이란다. 그런데 그렇게 봐주는 이가 없다. ‘컷 오프-전략 지역 선정-감점 부담 경선-패배 확정 낙천’이다. 이미 컷 오프부터 예정된 결과였다. 양 의원의 의정 활동이 그렇게 낙제였을까. ‘고상한’ 여의도 채점방식은 모른다. 경기도민의 언론, 경기일보다. 광명시민 평가만 말하겠다. 잘했던 시장이다. 업적이 많다. 광명 동굴 기적은 특히 장했다. 전해철 의원도 엊그제 떨어졌다.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를 받았다. ‘고려대 법대-사법시험 합격’의 전력이다. ‘뒤에서 20등’은 안 해봤을 인생이다. ‘-20%’를 안고 경선했다. 양문석 전 고성·통영 위원장에게 졌다. “수박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던 친명계다. 전 의원의 국회 평점도 평가할 방법은 없다. 굳이 평하고 싶지도 않다. 경기도 안산시민의 지지만 들어 알고있다. 유권자에게 연속 3번 뽑혔다. 구설도 없다. 듬직한 일꾼이라고 한다. 그 둘이 다 날아갔다. ‘도화결의’ 사진을 다시 보자. 셋이 환하게 웃는다. 이 대표는 눈이 가려졌다. 전 의원은 볼이 발그레하다. 양 의원은 보조개가 커졌다. 이 대표 왼손은 전 의원을, 오른 손은 양 의원을 잡았다. 그런데 왜 갈라섰을까. 정치 평은 많다. 친명이 아니라고 한다. 친이낙연계라고도 한다. 그래서 낙천됐다고 한다. 여의도적인 분석일 수 있다. 하지만 경기도민에는 저 사진 기억이 크다. 봤던 도민들이 혀를 찬다. ‘정치 참 무섭다.’ 기자 초년 때. ‘연합 박 선배’에게 들은 풍월이 있다. “기자는 꽁해야 한다. 수첩에 적어 놔라. 언젠가 갚게 된다.” 황당하게 들렸다. 시간이 흐르자 의미를 알게 됐다. 정치판에서는 특히나 법칙에 가까웠다. ‘권력은 잔인하게 써야 한다’. 이 대표가 한 말이다. 여기에도 ‘꽁함’이 더해지면 더 잔인해진다. -경기지사 경선 때 서운했을 수 있겠다. 맺힌 꽁함이 있었을 수 있겠다. 마음 속 수첩에 적어뒀을 수 있겠다. 그래서 갚은 것일 수 있겠다.- 2018년 기사에 이 말이 있다. “지금까지 정치 문화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동지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제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양 의원이 했다는 멘트다. 몇 번을 읽고 또 읽는다. 잘해 보자고 초청 받은 자리였다. 거기서 양 의원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마주 잡은 손에 전해오는 싸늘함을 느꼈을까. 환한 미소 뒤에 숨겨둔 꽁함을 보았을까. 6년만에 예언처럼 읽히는 이 말, 다시 읽어보니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김종구 칼럼] 김진표 퇴장과 공항 퇴조

내 기억이 맞다면 2020년 1월이다. 당시 수원시장의 빙모 상가였다. 21대 총선 석 달 앞이었다. 다른 곳은 공천에 여념이 없었다. 딱 한 곳은 경선 무풍지대였다. 그도 그럴 게 4선의 김진표였다. 음료수를 마시며 말한다. “군공항 문제나 마무리 짓고 끝내야지.” 내게는 그게 김진표 출사표였다. 석 달 뒤 5선이 됐다. 또 2년 뒤 후반기 국회의장이 됐다. 그날의 독백을 실천에 옮겼다. 특별한 법을 대표 발의했다. 수원 공항 이전 특별법이다. 국회의장은 3부 요인이다. 어른 노릇만 하면 되는 자리다. 