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는 처음 발견된 각룡류 공룡(일명 ‘뿔공룡’) 화석으로 중생대 전기 백악기(약 1억2천만년 전)에 각룡류 공룡이 한반도에 살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2022년 10월7일 공룡 골격 화석 최초로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살아있을 때의 전체 길이는 약 2.3m로 추정되며 계통발생학적 연구 결과 이족보행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각룡류의 걸음걸이 진화(이족보행에서 사족보행으로 진화) 과정을 규명하는 데 있어 초기(원시적인) 각룡류의 보행 특성을 이해하는 중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최초 발견된 각룡류 화석으로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Koreaceratops hwaseongensis)’, 즉 ‘화성에서 발견된 한국 각룡류 공룡’이란 뜻으로 명명됐다. 국가유산청 제공
숙박한 ‘사강 달리’의 7월14일 아침 기온은 13도로 상쾌하다. 위도가 높은 지역이라 7월 중순의 날씨는 우리의 5월처럼 기분 좋은 날씨다. 간단한 아침식사 후 시베리아의 다음 목적지 바이칼호를 향해 출발한다. 바이칼호에 도착하면 시베리아 대평원을 3천900㎞ 달려온 셈이다. 도로 상태도 매우 열악한 편도 1차선 노면이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왔다. 수시로 느리게 가는 화물차를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는 위험한 곡예운전을 했다. 고장난 O사장, L실장 차를 수리해야 한다. 먼저 바이칼호 근처 3천900㎞ 떨어진 ‘울란우데’ 정비소를 예약했다. 울란우데는 러시아 부랴트공화국의 수도(인구 43만명)로 이곳에서 가장 큰 도시다. 일요일인데 출발 전 전화해 보니 울란우데 1급 정비소가 일요일에도 정상 영업을 한다고 한다. 우리도 과거 소득이 적을 때 주중 주말 구분 없이 일했던 경험이 생각난다. 울란우데 정비소에 구멍 난 터보 수리에 대해 전화로 예약했다. 터보가 고장 난 O사장 차는 제 속도를 못 내고 간신히 시속 80㎞ 저속으로 운행 중이다. 이 지역은 몽골족 일파인 부랴트족이 목축업을 하던 북부지역 몽골초원이다. 현재 몽골족이 30~40%이며 나머지는 러시아인이다. 부랴트 몽골족은 러시아에 완전 동화돼 몽골어를 잊어 버렸다. 1727년 청나라와 러시아가 바이칼호 주변 시베리아 지역의 몽골족 거주지를 러시아에 넘겨주는 국경조약(카흐타 조약) 체결 이후 300년 동안 러시아 지배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현재 몽골족의 독립 시도, 인종 갈등, 몽골 통합 등 소수민족 문제가 없는 지역이다. ■ 원시적 초원에서 피정(避靜)의 드라이브 시베리아 산림을 벗어나고 있다. 아름다운 목초밭, 초지가 멀리까지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연두색 초원, 몇 조각 하얀 구름, 새파란 하늘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차창 밖 사진을 찍다가 사진으로 전체 풍경과 분위기를 담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포기한다. 그 대신 벅찬 감정을 그대로 느끼기로 한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초원에는 ‘모기, 등에, 파리, 벌, 독성이 있는 곤충’ 등 우글거려 들어가면 큰 사고를 당한다. 며칠 전 사진 찍으러 갔다가 물린 곳이 아직도 가려워 고생하고 있다. 목축업을 하는 농가가 초원에 자주 나타난다. 목재로 지은 주택이 많은데 규모가 작고 무척 낡아 보인다. 겨울철 추위와 난방비 절약을 위해 작은 집에 사는 것이다. 모든 목재 집의 지붕 중앙에 굴뚝이 한 개씩 설치돼 있다. ‘게르’ 중앙에 설치된 굴뚝처럼 바닥에는 음식 조리와 난방을 겸하는 화덕이 있을 것이다. 집집마다 마당에 나무 울타리로 겨울철 가축을 가둬 두는 우리가 설치돼 있다. 우리 크기를 보면 가축 수의 많고 적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봄여름 방목이 끝나면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건초를 먹이면서 가축을 키우는 장소다. 초라한 목조가옥은 서부영화에 나오는 퇴색한 시골 풍경과 무척 닮았다. 러시아는 평원과 초원을 이동하며 생활하는 유목민을 정착시키기 위해 제정러시아부터 소련까지 오랫동안 공권력을 투입했다. 유목민들은 정착 생활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크게 저항했다고 한다. 