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행복이 기업 비전... 일·가정 양립 ‘多양한 지원’ [가정의 달 특집 ‘우리는 가족’]

“일·가정 양립 문화로 인해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해서 애사심이 생긴다면 결국 회사 입장에서도 도움되는 게 아닐까요.” 용인특례시 기흥구에 위치한 시스템반도체 전문 업체 위더맥스㈜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이곳에 다니는 모든 직원에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총 근무 시간만 맞추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워킹맘들은 어린이집에서 일찍 하원하는 아이들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고, 집에 가족 행사가 있으면 먼저 퇴근해도 된다. 위더맥스㈜가 ‘전 직원 100% 자율 출퇴근제’라는 파격적인 제도를 시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유영두 대표는 “결국 기업엔 사람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가족과 최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게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레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와 애사심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직원 자율 출퇴근제뿐만 아니라 직원들은 난임수술 비용, 배우자 건강검진, 자녀 의료비 등도 지원 받을 수 있고, 한 달에 한 번씩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선물을 보내는 특별한 이벤트 문화도 마련돼 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 받은 위더맥스는 지난해 경기도로부터 ‘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기·인천지역의 중소기업들이 난임수술 비용 지원, 유연근무제 등 사내 복지를 적극 확대하며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시흥의 ㈜해천케미칼 역시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중소기업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복지제도만큼은 대기업 못지않다. 전 직원 건강검진 지원이나 워킹맘들을 위한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사내복지제도는 직원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이러한 복지제도 때문일까. 해천케미칼은 직원 수가 20명 수준에 그치지만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인천에서도 이러한 가족 친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천의 오일레스 베어링 전문 제조기업인 ㈜에스지오는 지난 2020년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시차 출퇴근제와 유연근무제 등을 적극 운영 중이며, 협력업체와 함께 ‘근로복지기금’도 마련해 학자금 대출 및 생활비 지원 등도 실시하고 있다. 손종훈 에스지오 팀장(41)은 “가족친화기업 인증이 궁극적으로 회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제조업의 우수 인력을 유입할 수 있을 뿐더러 대기업 및 공공기관의 조달청 납품에도 가산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정부·지자체, 대체인력 활용... 가족친화 기업 확산해야” [가정의 달 특집 ‘우리는 가족’]

정부와 지자체가 가족친화인증제도 등을 통해 기업의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은 여전히 이를 시도할 여력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 모니터링 및 과제’ 보고서(2022년 12월)에 따르면 출산전후휴가제도의 활용 가능 여부를 사업체 규모별로 살펴보면 5~9인 사업체의 ‘필요한 사람은 모두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는 응답이 절반 수준(47.6%)인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응답이 90.5%에 달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근로자들이 일·가정양립지원제도를 더 수월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고용노동부가 ‘2021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통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신 및 출산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39.3%)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이어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26.4%) △추가 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23.3%) 등이 꼽혔다. 지자체들이 일·가정 양립 문화를 확산하고자 ‘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사업 등을 추진 중이지만 여기에서도 중소기업의 참여는 저조하다. 경기도는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 조성 등을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증을 받은 도내 중소·중견기업은 329곳에 그쳤다. 한 해 평균으로 따져 보면 25곳 남짓의 도내 중소기업만이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셈이다. 인천에서도 ‘가족친화인증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 성적표는 상이하다. 인천의 가족친화 인증기업 중 중소기업은 148곳, 공공기관은 50곳, 대기업은 18곳이지만 인천의 대부분 업체가 중소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현저히 적은 수의 중소기업만이 가족친화 인증을 받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대체 인력풀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포함해 제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가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대체인력 풀을 보유하면서 관리와 증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의 대체인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일·가정 양립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살고 있지만… ‘법’ 안에 없는 내 가족 [가정의 달 특집 ‘우리는 가족’]

#성남에서 5년째 친구와 살고 있는 박지윤씨(25)는 최근 몸이 아파 119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지만,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한참을 방치돼 있어야 했다. 직장 때문에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박씨에겐 동거인 친구가 새로운 가족이었지만, 병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의 연락을 받고 직장에서 달려온 친구는 보호자를 자처했지만, 병원 측은 ‘가족이 아니면 안 된다’, ‘부모님이나 남편이어야 한다’며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1시간 거리에 사는 친척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친척이 도착해 가족 임을 확인 시킨 뒤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몸은 아픈데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며 “함께 사는 친구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가족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걸 보고 또 이런 일이 생길까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수년간 여자친구와 동거 중인 이기범씨(41)는 아파트를 구매하면서 스스로 사회 속에서 ‘비정상 가족’으로 평가 받고 있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혼인신고라는 절차만 거치지 않았을 뿐 여느 가족과 다름 없이 함께 살고 있지만, 부부 또는 가족이라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단 하나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결혼하지 않은 2명이 공동명의로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하니 취득세를 훨씬 많이 내야 한다고 했다”며 “이런 이유로 혼인신고를 하게 하려는 속셈인지 몰라도, 수년간 같이 산 가족인데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돈을 더 내야 한다니 황당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1인 가구부터 동거 가구 등 가족의 형태도 급변하고 있지만, 관련 법과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은 각종 사회적 제도에서도 배제되고 있어 사회 흐름을 반영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국내법상 가족의 범위는 법 제정 이래 단 한 번도 변하지 않고 ‘배우자와 직계혈족’만을 가족으로 규정한다. ‘혼인’과 ‘출산’을 기반으로 한 가족만이 가족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수십년을 이어온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족의 개념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여기며 평생을 의지하는가 하면 종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기도 한다. 관련 법에 규정한 가족만을 기준으로 각종 사회보장 지원 및 제도를 운영할 경우 이들은 모두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행법상의 가족 범위를 바꾸진 못하더라도 사회보장 제도에서 만큼은 급변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가족이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역시 현행 제도가 급변하는 가족 유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다만 도 관계자는 “상위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가족 범위를 넓히는 것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도에서는 1인가구, 동거인 가족 등이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필요한 것들을 반영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서비스를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가족 역할 하고 있지만… 각종 보호 정책 ‘소외’ [가정의 달 특집 ‘우리는 가족’]

