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 52시간 근무제, 도대체 누구 말이 맞나

7월 주(週) 최대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난리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다음 달부터 지켜야 한다. 이미 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찬성의 입장을 여기에서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장에서 닥칠 파고를 직접 겪을 사업자와 근로자의 입장이 중요하다. 걱정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한 마디로 경직된 근로시간의 단축은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이 많은 임금 구조여서 근로시간이 줄면 그만큼 임금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 근로시간을 대체할 정규직 추가 채용도 부담스럽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인건비 추가 부담은 총 12조3천억원에 달한다. 대기업 임원 운전기사로 밝힌 한 남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수입이 반이나 줄 것”이라며 “기본급이 적어 야근과 휴일 근무를 하더라도 수당을 많이 받는 게 좋은데 왜 나라에서 억지로 저녁 있는 삶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렇게 되면 그 기사는 그만두고 회사는 자가운전이나 대리기사를 쓰게 될 공산이 크다. 기사의 과잉근로를 막고자 한 제도가 기사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가 된다.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큰 목적은 근로자 삶의 질 개선이다.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논리도 함께 있다. 하지만 OECD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가 주 35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했을 때 고용 창출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11일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업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구체적 사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엔 부족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법 시행 후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처벌을 유예하고 보다 유연성 있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의 친노동 정책의 부작용이 반기업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취업률 저하와 실업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고 제조업체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다 주 52시간제 태풍마저 불면 그 후과를 누가 책임져야 하나. 어지러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업 부담을 줄이고 규제개혁, 노동유연성 확보로 민간의 고용 활력을 되찾아 주는 게 정부의 할 일이다. 성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할 게 아니라 정부도 실수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한 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지방권력까지 잡은 정권이다. 솔직히 인정한다고 해서 욕할 국민은 많지 않다. 다시 제대로 방향 잡으면 박수 칠 국민이다.

[사설] 인천 투표율 꼴찌 오명에서 벗어나야

13일 치러질 전국 지방선거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회담 등에 가려져 관심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 주말에 사전선거가 실시됐다.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저조한 관심 속에서 치른 사전선거 결과는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을 보여줬다. 그러나 인천은 예외 없이 전국평균 20.1%에 훨씬 못 미치는 17.6%로 전국 시·도 중 14위로 꼴찌권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인천의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1995년 제1회 62.0%(전국 평균 68.4%), 1998년 제2회 43.2%(52.7%), 2002년 제3회 39.4%(48.8%), 2006년 제4회 44.2%(51.2%), 2010년 제5회 50.9%(54.5%), 2014년 제6회 53.7%(6.8%)로 전국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총선과 대선에서도 인천 투표율은 전국 17개 시·도 중 13위가 최고기록일 정도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2008년 18대 총선 땐 42.5%로 15위, 2012년 18대 대선 땐 74.0%로 14위, 2016년 20대 총선은 55.6%로 14위, 2017년 19대 대선 땐 75.6%로 13위에 그쳤다. 이러한 낮은 투표율에 대해 여러 가지로 그 원인을 진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특성에 따른 주민의 낮은 관심과 정치에 대한 실망일 것이다. 인천 토박이가 별로 없고 호남과 충청을 중심으로 외지인들이 많아 애향심과 지역인물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한, 서울에 인접하여 서울 의존성이 높고 서울 지향성 때문에 지역 정치보다는 중앙정치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천시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한 한 국회의원의 방송 출연 발언은 망언임이 분명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한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이 주인으로 내 지역의 살림을 꾸려갈 일꾼을 내 손으로 뽑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제도다. 올바른 지방자치의 출발은 일꾼을 제대로 뽑는 지방선거이며 지방선거에 따라 결과와 성과도 좌우된다. 지역 특성을 잘 파악하고 주민의 수요에 부응하는 참된 일꾼을 내 손으로 뽑아 당당하게 대표하도록 하고 힘을 실어줘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 인천은 인구 300만을 넘고 부산시를 넘보는 광역시로 그동안 저조한 투표율을 떨쳐버리는 참여정신이 필요하다. 스스로 당당하게 참여하고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 할 때 우리의 자존심을 지킬수 있다. 서해안 평화 협력시대를 책임지고 선도하여 국가 성장을 주도하는 인천시민으로서 정당한 투표 권리를 다 함께 실행하는 당당함과 떳떳함을 보여주자.

