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국제통상환경의 다자주의 대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이달 15일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15개국이 서명함으로써 국제통상 분야에 다자간 FTA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RCEP가 이전 FTA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두 나라 간의 FTA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함께 체결하는 FTA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참여국가수와 경제규모가 양자 FTA에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의미에서 메가(mega) FTA라 불린다. 둘째는 메가 FTA는 글로벌공급망 구축과 연관되어 있다. 글로벌 체인에 속해 있는 국가들이 그동안 양자 간 FTA 적용을 받아온 엄격한 원산지규정을 완화시켜 중간재 도입을 쉽게 하고 공정과정에서도 관세인하 혜택을 보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금번 체결된 RCEP는 GDP규모면에서 전 세계의 30%를 차지하는 지구상 최대 경제블록이다.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9.6%(2천890억 달러)가 이 14개 회원국에 집중될 만큼 중요한 지역이다. 정식 발효는 국가별 비준을 거쳐 내년 중반쯤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이용할 수출중소기업들이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금년 초 중소 제조 기업이 밀집해 있는 경기, 부산경남, 강원지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인들 90%가 메가 FTA로써의 RCEP를 모르고 있고, 심지어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의 FTA 활용이 낮은 것은 기존의 양자 FTA에서 나라마다 다른 복잡한 원산지규정 적용과 사후검증의 어려움 때문이었고, 일부 기업은 수출액이 작아 활용하더라도 관세인하 효과에 비해 투입되는 행정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RCEP라는 게임체인저의 등장에 따라 이런 상황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역내 표준원산지가 적용되어 활용이 쉬워지고, 지식재산권의 보호와 서비스산업 개방으로 해당 분야 수출이 늘고, 역내 수출거점 확보가 쉬워져 생산, 가격, 납기에서 수출경쟁력이 크게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보호주의와 자국우선주의에 밀려 약화되었던 자유무역 국제통상질서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 중소수출기업으로써는 반가운 일이다. 다자주의에 대한 수출기업의 관심이 수출을 늘리는 길이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 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소프트뱅크그룹의 도전

최근 일본의 주요기업들이 2020년 7월~9월기 결산을 발표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기업 중에 하나가 소프트뱅크그룹(SBG)이다. SBG은 올해 1~3월기 결산에서 과거 최대 적자규모의 적자(1조4천381억엔)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여 변동한다. 올해 3월18일 SBG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3천222엔까지 하락하여, 시가총액은 7조엔 이하가 되었다. 이는 당시 SBG의 통신 자회사인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약 6.9조엔)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SBG의 실적은 4~6월기 결산부터는 흑자전환되었다. 올해 11월 13일 SBG의 주가는 6천667엔을 기록해 시가총액 기준 14조엔(약 147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SBG의 시가총액은 일본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도요타 자동차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SBG의 주가 및 시가총액이 급변한 이유는 무엇인가. SBG의 도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우선 SBG이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SBG을 일본의 이동통신 회사의 하나 정도로 인식하고 있지만, SBG은 단순한 통신회사가 아니다. SBG은 통신사업과 투자사업을 동시에 시행하고 있는 등 상당히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본래 SBG은 이동전화 통신사업을 수행하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올해 9월 ARM의 지분을 미 엔비디아에 매각했다. 한편, SBG은 세계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털인 SVF(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을 운용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알리바바의 지분을 25% 정도 소유하고 있다. 올해 1~3월기에 SBG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올해 1~3월기 SVF의 실적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SBG은 점차 투자회사로서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SBG이 운용하는 SVF의 규모는 약 10조엔(986억 달러)에 달하며, 투자자금 대부분을 외부(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등 오일 머니)에서 조달하고 있다. SVF는 세계 최대규모의 벤처캐피털로서 향후 20조엔 규모로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등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SVF는 본래 미국, 영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AI(인공지능) 관련 벤처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국 IT 관련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IT 관련 기업의 주가에 대한 SVF의 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거대 투자회사로 진화하는 SBG의 행보에 따라, 전 세계의 AI, IT 관련 산업의 미래나 미국의 IT 기업의 주가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향후 SBG이 코로나19 위기를 넘어서 AI,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선도 기업이 될 수 있을지, 손정의 회장의 도전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美 외교 독트린과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1700년대 후반 미국의 건국 초기부터 외교정책을 축약적으로 표명하는 다양한 독트린은 국내외적으로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모순되는 주장도 있지만 그런 맥락의 전개가 핵심이다. 46대 미국 대선이 끝나고 혼돈과 기대 속에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건국 초기 취약한 국력을 극복하고 국가의 존립을 확보하기 위해 고립주의를 주장했던 먼로 독트린에서 1차대전 이후 성장한 국가 위상을 바탕으로 국제적 역할을 강조한 윌슨 독트린으로 변화는 미국 외교정책에 가장 극적인 전환이다.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세계질서 아래 공산주의의 확산을 봉쇄하기 위한 트루먼 독트린, 그리고 미소 냉전의 양극체제 아래에서 중국과 데탕트를 주도한 닉슨 독트린은 미국 외교정책에서 거대한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레이건 독트린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적 호황 그리고 민주주의 제도의 힘으로 소련을 압박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고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탈냉전 이후 세계 유일의 패권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테러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다. 자유무역을 위한 경제적 국제주의와 달리 군사개입 전에 출구부터 확보하는 소극적인 태도로 정리되는 클린턴 독트린은 분쟁의 위험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느라 위협을 방치했다. 911 이후 테러와 전쟁을 주도한 부시 독트린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테러 지원세력을 제거하는 명분으로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군사주의와 일방주의의 결합으로 나타났다. 동맹국의 참전을 강요하던 전임자의 딜레마를 우려한 오바마 독트린은 개입은 하되 미국의 모든 역량은 온전히 보존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제한적 군사개입과 다자주의를 통해 정치적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신중론으로 전환했다. 트럼프는 오바마의 다자주의, 피봇투 아시아, 그리고 전략적 인내는 중국이 G2로 성장하는 것을 도와주고 북한의 핵 위협을 방치하는 정책실패로 규정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독트린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동맹국과 충돌도 불사하고 국제사회가 합의한 다자주의 규범도 무시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 예외주의를 넘어 일방주의를 정당화했다. 미국의 외교 독트린을 정리하면 탈냉전시기까지는 상황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갔던 과정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 다음, 테러와의 전쟁에서 출구전략까지는 군사력에 의지했지만, 점진적으로 국력이 쇠퇴하는 과정이다. 트럼프 독트린은 미국의 재기를 위한 새로운 접근으로 중국에 문제제기는 했지만 동맹의 신뢰는 잃었다는 점에서 성공보다는 좌충우돌에 가깝다. 바이든 행정부는 근시안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버리고 국제사회가 합의한 규범을 지키고 동맹을 존중하는 자세로 세계를 다시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미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제질서라는 공공재를 동맹국과 합의를 통해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환호와 실망의 갈림길