국내법상 가족의 형태가 법률에서 규정한 혼인 및 출산 등을 통한 혈연 관계에 기반하면서 최근 급격하게 확대된 새로운 가족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법과 제도를 통한 보호 정책들이 법률 상의 가족 개념 만을 반영해 운영되면서 사회의 변화 속도 만큼 사각지대도 커지는 실정이다.  15일 경기도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경인지역 1인 가구는 2000년 43만7천954가구에서 21년 만인 2021년 189만8천757가구로 4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10년 전인 2010년(96만3천992가구)과 비교해도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가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일 주소지에 전입신고를 하더라도 가족이 아니라면 1인가구로 집계되는 만큼 해당 수치에는 동거가족 역시 포함하고 있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전통적 가족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건 이 같은 수치 뿐 아니라 관련 통계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21년 6월 발간한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61.7%) 이상이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주거 공유 관계이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45.3%가 ‘거주·생계를 공유하지 않아도 정서적 유대를 가진 친밀한 관계이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더이상 가족을 이루는 데 혈연과 결혼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결혼을 하지 않고 타인과 사는 동거가족과 자유로운 출산으로도 이어진다.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65.2%에 달했다. 이 같은 인식은 지난 2012년(45.9%),2016년 48.0%, 2020년 59.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함께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응답률은 34.7%로 지난 2020년(30.7%)보다 4.0p 높아졌다. 이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과거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뤄진 가족의 형태는 의도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고 부부끼리 살아가는 딩크족부터 혼자 사는 1인 가구,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하는 가구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제정 이래 단 한 번도 바뀌지 않는, 법적인 가족 개념을 중심으로 지자체의 각종 사회 지원 제도가 운영되는 건 결국 이들 모두를 관련 제도권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적어도 각종 지원 제도에서만이라도 가족의 개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장 가족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진 우리나라만의 풍토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가족 관련 제도에서 소외를 당하는 사람들이 상황별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든든한 ‘보호시설’ 울타리… 피보다 진한 ‘사랑’ [가정의 달 특집 ‘우리는 가족’]

1997년에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박모씨(여)는 17살이 되던 때 집 근처 그룹홈 시설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박씨가 어릴 때 떠났고, 아버지는 알콜중독에 폭력까지 행사, 함께 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경기도 수원특례시로 올라온 박씨는 2019년 12월에 법적보호 기간이 종료돼 ‘자립준비청년’이 됐다. 자립정착금 500만원을 받았지만 당장 머무를 곳이 없어 고시원을 택했다. 이후 하숙집, LH청년전세임대주택 등을 떠돌아 다니던 박씨는 지난해 11월 수원시 청년 주거복지정책인 ‘셰어하우스 CON’에 입주했다. 한 집에 같은 성별 청년 3명이 공동 거주하는 방식인데, 현재 2명이 살고 있고 입주자를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박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를 처음 만났다. 20여년 만에 처음 만난 어머니에게서 박씨는 가족의 느낌을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자립준비청년들은 맘 편히 의지할 사람도 없고, 사회적 지원 또한 미비한 상황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워 방황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따뜻한 가족이자 인생의 버팀목은 혈연관계가 아닌 보호시설에서 만나 인연을 맺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박씨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 살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 할 수 있어 정신적으로 편하다”면서 셰어하우스에 들어온 이후로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다고 한다. 부모님에게서 배워야 하는 것들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생겨났다. “이곳에 와서 서로 얘기하다보니 어떤 지원과 혜택들이 있는지도 알게 됐고, 자립준비청년 단톡방에도 초대받았는데, 나와 비슷한 청년들이 900명 정도가 모여 있어 놀랐다”면서 “이전에는 단톡방이 있는지, 이렇게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지 몰랐는데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이전에 혼자 뭔가 하려고 했던 것 보다 훨씬 좋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박씨에게는 가족이 더 있다. 아빠같은 분이다.  박씨가 대학교를 다닐 때 맹장이 터져 응급실에서 눈앞이 캄캄했을 때 시설에 있을 때 알게 된 원장님이었다. 목회활동을 하시는 원장님에게 박씨의 연락이 닿았고 다음날 한걸음에 전라북도에서 수원까지 달여왔다고 한다.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던 박씨는 병원비 등 여러 도움을 받았다.  박씨는 “먼저 내가 잘 지내는지 자주 연락해 주시고 얼마 전에도 샴푸나 마스크 등 생활용품이 필요한지도 물어보신다”면서 “나에게는 아버지, 어머니 같은 분으로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분”이라고 애틋한 표정을 띠었다.  경기 의왕시 명륜보육원도 가족들이 함께 모여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보호 시설이지만 이곳에서 자랐던 이들에게는 ‘집’이었고 지금도 가족들이 사는 곳. 1951년 한국전쟁 당시 가족을 잃은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설립된 명륜보육원에는 그동안 남모를 사연으로 가족과 떨어지게 된 아이들이 모여 살았고 지금은 29명의 아이들이 지내고 있다.  부모, 형·누나, 오빠·언니인 직원 20여명도 이들에게는 가족이다. 여기 살고 있건 퇴소했던 모두 이곳을 ‘명륜집’이라고 부른다. 아이 한명을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이곳에서 아이 1명이 여러명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만 18세가 되어 명륜집을 떠났지만 전국 곳곳에서 가족을 꾸리더라도, 홀로 살고 있더라도 여건이 되면 모두 어버이날, 명절, 연말에도 이곳을 찾는다. 결혼해 자신의 아이를 데려오기도 한다. 퇴소한 최고령 연장자는 여든살인데 손주와 함께 이곳을 찾기도 한다.  끈끈한 인연을 바탕으로 명륜집에서 나온 자립준비청년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 기술을 배워 창업을 하거나 가정을 꾸리며 저마다 다양한 일자리를 갖게 됐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자립준비청년 2명은 여전히 명륜집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한명은 우울증 등으로 고생하면서도 꾸준히 아르바이트로 홀로 서기를 준비 중이며 다른 한명은 지자체에서 조건부 수급을 받았지만 혼자서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다.  6년째 보육원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연 사무국장은 “두 친구 모두 LH 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이자도 안밀리고 있다"면서 “어린 나이부터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해 불안해하지만 가족처럼 잔소리도 하고 말동무를 해주면서 스스로 설 수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만 18세가 되는 보호종료 아동은 매년 평균 2천400여명에 달한다. 경기지역에서도 매년 300여명의 청년들이 보호시설을 떠나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다. 대부분 아무런 도움 없이 홀로서기에 나선다.