[사설]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공직선거법은 선거가 공정하게 행해지도록 하고 선거에서의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 법의 최대 업적은 돈 쓰는 선거를 없애고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막았다는 데 있다. 모든 법이 다 그렇듯이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해 법 제정 취지를 지키면서 운용의 묘를 살려야 법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 이제 공직선거법이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욕설, 고소, 여배우 스캔들 의혹이 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개인의 명예훼손 간의 간극을 공직선거법은 보다 현실성 있게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이다. 후보의 여성폭력, 정신질환, 자녀학대 등 유권자가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개인의 사생활이란 이유로 언론보도나 전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면 결국 피해는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공직 후보는 일반인보다 훨씬 무거운 도덕적 기준이 요구된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의사처방 치료약을 먹고 상담을 받는 것은 하등 이상할 이유가 없다. 감기 걸린 사람이 약 먹고 링거 맞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사람이 공직 후보로 나섰을 때는 문제가 다르다. 고도의 정책적 판단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공직자로서는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도 수시로 건강검진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공직선거법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에 대해 중하게 처벌하지만,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대목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유권자들은 가짜뉴스나 비방을 목적으로 하는 허위사실 유포를 구별 못 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구체적 병상기록이나 검증받은 녹취록 등이 존재해도 밝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 후보의 의혹 쟁점은 팩트와 당사자의 증언이다. 판단은 결국 유권자가 한다. 공직선거법 제정의 취지는 이미 충분히 달성됐다. 법의 개정방향을 큰 틀에서 제시하자면 첫째, 규제와 단속도 중요하지만,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둘째로, 새로운 미디어 수준에 걸맞은 선거 홍보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형법의 명예훼손죄에 상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방이 목적인지 아니면 후보검증이 목적인지를 구분하는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 선거는 제대로 된 후보를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들이 검증의 칼날에서 피해갈 수 없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사설] 입맛에 맞는 통계방식의 최후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근거자료는 통계청 통계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통계가 입맛에 맞게 가공된 자료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홍 수석은 1분기 개인 근로자 소득이 최하위 10%를 뺀 나머지 90%에서 모두 늘었다고 했는데, 전국 8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근로자만 추려서 개인 단위로 바꾼 통계를 내놨다. 근로소득이 없는 실직자나 구직 실패자,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모두 빠져있다. 취업자 4명 중 1명인 비임금근로 자영업자도 제외했다. 가장 고통을 겪는 실직자를 쏙 빼놓고 일자리를 보전한 사람만 따졌으니 신뢰성은 제로다. 김동연 경제 부총리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와중에 국민을 기만하는 왜곡 통계를 만들었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이 통계는 통계청이 아니라 노동과 복지 분야 국책연구소 두 곳이 만들었다고 한다. 통계는 정책 방향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요즘 가뜩이나 여론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이 많은데 이제 통계까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국민은 한숨만 나온다. 정부 통계가 왜곡돼 입맛에 맞게 가공하고 조작하면 그 결과는 재앙에 가깝다. ‘최저임금 1만 원’의 슬로건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이미 실패로 끝났음은 국민이 다 안다. 이번 통계파동도 소득주도 성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추려다가 일어난 참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잘못된 정책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이 옳다. 인정을 하게 돼 한 번 밀리면 끝장이라는 공포가 정권담당자들 뇌리에 있는 한, 피해 당사자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이미 소비와 투자가 줄고 있고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인한들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IMF때 보다도 심각하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란 어디에서도 검증된 적 없는 이론을 가지고 지난 1년간 국민을 상대로 실험했다. 중간 결과는 참담할 지경이다. 3월 제조업 가동률이 9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고 산업 생산은 5년 새 최대 감소를 기록했다. OECD의 경기 선행지수 조사에선 한국만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경제는 소신이나 고집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한 신문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전직 경제장관 10명 중 9명이 소득증대 성장정책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이대로 가면 올해 말이나 내년에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빚는지 귀담아 듣기를 바란다.