결과 예측이 쉽지 않았던 이번 미 대선이 미국에서는 오늘 진행된다. 대선 후보의 관점에서는 당내 경선까지 감안하면 1년이 넘는 시간을 전력투구한 것이다. 민주 사회에서 행해지는 가장 신랄하면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일이 국가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아닌가. 민주주의가 낳은 특권이자 소란이며, 축제이자 내전이다. 트럼프는 재선이 되어도 그대로 45대 대통령이다. 부친이 단임 대통령(One-termer) 그룹에 들어가지 않도록 영애인 이방카는 별도 유세까지 다니며 열심히 선거캠페인을 누볐다. 만약 11월3일의 선거에서 패배하여 아버지가 백악관을 떠나더라도 언젠가 최초의 부녀 대통령의 기록에 도전할 의욕을 암시하고 있다. 세속적 영역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모든 것을 이룬 트럼프에게 마지막 남은 기대일 것이다. 질(Jill) 바이든은 남편이 제46대 미합중국 대통령직에 도전하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등을 밀고, 조언하고, 함께 싸워온 여성이다. 워싱턴의 노회한 정치인인 배우자가 가슴 속에 새겨진 젊은 정열이 시들지 않도록 독려하면서 마라톤의 마지막 지점까지 완주케 했다. 교육학에 애정과 조예가 깊은 질 바이든이 차기 백악관 안주인이 될지는 투표에 관한 잡음이 없으면 바로 결정된다. 조셉 바이든은 19년이나 젊은 연배의 대통령 오바마 곁에서 8년이나 부통령의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 희망을 저버릴 수 없어 인내의 시간을 견디어 온 윌밍턴의 사나이다. 지금도 그의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주의 윌밍턴에는 연방의회 소재지인 워싱턴DC로 가는 기차 암트랙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상원에서 보낸 36년의 기나긴 세월동안 통근기차 한 켠에서, 자동차 사고로 먼저 떠난 어린 딸과 첫 배우자를 떠올리며,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지우고 써야 할 새 일기를 쓰면서 집념의 길을 걸어온 바이든이다. 월터 먼데일과 함께 역대 최고의 부통령으로 평가받아온 바이든이 필생의 염원이던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유권자들의 결정은 끝이 났고 이제 개표만 남아 있다. 이번에 승리하면 그는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으로서 내년 1월 취임하게 된다. 패배해도 바이든은 승자이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인생의 승리자이다. 안일한 생각을 떨치고 가슴 뛰는 일에 매진하는 한 사무엘 울만의 표현대로 여든이 다 되어도 푸른 청춘이다.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온 윌밍턴 시민들도 영원한 승자로 바이든을 기억할 것이다. 격전을 지켜본 미국인들은 환호와 실망의 교차로에 선 대선 무대 위의 두 후보를 바라보면서,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쌓여 온 격한 감정을 걷어내고 결과에 승복하면서 다시 전진하는 미국을 희구할 것이다. 초유의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제 활력 회복, 인종 갈등 치유, 중국과의 새로운 협력관계 설정과 한반도의 비핵화 진전 등 산적한 국내외 난제들이 대선 승자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환호와 실망의 갈림길

태평양을 가로질러 시차가 있으므로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한국보다 하루 늦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결과 예측이 쉽지 않았던 이번 미 대선이 미국에서는 오늘 진행된다. 대선 후보의 관점에서는 당내 경선까지 감안하면 1년이 넘는 시간을 전력투구한 것이다. 민주 사회에서 행해지는 가장 신랄하면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일이 국가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아닌가. 민주주의가 낳은 특권이자 소란이며, 축제이자 내전이다. 트럼프는 재선이 되어도 그대로 45대 대통령이다. 부친이 단임 대통령(One-termer) 그룹에 들어가지 않도록 영애인 이방카는 별도 유세까지 다니며 열심히 선거캠페인을 누볐다. 만약 11월 3일의 선거에서 패배하여 아버지가 백악관을 떠나더라도 언젠가 최초의 부녀 대통령의 기록에 도전할 의욕을 암시하고 있다. 세속적 영역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모든 것을 이룬 트럼프에게 마지막 남은 기대일 것이다. 질(Jill) 바이든은 남편이 제46대 미합중국 대통령직에 도전하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등을 밀고, 조언하고, 함께 싸워온 여성이다. 워싱턴의 노회한 정치인인 배우자가 가슴 속에 새겨진 젊은 정열이 시들지 않도록 독려하면서 마라톤의 마지막 지점까지 완주케 했다. 교육학에 애정과 조예가 깊은 질 바이든이 차기 백악관 안주인이 될지는 투표에 관한 잡음이 없으면 바로 결정된다. 조셉 바이든은 19년이나 젊은 연배의 대통령 오바마 곁에서 8년이나 부통령의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 희망을 저버릴 수 없어 인내의 시간을 견디어 온 윌밍턴의 사나이다. 지금도 그의 정치적 고향인 델라웨어주의 윌밍턴에는 연방의회 소재지인 워싱턴DC로 가는 기차 암트랙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상원에서 보낸 36년의 기나긴 세월동안 통근기차 한 켠에서, 자동차 사고로 먼저 떠난 어린 딸과 첫 배우자를 떠올리며,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지우고 써야 할 새 일기를 쓰면서 집념의 길을 걸어온 바이든이다. 월터 먼데일과 함께 역대 최고의 부통령으로 평가받아온 바이든이 필생의 염원이던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유권자들의 결정은 끝이 났고 이제 개표만 남아 있다. 이번에 승리하면 그는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으로서 내년 1월 취임하게 된다. 패배해도 바이든은 승자이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인생의 승리자이다. 안일한 생각을 떨치고 가슴 뛰는 일에 매진하는 한 사무엘 울만의 표현대로 여든이 다 되어도 푸른 청춘이다. 바이든 후보의 배우자가 그렇게 느끼고, 조(Joe) 할아버지로 부르는 손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온 윌밍턴 시민들도 영원한 승자로 바이든을 기억할 것이다. 격전을 지켜본 미국인들은 환호와 실망의 교차로에 선 대선 무대 위의 두 후보를 바라보면서,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쌓여 온 격한 감정을 걷어내고 결과에 승복하면서 다시 전진하는 미국을 희구할 것이다. 개표 시비로 얼룩졌던 2000년 대선의 반복을 유권자들이 다시 보고 싶어할 리는 없다. 초유의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제 활력 회복, 인종 갈등 치유, 중국과의 새로운 협력관계 설정과 한반도의 비핵화 진전 등 산적한 국내외 난제들이 대선 승자를 기다리고 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화상상담 시대, 수출기업의 경쟁력

