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나는 예의있는 사람일까, 예의없는 사람일까. 아이스케키로 대표되는 60년대 말로 시대를 돌려 향수를 담아냈다. △예의없는 것들 사람에 관해 가끔씩 듣는 말이 있다.‘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 그리고 있어서는 안될 사람’이란 말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의 가치를 논하는 것 자체가, 더구나 특정 기준에 의한 평가가 어찌 합당할 수 있을까도 싶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세상을 깨끗이하고 구원할 수 있는‘영웅’을 원하고, 누군가 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다소 진부하기는(?) 하지만 알 수 없는 묘한 흥미를 자극한다. 세상에 살고 있는 예의없는 것들을 어떻게 매너있게 골라서 처리한다?. 사람잡는 킬라의 고민이 깊어가는 대목이다. 혀 짧은 소리를 내며 한평생 XX하게 사느니 차라리 말없이 살기로 한 '킬라(신하균 분)'. 남들처럼 폼나게 살고 싶지만 짧은 혀로는 될 일도 안될 판. 킬라는 1억원만 있으면 혀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자신의 주특기인 칼질 실력을 돈을 긁어모으는데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문대로 작업을 해 나가던 중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도살자나 다름없다는 회의에 빠진 킬라. 그 때 동료이자 선배인‘발레(김민준)'로부터‘나름의 룰을 정하라’는 충고를 듣는다. 킬라는 고민 끝에‘이왕 죽이는 거 예의없는 것들만, 불필요한 쓰레기들만 골라서 깔끔하게 분리수거’하기로 마음먹고 도시의 쓰레기들을 하나둘씩 바쁘게 처리해 나간다. 삶의 비애를 씻기위해 찾던 술집에서 그녀(윤지혜)도 만나고, 킬라의 생활은 변화를 맞는다. 킬라와 발레는 재래시장 재개발건으로 폭리를 취하려는 놈을 의뢰받고 작업을 하다가 착오로 다른 놈을 처리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이를 계기로 혀 수술을 받고 그녀와 함께 스페인으로 가서 투우사가 되고 싶은 킬라의 꿈은 도심 기생충 같은 놈들과 더불어 한바탕 소용돌이속에 휘말리게 된다. 이 영화는 한 남자가 세상의 법률에 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세운‘예의’를 기준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그 이면을 그려낸다. 블랙코미디를 표방하는 영화는 때문에 이질적인 요소들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작품이다. 살인을 업으로 삼고 있으나 맑고 순박한 영혼을 가진 킬라가 시를 쓰고 버려진 아이를 거두는 모습이 그렇다.‘사람을 죽이는 가장 비도덕적인 일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청산한다’는 아이러니로 세상에 대해서 풍자를 얘기하려 한다. 다양한 감정을 소화해내는 신하균의 연기가 특히 돋보인다. 박철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러닝타임 121분. 24일 개봉. △아이스케키 코쟁이들이 오강단지 쓰고 달나라 가던 시절 1969년. 밀수 화장품 장사를 하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10살 소년 영래(박지빈 분)는 아버지가 없는 것 빼고는 꿀릴 게 없는 박치기 대장이다. 영래는 어느 날 우연히 엄마(신애라)의 친구이자 앙숙인 춘자 아줌마에게 죽은 줄만 알았던 자신의 아버지가 서울 사는 남산대학생‘강성욱(이재룡 분)’이라는 얘기를 듣고, 아버지를 찾아가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영래가 엄마 몰래 선택한 아르바이트는 아이스케키 장사. 동네방네“아∼이스케키!” 를 외치며 돌아다녀 보지만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하루하루 씩씩하게 케키 장사를 하는 영래. 그러던 중 엄마에게 이 사실을 덜컥 들켜버리고 엄마는 아들의 장사를 죽기살기로 말리고 나선다. 영래는 공장 사장의 강요에 서울까지 밀수 심부름을 가게 된 인백이(진구) 아저씨에게 아버지를 찾아봐달라고 부탁한다. 며칠 후, 드디어 멀리서 인백이 아저씨가 타고 있는 기차가 보이기 시작하고 영래의 심장은 기대감으로 콩닥콩닥 뛴다. 아버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그러나 예상치 않았던 일들이 벌어지고… 영화는‘아빠 찾아 삼만리’를 외치는 소년의 간절함을 강조한 가족영화다. 영화의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기댈 수 있는 아버지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 배경인지라 퇴색한 기차역, 삼륜자동차 등 수십년 전에 사라진 소품과 전시물들이 향수를 자극한다. 하지만 영화의 백미는 전라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머금는 아이들이다. 그 시대를 전혀 모르는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능청스럽다. 최고의 아역배우 아이콘으로 자리하고 있는 박지빈의 똘망똘망한 눈동자 연기가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1시35분짜리 장편영화로 끈적끈적한 가족 이야기를 끌어가는 다소 투박한 잔잔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한손엔 아버지의 손을, 한손엔 아이스케키를 들고 빨고싶은 영래의 부푼 꿈은 과연 이뤄지게 될까. 여인광 감독이 연출했다. 러닝타임 95분. 24일 개봉.