[사설] 현실에 맞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낙태죄 폐지

지난 24일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의 첫 공개변론이 열렸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둘러싸고 또다시 팽팽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가족부는 낙태죄 폐지의견을 헌재에 낸 상태다. 위헌으로 결정된 간통죄처럼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OECD 회원국의 80%가 일정한 사유를 포함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고 낙태를 불허하는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도 폐지 여부를 25일 국민투표에 부친 결과 66.4%가 찬성해 낙태를 허용했다. 낙태 허용을 위한 아일랜드의 사회운동에 불을 붙인 건 2012년 31세의 젊은 나이로 숨진 사비타 할라파 나바르였다. 임신 17주 차 사비타는 양수가 터져 아이를 지우지 않고서는 목숨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병원의 거부로 아이도 죽고 사비타도 숨졌다. 이 사건 이후 임신부의 생명에 지장이 있을 때는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하지만 이번 투표로 조만간 임신 12주 이내 중절수술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고 그 이후는 산모의 건강과 생명에 중대한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제 헌법재판관의 구성이 달라졌고 시대 또한 변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다. 강간 등 원치 않는 임신은 별문제가 없으나 정상적 부부관계나 불륜, 성에 무지한 어린 미혼모의 경우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아일랜드의 경우를 헌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연 16만건의 낙태수술이 이뤄지고 있으나 실제 행정처분은 최근 5년간 27건에 그쳤다. 낙태를 허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으나 법이 무서워 낙태를 피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낙태허용 찬반의 핵심은 현실과 이에 따른 사회적합의가 초점이 돼야지 뻔한 얘기만 한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산모의 건강이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인들 해결은 요원하다. 의도든 실수든 몸에 칼을 대는 일을 다른 사람들이 재단해서는 안 된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실수로 임신했다고 고백할 때 부모는 이유 불문하고 딸의 건강부터 보고 결정을 내릴 것이다. 낙태가 산모의 건강에 위험하다고 판명될 경우 출산 후 입양기관에 맡기든 아니면 낙태를 시도할 것이다. 미혼모의 굴레를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도 수많은 케이스를 보고 국민투표에 부쳤다. 이번 헌재의 변론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낙태를 허용하는 전 세계적 현실이 반영돼야지, 철 지난 주장만 서로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설] 시민단체 정책제안의 진정성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정책대결을 이끌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천경실련과 인천YMCA는 인천시장 후보 4명에게 분야별 공약 25개를 제안하고 각 후보의 공약채택 여부를 회신 받아 공개하였다. 또한, 인천지역 환경단체들도 ‘인천시민이 그린(Green) 인천환경정책’을 발표하면서 공약 반영 여부를 질의했다. 판문점회담과 북미회담 등 국가적 이슈에 의해 지방선거가 무관심 속에서 정책이슈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앞장서 선거 활기를 띠게 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인천시장 후보들이 공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홀히 되거나 누락되는 지역현안을 챙겨주고 정책대결을 이끄는 긍정적인 역할이 분명하다. 그러나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안하는 정책과제나 이슈가 어떠한 과정을 거처 채택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시민의 의견을 나름대로 반영하여 지역에서 원하는 현안 과제임을 내세우고 있으나 검증절차는 단지 각 단체의 내부협의에 그친 것이다. 각 단체의 설립목적과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반영하여 정책과제를 발굴하였으리라 추정될 뿐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각 후보의 채택 여부를 공개함으로써 제시한 공약이 모두 채택되기를 은근히 압박하는 상황이다. 또한 후보 간 치열한 정책 대결을 유도하면서 차별적 접근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촉구하고 향후 실천을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선거 활기를 띠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은 자칫 지역 내 갈등을 유발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이 될 소지도 있다. 최근 항만정책에 대한 박남춘 후보와 유정복 후보 사이의 공방은 결코 인천해운항만산업의 발전하고는 거리가 먼 정쟁으로서 시민사회단체가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정당은 각자 추구하는 이념이 다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으로 시민의 선택과 지지를 받도록 노력한다. 시민사회단체가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것을 모두 채택하는 것처럼 정당의 정책이 천편일률적으로 같을 수가 없는 것이 정당정치의 기본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가 이슈는 제공하되 공약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나아가 공약의 채택 여부를 놓고서 각 시민사회단체가 후보의 지지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시민의 알권리와 참여를 권장하고 확대하는 노력이 본질적인 시민의 선택권을 일부라도 제약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시민사회단체가 정책제안을 통해서 본의 아니게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그 본질과 진정성이 아닐 것이다.