코로나19로 바이어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신규거래처에 의존하는 기업들과 기존거래처의 물량이 줄어들어 위기를 느끼는 수출기업들이 화상으로라도 바이어를 만나려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신규예산을 투입하거나 기존 사업을 변경해 화상상담으로 기업의 수출애로를 덜어주려고 해외 바이어를 발굴하여 연결해주는 전문기관에 사업대행을 의뢰하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화상상담 도입 초기에 기업들은 화상상담 경험이 없어 장비와 지원인력이 갖추어진 전용상담장을 이용했지만, 최근엔 화상미팅의 70%가 회사사무실, 자택, 심지어 카페 등 편리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주 킨텍스에서 개최된 지페어코리아 화상상담회에 러시아 바이어가 운전하면서 참여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았는데 향후 화상상담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장점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상 비즈니스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1대 1 메칭 상담 위주에서 온라인전시회와 결합해 기업홍보와 상담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가상전시회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가 시범적으로 11월초 해외 경기우수상품전인 G-FAIR 뭄바이를 인도 최대 B2B마케팅 플랫폼사인 트레이드인디아(tradeindia)의 가상전시장을 빌려 트레이드 쇼를 펼친다. 가상부스를 방문하는 많은 바이어들과 상담을 할 수 있고 이들의 정보가 데이터로 쌓이도록 설계되어 있어 기대를 모은다. 한편 화상상담을 잘 활용하기 위해선 기업들도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가 디지털 홍보 컨텐츠로 제품을 직접 보거나 만지지 못하기에 바이어가 필요로 하는 정보 중심의 영상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는 제품에 따라 상담내용을 달리 준비해야 한다. 원자재와 부품류는 품질과 기술 자료에, 소비재는 회사의 판매정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특히 소비재의 경우 상품만 찾는다면 바이어는 수백 수천가지 경쟁 상품이 올라와 있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온라인플랫폼을 검색할 것이다. 마지막으론 소통역량이다. 기업들은 화상으로 처음 대하는 바이어의 표정과 반응을 읽을 수 없어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할지 몰라 한다. 디지털시대 소통기술도 미리 익혀야 한다. 코로나19로 새 질서가 되어버린 비대면 시대, 수출마케팅에도 디지털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앞서가는 것이 제품의 품질 못지않게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日 스가의 내각 선언, 성공할까?

9월16일 스가(菅) 내각이 출범했다. 헌장사상 최장기 수상인 아베 수상에 이어 일본 정부를 이끌 간판이 8년 만에 바뀐 것이다. 일본에서 세습 정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스가 수상은 오랜만에 세습 출신이 아닌 자민당 총재이자 수상이 된 것이다. 스가 수상은 구체적인 정책현안에 강하고, 관료 장악력이 뛰어난 정치가이다. 다만, 외교에 대해서는 경험이 부족해 당장은 외교정책 면에서 본인의 색깔을 내기는 쉽지 않다. 스가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내년 9월 말까지이므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9월16일 밤 내각 발족 직후 개최된 첫 각의(한국의 국무회의에 해당)에서 코로나 19, 인구감소, 저출산고령화 등의 과제를 극복하고 일본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 행정의 전례주의와 부처 간 칸막이를 타파하고, 규제개혁을 전력으로 추진하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만들 것을 스가 내각의 기본방침으로 각의결정(국무회의 의결)하였다. 일본의 휴대폰 요금은 국제적으로 비교해서 상당히 비싼 것으로 알려졌는데, 스가 수상은 취임 직후부터 휴대폰 요금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결국 일본의 통신회사도 이러한 요청을 수용하고 있다. 또한, 스가 수상은 디지털화의 지연이 코로나 19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했다. 스가 수상은 각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별로 별도로 운용되는 운전면허의 IT시스템을 통일하고, 향후 운전면허증과 마이넘버카드의 통합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불과 20%에 불과한 마이넘버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 발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가 수상은 마이넘버의 활용도를 사회보장, 납세, 예금 등에도 확대를 추진할 생각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강했던 일본이 점차 행정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가의 리더십이 필수적이지만, 정치가는 종종 실질적인 문제해결보다는 문제해결을 추진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는 것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 스가 수상의 주장이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치적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로 끝날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남기고 이와 동시에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여, 자민당 총재 재임에 성공하여, 내년에도 스가 내각이 유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민주주의 퇴보와 국제정치

민주주의 평화이론은 민주주의 국가들은 서로 전쟁하지 않는다라는 일반법칙을 찾아내고 세계평화를 위한 대안으로 민주주의의 확산을 제시했다. 민주화를 분석한 「제3의 물결」에 따르면 20세기 중반 남유럽을 시작으로 남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그리고 벨벳혁명으로 불린 동유럽으로 이어진 민주화를 제3의 물결로 규정하고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21세기에 시작된 중동과 북아프리카 이슬람 국가의 재스민 혁명은 제4의 물결로 확대되지 못하고 내전으로 좌절되었다. 지난 반세기에 걸친 민주화의 확산에 따라 세계적으로 군사적 충돌이 감소하는 가운데 중동만 여전히 분쟁의 화약고로 남아있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 민주화의 완성은 권위주의를 끝내는 정권교체뿐 아니라 시민이 주도하는 부패 청산, 인권과 삶의 질의 향상 그리고 정책 결정에 시민사회의 참여와 감시를 포함하는 제도의 안착을 의미한다. 시민의 통제를 받는 민주주의에서는 정치지도자가 실정을 감추고 여론의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군사적 분쟁을 이용할 수 없기에 민주주의가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 2020년의 세계는 코로나19, 경기침체, 그리고 보호무역과 같은 국가주의의 확산에 따라 민주화의 역진과 국제분쟁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퇴직 부동산 사업가 렌지쾅은 시진핑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비판했다가 엉뚱하게 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18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었다. 러시아에서는 5선 출마를 준비하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초크에 중독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경기 악화로 여론조사가 불리하게 나오자 우편투표의 절차적 투명성을 구실로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언급을 계속하면서 민주주의를 인질로 집권을 연장하려 한다. 세계적 리더를 자처하며 민주주의와 평화를 기본가치로 지켜오던 미국의 일탈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미국의 중산층이 공동체의 선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가치를 민주당의 독선이라 생각한 주류 중산층의 반발이 트럼프 행정부를 출범할 수 있게 했다. 선거 막바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소식은 미국 민주주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중산층의 분열을 촉발할 수 있다. 중러에 더하여 미국의 민주주의 역진은 세계평화에 최대위협이 될 수 있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초가을의 상념