법안 발의에 이름 넣을 ‘군번’이 아니다. 대개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못할 건 없다. 의장을 떠나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장 자리가 주는 중량감까지 있다. 흔치 않지만 법안을 발의하는 전임자도 있었다. 20대 후반기 문희상 의장이 그랬다. 미군 공여지 지원 특별법이었다. 지역구인 의정부의 숙원을 담아 낸 발의였다. 김 의장에게는 ‘군 공항 특별법’이 그랬다. 수원에 대한 도리였다. 그해 선거, 수원은 민주당 싹쓸이였다. 김승원(갑)·백혜련(을)·김영진(병)·박광온 의원(정), 그리고 김진표 의원(무)이다. 5명 모두가 ‘공항 이전’을 공약했다. 7대 공통 공약이었다. 특례시, 팔달경찰서, 서수원 개발, 북수원 개발, 매탄동 재개발, 철도 확충, 그리고 군공항 이전이다. 당사자들은 ‘한 것’, ‘추진중 인 것’, ‘보류 된것’으로 나눈다. 그러면서 ‘보류 중’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지역민에겐 ‘한 것’ 아니면 ‘못한 것’이다. 공항은 ‘못한 것’이다. 법안 전망은 밝지 않다. 상임위 의안 상정도 못했다.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그런데도 4명은 이걸 얘기한다. 공동발의자 참여를 공적처럼 내세운다. 정말 그럴까. 아무리 봐도 궁색하다. 공동 발의자는 이들 말고도 14명이나 된다. 화성에서 50㎞ 떨어진 광명 양기대 의원도 했다. 바다 건너 제주 서귀포 위성곤 의원도 있다. 다른 ‘공항 실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용역비 2억원 세웠다’는 자랑도 하던데.... 글쎄다. 그 사이 화성이 개벽했다. 인구 수 100만명을 넘어섰다. 2년 계속 유지하면 특례시 조건이 된다. ‘머잖아 150만’이라는 전망까지 있다. 산업 규모에서도 수원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주력 산업이 반도체와 자동차다. 두 분야의 생산 기지가 모두 있는 유일한 지자체다. 대통령이 참석해 전기차 시대를 선언했다. 24조원 신규 투자의 핵심이 현대차 남양연구소다. 예산에서도 수원을 앞질렀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81조원이다. 수원(33조)의 2.5배다. 양쪽 시세(市勢)가 바뀐 것이다. 인구에서 화성이 수원을 따라잡았고, 예산에서 화성이 수원을 앞섰고, 산업에서 화성이 수원과 벌려놨다. 아주 최근에 이뤄진 역사다. 21대 국회 임기와 겹친다. 이를 근거로 깨놓고 말해보자. 공항 이전은 더 멀어진 거 아닌가. 저런 게 다 공항 이전의 논리였다. 인적 드문 화성 인구, 부족한 화성 예산, 미래 없는 화성 산업.... 그러니 ‘소음’을 옮기자는 거였다. 그 조건이 왕창 변했다. 되겠나. ‘5선 김진표’가 마지막 사명이라고 했다. 그 사명으로 ‘특별법 발의’까지 왔다. 여기까지가 그의 여정이다. 이제 그도 수원 정치에서 비켜선다. 부총리·5선·의장이 사라진다. 마침 화성에는 국회의원이 늘었다. 그러자 수원시민이 궁금해한다. 수원에서 공항 선거는 여전히 유효할까. 수원에서 공항 공약은 또 나올 것인가. 나온다면 어떤 공약을 내놓을 것인가. 혹시 ‘특별법 재추진’을 약속할 것인가. 어느 걸 해도 식상하지 않겠나. 공항 공약에 ‘空約’ 불신이 커져 간다.