“홀로 서는 자립준비청년…꾸준히 곁 지켜줘야” [가정의 달 특집 ‘우리는 가족’]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을 지원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현장에선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거주지 지원·자립수당 등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보다 실효성있는 도움을 위해선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니즈(needs)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을 위한 제도 등 마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 편견과 차별 속 홀로 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 만 18세로 보호조치가 종료, 살던 시설에서 나가야 하는 이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매년 한 해 2천400여명의 청년이 시설 안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 홀로서기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자립지원 통계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의 경우, 경기도 내에서만 315명이 시설에서 퇴소했다. 이 해 자립준비청년 수는 경기도가 가장 많았다. 지난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도내 자립준비청년은 1천818명으로 집계된다. 시설 안 보호가 종료된 5년까지 지자체의 사례 관리 대상에 속해 일부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일정 수준의 정착금을 쥔 채 '곁을 지키는 이' 하나 없이 사회로 나가야 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시설 밖 보호로부터 분리돼 온전히 홀로서야 하는 이들에게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다. 6살부터 약 12년간 시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40대 양모씨는 "시설에서 퇴소할 당시 할 줄 아는 것도, 사회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말 그대로 모르는 것 투성이인 상태였다"며 "단지 살려고 했다. 살아야 하는 데 돈은 필요한 상황에서 모든 게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 결과, 자립준비청년 3천104명 중 절반인 1천552명(50%)이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자립준비청년의 힘든 사회적응을 보여주는 결과다.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3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심리적 고통, 생활고 등을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등 안타까운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이었던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시설에서 살았단 이유만으로 마주하는 편견 등으로 학창 시절 심리·정서적으로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는다. 이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로 나오다 보니 자격지심, 피해의식 등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청년들이 다수"라며 "스스로 삶을 포기하거나, 자해하는 경우도 자립준비청년들에겐 특별한 소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 "생계와 직결" 홀로 선 이들에게 더욱 절실한 일자리...맞춤형 지원 등 제도 마련도 필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생계 유지'에 필요한 '일자리'다. 이와 관련 현장에선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일자리와 맞춤형 지원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의 취업을 돕고자 ▲맞춤형 진로 교육 ▲취업 후 상환 학자금(생활비) 대출 무이자 지원 ▲해외연수 기회 제공(파란사다리사업) ▲청년일자리 도약장려금 등 정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자립지원전담센터는 자립준비청년의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직업역량증진 프로그램'과 함께 다양한 취·창업 및 사회성 증진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지원 속에서도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 해 기준 전체 취업자는 825명에 그쳤고, 이중 정규직 취업은 435명(52.7%), 비정규직 취업은 307명(37.2%)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이었다. 취업을 한 경로와 관련, '스스로 취업을 알아봤다'는 이들이 412명(49.9%)으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채용 지원 제도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국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장애인의무고용제도'와 같이 최소 0.5%라도 기업 내 자립준비청년의 일자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성민 국민통합위원회 자립준비청년과 함께서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들이 일반 청년보다 이직률이 70~80%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국가와 기업은 이를 사회적 문제로 여기고 힘을 합쳐 매년 1천여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 차원에서 자립준비청년 일자리 채용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가 나오고 있고, 다른 취약계층에 대한 역차별도 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 선에서 추진할 수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방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오는 8월께 국민통합위원회 자립준비청년과 함께서기 특별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관련 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에 자립준비청년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회성 증진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단 주장도 있다. 용인시에서 자리준비청년을 돕고 있는 한기준 선한발걸음 대표는 "일부 자립준비청년 중에선 경계성 지능과 ADHD 등 증상으로 사회성이 결여된 경우도 있다"며 "정부, 기업 등 차원에서 힘을 모아 기업 내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취업을 보장해 준다면 청년들에게 훨씬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지원을 위한 '공간적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재훈 경기자립지원센터 '내비둬' 대표는 "통상 자립준비청년들이 취업 전선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것이 창업인데,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공유 사무공간, 주방, 편의시설 등을 마련 확대한다면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양한 지원 속에서 청년들 사이에서도 '지원받는 이들 간의 양극화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한 코칭 프로그램 등 보다 세부적인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취업 관련 일률적인 정책들로 통일하기보단, 청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도 필요하다"며 "지원 제도를 잘 알고 활용하는 청년들은 지원을 넘치게 받고, 지원 대상에 못 미치거나 지원책이 있어도 방법을 모르거나 의지가 없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양극화'가 생기고 있다. 다양한 지원 사업을 모두가 잘 활용할 수 있게끔 돕는 코칭 프로그램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쏟아지는 심리적 지원 정책들... 하지만 가장 필요한 건 '어떤 상황에도 꾸준히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은 '곁이 필요한 아이들'이라는 것이죠. 바닥을 치고 방황하더라도, 지지해 주고 함께 있어 줄 누군가가 필요해요" 20여년간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활동해 온 김재훈 경기자립지원센터 '내비둬' 대표는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심리·정서 지원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와 관련 다양한 지원 사업 등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의 지원 대상 1순위를 자립준비청년, 보호연장아동으로 두고 심리 지원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자립준비청년 사후관리와 자립지원통합서비스를 시작한 경기도자립지원전담기관은 지난해 325명의 기본 사후관리 청년 중 207명의 청년을 상대로 대면 상담 등을 통해 고충과 니즈를 파악하고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집중 사례 관리를 진행했다. 또 심리정서 강화를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도자립지원전담기관 관계자는 "사례관리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자립준비청년들은 심리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이 같은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보다 청년들에게 '유효하고 필요한' 심리적 지원을 하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가족처럼 오랫동안 소통하고 돌볼 수 있는 멘토' 또는 '사회적 가족'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정책을 마련·강화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재훈 대표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정말 필요한 것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과 어떤 상황 속에서도 곁에서 눈물로 지켜주고 가족같이 의지를 복돋아 주며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누군가"라며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아이들의 정말 아빠, 엄마가 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청년이 똑같이 어렵고 힘들지만, 부모의 부재로 돌아갈 곳이 없는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외로과 고독감은 설명할 수 없다"며 "정부와 각 시군에선 아이들의 놓인 상황과 심리를 온전히 이해하고 독립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시설경험이 있는 멘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한기준 선한발걸음 대표는 "심리 프로그램 자체로 아이들에 대해 정확한 이해도와 필요한 도움을 주기는 한계가 있다"며 "아이들은 정말 자기에게 가족처럼 관심을 주고 지속해 자립을 도와줄 만한 멘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음을 다해 지켜봐줄 사람이 옆에 1명이라도 있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멘토링 프로그램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 '부모의 부재'를 채워줄 수 있는 '사회적 가족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한 가정과 아이를 연결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회에 나갔을 때 직면하는 선택과 고민의 순간에 진심 어린 따뜻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국가 차원에서 나서 조성하면 좋겠다"며 "다양한 제도를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상담소나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알려주고 도와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슴으로 품은 사랑… 가정위탁, 가족의 또 다른 이름 [가정의 달 특집 ‘우리는 가족’]

당신에게 가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누군가에게는 팍팍한 현실 속 따뜻한 안식처이자 유일한 ‘내 편’,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풀리지 않는 숙제이자 무거운 굴레일 수도 있을 겁니다. 가족의 범위가 유연해진 만큼 다양한 형태의 답변이 나오겠지요. 경기일보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슈M>을 통해 오늘날 되새겨야 할 가정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가정의 위기, 가정의 해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을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부천에 거주하는 이서윤씨(가명·21)를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이끈 건 안락하고 단란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는 가정위탁 제도를 통해 아기 때부터 가슴으로 낳아준 또 다른 엄마의 손에서 20년을 자랐다. 정작 자신이 이 집안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진 한참이 걸렸다. 안락한 보금자리를 제공해 준 위탁모는 딸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했다. 할머니, 이모와 삼촌 역시 이씨를 각별히 여겼고 언제나 환대의 마음으로 아이를 대했다. 법적인 관계는 동거인이지만, 서류상으로만 유효할 뿐 그 의미는 휘발된 지 오래다. 한민희씨(가명·43·용인)는 첫 아이를 어렵게 낳은 뒤 유산과 사산을 거듭해왔다. 제대로 품지 못하고 가버린 아이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간절한 마음은 위탁아동들과 연결됐다. 그가 2015년 7월 처음 데려온 아기는 다섯 달가량을 함께하고 원가정으로 무사히 복귀시켰다. 이어 그해 12월 베이비박스에 있던 무연고 A군을 가정위탁해 양육했고 지난 2021년 성장하기에 부적합한 환경에 놓여 있던 또 다른 아기 B양을 가슴으로 품었다. 한씨는 “가정, 가족의 뜻이 어떤 사람에게는 부부 사이에서 나온 혈육이나 입양 등 하나의 의미로 떠오를지 모르지만, 원가정이 회복되길 기다리며 그동안 아이들을 양육해주는 우리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싶다”며 “성장이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원가정이든 새로운 가정이든, 자신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밝고 바르게 크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고 싶다”고 밝혔다. 부모의 가출, 이혼, 수감, 학대 등으로 가정의 해체가 늘어나면서 갈 곳 잃은 아이들에게 일시·장기적으로 보금자리가 돼주는 가정위탁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3년 정식 도입된 가정위탁제도는 친부모의 손길이 사라진 아동이 일정 기간 가정에서 보호 받도록 하는 제도다. 입양과 달리 아동이 원가정으로 돌아가기까지 성장을 돕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가정 해체를 방지하고 친가정의 양육 능력 회복을 돕는 역할도 하는 셈이다. 2021년 기준 경기도 1천459가구, 인천 366가구가 가정위탁에 참여하고 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낳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미 세상에 나온 아이부터 무사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어른 세대가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원가정의 회복을 기다리고, 아이들에게 가정의 품을 느끼게 해주는 위탁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정 위탁’ 가교역할에 초점... 제대로 된 이해·지원 시급 [가정의 달 특집 ‘우리는 가족’]