19년 전 초가을은 경악과 분노로 시작됐다. 태풍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던 미국의 두뇌집단 중앙정보국(CIA)은 선제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행할 수 없었다. 아프간 탈레반과 알 카에다는 9월 11일을 공격일로 설정했고 기습공격의 버튼은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날 아침, 냉정의 재킷을 걸친 조지 태닛은 악몽의 현실 앞에 아연실색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장은 당장 반격을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느닷없이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은 10년 뒤인 2011년 봄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처인 파키스탄의 조용한 도시 아보타바드에서 극적으로 피살되고, 신장개업한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알 바그다디까지 2019년 제거됨으로써 20년 가까이 전 세계를 공포와 혼돈으로 교란시킨 국제 테러조직은 일단 퇴조현상을 보이게 됐다. 눈에 잘 포착되지 않는 적들로 알려진 테러집단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이번에는 손에 잡히지 않는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세계 전역이 다시 고전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처럼 적들의 집결지도 없고, 대테러전같이 은신처이자 서식지였던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역도 없다. 테러와의 격전에서 사회주의권과 자유 진영이 따로 없었다. 세계의 공적(公敵) 앞에 유럽연합도 한마음이었고, 중국도 동참했으며, 러시아도 협력했다. 코로나 대유행병 앞에 전 세계가 방역과 퇴치에 어깨를 맞대고 있다. 인간안보(Humane Security)의 대의 앞에 국제협조주의의 깃발이 나부낀다. 저개발국의 절대빈곤과 자유세계의 양극화의 그늘은 차치하고라도, 매년 심각성을 더해 가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진화하기 힘든 미증유의 팬데믹에 인류는 서로 경계하고 쓰러지고 실려 가면서 상처받고 있다. 한반도에서 숨 쉬고 있는 우리는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도 시달려 왔다. 핵을 평화적으로만 활용하더라도 치명적 순간들이 다가온다. 미국의 쓰리마일 아일랜드의 참사와 우크라이나 북단도시 체르노빌의 원전 사고는 인간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고, 후쿠시마의 대참사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지론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인류의 위기 앞에 공동의 선(善)과 집단적 지혜가 절실하다. 셀 수 없이 많은 우주의 행성 가운데 70억 인구가 숨 쉬는 지구만큼 매력적인 행성이 또 있을까. 하나뿐인 이 멋진 지구를 평화로운 대지로, 아름다운 공간으로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현 세대의 고귀한 책무가 아닌가.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인도 원산지검증 강화’ 수출기업 대비 필요

인도정부가 이달 21일부터 원산지 관리규정을 강화한 관세 규칙 2020를 시행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인도수출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제도시행은 저품질 제품의 인도 유입과 FTA파트너 국가를 경유해서 인도로 들어오는 제3국 상품의 덤핑수출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인데 그 배경에는 최대수입국인 중국 및 인도와 FTA를 체결하고 있는 국가들과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만성적인 무역적자 때문이다. 2019년 인도의 무역적자는 1천520억 달러로 중동국가들로부터의 석유수입을 제외하면 중국과의 교역에서 적자폭이 가장 크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 아세안 등과 같은 수입시 관세를 우대하는 FTA 체결국들이 다음이다. 한국과 인도 간에는 FTA격인 CEPA(포괄적경제협력동반자협정)가 2010년 1월 정식 발효되었지만 양국 간 윈윈(win-win) 의도와 달리 일방적으로 한국의 수출만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인도의 한국수출은 제자리인데 비해 한국의 인도수출은 88.7% 증가했고, 무역수지 흑자도 2.5배가 늘어 지난해 95억불을 기록하는 등 양국의 무역수지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무역수지 불균형이 커질 경우 미국처럼 환율조작국 지정 같은 강력한 제제수단이 없는 인도로서는 수입물품에 대한 통관을 까다롭게 하는 비관세장벽을 들고 나온 것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중국산 원부자재와 부품이용률이 높고, 중국공장에서 제조한 완성품의 제3국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우리기업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관세청도 이런 우려 때문에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도 수출시 역내가치비율, 품목별원산지기준 등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한다는 원산지 입증정보를 잘 갖추어 인도 세관당국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인도정부는 이번 FTA체결국에 대해 원산지검증이라는 수입억제책과 병행해 해외기업이 정부주관 프로젝트 참여시 인도산 소재 사용 확대 및 특정 산업과 품목에 대해 추가 인증 및 기준을 요구하는 무역기술장벽(TBT)을 시도하고 있다. 인도라는 거대시장이 탐나면 들어와서 생산하라는 말이다. 이제 우리 기업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공급시스템이 약화된 틈을 타고 불어오는 인도의 보호무역이라는 바람과 맞서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이번 원산지검증 강화조치에 대비해 증빙서류는 물론이고 물량 및 가격관리 등 적극적 대응을 통해 사전에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산 원부자재 의존도를 낮추며 인도기업과 합작 혹은 인도산 원부자재를 이용하려는 역발상이 위기대응의 방법일 수 있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스가 자민당 총재와 일본의 미래