파리 근교 리세. 세상 모든 것이 재미 없어진 10대 소년들이 학교건물 지붕 사이를 점프하고 배관을 타고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것이 유래가 돼 `파쿠르'라는 익스트림 거리스포츠가 생겨났고 액션영화의 전면에 배치됐다. 영화 `13구역(District 13)'이다. 익스트림 거리스포츠 `파쿠르'의 창시자 데이빗 벨이 레이토역을 맡아 액션의 진수를 보인다. 차고 때리는 액션만이 아니라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공중잡이를 하고 좁은 복도벽을 타고 쉴새없이 달린다. 와이어 액션도 스턴드맨 대역도 컴퓨터 그래픽도 아니다. 오로지 알몸 뿐이다. 그런데도 배우들의 동작을 따라가는 관객들이 숨가빠 보일 정도다. 카메라 워킹도 `파쿠르'만큼이나 재치있고 현란하다. `파쿠르의' `파쿠르에 의한' `파쿠르를 위한' 영화로 불릴만 하다. 2012년, 프랑스 정부도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 지역인 13구역.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타하 일당은 자신의 마약을 중간에서 가로챈 레이토(데이빗 벨)를 잡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타하가 거래하던 엄청난 양의 마약을 훔쳐 달아난 레이토를 생포하기 위해 타하 일당은 레이토의 여동생인 로라를 납치하지만, 이를 눈치챈 레이토는 본거지에 먼저 잠입해 타하를 인질로 잡고 동생 로라를 구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다. 그러나 오히려 경찰서장은 그를 감옥에 가둔다. 6개월 후, 핵 미사일을 호송 중이던 군용 트럭이 13구역 근처에서 탈취당하고 특수요원 다비드(시빌 라파엘리)는 자신의 작전을 도울 인물로 레이토를 지목하고 함께 13구역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레이토와 다미엔의 활약을 그린 버디무비(Buddy Movie) 형식이다.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이들이 보여주는 화려하고 세련된 액션. 뻔한 이야기 구조라는 단점도 있지만 마지막 여름을 시원한 액션으로 날려버리기엔 제격이다.
'레인맨' '빠삐용' '졸업' 등의 명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10월 미국에서 열리는 시카고 국제영화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한다고 UPI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통신은 "호프만은 10월5일 밤 시카고 극장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개막작 상영회에 참석한다"며 "개막작 '픽션'에서 호프만은 주인공 소설가를 돕는 문학 교수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호프만은 공로상 수상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다"며 "이런 말은 내 평생 단 세 번밖에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42회 시카고 국제영화제는 10월5일부터 19일까지 열리며 30개국에서 출품된 100여 편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미 5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된 제3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재미동포 김소영 감독의 '인 비트윈 데이즈(In Between Days)'도 합류했다고 영화진흥위원회가 24일 밝혔다. '인 비트윈 데이즈'는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 소녀의 외로운 성장기를 그린 영화로 김기덕 감독의 '시간'과 함께 '비전(Vision)' 부문에 상영된다. 김소영 감독은 이 작품으로 올해 베를린 영화제 국제비평가상, 선댄스 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미국과 캐나다 합작영화이지만, 영진위의 재외동포 영화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베를린 영화제 참가 항공료를 지원받았다. 한편 이에 앞서 토론토 영화제에는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김기덕 감독의 '시간',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 등이 초대됐다. 토론토 영화제는 9월 7일부터 16일까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가수 김정민이 고소영 주연 영화 '언니가 간다'(감독 김창래, 제작 시오필름)로 영화에 데뷔한다. 김정민은 고교 시절 정주(고소영)의 첫사랑이었지만 졸업 후 어느 순간 연락두절되며 인연을 끊어 정주 인생에 큰 상처를 준 남자 조하늬 역을 맡았다. 현재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로 등극해 있다는 설정이다. 이미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바 있는 김정민은 "영혼까지 느끼한 캐릭터를 맡아 여자 관객이 얄밉다고 비난할 만큼 리얼하게 연기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소영ㆍ이범수ㆍ유건ㆍ조안을 내세운 '언니가 간다'는 이들 외에 오달수ㆍ오미희ㆍ윤종신ㆍ이중문 등 화려한 조연진을 갖췄다. 크리스마스에 개봉할 예정. /연합뉴스
