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지 사각지대 발굴 앞장서고 '돌봄 청(소)년' 사회적 인식 제고해야 돌봄 의무 아닌 권리, 법적 보장 필요
명확한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아 ‘그림자 가장’처럼 숨어있는 가족돌봄 청소년(경기일보 3월17일자 1·3면 등)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대책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위해 ‘돌봄’의 범위부터 정하고, ‘지역 기반’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정부·지자체 차원의 논의가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19일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실(더불어민주당·대전서구갑)에 제출한 가족돌봄 청소년 및 청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전국 가족돌봄 청(소)년은 총 9만2천93명으로 집계된다. 경기도가 2만191명(21.9%)으로 가장 많은 와중 이들의 평균 부양가족 수나 경제적 상황 등은 파악되지 않는다.
복지부는 ‘가족돌봄청년 정책 수요 분석 및 지원 사업 추진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를 별첨하면서, 가족돌봄 청(소)년 당사자 또는 가족이 스스로 대상자임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낙인 등의 우려로 지원을 거부해 발굴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외에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돌봄 청(소)년을 효과적으로 발굴 및 지원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는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14년 제정된 아동가족법을 통해 돌봄 청소년(영 케어러·young carer)을 ‘다른 사람에게 무급으로 돌봄을 제공하거나 제공하려는 18세 미만의 사람’으로 정의, 이에 대한 돌봄자 욕구 평가(Carer’s Needs Assessment)를 시행한다. 돌봄 청소년이 제공하는 돌봄이 실질적·정서적 지원을 포함하는지를 평가한 후 복지 지원을 제공한다.
일본은 돌봄 청소년을 ‘가족 중 케어가 필요한 사람을 대신해 가사·일·가족돌봄·감정적 지지 등을 수행하는 18세 미만의 아동’으로 정의하며, 자립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30세 미만의 청년까지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개별 돌봄 청소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을 보강해 ‘지역 단위’에서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가족돌봄 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그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족돌봄 청소년을 지원해 온 용인시청소년미래재단 관계자는 “흔히 ‘소년소녀가장’이라 불렸기 때문에 부정적인 느낌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아이들도 자신에 대한 선입견을 인지하고 있는 데다가 가족돌봄 청소년에 대한 기준이 굉장히 모호하기 때문에 사례 발굴이 어렵다. 돕는 입장에서도 그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가족돌봄 청소년은 늘 우리 곁에 있던 아이들이다. 지원사업이나 용어를 법적으로 정돈하고 제대로 알려서 가족돌봄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와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가족돌봄 청소년 당사자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백혜영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성인과 달리 ‘공공기관 문의’ 등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경로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정보가 부족해 불신이 생겨서 지원을 받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가족돌봄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그것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며 “교육기관처럼 아이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과 지역사회가 협업해 ‘혼자서 애쓰지 말고 도움을 받아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 자유롭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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