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위기에 몰린 인천시 재정건전화

인천시 재정 건전화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동산 경기 하락세 등으로 시의 세입 증가폭은 점차 둔화하는 반면,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시의 세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오는 2022년까지 시의 채무비율을 12.4%까지 줄이겠다는 박남춘 인천시장의 재정건전화 로드맵을 통한 재정개혁 단행 공약이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오는 2020년 통합재정수지 적자까지 우려되면서 지방채 발행을 요구하는 다양한 변수가 숨어 있어 시의 채무 규모가 다시 커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본보는 시의 재정 전망을 분석하고, 재정건전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인천시의 세입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부동산 경기 하락세와 국가 경제 활성화 부진에 따른 세입 증가폭 둔화가 시의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24일 시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인천의 주택매매 거래량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15년 8만1천773호에 이르던 주택매매 거래량은 2016년 7만8천187호, 2018년 6만8천131호, 2018년 5만9천133호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주택매매 거래량 감소세는 지방세의 증가폭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택매매 거래 과정 등에서 납부하는 취득세는 지방세의 약 4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재산매각 수입 감소 등으로 시의 세외수입 증가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고 지방교부세 증가폭 역시 대내외 경기 악화 요인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는 최근 확정한 2020~2024년도 중기지방재정계획에서 세입의 연평균 신장률을 2.2%로 예상했다. 이는 시가 1년 전 수립한 2019~2023년도 중기지방재정계획의 연평균 신장률 3.8%와 비교하면 1.6%p가 줄어든 것이다. 세부적으로 지방세세외수입 등 자체재원의 연평균 신장률은 1년 전 계획보다 0.2%p가 줄어들었고, 지방교부세국고보조금균형발전특별회계보조금기금 등 이전재원의 연평균 신장률은 2.4%p가 감소했다. 불과 1년 만에 시의 세입 전망이 증가폭 둔화 기조로 내려앉은 것이다. 특히 시는 2020년과 2021년의 세입이 제자리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시가 전망하는 2020년 세입은 12조250억3천600만원, 2021년 세입은 12조561억8천800만원이다. 이 기간의 증가폭은 0.26%(311억5천200만원)에 불과하다. 매년 수천억원씩 늘어나는 시의 세입 증가폭이 이 기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재정 건전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재정 분권, 국고보조금 형태의 매칭 시스템 개선, 예산 관련 심의위원회의 건전성 회복, 보수적인 예산 편성 등을 내놓고 있다. 시에 따르면 오는 2020년부터 부동산 경기 하락세 등의 영향으로 세입 증가폭이 둔화할 전망이다. 반대로 세출은 사회복지와 교통 등 비중이 큰 분야의 증가폭이 늘어나 시의 재정 상태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예상을 토대로 시는 최근 확정한 2020~2024년 중기지방재정계획에서 통합재정수지 적자 발생과 채무 비율 감소폭 둔화 등을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세입 확충과 세출 조정을 통해 재정건전화를 이뤄내야 한다. 거둬들이는 돈을 늘리고 쓰는 돈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애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입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재정 분권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가 효과적으로 세입 확충과 세출 조정을 하려면, 재정 분권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며 무엇보다 세입 확충 부분은 재정 분권이 이뤄지지 않는 한 지자체가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가 지방세 항목을 늘리려 해도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 막힐 수밖에 없다며 재정 분권이 이뤄져야 지자체가 효과적인 세입 확충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세출 조정과 관련해서는 세출에서 국미 매칭사업은 지자체에 큰 부담이라며 최소한 사회복지 분야만이라도 보편적 특성을 감안해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예산과 관련한 각종 심의위가 건전성을 우선 회복해야 하고 예산 편성 과정에서 보수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계철 인천참여예산센터 소장은 보조금심의위 등 예산 관련 심의위가 시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낙관적인 판단이 아닌 보수적인 판단을 해야 재정건전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회복지 분야 등 국비 매칭 세출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히 재정에 악영향을 준다며 당장은 현실적으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세입 확충 방안 마련과 세출 조정을 위해 많은 논의와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비 확보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글_김민기자 사진_경기일보 DB