[김종구 칼럼] 김동연 지사가 남쪽으로 간 까닭은

민주당이 총선 패배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징후는 곳곳에 있다. ‘붙었다’, ‘밀렸다’, ‘오차범위 밖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의 발표가 있다.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국민의힘을 뽑겠다’는 응답(33%)에 오차범위 밖으로 밀렸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 추이도 같다. 민주당 33%, 국민의힘 4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 민주당이 앞서는 수치는 많지 않다. 이 흐름을 정식화한 것은 이재명 대표다. 당 전략기획국에 지지율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지역별 체감 여론 등도 체크하라고 했다. 직접 지역구를 돌기 시작했다. 조국신당도 찾아갔다. 힘을 합쳐 윤 정부를 심판하자고 제의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고발전도 시작했다. 이른바 ‘배우자실 부실장’ 논란이다. 앞선 자의 기름기는 싹 지웠다. 패배 위기감을 가감 없이 표현해내고 있다. 당에서 패배는 이제 금기어가 아니다. 누가 말해도 자연스럽다. 이 대표가 듣기 싫은 논리가 나온다. 4월 총선 패배-지도부 책임-새 당대표 선출. 임종석의 잔류 선언이 기폭제다. ‘모멸적인 대접’(본인 표현)을 받았다. 다들 금방 탈당할 걸로 봤다. 근데 잔류를 선언했다. 언론이 똑같은 주석을 달았다. ‘총선 패배 후 당권을 노릴 것이다.’ 언론은 늘 경쟁 구도를 짠다. 임종석 하나론 재미 없다. 조국을 끌어들였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진보를 망친 범죄자였다. 그를 향한 지지가 10%를 넘는다. 갑자기 대권 후보다. 우리 가까이에 후보가 또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흙수저 신화·경제 전문가·충청권 대망론.... 상고 출신이 쌓아 올린 인생 역전이다. 나라 경제를 꾸리던 경제부총리다. 대선의 풍향계 충청도 출신이다. 여기에 ‘대권 사관학생’ 경기도지사다. 대선 흥행 지수는 충분하다. 다만, 총선판과 너무 떨어져 있다. 현직 도지사 탓만 할 건 아니다. 홍준표 시장은 먼 대구에서도 정치를 끼고 산다. 김 지사의 원래 캐릭터가 그렇다. 정도(正道), 자중(自重). 어찌 해보려고는 한다. 국민의힘 메가시티에 화력을 모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맞설 무기다. 오세훈의 기후동행카드와도 붙었다. ‘더(THE)경기패스’로 밀고 있다. 의도했건 안 했건, 총선판과 맞물려 있다.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주장이다. 행정의 영역에도 꼭 맞는 논쟁이다. 옳다. 바람직하다. 그런데 재미는 없다. 총선판을 흔들어 대기엔 닝닝하다. 이걸 김동연 정치의 한계로 보는 이들이 많다. 직진에 머뭇대고 빙 돌아가는 정치. 이랬었는데.... 그가 남쪽으로 갔다. 근무 시간에 경상남도를 찾았다. 봉하마을의 노무현 묘를 참배했다. 평산마을의 문재인 부부도 만났다. 느닷없는 방문이니 설명이 필요하다. ‘부산에 행사차 왔다가...’ 정도가 들린다. 그런데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다. 방문 내용도 과감하게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이) 당에 대해 혁신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내게) 더 큰 역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중요한 얘기가 있는데 비밀’이란 여운까지 줬다.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에두를 필요가 없다. 김 지사의 대권 드라이브다. 목표가 당권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임종석에게 없는 짐이 그에겐 있다. 현직 도지사. 이걸 벗고 나서기엔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그가 그리는 환경만은 짐작이 된다. ‘포스트 이재명’이다. 어쩔 수 없이 상정될 조건이 있다. ‘이재명 총선 패배’다. 그가 직접 말한 건 아니다. 다른 이들이 말하는 조건이다. ‘이재명 패배-김동연 등판.’ -산사에 혼자 남은 해진은 불이 타오르는 아궁이에 혜곡의 유품을 넣어 태운다-(‘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중에서). 질문의 답을 영화는 알려주지 않는다. 김 지사가 남쪽으로 간 까닭은? 그가 말해 줄 것 같진 않다. 보는 이들이 알아서 해석할 일이다. 분명한 건 그는 호랑이 등에 올랐다는 것이고, 그 호랑이가 아주 거친 품종이라는 것이다. 도정이 휘둘릴까 봐 걱정은 된다.