국내 극장 사상 가장 긴 10시간30분짜리 영화가 처음으로 소개된다. 9월8~17일 스폰지하우스종로, 서울아트시네마 등에서 열리는 제7회 서울영화제는 상영시간이 10시간30분에 이르는 필리핀 라브 디아즈 감독의 '필리핀 가족의 진화'를 상영한다. 영화제 측은 23일 "상영시간이 너무 길어 일반 극장에서는 만날 수 없는 '필리핀 가족의 진화'를 9월11일 하루 동안 관객의 휴식시간을 고려해 4회에 나눠 상영하는 특변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영화 평론가가 추천한 '최고의 아시아 영화' 섹션에서 소개될 '필리핀 가족의 진화'는 15년간 지속된 필리핀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한 가족의 삶을 8년 동안 촬영한 작품. 다큐멘터리성 내용이지만 장르는 극영화에 속한다. 이 작품은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가 추천했다. 태국 평론가 안첼리 차이뤄라퐁 씨는 독일ㆍ프랑스ㆍ네덜란드ㆍ이스라엘이 공동제작한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의 '천국을 향하여'를 추천했다. 이 작품은 2006년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2005년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유럽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필리핀 평론가 알렉시스 티오세코 씨는 대만ㆍ중국ㆍ프랑스가 공동제작한 차이밍량 감독의 '흔들리는 구름'을 소개한다. 2005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다. 싱가포르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평론가인 필립 체 씨는 존 토레스 감독의 '토도 토도 테로스'(필리핀)와 조슬린 라브 감독의 '두니아'(레바논)을 추천했다. 또 정성일 씨는 '필리핀 가족의 진화' 외에 스와 노부히로 감독의 '퍼펙트 커플'(일본 ㆍ프랑스)을 소개한다. /연합뉴스
김기덕 감독이 지금까지의 자신의 영화 작업에 대해 스스로 혹평을 하며 한국 영화계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21일 오전 연합뉴스에 보낸 '김기덕의 사죄문'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통해 '괴물'과 관련, 최근 자신이 했던 말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런데 이 e-메일의 뒷 부분에는 그가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 심하게 자학하는 내용이 붙어 있었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김 감독이 나중에라도 후회할지 모른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날 오후 다시 e-메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다 전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이에 그가 격정을 담아 토해낸 의견을 공개한다. 김 감독은 "이번 관객들의 질타를 계기로 차분히 제 영화와 영화작업을 돌아보니 참으로 한심하고 이기적인 영화를 만들었고, 한국사회의 어둡고 추악한 모습을 과장하여 관객에게 강요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갖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모두 행복하고 밝게 살고 싶어 하는 관객들에게 저예산 영화의 가난함을 핑계로 관람을 강요하고 자위적이고 자학적인 저 개인의 영화를 예술영화라는 탈을 씌워 숭고한 한국의 예술영화들과 영화작가들을 모독한 점도 깊이 사죄합니다. " 그는 "제 영화 '나쁜 남자'가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올랐을 때 영화를 보고 나온 교포 분이 '한국 영화라는 게 너무 부끄럽다'고 하던 일이 새삼 생각난다"면서 "언젠가 배우 안성기님에게 제 영화 '사마리아'의 아버지 역을 부탁했는데 '어떻게 아버지가 딸을 죽이느냐'며 거절한 적이 있다. 그때는 섭섭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제가 영화를 구성하는 사고방식에 심각한 의식장애가 있음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모두 감추고 싶어하는 치부를 과장해 드러내는 저 자신의 영화가 너무 한심하고, 사람들에게 불안한 미래와 사회에 불신을 조장한 것이 너무도 죄스럽고, 맛있게 먹은 음식이지만 똥이 되어 나올 때 그 똥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영화를 만들어 온 지난 시간이 너무 부끄럽고 후회스럽습니다. " 김 감독은 "이번 사태를 통해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도 제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심각한 의식장애자임을 알았다"면서 "저야말로 한국사회에서 기형적으로 돌출해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임을 알았다"고 스스로를 폄훼했다. 발언의 수위를 점점 높여나간 그는 급기야 자신의 작품들을 모두 '쓰레기'라 칭한 후 신작 '시간' 역시 개봉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악어','야생동물보호구역', '파란대문', '섬', '실제상황',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해안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빈집', '활', '시간'…. 어느 관객의 말처럼 모두 쓰레기입니다. 