[ISSUE] 법 사각지대 놓인 다세대주택

그날은 모두에게 D-day(디데이중요한 날)였다. 부모 도움을 받아 집을 마련한 신혼부부, 한평생 모은 목돈으로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노후 대책을 세운 70대 노인, 첫 출근을 앞두고 10평 남짓한 방을 계약한 사회 초년생까지. 하지만 이들의 작은 소망은 전월세 사기극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올해 수원과 안산, 용인, 화성 등 도내 곳곳의 다세대 주택과 오피스텔에서 발생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그들의 몫이 됐다. 법의 사각지대인 탓이다. 본보는 피해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하고, 이를 예방할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요. 무슨 일이 있어도 보증금 꼭 되찾을 겁니다. 회사원 A씨는 다음 달 6일 명도소송을 앞두고 있다. 올해 2월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15만 원의 조건으로, 화성의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임대관리업체를 통해 계약한 것이 화근이었다. A씨의 이야기는 월세 계약 당시인 8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포에 살고 있던 그는 지역을 옮겨다니는 일 특성 탓에 새로 머물 집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괜찮은 조건의 부동산 매물이 나왔다는 주택임대관리업체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조건을 살펴본 A씨는 만족했다. 경기남부지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과 함께 인근에 가족이 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오피스텔 계약 2개월 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A씨와 월세 계약을 맺은 주택임대관리업체가 오피스텔 주인인 임대인과 월세 15만 원이 아닌 70만 원으로 위탁 계약 맺은 후 보증금을 가로채는 이른바 이중계약 사기를 벌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업체는 월세 위탁관리를 맡은 수백 명의 오피스텔 임대인을 속이고,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맺어 수백억 원의 보증금을 챙겼다. 결국 이 업체의 대표 L씨(39)는 지난 5월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관리이사 B씨(40)와 함께 경찰에 구속됐다. A씨의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표 L씨의 구속 직후 임대인이 오피스텔에서 나가달라는 건물 명도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상황이 나빠지자 그는 최근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A씨처럼 주택임대관리업체의 이중계약 사기를 당한 사회초년생 C씨도 착잡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오피스텔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통화한 J 주택임대관리업체와 연락이 마지막이었다. 이사 당일 보증금이 들어오지 않아 수차례 J 업체에 연락을 취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이후 집주인과의 통화에서 서로 이중계약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C씨는 현재 보증금도 받지 못한 채 기간이 만료돼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집주인의 통보와 함께 명도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C씨는 대학 졸업 후 직장 인근에 오피스텔을 마련했는데 이중계약 사기를 당하게 됐다며 보증금으로 부모님이 보태준 1천만 원의 돈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광주시을)은 해마다 일어나는 세입자 피해와 관련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법적 장치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 의원실은 문제 해결 방안 가운데 하나로 국토교통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을 대상으로 현 문제의 조치 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임대사업자의 과도한 갑질을 포함한 불공정 행위를 제어할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세입자에 대한 전세보증제도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실거래 신고 의무사항에 빠져 있는 현행법의 전월세 거래 사각지대를 법안 개정을 통해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월세 거래로 피해를 본 임차인을 변호하는 남성진 변호사는 전월세 거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실거래 신고 의무가 필요하다며 이와 더불어 주택임대관리업에도 강제 조항을 두어 피해자가 양산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위탁 임대사업자에게 주택임대관리업을 등록하도록 강제 법안을 마련해야 하고, 임대사업자에게 세입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보증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제도도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_정민훈기자 사진_경기일보 DB