[김종구 칼럼] 김윤식 前 시장의 잘못된 선택

‘3선 연임’은 드물다. 그 역사에 여인국 전 시장도 있다. 과천시장을 12년 했다. 3선 출마 때 추억을 소개했다. “명함 돌리기도 민망했습니다. 어떤 시민은 대놓고 말하더군요. ‘또 나와요?’. 왠지 죄 짓는 거 같았습니다.” 거기서도 이겼고 3선으로 퇴임했다. 많은 이들이 국회의원을 얘기했다. 하지만 정치에서 사라졌다. 공직 경험으로 행정사를 시작했다. 그 후 봤을 때 총선 생각을 물었다. “안 합니다. 천만원 내기.” 내가 졌고 ‘천만원’은 사라졌다. 3선, 여기에 ‘연임’이다. 필요한 정치적 조건이 있다. 하나는 세 번 연속 공천을 받아야 한다. 공천의 절대권자는 지역 국회의원이다. 세 번 연속 공천을 꺼린다. 3선 하면 기어오를 거라고 본다. 한 번 해보자며 덤빌거라고 본다. 많은 2선 시장들이 그렇게 날아간다. 여인국·김윤식(시흥시장) 시장, 그리고 염태영(수원시장)·곽상욱(오산시장) 시장 등은 그런 고비를 넘겼다. 본인들은 ‘내가 잘해서’라고 말한다. 국회의원들은 ‘공천을 줘서’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세 번 당선이다. 당선의 결정권자는 지역 유권자다. 두 번쯤 하면 교체 바람이 분다. 8년 시정에 피로해한다. 대책 없는 기준을 말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일단 새로 바꿔보자’. 이쯤 되면 없던 비리도 등장한다. 행정 특혜, 인사 전횡, 개인 추문.... 여·김 시장, 그리고 염·곽 시장 등도 이런 고비를 넘겼다. 역시 본인들은 ‘내가 잘해서’라고 한다. 국회의원 해석은 여기서도 다르다. ‘정당 바람이 불어줘서’라고 한다. 그래도 정당이 중요한 건 맞다. 김윤식 시흥시장의 3선은 어땠나. 2009년 보궐에서 당선됐다. 전임자가 돈 먹고 감옥 간 자리였다. 경기도 시∙군은 한나라당 판이었다. 당선되자 유일한 민주당이었다. ‘연잎밥 오찬’에서 얘기를 나눴다. 차분하게 설명하던 기억이 있다. 그 1년으로 외로움은 끝났다. 재선(2010년)과 3선(2014년)은 세상이 바뀌었다. 민주당 깃발이면 다 됐다. 그렇게 3선을 채웠고 퇴임했다. 그에도 정치 조건은 같았다. 세 번의 공천과 정당의 바람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으로 간단다. 이적의 변을 설명했다. “민주당 역사와 정신이 모두 무너지고 망가지고 있다. 더는 지킬 가치도 역사도 사람도 없다.”, “바보가 되면서 끝날 바에는 죽더라도 서서 싸우다 죽을 것이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시흥시을)을 겨낭했다.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경선 다툼의 기회조차 안 줬다. 화가 날 거다. 모욕적일 거다. 그러더니 옮긴다고 한다. 입당하면 공천 줄 것 같단다. 오늘부터 국민의힘 김윤식을 볼 것 같다. 민주당 제정구 의원 비서였다. 민주당 경기도의원이었다. 그리고 민주당 3선 시장이었다. 그런 그가 옷을 갈아입는다. 시민들에게 ‘국민의힘 최고’를 외칠 모양이다. 중앙은 국민의힘을 주어(主語)로 푼다. 국민의힘 결정을 공격한다. 원칙 없는 공천, 이삭 줍기 공천.... 쓰기 쉽고 읽기도 쉽다. 그런데 경기도에선 그렇게 풀면 안 될 듯하다. 김윤식은 경기도 대표 민주당이었다. 그가 주어인 것이 경기도 문법에 맞다. 지역의 비난도 그가 받아야 맞다. 3선 연임 시장은 많다. 각자 화나는 상황이 왜 없겠나. 기회마저 박탈 당한 시장도 있다. 연일 모멸에 고통받는 시장도 있다. 여인국처럼 보따리 싼다면 모를까. 대개가 이런 걸 참고 견딘다. 화 난다고 박차고 나가지 않는다. 경쟁하던 정당 품에 냅다 안기지도 않는다. 이게 초·재선 시장과 다른 현명함이다. 12년 선택받은 이들의 진중함이다. 김 전 시장에게 이게 없다. 현명함도 없고, 진중함도 없다. 오로지 분노와 보복, 그리고 공천만 보인다. 아닌가.