러시아 정부의 정착 유도 의도는 정착민들은 통제하기 쉽고, 세금 징수에 편하고, 반란이 발생했을 때 진압이 쉽기 때문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넓은 초원에 흩어져 살던 카자흐 유목민은 정부의 강제적인 정착 유도에 크게 저항했다. ‘카자흐’ 뜻은 ‘자유인, 방랑자’라는 뜻이다. 카자흐인들의 저항을 제압하고 반강제로 정착 생활로 추진하는 데 많은 유혈 사태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카자흐스탄 사람 중 여름에는 초원에 가서 유르트(게르)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 ■ ‘요수소’ 사태와 울란우데 자동차정비소 여행도 리듬을 타야 하는데 자동차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겨 여행의 흐름이 끊어진다. 우리가 탄 차의 요수소가 비어 간다고 빨간 경고신호가 계기판에 들어왔는데 오전 내내 요수소 가게를 못 찾고 있다. 급기야 중간에 요수소를 못 구한 채 요수소가 바닥 나고 차가 도로에 멈춰 섰다. 선두 차 가이드 H씨와 윤군이 함께 요소수 가게를 찾아 앞으로 무작정 달려간다. 이곳은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지역이다. 요수소를 사러 간 동료와 연락이 안 되니 답답하다. 두 시간 동안 시베리아 평원의 길가에 앉아 요수소를 못 구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80㎞를 달려 요수소 가게를 찾았다. 두 시간을 길에서 허비한 후 자동차에 요수소를 보충하고 출발한다. 울란우데로 운전해 가는 도로 위에서 러시아 표준시간이 한 시간 늦춰져 시계를 풀어 다시 시침을 조정한다. 우리는 서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오늘도 낮 시간을 한 시간이나 번 셈이다. 러시아는 광대한 나라로 표준시가 9개다. 우리는 이동 중에 표준시간을 세 번째 맞추고 있다. 오후 3시께 울란우데 정비소에 도착했다. 1급 정비소라 기대가 크다. 마침 직원이 몽골계다. 외모가 비슷한 우리에게 매우 친절하다. 차를 맡겨 놓고 가라고 한다. 밤 사이 수리할 테니 내일 오전 9시에 찾으러 오라고 말한다. 우리는 O사장 차를 정비소에 맡겨 두고 나머지 두 대 차에 나눠 타고 바이칼호 숙소로 향한다. ■ 바이칼호 휴식 시베리아 코스의 중간 종착지, 바이칼호에 석양 무렵 도착했다. 울란우데 정비소에 자동차를 맡기고 바이칼호 숙소로 가는 도중에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식사 먹거리인 삼겹살, 러시아 술 보드카, 양파, 당근 등 식재료를 샀다. 길에서 노지 재배 딸기를 팔고 있다. 작고 볼품은 없지만 먹을 만하다. 저녁식사 후 디저트용으로 K회장이 노지 딸기 한 박스를 샀다. 숙소는 바이칼호 백사장 옆에 있는 3층짜리 민박 건물이다. 석양 무렵 바이칼호에 도착하자 모두 백사장으로 뛰어가면서 만세를 부른다. 모두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아내는 잽싸게 양말을 벗고 호숫물에 발을 담그며 행복하게 환호한다. 바이칼호는 경상남북도 크기의 호수로 세계에서 제일 큰 민물 호수다. 아내와 4년 전 추운 2월에 눈 덮인 자작나무 숲과 얼어 붙은 바이칼호를 보러 왔던 추억이 생각난다. 당시 영하 30도의 혹독한 추위를 경험했는데 반대로 오늘은 날씨가 일 년 중 가장 좋은 7월 한여름에 바이칼호에 다시 온 것이다. 감회가 새롭다. 민박집 주인이 지하층 부엌을 저녁식사 요리에 사용하도록 빌려줬다. 유일한 여성인 아내, 나, L실장, 윤군 등 일행이 공동으로 삼겹살고추장구이를 준비했다. 주방용 칼이 매우 무뎌 고기 자르는 데 불편이 있었다. 반찬은 통조림 김치 한 가지다. 보드카와 삼겹살구이가 잘 어울린다. 필자가 러시아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윤군의 추천을 받아 보드카는 맛있는 것으로 세 병을 샀다. 지난 일주일 동안의 시베리아 대평원의 피로가 싹 가신다. 보드카 술잔을 들고 “가자! 이스탄불”, “고생 끝, 행복 시작” 여행의 완주와 안전을 염원하는 건배사를 합창한다. 옆자리에 식사하던 러시아 부부의 부인이 오늘 60회 생일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합석해 술도 함께 먹고 ‘해피 버스데이’ 생일 축하곡도 부르면서 즐거움을 나눈다. 밤중에 북반구 시베리아의 총총한 별을 보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보드카 술기운에 그냥 잠에 빠졌다. 바이칼호의 공기는 가볍고 매우 맛있다. 원시의 생명력이 넘치는 바이칼 호반의 숙소에서 행복한 꿈을 꿨다.