아베 수상은 일본의 헌정 사상 최장기 재임 수상이다. 지난 2019년 11월20일에는 아베 1차 내각과 합산한 아베 수상의 재임기간이 헌정사상 최장기가 됐고 2020년 8월24일에는 아베수상은 연속재임일수 기준 최장기 재임 수상이 됐다. 아베 수상은 경제활성화 정책을 통해 엔저와 디플레이션 탈출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고용안정을 달성했지만 한편으로는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등 보수적 색채를 숨기지 않았다. 아베 수상의 사임은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일본의 경제정책과 외교정책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은 의원내각제 국가이므로 수상은 국회(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선출되며 되며 일반적으로는 여당의 총재(대표, 당수)가 수상으로 지명된다. 지난 14일 스가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고 16일에는 중의원과 참의원의 수상지명선거를 통해 스가 자민당 총재가 아베 수상을 대신해 수상으로 선출될 전망이다. 아베 수상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미일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외교노선은 유지될 것이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스가 자민당 총재는 기존의 아베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기시다(岸田) 정조회장과 이시바(石破) 전 간사장의 경우, 다소 유연한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향후 누가 일본의 수상이 되어도 강제징용문제 등에 대해서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일 간의 경제적 격차가 축소되는 가운데 일본은 한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해지고 있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특히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민당 총재선거 과정에서 스가 관방장관은 경제정책에 관해 아베노믹스의 전진을 표명하면서도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한편 기시다 씨는 소득격차의 문제를, 이시바 씨는 지역경제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가 자민당 총재는 환율, 주가, 고용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베 수상의 사임으로, 대규모 양적 완화를 비롯한 통화정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시장에서 판단하면, 엔고(달러 대비 엔화가치의 상승)가 진행되고, 주가 하락, 고용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스가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내년 9월 말이다. 또한 중의원 임기는 최대 2021년 10월21일이므로 반드시 그 이전에는 중의원 선거를 해야 한다. 빠르면 올해 안에 중의원 선거가 있을 수도 있다. 스가 내각의 향방은 고용, 주가 등 경제적 성과와 국민적 지지에 달렸지만 향후 일본의 외교정책이나 경제정책상의 불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미국 대선과 한반도 비핵화

미국의 패권이 예전과 다르다고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국 대선은 세계적 관심거리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자유무역과 안보협력을 축으로 2차대전 후 지속해온 국제주의를 포기하고 고립주의에 가까운 급선회를 추진했다. 미국의 정책 변경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큰 만큼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동아시아 정책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점은 바이든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패권강화라는 트럼프의 강경노선은 유지할 뜻을 밝힌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섣부른 정상회담보다 원칙에 입각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정책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8월2022일 CB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중에 52대 42로 바이든이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2016 대선에서 힐러리가 전체 득표에서는 2% 앞섰지만 경합 주인 위스콘신주에서 1% 지면서 선거인단(10명)을 뺏긴 전력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언론과 학계는 바이든이 주도할 외교정책의 변화에 관심이 높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한국과 미국의 행정부 교체에 따른 엇박자로 비핵화의 중대 고비를 넘지 못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클린턴(19932001) 행정부를 설득해 대북 관여정책으로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 공조를 이루었지만 공화당 부시 행정부가 승계를 거부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노무현 정부(20032008)는 대북 금융제재를 가한 부시 행정부와 의견 차이로 북핵 대응이 공전하다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6자회담을 재가동했지만 비핵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20092017)은 취임 직후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역설하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한반도 문제에는 전략적 인내로 북핵을 방치했고 그동안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마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대북 강경대응에서 극적으로 정상회담 개최로 정책을 선회했지만 비핵화는 재선 이후 과제로 미뤄뒀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도 미북 정상회담은 가능하지만 선비핵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 말고 북한의 단계적 접근을 수용하면서 부분적 제재완화와 같은 적극적 대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핵에 대한 바이든의 선택 중에 미북 정상회담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머지는 추측이다.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으로 전략적 인내를 주도했다. 민주당 주류보수가 전략적 인내로 회귀를 주도할 경우는 다시 북한의 붕괴를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샌더스 진영의 진보파는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선호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단계적 접근의 문제는 비핵화가 CVID가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선제불사용과 비확산을 전제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미국 대선과 한반도 비핵화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미국의 패권이 예전과 다르다고 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주요국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국 대선은 세계적인 관심거리다. 트럼프는 미국이 자유무역과 안보협력을 축으로 2차대전 후 지속해온 국제주의를 포기하고 고립주의에 가까운 급선회를 추진했다. 세계지도국을 자임해온 미국의 정책 변경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큰 만큼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동아시아 정책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점은 바이든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패권강화라는 트럼프의 강경노선은 유지할 뜻을 밝힌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섣부른 정상회담보다 원칙에 입각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정책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된 8월 2022일 CB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중에 52대 42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실망으로 바이든 후보가 10% 앞선 상황은 대선 승리에 필요한 평균 지지도에 도달했다고 평가하지만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CNN 조사에서는 바이든의 우세가 8%로 줄었다. 문제는 선거인단 270표 확보를 기준으로 경합 주에서 여론지지를 보면 실제 우세는 5%에 불과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2016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전체 득표에서는 2% 앞섰지만 경합 주인 위스콘신주에서 1% 지면서 10명의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한 전력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 측은 전당대회 후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컨벤션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직 견고한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패인은 힐러리와 트럼프 모두 적극적으로 지지할 만큼 매력적인 후보가 아닌 경우에 유권자들은 마지막 순간에 선택을 쉽게 변경하는 경향이 있는데, 후보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힐러리의 지지자들이 투표장에서 트럼프를 선택했기 때문이라 본다. 바이든도 힐러리처럼 대선 2개월 전에 유권자 과반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투표장까지 유지할 만큼 확실한 매력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처럼 선거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다수 언론은 바이든의 당선을 전제로 외교정책의 변화를 논의하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한국과 미국의 행정부 교체에 따른 엇박자로 비핵화의 중대 고비를 넘지 못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클린턴(19932001) 행정부를 설득해 페리 프로세스로 대표되는 대북 관여정책으로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 공조를 이루었지만 공화당 부시 행정부가 승계를 거부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노무현 정부(20032008)는 대북 금융제재를 가한 부시 행정부와 의견 차이로 북핵 대응이 공전하다가,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직후 6자회담을 재가동했지만 비핵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20092017)은 취임 직후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을 역설하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한반도 문제에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핵을 방치했고 그동안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마치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대북 강경 대응에서 극적으로 정상회담 개최로 정책을 선회했지만 담대하게 비핵화를 추진하지 못하고 재선 이후 재협상을 대안으로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도 미북 정상회담은 가능하지만, 선비핵화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 말고 북한의 단계적 접근을 수용하면서 부분적으로라도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적극적 대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핵에 대한 바이든의 선택 중에 미북 정상회담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머지는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다. 우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으로 전략적 인내를 주도한 인물이다. 민주당 보수파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를 주도할 경우는 다시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샌더스 진영의 진보파는 단계적 비핵화와 단계적 제재 완화를 선호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단계적 접근의 문제는 비핵화가 CVID가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선제불사용과 비확산을 전제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역사의 한가운데서