위탁 양육은 입양과 다른 일시적인 보호의 개념이 적용된다.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중간 가교’로 안정적인 가정과 양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 평균 위탁 기간 6년... 가정위탁제도 본연의 취지 무색 국내에선 보호대상 아동이 위탁가정에 머무르는 기간이 긴 경우가 많아 중간 가교 역할만 하기엔 현실과 맞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가정위탁 아동이 원가정으로 복귀하는 데는 평균 6년이 소요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원가정 복귀를 시도하다가 2년이 넘어가면 친권 박탈 후 입양을 보내는 등의 체계가 갖춰져 있다. 스웨덴은 위탁아동의 절반가량이 4개월 이내에 위탁가정을 떠난다. 국내 가정위탁제도는 본연의 취지인 가교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아동이 위탁가정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학교 입학이나 병원 방문 등 친권자 증명이 필요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현실적인 제약과 위탁가정에 대한 불명확한 개념 인지로 가정위탁 가구 수 역시 줄고 있다. 도내 가정위탁 가구는 2019년 1천577곳에서 2021년 1천459곳, 인천은 2019년 386곳에서 2021년 366곳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와 인천지역의 일반 가구 수가 각각 6.82%, 5.75%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지난 2018년 24% 수준인 가정위탁 보호율을 내년까지 37%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에선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 여전히 가정 대신 시설로 가는 아이들 이런 가운데 학대나 가족의 사망, 유기 등으로 갈 곳 잃은 아이들이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위탁가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가정의 울타리에 안착하지 못한 채 시설에 들어가고 있다. 1일 보건복지부의 ‘보호대상 아동 현황보고’ 집계를 보면 보호대상 아동 중 가정위탁, 입양 등 가정으로 보호 조치된 아동보다 일시보호시설 등 시설에 입소한 아동이 훨씬 많다. 2021년 기준 경기도와 인천에서 시설입소 조치를 받은 아동은 각각 375명, 86명, 가정보호 조치는 각각 220명, 58명에 그친다. 이에 위탁가정제도의 취지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보호아동 발생 시 가정위탁과 이후 원가정 복귀, 입양 등에 대한 연계 시스템을 명확히 해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무연고 등의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근본적으로 위탁가정은 원가족의 회복과 원가정으로 복귀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하는 곳”이라며 “본연의 기능에 대해 다시 시스템을 점검하고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여러 가정을 전전하기보다는 완전히 정착할 가정을 잘 찾아주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으로 원부모가 절실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선 위탁가정이 원가정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아이를 돌볼 수 있게 지원이 필요하다”며 “원부모 역할을 대신하는 위탁부모들은 아이 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임을 위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이들의 어려움을 적극 해소해 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챗GPT로 과제…딜레마에 빠진 대학가 [이슈M]

우리 일상에 서서히 스며드는 인공지능 챗GPT는 윤리 문제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열풍의 직격탄을 맞은 대학가들은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학생들의 창의성 저해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26일 경기·인천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경기대, 가천대, 수원여대 등 대학들은 이와 관련해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개최했으나 상당수 대학들은 표절 시비 등의 윤리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생들은 챗GPT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아르바이트 전문 플랫폼 ‘알바천국’이 지난달 대학생 5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6.5%가 학업 및 취업 부문에서 인공지능 활용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학업과 취업 과정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주된 반응이었다. 더욱이 전체 응답자의 25%는 챗GPT를 학업에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딜레마에 휩싸이고 있다. 인천지역 4년제 대학생인 김혜연씨(디자인테크놀로지학과·21·여)는 챗GPT가 방대한 양의 글을 요약해서 보기엔 안성맞춤이지만 자신이 과제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AI가 대신하는 것인지, 고민에 휩싸이기도 한다. 경기지역 4년제 대학 졸업반인 최소현씨(가명·식품영양학과·23·여)는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촉박한 과제 시한 탓에 챗GPT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교수들은 새로운 시대에 걱정부터 앞선다. 도내 전문대 교수 A씨는 그동안 책 요약 등 양적 평가를 지양한 채 창의성을 부각할 수 있는 과제를 주로 내왔다. 그러나 챗GPT로 학생들이 편의성에 치중한 채 과제를 해올 수 있다고 걱정하는 데다 일일이 모든 과제의 표절 여부 등을 검수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문턱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문에 대한 개념 정리를 인공지능에 맡긴다면 학습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며 “모든 교육계가 이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 학기에 200~300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4년제 대학 교수 B씨 역시 똑같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평소 B씨는 모든 과제에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담게끔 하고 있다. A4 용지 두 장 분량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챗GPT가 대행할 수 있는 데다 해당 분량 이상으로 과제량을 늘린다면 모두 읽어보는 것조차 부담이다. 경기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전체 학생의 15%가량이 챗GPT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해당 플랫폼이 업그레이드돼 신뢰성이 높아지면 대중화는 시간 문제”라며 “표절 시비 등 문제가 불거질 것이 뻔한 상황 등 인공지능의 사용은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챗GPT’ 이젠 대세... 교육계도 시대 흐름 발맞춰야 [이슈M]