[ISSUE]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 ‘휴머니즘’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려가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은 주민 공감대 확보와 환경파괴 문제 우려로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도시재생 역시 주민의 삶에 대한 고려보다는 또 다른 재개발을 양산한다는 우려가 퍼지는 등 여전히 혁신적인 도시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본보는 도내 신재생에너지와 도시재생 정책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선진 사례를 통한 경기도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최근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경기지역 10곳이 선정되는 등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의 도시개발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아직 도시재생에 대한 명확한 성과가 드물고, 그간 일부 투기를 조장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반복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주민의 삶을 고려한 인간중심의 도시재생이 요구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9월8일 국토교통부는 경기도 10곳을 포함한 전국 76곳을 올 하반기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도내에서는 수원 세류2동연무동, 양주 덕정동, 광주 송정동(2곳), 남양주 화도읍, 안산 본오2동, 평택 신장동, 포천 신읍동, 부천 대산동 등이 선정됐다. 경기도는 이번에 10곳이 선정된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을 포함해 도시재생 사업이 크게 4가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 도시재생 4곳 ▲소규모도시재생 20곳 ▲경기도형 도시재생 2곳 ▲정부 도시재생 뉴딜사업 31곳 등에 달한다. 이 같은 도시개발 및 재생사업들이 지속적으로 발표추진되고 있지만, 그 체감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부터 과거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터져 나온 투기과열 등에 대한 우려 등 불식해야 할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도시 재생과 지역활성화 과정에서 지가와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주민과 상인이 내몰림을 당하는 젠트리피케이션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앞서 발표된 바 있는 3기 신도시는 지역별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실제 3기 신도시 전면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일산운정신도시연합회 등 소속 1천500여 명은 지난달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3기신도시 전면백지화 투쟁 집회를 열고 지역주민들의 동의 없이 신도시 정책을 무분별하게 추진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재산권과 생존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도시개발과 재생사업은 인간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 공감대가 형성된 도시재생과 복합적인 도시 개발을 통해 집적화한 친환경 도시의 실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시의 친환경도시 2019 프로젝트 담당자인 캐스퍼 랜드마크씨는 오슬로시는 시민들이 친환경도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도록 구체적인 정책을 개발 중이라며 시작단계부터 오슬로시만이 아니라 오슬로 시민의 참여로 프로젝트가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해 시민 참여 방법을 적극 모색 중이다라고 밝혔다. 김영준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광명1)은 도시재생 사업이 활발하지만 주민이 도시재생에 직접 참여해 주민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는지는 의구심이 든다면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시민 참여형 도시재생(개발) 모델이야말로 경기도가 나아갈 방향이다. 북유럽의 환경친화적 도시재생을 참고해 한국적 모델 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_최현호기자 사진_경기일보 DB

[ISSUE]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 잊혀지지 않는 슬픔

20년 전 어느 가을날, 인천 중구 인현동의 한 술집 건물에서 일어난 불은 꿈 많은 청소년 56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1999년 10월 30일 일어난 인천 인현동 화재참사가 남긴 슬픔이다. 인천은 오는 30일 인현동 화재참사 20주기를 맞는다. 아픈 기억을 이겨내고 성숙한 지역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에 본보는 2회에 걸쳐 1999년과 2019년의 청소년 보호 실태를 분석하고, 청소년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을 짚어본다. 인천 사람에게 대한서림 앞에서 보자라는 약속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1999년. 코미디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주인공 4명이 포스터를 통해 동인천역 주변 거리를 장식했던 10월.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는 게 당연한 일이었던 30일. 당시 고등학생 A군(17)은 동인천의 유흥중심지인 인현동의 한 골목에 쪼그리고 앉았다. 주변으로는 친구들이 6~7인치로 줄인 바짓단을 터뜨릴 위기까지 몰아넣은 채 다 같이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 받았다. 불량스러운 모습이긴 해도 누구 하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동네의 자그마한 슈퍼마켓을 지키던 많은 어른이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술과 담배를 팔았다. 이날 A군 등이 인현동에 모인 이유는 학교 축제를 끝내고 뒤풀이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뒤풀이 장소는 주민등록증 검사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라이브2 호프집이다. 하지만 이날 라이브2에는 유독 사람이 많았다. 다른 학교에서도 같은 시기에 축제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빈자리가 나오길 기대하며 골목 한복판에 전세를 냈다. 오후 6시50분께 펑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이내 라이브2가 있는 건물 지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불이 난 것이다. 2층의 라이브2로 올라가는 계단에 대기했던 사람들부터 마구 쏟아져 나왔다. 잠시 후 3층에 있는 당구장의 외벽 창문이 깨지며 아래에서 사람 좀 받아줘요라는 외침도 들려왔다. 이곳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비명 속에 아수라장으로 변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찰과 소방관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덩달아 A군 등은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매캐한 냄새를 피해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이 큰일은 아닐 거야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그러나 이날의 진실은 끔찍했다. 지하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의 불장난으로 사고는 시작했다. 이 불은 단열재 등을 통해 건물 전체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안타깝게도 라이브2에 있던 청소년들은 돈을 내고 가라며 문을 잠근 주인 탓에 화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창문마저 합판과 석고 등으로 막힌 상태였고, 주인만이 비밀출구를 통해 무사히 탈출했다. 이 불은 사망 57명(청소년 56명), 부상 78명이라는 참사를 낳았다. 더 큰 아픔은 참사 직후 숨지거나 다친 청소년들을 불량청소년으로 매도하는 시선이 가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는 인현동 화재참사가 어른들의 잘못에서 비롯한 것임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라이브2는 이른바 바지사장(운영하는 데 필요한 명의만 빌려준 사장)을 내세워 청소년 출입에 따른 처벌을 대신 받도록 했다. 이 같은 불법 영업에는 뇌물을 받은 경찰과 공무원도 숨겨져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만 업주를 포함해 무려 34명에 달한다. 특히 인현동 화재참사를 기점으로 동인천 상권 역시 쇠퇴했다. 이는 불이 난 건물 주변 땅의 공시지가가 1999년 1㎡당 232만원에서 2019년 205만원으로 내려간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년이 흐른 2019년 10월 27일, 이제 9살 딸을 둔 A씨는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 지켜봤던 인현동 화재참사의 기억을 생생하게 털어놨다. 그는 인현동 화재참사를 어른들의 이기심에 일어난 사고로 표현했다.A씨는 당시 학생들에게 담배를 파는 슈퍼마켓은 어딘가에 항상 있었고, 술을 파는 가게도 마찬가지였다며 욕심 많은 어른의 이기심이 인현동 화재참사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전히 나를 비롯한 어른들은 귀찮다고, 또 무섭다는 이유 등으로 잘못된 길을 가는 청소년에게 아무 말도 못 한다며 인현동 화재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청소년 보호를 위한 어른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_김민ㆍ이승욱기자 사진_조주현기자