트럼프발 관세 공격이 현실화됐다. 그 첫 번째가 철강 관세 폭탄이다. 대상은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이다. 무려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서명한 행정명령이다. 미국에서 대한민국 철강 제품 비중은 9.7%다. 캐나다(22.7%), 브라질(15.6%), 멕시코(12.2%)에 이어 네 번째다. 액수로 따지면 연간 6조~7조원이다. 이 막대한 시장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그 관세가 부과되는 기점이 12일 오후 1시다. 직격탄을 맞는 곳이 바로 경기도다. 전국 철강 제조업체는 1천709개다. 이 가운데 25.7%인 440개가 경기도에 있다. 2위 경남(15.3%), 3위 경북(11.2%)과 비교가 안 된다. 세부 지역을 자세히 살펴보자. 시흥시(103개)와 안산시(72개)에 많이 몰려 있다. 시화공단 일대에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철강 도매업체는 시흥시(255개)와 화성시(139개)에 집중돼 있다. 철강 관세 폭탄의 피해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시흥·안산·화성의 일이다. 지금 세계는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전쟁 중이다. 캐나다는 온타리오주(州)가 전기요금 보복에 나섰다. 뉴욕 등 미국 3개 주에 보내는 전기료를 25% 인상했다. 더그 포드 주지사가 ‘단전도 검토하겠다’며 전면에 서 있다. 멕시코는 셰인바움 대통령이 협상을 맡았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를 유예시켰다. 종전에 70%이던 지지율이 85%까지 올랐다. 자국 기업 지키기에 정파를 따지는 나라는 없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노력 범위 밖의 일이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정부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끌고 가고 있다. 결단력 내릴 구심력 자체가 없다. 여야 정치의 행태는 더 분노를 자아낸다. 오로지 탄핵에 매달려 사생결단하고 있다. 철강 관세 폭탄에 미안했는지 언급은 찔끔 했다. 그 알량한 논리의 결론도 탄핵을 향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정치 세력이 주도한 탄핵 심판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비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해법은 윤석열 파면뿐”이라며 비난했다. 정상이라면 당연히 외교통상상임위가 열려야 한다. 정부와 정치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 모습은 없다. 각 당 지도부는 탄핵 농성장에 몰려갔다. 단식 또는 삭발을 써 달라는 보도자료만 뿌려 대고 있다. 국민과 기업은 세계 시장에 먹잇감으로 내 버려졌다. 한두 명 정치인의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도 있을 법하지만. 그런 모습은 눈 씻고 봐도 없다. 시흥·안산·화성지역 국회의원들, 최소한 이들이라도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새 학기를 맞은 학교마다 현장체험학습을 고민한다.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유죄 선고에 따른 파장이다. 현장체험학습 중의 학생 사망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다. 일선 교사들은 체험학습 폐지론까지 들고 나온다. 형을 받고 퇴직할 수도 있는데 계속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소풍, 수학여행도 줄이거나 당일치기로 바꾼다고 한다. 현장체험학습은 교실을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체득하는 학습활동이다. 공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학습 흥미와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등으로 안전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늘 있어 왔다. 이번 인솔 교사 유죄 판결이 논란을 더 키운 셈이다.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져 간다고 한다. 인천교사노조가 최근 관련 조사를 했다. 인천 교사 555명 중 432명(78%)이 현장체험학습 전면 폐지를 희망했다. 418명(75%)은 안전사고 민형사 재판에 대한 법률 지원을 호소했다. 인천 한 초등학교는 일단 이번 학기 체험학습을 다음 학기로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초등학교도 다음 학기로 미루기 위해 학부모 의견을 듣고 있다. 교사들을 보호할 구체적 대안이 나올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학기 초라 어쩔 수 없이 ‘취소를 전제로 한’ 체험학습 계획을 짜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현행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교사 면책 조항이 마땅히 없다. 현장체험학습 등 교육 활동 중 안전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부분이 불명확한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면책 단서 조항을 적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 조항조차도 모호하다며 현장학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체험학습의 안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내놓는 대책들도 문제다. 지방의 한 교육청은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계획에 대한 학부모 동의율을 70%로 정했다. 최소 1회 이상 사전 답사,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안전요원 증원 등도 지켜야 한다. 체험학습 후의 사후 정산 업무까지 교사에게 맡기기도 한다. 교사들이 꺼릴 만도 하다. 선생님들을 나무랄 일만도 아닌 것 같다. 체험학습 기피가 그들에게는 남은 자구책이기 때문이다. 누가 감옥에 가고 교단에서 쫓겨나기를 바라겠는가. 교사와 학부모, 학생도 원하지 않는다면 체험학습의 지속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시대도, 교육 환경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사법적 판단의 중차대성을 새삼 느낀다. 그러고 보니 체험학습을 생업으로 삼아 온 이들도 앞으로 걱정이 많겠다 싶다.