이스라엘에 가면 홀로코스트라는 말을 자제한다. 제물로 바쳐져 새카맣게 타 죽은 동물을 의미하는 그 용어를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유대인은 제물이 아니었고, 정치적 박해의 대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엄밀하게는 반인륜적인 한 인간과 그 추종자들에 의해 자행된 만행의 피해자인 것이다. 독일인들도 이스라엘에 가거나, 이스라엘 인사들과 대화할 때면 홀로코스트란 말보다는 쇼아(Shoah)라는 용어를 쓴다.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대학살, 예기치 못한 대재앙이란 의미가 담긴 쇼아를 언급하면서 독일인들은 한때 잘못된 역사 앞에 가슴에서 스며 나오는 고개 숙임을 한다. 독일 지도자들의 진지한 사과와 성찰을 이스라엘인들은 잘 받아들인다. 재통일을 이룬 지금의 독일인들도 현재 자신들의 과오가 아닌 나치시대 사람들의 죄과를 가지고 역사적 고뇌가 담긴 사죄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독일인들의 진심을 이스라엘인들이 잘 느끼고 있다. EU의 중심이 되어 있는 강국 독일의 태도를 유대인들은 제대로 감득하고 있다. 피해자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용서하느냐가 중요하다. 역사를 직시하는, 양심이 있는 독일인들은 아우슈비츠에 가서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와 이스라엘을 자주 방문해 온 앙겔라 메르켈 만이 아니다. 그러나 추모석에 새겨진 희생자들의 이름은 마음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철학적이고 이성적인 독일인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방문하거나 특별한 추념의 자리에서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절절히 노력하는 모습을 간간이 읽을 수 있다. 문제는 마음이다. 예루살렘에 소재한 야드 바셈에는 어린이 희생자 추모공간이 잠시 전율의 시간을 불러온다. 150만명 아동들의 영혼이 그 어둡고 어두운 동굴 속에 단 3개의 촛불이 뿜어내는 희미하고도 희미한 빛으로 살아 있다. 시리고도 시린 푸른빛의 동굴을 걸어 나오면서 인간의 광기가 빚어내는 가증스러운 비극의 단면을 슬픈 눈으로 느끼게 된다. 동굴을 벗어나면 갑자기 쏟아지는 하얀 햇살에 질식한다. 빛과 어둠에 질식하고, 전쟁의 광란과 평화의 온기 사이에서 현기증을 느낀다. 운명의 철문 사이에 서 있는 인간의 실존에 대해 회의한다. 독일인은 국가 이성으로 회의하고, 성찰하고, 진지하게 다짐한다. NEVER AGAIN. 앙겔라 메르켈은 자신의 인생 전반부에 관해 잘 언급하지 않는다.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구동독의 암흑기에 관해 상기하고 싶은 기분이 아닐 것이다. 광기조차 부재했던 그 시기에 그녀는 물리학 실험실에서도, 드레스덴 길거리에서도 자유를 갈망했고, 독일 총리로 네 번째 연임하고 있는 지금도 진정한 자유를 위한 고찰을 멈추지 않고 있다. 어떤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아야 할까. 개화된 국가 이성이 아쉽다. 역저 승리의 영광과 비참을 남긴 프랑스 수상 조르쥬 클레망소의 고뇌의 시간이 다시 진지하게 다가온다. 최승현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비대면 시대, 아프리카 시장도 멀지 않다

아프리카하면 사람들은 먼 열대대륙의 가난한 국가, 종족 간의 유혈갈등과 관료의 부정부패를 떠올린다. 이런 선입견과 부정적 시선이 기업의 수출판로에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 전체수입액 5천690억달러인데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수출액은 고작 1% 남짓한 62억달러다. 우리의 수출액이 작아도 너무 작다. 물론 이유는 있다. 우선 아프리카 교역은 과거 식민 지배국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터키, 인도 등 오랫동안 이들과 장사를 해온 국가들의 저가 공세에 우리 기업의 진입 여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는 우리 중소기업에게 아프리카는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간과 비용 면에서 시장개척 우선순위가 다른 지역에 밀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경제개발이 아시아나 중동, 중남미만큼 활발하지 않아 주목받지 못하던 아프리카 상황이 변하고 있다. GDP가 2조 6천억달러에 이르는 아프리카 경제는 2019년 3.4% 성장했으며, 올해도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의 높은 마이너스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는 1.6% 라는 상대적은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IMF는 전망하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DB)은 이런 아프리카의 성장 동력이 지난 10여 년간 이어온 개인 소비의 확대와 투자와 수출부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아프리카 성장의 배경에는 매년 10%씩 늘어나 10년 뒤 5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중산층 증가가 있다. 또한 인구구성도 중위연령층이 20세 안팎의 젊은 세대로 바뀌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결국 중산층과 젊은 층의 기호에 맞춘 소비시장의 공략이 관건인데 다행히도 우리나라가 이 부문에 경쟁력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 등의 저가제품과는 차별적이어야 하고, 선진국들이 구축한 브랜드 지명도를 극복해야만 한다. 아프리카 바이어들은 브랜드 지명도가 없는 제품에 대한 불신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소량다품종의 시험용 오더 대응, 가격 할인, 기술교육, 애프터서비스, 불량품에 대한 보상 등 적극적인 수용 자세로 점진적으로 한국산의 인지도를 쌓아가야 한다. 아프리카 13개국에 진출한 최대 온라인 쇼핑몰 주미아(JUMIA) 등 온라인 플랫폼과 까르푸 등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온오프라인 시험 판매를 통해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사용한 후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소비자 체험형 마케팅을 시도해 볼만하다. 한편 자원개발 및 건설, 각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장비, 기계 및 부품, 기자재 등의 높은 수요도 제조 기반인 우리 기업의 기회다. 그동안 멀고 돈이 많이 들어 꺼렸던 시장, 정보가 부족해 심리적으로 멀게만 느껴졌던 아프리카 시장이 비대면, 언택트 시대를 맞아 이제는 누구나 두드려 볼 수 있게 됐다. 아프리카 수출 비중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수출기업의 관심과 이들의 비대면 비즈니스를 도와줄 공적네트워크 보강이다. 이계열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레바논 폭발사고와 분노한 민중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지난 4일 발생한 폭발사고로 200여명의 사망자와 6천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베이루트 항구에 6년간 적재된 2천750t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해 발생한 이번 사고는 레바논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초대형 사고로 그 파괴력이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20~30% 수준이다. 이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베이루트 도심광장에 몰려나와 무책임한 정부와 여당인 헤즈볼라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지중해 동쪽에 위치한 레바논은 중동지역 이슬람국가들과 달리 기독교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종교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다. 연중 날씨는 온화하며 강수량도 풍부해 올리브와 포도, 야채 같은 농산물과 과일이 풍성하다. 그러나 레바논은 독특한 정치시스템으로 인해 중동 지역에서 내적 갈등이 가장 많은 대표적인 국가이다. 이슬람과 기독교를 중심으로 주요 종파만 18개인 다종교 국가 레바논의 구성원들은 국가보다 소속 종파에 대해 훨씬 높은 소속감과 충성도를 보인다. 1943년 독립 이후 두 번의 내전을 겪으며 현재까지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이면에는 종파간 권력분배제도와 이익을 위한 종파간 합종연횡 등의 배경이 있다. 종파간 갈등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건설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3년 프랑스 식민통치로부터 독립하면서 레바논은 3권을 종파별로 분배하는 국민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54%로 다수를 차지한 기독교와 22.4%를 차지한 수니이슬람 그리고 19.6%를 차지한 시아무슬림의 인구분포에 따라 대통령직은 마론파가, 총리직은 수니파 그리고 국회의장직은 시아파에 할당됐다. 그러나 각 종파 간의 상이한 인구증가와 소수 종파의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종파 간 갈등이 표면화됐고 1975년부터 15년간 지속된 내전을 통해 이러한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2018년 레바논 총선에서 이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세력이 승리함으로써 레바논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돼 지역 패권을 둘러싼 주변국들 사이의 갈등이 더 참예해졌다. 레바논은 여느 때보다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있다. GDP대비 170%에 이르는 국가부채, 9개월 사이 80% 넘게 폭락한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 정부와 여당 헤즈볼라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이루트 폭발참사로 레바논이 겪어야 할 경제적ㆍ정치적 혼란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레바논 정부는 피해 규모를 30억~5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한때 중동의 파리(Paris), 중동의 금융 허브로 불릴 만큼 명성이 높았던 레바논이 다시금 중동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레바논이 하루빨리 폭발 참사에서 회복되기를 바라며 정치적 안정을 통해 이전의 영화(榮華)를 되찾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수완 한국외대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환상이 된 아베노믹스 日 전후 최장기 호황