[ISSUE] 가을축제 삼킨 ASF… 지역경제 신음

아프리카돼지열병(ASFㆍAfrican swine fever)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마저 휩쓸어 막막하기만 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경기지역 가을축제가 대다수 취소되면서 지역경제가 수혜는 커녕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다.8일 찾은 이천 한국도자재단 앞의 상가거리는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는 내용의 현수막만 내걸려 있을 뿐 인적을 찾아보기조차 어려웠다.간간이 보이는 사람도 등산 장비를 멘 채 도자재단 옆 뾰죽산이나 말모이산으로 향할 뿐 카페나 음식점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그야말로 공허한 거리 그 자체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만 아니었어도 이 곳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1월 24일까지 진행되는 세계적 축제인 2019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로 상가와 숙박시설은 1년 중 그 어느때보다 북적이고 있어야 했다. 9년째 이곳에서 카페 겸 음식점을 운영 중인 남수정씨(51여)는 이 시기에는 도자재단 안쪽뿐만 아니라 상점가까지 몰려든 사람으로 붐벼야 하는데 올해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없게 됐다며 덩달아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도 크게 줄다 못해 발길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2002년부터 향토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도 일본의 경제보복 등의 여파로 손님들이 지갑을 닫았는데 축제마저도 취소돼 찾는 손님이 아예 없다며 장사를 접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크고 작은 축제를 기획했던 기획사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체육행사 2개를 준비했던 B는 행사가 취소되면서 수억 원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경기북부지역에서 모 자치단체 행사를 발주받았던 C사는 현수막 등 행사준비 비용 1천만 원 가량을 그대로 날렸다. B 기획사 대표는 행사 취소로 계획했던 것이 모두 엉망이 되면서 하반기 농사를 망쳤다며 방역 차원에서 취해진 조치(취소)라니 그저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가 지역 경제에 직격탄이 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모든 행사를 취소, 지역 경제까지 타격을 주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현재 경기도에는 발생지역 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제대로 된 협의체조차 없다고 지적한 뒤 지금부터라도 정부나 경기도가 나서서 정보를 나누는 협의체라도 구성해 나락에 빠진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_김태희기자 사진_경기일보 DB