“대한민국은 완전히 망했네요.”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저출생 실태를 듣고 머리를 부여잡은 채 한 말이다. 현실이 그렇고, 미래는 암담할 따름이다. 이러다가는 국가의 존립 자체도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참담한 예측은 인구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세계 인구는 2024년 81억6천만명에서 2072년 102억2천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인구는 5천170만명에서 3천600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줄어든 인구의 절반은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전망은 더욱 충격적이다. 손 놓고 절망할 시간이 없다. 인천시의 사례를 보자. 2023년 인천시의 합계출산율은 0.69명으로 전국 평균(0.72명)보다 낮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0.76명으로 상승하며 전국 평균(0.75명)을 넘어섰다. 1년 만에 나타난 이 성과에는 인천형 저출생 정책 제1호 ‘아이(i) 플러스 1억드림’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임산부에게 교통비 50만원을 지원하는 ‘임산부 교통비 지원’ △1세부터 18세까지 중단 없이 지원하는 ‘천사지원금(연 120만원·1~7세)’ △‘아이(i)꿈수당(월 5만~15만원·8~18세)’ 등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미성년 자녀를 3명 이상 둔 가족은 6월부터 인천공항 등에서 우선출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든든전세’ 입주사 선정 시 신규 출산가구에 대한 가점이 상향되는 등 출산·다자녀 가정에 대한 주거 분야 우대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국가 존망이 달린 중대 기로에선 출생률 향상에 선택적 복지를 통해 특혜인 것만큼 많은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100년 뒤에 대한민국이 없어지기 전에 말이다.
불교의 수행자를 ‘출가자’라고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출가(出家)는 ‘집을 떠나감’을 의미한다. 그래서 과거부터 출가자를 속세를 떠나 산 속으로 들어간 사람이나 은둔 수행자와 같이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는 출가해 깨달음을 얻은 후 단 한 번도 깊은 산이나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머물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성을 찾아 가르침을 전하고 그들의 일상에서의 수행과 변화를 일깨워 줬다. 즉, 우리는 출가라는 개념을 ‘가출(家出)’과 같이 어떤 문제나 불만 등으로 집을 나와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난 것과 같이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출가에 대한 바른 설명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직전의 장면에 상세하게 나타난다. 특수한 힘이나 신비한 능력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이고, 그 삶을 이어주는 것이 어떠한 법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태자 싯다르타는 궁극에 이르러 원인과 결과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 속에서 무엇도 영원불변하게 존재할 수 없다는 것에 눈뜨고 ‘연기법(緣起法)’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 직전에 자신의 내면에서 항상 자문하고 타협시키며 나약하게 만들던 또 다른 자아인 마왕 파순을 대면하게 된다. 이 마왕 파순은 다름 아닌 자신이 확고부동하게 존재한다고 믿는 그 생각이다. 그리고 이때 싯다르타는 파순에게 ‘집 짓는 자여, 드디어 그대를 만났도다. 이제 그대 두 분 다시 집을 짓지 못하리’라고 한 뒤 그의 항복을 받고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된다. 즉, 파순을 지칭한 ‘집 짓는 자’는 언제나 우리 자신을 가꾸고 만들며 그것이 절대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바로 ‘나’다. 불교는 ‘무아(無我)’를 말하는 종교로 절대불변의 ‘자신’이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내가 분명히 여기 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이 없다는 것인가.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의 가르침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에 대한 고정적인 생각에 대한 부정이다. 만약 절대불변의 자신이 있다면 우리는 늙을 일도, 병들 일도, 죽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노병사를 절대로 피해 갈 수 없다. 그리고 태어난 순간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고 변화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피할 수 없는 숙명적 법칙과 계속해서 변화하는 자신 속에 그 무엇도 고정적이고 영원불변할 수 없다는 가르침이 불교의 ‘무아’다. 우리는 오늘 하루도 수많은 사람들과 여러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자신으로서 존재하지만 그 자신은 매일의 삶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찾지 말고 ‘나’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럼 그 여정의 길에서 나로 인해 나를 변화시키고 나와 함께 맺어진 인연들과 오늘 하루를 참되게 살 것이다. 출가적 일상을 살자. 어제와 같겠지라는 실망을 버리고, 내일도 그렇겠지라는 생각을 지우고, 오늘 하루 매 순간 변화하는 자신을 만들고, 그 길에서 스스로 한 걸음을 내디뎌 오늘로 나아가자.