[김종구 칼럼] 또? 과천시장 주민소환

과천에 또다시 주민소환이 등장했다. 관련 법이 시행된 것은 2007년이다. 이후 실제로 투표까지 간 게 두 번이다. 기초지자체 중에 제일 많다. 이번 청구인도 한 시민이다. 소송 패소로 인한 세금 낭비가 이유다. 2013년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을 설치했다.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제동이 걸리는 등 문제가 생겼다. 손해봤다며 업체가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시에 67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시장이 책임지라는 주민소환이다. 나름의 검토가 있었을 것이다. 적정성 여부를 함부로 얘기할 건 아니다.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듣는 시민이 각자 판단하면 될 일이다. 살펴보려는 건 과천의 유별난 역사다.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다. 1990년 이후 쭉 그랬다. ‘10년 후에도 살고 싶은 곳’ 1위다. 2023년 조사다. ‘인구 순유입률’이 경기도 1위이고 경기도내 출산율 2위다. 둘 다 2021년 통계다. 참 좋은 동네다. 그런데 안 어울리는 오명이 있다. ‘주민소환 1위 도시’다. 전국에서도 특별하다. 행자부의 2022년 말 현재 통계가 있다. 124건의 주민소환 청구가 있었다. 이 중에 실제 투표까지 간 청구는 11건이다. 기초자치단체장 소환은 4건이다. 2011년 과천시장, 2012년 삼척시장, 2013년 구례군수, 2021년 과천시장이다. 2건이 과천시장이다. 전국 기초지자체가 226개다. 이 가운데 절반이 과천시장인 셈이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살고 싶은 동네’라면서.... 툭하면 주민 소환으로 뒤집힌다. 앞선 두 번의 주민 소환에는 유사점이 있다. 모두 지역 개발과 관련된 반발이었다. 중앙정부가 내리꽂은 신도시 깃발이다. 막아 내지 못한 시장의 책임을 물었다. 근데 이번엔 좀 다르다. 행정 절차 위반과 세금 낭비가 이유다. 67억원 패소했으니 시장 그만두라고 한다. 예산 낭비가 소환 사유다. 그렇다면 겹치는 화두가 있다. 주민 소환에 쓰이는 예산이다. 위법 단속 인건비, 운영비, 여비 등이다. 주민 소환 없으면 안 쓰일 돈이다. 법 제26조 1항에 딱 정해져 있다. ‘경비는 해당 지자체가 전부 부담한다.’ 시장 불신임에 드는 돈을 시가 내는 셈이다. 과거 두 번도 그래서 과천시가 냈다. 2011년에는 2억4천여만원이 들었다. 2021년에도 4억4천300만원 들었다. 이뿐만 아니다. 회계 처리로 계산 못할 무형의 손실도 컸다. 추진 기간 여론이 두 동강 났다. 정상적인 행정 추진이 사실상 막혔다. 7억원보다 큰 행정력 낭비다. 이 돈을 또 쓰자는 거다. 주민소환이 금과옥조다. ‘직접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칭송된다. 무조건 관대하게 봐주고 넘어간다. 그래야 민주적 판단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러니 ‘지금보다 더 활성화하자’는 주장만 있다. 청구 금지 기간을 단축하자고 주장한다. 지금은 시장 임기 개시 후 1년간 못한다. 서명수를 지역별로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서명 조건은 15%다. 개표 요건을 완화하자고 주장한다. 지금의 개표 하한선은 33.3%다. 다 맞더라도 과천에선 틀리다. 주민소환제 17년이다. 과천시장이 세 명 있었다. 여인국(2002~2014년)·신계용(~2018년)·김종천(~2022년)·신계용(현재)시장. 예외 없이 주민소환에 걸려들었다. 매번 ‘찬성·반대’ 현수막으로 길거리가 덮였다. 매번 개표도 못하고 묻혀 버렸다. 이번에도 다를 거 같지 않다. 이걸 민주주의 꽃이라 우기면 안 된다. 과천 발전을 위한 견제였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그렇게 봐주기엔 소모적 과거가 너무나 생생하다. 주민 없는 주민 소환은 또 다른 주민 소환의 대상이 될 뿐이다.