[ISSUE] 전국체전 결산-18연패 무산 경기체육, 이유있는 패배

17년간 제왕으로 군림해온 경기도가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지난 23년간을 와신상담한 서울시에 밀려 종합 준우승했다. 역사적인 100회 대회를 맞아 기념비적인 18연패 신기록 달성을 꿈꿨던 경기도의 도전은 개최지에 주어지는 2만 점 안팎의 인센티브에 더해 전력을 보강해온 서울시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경기도는 당초 도상 채점을 통해 2천점 안팎의 열세를 예상하면서도 일부 종목에서 선전해준다면 정상 수성이 가능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개최지 인센티브인 ▲토너먼트 종목 시드배정 ▲9개 종목 쿼터적용 제외 ▲22개 기록종목 득점의 20% 가산점 등의 이점을 안고 대회에 나선 서울시는 예상보다 강했다. 이에 반해 경기도는 기대했던 구기 종목에서 축구 수원 매탄고, 야구 유신고, 축구 화성FC, 배구 경기대를 비롯 일부 팀들이 초반 대거 탈락하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 일반 대회 성적만 안일하게 믿은 결과다. 체급종목과 개인종목에서도 메달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등 전반적인 부진으로 인해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1만 3천여점 차 참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서 경기도는 28연패의 육상과 21연패의 유도를 비롯 13개 종목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전체 45개 정식 종목 중 26개 종목서 입상하며 예년과 엇비슷한 성적을 거뒀지만, 0점으로 17위에 머문 당구와 15위 궁도, 11위 스쿼시, 10위 승마, 우슈, 세팍타크로, 자전거, 9위 축구, 카누, 철인3종 등 10개 종목이 하위권에 머물렀다.또한 근래 최악의 성적으로 서울시에 2천여점 뒤진 수영을 비롯, 검도, 야구소프트볼, 우슈, 자전거, 체조, 축구 등도 서울에 큰 열세를 보여 참패의 한 원인이 됐다. 더불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수년전부터 정상 탈환을 노리며 전력을 보강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경기도체육회의 전 집행부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치 못한것도 2위 추락에 한 몫을 했다. 경기도는 이번 대회서 단순한 준우승을 넘어 고등부가 18년 만에 2위로 추락, 최근 학교 운동부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G스포츠클럽 도입 등으로 인해 경기체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정상 수성에 실패한 경기도는 내년 다시 종합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그 상대는 올해 우승팀 서울시가 아닌 최근 수년간 상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차기 개최지 경상북도다. 경북 역시 개최지의 막강한 가산점에 더해 국군체육부대가 주둔지로 뛰게돼 경기도로서는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글_황선학기자 사진_윤원규기자

[ISSUE]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도시 인천

인천시가 원도심 문제 해결을 위해 빛색디자인으로 원도심 곳곳에 명소를 만든다. 시의 더불어잘사는 균형발전 방안 중 하나다. 시는 원도심재생조정관을 단장으로 다양한 디자인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디자인을 통해 도시환경 개선은 물론 보행 편의 개선, 안전 체감율 향상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선다. 또 모든 공공기관에 인천만의 정체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보급하고, 공무원 교육은 물론 시민기업학생들이 참여하는 민관 협업을 통해 범시민 디자인 운동을 펼친다. 이 밖에 골목마다 활기가 넘치고 밝고 안전한 안전안심 도시 조성을 위해 인천 전역을 대상으로 범죄예방도시 만들기를 추진한다. 원도심 야간경관 명소 8곳 만든다 시는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인천애뜰에 미디어파사드 등으로 멋진 야간 경관을 꾸민다. 본관은 다양한 주제영상이나 홍보영상이 뿌려지고, 인터넷데이터센터(IDC)건물은 미디어맵핑해 시민의 사진이나 영상이 나오도록 한다. 또 광장 곳곳엔 홀로그램과 조명그네, 은하수 조명 등을 설치한다. 수봉공원엔 높이 90m의 송신탑 등에 조명을 설치하고, 수봉공원 전체에 야간경관을 조성한다. 인천대공원 벚나무 길 및 호수 주변에 은하수길미디어파사드 등 미디어아트를 만든다. 이미 야간조명등 160개도 설치,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30%가량 늘어났다.중앙공원도 현대적인 다양한 조명과 함께 생일기념일 등 축하메시지가 나오는 조명을 설치한다. 원도심 디자인 명소화 사업발굴 박차 지난 2018년 5월 문체부와 관계부처는 공동으로 국가 차원의 공공디자인 진흥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는 국민의 생활안전, 생활편의, 품격제고 등을 위한 공공디자인의 역할과 사업 등이 담겨 있다. 시는 이러한 흐름에 착안해 디자인 정책을 원도심 전체로 확산하기로 했다. 시는 지난 1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시장 주재로 원도심 디자인 명소화 사업 실행계획 보고회를 했다. 앞서 지난 3월부터는 원도심재생조정관을 단장으로 20개 부서 및 관계기관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실무회의 및 자문회의를 거쳐 16개 사업을 발굴했다. 시는 오는 2022년까지 222억원의 공공사업을 추진하고 다양한 민간분야 디자인 사업을 발굴해 원도심 곳곳에서 야간 명소를 조성할 계획이다. 예산 절감 등 원도심 디자인 활성화 효과 다양 원도심 디자인 활성화 사업은 시 예산의 효율적 집행에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과거 예산 편성 시기마다 군구의 담당 공무원 1명이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신청했다면, 현재는 시가 마련한 설계도와 사업 규모를 근거로 예산 신청과 사업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주민이 가장 원하는 곳에 필요한 사업 규모로 예산을 지원할 수 있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의 마지막 열쇠 디자인 거버넌스 시는 도시구성원 모두 참여하는 디자인을 실현하고자 지역 10개 대학과 공공디자인 협약을 했다. 시는 각 대학의 커리큘럼에 도시재생대학, 마을만들기, 원도심 디자인 워크숍을 포함해 주민과 공무원에게 디자인 마인드를 교육한다. 또 학생에게는 현장학습 기회를 부여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이와 함께 이건기업, 노루페인트, 공공디자인학회, 인천디자인협회 등과 지속적으로 협약한다. 지역 주민과의 거버넌스 구축에도 나선다. 시의 원도심 거버넌스 모델은 지난 중구 근대역사문화회랑과 동구 송림6동 활터마을이다. 특히 송림6동은 재개발이 늦어져 장기간 방치, 주민들이 낮에도 다니기 무서워 했다. 이에 시는 주민워크숍을 통해 주민 스스로 안전지도를 만들고 공폐가 잠금장치를 제작 설치한다. 또 담벼락 도색 등에 온 주민이 함께 참여했다. 글_김민이승욱기자 사진_인천시 제공