인천의 별명은 마계다. 마계란 악마의 세상이란 뜻. 지극히 부정적인 별명이지만 젊은이들은 이를 숨기려 하지 않고 축제까지 연다. 지난해 마계인천 축제에 1만여명이 다녀갔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공공기관인 부평문화재단도 가세했다. 지난해 ‘부평지하던전’이라는 임시매장을 열었다. ‘던전’은 괴물들의 소굴이라는 의미의 게임용어다. 이는 이행 행동적(Transitive Action) 역브랜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의 관찰과 체험으로 캐릭터 및 동기 등을 추론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썩 달갑지는 않다. 2000년대 중반 폐허 상태로 십수년 방치돼 오던 가정오거리 일대의 괴괴한 풍경 때문에 그 별명이 붙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현재 그곳은 루원시티로 탈바꿈했지만 마계의 불명예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도시 곳곳에 방치된 빈 건물, 짓다 만 미준공 공사현장 따위가 원인이다. 민간은 몰라도 공공 부문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건축물들까지 끼어 있는 것은 문제다. 동인천역사, 영종도 리포 카지노,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 등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그 지역의 랜드마크다. 민선 8기 인천시는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동인천역은 일정 성과도 보인다. 문제는 속도다.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는 가장 시급하다. 2015년 대학과 전문대가 송도로 이전하면서 건물이 비워진 지 10년이다. 그동안 학교나 인천시는 지금까지 이곳의 활용이나 개발에 관한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성화에 주차장이나 운동장을 개방하는 정도의 임시대책만 내놓고 있다. 시와 학교가 체결한 협약서가 문제다. 시는 2040 도시기본계획에 부지의 일부를 상업용지로, 나머지를 공공시설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 놨지만 협약서에는 상업용지를 일절 분양(판매)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민간업자들은 입질조차 없고 인천대는 고개만 젓고 있다. 지난해 시와 학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렸지만 의견 대립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짜로 땅 주고 ‘개발 특혜’까지 주면 법적 책임 소지가 있다는 시의 입장이 특히 완강하다고 한다.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다 옳은 말도 아니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자. 텅 비어 방치된 건물 주위론 매일 수천명의 학생들이 오간다. 폐쇄회로(CC)TV나 첨단 시건장치 등을 내세우며 안전을 장담하지만 그건 관리자의 생각일 뿐이다.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다. 우리 아이가 그런 학교에 다닌다 해도 그렇게 법 타령만 할까. 야밤에 제물포역에서 보이는 도화언덕의 풍경은 섬뜩하다. 달리 ‘마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혜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공공기관이라면, 특히 학교라면 말이 달라진다. 더 크고 유연하게 보자. 그래서 민선 8기 임기가 끝나기 전에 실시계획이라도 나오기를, 그것으로 멋들어진 도화언덕이 완성되기를, 그게 기폭제가 돼 마계인천의 고리가 완전히 끊기기를 정말 간절히 기대해 본다.