최근 한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일본이 90년대 후반에 경험한 거품이라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부동산의 기본적 가치의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면 부동산 가격 급등은 거품이 아니다. 즉, 부동산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고 해서 무조건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부동산의 기본적 가치의 상승을 반영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또한 자산가격 상승이 거품인지에 대한 판단은 자산 가격 급락 이후에 사후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최근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거품이라면 언젠가는 부동산 가격의 폭락이 발생할 것이고, 그러한 경우 부동산 가격 급락이 불황을 초래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거품일 가능성이 있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과 같이 저출산ㆍ고령화가 진전돼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에서는 급격한 경기하락이 장기불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은 2012년 12월부터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통해 불황을 타개했다. 아베노믹스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은 2012년 0.8에서 2018년 1.61로 상승했다. 또한 아베노믹스 하에서 기업실적이 개선되고 주가지수가 상승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일본의 내각부는 경제학자나 이코노미트 등이 참여하는 경기동향지수연구회를 개최해 아베노믹스 경기의 경기 정점(peak)을 2018년 10월로 판단(잠정적 인정)했다. 이로써 아베노믹스가 전후 최장기 호황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환상이 됐다. 아베노믹스 경기는 전후 2번째로 장기간에 걸친 경기회복이다. 지난해 10월 소비세의 인상과 코로나 19의 확산의 영향으로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 경기라고 불리는 장기호황이 끝났다고 생각해 왔지만 사실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충격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일본 경제는 이미 경기후퇴기에 접어들었고, 코로나19는 일본의 경기후퇴를 더욱 심화시켰다. 일본은행이 발표하는 TANKAN(기업체감경기지수)에 의하면 미중무역마찰 등의 영향으로 대기업의 업황판단지수(D.I)는 이미 2019년에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하락했다. 아베노믹스 하에서 어느 정도 일본경제가 경기회복을 달성한 것은 수출 호조와 이를 지탱하는 기업설비투자에 의한 측면이 크다. 일본경제가 가지고 있는 당면 과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를 해소하는 것에 있지만 보다 구조적으로 보면 경제성장의 축인 개인소비가 장기호황 하에서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저출산ㆍ고령화의 진행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한국 역시 저출산ㆍ고령화의 진전이 개인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성빈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평화를 위한 랩소디

미 대선이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백악관의 주인이 바뀔 것인지에 관심이 많은 것은 한반도의 안위와 한미관계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계란형의 오벌 오피스에는 모서리가 없지만, 묵직한 의자에 앉는 지도자에게는 각(角)도 있을 수 있고, 특별한 세계관도 있을 수 있다. 외교안보 이슈에 누구보다 해박한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현재의 여론조사 추이대로 11월3일의 결전에서 승리하면 종종 일방주의 성향이 드러나는 전임자의 외교방식을 탈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미 방위비 분담의 책정 방식부터 동맹의 가치를 경시하지 않으려는 나름의 성의를 보이려 할 것이다. 하노이의 교훈을 배경 삼아 충분한 실무 합의 없이는 선뜻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생각도 없을 것이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평양의 권위주의 체제에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주류들은 협상을 위한 실무협상에 관심이 높을 수는 없다. 트럼프의 선거팀은 백악관을 그냥 내어줄 생각이 없다. 역대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사례는 극히 적고 현직의 프리미엄은 여전히 크다. 당장은 코로나 재난 지원금을 다시 각 가정으로 나누어 주고, 중국을 미국의 국익을 삼키는 공공의 적으로 설정하면서 전방위로 공격한다.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고,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의 문을 강제로 닫아 버렸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여론조사를 반전시킬 특단의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중국의 담대한 도전과 부상을 적기에 차단해야 할 중장기적인 전략적 사고가 당연히 수면 아래 잠겼다. 대선 전에 실무합의가 없는 정상회담의 시나리오가 오벌 오피스의 책상 위에 있을까. 무엇보다 평양의 화답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지난 7ㆍ27 전국노병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위적인 핵억제력으로 북한의 안전과 미래를 담보했고 핵보유국으로 자기발전의 길을 걸어왔다고 천명했다. 2017년 겨울 핵무력완성 선언에 이어 이제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작년에 파기한 후 이제 중국, 러시아와 함께 새로운 핵미사일 경쟁에 돌입했다. 핵 독점국들이 다시 본격적으로 군비 경쟁에 나서면서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고 압박하면 평양은 어떤 생각을 할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지구촌의 공존을 위해서는 작은 책임도 있고 큰 책무도 있다. 작은 책임을 제대로 부과하려면 고귀한 책무를 가진 대국들이 먼저 설득력도 가져야 하고 명분도 축적해야 한다. 인류의 공존과 번영을 위해, 생존을 위한 최후의 자위수단으로 핵무장을 해온 북한에 대해 평화와 번영을 촉구하기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이와 함께 핵을 독점하면서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강대국부터 핵무기 감축 논의에 진지하게 임해야 하는 것은 알프레드 노벨의 후예들이나 반전평화단체 회원들만의 생각일 수 없다. 징후가 감지되는 기후위기에 끝을 알 수 없는 글로벌 팬데믹의 위기가 중첩되고 핵미사일 확산 위기까지 가중되면 우리 모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인류의 운명은 바보 몇 사람들의 손에 달렸다는 팝송 에피탑(Epitaph)의 마지막 구절이 떠오른다. 바보는 누구인가. 우리 모두 가운데 누구이다. 대개는 큰 의자에 앉아서 시가를 피면서도 칸트의 영구평화론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혼미의 이 시대에 진정한 해답은 계몽된 국가이익이다. 최승현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수출중기, 인도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타자