[김종구 칼럼] ‘박근혜 재심’

2018년 11월14일. ‘칼럼’은 이렇게 쓰고 있다. -대법관 혼자서 3천402건을 처리한다. 누군가의 신병과 재산이 걸린 사건이다. 상고법원 신설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이걸 놓고 양 대법원장이 정부와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수장이 찾아야 할 개선 방향이다. 이게 어떻게 범죄 거래의 대상인가...하다 안 되면 다른 명분을 붙일 것이다. 통칭해 사법농단. 그럴듯하긴 하다-. 제목은 이랬다. ‘양승태 상고법원 과욕, 감옥 갈 일 아니다’. 2024년 1월26일. 예상대로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무죄 선고’. 5년 전은 ‘문재인-윤석열’ 시간이었다. 국정농단 척결의 광풍이 불고 있었다. 결국 ‘최초의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갔다. 그걸 뒤집어서 쓴 근거는 뭐였을까. 간단하다. 수사 동기가 와 닿지 않았다. 재판 거래, 블랙리스트, 인사 파행.... 정치·진영과 결합한 화두다. 수사가 개입할 영역이 아니었다. 수사 기록 20만쪽? 기록 많다고 유죄되나. 무죄 났다. 과잉 수사다. 2018년 9월19일. ‘칼럼’은 또 이렇게 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만났다. 하루 뒤 검찰이 삼성을 압수수색했다. 9월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방북할 명단에 들어갔다. 하루 뒤, 검찰이 또 삼성을 압수수색했다. 대통령이 이 부회장만 만나면 검찰이 삼성을 쳤다...검찰에 공안감이라는 게 있다. 알아서 이러는 건가. 짠 거 같다-. 이 찜찜함을 제목은 이렇게 정리해 놓고 있다. ‘대통령-이재용 회동의 이상한 법칙’. 2024년 2월5일. 이 찜찜함도 맞아갔다. ‘이재용 회장 무죄 선고’. 역시 ‘문재인-윤석열 시대’ 사건이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의 말(馬) 공여자다. 그 분노 위에 올라 탄 수사였다. 그렇게 썼던 이유도 복잡하지 않다. 과도한 압수수색, 진 빼는 수사 연장, 얹혀지는 혐의.... 당시 차장검사가 최근에 회고한다. “위암인 줄 알고 배를 갈랐다. 아니었다. 폐로 전이된 줄 알고 폐도 갈랐다. 거기도 아니었다.” 얍삽한 뒷담화지만 비유는 맞다. 대단한 예지력이 있어 쓴 건 아니다. 특별한 정보가 있지도 않았다. 그저 평범한 시각으로 봤더니 그랬다. ‘법은 상식이다’. 법학개론의 법언(法諺)이다. 그 기준에서 보면 두 사건은 어색했다. 명분이 약했고, 진행도 무리였다. 여론으로 몰아 간 정치수사·과잉수사였다. 다들 촛불 혁명이라 했다. 혁명엔 반동이 따른다. 5년 흐른 지금, 두 사건이 그렇다. 47개 양승태 혐의와 19개 이재용 혐의가 방향을 틀었다. 검찰 벨 칼이 됐다. 한 방향 목소리만 들리던 시절이었다. 국정 농단과 적폐 청산이다. 그 깃발을 걸면 모든 게 인정됐다. 그 대표 사건이 3개였다. 하나는 사법 농단 수사, 또 하나는 기업 농단 수사다. 그 두 명에게 난 연속 무죄다. 기억 뒤로 1건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엄청 빨리 끝났다. 3년9개월에 3심이 다 끝났다. 피고인은 아예 법정에 없었다. 당연히 혐의에 대한 직접 반박도 없었다. 옥(獄)에 앉아서 22년 형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양승태 재판은 1심에만 4년11개월 걸렸다. 공판 290번에 증인 108명이었다. 이재용 사건도 증인만 59명이었다. 변호사가 19명 붙었다. 그렇게 다투더니 무죄였다. 그날 적잖은 댓글이 떴다. ‘박근혜 수사는 유죄 확실한가’. ‘박근혜 재심 필요한가’. 정치는 하루만에 모두 덮었다. 그럴만 하다. ‘그때 그 검찰’이 여당이고 대통령이다. ‘그때 그 정치’가 야당이고 야당 대표다. 얼마나 싫고 불편하겠는가. 그 속을 알지만 적어 두는 정도는 하겠다. 정치가 아닌 누군가는 말하고 있으니까. 그들에겐 ‘박근혜 재심’이 상식일 테니까. 무죄와 무죄가 그걸 자초하고 있으니까.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