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트럼프 상호관세보다 더 심각한 미국의 경기 침체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취임 후 50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번째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황금시대를 예고했던 그는 과도기에는 경기가 침체될 수도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러한 말 바꾸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지난 10일 하루에 다우지수 2.08%,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2.7%, 나스닥은 4.0% 폭락했다.

주가 폭락의 직접적 원인은 불황에 대한 우려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재무장관까지 나서 경제 성장의 둔화 가능성을 시인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은 경기 침체 위험도를 상향 조정했다. 앞으로 남은 50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않으면 그가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트럼프 풋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가장 중요한 요인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심화다. 계란 한 알이 1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폭등하면서 미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몇 국가로부터 계란을 수입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작년 선거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인플레이션을 조만간 제어하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중간선거에서 패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식에 대한 불만도 무시할 수 없다. 50일 동안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려 83개의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경제·외교·국방·원조·이민·정부조직 개혁을 밀어붙였다. 특히 각 부처의 업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정부효율부(DOGE)가 기존 부처의 조직과 예산을 일괄적으로 감축하라고 요구하다 보니 정부효율부와 기존 부처 사이의 갈등 및 반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효율부에 대한 반감은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테슬라 주가가 하루 만에 15% 급락했다는 사실에 잘 반영돼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미국의 경기 침체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취약한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전국 50인 이상 50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규제 전망조사’에서 ‘올해 경제위기가 1997년보다 심각’(22.8%)하거나 ‘1997년 IMF 위기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위기가 올 것’(74.1%)으로 답변했다.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570만명보다 20만명 이상 감소한 550만명으로 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의 561만명보다도 적다. 원-달러 환율도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를 석 달 이상 유지하고 있다.

 

대외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외경제정책의 초점을 상호관세 협상에서 경기 침체 대비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관세 인상보다 우리 경제에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관세는 특정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지만 경기 침체는 수출 전반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환율과 금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가 금융시장과 환율을 조속히 안정시키지 못하면 미국의 경기 침체가 제2의 IMF를 불러일으키는 촉매로 작용할 수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한국은행에 제공한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방위분담금 9배 인상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미국의 도움을 기대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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