지난 6월 중국과 인도 군인들이 국경에서 벌린 유혈충돌로 온 세계가 시끄러웠다. 싸움의 배경엔 양국 국경선 갈등이 있다. 중국이 과거 청나라시절 경계가 국경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인도는 1914년 영국 식민통치시기 인도와 티베트 간 맺은 맥마흔라인(McMahon Line)을 국경선으로 보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일대일로를 표방한 확산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이 지역이 중요해 졌고 인도는 심화되는 양국 교역불균형 및 안보 우려로 이 지역 실효적 지배를 통해 중국을 견제코자 하는 가운데 이번에 양국 충돌로 20여명의 인도군 사상자가 발생하자 국민들의 거센 중국제품 불매운동과 더불어 정부차원에서도 중국제품에 비관세장벽을 높이는 등 중국 밀어내기가 시도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주 인도정부는 중국 SNS 플랫폼인 위쳇을 막아 버렸다. 기업인들의 비즈니스 소통채널을 끊어버린 셈이다. 인도의 제1 수입국은 중국이다. 인도인의 얇은 지갑을 열기에 값싼 중국제품 만한 것이 없기에 한해 우리 돈 70조원이라는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불매운동으로 인해 잃을 것이 크지만, 중국이 인도에 쓸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독보적인 기술력이 뒷받침된 제품이 아니기에 인도는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투자국을 바꾸어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아도 미-중 분쟁 탓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차원에서 인도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인도내 반중정서가 더해져 글로벌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11 생산을 첸나이 폭스콘 공장에서 시작함과 더불어 신 모델을 뱅갈로르 인근에서 생산할 계획이며 페이스북, 인텔 및 구글 같은 거대 IT 기업들도 인도 최대기업 릴라이언스 그룹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및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 2위를 탈환하며 중국기업에 내준 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소형SUV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과는 달리 인도는 원거리이고 상관습과 문화의 차이가 크며, 현지 생산 활동의 리스크뿐만 아니라 현지판매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서 우리 중소기업들은 단순 수출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중소기업이 가격에 민감한 인도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에 생산거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고비용이 아닌 저비용이어야 한다. 생산의 전 과정을 위한 투자가 아닌 부품 및 반제품의 조립만을 위한 투자면 족하다. 설비도 자사의 유휴설비로 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인적 이동의 제약이 따르기에 인도기업과 합작투자도 가능하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어떤 방식도 수용할 만큼 인도의 제조기반이 부족하고 시급해서다.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주목 받는 인도에 중국제품 불매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품목 상당수가 중국제품과 겹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활로가 점점 줄어드는 위기적 상황을 기회로 활용하려는 수출중소기업의 결단이 요구된다. 활로를 찾기 위해 부는 바람의 방향에 맞추어 돛을 세워야 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아말’을 낳은 중세 이슬람 과학자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0일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아랍권 최초로 행성 간 우주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라는 뜻)을 발사했다. 아말은 아랍에미리트 건국 50주년을 맞는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며 아말이 화성에 도착할 경우 아랍에미리트는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 화성탐사국이 된다.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한 가난한 어업국가인 아랍에미리트를 단기간에 1인당 소득 세계최고 수준으로 높여준 것은 다름 아닌 석유였다. 그러나 석유자원 중심의 단일 경제시스템은 외부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인구 12%의 토착 주민들은 고임금 직종과 각종 정부 보조금에 젖어 석유로 쌓은 부에 안주하는 분위기에 빠져버렸다. 2014년 7월 세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마크툼 총리가 2021년 건국 50주년 때까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겠다고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이에 대한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2006년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CD)를 설립하고 2009년 한국의 위성개발업체 쎄트렉아이와 함께 첫 번째 위성 두바이샛 1호를 개발해 발사한 것이 우주 연구개발의 거의 전부였을 만큼 당시 아랍에미리트에는 전문과학자나 전문기관조차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발표 6년 만에 목표를 이루어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과학기술산업 육성과 국가의 미래를 이끌 과학기술인재양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무엇보다 석유고갈 이후 시대(Post-Oil Era)를 대비해 식량, 물, 에너지 등 당면한 국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기틀을 화성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주도 프로젝트에 발맞춰 최근 몇 년 동안 아랍에미리트 최고 명문 대학들이 천문학, 물리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분야의 학위과정을 개설했고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2011년 0.5%에서 2018년 1.3%로 높아졌다. 아랍에미리트 화성탐사선 아말의 발사소식을 접하고 떠오른 이슬람 세계의 위대한 인물들이 있다. 서구주도형 교육의 틀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인물들, 바로 중세 이슬람의 과학자들이다.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아이작 뉴턴보다 700년 전이나 앞서 현상 관찰과 측정을 바탕으로 가설을 수립해 검증하는 현대과학의 방법론을 창시한 인물이 지금의 이라크 지역 출신의 이븐 알-하이삼이다. 이러한 과학 방법론이 17세기 베이컨이나 데카르트에 의해 수립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보다 훨씬 앞서 경험적 자료와 결과의 재현가능성을 강조한 세계최초의 진정한 과학자가 바로 이븐 알-하이삼이다. 그는 바늘구멍 카메라를 발명해 빛의 굴절현상을 발견했고 빛의 산란에 관한 최초의 실험을 통해 색의 원소들을 밝혀내고 그림자와 무지개, 일식 현상 등을 연구했다. 아랍 최초의 화성 탐사선이 발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위축과 저유가 시대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랍에미리트 화성탐사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하며 새삼 위대한 중세 이슬람과학자들의 업적을 생각해본다. 김수완 한국외대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