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 1인당 가계부채 1억 육박...소비위축 유발, 경기침체 뇌관으로 과도한 ‘빚 부담’ 탓 극단적 선택도...자생능력 부족한 가계, 대책 시급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경인지역을 뒤덮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을 잠식한 경기침체의 배경에는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가계 부채가 있다. 가계 부채의 급증은 소비 위축을 유발하고 이는 곧 기업 성장의 족쇄, 정부와 지자체의 자금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원으로 상품의 최종적 소비활동을 영위하는 경제주체 ‘가계’. 경기일보는 경기침체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 부채의 현황을 살펴보고 대응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1. 지난달 경기도와 서울 등지에서 일가족 5명이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투자 실패 등으로 수억원의 빚을 지고 독촉에 시달리던 40대 여성 A씨를 비롯한 A씨의 가족은 기초생활보장급여 상담을 받을 정도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가족이 살던 곳의 우편함에는 카드 사용료 미납으로 인한 연체 채무금 추심 고지서와 1년 이상 장기 체납에 따른 도시가스 공급 중단 안내문 등이 쌓여 있었다.
#2. 지난 3월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일가족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장인 40대 B씨가 5억원의 빚을 지는 등 생활고를 겪던 와중 가족을 살해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B씨의 가족은 이웃 주민들에게 단란한 가정으로 기억될 정도였지만, 빚이 점차 커지면서 결국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이 개인 부채의 늪에 빠졌다. 국채 발행이나 예산 삭감 등으로 자금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정부나 기업과 달리 자생 능력이 부족한 가계는 과도한 부채가 쌓일 경우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9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경인지역의 지난 1분기 말 빚을 진 1인당 가계부채 규모는 1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지역의 1인당 가계부채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9.8% 증가한 1억300만원이었고, 인천의 경우 같은 기간 18.4%나 증가해 1인당 가계부채가 9천7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LTI)은 경기지역이 254%, 인천지역이 253%였다. 평균적으로 빚을 진 사람 한 명이 2년 6개월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갚아야 부채를 모두 탕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 같은 속도로 가계 부채가 계속 늘어나면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가계 부채 증가세가 완화되지 않으면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금융시장 안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난 9월 일시적으로 가계 부채 증가세가 완화되기도 했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