[사설]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미투’

예상은 했지만 미투 운동이 잠잠해지고 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작된 한국의 미투 운동이 100일이 넘었다. 고은 시인을 비롯해 안희정, 이윤택, 조재현, 김흥국 등 정·재계, 문화예술계, 교육계 가릴 것 없이 총 망라된 미투 운동은 성경 구절과는 반대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결과는 미약’한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경찰은 그동안 미투 운동과 관련해 총 70여 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구속은 이윤택 등 2건에 불과하다. 국회에 상정된 140여 건이 넘는 관련 법안은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버티면 산다’는 인생수칙이 어김없이 통하고 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죽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이 더 많다는 옛말이 예사롭지 않다. 미투가 수면 아래로 접어들려고 하자 점입가경이다. 사퇴 의사를 밝힌 국회의원은 슬그머니 철회하고, 폭로자를 상대로 오히려 고소를 하고, 막후에서 여론전을 펼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국민이 ‘망각의 민족’임을 잘 아는 족속들이다. 결국, 온갖 수모와 손해를 무릅쓰고 이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만 우스운 꼴이 됐다. 아니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사실을 알린 결과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서는 안 된다. 미국의 코미디언 빌 코스비의 성폭력을 폭로한 여성들이 겪은 수난사를 보면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된다. 30여 년에 걸쳐 60여 명의 여성이 코스비에게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폭행으로 기소된 형사사건은 단 1건이다. 힘없는 목소리는 묻힌다. 공소시효라는 법적 피난장치도 있다. 우리의 미투는 폭발적인 힘을 얻었다가 태풍의 꼬리처럼 언제 그랬느냐는 식의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 제도의 정비와 언론의 지속적 관심이 계속돼야 한다. 폭로자들을 향한 2차 가해가 없도록 세심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성폭행의 공소시효를 늘리고 공소시효가 지나더라도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면 검사가 기소할 수 있는 미국 일부 주의 경우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아예 공소시효를 없애기도 했다. 수사, 기소, 처벌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버텨낼 피해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시간을 단축해 가해자를 감호치료나 다른 형태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언젠가는 밝혀지고 처벌된다는 두려움이 있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나는 언제 터질까 두려움에 떨던 가해자가 ‘이제는 끝나가나 보다’라고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또 다른 기회를 노리게 해서는 안 된다.

[사설] 공무원의 선거중립은 공염불인가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제7회 지방선거 대비 관계장관회의에서 “공직자가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는 관련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특히 선거관리나 단속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선거중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특히 ‘가짜뉴스’ 사범의 구속수사 원칙을 정하는 한편 가짜뉴스를 신속히 삭제할 수 있도록 선거관리위원회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여러 지방정부에서 ‘공무원 선거중립 결의대회’를 개최하면서 자율적인 선거중립의 결의와 선언을 통해 공직선거법 준수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천시장 선거에서 유력한 두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공무원 동원에 대한 공방이 초기에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선대위는 17일 논평을 통해 “유정복 후보가 공무원 동원령을 내렸고 퇴직 공무원에게 특별보좌역을 주겠다고 카카오톡 단톡방에 고지했다”고 주장하며 단톡방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유정복 시장 후보 측은 18일 성명서를 내고 “유 후보가 퇴직 공무원 동원령을 내렸다는 박 후보 측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선거법상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 후보 측은 유 후보 측의 퇴직공무원 선거동원을 거듭 비판하며 이 문제가 계속 확전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 측 공방의 발단은 전직 인천시 공무원을 대표하는 모임을 구성하는 카카오톡 단톡방을 개설하면서 참여 독려 글을 올린 것과 정무경제부시장과 정무특보 명의로 유 후보 캠프 정책위원을 맡아 줄 것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일거수일투족에 항상 예민하게 모든 후보 측으로부터 특별한 관심을 받아온 전현직 공무원들의 가벼운 일탈로 보기에는 그 발단이 가볍지 않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문제는 공무원만의 문제도 아니고 캠프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방정권의 인사권 남용을 앞세우는 함량 미달의 정치권력과 유력정치권에 줄서기를 통해 입신양명을 노리는 정치지향 공무원의 이해관계가 같이 작용한 문제다. 다행히 초반에 이러한 중차대한 이슈가 제기되어 남아 있는 선거기간에 공무원의 선거개입을 초반에 차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전화위복으로 여길 수도 있다. 각 캠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차기 지방정권을 앞세워 공무원을 강제 동원하는 악습을 끓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철저히 후보를 검색하고 지방정부는 합리적 인사시스템을 구축하여 잘못된 유착을 철퇴할 수 있는 공정한 지방행정의 기틀을 확립하여야 한다.