이번 24일 개봉하는 13번째 영화 '시간'은 지금이라도 수입사가 계약을 해지해 준다면 개봉을 멈추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국 관객의 진심을 깨닫고 조용히 한국 영화계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며 발언을 끝맺음했다. 한편 이에 앞서 김 감독은 '괴물' 관계자에 대한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18일 MBC TV '100분 토론'에 나와 영화 '괴물'의 스크린 '싹쓸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토로한 지 3일 만의 입장 변화다. 이 방송 출연 직후 인터넷에서는 그의 발언이 뜨거운 감자가 됐고, 김 감독은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시간' 시사회 기자회견에서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최고점에서 만났다. 이는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다'는 말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이 말에 대한 네티즌의 악성댓글에 대해 '이해 수준을 드러낸 열등감'이라고 말한 것 또한 죄송하다"면서 "또한 '괴물' 관련 '100분 토론'에 출연해 과장된 이중적 언어로 시청자를 조롱한 행위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괴물'을 아끼시는 관객에게 깊이 사죄하며 '괴물'을 제작한 최용배 대표님과 제작진들, 특히 봉준호 감독님에겐 정말 영화계 선배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발언을 한 것에 진심으로 용서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또한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오만한 행동이었다"며 깊이 사과했다. 그는 7일 열린 '시간'의 시사회 때 "오늘이 내 제삿날 같은 느낌", "더 이상 국내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겠다", "'시간'이 어쩌면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내 영화" 라는 등의 발언을 통해 국내 예술영화 감독으로서의 비애를 다소 거칠게 토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정중하게 밝혔다. "제 말 뜻의 진심이야 어떻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저 자신은 많은 반성과 어리석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몇 번의 해외 수상과 개봉 성과를 가지고 마치 한국 관객을 가르치려는 오만한 태도를 가지고 '한국에서 더 이상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라는, 안 해도 될 말을 선언적으로 한 것도 뒤늦게 후회하며 '저예산 영화가 개봉하기에는 현재 시장이 어렵다'는 말을 과격하게 발언한 점도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수나마 제 영화를 봐오셨던 분들께도 크나큰 실망감을 드린 점 죄송합니다. " 김 감독은 이날 쏟아낸 발언 이후 어떤 행보를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그의 행보를 안타깝게 지켜볼 관객이 존재한다는 사실.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감독의 격정 토로를 영화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새로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목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패러디 코믹영화 시리즈인 '무서운 영화'의 네번째 편이 선보인다. 이번에는 '우주전쟁' '그루지' '빌리지' '쏘우' '쏘우 2'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이 '희생양'이 됐다. 3편에 이어 데이비드 주커 감독과 안나 패리스 등의 출연진이 다시 호흡을 맞췄다. 또 농구 스타 샤킬 오닐 등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카메오로 출연하며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패러디의 대상이 됐다. 코미디 영화가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제작진 스스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즐겨라"를 강조하는 이 영화는 줄거리를 따져서도 안된다. 그저 장면장면 유명 영화들이 어떻게 망가지나를 알아차리며 웃으면 된다. 여전히 황당하고 얄팍하다. 그러나 헛웃음일지라도 순간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영화는 4월 미국 부활절 시즌에 개봉해, 부활절 주말 최고기록을 수립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제작진은 이에 고무돼 앞으로 매년 부활절 주말에 '무서운 영화' 시리즈를 한 편씩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1편의 성공에 따라 제작한 2편이 실패하면서 시리즈가 생명력을 다한 것이 아닌가 했지만, 감독과 작가를 교체한 3편이 다시 성공하며 '무서운 영화' 시리즈는 장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 개봉 당시 평단은 혹평을 쏟아냈지만 관객은 웃음으로 그에 반기를 들었다.