챗GPT는 정보의 신뢰성과 윤리 등 각종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출시 두 달 만에 전 세계적으로 이용자가 1억명이 넘는 등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교육계 전반이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6일 도내 대학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고려대와 연세대는 최근 챗GPT 등 인공지능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교수들에게 배포했다. 연세대는 ‘각 교수가 학생들의 과제물 작성 시 챗GPT 이용의 채택 여부에 대한 방침을 마련하고 학생에게 명확히 안내하라’는 지시였다. 고려대의 경우 인공지능 활용을 권고하면서 교수에 따라 허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활용 원칙은 명확히 적시하라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두 대학이 ‘교수 재량’이라는 전제 조건을 단 것처럼 이와 관련한 경기·인천지역 대학들의 활용 방안은 뚜렷하게 설정되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대학가에 수십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커닝 문제에 더해 이러한 사안으로 촉발하는 윤리 문제도 겹쳐질 수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지역 한 이공계 분야 대학교수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간단한 답변부터 거대한 프로젝트 설계까지 가능한 상황”이라며 “과제를 내줘도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챗GPT가 만들었는지, 교수들도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챗GPT의 대중화는 시간 문제라는 게 학생과 교수들의 설명이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PPT 제작 시 사용 중인 미래캔버스라는 사이트가 지난 2010년대 말과 다르게 현재는 모든 학생들이 이용하는 것처럼 챗GPT 역시 이러한 흐름에 편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교수들 역시 편의성과 대중성에 따른 대학 교육 변화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2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을 2025년부터 초·중·고교에 적용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경기도교육청 등 일선 교육청에서도 인공지능 활용 맞춤형 교육 운영 설명회를 열거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이러한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결국 초·중·고교에서부터 이미 이러한 학습체계에 적응한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만큼 대학가에선 이와 관련한 전반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안준호 경기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자료 찾기 등 일률적인 교육환경에서 벗어나 토론 등 다양한 교육이 도입된다면 챗GPT는 교육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스무고개와 같은 질문… 사고·학습력 향상 기대” “챗GPT는 마치 스무고개와 같습니다.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학생들의 사고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경기·인천지역에서 챗GP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도입할 예정인 대학교수들은 이러한 플랫폼이 학생들의 보조교사로 자리매김해 학습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1학기부터 챗GPT를 수업에 활용하는 데다 27일 경기대 인문학연구소 월간세미나에 참여하는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러한 견해를 내비쳤다. 김 교수는 “질문에 넣은 키워드와 이에 따른 결과물 등 챗GPT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있다”며 “우리 삶에서 배움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 가운데 ‘진화하는 선생님’인 챗GPT의 핵심은 질문이다. 결국 질문은 인간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이 심각하게 고민한 질문을 던지면 챗GPT는 단순한 키워드 입력 형태의 질문과는 다르게 심도 있는 답변을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풍부한 사고에 따른 학생들의 질문은 변별력을 갖춘 과제와 논문의 결과를 내놓을 것이며 이는 과제나 논문의 질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홍성은 인하대 정보통신과 교수는 수업 방식의 다변화로 학생들의 창의력 향상을 고민하고 있다. 홍 교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챗GPT의 답변을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수용하기보다는 자신만의 견해를 바탕으로 재활용하는 데 있다”며 “보고서 작성을 과제로 내주면 학생들이 큰 고민 없이 챗GPT의 답변을 그대로 복사하고 붙여넣기를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들에게 특정 주제를 제시해 토론하고 실습하는 방식을 강의 방법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뿐만 아니라 공직사회까지 챗GPT를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만큼 학교에서 이를 미리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토론과 실습을 하기 전 자료 조사 등에서 챗GPT를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면서 그 결과에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더한다면 더 나은 학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창작물까지 도전...저작권 경계 ‘애매모호’ [진화하는 AI, 내 곁에 ON 미래]

인공지능(AI)의 창작 영역이 확대되면서 현재 논란이 되는 지점은 ‘AI의 창작자 지위’와 이와 연계된 ‘저작권 문제’다. 그림, 문학, 음악 등 예술 저작물을 생성하는 소프트웨어 AI에 창작자의 지위를 부여해 AI의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가, 또 이 결과물을 활용 시 어디까지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가, 반대로 AI의 데이터 학습 시 원저작자의 저작권 침해 우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 AI 창작물, 저작권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인하대는 교내에 ‘인공지능 콘텐츠 창작 연구센터’를 만들고,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기던 영화, 광고, 게임 등의 스토리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인하대는 이번 시도를 통해 인간의 영역으로 불리는 문화 예술 영역에서의 AI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하지만 최근 고민이 많다. AI 비디오 콘텐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저작권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 조근식 인하대 인공지능콘텐츠창작연구센터장은 “인공지능이 문화예술계에 확산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현재 AI 비디오 콘텐츠 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비디오 원제작자는 물론이고 투자자까지의 저작권을 고민해야 한다”며 “관련 산업이 커질수록 수익 배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AI 창작물은 현재 국내에서 법적 보호의 제약이 많다. 한국과 미국, 중국의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저작물의 주체는 인간으로 한정해 정의한다. 실제 인공지능 작곡가 ‘이봄’은 국내 최초 AI 작곡가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돼 6년간 30만곡을 작곡했고 수입을 올렸지만 지난해 7월 이봄의 6곡에 대해 저작권료를 지급해 온 협회가 저작물은 인간이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저작권료 지급 중단을 선언했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도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AI가 창작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지시나 개입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창작물을 온전히 AI의 소유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 예술계... AI 학습 시 저작권 침해 우려 해결해야 AI 학습용 데이터 활용도와 직결된 저작권에 대한 논쟁도 첨예하다. 특히 글과 그림 등을 온라인상에 제공하는 예술가들은 AI가 학습 시 사용하는 저작물이 원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우려한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예술가의 정보와 이미지 픽셀 정보의 관계를 학습해 원작자의 동의 없이 해당 예술가 스타일과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도용과 표절 등 원저작자의 권리를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SF 소설가로 활동 중인 정보라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는 “AI가 학습하는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할 소지가 거의 100%”라며 “SF 소설 집필의 경우 엄밀하고 적확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창작에 임하는 AI의 도움을 받게 될 때, 작가 입장에선 나도 모르는 새 저작권 침해에 가담할 위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하신아 웹툰노동조합위원장 역시 “내가 혹은 타인이 만든 작품이 2차, 3차 창작에 아무런 대가 없이 제공되면서 착취당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특히 저작자가 모르는 사이 도용·표절에 연루돼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술계에서는 AI 시대에 대비해 저작권 침해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국내 제도 구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지만, 분야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려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AI 산업 발전을 위해 저작물 사용을 폭넓게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의 경우 지난 2021년 1월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AI와 관련된 저작권 관련 법안들은 AI 개발 촉진을 위한 규정 외에도 연관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많다”며 “음악, 출판업계의 저작권자들이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에 반발이 심하고 이해관계와 쟁점이 달라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향후 전개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제언 “원저작자 권리 침해 최소화… AI 발전도 적극 도모해야” 챗GPT 등 AI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인간의 조력자로 공존하기 위해선 ‘저작권 문제’ 등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분야별 이해관계에 따른 사회적 논쟁이 있더라도 마땅히 그 비용을 치르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AI 발전에 따른 논의가 초기 단계”라며 “크게 저작권 측면에서 보면 AI를 학습시킬 때 발생하는 저작권 이슈, 생산물에 대한 저작권 이슈라는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AI의 저작물 이용 시 원저작자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AI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AI의 학습을 자유롭게 허용하되 AI의 학습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 이용료를 기존의 구매나 소장용으로 책정된 것보다 낮춰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일종의 ‘공탁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개인이 일일이 비용을 내는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요금을 지불해 저작물들을 자유롭게 쓰고 추후 저작권자가 청구하면 그중 일부를 보상하는 방식이다. AI 발전에 따른 시대 흐름 변화는 막을 수 없으니 적응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하진 서울시립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는 “19세기에 자동차가 상용화될 때 마차를 끌던 마부들이 많은 걱정을 했지만, 이후 자동차 산업과 관련한 신호등, 도로, 세차장 등 많은 일자리와 산업이 생겼다”며 “자동차가 생기면서 운행 시 안전 등을 위한 규제가 뒤따라 생긴 걸 떠올려 보면, 단순히 AI가 위협이 된다고 막는 데 열을 올리기보다는 그 기술이 산업 전반에 녹아들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 태동할 즈음엔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이 당연히 생겨난다.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 더 나은 생태계를 구축할지, 어떻게 하면 신기술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법과 제도를 재정비할 수 있는지 논의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조력자일까, 파괴자일까 예술세계도 넘보는 AI [진화하는 AI, 내곁에 ON 미래]