[ISSUE] ‘3선 중진반열’ 꿈꾸는 경기·인천 재선 의원들

정치권이 추석 연휴 직후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기인천 재선 의원 중 얼마나 많은 의원이 3선 중진 의원 반열에 오를지 주목된다. 통상 3선 의원부터 국회 상임위원장과 당내 주요 직책을 맡는 만큼 중진 수가 많을수록 지역의 정치적 위상도 커지게 된다. 9일 여야에 따르면 내년 21대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하는 여야 경인 의원은 총 16명(더불어민주당 9명, 자유한국당 5명, 바른미래당 1명, 무소속 1명)이다. 민주당에서는 김경협(부천 원미갑)김민기(용인을)박광온(수원정)유은혜(고양병)윤후덕(파주갑)이원욱(화성을)이학영(군포을)전해철(안산 상록갑)윤관석 의원(인천 남동을)이 3선 사냥에 나선다. 최고위원인 박광온 의원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3선 고지에 오를 경우 국회 상임위원장 혹은 주요 당직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대의원 현장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하며 조직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친문(친 문재인)계 핵심인 전 의원은 정부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권 도전 등 여러 진로가 거론된다. 전 의원은 도당위원장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경기도 8대 공약을 마련, 도의 목소리를 힘있게 낼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윤관석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어 21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윤 의원은 그간 인천 교통혁명을 외치며 GTX-B노선과 제2경인선, 인천 도시철도 2호선 등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당은 김명연(안산 단원갑)이현재(하남)주광덕(남양주병)함진규(시흥갑)홍철호 의원(김포을) 등 5명이 내년 3선에 도전한다. 이 중 재판이 진행 중인 이현재 의원을 제외한 4명은 공천 고지를 향해 순항 중이다. 이 의원도 틈나는 대로 지역을 돌며 부지런함을 과시하고 있다.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2017년 당무감사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등 탄탄한 지역관리를 보여주고 있지만 여당의 도전도 만만치 않은 터라 부지런히 국회와 지역을 오가며 내년 총선에 대비 중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곤혹스럽게 했던 주 의원은 지역내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여론을 주의깊게 듣고 의정활동에 반영하고 있다. 주 의원은 이 의원과 함께 예결특위에 소속돼 지역 현안 예산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함홍 의원은 국토교통위에서 신안산선5호선 김포연장 등 지역내 SOC 사업추진과 예산확보에 온 힘을 쏟는 중이다. 이밖에 바른미래당 유의동 의원(평택을)과 무소속 이언주 의원(광명을)도 3선에 도전한다. 특히 유 의원은 원내부대표와 국회 정무위 간사를 맡아 상임위 활동과 입법활동에 주력하며 주가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글_김재민송우일기자 사진_경기일보 DB