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감독 이해영ㆍ이해준, 공동제작 싸이더스FNHㆍ반짝반짝)는 비상업적인 소재 중 하나인 성적(性的) 소수자의 이이기를 상업 코드로 풀어낸 영화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남학생을 소재가 한 영화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는 것을 보면 소재의 파격이고, 굴지의 제작사 싸이더스FNH가 참여한 것도 눈에 띄는 일. 영화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낯설고 이물감으로 다가오는 트렌스젠더를 여자로 살고 싶은 뚱보 남학생을 통해 인간적인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라본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오동구(류덕환)는 몸무게 83㎏, 발 사이즈 280㎜, 머리 둘레 62㎝ 등의 신체조건을 가진 뚱보. 그렇지만 그는 육중한 몸매와는 달리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장래희망 역시 수술을 받아 '진짜' 여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도 어릴 적 TV에서 보고 반해버린 할리우드 스타 마돈나처럼 완벽한 여성으로 변신해 짝사랑하는 일어선생님(초난강) 앞에 당당하게 서고 싶어 한다. 여자가 되려면 수술비가 필요하고 가진 거라곤 엄청나게 센 힘 하나밖에 없는 동구는 막노동을 통해 차곡차곡 돈을 모은다. 그런데 아직도 500만원이 부족하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사실은 씨름대회에서 우승하면 장학금으로 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는 남학생들과 웃통을 벗고 맨살을 부대껴야 하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씨름부행을 결심한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여자가 되기 위해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 중 하나인 씨름에 도전하는 뚱보 남학생의 이야기다. 대척점을 이루는 이들 소재의 결합은 영화 속 웃음을 만들어 내는 요소. 동구는 선배들 앞에서 옷을 벗는 것조차 부끄러워하고 젖꼭지를 가리기 위해 항상 일회용 밴드를 사용한다. 샅바도 여성스럽게 빨간색을 좋아할 정도. 그렇지만 힘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괴력의 사나이다. 덩치 트리오로 불리는 선배들을 한방에 모래판으로 메치는 저력을 발휘한다. 영화 속 동구가 가장 좋아하는 씨름 기술은 뒤집기. 씨름 최고의 기술인 뒤집기는 영화 속에서 이중의 의미를 담는다. 동구는 '세상'도 뒤집고, '씨름판'도 뒤집어야 여자가 될 수 있는 것. 영화는 트렌스젠더를 꿈꾸는 소년에게 관대하다. 냉혹한 세상의 시선보다는 가족과 동료들의 이해를 화면에 담았다. 여자가 되고 싶은 자식에게 "네 뜻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어머니나 술주정뱅이지만 립스틱을 바르는 아들을 모른 척해주는 아버지는 동구가 꿈을 품도록 도와주는 존재들. 감독은 이율배반적인 현실이 주는 코믹함에 간간이 "그들(트렌스젠더)을 인간적으로 봐달라"라는 메시지를 녹여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뭐니뭐니해도 류덕환의 영화다. 뚱보 소년이 되고자 몸무게를 27㎏이나 불렸고 완벽한 댄스 솜씨와 씨름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4개월간 고군분투했다는 류덕환은 그의 출세작 '웰컴 투 동막골'의 인민군 소년병 '택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각각 덩치 1ㆍ2ㆍ3으로 출연한 문세윤ㆍ김용훈ㆍ윤원석과 동구 친구 종만으로 출연한 박영서, 일어선생님으로 출연한 일본 배우 초난강의 연기로 관객은 러닝타임 117분 동안 시종일관 웃을 수 있다. 동구 아버지 역을 맡은 김윤석의 연기에 대해서는 진부하지만 '김윤석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쓰고 싶을 정도다. 영화 '품행제로' '안녕UFO' '아라한 장풍 대작전' 등의 시나리오를 공동집필한 이해영ㆍ이해준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올해 할리우드 최고 흥행작인 '캐리비언의 해적:망자의 함'에서 괴짜 해적선장 역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조니 뎁이 팀 버튼 감독과 또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 지난해도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스티븐 손다임의 뮤지컬 '스위니 토드(Sweeney Todd)'를 각색하는 동명영화에서 또한번 감독과 주연배우로 팀워크를 과시할 예정이다. 이 영화에서 뎁은 자신에게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원수들에 대해 피비린내나는 복수에 나서는 19세기 이발사 역을 맡는다. 드림웍스와 워너브라더스가 공동제작하는 이 뮤지컬영화에서 조니 뎁은 직접 노래도 부를 예정이다. '스위니 토드'는 팀 버튼과 조니 뎁이 호흡을 맞추는 6번째 영화. 두 사람은 지금까지 '팀 버튼의 유령신부', '가위손', '에드 우드', '슬리피 할로우', '찰리와 초콜릿공장' 등을 함께 만들었다. '스위니 토드'는 내년 초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