문화예술계에서 최근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전유물이던 창작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AI 소프트웨어가 딥러닝 학습을 통해 인간보다 더 정교한 그림을 그리고,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베끼듯 시와 소설을 쓰기도 하면서 인간의 음악을 참고해 작곡까지 하는 시대가 됐다. 각 분야 일선 현장의 종사자들 사이에선 이들이 밥그릇을 뺏는 위협적인 존재인지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동행자이자 조력자인지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AI 대전환 시대에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고양시에 거주하는 변의수 시인은 1991년 첫 시집을 출간한 뒤로 실험시(詩) 연구를 지속하면서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자 노력한다. 그런 그에게 최근 급부상한 챗GPT는 예술세계 확장의 또 다른 도구다. 변 시인은 올해 안에 챗GPT 등 AI에 명령어를 넣어 작성된 시와 문학 평론을 본인이 발행하는 계간지 ‘상징학연구소’에 실으려는 혁신적인 계획을 구상 중이다. 변 시인은 “시의 구조 원리와 철학 등에 충분한 내공을 가진 시인이나 문학가가 AI 소프트웨어에 키워드를 입력한다면 창조성과 예술성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전공자, 비전문가가 시도할 때와 다른 문학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인공지능 미술과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강은수 작가(49)는 지난 3월5일까지 열렸던 인천아트플랫폼의 기획전 ‘비타 노바_새로운 삶 Vita Nova_New Life’에서 ‘소리’를 또 다른 종(種)으로 상상하며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관객참여형 작품을 선보였다. 청각의 영역을 시각화한 체험미술로 관객이 마이크를 통해 소리를 만들어 내면 발광다이오드(LED) 빔과 3D프린터를 통해 다양한 모양의 예술로 변화한다. 강 작가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거나, 자의식이 있다는 등의 두려움을 조성하기보단 인공지능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성을 지닌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으로 인식돼 온 ‘인간의 예술 세계’에 AI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AI가 창작의 동반자로 성큼 다가온 만큼, 예술인의 창작 활동 전반을 위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문화예술 생태계가 AI 기술 발달의 가속화에 영향을 크게 받고 윤리성을 내포하는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조근식 인하대 인공지능콘텐츠창작연구센터장은 “문화예술 생태계 발전을 위해선 사회적 합의와 종사자들 간의 협의체가 절실하다”며 “예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서로 합의를 해야 할 뿐 아니라, 현재 불거진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규율을 구체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기 챗GPT로 通한다… 세계 인공지능 수도 ‘예약’ [진화하는 AI, 경기도형 챗GPT]

전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오픈AI사의 ‘챗GPT’가 민선 8기 경기도의 행정 혁신 도구로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도민과 도정을 공유할 수 있는 ‘쌍방향 소통’ 중심의 경기도형 챗GPT를 통해 경기도를 인공지능(AI) 수도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에서 추진 중인 경기도형 챗GPT, 즉 ‘경기GPT’ 구축의 핵심은 ‘쌍방향 소통’에 있다.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챗봇인 챗GPT가 각광을 받는 이유가 인간과 AI의 자연스러운 소통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도가 발표한 경기GPT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AI 콜센터 도입을 비롯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예술 교육 및 전시회 추진 등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곧 도민의 목소리를 토대로 기회가 넘치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김 지사의 핵심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같은 방침은 AI 산업분야에도 적용된다. 도는 AI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도내 AI기업, 관련 대학,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GPT 산학연관협의체’를 발족하고 간담회를 추진한다. ‘GPT 제안 공모’나 인공지능 시대 법령개선과 사회윤리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 연구 추진도 같은 맥락이다. 도 관계자는 “챗GPT의 혁신은 결국 언어의 사용에 있다. 민선 8기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소통인 만큼, 경기GPT가 향후 김 지사가 강조한 ‘긴급복지 핫라인’ 등과도 연계된다면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큰 힘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와 함께 인천시도 ‘행정 혁신’을 목표로 챗GPT 도입 확대에 나선 상태다. 시는 챗GPT와 같은 지능 정보를 시정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지능 정보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는 동시에 풀기 어려운 지역 현안을 챗GPT와 AI 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해 해결책을 도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는 내년부터 ‘챗GPT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행정 서비스의 자동 및 고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챗GPT와 행정을 잘 접목한다면 AI 대중화 실현은 물론, 더 나은 행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겸 AI 연구원장은 이날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챗GPT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대화’, 즉 소통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도와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챗GPT 활용 방안을 찾는데 앞장선다면 도민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챗GPT란 일론 머스크 등이 설립한 ‘오픈AI’(Open AI)가 개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으로, 대화창에 텍스트 입력 시 이에 맞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다.

챗GPT 열풍 속… 지역별 정책은 ‘천차만별’ [진화하는 AI, 경기도형 챗GPT]