[ISSUE] 경기남부에 新공항 띄우자-해외서 해법 찾는다

인천ㆍ김포공항의 포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면서 경기남부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수원 군공항을 이전하면서 민간공항도 함께 조성하는 민ㆍ군 통합 개발 방식을 통해 경기남부 신공항이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본보는 과거 군공항으로 쓰이던 곳을 민간공항으로 전환,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해외 사례를 직접 찾아 지역에 미치는 효과 등을 탐구해본다. ■ 타이베이 도심과 공존하는 송산공항 지난 8월3일 찾은 대만 타이베이 송산공항. 이곳은 공항의 소음 등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어 도심과 어느 정도 떨어진 외곽지역에 있다는 선입견을 비웃듯,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시 중앙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실제 송산공항 주변으로 반경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백화점부터 시장, 학교, 아파트 등이 빼곡히 자리한 모습이었다. 이처럼 공항이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송산공항 활주로 선상 인근에 있는 타이베이엑스포공원이나 지룽강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머리 바로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색다른 경험도 가능했다. 송산공항 주변으로는 백화점과 여행사, 개인 점포 등이 밀집된 여러 상권지역이 형성돼 있었다. 타이베이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관광객들이 대부분 이 송산공항을 통해 타이베이시로 유입되기 때문에 이들의 관심을 끌고자 공항 주변으로 상권이 발달한 것이다. 송산공항은 타이베이시의 교통 허브 역할 뿐만 아니라 상권을 형성하는 공항 자체가 하나의 도심 속 랜드마크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이처럼 타이베이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송산공항이라고 하지만,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은 비행기 이착륙으로 인한 소음 피해를 어떻게 견디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송산공항의 경우 동서남쪽에 형성된 도심지역을 피해 강과 산이 있는 공항의 북쪽으로 활주로를 만들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실제 송산공항 주변의 상권과 주거지역에서는 바로 옆에 자리한 공항에서 수많은 비행기가 이착륙하고 있다는 걸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송산공항과 약 3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쇼핑센터 대만예술문창관에서 근무하는 에릭 서(42) 점원은 2년 넘게 쇼핑센터에서 근무하면서 공항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 등은 전혀 느껴본 바가 없다. 공항 주변의 주택 가격도 타이베이의 다른 지역과 같은 수준이라며 오히려 공항이 자리하고 있는 덕분에 관광객 유치가 원활하게 돼 매출에 큰 도움을 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파인애플 잼과 버터, 달걀 등을 넣어 굽는 대만을 대표하는 과자인 펑리수를 판매하는 매장인 수신에서 일하는 아이반 취엔(40) 매니저는 10년 가까이 송산공항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비행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며 타이베이 주민 입장에서는 공항을 통해 관광객이 들어오면서 매출 증대 등의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에 송산공항은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 경제활성화를 위한 지역주민의 선택, 해군 기지에 민간 항공기 띄우다. 일본 이바라키현 오미타마시에 위치한 이바라키 공항도 경기남부 신공항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혼슈 남동부 지역에 위치한 이바라키현은 현청이 위치한 미토시를 비롯, 42개의 시가 속해 있으며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29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바라키현은 주 산업이 농업인 지역으로 평야가 많아 일본 내 쌀 주요 공급지로 꼽힌다. 또 채소밤배 등의 원예농업과 양돈낙농 등 축산업도 발전해 있으며 최근 관광산업 역시 주요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바라키현을 비롯해 인근 토치기현과 군마현을 포함한 키타칸토 3현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 5년 동안 숙박관광객 증가 폭이 190%를 기록, 같은 기간 도쿄도(142.3%)를 크게 웃돌았는데, 그 중심에 이바라키 공항이 있다. 이바라키현 오미타시 햐쿠리에 위치한 이바라키 공항은 본래 명칭은 햐쿠리 비행장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비행장으로 사용되었던 군공항이다.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후 이 공항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게 됐지만, 지역 주민들은 공군이라도 거주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군기지 유치를 희망, 1966년 항공자위대의 햐쿠리 기지로 전환된다. 이후 30년가량 군공항으로 사용됐던 이 공항은 1995년 일본 정부가 햐쿠리 비행장 민간 공용화 구상을 발표하면서 민간 공항으로 첫발을 내디뎠고, 2000년부터 민간 공용 사업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 10년 후인 2010년 이바라키 공항 터미널이 개항했다. 이바라키 공항 조성사업에는 총 540억 엔(한화 약 6천800억 원)이 투입됐다. 저가항공사를 대상으로 저비용 공항 형태로 지어졌는데, 이는 인근의 나리타ㆍ하네다공항의 비싼 착륙료 및 관리비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사를 이바라키 공항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적 차원이다. 이 같이 이바라키 공항이 탄생하는 과정에서는 주민들의 의사가 결정적이었다. 대대로 농업을 주 산업으로 하는 이바라키현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고, 이를 주민 스스로 공항에서 찾은 것이다. 가족 대대로 이바라키현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와타나베 이바라키현청 공항대책과장(50)은 주민들은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군공항 이라도 있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고, 이러한 차원에서 민간공항도 적극적으로 희망했다며 일부 주민들은 공항 주변에 기차 등 SOC 시설이 부족하고 취항노선도 불분명하다고 민간 공항 개발을 반대했었지만 결국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큰 과제 앞에 모두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민간공항 조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꾀해야 인천김포공항으로 집중되는 항공 수요를 분산할 경기남부 신공항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민간공항 조성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항이 들어설 경우 부가적으로 조성되는 상업숙박시설 등으로 인해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외부인의 유입으로 지역 관광지명소 활성화도 실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정철 인하대학교 융합기술경영학부 교수는 공항이 위치한 지역을 보면 공항을 중심으로 교통상업 관련 인프라가 조성돼 있다며 공항 조성 후 철도도로 등 도시 인프라를 강화하면 새로운 경제권이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석 수원대학교 건축도시부동산학부 교수는 수원 군공항 이전 시 협의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수원 군공항을 이전하면서 민군 통합 개발 방식을 통해 경기남부 신공항을 조성하는 것은 반드시 도로, 철도 등의 교통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며 민간공항 조성을 통해 교통 인프라가 마련되면 상업숙박시설 등도 이어서 입주해 지역 내 고용을 촉진해 경제에 활기를 주는 등의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ㆍ사진_채태병기자