2025년 삼일절은 비상계엄 사태의 혼돈 속에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지나갔다. 올해가 광복 80주년인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계엄 국면에서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과 실행력은 우리 공동체의 높은 의식 수준을 보여줬으며 이는 106년 전 울려 퍼졌던 독립만세운동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1운동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일제 식민지배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이를 전 국민이 행동으로 보여준 역사적 쾌거다. 단 한시도 일본의 지배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당시 발표된 독립선언서에는 조선 독립이 “조선인으로 하여금 정당한 삶을 누리게 하는 동시에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에 필요한 단계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단 한 줄도 무력을 사용하자는 표현이 없고 오로지 “인류 공통의 옳은 성품과 이 시대의 지배하는 양심이 정의(正義)라는 군사와 인도(人道)라는 무기”에 힘입어 독립을 주장했다. 어떤 사람은 온건한 독립선언서를 당시 추세였던 민족자결주의에 기댄 독립청원서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초안을 쓴 최남선이 후에 친일파로 변절했음을 꼬집기도 한다. 이런 견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선언서가 우리 민족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 표출과 함께 일본의 부당한 지배를 일갈하고 우리의 도덕적 우위를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자유와 정의를 위한 운동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위력(威力)의 시대는 가고, 도의(道義)의 시대가 왔음’을 선언한 부분은 우리의 지난한 반독재 민주화 투쟁과 연결된다. 일제의 압박과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시대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4·19, 5·18, 6·10으로 쌓아 올린 민주주의라는 공든 탑을 일거에 무너뜨리려고 했던 반헌법적 계엄 시도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물거품이 됐다. 이후 탄핵 국면 속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열렬한 의사 표현은 “최후의 한 사람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시원하게 발표하라”는 선언서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고 “모든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며, 우리의 주장과 태도를 광명정대(光明正大)케 하라”는 부분은 오늘날 비폭력적이고 질서정연한 시위문화를 자리매김하는 지표가 됐으리라. 1919년 3월1일 시작한 만세 시위는 4월30일까지 전국적으로 1천200회 이상 벌어졌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던 경기도에는 곳곳에 많은 3·1운동 유적지와 기념관이 위치해 있다. 화성시의 제암리 순국 유적지와 2024년 개관한 독립운동기념관, 오라니장터 만세운동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김포시 독립운동기념관, 3·1운동 3대 실력항쟁지로 꼽히는 원곡·양성 만세운동을 간직한 안성시 3·1운동기념관 등 많은 관련 시설이 있다. 이번 3, 4월에는 가까운 독립운동기념관을 방문해 3·1정신 속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의지를 찾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취임 후 50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번째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황금시대를 예고했던 그는 과도기에는 경기가 침체될 수도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러한 말 바꾸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지난 10일 하루에 다우지수 2.08%,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2.7%, 나스닥은 4.0% 폭락했다. 주가 폭락의 직접적 원인은 불황에 대한 우려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재무장관까지 나서 경제 성장의 둔화 가능성을 시인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은 경기 침체 위험도를 상향 조정했다. 앞으로 남은 50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않으면 그가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트럼프 풋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가장 중요한 요인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심화다. 계란 한 알이 1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폭등하면서 미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몇 국가로부터 계란을 수입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작년 선거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인플레이션을 조만간 제어하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중간선거에서 패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식에 대한 불만도 무시할 수 없다. 50일 동안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려 83개의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경제·외교·국방·원조·이민·정부조직 개혁을 밀어붙였다. 특히 각 부처의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정부효율부(DOGE)가 기존 부처의 조직과 예산을 일괄적으로 감축하라고 요구하다 보니 정부효율부와 기존 부처 사이의 갈등 및 반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효율부에 대한 반감은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테슬라 주가가 하루 만에 15% 급락했다는 사실에 잘 반영돼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미국의 경기 침체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취약한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전국 50인 이상 50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규제 전망조사’에서 ‘올해 경제위기가 1997년보다 심각’(22.8%)하거나 ‘1997년 IMF 위기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위기가 올 것’(74.1%)으로 답변했다.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570만명보다 20만명 이상 감소한 550만명으로 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의 561만명보다도 적다. 원-달러 환율도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를 석 달 이상 유지하고 있다. 대외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외경제정책의 초점을 상호관세 협상에서 경기 침체 대비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관세 인상보다 우리 경제에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관세는 특정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지만 경기 침체는 수출 전반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환율과 금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가 금융시장과 환율을 조속히 안정시키지 못하면 미국의 경기 침체가 제2의 IMF를 불러일으키는 촉매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한국은행에 제공한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방위분담금 9배 인상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미국의 도움을 기대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