경기도가 챗GPT를 행정에 접목하는 등 적극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도내 시·군에서도 정책 설계 등에 챗GPT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다만, 활용 계획조차 없는 등 지역간 정책이 ‘천차만별’이라 행정의 일관성 등을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 31개 시·군 중 수원특례시, 용인특례시, 광명시, 광주시, 화성시 등 5곳이 챗GPT의 행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화성시는 20명으로 구성된 ‘챗GPT 활용 태스크포스(TF)’를 준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성시는 TF를 통해 연구용역 보고서를 요약 정리하는 등 행정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또 중국·베트남·타이·네팔·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적의 거주 외국인을 위해 챗GPT로 외국어 행정정보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원특례시 역시 이달 중으로 인공지능(AI) 관련 공모사업을 추진, 선정된 아이디어와 기술 등을 시정에 활용하며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챗GPT 워크숍을 계획 중이다.  아울러 광명시는 챗GPT를 민원서비스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광명시는 인공지능형 챗봇 서비스를 통해 민원을 분석하고 답변하는 체계를 구축한 뒤 이를 챗GPT와 접목시킬 예정이다. 다만 과천시, 남양주시, 부천시 등 도내 시·군 8곳에선 챗GPT와 관련해 직원 교육을 진행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GPT에 대한 직원의 이해도를 높이고, GPT의 공공서비스 접목 사례 등을 파악한 뒤 행정업무에 본격적으로 접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고양특례시, 가평군, 구리시, 군포시 등 도내 18개 시·군은 챗GPT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 연천군이 챗GPT의 유료 버전을 구입해 시연해보려는 계획을 마련하거나, 성남시가 직원 대상 교육을 검토하고 있는 정도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는 챗GPT의 정확도가 아직 낮아 자료 보안 및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또 직원들이 챗GPT에 의존해 행정 대처 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련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부 및 전문가와 협업해 챗GPT 부작용 등에 대해 검증해 안전한 챗GPT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GPT TF 회의 등으로 경기도의 중점 분야를 만든 뒤 31개 시·군에 접목할 예정”이라며 “시·군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검토하고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챗GPT 확산, 발빠르게 움직이는 정부…초거대 AI 정책 조만간 발표 [진화하는 AI, 경기도형 챗GPT]

챗GPT와 인공지능(AI) 분야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챗GPT 관련 이슈에 발맞춰 대응하고 있다. 10일 과기부에 따르면 과기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와 함께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제2기 인공지능 윤리정책 포럼’ 출범식을 개최하고 AI 윤리정책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개시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 및 산업계 관계자들은 AI의 확산에 따른 거짓정보의 확산, 알고리즘의 편향성, 사생활 침해 등 각종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을 짚어보고 AI 윤리·신뢰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정책 방향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앞서 과기부는 챗GPT 등장과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말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대표 AI 프로젝트 및 전 국민 디지털 네이티브화로 2023년을 AI 일상화 원년으로 삼겠다면서 밝혔다. 이에 대해 박윤규 과기부 차관은 지난달 29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클라우드 2023’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이 AI활용에서 뒤처졌다는 인식하에 올해를 AI 일상화·전면화의 첫해로 삼았다. 초거대AI의 등장과 함께 궤를 같이해서 다행이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업무계획에는 디지털 시대의 경제·사회적 원칙과 디지털 혁신 가속화 등을 종합 규율하는 디지털 법제 패키지인 디지털사회기본법, AI기본법, 메타버스특별법 등을 정비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아울러 정부는 구체적인 AI 정책과제를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정책과제는 챗GPT에 맞춰졌다. 과기부에서 확대된 정부 회의체를 통해 조만간 발표 예정이다”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윤규 차관은 지난달 말 “초거대 AI 산업의 육성과 생태계 법제도 등 큰 틀을 갖춘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과제를 발표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른 부처 역시 챗GPT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부터 디지털 정부국·정부 혁신 기획관실 소속 공무원 100여명에게 생성형 AI 기술을 부서에 도입하기 전 미리 챗GPT 무료 버전을 업무에 시범적으로 활용하게 했다. 문화체육부는 지난 2월 직원 대상 챗GPT 역량 강화교육을 실시했고, 챗GPT 대응을 위한 워킹그룹을 발족시켰다.

전문가가 바라보는 경기도형 챗GPT “지자체 선도” vs “지역특색 부족” [진화하는 AI, 경기도형 챗GPT]

경기도가 ‘경기GPT’를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도정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도민들이 AI를 활용해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행정 효율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특색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10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챗GPT는 아직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가 경기GPT와 같은 자체적인 AI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정확도 문제도 일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AI 분야는 ‘발 빠른’ 작업이 성공을 보장하기 때문”이라며 “도가 챗GPT를 활용한 디지털 도정 구성에 앞장선다면 분명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도를 따라 하려는 움직임이 뒤따를 것이다. 김동연 지사가 챗GPT 관련 강의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도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평가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도에는 인공지능 및 데이터 관련 기업이 1만4천862개 있다”며 “이는 전국의 23.7% 수준으로, 우수한 백그라운드(배경)를 가진 도가 AI 정책을 선도한다면 인공지능 수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챗GPT와 관련한 도의 적극적인 행보가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역 특색’이 없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경기GPT 도입 등 도의 시도 자체는 분명 좋다고 생각한다. 도에서 청사진으로 내놓은 AI 기반 콜센터 운영 등도 도민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 같아 성공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며 “다만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도만의 특징이 담긴 정책이 없다는 점은 분명 아쉽다. 콜센터 등은 도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닌 도만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창배 IAAE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챗GPT와 행정이 합쳐졌을 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전 이사장은 “정책이라는 것은 ‘사람’이 주체가 돼서 수립 및 운영의 단계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AI가 개입한다면 정보 유출을 비롯해 잘못된 정보를 통제하는 것 등이 어려워진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간다”며 “효율을 높이는 데만 집중할 경우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에, 확실한 보완책을 만드는 데 우선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기술 중무장’ 경기도 벤처… 미래 新세계 주도 [진화하는 AI, 내 곁에 ON 미래]

ChatGPT 열풍과 함께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사회에 대한 전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삶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신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산업개편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 각종 인권 문제와 저작‧창작문제, 개인정보 등 문제는 우리가 직면해야 할 과제다. 다가오는 미래사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이슈M>에서 살펴본다. 편집자주 #. 챗봇 지식구축을 담당하는 김 대리는 오전 9시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전날 새로운 데이터로 학습시킨 인공지능 챗봇 모델을 테스트한다. 챗봇의 답변에 해당하는 인공지능 학습데이터를 튜닝(조정)할수록 정답률이 오르는 걸 보면 아이의 성장과정을 보는 듯 뿌듯하다.  점심 식사 이후, 오후에는 고객을 만나 챗봇의 톤앤매너 방향을 결정하는 미팅을 주도한다. 사람들이 챗봇을 좀 더 친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보다 부드러운 말투와 약간의 위트를 섞어 답변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다. 경기도와 인천의 벤처기업들이 앞다퉈 신(新) 기술 개발에 몰두하며 미래 사회를 선도하고 있다.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와이즈넛’도 그중 하나다. 2000년대 검색 엔진 회사로 출발한 이 기업은 어느새 300여명의 사원이 종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언어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AI 챗봇에 이르기까지 국내 4천400여 고객사 및 글로벌 10개국에 AI 및 빅데이터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국내 대표적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유진로봇은 2001년 코스닥 상장까지 이뤄낸 벤처기업이다. 서비스·교육용 로봇 등으로 출발한 ㈜유진로봇은 어느새 연매출 300억원에 달하는 물류형 로봇의 대표 회사로 거듭났다. 최근 ㈜유진로봇은 AI를 결합한 자율주행형 물류형 로봇으로 인정 받고 있다. 박성주 ㈜유진로봇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로봇시장의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며 “자율주행 기반 물류 자동화 사업 분야에 초점을 맞춰서 미래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물류형 로봇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트리즈엔지니어링’도 자율주행 자동차 업계의 선두 주자다. 이곳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분야와 시험검사 장비 개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다. 최근에는 이 자율주행 기능을 건설 중장비로도 확대해, 건설 현장에서도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손성효 트리즈엔지니어링 대표는 “최근 자율주행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라며 “우리 회사도 끊임 없는 기술 개발 및 다양한 제품 출시로 미래 사회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기 침체 먹구름에 ‘투자 한파’… 자금 확보 ‘난항' [진화하는 AI, 내 곁에 ON 미래]