[ISSUE] 인천의 빈집을 살려라

인천의 빈집은 개발만 바라보고 달리다 입은 깊은 상처다. 사람에게 집이란 따뜻한 휴식처지만, 빈집은 위험한 흉물일 뿐이다. 빈집이 밀집한 곳은 우범지대로 바뀌고, 낡은 빈집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인천의 빈집은 현재 5만개를 훌쩍 넘었고, 오는 2020년이면 6만개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인천의 빈집은 부평구, 미추홀구 등 원도심에 집중해 있어 원도심 슬럼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본보는 인천의 빈집 실태를 살펴보고, 빈집을 살리기 위해 인천이 해야할 일을 찾아본다. 인천의 빈집은 지난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급증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이 시기의 빈집은 1만 8천53개에서 4만 1천개로 약 230%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10년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2017년 기준 인천의 빈집은 5만 7천개까지 늘었고, 이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0년 인천의 빈집은 6만개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빈집이 증가한 원인은 과거 인천시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 난개발이 꼽힌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인천 원도심 지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이뤄지자,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기대하며 이 곳에 있는 집을 사들였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빈집으로 남은 것이다. 인천의 빈집 급증 시기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시기와 맞물려 있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해준다. 재개발재건축은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으로 본격화했다. 이때 시도 125개 지역을 재개발재건축 지역으로 지정하고, 2011년엔 212개까지 늘렸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시의 지역 지정 전에 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인천의 재개발재건축 붐은 2006년 이전부터 이뤄졌다. 그러나 인천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2008년 미국발 부동산 위기로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인천연구원의 재개발재건축 해제(예정)지역의 도시재생 뉴딜 연계 방안에 따르면 지난 2018년 4월 기준 사업을 끝낸 재개발재건축 구역은 고작 30곳으로 전체의 약 13%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사업 추진 중인 곳은 110개로 약 50%에 달한다. 이러다보니 인천의 빈집 밀집 지역이 재개발재건축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부평구와 미추홀구에 쏠려있다. 지난 2018년 4월 기준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구역은 부평구가 37곳, 미추홀구가 26곳으로 가장 많다. 이들 지역 빈집은 2015년 기준 각각 6천215개, 7천623개로 인천 전체 빈집의 약 25%를 차지한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7월 발표한 빈집실태조사 및 정비계획 수립 용역에 있는 설문 결과도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빈집 증가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한국감정원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목적으로 빈집을 구입 후 방치했다는 응답이 34.3%로 가장 높았다. 앞으로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기대해 방치했다는 응답도 11.5%로 나타나 투자 목적으로 방치 중인 빈집은 모두 45.8%로 나타났다. 전문가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인천의 빈집 증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인천의 빈집 소유주를 살펴보면 대부분 인천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노리고 투자를 위해 집을 구입 후 장기간 방치한 것이 인천 빈집 증가에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_이승욱기자 사진_경기일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