[사설] 한국 관광의 민낯과 새로운 출구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천333만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23% 감소했다. 반면 출국객 수는 역대 최대인 2천650만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3천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중국외 관광시장 다변화를 표방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효과는 미풍에 그쳤다. 지금 한국 관광의 가장 큰 문제는 면세점 위주의 쇼핑과 한류 테마 외에는 뾰족한 콘텐츠가 없다는 데 있다. 2030년을 기준으로 18억명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관광시장은 전 세계 GDP와 고용의 10%를 차지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 단체여행이 허용된다 해도 우리 관광산업이 크게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지나친 중국 의존도, 서울과 제주에 집중된 불균형, 관광 인프라와 인력 부족, 관광정책을 담당하는 조직 간의 엇박자 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천870만명으로 우리의 2배를 넘었다. 2012년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는 곧바로 ‘관광입국 추진 각료회의’를 만들어 자신이 의장을 맡아 범정부적으로 챙기고 있다.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일본의 관광현실을 보면 수도인 도쿄 외에도 홋카이도·오키나와·시코쿠 등 일본 전역의 다양한 지방을 골고루 찾는다. 지역마다 특징과 재미가 달라서 다시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다. 지역 특산물도 그 지역 아니면 살 수 없는 독창성 있는 제품이 주를 이룬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국립공원, 한려수도에서 파는 지팡이, 수건, 효자손 같은 기념품이 똑같은 우리하고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우리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다변화를 내걸고 동남아 단체객들의 전자비자와 제주 방문 인천공항 환승 무비자 입국을 야심차게 추진한다고 했으나 여전히 시행되지 않고 있다. 매번 관련부처들이 협의만 하고 있다. 관광업계에선 대책은 수백 가지가 다 나와 있는데 정부에서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 일색이다. 우리에게도 매력 있는 관광 상품이 많다. 다른 나라에 없는 DMZ를 비롯한 철조망 안보관광, 고궁, 뷰티 등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다. 문화 체험 등 체류형 관광을 늘릴 수 있는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유행하는 템플스테이, 한의학을 접목한 오리엔탈 테라피같은 수준 높고 전통문화에 접목한 분야를 장기적으로 추진해 반짝 특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광산업은 IT첨단 산업이나 제조업보다 더 어렵고 힘든 분야다. 정부, 자치단체, 업계 종사자, 학계, 민간 모두가 총체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국 정부가 컨트롤 타워가 돼 조정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가 바로 그 방증이다.

[사설] 지방선거의 흥행이 필요하다

지방선거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좀처럼 지방의 이슈가 부각되지 않고 후보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거나 정치인들만의 잔치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 초반이라서 달아 오지 못한 측면도 있으나 민주당의 과열된 당내 경선상황에 비추어 보면 싱거운 본선이 우려된다. 얼마 전까지 출퇴근 시간에 시내 곳곳에서 치열하게 예비후보자들이 자기를 홍보하는 열띤 모습이 갑자기 다 사라진 것이 그 우려를 대변하고 있다. ‘드루킹 댓글’에서 시작한 정쟁 이슈가 여야 정국을 경색시키고 이어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이슈가 전국의 의제로 등장하면서 정치권에서 스스로 지방선거를 묻어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소집하고도 개회에 응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오늘의 여의도 모습이다. 도처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음에도 여야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리당략에 몰두해 민생을 팽개치며 민의를 저버리고 있다. 여당은 현 시점의 문재인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율과 높은 정당 지지율을 선거일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안일한 생각으로 중앙의 이슈를 선도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여야가 조건 없이 협의하여 조만간 국회를 정상화하여 민주주의 꽃인 풀뿌리 지방자치를 활성화시키고 지역현안을 챙기는 성숙된 지방자치를 구현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남북대화 및 북미회담과 같은 국정의 현안은 행정부에 맡기고 지방분권의 첫 걸음인 유능한 지역일꾼을 뽑는데 앞장서야 한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현안을 놓고 정책 경쟁을 하면서 주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민주주의의 잔치다. 치열하게 지역 현안을 분석하고 주민의 수요를 파악하여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선택받도록 하는 공정한 과정을 거처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의 생략은 유권자들의 권리가 외면당하고 일방적인 정치 공급으로 고스란히 지역발전의 장애로 남게 된다.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광역시장후보를 비롯한 지역일꾼들도 중앙정치의 폐해에 편승하여 구태를 답습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친문을 앞세우거나 중앙당의 전략을 무차별하게 따르면서 지역현안을 등한시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역일꾼을 자임한 후보자들은 지역의 현안과 민심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공감하는 대안을 제시하여 그 자질을 스스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역의 일꾼이 기성정치를 흉내 내서 여의도 정치의 모습을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의 일꾼은 본연의 장점과 특징을 이용해서 자기만의 정치로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특히 새롭게 일꾼으로서 나서는 신인 후보자야말로 기성정치인의 저명도를 등에 업는 안일한 구태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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