벤처기업은 미래 산업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지만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과 달리 ‘자금’이 늘 문제다. 특히 신(新)기술 개발에는 투자가 핵심임에도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들이 투자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국내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경영 애로사항은 ‘자금조달·운용 등 자금 관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의 자금 관련 문제는 지난해 경기 침체로 더 심화됐다. 중기부의 ‘2022년 벤처투자 동향 발표’ 자료를 토대로 보면 지난 한 해 기준 경기도내 벤처투자는 총 1조1천280억원으로 전년(1조3천71억원)보다 13.7% 감소했고, 같은 기간 인천시 투자도 760억원에 그쳐 직전년도(1천358억원)보다 44% 급감했다. 이 같은 투자 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모태 펀드 출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중기부가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민간에서 자금을 모아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 ‘성장 자금’으로 유입되도록 앞장서는 셈이다. 이에 발맞춰 경기도 역시 지난 달 28일 자율주행·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의 예비·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올해 25개사를 선정, 기업당 사업화 자금 3천600만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지원책들을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경기연구원의 지난해 ‘경기도 혁신성장 역량 진단 및 정책 추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는 혁신성장 역량이 전국 지자체에서 상위권에 속했지만, 질적 수준은 낮다고 평가된 바 있다.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서울과 비교하면 투자 유치 및 창업투자 회사 확보 수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도내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부진을 겪던 기업들이 다시 활동하려 하지만, 투자 관련 정부나 지자체의 발 빠른 지원은 체감하기 힘들다”며 “실무 기업들의 의견을 많이 청취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비단 경기도만의 얘기가 아닌, 수도권 전반에 해당되는 얘기다. 인천에서 바이오 산업용 기구를 만드는 한 스타트업 대표도 최근 투자 시장이 얼어 붙으며 기업들이 도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신약 개발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데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며 “단계별로 필요한 투자금도 40억원부터 160억원 이상 등 다양한데, 이를 마련하지 못해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다양한 규모의 기업간 융합이 일어나도록 투자에 대한 정책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벤처기업에 대한 대기업이나 정부 차원의 투자도 아쉬운 점이 있다. 기업을 보호하면서 타기업과 상생하는 균형잡힌 방향으로 나아가야 국내에서도 한 획을 그을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투자의 질적 향상을 위해 ‘경기 M&A센터’의 기능 확대를 통한 벤처 스타트업과 대기업·중견기업 간의 투자 매칭 등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 이들의 투자 유치 및 연계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인력 확보' 전쟁 중…“정부 차원 적극적 규제 완화 절실” [진화하는 AI, 내 곁에 ON 미래]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벤처기업들이 우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각종 규제와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지원과 벤처기업에 다양한 인재들이 유입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청년 301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근무에 대한 청년 인식 조사’(2022년)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 청년의 약 72.9%가 지방 근무를 기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기도 안에서도 청년들의 취업에 대한 지리적 마지노선이 존재하는 실정이었다. ‘서울에서 어느 정도 먼 지역까지 가 근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서울과 가까운 판교·분당 지역의 선호도는 84.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지만, 수원·용인(64.1%), 평택(31.9%) 등으로 낮아지며 경기도 안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경기도내 한 벤처기업 대표는 “인력 수급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청년 취업자들에겐 IT업계는 판교가, 하드웨어 제조업계는 동탄이 마지노선”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벤처기업 대표 역시 “회사가 성장할 땐 인재가 안 와 힘들었고, 기업이 성장하니 대기업으로의 이직 등 인력 유출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세상을 변화시킬 첨단기술도 결국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며 “인재들이 모여서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기분 좋은 주거환경을 선진적으로 잘 구축해주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인력 부족’과 함께 벤처기업들에겐 ‘규제’도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겨진다. 신 기술은 기존 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탄생하는데, 기존 제도에 대한 인식과 규제가 때로 신 기술의 발전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원 제도로 ‘규제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가 존재하긴 하나, 영세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신청조차 용이하지 않다. 대기업과 달리 자본력과 인력 등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결국 소규모 기업들은 규제 문제에 애로사항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국내 규제는 해외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도내 한 벤처기업은 “예를 들어 인공지능 분야가 성장하려면 데이터 이슈가 중요한데 국내에서는 저작권법이 강력하게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은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활성화를 위한 ‘촉진’과 ‘제어’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이 만들어져도 결국 활용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데, 국내에선 그 매커니즘이 약하다”며 “생산 과정부터 생태계 구축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규제 완화가 필요한 지점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선 ‘타다 금지법’ 같이 신 산업과 기존 제도 간의 충돌 시 기존 공급자 입장에서 정책을 펼치는 면이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생각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SG경영… 中企, 대기업 쫓다 가랑이 찢어진다 [미래 위협하는 ‘기후재난’ 공포]

기후 위기로 인한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공유되면서 기업들도 앞다퉈 ESG 경영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인력과 재정이 풍부한 대기업들은 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당장 먹고 살 길부터 찾아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언감생심’이라는 반응이다.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약칭으로 기업 경영에서 탄소중립 등 환경경영(E), 사회공헌 등 책임경영(S), 윤리 등 투명경영(G)을 고려해 기업경영 관련 투자 및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부각되며 탄소중립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요구됐고, 기업 경영 패러다임이 비재무적 성과지표인 ESG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신(新)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했다. 초저전력 반도체, 제품 개발 등 혁신기술을 통해 기후 위기 극복에 동참해 오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도 탄소저감을 위해 지난해 친환경 시멘트인 포스코 고로슬래그 시멘트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전체 시멘트 사용량의 약 24%(20만t)인 고로슬래그 시멘트를 올해 53%(45만t)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문제는 이같이 전문조직을 갖춘 대기업들은 인력과 재정 투입을 확대해 ESG 경영을 성공적으로 도입·운영 중에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여러 여건이 불충분한 탓에 ESG 도입 및 운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의 금형제조업체인 ‘대정정밀’은 자사의 여건은 물론, 지자체 차원의 ESG 경영 지원 등이 부족해 ESG 경영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관련 지원 정책도 거의 없어 ESG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리카겔 및 의약품 용기를 제조하는 화성의 한 업체 역시 최근 일부 고객사가 ‘향후 1~2년 내에 ESG 경영을 도입한 업체만 거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상당한 업무부하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먹고 살 길’을 위해 당장 ESG를 도입해야 하지만, 비용과 인력 부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들에게 요구하는 ESG는 아이가 어른 옷을 입으라고 강요하는 꼴”이라며 “대기업 수준의 조건을 내세우고 중소기업에게 맞추라고 하니 비용은 비용대로, 인력은 인력대로 들어 업계에선 ESG가 일종의 ‘갑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